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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편집국 부국장

[데스크칼럼] 허례(虛禮)보다 사람이 먼저다

"추석엔 가족이랑 나들이나 갈까 해요."퇴계 이황 17대 종손의 한마디가 추석 연휴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포털사이트에는 '퇴계 이황 차례', '이황 제사' 등의 검색어가 인기를 끌었다. '명절노동'에 시달리던 여성들에게는 복음이었다. 차례를 지내는 집안들은 허례허식(虛禮虛飾)을 반성하는 기회가 됐다. 물론 관습을 고집하는 가부장적 사람들은 불편했을 것이다.화제의 인물은 이황 선생의 17대 종손 이치억(42)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 이 연구원은 추석 전 한 신문 인터뷰에서 명절 문화에 대해 돌직구를 날렸다. 그는 "추석을 어떻게 보내느냐고요? 아버지 모시고 가족들이랑 근교로 나들이나 갈까 해요"라고 했다. 내로라하는 가문의 종손이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고 놀러 간다니. 눈과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교철학을 전공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이 연구원은 '예(禮)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믿는 제사도 조선시대 어느 시점에 정형화된 것인데, 그게 원형이라며 따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교에서는 원래 명절에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 후기 너도나도 양반임을 내세우면서 차례상이 제사상 이상으로 복잡해졌다는 것이다.일부 유림들은 "명절 차례는 말 그대로 차(茶)나 술을 올리면서 드리는 간단한 예(禮)를 뜻한다. 이를 기제사상과 혼동해 거나하게 차려내는 관습과 과시욕이 명절의 참된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 '명절노동'을 여성에게만 시키거나 제사에 여성을 참여시키지 않는 세태를 꼬집었다.명절은 즐거워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만 않다. 가부장적 명절 문화 탓이다. 여성들은 불평등한 명절노동과 소외로 상처 입고 있다. 갈등과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명절증후군은 여성 질환으로 의학교과서에 등재될 판이다. '찌짐 굽다가 이혼한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속도는 느리지만 명절 문화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이대로 뒀다가는 명절이 외면받을 것이란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어른들이 통 큰 결단을 내리고 있다. 자식들에게 음식 수를 줄이거나 차례 음식을 주문하자고 한다.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고 성묘로 대체하는 집들도 늘고 있다. 추석 전 한 온라인 쇼핑업체가 30, 40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응답이 38.8%였다.추석 연휴 친척·친구 10여 명에게 전화로 명절 안부를 물었다. 대부분 차례 간소화가 추석 화제였다고 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형님이 퇴계 종손 관련 기사로 '모두발언'을 했다. 형수님과 아내, 조카들까지 거들었다. '명절에 가족여행을 하는 집들이 많다' '성묘로 차례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갈비찜, 프라이드 치킨 같은 음식들로 차례상을 차렸으면 좋겠다' 등등. 말없이 지켜보시던 32년생 어머니도 '형편에 따라 하면 된다'고 암묵적 동의를 하셨다.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예법은 살아남기 어렵다. 예법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내년 설날이 기대된다.

2018-09-26 14:30:27

전창훈 디지털뉴스부장

[데스크 칼럼] 기울어지는 운동장

기울어진 운동장. 불공정한 경쟁 상황을 비유하는 이 용어가 최근 온라인 분야에서도 화두다. 이를 촉발한 것이 미국 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의 거세지는 국내 시장 잠식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위협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넷플릭스는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국내 업계의 두려움은 상상 이상이다.넷플릭스는 미국에서 탄생한 'OTT'(Over The Top) 회사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쉽게 말해 웬만한 예능·드라마·영화 등의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보여준다. 이 기업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무제한 볼 수 있는 정액제 서비스를 과감하게 도입, 무한 성장하고 있다. 한때 DVD 대여 회사였던 넷플릭스는 연 매출액 12조원에 가입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을 돌파한 글로벌 공룡 기업으로 컸다.이미 미국에 이어 유럽의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며 우리나라 시장 장악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국 전담팀을 별도로 꾸리면서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600억원 가까운 제작비가 들어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투자한 것과 올해 초 tvN 인기 드라마 '미스터션샤인'도 300억원을 대고 세계 방영권을 가져간 것이 대표적이다.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영상 콘텐츠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려는 기세다.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이미 국내 동영상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의 월간 순 사용자 수는 3천93만 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는 112억 분을 사용해 2위 카카오톡(25억 분)과 4배 이상 격차를 벌렸다. 유튜브가 국내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문제는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큰 몫을 한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제도권 내에서 검증과 심사를 거치는 것과 비교하면 규제 무풍지대에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은 망 사용료나 방송발전기금 등도 내지 않고 있다.포털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6년 기준 망 비용으로만 734억원, 카카오는 200억~300억원, 아프리카TV는 15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KBS, MBC, SBS 등 지상파도 매년 각각 100억원이 넘는 방송발전기금을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이런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다. EU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역대 최다인 43억4천만유로(5조7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넷플릭스 등 미국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공세 강화로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을 잃자 '콘텐츠 쿼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EU 내 제작 비율을 30% 이상으로 하는 게 골자다.해외의 이 같은 규제에 대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불공정한 경쟁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외 기업이 공존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이야기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기울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때다.

2018-09-19 17:47:25

최창희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 김병준의 식언(食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최근 행보가 거침이 없다. 지난 7월 18일 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후 보수와 진보, 동서를 넘나들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의 귀국(15일)을 앞두고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11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구와 경북을 오가며 지역에 대해 애정을 한껏 과시했다. 구미를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는가 하면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민생 체험을 했다. 역대 어느 비대위원장이나 당 대표가 이랬나 싶을 정도다. 한국당의 지지율도 최근 반등 중이다. 비대위원장 취임 당시 18%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최근 2%포인트가량 뛰어 20%대로 근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란 해석도 있지만 김 위원장의 광폭 행보가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의원들의 김병준 모시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구경북 방문을 앞두고서는 일정이 세 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경북지역 의원과 대구지역 의원들이 서로 먼저 와달라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구미에서 대구로 다시 대구에서 구미로, 다시 구미에서 대구로 일정이 바뀌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홍준표 대표의 방문을 꺼리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대선·지방선거 패배로 우왕좌왕하는 지역 정치권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지방균형발전에 대해 김 위원장의 변심이다. 김 위원장은 6일 여권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서울에 있을 것은 있고 지방으로 보낼 것은 보내는 식으로 면밀히 해야 하는데 그냥 불쑥 내놓은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1차 지방 이전 때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럽게 추진한 데다 직원들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고 기존 주민과의 화합에도 문제가 있다는 설명도 보탰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앞두고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하는 등 추가 이전 준비에 나선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믿었던 도끼에 제대로 발등을 찍힌 셈이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며 국토균형발전 등을 명분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주도한 당사자다. 지난 2012년 3월 매일신문 초청 강의에서는 이 같은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그는 "공기업 이전이 쉽지 않다. 중앙정부 의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갈수록 수도권 편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방이 똘똘 뭉쳐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몇 년 사이 완전히 입장을 바꾼 것이다. 논란이 일자 최근 1차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지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치인의 말 바꾸기야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식언은 도를 넘어선 면이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지역에 표를 구걸하던 한국당의 수장이기에 더욱 괘씸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자립적 발전으로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당위다. 숨넘어가는 지역 경제와 소멸해가는 대구경북의 사정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침체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도 시원찮은 마당에 재를 뿌려서야 되겠는가.

