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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진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신청사 입지, 시민들에게 맡기자

도쿄에 가면 신주쿠 고층빌딩 숲에서도 눈에 띄는 건물이 도쿄도청사다. 1991년 3월 완공된 이곳이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소가 된 것은 남쪽과 북쪽 타워에 각각 들어선 전망대 때문이다. 입장료가 무료인 45층 전망대에서 도쿄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매력적인 건물이다. 맑은 날에는 후지산까지 보이는 시원한 전경에, 밤에는 도쿄의 낭만적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단게 겐조(丹下健三)가 설계한 도쿄도청사는 부지 4만2천940㎡, 건평 2만7천500㎡, 총면적 38만1천㎡ 등 규모도 압도적이다.영국 런던의 타워 브리지 남단에 있는 런던시청은 2002년에 완공된 현대식 돔으로,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외관이 독특하다.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런던 고유의 느낌과 달리 시청 건물은 현대식이라 유독 시선을 압도한다. 특히 미래적인 건축물로 유명하다.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건축물로 지어져 과거 도시의 모습과 미래 도시의 모습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느낌을 준다. 타워 브리지, 런던 탑과 더불어 런던 관광 3대 명소다.2012년 새로 지은 서울시청은 도심 한복판 대규모 건물 전면에 파도 치는 형상의 유리를 덮은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특히 고층 만능주의를 떨치고 유려한 디자인을 도입한 점, 세계 최초로 청사 공간 10% 정도를 개방해 시민청으로 조성한 점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위에 소개한 3곳은 대구 시민이 신청사를 지을 때 벤치마킹해야 할 곳으로 선택한 곳이다. 최근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가 온라인 투표시스템을 통해 '대구시 신청사는 어느 지역의 시청처럼 건립됐으면 좋겠습니까'라는 물음에 1천494명의 대구 시민이 응답한 결과다. 시민들은 또 미래 대구시청 신청사 이미지로 ▷상징·랜드마크·명소 ▷휴식·문화·공원 ▷친근·함께·접근·소통·편안함 등을 꼽았다.시민들이 이런 요구를 한 이유는 현재 대구시청은 너무 낡고, 대구의 미래를 상징하기엔 모자라며, 일을 처리하기에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1993년 준공한 대구시청사 연면적은 고작 2만5천㎡다. 전국 8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비좁은 청사로, 대한민국 3대 도시로서의 위상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낡고 좁은 공간 문제 때문에 지난 2004년 이후 15년간 청사를 이원화하면서 업무차 시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본관, 별관으로 옮겨 다니며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옆 동네 부산만 해도 1998년 이전·신축한 부산시청(지하 3층~지상 26층, 연면적 13만1천590㎡)은 3만9천797㎡ 규모의 시청광장을 마련했다. 시민광장, 동백광장, 녹음광장, 등대광장, 잔디광장을 구성해 사랑받고 있다. 시청사 규모만 대구시청의 5배가 넘는다.이런 까닭에 대구시는 올해만큼은 반드시 입지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다시 한 번 신청사 건립에 나섰지만,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과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한 정치적 입김 등으로 삐걱대고 있다. 지난달 신청사를 주제로 한 대구시민원탁회의에 일반 시민이 아닌 지자체 공무원들이 유치를 위해 대거 참석하는 등 빗나간 열정으로 시민원탁회의의 취지를 거슬렀다는 소식에 실소가 나온다.정정당당하게 유치를 홍보하고, 마지막 결과에 승복하는 기본에 충실했으면 한다. 또 대구시와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도 모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할 룰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청사 입지는 제발 대구 시민들에게 맡겨두자. 일부 정치인들이 왈가왈부하며 물을 흐리기엔 너무나도 중요한 사안이다.

2019-08-08 06:30:00

이석수 선임기자

[데스크 칼럼] 다시 고개 드는 '추억의 감염병'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한 중증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발열과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초기 증세를 보인 사스는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며 몇 달 만에 중국 대륙을 넘어 인근 국가로 확산됐다. 중국에선 5천300여 명이 사스에 감염돼 349명이 숨졌다. 사스 감염을 두려워한 중국 의료진들이 도망치는 일까지 벌어졌다.세계는 이 낯선 질병 공포에 떨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사망자 없이 3명의 감염자만 발생해 국제사회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변국에 비해 한국인의 사스 감염 비율이 낮은 이유가 김치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중국에선 한때 김치 열풍이 일기도 했다.국내는 이듬해인 2004년 조류인플루엔자,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라는 감염병이 유행했다. 그러다 2015년 5월 사스의 사촌 격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여럿이 모이는 행사는 취소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추억까지 빼앗았다. 당시 전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시달리며 186명의 확진 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냈다.사스는 세계적으로 8천여 명이 감염돼 그중 770여 명이 사망해 10% 가까운 치사율을 기록했다. 주로 중동지역이 발병 거점인 메르스는 치사율이 사스보다 최대 4배까지 높았다.'인류의 역사는 전염병의 역사'라고 한다. 14, 15세기 흑사병 페스트가 휩쓸어 유럽을 중심으로 7천500만 명이 숨졌고, 1918년 처음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2년에 걸쳐 최대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과거 역병이 돌았다하면 기본이 1천만 명 단위였다.현대에 들어서도 1968년 홍콩독감으로 100만 명, 러시아 콜레라 80만 명, 2009년 신종플루가 20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과거 전염병이라 불린 '감염 질환'은 새롭게 등장하고 있으며, 웬만한 전쟁보다 많은 희생자를 유발한다.감염 질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생명 복제가 가능한 만큼 과학적 진보를 이뤄내도 사스와 메르스 파동에서 드러나듯 전염병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홍역, 백일해, 소아마비 등 1950~80년대 예방백신 도입 이후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줄거나 퇴치 수준까지 갔던 '추억(?)의 감염병'이 국내외에서 재유행하며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 국외 유입 감염병은 2010년 이후 해마다 400명 안팎으로 신고되다가 최근 1, 2년 새 급증세를 기록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퇴치 인증'을 받았던 홍역은 해외여행, 외국인 입국 등을 통한 국외 유입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산발적 홍역 발생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언제든 토착화할 수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게 보건 당국의 입장이다.저개발 국가에서 많이 나타나는 A형 간염 환자도 올해 벌써 1만 명을 넘겼다. 취약 계층은 20~40대 환자라고 한다. 20대 이하는 A형 간염 예방백신 접종이 1997년부터 의무화되면서 항체를 지니고 있고, 50대 이상은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 자연면역이 많다는 것.지난해 말 대구 몇몇 종합병원은 홍역 환자로 홍역(?)을 치렀다.이들 병원에 걸린 '동구 주민 분리 진료한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예방 분야 교수가 혀를 끌끌찼다. "동구 주민 떼놓는다고 홍역이 줄어들까요?"깨끗한 환경이 면역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위생의 역설'이 추억의 질병을 소환하는 것이 아닐까? 백신 접종이 근본 예방법이라고 한다.

