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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우리 소·닭·돼지

황해도 안악 고분에는 검고, 누렇고, 얼룩진 세 마리의 소 그림이 등장한다. 소의 뿔과 코뚜레, 고삐도 선명하다. 357년에 쌓은 고구려 무덤인 만큼 우리 소 역사가 유구함을 말하는 그림이다. 물론 구석기 때로 추정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소가 새겨졌으니 소의 역사는 깊다.닭도 그렇다. 특히 닭에는 신라 시조 설화와 왕이 얽힌 계림(鷄林), 인도인이 우리를 '귀한 닭'이란 뜻인 '구구타 설라'로 부른 사연 등이 있다. 우리 닭은 밖에도 알려져 중국 의서에 나올 정도였다. 꼬리가 90~120㎝에 이르는 장미계(長尾鷄)는 맛 좋고 기름지기로 이름이 높았다.돼지도 같다. 고구려는 제천 행사에 돼지를 바쳤고, 부여는 돼지를 길러 고기는 먹고 가죽은 옷을, 털은 짜서 베(布)를 만든 기록을 남겼다. 발해는 돼지 가죽 1천 장을 당나라에 수출했다. 돼지는 풀을 뜯는 소와 달리 곡물을 먹고 농사 쓰임새가 적어서인지 푸대접도 받았다.이런 가축은 민족적 특징을 가졌는데, 일제강점기 자료는 그 우수성과 장단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일제에 집중 수탈된 한우의 뛰어난 점은 지금도 새길 만하다. 먼저 품성이 한민족처럼 선천적으로 온순하고 영리했다. 암수 섞여도 싸우지 않고 사람과 배를 타도 조용했다. "세계 제일"이라 불린 까닭이다.우리 가축의 시련은 일제 수탈과 경제성만 외친 사육 정책으로 가혹했다. '한'(韓)이란 글자를 앞세울 만한 숱한 고유의 우수 유전자 보유 가축들이 사라졌고, 수입고기 홍수는 이를 부채질했다. 우리 또한 '돈 되는' 가축만 길렀다. 뒤늦게 온 나라를 뒤져 없어진 옛 가축 종자 복원에 나서지만 차 떠난 뒤와 같다.이를 안타깝게 여겨 우리 가축에 관심을 쏟다 퇴직한 여정수 영남대 명예교수가 여섯 제자와 8일 '재래 닭·재래 돼지·한우'라는 책을 내고 '한민족 고유의 유전자원' 보호를 호소했다. 칠순(七旬)을 겸해 제자들과 조촐한 모임을 연 그의 "재래 가축은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의 변화를 알려준다"는 말이 절박하다.

2019-06-15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은퇴 자금

나이가 들고 은퇴하면 많을수록 좋은 게 건강과 친구다. 또 소일거리나 취미, 평생학습도 젊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뭐라 해도 노후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경제력이다. 여러 노후 대책 가운데 은퇴 자금 부족은 불안한 노후와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26%가 은퇴에 대비한 저축이 전혀 없었다. 더 세부적으로 45~59세 중년층의 17%, 60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13%만 '노후 준비가 없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와 비교해 중년층 이상은 나름 준비가 잘돼 좋은 대조를 이뤘다.일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몇 해 전 한 경제주간지가 60~65세 정년퇴직 남성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노후 준비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은퇴 자금이 1천만엔(약 1억900만원) 미만이고, 연금에 의존하는 은퇴빈곤층이 전체의 41.3%였다. 또 노후 자금 1천만~3천만엔 아래로 준비한 은퇴중산층이 29.7%로 상대적으로 처지가 낫지만 불안한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부류로 꼽혔다. 반면 3천만엔 이상 저축한 은퇴부유층은 29%에 불과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장수'(長壽)라는 변수가 돌출했다. '100세 시대'를 맞으면서 지금과 같은 은퇴 준비로는 노후가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최근 일본 정부가 노후 자금으로 2천만엔을 더 모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았는데 자민당 정권이 '100년 안심'을 내세우더니 말을 바꿔 공적 책임을 포기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속사정이 어떻든 수명이 길어질수록 불안한 경제력이 노년의 최대 위협 요인인 것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한때 '노후 자금 10억원' 신드롬이 크게 돌출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금융사가 과장된 '공포 마케팅'으로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높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한 자릿수로 추락한 개인저축률과 저금리는 65세 이상 노후빈곤율이 48.6%에 이르는 우리 현실은 큰 고민거리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걱정 없는 노년에 대해 정부가 더 고민하고 사회적 공감대도 커져야 할 때다.

