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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수관 기피

[야고부] 수관 기피

나뭇가지가 서로 맞닿지 않고 간격을 두고 자라는 자연 현상을 '수관(樹冠) 기피' 라고 한다. 나무 꼭대기에서 뻗은 가지와 잎들이 제 구획을 벗어나지 않고 엄격히 서로 경계를 이루는 행태가 마치 왕관 모양을 닮아 '크라운 샤이니스'(crown shyness)라는 용어가 생긴 것이다.이 현상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에서 종종 목격되는데 학자들이 1920년대부터 그 원인에 대해 연구해 왔으나 일부 수종에서 목격되는 수관 기피 현상의 생리학적 근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설명하는 많은 가설 중 하나가 잎을 갉아먹는 벌레를 방지한다거나 바람에 의한 가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본능적 행위라는 것이다. 또 가지의 끝부분이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의 양에 매우 민감해 다른 나무가 접근할 경우 생장을 멈추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수관 기피는 대부분 같은 수종의 나무에서 나타나는데 수종이 다른 나무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보르네오 녹나무처럼 잎에서 에탄올 성분이 방출돼 다른 나무의 접근을 막는 사례가 관찰된다. 말레이시아 용뇌향나무에도 비슷한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 개체 사이의 틈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햇빛을 숲에 받아들이면서 광합성 작용과 해충·질병을 막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처럼 식물이 거리를 두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자 조화로운 생장이라는 자연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다시 확산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많은 확진자를 기록한 미국은 하루에 4만~6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비상사태다. 한동안 잠잠하던 일본·호주 등에서도 연일 수백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하루 10명 안팎이던 우리나라도 5월 10일 34명으로 치솟은 이후 두 달째 매일 30~70명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의 기세가 여전하다.아직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소식은 없다. 사태가 7개월째 이어진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 경계심이 훨씬 옅어진 것도 사실이다. 수관 기피처럼 식물의 타감(他感) 작용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우리도 보다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을 피해 가는 지혜를 키워야 할 때다.

2020-07-13 06:30:00

[야고부] 문 정부의 가정(苛政)

[야고부] 문 정부의 가정(苛政)

"과세의 기술은 거위의 비명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깃털을 많이 뽑아내는 것이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상 콜베르가 남긴 말이다. 이는 세금을 반길 사람은 없기 때문에(영국 총리 처칠도 "이 세상에 좋은 세금 따위는 없다"고 했다) 세수를 늘리려면 국민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속임수를 써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다음 해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이 말을 인용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던 이유다. 조 수석은 개편안이 '증세'라는 비판을 반박하며 "거위에게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 게 이번 세법 개정안의 정신"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았다.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신용카드 공제 폐지 등으로 봉급생활자의 세금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고통 없이 털을 뽑는 게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콜베르의 말은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 '과세란 정치적,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세입을 확보하는 기술'이란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거위가 비명을 최대한 적게 지르게 하면서"는 '증세에 앞서 납세자의 고통을 줄이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어떻게 해석하든 '거위털 뽑기'는 과세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당연시한다. 고통스럽게 뽑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를 원천 부정하는 주장도 있다. 19세기 미국의 자유 지상주의자이자 무정부주의자인 라이샌더 스푸너가 대표적이다. 그는 "동의 없는 과세는 강탈"이라고 했다. 헌법은 자발적 납세를 당연시하지만 헌법은 국민 개개인이 서명하지 않은, 소수만의 권리 문서이기 때문이란 것이다.이 논거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동의 없는 과세는 강탈"이란 언명 자체만큼은 문재인 정부의 비이성적 부동산 정책으로 고통받는 지금 우리에게 큰 호소력으로 다가온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목적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집을 사지도 살지도 팔지도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각오하라고 한다. 범보다 무서운 가정(苛政)이다.

2020-07-11 06:30:00

[야고부] 고구려가 돋보인 날들

[야고부] 고구려가 돋보인 날들

"올해 나도 노론 한번 돼 봤으면 좋겠소." "여당 의원을 꼭 하고 싶다."앞은 조선의 집권 당파 노론이 득세하던 시절, 야당의 남인 고을 경상도 성주 한개마을 출신으로 공조 판서(장관)까지도 지냈던 이원조가 1865년 신년 들어 포부로 밝혔다는 속마음이다.뒤는 그로부터 155년이 지난 2020년 6월, 기획재정부 차관(조선 호조 참판)을 지내고 야당 도시 경상도 김천에서 2018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 뒤 올 4월 총선에서 재선된 송언석 의원의 발언이다.100년 넘는 시차로 두 사람의 뜻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런 말에는 분명 어떤 공통점이 느껴진다. 바로 집권 세력과 다른 당색(黨色)에 따른 불이익과 차별의 경험이나, 어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힘과 이를 뒷받침할 조직 그리고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 등이 아니었을까.두 사람 모두 나랏일 추진에 필요한 자질, 경륜 등은 지난 경력이 이미 증명한다. 그럼에도 굳이 지배 당파인 노론이 되고 싶다는 소회를 밝히고, 여당 소속 국회의원의 꿈을 말한 까닭은 당파가 달라 일을 추진하면서 만난 현실적인 차별과 벽을 뼈저리게 느낀 때문이리라.최근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말이 많다. 이를 보면 사람이 자원인 한국에서 능력과 관계없이 같은 당파 또는 부류라는 이유만으로 나랏일을 주무르는 자리에 오르고 이를 위해 권력이 동원되는 현상은 전제 군주 왕조시대나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절 구분할 것 없이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닌 고질과도 같다.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물을 쓰는 권력자나 그럴 만한 자격이 되는지 아닌지 스스로 엄격히 따지지도 않고 다만 '자리와 감투'에 눈이 멀어 덥석 받아들인 사람, 둘 모두 도긴개긴이나 다름없다. 이러고도 사람이 재산이라고, 사람이 우선이라는 말을 어찌 감히 내세울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책에서 배운 고구려 을파소 같은 명재상을 추천한 사람과 그 추천을 수용한 왕의 이야기는 과연 역사에 남을 만하다. 왕이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뿌리치고 대신 촌구석에 묻힌 을파소를 천거한 '안류', 이를 받아들인 고국천왕, 멋진 정책을 편 을파소, 이런 삼박자 인사 사례를 남긴 고구려가 빛나는 날들이다.