2018-09-12 18:31:27

이석수 교육팀장

[데스크 칼럼] 자율개선대학도 안심해선 안된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전체 유·초·중등 학생 수는 630만9천700명으로 전년도 646만8천600명보다 15만8천900명 줄었다. 비율로는 2.5%에 해당한다.특히 눈에 띄는 점은 대입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학생 수가 153만8천576명으로 1년 새 13만1천123명 감소했다는 것이다.고교생 수를 1, 2, 3학년에 맞춰 3등분 하고 대학 진학률 70%로 단순 계산하면 향후 3년간 대학 입학 자원은 35만 명에 불과하다. 올해 대학 입학 정원이 약 48만 명이니 당장 내년부터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실제로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공한 정책설명서를 보면 2021학년도에 5만6천여 명의 미충원과 대학 38곳의 폐교를 예상했다.'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가 지난 3일 확정됐다. 전국적으로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116곳이 학생 정원을 줄여야 하는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이 중 진단 제외 대학 30곳을 포함해 50곳은 일반재정 지원 등의 제한을 함께 받게 된다.이와 달리 전체 대학의 64%인 207곳은 '자율개선'이라는 명목으로 당장의 구조조정 태풍에선 비껴가게 됐다.이번 진단 결과에 따른 '페널티'는 원칙적으로 내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적용되지만, 이들 대학은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상당수는 퇴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역량 강화 대학들은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고, 총장과 보직 교수들이 줄사퇴하는 후폭풍까지 몰아치고 있다.사실 교육부의 이번 대학 구조조정 작업은 온건 쪽에 가깝다. 획일적 평가와 일방적 진행으로 대학의 반발도 있었지만 정원 감축은 당초 목표였던 5만 명에서 2만 명으로 후퇴했고, 이번 진단으로 예상되는 정원 감축 수는 1만 명대로 더 떨어졌다. 나머지는 시장 원리에 맡기겠다는 의미다. 즉 학령인구 감소라는 비가역적인 상황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 대신에 대학의 자체 경쟁력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으라는 것이다.앞서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만들기 위해 1년여를 허비하고도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권고안으로 결론을 내린 것을 보았다. 우유부단하고 결정 장애를 가진 교육부가 극도로 민감한 대학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난망이다.따라서 이번에 자율개선에 선정된 대학들도 앞으로 최소 10만 명 이상의 정원 초과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년이라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대학은 이번 진단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대학들은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당장의 신입생 모집을 위해 장학금을 확대하겠다는 유인책이 얼마나 통할지, 지금처럼 여러 학과를 개설한 백화점식 학과 운영이 지속 가능할지 말이다. 또 취업이 용이하거나 인기 트렌드에 영합한 학과 베끼기의 효용성도 따져봐야 한다.구조조정의 본질은 축소다. 문을 닫거나 몸집을 줄여야 한다. 생존을 위한 축소의 방향은 대학의 색깔을 나타내는 특성화여야 한다. 그야말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2018-09-05 16:27:16

이상헌 체육부장

[데스크칼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1년에 며칠 안 되는 휴가를 궂은 날씨 탓에 망친다면 무척 당혹스럽다. 그것도 모처럼 나선 외국 여행에서라면 자신의 박복(薄福)을 한탄하는 수밖에 없다. 이달 초 떠났던 아내와의 바캉스가 꼭 그랬다.목적지는 팔라완이었다. '필리핀 최후의 미개척지'답게 청정자연에서만 서식한다는 반딧불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하 강'(Subterranean River)이 유혹했다. 하지만 연일 비가 내리면서 일정은 모두 취소됐고 시원한(?) 바다에서 물놀이만 하다 왔다.팔라완이 국제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남사군도(南沙群島)에서 가장 가까운 필리핀 최서단 국경이란 점도 내 발길을 이끌었다. 스프래틀리군도(Spratly Islands)라고도 하는 이곳은 중국·필리핀·대만·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한다. 미국 브랜드인 갭(GAP)은 얼마 전 남사군도, 대만 등이 제외된 중국 지도를 그린 티셔츠를 출시했다가 중국 누리꾼들의 항의에 혼쭐이 나기도 했다.그런데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보다 훨씬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 카누 경기에서다. 지난 26일 드래곤보트 500m 여자 결선에서 남북은 종합스포츠대회 사상 단일팀 첫 금메달을 합작했지만 국기 게양대에는 독도가 누락된 한반도기가 걸렸다.물론 앞서 18일 개회식 공동입장 때 남북 기수가 들었던 한반도기에서도 독도는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역시 독도가 표기되지 않은 한반도기를 썼다. 이에 드래곤보트 금메달리스트들은 독도가 있어야 할 자리에 흰 테이프를 붙인 한반도기를 들고 시상대에 올라 무언의 항의를 했다.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국력이 약하다는 방증일 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평창올림픽 당시 '정치적 행위'라며 사용을 금지하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도 이번에 남북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도가 자국 영토라고 우겨 전략적으로 국제 분쟁으로 만든 일본의 꼼수가 스포츠 외교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일본 정부는 28일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14년째 반복한 올해 방위백서를 각의에서 채택했다. 백서는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된 채로 존재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지난 15일 도쿄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취임 이후 6년 연속으로 공물료를 납부, 공분을 자아냈다.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일본의 도발에 매번 '깊은 우려'만 표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가가 앞장서 강력한 대응을 하고 민간도 함께 노력해 국제사회에 우리 입장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표명한 대로 2030년 월드컵을 남북이 공동 개최하고, 대구경북 체육인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2030년 아시안게임 지역 유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한반도기를 국기 게양대 가장 높이 올리고도 찝찝한 기분을 털어낼 수 없을 것이다. 제108주기 경술국치일(庚戌國恥日)을 보내며 가슴이 답답하다.

2018-08-30 05:00:00

김수용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답 없는 대입 제도

전문직에 종사하는 한 지인이 고가의 자동차를 구입했다. 고급답게 옵션도 수백 가지란다. 심지어 핸들의 가죽 종류와 색상, 가죽 꿰매는 실 종류까지도 지정할 수 있단다. 어떤 옵션을 택했는지 꼼꼼히 물어주었다. 그러자 지인은 이렇게 답했다. "그냥 잘 나가는 모델로 주문했어. 고르는 것도 한두 개라야 즐겁지. 하다 보니 골치 아파서."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됐다. 어쨌든 시끌벅적하던 사안의 결론이 내려졌으니 일단락인 셈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일의 한 단계가 끝났을 뿐 종국의 결과를 도출한 것은 아니다. 물론 대한민국 입시제도에 마지막 결론이란 게 과연 있을지조차 의문이지만. 정작 입시제도를 논하면서 학생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 집단들이 목소리를 높였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바뀐 정권의 교육부는 지난해 입시제도 개편을 얘기했고, 잔뜩 기대하던 학부모들에게 1년간 유예라는 카드를 꺼내 들어서 한 차례 실망감을 주었다. 이후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로 공을 넘겼고, 다시 국가교육회의를 거쳐서 교육부로 다시 돌아왔다.정말이지 오랜 기간 고민과 숙려 끝에 내려진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교육부의 결정은 '권고'. 보다 단순하고 객관적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개편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1년 넘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대학 마음대로'다.교육부는 수능 위주 전형, 즉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대학에 권고하기로 했다. 정부 재정 지원 등을 이유로 권고를 따라야만 하는 대학은 35곳인데, 이미 수능 비율을 30% 넘긴 대학이나 공학·예술·종교 등 특화대학을 제외하면 이마저도 20개 대학이 안 된다. 사실상 권고여서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대학을 제재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른바 잘나가는 대학들은 대입 전형료 수입만으로도 건물을 지을 정도라는데, 정부의 재정 지원 카드가 먹힐 리 만무다.애초에 대입제도 개편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너무도 복잡한 입시제도를 조금은 단순화해보자는 취지였다. 대학들이 입시의 주도권을 쥐고는 깜깜이 전형을 하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결과에 수긍할 수 있는 제도로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자기소개서 한 편 써주는데 수백만원을 받는 기형적인 입시 사교육 시장을 개선해보자는 것이었고, 학생부종합전형이든 논술이든 응시자가 왜 떨어졌는지 명확히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정부의 대학입시제도 개편 큰 그림은 '대입의 고급화'였나보다. 앞서 고급 차일수록 선택사양이 많아지듯이 수시와 정시에서 학생 선택권을 많이 주면 좋은 입시제도라고 교육 관계자들은 생각하는 모양이다. 가뜩이나 수시도 복잡해서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정시까지 고루고루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니 말이다.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선택권은 수험생이 아니라 대학이 쥐고 있다. 몇 년 뒤에 나올 입시요강에서 '우리 대학은 이런저런 과목을 좋아해'라고 발표하면 그걸로 끝이다. 결국 돌고돌아 대학 좋은 일만 시켰다. 그것도 수도권의 잘나가는 대학들만. 기대했던 국민들만 바보가 됐다.