2019-06-14 06:30:00

이대현

[야고부] 툭하면 역사 타령

영국 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 말에 경도(傾倒)된 탓인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재의 집권 세력은 신물이 날 정도로 과거와의 '대화'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는 대단히 정략적이다. 과거에서 어떤 것을 가져와 상대방을 공격하는 도구로 악용하기 때문이다.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역사 타령'은 끝 간 데가 없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 띄우기 발언을 했다.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로 평가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때와 장소 모두 부적절한 추념사였다. 6·25에서 순국한 영령들을 모신 곳에서 그것도 현충일에 '6·25 전범'인 김원봉을 들먹인 자체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기념일마다 '역사·이념 논쟁'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다 보니 걱정이 될 정도다. 3·1절 경축사에선 빨갱이 발언, 5·18 기념사에선 '독재자의 후예'란 표현을 썼다. 다가오는 제헌절·광복절에도 비슷한 발언이 나올 게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아예 한술 더 떴다. 그는 "정조대왕 이후 219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10년과 문 대통령 2년 등 12년을 빼고는 일제강점기거나 독재 또는 아주 극우적인 세력에 의해 나라가 통치됐다"고 했다. 편향된 그의 역사관에 어안이 벙벙하다.지금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가슴에 새겨야 할 과거는 100여 년 전 조선이 당한 망국(亡國)의 역사다. 그때 조선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열강의 다툼이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다툼과 똑같기 때문이다. 자국 이익에 따라 강대국이 이합집산을 하는 와중에 자칫하면 우리가 조선처럼 어느 강대국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1905년 가쓰라·태프트밀약으로 미국이 일본의 조선 지배를 승인하면서 우리 민족은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 당시를 뛰어넘을 정도로 미·일은 밀착됐고 한국은 외톨이 신세가 됐다. 참혹한 역사가 되풀이 안 된다는 법이 없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진정으로 대화하고 깨달음을 얻어야 할 역사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2019-06-13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완전범죄의 종언

"사람이 발명한 것이라면 누구나 풀 수 있다."명탐정 셜록 홈스의 말이다. 작가 코난 도일은 첫 소설 '주홍색 연구'(1887년)에서 홈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문학·철학: 전혀 모름, 정치학: 허약함, 식물·지리학: 특정 분야·관심 분야만 박식함, 화학·응용공학: 권위자, 범죄 관련 문헌: 걸어 다니는 범죄학 사전'.홈스는 철저하게 과학적인 통찰력과 관찰력을 동원해 증거를 찾아냈다. 추리소설이 지적 유희의 산물이 된 것은 홈스에서 비롯됐다. 인기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 보듯, 신기막측한 과학 기술은 홈스 이래 여전히 추리소설의 매력적인 도구로 쓰인다.영미문화권, 일본에서는 유명 추리 작가와 작품이 쏟아지는 데 반해, 한국의 추리소설계가 빈약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경제 발전 차이, 사법 체계 확립 정도, 비순수문학 천대 등으로 설명한다. 그보다는 아래의 속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 "과거에 경찰은 범인을 특정해 강압 수사, 고문 등으로 자백을 받아내면 충분했으므로 증거나 과학수사는 상대적으로 중시되지 않았다. 증거를 과학적 이성적으로 추적하는 추리소설의 토양이 한국에는 없는 셈이다." 물론 1970~90년대 얘기다.더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는 증거물이나 목격자, 과학수사보다 훨씬 더 유용한 도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CCTV의 천국이라는 사실이다. 2017년 통계로 공공기관의 CCTV 숫자는 95만 대가 넘고 사업장에만 800만 대, 모두 합하면 1천300만 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민 한 사람이 CCTV에 하루 평균 수십 번 찍힌다는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제주도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은 펜션에 혈흔을 남기기도 했지만, CCTV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완전범죄를 꿈꾸긴 했으나 ▷범행 3일 전 제주시 마트에서 범행 도구를 구입하고 ▷범행 후 펜션에서 무언가를 들고나오고 ▷완도행 여객선에서 봉투를 바다에 버리고 ▷김포 아파트에서 시신의 일부가 든 쓰레기봉투를 버리는 장면이 그대로 찍혔다. 어디에선가 범인을 내려다보고 있는 CCTV 앞에서는 수수께끼가 존재할 수 없다.