2020-07-10 06:30:00

[야고부] 디지털교도소

[야고부] 디지털교도소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온라인에 유포된 자신의 개인 정보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세상에 나도는 개인의 흔적을 추적해 삭제해 주는 '사이버 장례' 비즈니스까지 있다. 이처럼 인간에게는 '기억될 권리' '알 권리'도 있지만 '잊힐 권리'도 있다.최근 '디지털교도소'라는 이름의 웹사이트가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범죄자를 물리적으로 가두지 않는다. 디지털교도소가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방법은 '신상 공개'다. 6일 현재 디지털교도소에는 성범죄자와 아동학대자, 살인 피의자 등 수십여 명의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휴대폰 번호, 혐의 내용, 재판 일정 등이 올라와 있다.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대한민국의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 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며 개설 목적을 밝혔다. 동유럽 국가에 서버가 있고 대한민국의 사이버명예훼손, 모욕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으니 누구나 마음껏 댓글과 게시글을 작성할 수 있다고도 했다.디지털교도소 등장에는 우리나라 사법기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이른바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악질 범죄자인데 처벌은 솜방망이이니 '사설 감옥'을 통한 망신 주기를 해서라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분노의 발로다.그렇다 하더라도 디지털교도소는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현대 문명사회에서 사적 제재(린치)는 일절 허용되지 않으며 이 역시 또 다른 범죄일 뿐이다. 범죄자라 하더라도 신상 정보 공개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의 형법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인이라면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범법 행위 시 처벌받을 수 있기에 디지털교도소에 무심코 명예훼손성 글을 올리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99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국가가 사법 판단을 법률 전문가(판사와 검사)에 맡기고 3심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가로부터 어떤 법률적 위임도 받지 않은 개인이 특정인의 죄질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단죄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이는 자경단(自警團)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2020-07-09 06:30:00

[야고부] 추미애, 아이젠하워

[야고부] 추미애, 아이젠하워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장성 아들은 142명이며 이 중 35명이 전사하거나 부상당했다. 사상률 25%로 일반 병사(8%)보다 월등히 높다. 이들은 '아빠 찬스'를 거부하고 안전한 보직 대신 최전방 전투부대를 지원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책임 이행)의 표본이다.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제임스 밴플리트 8군 사령관의 아들로 폭격 임무 중 실종된 지미 밴플리트 공군 중위, 휴전협정에 유엔군을 대표해 서명한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의 아들로 '단장의 능선' 전투에서 3번이나 부상당해 후송됐으나 끝내 전사한 빌 클라크 육군 대위가 있다.그러나 '아빠'가 '아빠 찬스'를 살려준 매우 드문 경우도 있다. 바로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선인의 아들 존 아이젠하워 소령이다. 사연은 이렇다. 아이젠하워가 8군을 방문해 전황 보고를 받은 뒤 밴플리트 사령관에게 자기 아들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중부전선 최전방에 배치돼 있다고 하자 아이젠하워는 아들을 후방으로 이동해 달라고 부탁했다.밴플리트와 참석자들은 말문이 막혔다. 대통령 당선인이 아들을 후방으로 빼 달라는 불공정한 부탁을 그것도 공개리에 하다니. 아이젠하워는 조용히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아들이 전투 중 전사한다면 슬프지만 가문의 영예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아들이 포로가 된다면 적군은 이를 이용해 흥정하려 들 것이다. 미국 국민도 아들의 석방을 위해 적군의 요구를 들어 주라고 본인과 정부에 압력을 가할 것이다. 나는 이런 사태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자 밴플리트는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즉각 조치하겠습니다! 각하."자기 아들이 군복무 시절 휴가를 나갔다 복귀하지 않은 '탈영 의혹' 사건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부인으로 일관한다. 그러나 동료 병사의 증언은 전혀 다르다. 부대 복귀를 지시했는데 상급 부대 대위에 의해 휴가가 갑자기 연장됐다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 중이니 누구 말이 맞는지 밝혀지겠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싶다.그럼에도 사실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다른 나라 보기에 국민이 참담하고 부끄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6·25전쟁 참전 미 장성 아들의 이야기는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자신을 돌아보라고 소개한 것이다. 모두가 아는 얘기다.