2018-08-23 05:00:00

홍헌득 편집부국장

[데스크 칼럼] '함께 시원한' 여름을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가 지난주였고 오늘은 말복이다. 불볕더위는 여전히 기승이다. 태풍이라도 와서 좀 식혀 주면 좋으련만, 죄다 한반도를 비껴간단다. 다음 주면 처서(處暑). 올여름이 이렇게 마무리되려나 싶기도 하지만 8월 말까지 무더위가 계속될 거라는 예보도 있었다.정말 여름다운 여름이다. 짧은 장마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폭염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폭염열대야 일수가 기존 최고 기록인 지난 1994년을 넘어섰다고 한다. 큰딸이 태어난 그해 가마솥더위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그 힘들었던 여름이 올해 또 한 번 재현되었다.낮엔 사무실에서 '피서'를 한다지만 퇴근해 집으로 가면 사정이 다르다. 아내는 여전히 에어컨을 틀지 않고 선풍기로 버티고 있다. "왜 이러고 있어? 에어컨 좀 틀지 않고." 짜증을 내보지만 요지부동이다. "전기료 무서운 줄 모르는 양반일세? 물 한 바가지 뒤집어쓰고 가만히 누워 있어 봐요, 견딜 만하지. 애도 아니고 그 정도도 못 참아요?" 핀잔만 돌아온다. 다른 집들도 별로 다르지 않았으리라. 전기료 누진제가 문제였다. 올여름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더 끌어올린 주범.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뜨거웠다. 국민들의 원성이 폭발 직전이었다. 8월 둘째 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진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법안을 발의하고, 국민들의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뒤늦게 전기료 감면 대책을 발표했다. 한 가정에 1만~2만원 정도 인하 효과가 있다고 했지만, 10만~20만원 넘는 전기료 폭탄을 맞게 된 가정에서는 '새 발의 피'라며 볼멘소리다.하지만 정작 문제는 따로 있다. 이번 조치가 올해에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는 거다. 정부는 내년 이후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요구가 누진제 자체에 대한 개편인데도 정부는 중장기 과제로 연구하겠다고만 한다. 누진제를 완화했을 경우 국민들의 전기 사용량이 늘어날까 걱정이고, 전기 예비율이 더 떨어질까 불안하다. 그런 고민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아껴 쓰자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형평성을 갖지 못한다면 문제다. 며칠 전 카센터에 들렀다. 서늘할 정도로 고객 대기실이 시원했다. 22℃에 맞춰져 있었다. 대낮인데도 천장엔 수십 개의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사장님한테 물었다. "전기요금이 만만찮겠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저희들은 산업용이라 많이 안 나옵니다." 부럽기도 하고 슬며시 부아도 났다. 우리나라 전기 소비의 현실이 이렇다.전기요금이 무서워 냉방을 못하는 가정의 국민은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긴팔 옷을 덧입어야 할 정도로 냉방을 하고, 문을 열어둔 채로 영업을 한다.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온난화에 따라 앞으로 폭염은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폭염 기간 전기료 감면 법제화와 함께 소비의 형평성을 고려한 누진제 개선 문제는 이른 시일 내 공론화해야 한다. 여름이 끝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또 묻혀 버릴까 두렵다. 내년 말복에 또 똑같은 소리를 하며 열 올리고 싶지는 않다.

2018-08-15 12:48:54

김병구 경제부장

[데스크칼럼] 대구은행, 과거의 영광과 위상 되찾기를…

대구은행은 몇 안 되는 지역의 알짜기업이다. 지역민들이 느끼는 친화도가 남다르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상당하다. 그런 만큼 대구은행의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역사회의 요구는 정당하다는 게 지역민들의 생각이다.지역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일련의 '대구은행 사태'를 지켜보면서 지역민들의 애정과는 괘를 달리하는 대구은행의 구조적 허술함을 절감하고 개탄을 금할 수 없게 됐다.지난 달 임원 인사 이후 불거진 이전투구를 바라보면서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다.김태오 DGB 금융지주 회장이 '인적 쇄신과 혁신'이란 명분을 내걸고 단행한 인사에 대해 일부 퇴진 임원들은 맹렬히 반발했다. 이들은 ▷쇄신을 빙자한 특정학교(대구상고) 출신 죽이기 ▷특정학교(경북고) 출신인 김 회장과 노조 간부의 새로운 인맥 구축 등 2가지를 인사 부당성의 요인으로 꼽고 역공을 폈다. 그러면서 임원 임기를 채우지 못한데 따른 거액의 보상금과 자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구은행 내부의 또 다른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퇴진 임원들의 이 같은 반발은 인사 불이익에 대한 불만과 함께 순혈주의를 바탕으로 한 대구은행 특유의 조직문화도 한 몫 했다는 게 은행 안팎의 해석이다. '대구은행 출신도 아니면서, 내부 인적 구성에 대한 이해도 없으면서 일방통행식 인사를 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그것이다.거꾸로 대구은행 조직문화에 대한 김 회장의 불신도 그에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임원들이 임기 부족분을 대가로 수억 원을 훨씬 웃도는 무리한 보상금을 요구한 것은 사익에만 매몰된 채 임원으로서의 책임의식을 방기한 행태라고 보는 시각이다.그동안의 대구은행 조직문화와 관행에 대한 김 회장 측의 비판적 인식은 지난 달 경주에서 열린 '2018 하반기 전국 부'점장회의'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김 회장은 320여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3년 전 전략 부재에 따른 경남은행 인수 포기 ▷학연'지연에 얽힌 인사 관행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을 비롯한 고질적 병폐 등에 대해 강도 높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이 이처럼 강한 질책과 함께 반성을 요구하는 장문의 원고(약 10분 분량)를 준비해놓고도 정작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은 채 황병욱 부행장이 대신 읽도록 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김 회장의 인적 쇄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는 고질적 병폐를 일소하지 않는다면 대구은행이 그동안의 불미스런 사건을 말끔히 털어내고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대표기업으로 거듭나는 일은 요원할 것으로 판단된다.지연'학연을 기반으로 한 순혈주의, 불투명한 인사로 고착화된 파벌주의, 임원들의 책임의식 부재 등이 바로 대표적이 병폐라고 하겠다.대구은행이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투명'윤리'책임경영을 정착시킨다면 인사권자가 '비리 폭로'라는 내'외부의 엄포나 협박에 굴하거나 개의치 않고 변화와 혁신을 구현해나갈 수 있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든다.모쪼록 대구은행이 과거의 영광과 위상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2018-08-09 18:11:33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발등에 불