2019-06-12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비선 실세

조선시대 상궁 김개시(金介屎)는 광해군을 어린 시절부터 돌봐온 인연으로 왕의 신임이 두터웠다. 왕실의 대소사를 좌지우지했는데, 드러내놓고 매관매직을 일삼는 등 해악이 컸다. 대신들이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으나, 도리어 역공을 당하곤 했다. 광해군의 실정을 부추겼던 김개시는 인조반정이 일어나고서야 제거되었다.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정책 결정을 황후 알렉산드라에게 의지했다. 그런데 그 황후를 배후 조종한 인물은 라스푸틴이라는 수도승이었다. 최면술을 활용한 신비주의 종교인이었던 그는 황태자의 병을 치료한 인연으로 황후에게 '성자' 대접을 받았다. 전쟁과 혁명의 경고음을 무시한 채 국정을 농단하던 라스푸틴은 귀족들에게 암살되었고, 황제 일가족의 최후도 성큼 다가왔다.진령군이라는 무당은 임오군란으로 충주에 피신해 있던 명성황후에게 접근해 환궁을 예언하며 국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황후의 절대적인 신임으로 궁궐에 들어와 정사에 관여하게 되자, 모든 벼슬아치들이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고종과 황후를 쥐락펴락하며 매관매직을 일삼고 굿판을 벌여 국고를 탕진하는 요녀를 충신들이 목숨 걸고 탄핵했지만 소용이 없었다.천출의 무당으로 군호(君號)까지 받은 진령군 또한 인과응보의 사슬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문제는 망조가 짙게 드리운 조선의 운명이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엉뚱한 여인이 무도하게 국정에 관여하면서 사익을 챙기다가 국가와 국민을 일대 혼란에 빠트린 일이 또 불거졌다. 최근 공개된 녹음 파일에서 추가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의 국정 개입 정황은 참담하다. 누가 대통령이었는지…?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어찌 이 같은 근거 없는 샤먼과 하찮은 인간에 의해 농락당할 수가 있는가. 자격 없는 사람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겼을 때 어떤 위기가 닥쳤는지, 역사는 준엄하게 가르치고 있다. 영원한 재야(在野)운동가 장기표 씨는 '박근혜에게 최순실이 한 명이라면, 문재인에겐 열 명일 것'이라고 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2019-06-11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정부, '시다바리' 될라?

"'내가 니 시다바리가?'는 부산말의 전 국민화에 큰 공을 세웠다."부산일보는 2006년 3월 기사에서 2001년 개봉, 최고 흥행을 올린 영화 '친구'의 대사인 '내가 니 시다바리가?'를 "전국에 퍼뜨린 부산 사투리"라고 보도했다. 이어 상대를 '넘어서고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 내뱉은' 이 대사의 뜻을 "대수롭지 않은 심부름을 시키는 동료나 후배에게 이 말을 즐겨 썼다"고 덧붙였다.상업도시 부산은 해륙(海陸) 문화를 갖춰 개방적인 반면 조사 자료처럼 급함도 있다. 안전한 뭍의 삶터와 변덕스러운 바다와 싸워 앞길을 뚫는 뱃사람들이 어울린 도시의 영향이리라. 모험과 도전적인 긍정의 시각에서 보면 '내가 시다바리가'에 담긴 도전과 도발의 반항적 뜻도 나름 이해할 만하다.이를 4·19혁명과 10·26사태, 부마 항쟁, 부산 미(美) 문화원 방화사건 등과 연결, 부산이 지닌 '전복성'(顚覆性)의 한 단면으로 보는 연구 맥락과도 통한다. 즉 상업도시 부산 특유의 현상으로 볼 만큼 좋은 측면일 수 있다. 아울러 부산으로선 비록 영화 대사이나 보도처럼 자긍심을 가질 만도 하다.부산은 다른 모습도 드러냈다. 지난 1992년 12월 대선 바로 밑에 터진 '초원복국 사건'이 그렇다. 장관 1명과 부산의 내로라할 관민(官民) 기관단체장이 김영삼 대통령 후보 당선을 위한 비밀 모임을 가졌다가 물의를 빚은 일로, 당시 나돈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과 함께 지역감정을 자극한 나쁜 선거 활동의 사례로 꼽히게 됐다.지금 부산의 지도자, 정치인이 목을 매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보면 '시다바리' 대사가 떠오른다. 과거 정부가 폐기하고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로 백지화된 가덕도 신공항을 위해 대통령, 총리, 장관, 여당 대표까지 동원해 정부 정책을 뒤집는 부산의 작업은 영화보다 더욱 극적이다.자칫 정부가 '시다바리' 될까 걱정이다. 영화 '친구'의 다른 대사 '친구 아이가'나 '우리가 남이가'처럼 한편 부드럽지만 잘못 쓰면 남을 베는 칼이 되듯, '내가 시다바리가'의 전복성도 그렇다. 급해 지나치면, 역사를 거스를 뿐이다. 모르고 그렇다면 안타깝고, 알고도 그러면 새 적폐를 쌓는 꼴이다.