2020-07-08 06:30:00

[야고부] 누굴 위한 국민인가

[야고부] 누굴 위한 국민인가

'국민이 존중받는 편안한 나라,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사회' 그리고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법을 다루는 법무부와 검찰이 인터넷 가상공간을 찾는 국민을 맞아 자신의 기관을 소개하며 내세운 글귀이다. 둘 다 겉으로 국민을 주인으로, 주인을 위해 일하는 기관임을 표방하는 모양새이다. 이런 닮은꼴의 글귀와 함께 화면에 나오는 바탕과 사진은 무척 달라 대조적이다.법무부 창에는 주로 추미애 장관의 얼굴이 들어간 화면들이 되풀이 소개된다. 다른 기관과의 협약식 모습이나 회의 장면, 기념식 사진 등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반면 검찰은 허공으로 시원스럽게 치솟은 푸른 잎과 쭉쭉 뻗은 줄기의 대나무 숲이 배경인 장면이 방문객을 맞는다.이런 같음이나 차이와 별개로 지금 벌어지는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갈등을 보노라면 이들이 외치는 국민은 과연 어떤 국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을 앞세워 다투는 드잡이는 누굴 위한 것일까. 지금으로선 이들 두 기관이 내건 가상공간 속 국민은 우리가 아는 국민과는 분명 다른 게 틀림없다.법무부에서 내세운 국민은 아무래도 북악산 아래 자리한 지휘부를 향한 국민일망정 보통의 일반 국민은 아닐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검찰에서 외치는 국민도 법의 보호가 절실한 힘없는 국민은 아닐 듯하다. 그러함에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수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추 장관 45%, 윤 총장 38%인 점을 따지면 아무래도 추 장관과 그의 기관이 국민과 더 떨어져 있는 게 분명하다.특히 추 장관은 고향인 대구경북에서 잘한다는 반응이 겨우 17%인 반면 잘못한다는 대답은 무려 70%였다. 이는 윤 총장의 긍정 답변 58%와 부정적 반응 21%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비율이다. 물론 고향 사람들의 이런 부정적 반응은 보수 성향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추 장관에 대한 실망감에다 국민과 거리가 먼, 정권에 맞춘 처신 때문일 수 있다.변하는 게 민심이라지만 법을 다루는 두 기관의 수장이 보여주는 현재의 모습이 계속된다면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부디 국민이란 물을 잘 타서 배를 띄우는 수장이 되길 바란다. 참, 국민이란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역사의 증언을 두 수장과 북악산 아래 지휘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2020-07-07 06:30:00

[야고부] 투쟁 낳는 정권

[야고부] 투쟁 낳는 정권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와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두 사람이 대한민국을 지켜본다면 이구동성으로 혀를 차지 싶다. 이들이 설파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홉스), '아노미'(뒤르켐) 상태를 이 나라가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문재인 정권 3년 내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일상화됐다. 조국·윤미향 사태, 한·일 갈등, 부동산 폭등,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이 관련된 의혹과 비리 등 진영 간 투쟁을 야기(惹起)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워낙 싸움이 격렬해 내전(內戰) 상태란 말까지 나왔다. 이 와중에 공통 가치나 도덕 기준이 없는 혼돈 상태를 뜻하는 아노미(anomie)에 이 나라가 빠졌다.나라를 투쟁·혼돈으로 몰고 간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에 있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첫째는 실력 부족 탓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인국공 사태가 대표적이다.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21차례에 걸쳐 규제 위주의 땜질 대책을 남발했다. 문 대통령의 '1호 현장공약'이란 데에만 꽂혀 인국공 정규직 전환을 강행했다. 전후좌우를 두루 살펴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둘째는 아군과 적군을 갈라치는 행태에 따른 투쟁·혼돈 속출이다. 만약 조국 전 장관과 윤미향 의원이 상대편이었다면, 윤 총장이 정권 관련 비리들을 파헤치지 않고 덮어 '우리 윤 총장님'에 머물렀다면 문 대통령과 정권은 전혀 다른 언행을 보였을 것이다. 한·일 갈등에서 보여준 정권의 반일 프레임 활용처럼 정권 유지에서 촉발된 투쟁도 있다.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극복하려면 '국가'라는 괴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땅에선 국가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부르는 괴물이 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가 이를 일찍이 예견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지속적이고 영원한 투쟁 상태에 있다. 그리고 사회를 가르는 전선(戰線)이 형성돼 있다. 전선은 우리를 어느 한 진영에 속하게 만든다. 중립이란 없다. 우리 모두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나라에서 얼마나 더 많은 투쟁·혼돈이 이어질 것인가.

2020-07-06 06:30:00

[야고부] 대구경북 문인의 흰 손

[야고부] 대구경북 문인의 흰 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내 혈육이 역병에 걸려들 줄은/…/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릎 꿇고 비는 일/…/기적처럼 언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나는 나의 기도가 통한 것이라 생각했다/…/그 사람들 참 고맙다/…/나 치료해준 사람들/…/언니가 내 곁에 돌아온 건 나의 기도가 아니라/그분들의 공력(功力)이었다/…/언니를 살려서 보내준 대구의료원이 있는/이 도시의 서쪽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김은령, '무릎을 꿇었다'에서)중국 우한 발(發) 괴질로 올 2월부터 대구는 초토화됐다. 코로나19라는 보이지도 않는 병원균이 보이는 모든 것을 삼켰다. 어느 순간부터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손을 씻거나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거리두기에 나서는 한편 기도로 무사하기를 비는 일이다.3일 현재 대구는 코로나19 확진자 6천923명에 사망자 189명, 경북은 1천390명 확진자에 54명이 숨졌다. 전국은 1만2천967명 확진에 282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대구경북은 참담해 사망자만 243명으로, 전국의 86%이다. 얼마나 많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조마조마한 날들을 지샜으며, 저마다 어떤 심정으로 기도를 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확진자로 완치돼 격리 해제된 1만1천759명은 자신과 가족의 간절한 기도로 새 삶을 맞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바로 김은령 시인이 읊은 것처럼 누군가의 공력이다. 흰 옷과 흰 손으로 무장한 대구 의료진과 봉사자들, 전국의 따뜻한 이웃들이다. 이들이 24시간 쉼없이 움직이고 보이지 않는 세균과 싸운 결과이다.이런 코로나 사연이 대구경북작가회의 문인 52명이 쓴 책 '마스크의 시간'에 묶여 나왔다. '문학으로 치유하는 코로나19'란 부제처럼 이들은 시 42편과 동시 3편, 산문 8편을 모아 지치고 힘든 대구경북 사람의 상흔을 위로하고 있다. 최근 펴낸 대구시인협회 95명 시인의 시집 '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에 이은 또다른 코로나 증언록이다. 붓으로 무장한 대구경북 문인의 글 역시 의료진의 흰 손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2020-07-04 15:05:41