2019-07-31 10:18:54

석민 선임기자

[데스크 칼럼] 하이퍼 글로컬 시대, 청년과 대구경북학

하이퍼 글로컬 시대의 도래는 생소한 듯하지만 현실의 한 단면이다. 각종 SNS는 이미 국경을 허물어 버렸고 직원 3, 4명의 지방 벤처기업조차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기획한다. 로컬(지방)에서 서울(중앙)을 거치지 않고 전 세계와 직접 교류·소통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지방민을 서울·수도권에 뒤이은 3류 시민으로, 지방의 산업을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의 하청 구조 또는 수도권에 뒤진 열등한 기업군으로만 인식하는 데 익숙한 분들에게는 퍽이나 낯설다. 더군다나 하이퍼 글로컬 시대 지방민은 곧 세계시민이다.그러나 또 다른 지방의 엄혹한 현실은 소외되고 외면받는 3류 시민으로서의 지방민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지금은 혁신성장·포용성장으로 외투를 갈아입었지만) 정책은 그 의도와는 반대로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계층과 지역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대구경북 시도민이 그 최대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것은 대구경북 산업구조의 취약성과 지리적 소외(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경쟁력 약화 요인) 탓이다.사실 현재의 어려움보다 더 큰 고통은 '내일의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의 청년, 특히 대구경북 청년이 겪는 상실감과 암담함·박탈감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복학왕의 사회학(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에서는 지방 대학생의 내면을 '적당주의' '알지 않으려는 의지' '가족만이 최고의 가치' 등으로 분석했다. '어차피 해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간파했다.3류주의에 빠진 우리의 청년을 어떻게 대구(경북)에 사는 글로벌 세계시민으로 바꿔 갈 수 있을까. 올봄 경북대와 계명대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한 지역학(대구경북학) 강의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세계화와 정체성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했다. 자기 정체성과 세계화가 균형 있게 형성·발전하지 않으면 세계화는 비극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지금 지방 청년은 '국가 중심의 중앙적(서울) 획일화' 함정에 빠져 있다. 그래서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3류 시민이고, 실패한 인생이 된다. 대구경북학 강의는 지역의 역사·경제·사회·문화·행정 등에 대한 체계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꾼다. '서울 중심 획일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기초를 닦을 수 있게 돕는 셈이다. 대구(경북) 청년이 지역을 자신의 경제·사회·문화 활동의 주요 단위로 인식하고, (공간, 문화 감성, 시대 가치, 생활 실감 등을 통해) 지역과 개인 간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지역에 대한 감각의 다양화가 생겨나게 되고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청년들의 자기활동이 일어난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대구(경북) 청년'은 '글로벌 세계시민'으로 재탄생한다. 세계가 그들의 무대이고, 지역에서 세계를 보며,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대구(경북)는 마음의 고향이다.이미 가능성의 싹은 틔웠다. "…수강의 가장 큰 성과는 막연함·무지에서 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었다는 것과, 내 지역을 온전히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할 때는 안 좋은 것만 보이니 점점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쌓였는데, 정확히 바라보니 비로소 우리 경북·대구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경북대 학생의 후기 중 일부)

2019-07-24 08:17:31

조두진 문화부장

[데스크칼럼] 대구문학관 확장 개관의 전제

대구문학관을 확장 개관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간담회가 2차례 열렸고, 9월에는 시민, 대구시, 대구문인들이 참여하는 포럼도 열 예정이다.2014년 10월 개관한 대구문학관은 대구시 중구 중앙대로 옛 상업은행 부지 1천302.1㎡(393평)에 지은 연면적 3천348.78㎡(1천14평,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건물의 3, 4층이다.(1, 2층은 향촌문화관) 시내 중심에 있어 접근성은 좋으나 규모가 작다는 평가가 많다.대구문학관 확장 개관을 희망하는 측은 더 깊이 있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규모 확장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1970, 80년대 활동했던 작가들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관련 문학사업을 행하기 위해서라도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대구경북에서 활동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사업(작품 소장, 전시, 낭독 공연, 학술행사, 문학로드 발굴 및 운영, 아카이브 구축 등)을 펼치고 있다.규모는 작지만 대구문학관 운영 성과는 크다. 하루 평균 관람객은 200~300명이다. 대구문학관처럼 종합문학관을 표방하고 있는 인천문학관, 대전문학관에 하루 평균 100명 안팎의 관람객이 찾는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성과는 더 선명해진다.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구문학관은 종합문학관이다. 특정 작가를 기념하는 문학관도, 특정 주제가 있는 문학관도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체는 '대구근대문학관'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종합문학관을 표방하지만, 주요 사업 대상이 현진건·이상화·이장희·백기만·백신애 등 일제강점기 혹은 1950, 60년대 활동한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구문학관이 대구 근대문화예술의 중심이었던 향촌동과 북성로, 경상감영길 등을 인근에 끼고 있다는 점도 근대문학관의 색채를 더한다.대구문학관이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근대문학관'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건립 당시 논의 끝에 '종합문학관'으로 결정했지만, 순서상 작고한 선배 작가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기에 자연스럽게 '근대문학'이라는 주제가 형성된 것이다.대구문학관 확장 논의는 지금의 성공 배경을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일제강점기와 1950, 60년대 주요 작가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으나 앞으로는 1970, 80년대 활동한 작가들에 대한 기념사업과 문학사업을 추진하겠다, 그러자면 규모가 커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구문학관 확장을 추진한다면 낭패에 직면할 수 있다.큰 건물을 짓고 가능한 한 많은 대구 작가들을 세세하게 챙긴다고 문학관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유명한 문학관 중에 자기네 지역에서 활동했던 주요 작가들의 작품과 생애를 시대별로 다 정리하고 기념하는 문학관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도 없다. '기념 대상 작가들을 엄격하게 선정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봐야 마찬가지다. 1년에 한 명씩만 작가를 추가해도 50년이면 50명이다. 이건 기록관이 할 일이다.목포문학관은 애초 소설가 박화성 문학관으로 추진했으나 극작가 차범석·김우진, 평론가 김현 등 지역과 인연 있는 작가들을 포함해 지역문학관 성격을 띤 '목포문학관'으로 만드는 바람에 시민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말았다.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가 약해서가 아니라 각각의 색깔을 뭉개버렸기 때문이다.대구문학관 확장 개관은 '어떤 성격의 문학관이냐'를 바르게 전제한 바탕에서 논해야 한다.

2019-07-17 14:50:08

모현철 정치부장

[데스크칼럼] '비주류' 김부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대구 수성갑)은 최근 매일신문이 실시한 '대구경북(TK)을 이끌어갈 대표 정치지도자' 여론조사에서 1위로 꼽혔다. 민주당 소속인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TK 정치인으로 시도민에게 각인된 듯하다.김 의원의 대구 입성은 입지전적이었다. 김 의원은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한 뒤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2012년 19대 총선 때 수성갑으로 왔다. 김 의원이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출마한 것은 불가능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패했고, 2014년 대구시장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6년 3선 의원과 경기지사를 역임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어 승리를 거뒀다.'험지'에서 승리하면서 그의 정치적 위상은 높아졌다. 김 의원은 대구경북에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인물로 첫손에 꼽혔다.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돼 무난하게 잘 마무리했고, 여권의 대권주자 반열에도 올랐다.하지만 김 의원의 지역구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행안부 장관을 지내는 동안 지역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데다 문 정부에 대한 지역 정서가 좋지 않은 탓이다. 문 정부의 'TK 패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 PK·TK 간 10여 년 갈등 끝에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놓고 타당성 조사를 하다가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충하기로 5개 단체장 간에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정이 나자,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미 예산 삭감으로 위기감을 느낀 시도민은 김해신공항 재검토로 인해 '이제는 정말 올 게 왔구나' 하는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당연히 시도민의 원망 대상은 대구경북 민주당 국회의원들이다. 특히 영향력이 가장 큰 김 의원이 타깃이 됐다. 지역에서는 김 의원이 행안부 장관으로 재직 시 제기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가덕도 신공항 주장에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지역의 불만이 김 의원으로 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당신도 내년(총선)에 어렵지' 하는 질문을 받는다"고 썼다. TK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정부의 김해신공항 재검토로 인해 김 의원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대선주자인 그는 이제 내년 총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김 의원은 대구시민에 의해 큰 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많은 시도민이 김 의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왜 신공항 이슈에 대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왜 명성에 걸맞게 정부·여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일까?'라고 말이다. '4선 국회의원인 데다 행안부 장관까지 했으면 어느 누구보다 현 정부의 이 같은 흐름을 미리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지적도 나온다.김 의원을 보면서 결국 정치적인 힘은 다선이라는 경륜, 행안부 장관이라는 행정 경험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인은 권력의 주류가 아니면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주류 또는 실세가 아니면 화려한 경력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자조도 나온다.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주류 정치'에 의존하는 걸 보면 정권은 바뀌어도 정치는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지금 대구에서는 걸출한 비주류 정치인보다 여권 실세 인사 한 명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여당 4선인 김 의원은 '비주류'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이제 정치적 생명을 걸고서라도 대구경북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2019-07-10 17:40:11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데스크칼럼] 운전대 놓고 싶지만…