2019-06-10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순한' 금연 광고

미국 치료심리학자 하워드 레벤탈이 파상풍의 위험성과 예방 접종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일종의 '공포실험'으로 한 실험군에는 예방주사에 대한 자세한 안내문을 주었는데 파상풍 환자 사진과 보건소 정보 등을 담았다. 반면 대조 실험군에는 간략한 안내문만 주었다.실험 결과 구체적인 안내문을 접한 피실험자의 28%가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대조 실험군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은 고작 3%였다. 정보의 구체성이 인간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포 심리나 자극적인 정보가 사람의 행동과 의사결정 구조에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준 실험이다.보건복지부가 최근 제조사의 담배 광고를 원천 차단하는 '표준담뱃갑' 도입 등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끔찍하고 독한' 금연 광고에서 이달부터 흡연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호소형' 금연 광고를 시작해 효과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이른바 '순한' 금연 광고인데 2014년 이후 정부의 '불편한' 금연 광고의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다.이런 선례가 없지는 않다. 2015년 국립발레단을 동원한 금연 캠페인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2002년 코미디언 이주일이 등장한 '담담한' 금연 광고도 효과를 봤다. 당시 70%에 가깝던 남성 흡연율이 50%대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줄담배 줄초상' 'Smoking Smokill' 등 줄임말로 흡연 폐해를 패러디하기도 했다.그렇지만 혐오스럽고 자극적인 사진영상을 동원한 금연 광고가 여전히 대세다. 미국의 경우 흡연 질환자를 등장시킨 직접 화법의 금연 광고로 160만 명이 금연을 시도하고, 이 중 22만 명이 3개월 이상 담배를 끊는 데 성공했다는 통계도 있다.현재 10억 명의 흡연자가 존재하고, 그 절반이 아시아에 산다. 국내에도 약 900만 명이 있는데 매일 159명이 흡연으로 죽는다. 흡연 문화가 계속 바뀌듯 금연에 대한 인식과 금연 대책도 한 방향에 고정될 수는 없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2019-06-08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참새와 똥철의 역설

18세기 유럽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자신이 아끼는 버찌를 참새가 종종 먹어 치우는데 화가 나서 참새 소탕령을 내렸다. 그런데 참새가 사라진 벚나무에는 해충이 생겨 겨울눈과 새잎마저 성한게 없을 정도였다. 참새 사냥에 관한 최대의 역설은 1960년을 전후한 중국 대륙에서 벌어졌다.농공업 부흥을 위한 대약진운동을 일으킨 마오쩌둥은 인민의 곡식을 축내는 참새를 적폐의 동물로 낙인찍었다. 그러자 '참새 섬멸 총지휘부'가 결성되고 새총과 그물, 독극물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한 해에 2억 마리가 넘는 참새가 사라졌다. 그런데 수확량이 늘어나기는 커녕 메뚜기와 해충이 창궐해 벼를 갉아먹으면서 최악의 흉작을 기록하고 말았다.무분별한 참새 사냥의 결과는 수천만명에 이르는 인민이 굶어죽는 대재앙으로 돌아왔다. 참새 박멸작전을 중단하고 소련에서 20만 마리의 참새를 들여오는 촌극까지 연출했지만, 참혹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다. 마오쩌둥은 철강생산 증대의 구호 아래 마을마다 '토법고로'(土法高爐)라는 소형 용광로를 만들도록 했다. 농민들에게 철 생산을 강요하고 할당량을 부과하니 농기구는 물론 솥과 수저까지 고로에 넣고 녹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나온게 쓸모없는 '똥철'이었다.당시에는 아무도 그 어이없는 폐해를 지적할 수가 없었다. 부패한 국민당군을 몰아내고 중국을 통일한 혁명가의 지령이었기 때문이다. 정의를 자처한 혁명정권도 비현실적인 정책에서는 이렇게 처참한 역효과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촛불혁명을 되뇌는 문재인 정권이 강행하는 정책들은 어떤가.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올렸다.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며 근로시간을 칼같이 줄이고 있다. 영화를 보니 너무 위험하더라며 멀쩡한 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신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있다. 그 결과 고용 참사와 제조업 위기로 경제가 흔들리고,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원전 생태계가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참새와 똥철의 데자뷔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19-06-07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의 협상