발등에 떨어진 불은 무섭다.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겐 벼락치기 공부로 밤을 새우게도 하고, 결과물을 내야 하는 직장인들을 진절머리 나는(?) 회사에 밤늦게까지 꼼짝없이 붙잡아두기도 한다.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았던 저력과 실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이는 보름 전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월드컵만 손꼽아 기다렸던 국민을 텔레비전 앞에서 떠나게 했던 1차전 스웨덴전에서의 한국대표팀과 투혼을 발휘하며 국민을 감동시킨 3차전 독일전에서의 대표팀은 같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경기를 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 역시 발등의 불이었다. 3차전에서마저 지면 졸전 끝 3패, 역대 최악의 경기와 성적을 내고 귀국할 수밖에 없어 그 후의 모습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뻔했다.지역의 대표 프로 스포츠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FC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K리그1 전반기 14경기에서 1승밖에 거두지 못했던 대구FC가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3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1부리그(K리그1)에서 2부리그(K리그2)로 강등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리그 12위, 꼴찌로 전반기를 마쳤던 대구FC는 지금도 여전히 꼴찌이긴 하지만 반등 가능성은 전반기보다 훨씬 높은 건 사실이다. 월드컵 휴식기 동안 여름 이적시장에서 외국인 공격수를 저인망식으로 탐색한 뒤 물갈이하고 국내 공격수도 보강하는 등 2부리그 추락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썼기 때문이다.지난해 1부리그로 승격한 대구FC는 지난 시즌에도 전반기에는 2부리그 강등권인 최하위권을 맴돌다 외국인 공격수 교체라는 강수를 둔 뒤 후반기 대반격에 나서 강등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8위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리그를 마무리하기도 했다.삼성 라이온즈 발등에 떨어진 불도 만만찮았다. 7~9위를 오가며 3년 연속 9위라는 위기를 맞았지만 후반기 들어 가을야구가 가능한 5위(7월 31일 현재)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역시 발등에 떨어진 불의 위력이었다. 삼세번. 올해까지 9위 성적을 냈다면 '삼성 왕조 몰락'을 공식적으로 공표하는 거나 다름없었다.구단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감독 교체 요구까지 빗발치는 위기의 순간, 숨겨 놓았던 발톱을 드러내며 상승 곡선을 탔다. 올 전반기 90경기에 39승 2무 49패를 기록했던 삼성은 후반기 들어 지난달 31일 현재 13경기에서 9승 1무 3패를 기록하며 순위와 분위기를 완전 반전시켰다.물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 투혼과 뒷심을 발휘해 순위를 반등시키는 것도 짜릿한 묘미가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바닥을 헤맨 지역 프로스포츠 구단들의 성적 탓에 우울해하고 애를 태웠던 팬들을 위해 가끔은 처음부터 잘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프로 스포츠구단이 해야 할 팬 서비스 중 하나다.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 잘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도 잘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내년엔 시즌 초부터 잘나가는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FC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정들었던 체육부를 떠나며 가져본다.

2018-08-01 19:07:58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 칼럼] 우수리스크의 들꽃, 불꽃

최근 러시아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로 문화탐방을 다녀왔다.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11기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으나 고려인의 이주 역사와 항일독립운동사를 접하고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연해주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던 두 곳은 조국을 되찾기 위해 애쓰던 고려인 애국지사들의 발자취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연해주의 고려인 후손들은 '들꽃'으로 오로지 살아남겠다는 강박한 신념으로 파란만장한 시련의 길을 헤쳐 왔다. 구한말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항일투쟁을 전개한 연해주의 '불꽃'들은 광복의 주춧돌이 되었다.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 방향 112㎞ 거리에 우수리스크가 있다. 우수리스크는 도시 인구의 10%가 고려인으로 '러시아 고려인의 메카'로 불린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근거지이자 최초의 임시정부가 결성된 지역도 바로 우수리스크다. 이곳 연해주의 대표적인 항일운동가 최재형 선생이 있다. 독립운동사에 '최재형'이란 이름은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도 그는 없다. 이토 히로부미의 동선 정보를 파악하고, 거사 자금을 건네고, 권총을 구해서 은밀히 안중근 의사의 손에 쥐여 준 최재형. 그는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의 적극적인 후원자였음에도 안중근 의사만큼 부각되지 못했다. 최재형 선생은 연해주 고려인들에게 '페치카'라 불렸다. 페치카는 러시아어로 난로라는 뜻으로 그는 동포들에게 가장 따듯한 사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에서는 추앙받는 독립운동가지만 우리에게는 잊힌, 아니 기억조차 없는 인물이다. 정부는 1962년 최재형을 안중근 등과 함께 유공자로 서훈했지만 대우는 그에 못 미쳤다. 러시아(구 소련) 국적이었기 때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묘소 대신 위패를 국립묘지에 모신 것도 2015년이 돼서다.우수리스크에는 또 다른 항일독립운동을 한 이상설 선생 유허비가 있다. 이상설 선생은 1906년 북간도 용정에서 서전서숙을 세워 교육을 통한 국권회복운동을 펼쳤고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이준 열사, 이위종 선생과 함께 헤이그 밀사로 파견돼 독립운동을 하였다. 1917년 46세로 생을 마쳤는데 그의 유언에 따라 유해를 수이푼강에 뿌렸다. 강변에는 이상설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우수리스크에서 최재형, 이상설 선생의 활동을 접하고 나서 목숨을 내걸고 독립운동을 한 그분들을 그동안 알지 못한 사실이 부끄럽고 죄스러웠다.때마침 이달 초 경북도는 러시아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 후손 12명을 초청, 독립운동의 성지인 경북도 방문 행사를 가졌다. 방문단에는 최재형 선생의 6대손 최일리야 양과 만주와 연해주에서 무장독립운동을 한 김경천 선생의 증손자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2천215명)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성지인 경북에서 이런 행사가 열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2019년은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2020년은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순국 100주기가 되는 해이다. 모진 땅에서 피어나는 들꽃처럼 그 강한 생명력으로 조국 독립이라는 아름다운 들꽃을 피우고 막막한 광야에서 삶의 불꽃을 환하게 피워 올린 고려인들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본 "너는 조국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는 글귀가 있는 앞산 낙동강승전기념관 의병장 그림이 새삼 떠오른다.