[야고부] 욕하면서 빼닮은 독재

[야고부] 욕하면서 빼닮은 독재

'툭하면 아버지는 오밤중에/ 취해서 널브러진 색시를 업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문 채 술국을 끓이고/ 할머니는 집안이 망했다고 종주먹질을 해댔지만,/ (중략)//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나는 자랐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노라고/ 이것이 내 평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중략) 그리고 이제 나도/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진 나이를 넘었지만, //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중략)/ 나는 늘 당당하고 떳떳했는데 문득/ 거울을 쳐다보다가 놀란다, 나는 간 곳이 없고/ 나약하고 소심해진 아버지만이 있어서, / (중략)/ 그 거울 속에는 인사동에서도 종로에서도/ 제대로 기 한번 못 펴고 큰 소리 한번 못 치는/ 늙고 초라한 아버지만이 있다.'신경림의 시 '아버지의 그늘' 중 일부다. 이 시의 주인공은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평생을 살았지만 어느 날 거울을 통해 아버지를 빼닮은 자신을 만나게 된다.'욕(辱)하면서 닮아간다'는 정치권의 법칙을 더불어민주당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회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獨食)하고 3차 추경안 통과를 밀어붙이는 민주당에게서 박정희 유신·전두환 군부 독재(獨裁)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반(反)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민주당이 왜 그렇게도 욕했던 유신·군부 독재를 닮아가는지 정말 아이러니하다.문재인 정권은 앞선 보수 정권들을 적폐·농단·독재 굴레를 씌워 단죄(斷罪)했다. 그랬던 문 정권 자신이 새로운 적폐·농단·독재의 주범(主犯)이 되고 말았다. 조국·윤미향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청와대 감찰 무마, 역사 왜곡 금지법, 대북 전단 처벌법 등에 이어 일당 독재의 문을 연 것까지 신(新)적폐·농단·독재 3종 세트를 국민에게 선물(?)했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176석이란 절대 의석을 무기로 문 정권은 더 폭주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찍어내기', '한명숙 구하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숱한 정권 비리 덮기 등에 광분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북한, 중국에서 나란히 독재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이다. 유대가 돈독한 세 나라 지도자들이 닮은 점 하나를 분명하게 공유하게 된 셈이다.

2020-07-03 06:30:00

[야고부] 양도 소득세

[야고부] 양도 소득세

한국에서는 양을 안 키운다. 이유인즉슨 '양도 소득세' 때문이란다. 양에게도 세금을 물리니 키울 이유가 없다는 거다. 물론 웃자고 하는 '아재 개그'다. 공교롭게도, 사람보다 양이 열 배 많은 뉴질랜드에서는 양도소득세가 없다. 양에게 세금을 안 매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양도소득세라는 세금 항목 자체가 없다.우리나라 재정 관료만큼 양도소득세를 쉽게 생각하는 나라도 잘 없는 듯하다. 전가의 보도인 양 양도소득세 카드를 꺼내 든다. 현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단순화해 보면 결국 세금을 왕창 매기거나 대출을 옥죄는 방향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무려 21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가격은 이를 비웃듯 뛰고 있다.최근에는 주식시장 개인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연간 2천만원 이상의 투자 소득에 대해 20~25% 세금을 물리겠다는 내용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전체 개인투자자 가운데 5%만 양도소득세 대상일 뿐 증권거래세가 0.25%에서 0.15%로 낮아지니 대다수에게는 이득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데다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떼내 간다면 주식은 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결과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해외 증시나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공산이 매우 높다. 대만이 주식 양도소득세를 신설했다가 증시 40% 폭락을 경험하면서 철회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거래세 인하라는 선심을 쓰는 것 같지만 개인들의 단타(단기 매매)가 늘어날 것이기에 거래세 세수 총액은 줄지 않거나 도리어 늘어날 수 있다. 더군다나 양도소득세 세입이 새로 생기니 정부로서는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격이다.최근 일련의 정부 정책들이 결국 증세와 관련돼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재정 지출과 국가 채무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세금 쓸 데는 많은데 낼 사람은 줄어들고 있으니 정부는 어디서든 짜내 재정 곳간을 채우고 싶어 한다. 그러니 재난지원금 40만원 받았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어떻게든 세금 고지서로 돌아오는 것은 필연적이기에 그렇다. 결국 조삼모사(朝三暮四), 양두구육(羊頭狗肉) 아닌가.