#1. 대구 도심에 거주하는 70대 A씨는 이제 운전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타던 차는 몇 년 전 손녀에게 물려줘버렸다. 지하철이나 버스, 도보로 시내 어디든 열심히 다니며 재미나게 공부하고 즐기며 지낸다.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이분이 면허증을 아예 반납했는지는 모르겠다. 운전을 그만둔 후 불편하진 않은지 물었다. 처음엔 움직이기가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내 괜찮아지더라고 했다. 가까운 곳은 걸어서 다니니 건강도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2. 경북의 면 단위 작은 마을에 사는 B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80세를 넘긴 고령이지만 여전히 운전대를 놓지 못한다. 이따금 대구를 오가야 하는 볼일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여러 가지 자잘한 일까지 스스로 다 처리해야 하는 그에게 자동차는 손발이나 다름없다. 혼자 사는 그에게 자동차가 없다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중교통 수단이 많지도 않은 조그만 시골 마을에 살자면 자동차는 이동에 필수적인 도구이다. 안전 문제가 늘 마음에 걸리지만 별 도리가 없다. 해 저문 이후에는 가급적 운전을 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반납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고령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시작된 논란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고령 운전자 사고 문제에 우리 사회가 한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예 면허를 박탈해버리고 싶다는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고령 운전자들이 '공공의 적'이라도 된 듯하다.운전면허 연장 조건을 까다롭게 한 조치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75세 이상인 운전자의 경우 적성검사 기간이 단축되었고 교통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게 됐다. 면허 반납 혜택을 늘리겠다며 교통카드를 보상으로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왜 그럴까. 고령자들의 이동권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선 두 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 고령자들이 바깥 나들이를 쉽게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가 여부가 문제 해결의 관건인 것 같다.사통팔달 대중교통 망이 발달한 대구 같은 대도시에서야 자동차가 없어도 별로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다. 게다가 곳곳을 연결하는 도시철도는 공짜이기까지 하다. 어쩌면 자동차가 더 불편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시골은 어떤가. 읍내나 가까운 도시로 나들이라도 할라치면 하루 몇 번 다니지도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마저도 이용객이 줄면서 노선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가고 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령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면허만 내놓으라는 식의 정책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고령자들의 사회 활동이 제한되고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병원에도 가야 하고 마트에도, 관공서에도 불편 없이 갈 수 있어야 한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들여 고령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고령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농어촌 지역에서 보다 확대되었으면 하는 정책이다. 고령자들도 '발'이 필요하다. '고령 운전자=잠재적 사고 운전자'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2019-06-26 17:55:43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궁즉통(窮則通)

암중모색(暗中摸索)이다. 자고 나면 말과 입장이 바뀐다. '제철소 용광로 가스배출밸브(블리더)' 얘기다. 말 그대로 '오락가락'의 연속이다.환경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4월 철강업계의 블리더 개방 관련 회의를 열고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행정처분 의지도 강력해 유권해석 직후 전남도(광양제철소), 충남도(당진제철소), 경북도(포항제철소)는 앞다퉈 조업 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했다.난리가 난 한국철강협회는 이달 6일 '블리더 개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강력 반발하며 처분 철회를 요청했다.환경부는 지난 12일 지자체들과 다시 회의를 열고 '민관환경전문가 거버넌스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 자리에서 해당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도 나왔다.이 사실이 알려지자 환경부는 해명 자료를 내고 '행정처분을 유보해 달라는 언급은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었다. 경북도도 16일 '행정처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히며 환경부에 힘을 실어줬다.그랬던 경북도가 이틀 뒤 보도 자료를 내고 '시간을 두고 행정처분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다시 입장을 바꿨다.환경부와 지자체의 요지는 제철소가 용광로(고로) 폭발 사고 예방을 위해 비상용으로 설치해 놓은 블리더를 비상시가 아닌 고로 정비 시 열어 오염물질이 섞인 가스를 무단으로 배출했다는 것이다. 오염물질 저감 장치나 조치 없이 말이다.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정비 중 블리더가 작동하지 않으면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상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가스 대부분이 수증기로 오염물질이 많지도 않고, 이를 저감할 장치나 기술을 가진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억울해하고 있다.이쯤 되면 기본으로 돌아가 쟁점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먼저 '고로 정비를 꼭 해야 하느냐'다. 안 해도 되는 데도 정비를 이유로 오염물질이 든 가스를 배출했다면 환경 사범이다.그런데 고로 정비를 반드시 해야 하고, 폭발 가능성이 있어 블리더를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비상시로 볼 수 있다.어떤 오염물질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데이터로 확인부터 해야 한다. 업계의 말대로 대부분이 수증기요, 크게 문제될 오염물질이 없다면 호들갑을 떤 것이다.만약 조업 정지 처분을 내릴 정도로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면 왜 50년 동안 알고도 묵인했는지 정부와 지자체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물론 확인 결과 오염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면 처분을 내려야 한다.이왕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면 업계에 오염물질을 거를 수 있는 장치와 기술을 개발할 기회를 줄 필요도 있다.지금까지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아 굳이 이를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면 이젠 조업 정지 처분이라는 태산 앞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고로 블리더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여과·저감 장치나 기술을 개발해 낼 수도 있고 수출도 가능하다. 정부가 함께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도 좋다.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다. 극단의 상황에 이르면 해결할 방법이 생긴다는 말이다. 최상의 해법과 결과를 기대해본다.

2019-06-19 19:05:04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매일신문은 왜 방송을 시작했나

"영상시대를 맞이해 매일신문이 '신문 읽어주는 미녀와 야수TV'를 개국했습니다. 지면으로 보던 매일신문 뉴스를 영상을 통해 찾아뵙고자 합니다."매일신문은 지난 1월 24일 0시 7분 '매일신문 읽어주는 미녀와 야수(매미야)' 첫 방송을 세상에 내보냈습니다. 첫 시작은 열악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핀 마이크, 프롬프터, 조명 등 기본적인 장비 없이 시작한 방송이라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방송 경험이 없는 진행자에다 신문을 직접 오려서 붙인 삐뚤빼뚤한 배경 화면 등 어느 것 하나도 정상적인 방송은 아니었습니다.종이신문을 만들던 매일신문이 왜 방송을 시작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이신문을 보는 독자들이 줄기 때문입니다. 뉴미디어의 확산으로 신문산업은 인터넷과 모바일에 젊은 독자층을 빼앗기고,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어렵던 판매, 광고 수입 등이 격감하고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시장 점유율의 80~90%를 차지한 유튜브는 최근 몇 년 사이 전 연령대에서 압도적인 사용률을 보이는 서비스로 발돋움했습니다. 유튜브의 위력은 날로 높아졌고, 이제는 동영상 소비를 위한 창구뿐만 아니라 검색과 소셜 네트워크 등 10대부터 60대이상까지 전 연령이 즐기는 포털 서비스가 되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TV매일신문'(www.youtube.com/user/MaeilShinmun)은 종이신문을 떠난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어찌 보면 망망대해 유튜브 시장에서 무모한 항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첫 방송이 나가자 매일신문 안팎에서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창간 73주년을 맞는 '올드미디어' 매일신문이 미지의 영역인 방송, 특히 젊은 감각의 세계인 유튜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하지만 1월 24일 첫 방송 이후 하루 평균 300~500회의 조회 수를 올렸고, 시청자들의 격려와 협찬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월에는 하루 평균 500~1천 회가 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 시작 전 매일신문의 유튜브 구독자는 1만5천 명이었으나 3개월 만에 2만8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에 힘입어 상반기 구독자 5만 명, 올 연말까지 10만 명(유튜브 실버버튼)이라는 거창한 목표까지 세웠습니다.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습니다. 매미야 뉴스만 전달하기에는 프로그램이 너무 단순해 '토크 20분' 프로그램을 신설했습니다.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뿐만 아니라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홍준표 TV 홍카콜라 MC 등을 섭외, 조금씩 구독자 수를 늘려나갔습니다. 보수 성향의 인물뿐만 아니라 김부겸,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출연시킬 예정이며, 앞으로 바른미래당, 정의당 의원들도 섭외할 계획입니다.'TV매일신문'은 매일신문이 방송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유튜브 TV매일신문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자체 방송국을 가진 신문사로 나아가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TV매일신문에는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 하지 않는 '디지털 퍼스트' 정신이 날로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어설픈 시작이었지만 독자들의 격려와 성원으로 조금씩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더 많은 '좋아요'와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2019-06-12 16:05:42