2018-07-25 17:42:55

김교영 편집부국장

[데스크 칼럼] 내 삶을 위한 정치

정치는 내 삶을 지배한다. 수많은 저서와 역사는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치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이 팽배하다. 지방의회 무용론도 나온다. 누가 대통령, 시장, 도지사가 되더라도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정치가 내 삶과 세상을 바꿔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는 가부장적 권위를 고집한다. 고착화된 양당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견제받지 않는 거대 정당이 한국 정치를 장악하고 있다. 거대 정당은 그 자체가 기득권이다. 양당제 아래에선 신진 정치 세력이 진출할 수 없다. 청년, 여성, 근로자, 장애인 계층은 공천받기 힘들다. 정권 교체만 있을 뿐, 정치 교체를 기대할 수 없다.양당제는 소선거구제에서 비롯된 병폐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선거구제는 표심을 왜곡한다. 소선거구제로 치르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살펴보자. 지역구에서 1등으로 당선된 의원들로 253석을 채운다. 나머지 47석(비례대표)만 정당 지지율에 따라 분배된다. 승자 독식 구조다. 이런 제도에서는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기 힘든 소수 정당이 의석을 갖기 힘들다. 소수 정당은 정당 지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의석을 가질 수밖에 없다.6·13 지방선거에서 양대 정당은 전국 광역의회 의석을 싹쓸이했다. 더불어민주당(79.13%), 자유한국당(16.63%)의 광역의회 의석 점유율은 95.76%이다. 대구시의회의 경우 의석은 30석(지역구 27명+비례대표 3명). 더불어민주당이 5석, 자유한국당이 25석을 가져갔다.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35.78% ▷자유한국당 46.14% ▷바른미래당 10.78% ▷정의당 4.34% ▷대한애국당 1.32% ▷녹색당 0.65%이다. 비례대표 의석이 더 많았다면 표심 왜곡이 줄고, 소수 정당 진출도 가능했을 것이다.6·13 지방선거 이후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일고 있다. 특정 정당의 의회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직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선거제도 개혁은 오래전부터 논의됐다. 하지만 거대 정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바꾸지 못했다.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5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일종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선관위 안은 이렇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현행 47석)으로 늘리자는 방안이다. 권역별로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한다. 예를 들면 서울 권역의 총의석수가 60석이라 가정하자. A정당이 서울에서 50%의 정당 지지율을 얻었다면 A정당에 30석을 배정한다. A정당의 지역구 후보가 18명 당선됐다면 나머지 12명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선관위 안은 당시 학계와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으로부터 합리적 방안이란 평가를 받았다.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표를 줄이고 다당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다당제는 정당의 정책 경쟁을 유도한다. 또 정권의 독주와 거대 정당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다. 현 선거제도에서는 정당이 지역구 공천을 할 때 후보의 당선 가능성부터 판단한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이 정책을 공약하고, 거기에 합당한 후보들을 공천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을 갖추면 정치는 좀 더 시민과 가깝게 된다.좋은 정치는 거저 오지 않는다. 시민들의 지혜와 개입의 산물이다.

2018-07-19 05:00:00

전창훈 디지털콘텐츠팀장

[데스크 칼럼] '갓튜브' 세상에서 아이 키우기

"아빠, '보겸' 몰라?" 얼마 전 초등학생인 딸과 대화를 나누다 요즘 인기 있는 동영상 이야기가 나왔다. 딸은 또래 사이에 '보겸'이라는 유튜버가 중계하는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 영상이 '핫'하다고 했다.게임 플레이 영상을 주로 올리는 이 유튜버는 최근 구독자 수만 230여만 명으로 게임 유튜버 중 1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에다 한 해 수입만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바야흐로 '갓튜브'(God과 Youtube 의 합성어) 세상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그렇다. 어른들이 네이버를 통해 정보와 오락 등을 충족했다면 요즘 세대는 유튜브를 통해 이를 해결한다. '아이는 부모가 낳고 유튜브가 가르친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할 정도다.유튜브의 위력은 'Z세대'(1995~ 2009년에 태어난 세대)에 잘 나타난다.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다. 또 TV보다 유튜브의 1인 방송을 선호한다.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가 연예인이 아닌 유튜버라는 조사만 봐도 유튜브의 영향력을 실감한다.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앱 조사기관 와이즈앱이 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을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유튜브 총 사용 시간은 257억 분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쓰는 모바일 앱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사용 시간은 179억 분, 네이버 126억 분, 페이스북 42억 분에 머물렀다. 'Z세대'의 유튜브 사용 시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기준 10대들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127억 분으로 카카오톡(43억 분), 페이스북(33억 분), 네이버(23억 분)를 모두 합한 시간보다 길다.주목할 것은 이런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3월만 해도 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한 달에 카카오톡 189억 분, 네이버 109억 분을 사용했고 유튜브는 79억 분에 불과했다. 2년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무한질주하는 유튜브를 보면서 부모로서 걱정거리가 더 생겼다. 유튜브 속 수많은 가짜 정보나 유해성 콘텐츠 등에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서다. 그리고 개인 유튜버들이 제작한 영상 중에는 비속어나 욕설 등이 거리낌 없이 나오는 것이 많다.한 예로 '앙기모띠'를 들 수 있다. 최근 초등학교 교실에 가면 '앙기모띠'가 유행어처럼 쓰인다. 이 용어는 한 인기 유튜버가 전파한 것으로 기분 좋다는 일본어 '기모찌'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문제는 이 용어가 일본 음란 동영상에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유튜브 영상에서 나오는 부적절한 표현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적잖다. 비슷한 주제 영상이 이어지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정보 편향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그렇다고 유튜브를 무작정 규제하고 비난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유튜브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고 정보와 오락 창구로, 학습의 장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유튜브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도 많다.어른들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유튜브의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개인에게만 맡길 문제도 아니다. 민관 가릴 것 없이 방법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튜브를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하도록 만들까. 이 물음은 유튜브 세대를 키우는 우리 어른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2018-07-11 16:52:58

[데스크 칼럼] 서러운 '원전 경북'

남북·북미 정상회담에다 지방선거, 그리고 월드컵까지…. 지난 몇 달 사이 우리 국민들 앞에는 드라마 같은 일들이 잇따라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그중 백미를 꼽으라면 단연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의 도보다리 벤치 회담이다. 하늘색 다리 위에서 새울음을 배경음 삼아 밀담을 나누는 두 정상의 모습은 무성영화 속 주인공 같았다.두 정상 간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금세라도 통일이 이뤄질 것 같은 희망에 온 국민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있다.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의 입에서 확실하게 나온 말은 비핵화도 통일도 아닌 '발전소 문제'였다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입 모양을 자세히 분석한 결과 '전기', '발전소'라는 단어가 분명하다는 거다.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대가로 '전기'를 요구한 게 분명해 보인다. 취임 전부터 탈원전을 주창하던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다소 '뜨악'했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요구(?) 때문인지 한때 청와대가 탈원전 출구전략을 짜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최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으로 소문에 그치는 모양새다.가장 손쉽게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원전은 문재인 정부 들어 빠르게 시동이 꺼져 가고 있다. 원전 전문가들을 인사 조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단다. 불과 1년 새 벌어진 일이다.최근 들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등 탈원전 시간표까지 앞당겨지고 있다. 24개 원전 중 이미 8개가 멈춰 서 있다. 수십 년 동안 공을 들여 쌓아 놓은 수출생태계도 파괴되고 있다. 한때 원전을 수출하면서 '신의 축복'이라는 등 온 나라에 원전 찬가가 울려 퍼질 때를 생각하면 상전벽해다.문제는 경북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사업 중단으로 경북에서 10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연인원 1천20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경북도가 원전가동 중단 및 신규원전 건설 중단에 따른 원전의 지역 사회경제적 비용 분석에 따른 결과다.13조원 규모의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발목이 잡힌 상태다. 값싼 전기를 공급해 우리나라 산업에 영양분을 공급해왔던 경북으로서는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그동안 경북은 원전의 메카이자 원전 인재의 산실이었다. 경북 동해안에는 국내 가동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가 있고 울진군에는 2기가 건설 중이다. 2012년부터 본격적인 원전 인재 양성에 돌입해 1천400여 명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도 했다.원전으로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려던 경북도 역시 다급해졌다. 당장 동해안 일대에 추진 중인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당선과 동시에 급히 동해안으로 달려가 대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원전 문제는 아무리 지방정부가 발벗고 나서더라도 해법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힘도 없을 뿐더러 현 정부의 탈원전 의지가 워낙 강한 탓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기에는 지역이 입는 피해가 너무 심하다.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단, 폐로 등 탈핵 정책에 대비한 원전해체산업 육성 및 유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그동안 경북에서 만든 전기가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으니 그에 상응하는 선물은 당연하지 않은가.