2020-07-02 06:30:00

[야고부] 마스크 시비

[야고부] 마스크 시비

코로나19 발생 6개월이 지나도록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논란거리다. 최근 코로나 재확산 조짐이 강해지자 이제는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정치적 충돌로 확대되는 등 찬반 논란이 거세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마스크가 정치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어 버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거부하고 지지자들이 이를 따르면서 상황이 매우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한 국제 여론조사기관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국가별로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비율을 조사해 보니 미국은 71%, 독일 64%, 영국 31%로 나타났다. 아시아의 경우 싱가포르 92%, 말레이시아 88%, 홍콩 86%, 대만 85% 수준이었다. 서울보라매병원 조사 결과 한국은 78.8%로 2015년 메르스 때보다 착용률(15.5%)이 5배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북유럽의 경우 노르웨이 5%, 스웨덴 4%, 덴마크 3% 등으로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았다.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마스크 효과가 매우 큰데도 마스크 착용을 '낯설고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때문이다.엊그제 미 CNN방송이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미국과 한국의 코로나 현황을 비교하는 자막을 동원해 트럼프 행정부의 부실 대응을 비판한 것이다. 요약하면 3월 5일 한국의 사망자는 35명, 미국은 고작 11명이었으나 약 15주 후 6월 27일 한국은 282명인 반면 미국은 무려 12만5천434명이 목숨을 잃었음을 환기시켰다. "마스크가 목숨을 구한다는 게 팩트"임을 강조한 보도다.마스크 없이도 사태를 종식시킨 사례도 있다. 지난달 8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뉴질랜드의 경우다. 코로나 확산 시기 뉴질랜드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부는 대규모 검사와 추적, 격리 등 방역에 주력했고, 경찰·군인을 동원해 시민 이동을 차단하는 '록다운'(Lockdown)을 시행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초동 대처가 마스크 없이도 사태를 진정시킨 요인"이라고 분석할 정도다.신속하고 강력한 대응과 철저한 마스크 착용 없이는 코로나 종식은 어렵다는 게 코로나 사태의 교훈이다. 마스크에 대한 심리적 알레르기가 클수록 피해도 비례해 커진다는 점을 '마스크 시비(是非)'가 보여준다.

2020-07-01 06:30:00

[야고부] ‘친문의 나라’

[야고부] ‘친문의 나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친문(親文) 패밀리의 집사(執事) 같다"고 했다. '추다르크'가 어쩌다 '친문 집사' 소리를 듣는 처지로 전락했는지 안타깝다.논란은 추 장관이 자초(自招)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내 지시를 어기고 절반을 잘라 먹었다"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이런 총장 처음" 등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야당에서 "인성(人性)의 문제" "꼰대 발언" "해임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조차 "삼십 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광경"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라고 했다.추 장관의 도를 넘은 '윤석열 때리기'는 친문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라는 게 중론(衆論)이다. 차기 서울시장이나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친문 지지를 얻으려 무리수를 둔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전력 때문에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의심'을 받는 처지다. 친문들의 "추느님" "추 장관이 인사권자(문재인 대통령)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윤 총장을) 작살내라" 등의 지지 글을 보며 미소를 지을지도 모를 일이다.4·15 총선을 통해 민주당은 친문이 장악했다.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친문 지지가 결정적 요인이 되는 구조가 됐다. 추 장관을 비롯해 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친문바라기'가 될 수밖에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아널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창조적 소수자가 사명감을 잃고 지배적 소수자로 전락하는 순간 문명은 쇠망의 길을 걷는다"고 했다. 친문 전신(前身)인 친노는 일정 부분 '창조적 소수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친노에 의해 잘못된 인습이나 가치관이 깨어졌고 과거와는 다른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그러나 지금 친문은 힘에 의해 대중을 통치하는 '지배적 소수자'를 방불케 한다. 여야 합의를 주문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문자·전화 테러를 한 친문에게서 김어준식(式)으로 표현하면 지배적 소수자의 냄새가 물씬 난다. 스토커를 방불케 하는 친문의 '윤석열 찍어내기'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화석(化石)처럼 변한 머리로 권력 지키기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친문이 장악한 '친문의 나라'. 이 나라 앞날이 걱정이다.

2020-06-29 20:57:38

[야고부] 치킨 호크

[야고부] 치킨 호크

대홍수로 세상이 물에 잠기고 50여 일이 지난 어느 날 노아의 방주에 비둘기가 날아들었다. 노아가 날려보낸 비둘기였는데 올리브 잎을 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노아는 세상에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가 다시 찾아왔음을 알아차린다. 이처럼 서구권에서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다. 2차대전 직후 연합군이 추축군 처리를 위해 회의를 열면서 공문서 등에 사용한 심벌도 비둘기였다.평화적 수단으로 국가 간 갈등을 해결하자는 사람들을 '비둘기파'(The Doves)라고 부른다. 비둘기파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 즉, 주전파는 '매파'(The Hawks)라고 불린다. 매가 주전파의 상징이 된 것은 1812년 미국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존 랠프가 의회 내 주전파를 '전쟁 매'(War Hawk)라고 부른 것이 연원이 됐다.비둘기도 아니고 매도 아닌, 요상한 생명체도 있다. '치킨 호크'(Chicken hawk)다. 영어권에서 치킨은 겁 많은 사람을 뜻하니 '매 흉내 내는 겁쟁이 닭'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치킨 호크는 군대 복무를 하지 않았거나 전시 상황을 고의로 회피했으면서도, 전쟁을 비롯한 극단적 군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미국의 정치권 용어다. 경상도에서 많이 쓰이는 '구들목 장군'쯤 되겠다.대표적인 치킨 호크로 꼽히는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낸 회고록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북한 선제 공격론자로 잘 알려진 그는 UN 회의에서 미국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 전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의 초강경론자다. 전쟁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정작 그는 전장을 피한 겁쟁이다. 베트남 전쟁을 지지했지만 1969년 베트남 징집 명령이 예상되자 메릴랜드 주방위군에 자원 입대하는 수법을 통해 '안전한' 미국 내에서 복무하는 요령을 피웠다.문제는 미국 내에는 볼턴 같은 치킨 호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공화당 보수주의자를 일컫는 '네오콘'들 중에는 치킨 호크들이 부지기수다. 북한의 위협에 가장 가까이 그리고 노출돼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참으로 우려스러운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의 참혹상을 경험한 이들은 전역 후 평화주의자가 된다. 군대도 안 간 '내로남불형' 치킨 호크들이 앞줄에서 전쟁 운운하는 것 자체가 가당찮다.