"낙원의 새를 잡을 수 없다면 비 맞은 암탉을 잡는 것이 더 낫다."협상에서 최선이 불가능하면 차선을 택하라는 뜻이다. 소련공산당 서기장이던 니키타 흐루쇼프의 말이다. 그는 좌충우돌하는 성격이었지만, 의외로 협상을 중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보다 먼저 개발해 핵전쟁의 공포를 안겨주며 '협박을 통한 협상'을 추구한 인물이다.협상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눈길을 끄는 관련 서적이 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쓴 '대통령의 협상'(위즈덤하우스 간)이다. '노무현과 문재인, 무엇으로 마음을 움직이는가'라는 부제만 봐도,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저자의 집필 의도를 쉬이 짐작할 수 있다.조 교수는 협상 전문가인 로저 피셔 하버드대 교수의 협상 원칙을 제시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분석했다. 인세를 노무현 재단에 기부한다는 말이 있는 만큼 당연히 호평 일색이다. 조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을 타고난 전략가로, 문 대통령을 바둑으로 다져진 후천적 전략가로 칭했다.문 대통령에 대해 '협상 당사자의 태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중략) 문 대통령만큼 진정성 있고 그 진정성이 잘 전달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고 썼다. 과거에는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돋보였을지 모르지만, 요즘 문 대통령의 협상 능력은 거의 낙제점 수준이다. 한 달 가까이 여야 대표 회담의 형식을 놓고 벌이는 한국당과의 협상 과정은 누가 봐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문 대통령이 한국당을 겨냥해 공개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황교안 대표를 회담에 참석하길 바라는 것만 봐도 협상의 기본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피셔 교수가 제시한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라'는 첫 번째 원칙과 거리가 먼 행동이다. 청와대가 경제가 급하고 추경 통과를 원하면서도 회담 형식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피셔 교수의 두세 번째 원칙 '협상의 목적, 즉 이익에 초점을 맞춰라' '상호 이익이 되는 옵션을 개발하라' 와도 배치된다. 조 교수가 몇 년 후 문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평가하면 지금과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2019-06-06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일모도원

일모도원 도행역시(日暮途遠 倒行逆施)는 춘추시대 정치가 오자서로부터 유래했다. 초나라를 정벌한 오자서가 원수인 평왕의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직접 300대에 이르는 매질을 했다. 너무 심하다는 친구 말에 오자서는 "해는 저물려 하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문재인 대통령의 요즘 심경이 일모도원이 아닐까 싶다. 임기 반환점이 가까워졌지만 국민에게 내세울 만한 국정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서다. 대북 문제와 경제 등 어느 하나 시원하게 풀리는 게 없고 전망도 어둡다. 총선은 일 년도 안 남았고 곳곳에서 레임덕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부쩍 강경해진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일모도원 심리의 표출로 보지 않을 수 없다.1987년 대통령 직선제 후 역대 대통령 모두 집권 3년 차 증후군에 시달렸다. 인사·정책 실패, 공직 기강 해이, 당·청 갈등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레임덕에 빠졌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을 할 정도로 권력 기반이 취약해졌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 지방선거 패배에다 대형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총선 패배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재보궐선거 연패 후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지방선거 패배, 민간인 사찰 논란을 겪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메르스 대응 실패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 등으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문 대통령도 집권 3년 차 증후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사·정책 실패, 공직 기강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 폐기·수정 요구가 거세졌다. 툭 하면 비밀 유출을 일삼는 관료 사회는 무기력·무책임·무소신 등 3무(三無)에 빠졌다.열쇠는 문 대통령 자신이 갖고 있다. 소통과 협치 대신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자만·독선으로는 3년 차 증후군을 극복할 수 없다. 나는 잘못한 게 없고 너희가 바뀌어야 한다는 기득권 논리가 아닌 나부터 변한다는 자기 혁신의 논리로 가는 게 정도(正道)다. 문 대통령이 통 큰 리더십, 파격·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다.

2019-06-05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곡학아권(曲學阿權)

구소련에는 공산독재 체제를 비꼬는 '웃픈' 농담이 많았다. 다음 농담도 그중 하나. 1930년대 어느 해 소비에트연방 고스플란(Gosplan·국가계획위원회) 사무실에서 통계실장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이 치러졌다. 면접관: "동지, 2 더하기 2는 무엇이요?" 첫 번째 후보: "5입니다." 면접관: "동지, 혁명적 열정은 높이 사오만, 이 자리는 셈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오." 후보는 정중하게 문밖으로 안내됐다.두 번째 후보: "3입니다." 면접관 중 가장 어린 간부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놈을 체포하라! 혁명의 성과를 깎아내리다니! 이런 식의 반혁명적 선전 공세는 좌시할 수 없다." 후보는 경비에게 끌려나갔다. 세 번째 후보: "물론 4입니다." 면접관 중 가장 학자티가 나는 간부가 후보에게 형식 논리에 집착하는 부르주아적 과학의 한계에 대해 따끔하게 연설을 했다. 후보는 수치감으로 고개를 떨군 채 방을 걸어나갔다. 이제 네 번째 후보: "몇이길 원하십니까?"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 나오는 내용으로, 소련이 '지상 천국'임을 증명하기 위해 경제 현실의 왜곡을 지시하고 학자와 전문 관료가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서글픈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학자와 관료의 이런 순응은 생존을 위한 체제 적응이자 승진·출세를 노린 '곡학아권'(曲學阿權)이기도 했다.소련이 심했지만 소련만 이런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이런 일은 흔하다. 특히 정치적 필요 때문에 경제 현실을 왜곡 선전하려는 유혹에 빠질 때 관료의 '곡학아권'은 고개를 든다.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최근 행보가 바로 그렇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 비율을 40% 초반으로 유지하겠다"고 보고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그 과학적 근거가 뭐냐"고 따지자 2주 만에 "2, 3년 뒤면 국가채무 비율이 40%대 중반이 될 듯하다"며 말을 바꿨다. 2일 KBS에 출연해서는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지적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총체적으로 보아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따른 듯하다. 기자의 낯이 화끈거린다.