2018-07-04 18:40:56

이석수 교육팀장

[데스크 칼럼] 대구경북 미래교육 준비할 때다

대개의 사람은 '학교'라고 쓰고 '공부하는 곳'이라고 읽는다. 해석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학교는 입시를 준비하고 미래의 직업을 갖기 위한 기능적 공간으로 의미가 최적화된다. 학교에서는 공부해야 할 주어진 교육 과정이 강조되고 상급학교 진학 실적이 중요한 성취 척도가 된다.정보화 시대를 지나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더 깊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학자들은 정보나 지식의 양보다는 문제 해결력, 높은 창의력,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갈 역량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변혁 과정에서 우리 학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창의적이며 비판적이며 주체적인 인간을 길러내려면 지식 전달과 습득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데, 학교는 어떤 준비가 있는가?학생들은 온전한 배움과 성장을 하고, 학부모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교사의 보람과 긍지를 회복하며, 지역사회의 교육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학교발(發) 혁신'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민선 교육감 시대를 거치면서 교육부의 역할 재조정 논의가 공감을 얻고 있다. 교육부의 권한 중 유·초·중등교육의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행정의 주체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면 권한 이양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러한 권한은 다시 단위학교로 과감히 이양돼야 미래 인재를 기를 수 있는 학교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싹틀 수 있다.교육청이 정책을 수립하고 학교로 하여금 이를 수행하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교육청이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안을 연구해서 제시하는 '넛지(nudge) 행정'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따라서 교육청은 지역의 특성에 맞춰 교육의 방향과 원칙을 세우는 정책 전문기관이 되어야 한다. 사업이 아니라 정책을 생산하고 학교를 지원하는 일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는 '싱크탱크'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가 교육부 및 교육청의 최종 집행기구로 인식되고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되어선 교육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이제 7월부터는 대구 강은희 교육감, 경북 임종식 교육감 시대가 열린다. 새로운 교육감 모두 교육 개혁의 당위성과 미래교육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학생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1학급 2교사제 시범 도입, 창의융합 교육과정(IB) 및 소프트웨어메이커 교육, 학생 1인 창업 교육을 위한 경북 미래 메이커센터 설치, 수학문화관 건립 등을 공약했다.이러한 미래교육 또한 하향식 '제도적 강제'로는 학교 운영의 폐쇄성과 교육 활동의 획일성이라는 문제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바탕에 있어야 다양한 교육적 변주(變奏)가 가능하다. 제도, 법률적 지원이 따라야 하는 경우라면 교육청이 앞장서야 한다. 이상적이지만 한 아이를 위한 학교도 이런 자율성이 핵심이다. 권한에 따른 학교의 책무성을 따지는 일은 그 다음이다.아이들의 꿈과 끼가 미래 삶으로 연결되는 학교를 보고 싶다. 입시가 중요한 학생들에게는 수월성 교육을 펼쳐주고, 예체능 자질은 키워주며, 기능적 솜씨를 스스로 발전시키는 곳이 학교였으면 좋겠다. 기존 '특성화학교'의 확장에서 미래형 학교 모델을 찾아보면 어떨까. 또 각종 프로그램 형태로 운영되는 '대안학교'의 정규화도 미래교육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018-06-28 05:00:00

이상헌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포르투 알레그리의 추억

4년 전 오늘, 나는 브라질 최남단 포르투 알레그리의 어느 골목에 서 있었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이 남반구에 겨울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했다. 그 며칠 전까지 머물렀던 미국 마이애미의 찌는 듯한 날씨와는 확연히 달랐다. 축구 국가대표팀을 따라 경기장에 도착하기 전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행복의 항구'라는 도시 이름 덕분인지 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우리는 예선 2차전 무승 징크스를 깨지 못한 채 알제리에 무참히 졌다.얼마 전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청맹과니인 내 예상은 빗나갔다. 단순히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한쪽이 완전히 무너진 운동장'이었음을 몰랐다. 자치단체장·국회의원은 그렇다 쳐도 지방의회 구성은 '투표 혁명'이라 부를 만하다. 대선과 총선 사이에 놓인 지방선거는 원래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번엔 보수 야당을 심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돌개바람이 몰아쳤다. 다음에도 '돌이킬 수 없는' 민심 외면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1년 전 대선에서 완패했던 자유한국당에 반격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 선보인 비디오 판독(VAR)처럼 화면을 잠시 뒤로 돌려보자. 진보 진영의 갑질 외유·미투·드루킹 의혹, 여배우 스캔들에 위태로운 경제까지…. 그럼에도 한국당은 골문을 정확히 겨냥한 유효 슈팅을 제대로 날리지 못했다. 무시무시한 막말 공세는 몸부림치면 칠수록 숨통을 더욱 죄어오는 올가미였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나 표심은 디테일 대신 '반성'이란 큰 그림을 원했다.지난 2월, 나는 이 지면에 '리중딱 한야딱'이란 어쭙잖은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고백건대 '한국당은 야당이 딱'이란 의미로 적은 '한야딱'은 '한쫄딱'이었어야 했다.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아예 문 닫을지도 모르니 '한궤(멸)딱'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정치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6·13 대첩'을 거둔 여당도 자만할 일은 아니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이뤄낸 성과라기보단 상대의 헛발질에 따른 반사이익이 컸다. 옛말에도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水可載舟 亦可覆舟)고 했다.정부·여당이 '보수 탄핵' 이후 해야 할 일은 성급한 샴페인 터뜨리기가 아니다. 대통령의 "청와대·내각이 아주 잘해준 덕분"이란 선거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 취임 1주년에 밝혔듯 "음, 많이 달라졌어. 사는 게 나아졌어"란 말이 들려야 한다. 첫걸음을 뗀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평가는 이제 시작이다. 나라다운 나라, 특권 반칙이 통하지 않는 세상은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날지 못하는 앵무새 카카포(Kakapo)가 멸종 위기에 놓인 건 역설적이게도 천적이 없는 탓이다.'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 명예회장은 공대를 졸업했다. 27세에 창업했지만 손익계산서나 재무제표도 못 읽는, 경영에는 까막눈이었다. 그런 그가 새 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고민한 것은 '동기가 선한가?' 이 한 가지였다. 어쩌면 나라를 경영하는 위정자들의 숙제도 이뿐이지 않으랴. 국민을 위한 일인가? 나를 위한 일인가? 손익계산, 전략전술 따윈 이참에 버리자.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고상한 철학까지 들먹거리지 않아도 된다. 약간 수준 높은 인생관만 있으면 된다.다음 국회의원 선거는 2020년 4월 15일에 치러진다. 앞으로 665일 남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자못 궁금하지 않은가!