2020-06-29 06:30:00

[야고부] 소셜 믹스

[야고부] 소셜 믹스

특정 계층만 모여 사는 주거 문화나 패턴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저소득층의 거주 공간은 슬럼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계층 간 불화와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건축가들의 고민은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다.'소셜 믹스'(Social Mix)는 경제적·사회적 수준이 다른 계층을 같은 공간에 배치해 함께 살게 하는 사회적 실험이다. 계층 간 갈등이 심했던 19세기 영국 사회의 병폐를 치유할 목적으로 1849년 제임스 버킹엄이 설계한 '빅토리아 모델 타운'이 첫 소셜 믹스 사례다. 버킹엄은 직업과 소득 수준이 다른 1만 명의 주민이 모여 사는 타운을 제안했는데 17~18세기 크리스토퍼 렌의 런던 재건축 계획에도 비슷한 개념이 구체화되어 있다.사회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주거 문화 개선 노력에서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3년 서울시는 공공주택 분양에서 소셜 믹스 개념을 도입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조성하도록 제도화해 계층 혼합을 유도한 것이다.하지만 이런 취지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새로운 계층 갈등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임대주택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차별 등 계층 간 단절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종시 한 아파트단지의 "임대 거주 아동과 학군을 분리해달라"는 주민 게시글 논란이나 대구의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서 "집값 떨어진다"며 장애인 혐오 표현을 담은 벽보 사례는 소셜 믹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심지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사이에 아예 높은 외벽을 쌓아 차단하거나 고층(분양)과 저층(임대)으로 아파트 층수를 달리하고, 엘리베이터를 따로 설치하는 등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 잠재한 심각한 계층 차별의 현실이다. 소셜 믹스는 단지 개념으로 존재할 뿐 정작 연대의식과 사회통합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다는 방증이다. 교육을 통한 공동체 의식 강화 등 성찰이 없다면 우리 사회 발전이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2020-06-26 20:31:23

[야고부] ‘잘린 손가락들’

[야고부] ‘잘린 손가락들’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강(江)에 잘린 손가락들이 둥둥 떠다닌다'는 말이다. 4·15 총선 후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손가락을 자르고 싶은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176석에 이르는 '공룡 정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오만·폭주 때문이다.민주당이 국회 단독 개원을 밀어붙인 것까지는 '일하는 국회'라는 명분에 그 나름 설득력이 없지 않았다. 야당을 배제하고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일방적으로 뽑은 것 역시 조국 사태 때 야당 법사위원장 때문에 워낙 곤욕을 겪어 이해가 가는 면도 있었다.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눈엣가시'인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총공세를 펴고,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뒤집으려는 민주당의 행태는 국민 분노를 사고도 남는다. 정권 관련 의혹들을 엄정 수사한다는 이유만으로 2년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정당을 민주 정당이라 할 수 있나. '한명숙 구하기'를 위해 사법부를 대놓고 겁박하는 민주당은 법치주의 파괴 집단 아닌가.민주당을 '폭주 기관차'로 만든 책임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대북 문제를 비롯해 안보·외교, 경제와 일자리, 국민 통합 등 국정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했는데도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다. 엉망진창 성적표를 받은 자녀에게 부모가 회초리를 들기는커녕 칭찬하고 통닭을 사준 것과 마찬가지다. 정권 심판이 돼야 할 총선이 야당 심판이 됐으니 민주당이 개과천선(改過遷善)할 리가 없다.가정이지만 지금 총선을 한다면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사태에서 보듯이 툭하면 평등, 공정, 정의를 짓밟는 문 정권에 유권자들이 표를 줄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처참하게 무너졌는데도 유권자들은 여당에 표를 던질까. 그토록 자랑했던 코로나 방역이 수도권 집단 감염으로 갈림길에 섰는데도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를 찍을까.대통령 선거가 1년 이상 남아 민주당의 오만·폭주는 더 심해질 것이다. 윤 총장은 쫓겨나고, 한 전 총리는 무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에 따라 강에 떠다니는 잘린 손가락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이다.