2019-06-04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탈이 난 대한민국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fallacy of hasty generalization)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탈' 자를 꼽고 싶다. 탈이란 한 글자로 들여다보면 나라 돌아가는 꼴이 보인다는 말이다.우선 돈·기업·사람의 탈(脫)한국이다. 작년 해외 직접투자액이 478억달러(55조5천억원)로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 직접투자는 기업, 개인이 외국에서 기업을 인수하거나 현지 법인을 세우려고 부지 매입과 공장 건립 등에 쓴 돈이다. 또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이 해외에 신규로 설립한 법인은 3천540개였다. 한국인 해외 이주자는 6천257명으로 2017년 1천443명보다 330%가량 증가했다. 경기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각종 규제에다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말미암은 돈·기업·사람의 엑소더스(exodus·대탈출)다. 이 흐름은 가속할 게 분명하다.탈원전·탈동맹도 탈 자가 붙었다. 탈원전 부작용과 폐해들은 벌써 산처럼 쌓였다. 원전을 포기하는 바람에 1년 6개월 동안 증가한 비용이 1조2천억원이나 된다. 치열한 고민 없이 졸속 결정한 탈원전으로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 더 큰 우려는 닥쳐올 부작용과 손실, 폐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한국·미국·일본 3국 동맹에서 사실상 한국은 탈동맹 상태다. 미국·일본 책임도 있지만 문재인 정권의 탈동맹 기류가 더 크게 작용했다. 이 나라의 자유와 번영을 일궈낸 한·미·일 동맹이 붕괴하면 나라의 장래를 담보하기 어렵다.이 정부 들어 '적폐 청산' 대상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5명이다. 적폐 수사로 감옥에 간 사람과 그 형량의 합이 역대 정권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사안에 대해선 검찰은 '탈탈 터는 식'으로 수사하고 있다. 탈원전으로 미래 세대의 먹을거리를 빼앗고 소득주도성장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기업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그야말로 빼앗을 탈(奪)이다.나라가 단단히 탈이 났다. 정치에서 비롯한 탈이 경제, 사회, 외교 등 전방위로 확산해 온 나라가 탈이 나고 말았다. 참으로 걱정이다.

2019-06-03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조강지첩?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요?"일상 대화가 아니다. 1884년 미국 제22대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이 공식으로 채택한 구호다. 상대 후보인 민주당 그로버 클리블랜드의 혼전 관계를 공격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었다. 민주당은 "아빠는 백악관에 갔단다"라고 맞받아쳤다.미혼인 클리블랜드는 젊을 때 과부와 관계를 맺어 아들이 있었고, 생활비까지 주고 있었다. 공화당은 그를 '파렴치한'으로 흠집내는 데 진력했다. "미국인은 창녀를 데려와 백악관 근처에 살림을 차릴 저속한 난봉꾼을 뽑지 않을 것이다."클리블랜드는 간신히 승리해 다음 해 백악관에서 거창한 결혼식을 올렸는데,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신부가 친구 딸이자 27세 연하의 프랜시스(22세)였기 때문이다. 하객들은 과부인 프랜시스의 엄마가 신부인 줄 알고 있다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둘은 사이좋게 살았다.'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근엄한 교수 출신이다. 재임 중 부인과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과부인 이디스에게 열중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915년 1면 기사에 코미디 같은 오보를 냈다. "대통령은 저녁 시간 대부분을 이디스에게 '삽입'(entering)하는 데 보낸다." '즐겁게 하는 데'(entertaining)의 오자였다.미국인은 가정을 '사회의 기초' '가치의 원천'이라 말하지만, 이면에는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도 동거녀를 세상에 공개한 용기 있는(?) 재벌 총수가 등장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참석해 "저와는 반대인 사람을 만나 사회적 기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불륜을 미화하지 말라' '동거인이 아니라 첩이다' '노소영 씨에게 회사를 넘겨라' 등등…. 공인에게 도덕적 의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조강지처 버리면 벌 받는다'는 통념이 지배적인 것 같다.