2018-06-21 05:00:00

김수용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이제는 민생이다

경제가 심상치 않다. 돈은 돌지 않고, 소득 격차는 심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고액 계좌가 6만2천 개에 이른다. 1년 만에 2천 개가량 늘었다. 이들 계좌의 전체 예금 규모는 500조원에 육박한다. 1년 전에 비해 33조3천160억원 증가한 것이다. 2014년부터 4년 연속 30조원대 수준의 증가세를 보였다. 2014년은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추진한 시기다. 은행 이자가 쥐꼬리 수준인데도 현금이 은행에 쌓여만 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경상소득 증가율(전년 대비)이 14.1%에 달했다. 나머지 80% 가구의 경상소득 증가율은 3.1%에 그쳤다. 그 차이는 11.0%포인트(p) 웃돌아 사상 최대의 격차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당시 소득 주도 성장을 기치로 내걸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서민들의 지갑을 채우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제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책 기조에 맞춰 1년여간 경제정책을 이끌어왔지만 오히려 소득 불균형은 더 심해지고 말았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 쌓여만 가는 고액 저축과 양극으로 치닫는 부자와 빈자의 소득 격차를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아니다. 이전 정권에서도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망설였고 신규 투자는 해외에 집중했다. 소득 불균형은 위험신호를 보낸 지가 하도 오래돼 언제부터 심각해졌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다. 기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지만 기업체 연간 부도율은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마저 어렵다고 재계가 앓는 소리를 내지만 30대 재벌들의 사내유보금은 883조원에 이른다. 물론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복지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살펴보자면 한숨만 나온다. 얼마 전 필자는 모 기관의 신입 직원 채용시험 최종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면접에 올라온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그 절박함과 간절함이라니. 한 나라를 다스리려는 지도자 또는 정치권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민생 안정'이다.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고 먹고사는 걱정없이 삶을 누리게 해줘야 한다. 지방선거는 끝났고, 민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누군가는 승리감에 도취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쓰라린 패배를 곱씹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기뻐할 것도, 너무 깊이 좌절할 것도 없다. 선거는 다시 돌아올 것이고, 그때 민심은 다시 냉철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팽배했던 긴장감도 다행히 한풀 꺾였다. 한때 전쟁 위기로 내몰렸던 한반도는 남북 간, 북미 간 정상회담을 통해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너무도 당연해서 식상할 정도지만, 민생에는 정말 여야가 없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의 편가르기는 당장 일자리를 걱정하는 청년들이나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한숨 짓는 서민들에게 아무런 메시지를 던지지 못한다. 기업과 자산가들이 선뜻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내일을 희망하는 나라로 바꾸어야 한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다시 오를 심판대를 두려워해야 한다.

2018-06-14 05:00:00

홍헌득 편집부국장

[데스크 칼럼] 달인과 승부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래의 달인이라는 것은 세계가 인정한 사실이다. 최근의 북미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는 차라리 그를 '거래의 현인' '거래의 신'이라 찬양하고 싶을 정도다. 경우에 따라 비열하기도 야비하기도 한 트럼프이지만, 거래와 협상이라는 분야에서만은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면 상대가 누구든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트럼프는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 나는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 그는 거래를 '즐기는' 자다. 시간을 지난 5월 하순으로 되돌려 보자. 김계관, 최선희 등 북한의 여러 인사가 나서서 잇따라 미국을 향해 비난과 욕설을 퍼붓자 트럼프는 이렇게 반응했다. '당신들이 보여준 극도의 분노와 적개심으로 인해 더 이상 대화를 지속할 수 없다'고, 그래서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할 것이라고 그는 김정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언제라도 마음이 바뀌면 전화를 하거나 편지하세요." 거래의 달인다운 카운터펀치였다. 그것도 중재자로 나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떠나자마자 내뱉은 폭탄선언이었다. 이후의 상황은 우리 모두가 지켜본 대로였다. 김정은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 공개서한이 발표된 지 8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바로 그다음 날부터 북한의 태도는 180도로 달라졌다. 북한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열심히 트럼프의 시간표에 맞춰 회담 준비에 임하고 있다. 트럼프의 다음 행보는 더욱 놀라웠다. 트럼프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미국의 심장 뉴욕으로 불러들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지막 담판을 하게 하는가 하면 백악관까지 '모셔' 김정은의 친서를 받았다. 백악관을 떠나는 김영철을 차까지 배웅해주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것이 그의 방식이다. 비즈니스맨으로서 트럼프의 진면목을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정상회담이 다시 제 궤도를 찾아 들어왔다. 그러니만큼 양측은 어떻게든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도 '빅딜'(big deal)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계의 이목은 싱가포르 센토사 섬으로 쏠리게 됐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이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일부라도 가급적 빨리 해외로 반출해 폐기하고 싶어 한다. 북한은 그들대로 계산이 있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덥석 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 체제 보장을 담보받기 위해 개발한 핵무기를 체제 보장도 받기 전에 폐기할 수는 없다. 싱가포르에서 예상 가능한 가장 유력한 빅딜은 바로 미국과 북한 간의 '종전선언'일 것이다. 아마 트럼프-김영철의 면담에서도 거론되었을 것이다. 한국으로서도 현 상황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최선일 터.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문제는 이후에 논의될 수 있는 문제이다. 모든 것이 착착 정해졌다. 날짜와 시간도 확정되었고, 회담 장소도 결정되었다. 이제 거래의 달인과 승부사, 두 지도자의 통 큰 거래만 남았다. 세계가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두 정상이 꼭 기억하길 바란다.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 평화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기 바란다.

2018-06-07 05:00:00

이호준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대구 축구 참사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개인적인 걱정은 아니지만 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스포츠 담당 부장을 하다 보니 생긴 직업병일는지도 모르겠다.올해도 지역 프로 스포츠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야구 하나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했던 시민들은 이제 '대구FC 축구만도 못한' 삼성 라이온즈 때문에 곱절로 우울하다고들 한다. 그래도 바닥까지 추락했던 삼성은 최근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순위 반등을 꾀하고 있고, 보는 재미도 더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앞서 말한 걱정거리는 크게 보면 지역 프로 스포츠의 동반 부진이지만 직접적으로는 대구FC 문제다. 대구FC의 현재 K리그1 순위는 12위, 꼴찌다. 남은 기간에 치고 올라가 준다면야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혹여 올 시즌을 이대로 끝낸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12위는 곧바로 K리그2(2부리그)로의 강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설사 한 단계 높은 11위로 마무리한다 쳐도 2부리그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해 강등될 수 있다.11위든 12위든 강등되면 대구FC는 내년엔 2부리그인 K리그2에서 뛰어야 한다. 십수 년 동안 벼르고 별러 겨우 성사시킨 축구전용구장이 올 연말 문을 여는데 말이다. 개장을 손꼽아 기다렸던 이 축구전용구장은 자칫 개장과 함께 2부리그 전용구장으로 활용될 운명과 직면할 수도 있다. 물론 2부리그 팀에 전용구장이 있다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내년 시즌 K리그1 홈 개막식을 축구전용구장에서 멋지게 치를 준비를 하고 있는 대구시와 대구FC의 장밋빛 계획도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실컷 지어놓았는데 찾아오는 이가 없어 유령구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보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게 하는 '화병 유발자'가 될 수도 있다.전용구장 자체도 문제지만 1천500여 명에 달하는 대구FC 엔젤클럽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2부리그에서 뛰더라도 대구FC를 지금 못지않은 열정으로 응원할 수도 있겠지만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처럼 대구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져 지역에 희망을 주고 있는 엔젤클럽까지 대구FC의 2부리그행과 함께 쪼그라들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이번 2부리그 강등은 지금까지의 강등과는 차원이 다르다.'대구FC 꼴찌-2부리그 강등-축구전용구장 외면-엔젤클럽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대구 축구 참사'를 막기 위해선 달리 방법이 없다. 답은 딱 하나다. 1부리그 잔류.물론 지금까지 1승밖에 챙기지 못한 꼴찌 전력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10위만 하면 된다. 물론 지난해처럼 8위나 올 시즌 목표였던 6위 내 상위 스플릿 진입에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10위는 해볼 만하다. 현재 10위 전남 드래곤즈와는 승점 5 차이기 때문이다. 10위 성적이 나쁘니 어쩌니 욕하는 것은 최소한 올해만큼은 사치다.이제 10위 내 진입을 위해 대구FC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다행히 월드컵이다. 월드컵 휴식기 동안 선수단을 재정비해야 한다.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믿고 더 기다려 줄 여력이 대구FC엔 없다. 대구FC를 K리그1에 잔류시킬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과감하게 영입해야 한다. 정신 재무장도 필수다. 올 시즌이 끝이라는 각오로 모든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이것만이 대구FC, 대구 축구가 살 길이다.