2020-06-26 06:30:00

[야고부] 삼국유사면과 홍익면

[야고부] 삼국유사면과 홍익면

'남한산성과 무릉도원 또 삼국유사.'이들의 공통점은? 먼저 네 글자의 한자다. 또 다른 같은 점도 있다. 바로 지방 행정조직의 하나인 면(面) 이름으로도 쓰이는 사실이다. 물론 앞의 둘은 현재 쓰이는 면 이름인 반면, 뒤는 2021년 1월부터 현재 사용 중인 면 이름을 대신해 공식 명칭으로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2018년 12월 31일 행정안전부 기준으로 전국에는 17개 시·도에 226개 시·군·구가 있고, 그 아래에 3천510개의 읍·면·동이 속한다. 면은 모두 1천184개인데, 면 이름은 저마다 다르지만 같은 이름도 많다. 사연과 특징도 여럿이다.우선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처럼 방향과 위치를 뜻하는 한자를 내세운 한 글자의 면 이름이 숱하다. 경주시와 울릉군의 서면(西面), 울진과 울릉의 북면(北面), 강원도 양구와 전남 화순의 동면(東面), 강원 영월과 충남 부여의 남면(南面), 경기도 연천의 중면(中面)이 그렇다.이런 일부 외글자 면 말고는 사람 이름처럼 대부분 두 글자다. 흔히 두 글자는 면이 위치한 지리와 산세의 자연환경이나 역사적 배경이 바탕이다. 더러는 경북 포항 호미곶면이나 울진 금강송면, 충북 영동의 추풍령면,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면처럼 세 글자로 된 면도 있다.이와 달리 드물게 네 글자 면도 생겼다.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과 강원도 영월군의 무릉도원면처럼 말이다. 2015년 10월 기존 중부면에서 바뀐 남한산성면은 이름과 같이 남한산성(南漢山城)에서 유래한다. 2016년 11월 종전 수주면에서 달라진 무릉도원면(武陵桃源面)은 무릉리와 도원리에서 나왔다.이와 다른 갈래인 삼국유사면은 경북 군위군 고로면을 대체할 새 이름이다. 고려 일연 스님이 편찬한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땄다. 군위 상징인 삼국유사로 면을 알리려는 뜻이다. 최근 주민 조사에서 83.7% 찬성으로 채택될 만큼 압도적이니 면민의 삼국유사 사랑을 알 만하다.특히 군위는 삼국유사를 주제로 한 공원 시설을 지난 10년 세월 동안의 준비를 마치고 다음 달 의흥면에서 개장한다니, 삼국유사 산실인 고로면(삼국유사면) 인각사와 함께 삼국유사를 알릴 호기이다. 바뀔 삼국유사면이 길면, 부르기 좋게 삼국유사에 깃든 홍익(弘益) 정신을 살려 홍익면이라 이칭(異稱)해도 좋으리라.

2020-06-25 06:30:00

[야고부] 황희석의 입방정

[야고부] 황희석의 입방정

일본 패망 후 천황(天皇)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무시, 조소, 조롱당하기 일쑤였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자칭 천황'이 속출했다. 오카야마(岡山)현에서는 '사카모토(坂本) 천황', 가고시마(鹿兒島)현에서는 '나가하마(長浜) 천황', 니가타(新潟)현에서는 '사도(佐渡) 천황', 코지(高知)현에서는 '요코쿠라(橫倉) 천황'이 나왔다. 아이치(愛知)현에서는 '도무라(十村) 천황'과 '미우라(三浦) 천황' 등 둘이나 나왔다. 이런 '자칭 천황'은 한때 17명에 달했다고 한다.이들 중 발군(拔群)은 나고야(名古屋)현에서 잡화상을 하는 구마자와 히로미치(熊澤寬道)였다. 그는 자신이 14세기 무로마치(室町) 막부에게 쫓겨나 남조(南朝)를 연 제96대 고다이고(後醍醐) 천황의 직계 후손으로, '진짜 천황'은 히로히토(裕仁)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천황가의 정통성은 히로히토가 속한 북조(北朝)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남조에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그 근거로 '족보'를 내세웠다. 그의 주장이 대중들의 관심을 사면서 그는 전국 순회에 나서는 등 '유명 인사'가 됐다. 그는 미군정 사령관 맥아더에게 히로히토가 퇴위하고 자신이 즉각 천황으로 즉위하는 데 협력해 달라는 요청도 보냈다. 이는 일본 점령 정책의 중추로 천황 권위 약화를 추진하던 미군정 사령부의 관심을 끌어 시사잡지 '라이프'와 미군 신문 '성조지'에 '히로미치 천황이 진짜 천황'이라고 보도되기도 했다.하지만 '진짜 천황'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1951년 히로히토를 상대로 천황 부적격 확인 소송도 제기했으나 각하(却下)됐다. 그가 정말로 고다이고의 직계 후손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선조라고 했다가 된통 창피를 당했다. 창녕 조씨 족보를 확인해 보지도 않고 조 전 장관을 조식 선생의 후손으로 단정한 탓이다. 가히 '입방정'이라고 하겠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식 선생의 13대 후손인 조영기 씨가 족보를 확인해 보니 조 전 장관과 조식 선생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황 최고위원은 왜 조 전 장관을 조식 선생의 자손으로 만들려 했을까? 조식 선생의 자손이면 평등·공정·정의의 배신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2020-06-24 06:30:00

[야고부] 혼수모어(混水摸魚)

[야고부] 혼수모어(混水摸魚)