최창희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판정은 공정했고 결과는 정의로웠나

손흥민·이강인·류현진도 응원해야 하고 태극 낭자들도 지켜봐야 하고…. 계속되는 밤샘 응원으로 다크서클이 짙어지고 머릿속이 몽롱하다. 그렇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멋진 활약을 펼친 손흥민, U-20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꺾은 데 이어 숙적 일본까지 격파한 어린 태극 전사들의 모습은 달콤한 잠도 아깝지 않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이 삶의 활력소가 됐는데 '이거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사나' 벌써 걱정이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초부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대구FC 경기가 있어서다. 세징야·에드가·김대원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그런데 대구FC 경기를 보다 보면 가끔 불편해질 때가 있다. 유독 대구에게만 불리하게 느껴지는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 탓이다. 지난달 11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 경기만 해도 그렇다. 대구 선수들에게 너무 경고가 쉽게 주어졌지만, 상대 팀의 과격한 플레이에는 별다른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 막판에는 수비수 정태욱 선수의 코뼈까지 부러졌지만, 파울은커녕 경기조차 멈추지 않았다. 결국 1대 2로 패배한 후 안드레 감독은 작심 발언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축구연맹에서도 이날 오심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심판에 대한 처벌은커녕 오심 자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팍'에서 열린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경기에서 대구의 에이스 세징야는 쓰러지고 또 쓰러졌다. 심판을 향해 수차례 항의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경고는 나오지 않았다. 경기 막판. 상대 수비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을 때 홈 팬들은 경고 누적으로 (상대 수비수의) 퇴장을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심판의 어색한 미소가 애처로워 보일 정도였다.대구FC가 심판 판정으로 불이익을 당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승격 첫해인 지난 2017년에는 중요한 경기에서 2골이나 취소되는 일이 있었고 지난해에도 세징야가 억울하게 퇴장당하기도 했다.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스포츠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말이다. 오심을 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심판 판정에 깨끗이 승복하자는 뜻일 게다. 심판도 사람이니 얼마든지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심이 편파 판정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평평한 운동장을 기울게 만드는 것은 명백한 반칙이고 부정이다. 과거에도 오심은 있었다. 그러나 생생한 TV 중계와 느린 화면 등으로 오심이나 편파 판정이 뚜렷이 보이는 시대가 됐다.지난해부터는 K리그에 본격적으로 비디오 판독까지 도입됐다. 달라진 시대에 맞춰 오심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K리그에 찾아온 봄날은 한 방에 '훅' 가고 말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양 팀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고 판정은 공정하게, 경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할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스포츠 경기에서만큼은 그러했으면 한다.

2019-06-05 19:00:56

이상헌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과자로 만든 집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독일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무대는 어느 깊은 숲이다. 같은 이름의 오페라에선 아버지 페터와 아들 헨젤이 숲에서 주워온 재료로 빗자루를 만들어 판다. 동화에서나 오페라에서나 아이들이 숲에서 길을 잃고 마녀와 조우한다는 설정은 같다.어쨌거나 그들은 몹시 가난했다. 아이들조차 일해야 겨우 끼니를 이을 수 있었다. 숲 끄트머리에 사는 가족이 만든 빗자루가 조그마한 시골 장터에서 과연 몇 개나 팔렸을까?그런데 헨젤과 그레텔에게 온라인 쇼핑몰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테다. 지난 2월 화제를 모았던 '영주대장간 호미'의 성공처럼 말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위시한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는 가공스러운 데가 있다.미국에서는 전체 소매 판매 가운데 온라인 쇼핑 비중이 이미 오프라인 비중을 앞질렀다. 재래식 상점 수만 곳이 조만간 폐업 위기에 몰린다는 예측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월마트·코스트코 등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위기에 놓인 54개 기업의 주가지수를 일컫는 '아마존 공포종목지수'란 섬뜩한 용어도 등장했다.기존 소매점들이 직면한 위기는 한국에서도 뚜렷하다. 오프라인 유통 최강자인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주가는 실적 부진 탓에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총 111조8천939억원으로 2001년에 비해 33배나 증가했다.26일 막을 내린 대구국제뷰티엑스포에서 아마존이 주목받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마존 한국법인 측이 마련한 입점 설명회에는 대구경북 기업 10여 곳이 신청해 상담을 받았다. 입점 과정·비용·서비스 등을 자세히 알아보는 등 분위기는 뜨거웠다.우리 정부 역시 아마존처럼 성공한 혁신기업이 어서 등장하기를 몹시 갈망하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제2벤처붐 확산전략 대국민 보고회,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연거푸 아마존을 언급했다. 아마존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정부가 앞장서고 금융권이 도우면 벤처 덕분에 우리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였다.그러나 성과는 의문이다. 새로운 경제 주체의 성장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민간 중심의 투자가 아닌 관(官) 주도의 밀어붙이기는 신기루로 끝날 위험이 있다. 보여주기식 성과에만 집착하다 보면 20년 전 벤처 태동기 때처럼 옥석 가리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제프 베이조스가 아마존을 창업했을 무렵 국내에 전자상거래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유니콘(기업)을 찾겠다고 욕심부리는 것보다 우리 옆의 헨젤과 그레텔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먹을거리를 찾으러 숲에 들어갔다가 마녀에게 잡아먹히도록 둬서는 안 된다. 세계적 경영 사상가인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석좌교수는 성공하는 브랜드는 '와우 모멘트'(wow moment·놀라운 경험의 순간)를 스스로 창조한다고 설파했는데, 정부가 그런 일을 해낸다고?29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도소매·숙박·음식점의 대출 잔액은 205조8천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무려 5조6천억원 증가했다. 경기 악화로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어린 시절 가고 싶어도 가선 안 됐던 '과자로 만든 집'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19-05-30 06:30:00

정욱진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청춘, 희망이 먼저다.