2019-06-01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맹모학군지교(孟母學群之敎)

왕도정치를 표방했던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맹자(孟子)는 어머니의 교육열이 남달랐다. 한때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어린 맹자가 곡을 하며 장사 지내는 흉내를 내자, 시장 부근으로 이사를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 놀이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어머니는 다시 서당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겼다. 그제야 맹자는 글을 읽고 예법을 논하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었다.어머니는 서당 주변이 아들 교육을 위한 최적의 주거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오래 머물러 살았다. 이 같은 노력이 맹자를 유가(儒家)의 대학자로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이른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일화이다. 오늘날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열도 2천년 전 맹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명문 학군이니 위장 전입이니 하는 것들도 현대판 맹모들의 교육 과열에서 파생된 것이다.학교가 인접한 소위 '학세권' 아파트의 청약 경쟁이 치열하고,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교가 있는 곳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되었다. 특히 자녀들에게 쾌적한 교육 여건이나 안전한 통학 환경을 마련해주려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막을 도리가 없다. 따라서 학군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역 발전과도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한다.국토교통부가 최근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문화센터와 의료시설을 확충할 것이라는 정주 여건 개선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구체적인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혁신도시에 맹모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비책은 오로지 학교 유치뿐이다. 대구 동구청이 최근 신서혁신도시 교육 여건 개선 문제를 다시 들고나온 이유이다.동구청은 특히 안심지역 학생들의 통학 불편과 타지역 유출 등 교육 불균형과 격차 해소를 위해 유명 사립고 이전이나 명문고 설립 등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구청의 노력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일도 되게 하는 적극적인 교육행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교육이라는 노른자위가 빠진 혁신도시 정주 여건 개선책은 늘 속빈 강정일 뿐이다.

2019-05-31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프랜차이즈 감독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 위상이 매우 높지만 대우만큼은 선수보다 아랫자리다. 국내 프로야구만 해도 수백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가 적지 않으나 감독은 계약금을 포함해도 수십억원에 그친다. 게다가 성적이 나쁘면 가장 먼저 책임을 지는 자리가 감독이다.그러나 감독은 '아무나'의 자리가 아니다.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인기를 끈 선수가 은퇴 후 반드시 감독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현역 때는 빛을 보지 못했어도 감독이 된 이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다. 물론 선수나 지도자로 두루 자격과 매력을 갖춘다면 더 바랄 게 없겠으나 선수 때 뛰어난 기록과 감독으로서의 리더십, 전술적 이해도, 팀 성적은 별개의 문제다.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감독 인선은 늘 말이 많다. 특히 최고 인기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감독 선임 방식이 유별나다. 프랜차이즈 선수 가운데 일찌감치 재목을 골라 감독으로 키우는 방식을 고집한다. '미스터 자이언츠' 나가시마 시게오는 1974년 은퇴하자마자 감독이 돼 큰 화제를 뿌렸다. 2002년 이후 세 차례나 감독이 된 하라 다쓰노리나 다카하시 요시노부 등 요미우리 멤버들이 감독을 대물림하다시피 했다.때로는 인기 영합적인 감독 선정이 팀을 망쳤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요미우리의 색깔을 분명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기량이 출중한 선수는 많은 연봉을 주고 영입해 쓸 수 있지만 감독 자리는 돈만으로는 모두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제 음주운전으로 전격 은퇴한 박한이 선수도 구단에서 지도자 재목으로 눈여겨보고 기대를 가진 선수였다. 그만큼 꾸준하고 자기 관리를 잘해왔다는 뜻이다. 2001년 삼성에 입단해 19년간 2천174안타(역대 3위)의 기록에다 7차례 리그 우승에도 기여했다.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에 이어 삼성 구단 네 번째 '영구 결번'(33번)까지 거론될 정도였다.2011년 시즌부터 이어진 류중일-김한수 감독 체제에 이어 앞으로 이승엽이나 박한이 등 프랜차이즈 선수가 팀을 이끌어가는 계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야구팬과 대구시민의 관심이 큰 것만은 사실이다.