2018-05-31 05:00:00

[데스크 칼럼] 통일, 세 가지 회상

"한국에서 왔습네까?" 1991년 2월 중국 난징대(南京大) 앞에서 서성이던 대학생들 등 뒤로 북한 유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학생들은 경북대 학생회 간부들로 정부 모 기관에서 주최한 선진지 견학차 중국을 방문 중이었다. 복학생이었던 필자도 이들과 함께 9박 10일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1989년 임수경 방북 사건으로 비롯된 공안정국이 서슬 퍼런 당시에는 북한 유학생을 만난다는 자체가 불법(?)이었다. 두렵고도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들은 북한 유학생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날 짧디짧았던 남북의 만남으로 필자는 여행 내내 기관원(?)의 감시를 받는 고초를 겪었다. 귀국하면 큰일을 당할 거라는 엄포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불안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1991년 유난히도 추웠던 중국의 겨울처럼 남북통일은 아직도 멀고도 무서운 일이었다. "데모하러 왔지?" "아뇨, 통일운동 하러 왔어요." 1990년 8월 15일 서울 연세대에서 친구 따라 상경 집회에 참석했던 필자는 귀갓길에 연행되어 하룻밤을 경찰서에서 지내야만 했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는 1990년 8월 13일 판문점에서 남북해외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진행하는 범민족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연세대로 집결했다. 대표단은 8월 15일 판문점으로 향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대표단의 판문점행은 무산되었다. 1990년 무더웠던 여름, 통일은 여전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차디찬 경찰서 유치장에서 꾼 하룻밤의 꿈이었다. "대구는 왜 그리 보수적입네까?" 북한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 기자가 다가오면서 쓴소리를 내뱉었다. 필자는 2006년 11월 29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언론인 통일토론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분단된 지 61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남북 언론인 통일토론회라 통일의 물꼬를 트는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당시 한국기자협회보의 보도에서처럼 북의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린 토론회는 남북 언론인 교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북한 기자들은 한결같이 남측 언론에 대한 북측의 불신이 깊다고 얘기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언론 보도가 너무 편파적이다. 반북 기사가 너무 많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2006년 초겨울 금강산에서의 통일은 좀 더 가까이 왔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통일과 관련해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지만 내 머릿속에 뚜렷이 아로새겨진 몇 가지 기억이다. 남북통일은 필자의 학창 시절에는 포스터표어 대회와 글짓기 대회에서만 쓰던 단어였다. 늑대 탈을 쓴 괴뢰군이 나오는 만화영화 '똘이장군'을 보면서 배운 것은 북한은 때려잡아야 하는 원흉이라는 왜곡된 인식이었다.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온 때도 있었지만 학교에서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휴전 상태'라고 가르쳤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고 표어를 썼지만 동시에 북한은 빨갱이의 나라라고 배웠다. 가슴으로는 한민족이라고 하지만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 통일이고 북한이었다. 2018년 봄, 한반도와 7천500만 한민족 전체는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남북 정상회담은 신기루였다. 하지만 남북 정상과 국민의 마음이 합쳐지면서 꿈은 현실이 되었다. 판문점 도보다리를 걷는 두 정상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고 판문점 선언을 함께 발표하는 모습에서 평화의 새로운 시작을 느꼈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곧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우리 민족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2018-05-24 00:05:00

[데스크 칼럼] 다양성 존중돼야 열린사회

"북한은 이전에도 핵무기를 없앤다고 했다. 그 약속을 제대로 지켰나? 고모부를 고사포로 쏴 죽이고, 친형을 독살한 독재자를 어떻게 믿나." "아버지, 남북 정상이 만나 한반도에서 핵과 전쟁을 없애자고 합의한 것은 감격스러운 일 아닙니까?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을 만나서 대화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너무 냉소적으로 보지 마시죠." 서울에 사는 친구가 아버지와 나눈 대화다. 친구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이 계신 대구에 왔다. TV 뉴스를 보다가 아버지와 설전을 벌이게 됐다.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단다. 친구는 2016년 촛불집회에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친구의 아버지는 태극기집회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셨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터라 친구에게 어쭙잖은 조언을 했다. "전쟁을 겪고 반공을 신념으로 여겨온 아버지 세대의 경험과 생각이 우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자식들도 우리와는 생각이 다르지 않겠냐." 친구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리나라처럼 사회적 갈등이 심각할까"라며 한숨을 쉬었다. 친구의 의문에 대한 답이 될 만한 자료가 있다. 영국 BBC방송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설문조사('글로벌서베이: 분열된 세상') 결과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사회의 관용도를 가늠하는 항목에서 27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당신은 사회적 배경, 문화, 사고방식 등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관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20%만이 '매우 관용적'이라고 답했다. 27개국 평균(46%)의 절반 수준이다. 꼴찌는 헝가리. 이 나라는 유럽 난민사태 등의 여파로 우경화 성향이 짙다. 반면 난민 포용에 가장 적극적인 캐나다는 74%로 세계 최고 수준의 관용성을 보였다. 또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가장 큰 갈등 요인은 '정치적 견해차 갈등' (61%)으로 조사됐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불신은 27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인의 35%가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정치적 관점이 다른 집단'을 지목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갈등 조정에 손 놓고 있다.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 여야 대변인들의 논평은 막말 전쟁이다. 상식과 품위는 찾을 수 없다. 진영 논리로 이념 갈등을 부추긴다. '빨갱이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도 편 가르기가 심각하다. 끼리끼리만 소통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고 배제한다. 온라인에서는 상호작용 방식이 더 급진적이고 반복적이어서 파괴력이 크다. 우리는 다른 생각·다른 가치(다양성)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지 않다. 한국 사회는 해방 이후부터 정치권력의 필요에 따라 다양성이 억압돼 왔다. 일제강점, 전쟁과 분단, 군사문화, 독재 등이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시인 김수영은 "민주주의 사회는 말대답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가 있는 사회"라고 역설했다. 다양성의 가치는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다. 생물학적 다양성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획일적인 이데올로기로 강제됐던 '닫힌사회'에서 '열린사회'로 진보하려면 다양성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한반도에서 역사적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질적이고 낯선 것들과의 상생을 어떻게 이룰지 고민해야 할 때다.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비판적 의식과 성찰이 필요하다. 타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사유를 '단순한 생각함이 아니라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2018-05-17 0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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