얼마 전 후배 기자가 쓴 '취직 대신 취가로 눈 돌리는 젊은 남성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고 웃었다. '취가'는 예전 여성들이 힘든 취업 대신 시집가기를 택하는 것을 지칭한 '취집'을 남성의 사례에 빗댄 신조어란다. 요즘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힘든 취업 준비를 할 게 아니라 살림을 배워 '백마 탄 공주님'을 찾는 게 빠르겠다는 얘기가 많이 회자하는 모양이다.이 얘길 듣고 대학교수 지인 A씨가 최근 강의 중 일화를 소개했다. 2000년생 제자들이 1990년대를 많이 그리워한다는 얘기였다. 한 학생은 하루만이라도 그 시절을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시절 대학에 다녔던 터라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느려 터진 PC통신은 고사하고, 휴대전화도 없어 연락 한번 하려면 공중전화 부스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으며, 심지어 한 주에 하루 놀았던 그때가 뭐가 그리 좋았는지.A씨는 "1990년대는 그래도 희망이 있던 시절이었다. 열심히 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내년이 올해보다 더 잘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저성장, 장기 불황에 접어든 현재를 사는 제자들에겐 천국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A씨의 말을 듣고 보니 이는 20·30대에게만 국한된 얘긴 아닌 듯싶다. 40대인 나도 부럽긴 하니. 그땐 월급쟁이도 재산 불려 잘살 수 있다는 기대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요즘은 계층 사다리가 끊어져 월급쟁이가 부자 되기는 정말 어려운 세상이 됐다.최근 한 독자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화가 잔뜩 난 표정이 수화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신문 진짜 이렇게 만들 거요? 맨날 경제가 어렵다, 일자리가 줄었다, 출산율이 사상 최저다, 아니면 이놈 저놈 욕하는 얘기뿐이고. 애들 교육용으로 신문 받고 있는데, 이럴 거면 당장 끊겠소."다 맞는 말이라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지난주 통계청은 '2019년 4월 고용동향'을 통해 3월 실업자 수가 124만5천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취업자 증가 폭은 10만 명대로 후퇴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IMF) 발발 이전의 61만6천 명이던 실업자 수에서 두 배 늘어난 수치다. 특히 3월 20대 실업률은 11.7%를 나타내 IMF 직후인 1998년(11.3%) 이후 최악의 지표를 넘어섰다. 왜 20대들이 취직보다 재력 있는 이성과의 결혼을 꿈꾸고, 1990년대를 그리워하는지 이해가 됐다.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직장인들의 소득과 삶의 질은 분명히 개선됐다"며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재정의 역할을 키울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20대 젊은이들은 취업 문이 막혀 먹고살기 힘들어졌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정부만 아니라고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5월 가정의 달, 한 가정과 사회의 미래가 되어야 할 20대 젊은이들에게 과거와 현재가 아닌 희망찬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을 정부가 제시해줬으면 한다.

2019-05-22 15:27:58

이석수 선임기자

[데스크 칼럼] 의한방 통합의료와 메디시티

지역 한 의료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한 토막. 전국 단위 의료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병원장까지 지낸 인사가 뇌병변을 앓았다고 한다. 이 분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한의원을 찾아 탕약과 침 시술 등을 병행했다. 재활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던 병세는 한방 치료 2달 만에 골프를 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치료를 맡은 한의사에게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당부하더라고. 의사가 한의사의 치료 영역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몇몇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의한방 통합의료도 이러한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치료 효과를 높이는 이상적인 협진(協診)이 아니고, 대개 양방 또는 한방 치료를 고를 수 있도록 환자에게 선택권을 줄 뿐이다. 의사가 한의사의 치료 영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여러 요인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대구에서 설립된 재단법인 통합의료진흥원이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접목한 획기적인 연구 성과물을 도출했음에도, 산업화를 위한 후속 절차가 이어지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통합의료진흥원 한 자문위원이 들려준 사연은 이러하다.통합의료진흥원은 지난해 한방 '자음강화탕'이 유방암 치료제 타목시펜의 부작용을 거의 없애주는 결과를 확인했으며,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신규 건강보조성분(NDI, New Dietary Ingredient)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은 올해 초까지 보중익기탕, 육미지황탕까지 이어져 'NDI 3관왕'을 달성했다.NDI 인증은 새로운 건강식품 원료에 대한 안전성 입증과 엄격한 절차 때문에 매년 수백 건을 신청해도 최종 승인은 2, 3건에 불과하다. 특히 약초에서 추출한 복합제제로 만든 한약이 미국에서 복용 가능하게 됐다.이러한 성과는 미국의 톱 클래스 병원의 책임자들을 흥분시켰다. 그들은 '동양의 신비한 약물'이 의료 신약 개발의 새로운 '기적'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버드 의대 교수, 하버드 암병원 센터장, 미 국립보건의료연구원 보완통합의료센터장 등은 "이제 한국이 주도하는 다국가 임상시험의 길이 열렸다"고 축하해줬다고 했다.이들은 한국을 방문해 양약과 한약의 병용 투여를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관심이 없었다. 의사들은 약도 아닌 기능성 식품에 불과한데 호들갑을 떤다고 했고, 한의사들은 이미 한방에서 쓰이는 보편적인 약이라며 큰 의미를 보태지 않았다.NDI 인증을 받았어도 '한약'이 미국에서 많이 팔리기 위해서는 사람을 통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통합의료진흥원에 참여한 대구가톨릭대병원만 유일하게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자음강화탕 병용 투여 임상을 했지만, 사례 수가 10건에 그쳤다. 다른 대학병원은 어림도 없었다. 환자들에게 한약을 쓰는 것을 꺼릴뿐더러 임상에서 유의한 결과가 나타나면 한약의 우수성만 부각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대구에서 의한방 통합의료에 대해 오픈 마인드가 확산되면 어떨까. 미국 FDA라는 큰 산을 넘긴 아이템을 산업화하고, 대구가 주도하는 다국가 임상 연구 기반까지 마련한다면 그야말로 '메디시티' 아닌가. 미국 시장 규모만 42조원이다.

2019-05-15 17:27:47

조두진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도로의 시대, 성벽의 나라

대구 동성로·서성로·남성로·북성로는 1906년까지 대구읍성 성벽이 있던 자리다. 1900년대 초 대구에 거주하면서 크고 작은 사업을 하던 일본 사람들이 1907년 대구부 군수 박중양과 결탁해 성벽을 허물고 도로를 냈다.대구읍성은 조선 선조 23년(1590년) 왜구 침략에 대비해 토성으로 쌓았다가 임진왜란으로 파괴된 후 영조 12년(1736년) 석성으로 다시 축조했다. 성곽 둘레는 2천560m, 폭은 8.7m, 높이는 3.5m 정도로 알려져 있다.1800년대 중반 서구 열강의 동아시아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서구 열강과 동아시아는 충돌했다. 청나라(중국)는 영국과 아편전쟁에 지고 각종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 쇄국정책을 펴고 있던 일본 역시 미국의 무력 시위에 굴복해 불평등 조약을 맺고 문호를 열었다. 독일인이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 무덤을 도굴하려던 시도에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으면서 조선도 서양에 대한 두려움과 적개심을 불태웠다.세상의 중심이자 세계 최강인 줄 알았던 청나라가 영국에 박살 나자 조선은 전국 각지의 성벽을 개보수했다. 1736년 돌로 쌓았던 대구읍성 또한 1870년 대대적인 보수를 통해 성벽을 높이고, 이전에는 없던 여첩(女堞)까지 만들며 전투에 대비했다.조선은 튼튼한 성벽으로 오랑캐의 총포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대구읍성을 허문 것은 총포가 아니라 일본 상인과 사업가들의 자본이었다. 대구읍성이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총소리나 대포소리는 없었다. 세상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이다.일본인들은 돌로 쌓은 대구읍성을 허물고 그 자리에 쇠로 된 성을 쌓은 게 아니다. 그들은 그 자리에 도로를 내고, 상점을 열고, 기업을 세웠다. 돌담을 두텁게 둘러 나라와 도시를 지키던 시대는 오래전 종말을 고했고, 자유로운 왕래와 무역에 필요한 길(항로)을 열어야 나라와 도시를 지킬 수 있는 시대였기 때문이다.세상의 패러다임이 돌담에서 도로로, 쇄국에서 개방으로, 유학에서 과학으로 변했음에도 조선은 그것을 몰랐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식민지화였다. 18세기와 19세기, 전 지구 차원에서 시대에 끌려가는 자들과 시대를 끌고 가는 자들이 부딪쳤고, 세계 인구의 5분의 4는 식민지인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대구읍성은 전근대적인 왕조국가를 상징하고, 성벽을 허물고 낸 도로는 왕조국가의 멸망과 제국주의 상업국가의 세상을 은유한다고 할 수 있다.대구 중구청과 시민사회가 주축이 돼 대구읍성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읍성이 대구의 중요한 역사적 기반인 데다 중구 근대골목이 관광 명소로 각광받으면서 옛 구조물을 복원하면 관광객 유치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복원 후에는 내심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도 기대하는 눈치다.대구읍성을 전체적으로 혹은 일정 구간이라도 복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대구읍성이 규모가 매우 큰 성도, 미적으로 아름다운 성도, 국난에서 나라를 구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성도 아니라는 점이다. 대구읍성을 옛 모습대로 복원하는 것만으로는 가치가 클 것 같지 않다는 말이다.오히려 대구읍성이 허물어지는 과정과 허물어질 당시 조선인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재현하는 것이 우리 역사나 세계사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대구시민들과 대구를 방문하는 세계인들이 복원된 대구읍성을 보며 "조선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구나"고 되짚어 보는 공간이 되기보다는 "세상의 흐름을 무시하거나 모르면…"이라고 미래를 생각하는 공간이기를 바란다.그다지 아름답지도 웅장하지도, 감동적인 역사도 없는 작은 성을 복원하는 정도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세계인의 5분의 4가 식민지로 전락한, 인류사에 유례없는 '한 시대'를 보여주는 실재 현장(성벽 VS 도로)으로 재현한다면 인류의역사로서 가치도 충분하다고 본다.