물고기를 잡을 때 흙탕물을 일으켜 놀래면 잡기가 쉽다. 혼탁한 물에서는 고기가 방향을 잘 분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혼수모어'(混水摸魚)라고 표현하는데 흐린 물에서 고기를 더듬어 찾는다는 뜻이다. 군사를 위장시켜 원소의 군량 창고를 기습한 조조(曹操)의 계략에서 비롯한 한자성어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려 이익을 취할 때 쓰는 말이다.북측의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계기로 한반도 주변 국제 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흙탕물로 바뀌고 있다. 2018년 4~5월, 9월 등 세 차례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금씩 호전되던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최근 앞뒤 분간하지 못하는 북측의 난폭한 행동의 근본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북한의 경제적 압박 등 내부 불만이 커지자 초점을 밖으로 돌려 풀어보려는 우회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최근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온 북측은 연일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응징 보복"을 외치고 있다. 예고한 대로 1천200만 장 규모의 대남 전단 살포 계획을 조만간 실행할 것이라는 게 국내 언론의 보도다. 대북 전단과 달리 대남 전단 살포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공연히 우리에게 쓰레기만 안기는 짓이다.그럼에도 북측이 큰 비용을 들여 전단을 뿌리려는 것은 안으로 내부 결집의 목적에다 어려운 경제 사정의 원인을 한국 정부에 돌리고 분풀이를 하는 정치 공세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전단 인쇄물 내용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 사진 위에 담배꽁초를 던져 놓는 등 한마디로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미국과 일본 정부의 최근 움직임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궁지에 몰린 일본 아베 정권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빌미 삼아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불순한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 주둔 미군 9천500명 감축 발표에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을 계속 고집하는 것도 전형적인 '혼수모어'다. 상대를 흔들어 제 이익을 챙기는 것은 말릴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의도가 뻔히 드러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더 크다. 본디 빈 깡통이 요란하고, 겁먹은 개가 시끄럽게 짖는 법이기 때문이다.

2020-06-22 18:58:37

[야고부] 차면 기운다는데…

[야고부] 차면 기운다는데…

나눠 먹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동물의 세계는 더욱 그래서 먹이사슬의 서열이 생겼으며 세월의 흐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현상이다. 동물보다 좀 낫다는 인간의 삶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더할 수도 있음을 역사의 기록은 증언하며 뒷사람을 경계하고 있다.특히 재산을 갖고 다툰 사례는 인간이 먹이를 갖고 으르렁거리는 동물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통감하게 한다. 그런 다툼의 기록에 이름을 올리는 이는 대통령 아들에서부터 재벌 남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내세우는 이유는 달라도 더 많이 갖겠다고 싸우는 꼴은 마찬가지다.그래서 보통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른, 그런 부류의 사람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한 삶을 산 인물에 더 가슴을 열고 그들이 남긴 글과 자취를 더듬게 된다. 나라의 지난 역사에서 가장 힘들고 고달팠던 일제 식민 암흑 시기에 말과 행동이 어울린, 그런 삶을 산 인물이 있다.비록 35세로 삶을 마쳤지만 당시로서는 무척 앞선 생각과 행동을 실천한 젊은이 강택진(1892~1926)은 요즘 한세상 만난 것처럼 시대를 주름잡겠노라며, 진보를 입에 올리는 부류는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사회주의 활동가였다. 독립운동은 두고라도 민중과 함께하고자 한 삶이 그렇다.자신이 땅을 가진 지주로서, 땅 한 평(3.3㎡) 없는 핍박받는 민중과 소작인을 위해 지주를 상대로 소작운동을 벌인다는 게 모순이기에 먼저 자신의 땅(논) 9천 평(2만9천700㎡)을 '그저 세상에 버렸'으니 말이다. 고향 경북 영주 풍기에서 1923년 4월에 있었던 일이다.세상 일이 그렇듯 시대와 세대가 바뀌고 뒷사람은 그를 잊었지만 그의 말과 행적의 일치된 모습은, 그렇지 않은 쪽으로 '진보라는 옷'을 입은 활동가가 넘치고, 진보 부류가 득세한 요즘 더욱 돋보인다. 100년 뒤, 지금 진보 가치를 외치는 사람은 되레 더 갖겠다는 아우성이다.요즘의 진보 무리는 그들이 위안부 할머니를, 아니면 국민을, 또는 북한 김씨 일가 등 누구를 앞세웠든 간에 말과 행동이 다른 점이 두드러진다. 겉으로 내세운 말과 기치는 그럴듯하고, 때로는 환상적이지만 그 뒤에 감춰진 진짜 모습은 실망스럽다. 민의와 통합을 외치면서도 힘으로 여의도 자리를 독점하겠다는 여당의 국회 욕심도 그렇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데, 권력은 어떨지.

2020-06-22 06:30:00

[야고부] 文, 불면의 밤

[야고부] 文, 불면의 밤

옛 전남도청 건물 앞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아랫입술이 하얗게 부르튼 것이 화제가 됐다. 친문(親文) 누리꾼들은 "코로나 사태로 대통령 과로가 너무 심한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왜 입술이 부르텄는지는 당신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며 "(대통령이) 불철주야 국난 극복에 매진하는 건 맞지만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건강하게 계신다"고 했다.집권 4년 차인 문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달리 '아직도' 권력 기반이 공고하다. 대통령 지지율은 60% 안팎을 오가며 고공 행진 중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믿기 어려운' 압승을 거뒀다. 청와대 출신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해 대통령과 정권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역대 최초로 레임덕 없이 임기를 마치는 대통령이 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문 대통령의 권력 기반이 탄탄한 것과는 별개로 지난 3년 동안 국정에서 거둔 성적표를 보면 문 대통령의 고민·스트레스 지수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웠지만 경제는 추락하고 있고, 청와대에 상황판까지 만들었던 일자리 문제도 악화 일로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대한 국민 반발은 여전하다. 코로나 방역은 수도권 집단 감염이 확산하면서 더 이상 자랑하기가 부끄러워졌다. 심혈을 쏟았던 대북 문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불면(不眠)의 밤이 계속됐을 것이고, 입술이 부르텄을 것이다.2018년 4월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 동안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나"란 국민 질책에 그나마 버팀목이 됐던 게 남북 평화 쇼였다. 그러나 2년여 만에 실패로 드러났다.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은 도발 우려로 문 대통령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더 늘어날 것이다. 대통령 입술이 얼마나 더 부르틀지 걱정이다.

2020-06-19 18: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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