2019-05-01 14:12:57

모현철 정치부장

[데스크칼럼] 대구를 위한 정치는 누가 하나

요즘 대구시민들의 화제 중 하나는 내년 총선 3선 이상 대구 중진 국회의원의 당선 여부다. 4선 의원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수성갑), 주호영 자유한국당(수성을), 유승민 바른미래당(동을) 의원이며, 3선 의원은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달서병)이다. 이들 네 의원의 당은 모두 다르다. 가히 '4인 4당 4색'이라 부를만하다.지난 19대 총선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대구 12명 국회의원은 모두 새누리당(옛 한국당) 소속이었다. 대구는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적용된다는 오명을 들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새누리당 8명, 민주당 1명, 무소속 3명으로 새누리당 아성이 무너졌다. 이 변화의 중심엔 중진 의원이 있었다. 김부겸 의원은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래 대구에서 처음 당선된 민주당 의원이 됐다. 새누리당의 공천파동으로 주호영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현재 대구 국회의원의 정당 구성은 민주당 2명, 한국당 8명, 바른미래당 1명, 대한애국당 1명으로 바뀌었다. 일당에서 다당으로 됐다. 대구 정치에 컬러풀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정치 컬러풀 시대'를 맞았지만 시민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이들 국회의원의 선수를 높여줬지만 대구를 위해서 한 일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대구를 위해서 앞장서서 끌고 나가는 의원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들을 크게 키워줬지만 대구는 제쳐두고 중앙정치만 신경쓰다 초선보다 더 일을 안 한 꼴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선수로만 보면 각 당에서 대구의 현안에 대해 원내대표단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는 인재들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나 무기력하다. 4선이 되어도 이런데 굳이 선수를 하나 더 늘려준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김부겸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마치고 2년여 만에 여의도와 대구로 돌아왔지만 지역에서 커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에 부담을 느낀다. 주호영 의원은 올해 전당대회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중도에 포기하면서 정치역량에 한계를 드러냈다. 유승민 의원도 지역에서의 활동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지역 내 충성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3선인 조원진 의원은 3년 내내 '박근혜 전 대통령'만 부르짖고 있다.이들 네 의원은 정파나 개인의 신념에 따라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시민들은 대구를 살리는 데 같이 힘을 모으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고 싶어한다. 그래야 내년 총선에서 시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중진들은 정파의 이익을 내려놓고 오롯이 대구의 발전을 위해서 자기를 키워준 대구시민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국회에 가서 중진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내년 총선은 지역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일꾼을 뽑는 선거다. 더이상 대구경북(TK) 패싱 당하는 꼴을 지켜볼 대구 시민은 없다. 누가 민주당이냐, 한국당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대구를 위해서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가를 볼 뿐이다. 김부겸, 주호영, 유승민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당선이 된다면 5선이 된다. 국회의장 후보감이다. 정치적 영향력이 적지 않게 된다. 중진 의원들이 대구 발전을 위해 더 분발해야 한다.

2019-04-24 17:45:42

최경철 서울정경부장 겸 편집위원

[데스크칼럼] "나는 참 무서웠다"

"그런데 그 군중이 나는 참 무서웠어. 군중이 혼란을 일으키면 결국 무력을 동원해야 진정이 되어요. 내가 4·19 때 부산 계엄사무소장이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았어요. 내가 정복을 입고 군중 앞으로 나아가서 '같이 만세를 부르자'고 하여 진정을 시켰어요."위의 글은 언론인 조갑제 씨가 쓴 '박정희'에 나오는 박정희 대통령(이하 박 대통령)의 회고다. 1960년 4·19혁명 당시 부산계엄사무소장으로 있으면서 계엄사무를 총괄했던 그는 4·19 당시를 이렇게 회상하며 '무서웠다'는 표현을 사용했다.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고 인권 탄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철권 통치'라는 비판에 휩싸였던 박 대통령조차 군중이 무서웠다고 털어놓은 것이다."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모셔왔으나 그처럼 경제에 대해 초조해하고 자신 없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1970년대 후반, 잇따른 오일 쇼크로 경제가 휘청거렸을 때 김용환 당시 재무부 장관의 증언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면서 경제 총사령관을 자처했던 박 대통령은 경제가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자 강한 두려움을 느꼈던 것일까?박 대통령을 연구했던 적잖은 학자들의 논문은 그가 실적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영업사원처럼 '국민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었음을 당시 관료들의 입을 빌려 기술하고 있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깡마른 모습의 5·16 거사 직후 사진으로 각인되는 박 대통령의 강인한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대목이다.쿠데타 이후 정권을 장악한 직후 박 대통령은 당시 우리나라의 실상을 두고 "마치 도둑맞은 폐가를 인수한 것 같았다"고 실토(1963년에 펴낸 '국가와 혁명과 나'에 나오는 대목)했다. 폐가를 번듯한 양옥집으로 바꿔놓지 못한다면 자신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라고 여겼을지 모른다.인권 탄압 등을 내세우며 박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재야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박 대통령은 더욱 경제 성과 도출에 매진했다.그가 권력을 잡은 직후인 1963년부터 통치 기간이 끝나기 1년 전인 1978년까지 한국 경제는 연평균 9.7%의 기록적 성장을 나타냈고 수출은 연평균 30%이상의 신장률(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으면서 진보적 경제학자로 불리는 김대환 전 인하대 교수의 1993년 논문)을 보였다. 김 교수는 여러 문제점도 있지만 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치적으로 평가된다고 했다.재야의 민주화 투쟁이 격화될수록 박 대통령은 더욱 경제에 매달리면서 민주화 투쟁이 그 역할을 한 단계 전이시켜 경제 발전으로까지 선순환했다는 이른바 민주화운동의 '영역 전이' 현상도 많은 정치 학자들이 발견해냈다. 반민주적 독재라는 비판 속에서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진행, 그 성과 만큼이나 혹독한 비난에 휩싸였던 통치권자조차 실제로는 국민을 두려워하면서 밤낮없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박 대통령을 느닷없이 호명(呼名)한 이유는 절반 넘는 응답자들이 "안 된다"고 말한 여론조사가 나왔는데도 특정 인사를 거듭 밀어붙이는 요즘 청와대의 '오기'를 보면서다.아무리 힘센 통치 권력이라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무조건 이긴다는 계약서 제목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2019-04-17 18:56:23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데스크칼럼] 디지털 시대 시니어들

흔히 2G폰이라 불리는 피처폰을 잘 사용하시던 어머니가 언제부턴가 불평하기 시작하셨다. 배터리가 금방 닳는다든가, 폰이 자꾸 꺼져버린다고 툴툴대신다. 휴대전화가 오래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셨던 거였다. 복지관 친구들이 모두 다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신다는 거였다. 자식들이 사주더라며 자랑하시는데, 당신만 구식 폰이신 게 은근히 부아가 나셨던 모양이다.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아 헐한 걸로 하나를 사드렸다. 고맙다며 들고 다니시지만 전화기 용도 외에는 별로 쓰시는 것 같지 않다. 문자메시지는 1년에 서너 번 정도 아들이나 손자에게 보내신다.우리나라 성인들의 93%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대와 30대, 40대에서 각각 100%, 99%, 99%의 스마트폰 사용률을 보였고 50대 이상이 96%, 60대 이상도 77%나 되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세상이다. 은행 업무, 영화관 예약, 음식 배달, 호텔 예약도 이것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OK다. 웬만한 비즈니스도 손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50,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60대 이상 인구의 77%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만, 이들의 스마트폰은 별로 '스마트'하지가 않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얼마 전 매일신문에 고령자들의 모바일 뱅킹 이용 실태가 보도되었다. 20~40대 이용자가 76~89%인데 반해, 50대는 52%, 60대 이상은 13%만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령자의 대다수가 통장을 들고 은행 창구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 업무뿐만이 아니다. 기차표의 경우 코레일 모바일 앱 '코레일톡'을 통해 판매되는 비율이 전체 좌석의 67%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상당수 고령자들에게 모바일 예매는 낯설 뿐이다. 그들은 표를 사기 위해 직접 역에 나가야 한다. 출발 한두 시간 전 일찍 나가 보지만 주말에는 매진되었거나 입석밖에 없을 때가 많다.세상은 급속도로 바뀌어가고 있다. 모든 정보가 디지털 기반으로 확산되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생활 서비스가 모바일 중심으로 제공되는 현대에서 고령자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이는 고령자들의 삶의 질이 걸린 문제이다.고령자들의 '디지털 사각(死角)'을 없애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해야 하지만, 상당수는 배우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낯선 용어에 낯선 사용자 환경이 그들을 괴롭힌다. 고령자에겐 뭐니뭐니 해도 현장에서 하는 직접 교육이 가장 효과가 높다. 일대일로 물어보고 조언을 들으며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게 최고다. 그래서 복지관이나 도서관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에게 배우는 강좌의 인기가 높다.하지만 문제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노인복지관 등에서 그런 혜택을 받는 고령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통계다. 복지관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고령자가 84%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었다. 민간단체를 활용한 일대일 방문교육 같은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2019-04-10 16:00:51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뉴스사막 만드는 네이버 제국주의

지난달 19일 오전 7시 11분쯤 대구시 중구 포정동 대보 사우나 4층 남탕에서 불이 났다. 대구의 대표언론 매일신문은 오전 8시 14분 당시 긴박한 상황을 묶어 가장 먼저 인터넷에 속보를 내보냈다. 연합뉴스의 1보(8시 19분)에 비하면 매일신문 기사가 5분 정도 빠른 셈이다. 현장을 누비던 사회부 캡(경찰팀장) 등 취재진의 노력으로 알찬 기사를 신속하게 독자에게 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포털에서 매일신문 기사는 메인은커녕 검색에서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름도 생소한 온라인 매체와 서울 언론들이 연합뉴스를 거의 베끼다시피 한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이후 매일신문 기사(9시 49분 현장 영상, 9시 54분 2보, 9시 56분 현장 영상)는 검색 순위 뒤로 밀리면서 포털에서 사라졌다.지난달 28일 부산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러시아 대형 화물선이 광안대교에 충돌하자 부산의 언론들은 속보와 동영상을 재빨리 입수해 온라인에 올렸다. 하지만 네이버 등 포털의 뉴스 배치는 서울 언론과 인터넷 매체 일색이었다. 현장 상황을 자세히 다룬 부산의 대표적 언론 부산일보나 국제신문의 기사는 포털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네이버는 독점적 지배권을 가지는 사업자이다. 네이버 등 포털 업체들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화면에 전진 배치하는 방식으로 '뉴스 장사'를 해오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 포털에서는 지역 기사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지역 뉴스는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지역 현안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토론의 장인 지역 뉴스가 포털에서 보이지 않는 현실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에도 위배된다.한국 뉴스 시장은 포털과 모바일을 통한 뉴스 유통 비중이 월등히 높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이용했다는 응답은 76.0%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인터넷 포털이 언론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62.0%로 '언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 23.4%보다 배로 높았다. 이 같은 뉴스 유통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네이버의 지역 뉴스 배제는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조치나 다름없다.요즘 같은 모바일시대에 지역민이 지역 언론의 기사를 쉽게 접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는 것은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지방자치에 대한 위협이다. 이러다가는 미국의 경우처럼 지역신문이 아예 없거나 1개의 신문만 발행되는 '뉴스의 사막지대'(news deserts)가 확산될 위험마저 안고 있다. 뉴스 사막의 확산이 가속화되면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공동체가 직면한 현안에 대해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었던 지역신문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타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로까지 이어진다.네이버에 요구한다. 지역 언론들이 현장을 뛰고 취재해 제대로 쓴 지역 기사들이 올바른 평가를 받아 검색 상위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하라. 아울러 네이버 뉴스 메인에 지역 뉴스 코너를 신설, 독자들의 지역 뉴스 접근성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지역민에게 뺏은 뉴스 선택권을 지역민에 돌려 달라.

2019-03-27 14:45:53

최창희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디팍, 대팍, 대파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신천대로를 시원하게 달리다 보면 이런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둘째 애 이름을 지을 때 고생했던 일이 생각난다. 첫째 애는 태어나기도 전 집안 어른들이 미리 이름을 지어 놓았던 터라 둘째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짓고 싶었다. 그러나 다짐과 달리 생각보다 어려웠다. 자칫 평생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작명 책을 놓고 며칠을 끙끙거리기도 했고 밤새 이름 수백 개를 만들어 나열하기도 했다. 지인들에게 설문조사까지 하는 소동(?)을 벌였지만, 마음에 딱 드는 이름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작명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름처럼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둘째를 볼 때마다 작명소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요즘 대구FC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K리그와 ACL리그에서의 맹활약에다 '새집'까지 마련해 경기 보는 재미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져서다. 그러나 이곳도 이름이 문제다. '새집'의 명칭에 대해 일부 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구FC 축구 전용구장의 이름은 'DGB대구은행파크'. 그러나 ACL에서는 '대구포레스트아레나'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명을 넣을 수 없는 아시아축구연맹 규정 때문이다. 당초 대구시는 '포레스트 아레나'(Forest Arena)로 이름을 붙이려 했다. '도심 속 숲'이라는 테마로 경기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축구팬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지역명 뒤에 구장, 경기장 등이 붙은 틀에 박힌 이름이 아니라 유럽의 축구 경기장들 명칭처럼 신선해서다. 하지만 그 신선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열악한 예산 탓에 대구은행에 명칭 사용권을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DGB는 대구은행의 영어 이니셜이고, 여기에 대구은행을 더해 '확인 사살'까지 했다. 아레나 명칭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지만 대구은행 임직원들의 투표 결과, 지금의 이름으로 결정됐다. 명칭 논란은 창단 때도 있었다. 2002년 창단 당시, '지역명+FC'라는 형식은 대구FC가 최초였다. 처음에는 '대구이글스'라는 이름으로 정해졌으나 시민들이 반대했다. 독수리라고는 달성공원에 있는 두 마리가 전부였던 시대에 '뜬금 없다'는 이유였다.최근에는 '애칭' 문제까지 논란이 될 조짐이다. '전용구장에 애칭을 붙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축구팬들 사이에 형성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공식 명칭이야 DGB대구은행파크이지만 삼성라이온즈 구장을 두 글자로 줄여서 '라팍'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긴 공식 명칭을 대신할 애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팬들 사이에는 '대팍'이나 '디팍' 또는 '대파'라고 부르는 세 부류가 형성돼 있다. 언론 역시 '대팍', '디팍'을 혼용하고 있다. 대팍을 주장하는 팬들은 디팍은 어감이 좋지 않고 대파는 채소 이름 같다는 이유에서, 디팍은 라팍처럼 부르기 쉬워서, 대파는 상대를 대파하자는 소망을 담았다는 점에서 모두 이유 있는 지지를 받고 있다.이왕이면 축구 팬들과 대구 시민이 하나 되어 부를 수 있는, 발음도 좋고 뜻도 좋고 어감도 좋은 애칭이었으면 좋겠다. 디팍, 대팍, 아니면 대파. 몇 번이고 이름들을 소리내 보지만 결정이 쉽지 않다. 어디 애칭도 잘 짓는 작명소는 없을까.

2019-03-20 16:34:22

정욱진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물류공항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한반도~중국~동남아~유럽까지 철도길이 열리게 된다는 기대감에 한때 전국이 신났다. 누구도 항공로가 있는데 철도까지 필요하겠냐고 초치지 않는다. 물류 통로는 많을수록 좋다는데 이견이 없다. 싼값으로 옮겨줄 철도도, 빨리 옮겨줄 항공도 모두 필요하다.그런데도 유독 지역공항 건설 문제에서는 여론이 인색하다. 작은 땅덩이에 뭐하러 여러 공항을 짓느냐는 말을 논리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정녕 물류에는 눈감고, 공항은 해외여행객만을 위한 시설이라고 믿는 것인가.2004년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이 충청권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한화·SK 등도 이 지역에 투자 의사를 밝혔다. 그 배경은 지난 2010년 청주국제공항에 처음 등장한 대형 화물기 덕분이다. 당시 대한항공이 인천~상해~청주~앵커리지~애틀랜타~시애틀~인천 노선을 주 3회 취항한 것이다. 청주공항이 정기화물 노선 시대를 열면서 청주, 천안, 이천 등 중부권에 집중된 반도체·태양광 등 기존 첨단제품 수출기업의 경쟁력 상승은 물론 대기업들의 새 투자처로 충청지역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대구국제공항도 동남아 몇 개국 노선이 확보된 것만으로도 흑자가 될 만큼 수요는 충분하다. 대구경북은 미주, 유럽 노선을 여는 꿈을 가지고 있다. 유럽 시장을 방문하려면 인천에서 1박을 해야 하고 귀국 후 또 종일을 달려야 집으로 돌아온다. 가격이 저렴한 경유 노선을 찾으면 편도 2회 경유가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1년에 한 번 해외여행하는 이들이야 불편함을 무릅쓰고 살아간다 해도 문제는 물류다.기업들에 '물류'는 핵심 니즈(Needs)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입지일수록 공항과 가까운 곳이 유리하다. 특히 이 보고서는 '반도체 등 첨단 제품들은 무게가 가볍고 충격에 약하며 단기 납기가 요구되는 특성상 항공 운송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첨단 공장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유리하다'는 결론까지 내렸다.지난달 지역 중견기업 CEO와 저녁 자리를 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지역에 제대로 된 물류공항이 있어야 한다고 시장·도지사에게 입이 닳도록 건의했는데,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삼성·LG가 왜 구미를 떠났나. 지역에 물류공항이 없어서다"라고 했다. 지역 경제인들은 대부분 같은 생각이다. 장사를 잘하려면 중국·동남아는 물론 미주·유럽으로 화물기가 뜰 수 있는 공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대구경북이 함께 추진 중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의 주된 목적도 '물류경제공항'을 만들자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도 사석에서 만날 때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여객 수송만의 목적이 아니다. 지역 미래 먹을거리를 담보할 물류공항이라는 중요성이 더 크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국토교통부에서 '물류통'이었던 이승호 경제부시장을 지난해 대구시가 스카우트한 이유 중의 하나도 물류공항의 중요성 때문이다.남북 경협의 최대 화두 역시 물류길 확보로 요약된다. 대구경북에 부산~포항~북한~러시아~유럽까지 통하는 '지상 물류길'도 필요하다. 하지만 '하늘 물류길'도 대구경북에는 절실하다. 지역의 발을 묶고 지방자치가 가능하겠는가.

2019-03-06 18:09:06

모현철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위기의 대구경북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27일 막을 내렸다. 전당대회를 지켜본 대구경북(TK) 시도민의 마음은 씁쓸했다. 한국당이 '보수의 심장'이라고 떠받드는 TK에서 당대표는 고사하고 대표 후보 한 명 배출하지 못해서다. TK는 한국당 전체 책임당원의 30%가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고위원 1명만 당선시키는 데 만족해야 한다. 한국당의 대주주로서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이다.요즘 TK에는 되는 일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으로 시도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내륙에 위치한 TK에 하늘길은 숙원이었다. 밀양 신공항 유치 실패의 아픔을 딛고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추진하던 시도민에게 대통령의 발언은 청천벽력이었다.SK하이닉스 유치 실패는 쓰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았다.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산업도시 구미는 SK하이닉스 유치를 염원했다. 거리마다 내걸린 현수막이 구미 시민의 열망을 대변한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용인행을 결정했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려면 수도권에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속전속결로 용인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 절차에 들어갔다.곧 발표 예정인 원전해체연구소의 경주 유치도 불안하다. 정부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부산과 울산 접경으로 정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경북을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방폐장과 전체 원전 24기의 절반이 위치한 경북의 호소에는 귀를 닫겠다는 의미다.이런 암울한 소식에도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공항, SK하이닉스, 원전해체연구소 등 대형 국책사업과 대규모 기업 투자는 무조건 떼를 쓴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제대로 된 전략을 가지고 나서야 하는데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TK 패싱'에 맞설 시점에서 컨트롤 타워는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이 맡아야 한다.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최근 행보를 보면 행정적인 면보다 정치적인 면이 더 부각된다. 권 시장은 한국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의 5·18 망언과 관련해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시민들은 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장의 모습을 더 보고 싶어한다. 이 도지사는 SK하이닉스 유치전에서 전략이 부재했다는 비판을 듣는다. 두 단체장이 상생해야 한다면서 교환 근무를 하는 모습을 보면 보이는 데만 더 집중한다는 인상을 준다.대구경북 현안을 외면한 채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 등 사분오열된 지역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TK의 미래가 더 암울해 보인다. 한국당 전당대회가 끝나면서 오히려 TK는 보수의 이미지만 각인돼 현 정부에 더 미운털이 박힐지도 모른다. 한국당의 본산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 탈피도 어렵다. 전국 유일 한국당 광역단체장과 시도의회 의장도 TK다.이제 꽃피는 봄이 오는 3월이지만 대구경북은 아직도 추운 겨울이다. 시장과 도지사,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구경북에 '봄'을 불러올 수 있도록 분발을 기대한다. 더 이상의 충격과 고통을 감내하기에는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도민이 많다.

2019-02-2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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