2019-05-3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문 정부의 사대 근성

우크라이나의 리비우는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유대인 학살 책임자를 단죄한 법률적·윤리적 프레임인 '제노사이드'(genocide, 종족 말살)와 '반 인류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각각 창안한 라파엘 렘킨과 허쉬 라우터파트가 법률 공부를 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근세 들어 지명(地名)이 어지럽게 바뀐 것으로도 유명하다.1914년부터 1944년까지 리비우의 주인은 오스트리아→러시아→오스트리아→우크라이나→폴란드→독일→소련→우크라이나로 여덟 번이나 바뀌었다. 그때마다 도시 이름은 렘베르크(독일어), 리보프(러시아어), 르부프(폴란드어), 리비우(우크라이나어)로 바뀌었다. 모두 전쟁의 승자가 자국어 표기로 바꾼 것이다.일본은 한 발 더 나아갔다. 1942년 2월 15일 싱가포르 점령 뒤 '쇼난'(昭南)으로 바꿨다. 당시 히로히토 일왕의 연호(年號)인 '쇼와'(昭和)에서 따온 것으로, '쇼와 시대에 얻은 남쪽의 섬'(昭和の時代に得た南の島)의 줄임말이다.국내의 정변(政變)이나 혁명으로도 지명은 바뀐다. 러시아 볼가강 연안의 공업도시로 독소전(獨蘇戰)의 격전지였던 볼고그라드가 대표적이다. 원래 지명은 차리친이었으나 1925년 '스탈린그라드'로 바뀌었고, 흐루쇼프가 스탈린 격하운동을 벌이면서 1961년 볼고그라드로 바뀌었다.이렇게 전쟁이나 정변으로 지명이 바뀐 예는 있어도 독립국이 타국의 강요나 압력을 받아 지명을 바꾼 예는 거의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바로 그런 굴욕을 실천하려 하고 있다. 6·25전쟁 때 국군과 UN군이 중공군을 궤멸시킨 전적지로, 전후 이승만 대통령이 명명한 '오랑캐(虜)를 쳐부쉈다(破)'는 뜻의 '파로호'(破虜湖)를 지우고 '대붕호'(大鵬湖)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그 이유가 중국이 불쾌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니 기가 막힌다. 영락없는 사대 근성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대붕호'가 1944년 일제가 화천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조성한 인공호수에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심기를 편안케 하려고 일제 잔재를 부활시키겠다는 소리 아닌가.

2019-05-29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넘친, 한 수녀의 포대

'홀씨 되어….'안동에 아시아 본부를 둔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해외 선교지 소식지의 올해 봄호 제목이다. 16쪽짜리 작고 가벼운 겉모양과 달리, 속은 크고 높은 뜻의 묵직한 내용이 여럿이다. 한국 본원(本院) 안동에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아시아 캄보디아의 두 분원(分院)에 파견된 수녀 등의 봉사 활동이 실려 있다.또 수녀회 도움으로 다친 다리를 자르지 않고 치료받은 뒤 고통에 신음하는 고국 코트디부아르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안고 인근 부르키나파소의 간호대학에 유학 중인 한 젊은이의 각오와 감사의 글도 있다. 일흔 넘었지만 코트디부아르 현지 봉사를 마다치 않은 이춘자 아녜스 수녀의 절절한 체험담도 물론이다.특히 작은 상처 하나를 제때 고치지 못해 그냥 두는 바람에 결국 팔과 다리를 잘라야만 하는 젊은이들의 비참함을 본대로 차마 소식지에 못다 쓴, 이 수녀의 기도와 서원(誓願)은 간절했다. 굳이 사지를 절단 않고도 잘 치료를 받게 하여 새 삶을 살도록 희망을 주는 일, 치료비 600만원 모금이었다.올 2월 귀국한 뒤 이 수녀는 지난 세월 맺은 뭇 인연을 통해 이런 사연을 알리는 데 마음을 쏟았고 사람들, 특히 대구경북인은 이 수녀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았다. 일찍이 불교라는 외래 종교가 들어오고부터 이곳 백성들이 불사(佛事)에 나선 스님과 비구니의 염원을 모른 척 않고 나섰던 것처럼.옛 스님이 지팡이에 빈 포대를 내걸자 정성을 모아 채웠고, 절 꾸미는 돈이 없어 애태우는 비구니에게 신령스러운 지신(地神)이 금붙이를 내놓았고, 서침은 달성 터를 나라에 바치고 대신 대구 백성의 세금을 덜어 주었고, 경주 최부자는 사방 100리 안에 굶는 이웃이 없게 하는 일을 대대로 옮겼던 터가 대구경북이지 않았던가.이 수녀의 마음이 전파되고 정성이 쌓여 올해 젊은이 10명을 구할 모금 서원은 마침내 이뤄지고 젊은이 2명을 더 구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가뜩이나 힘든 요즘, 이 수녀 포대가 이곳 사람들의 배려로 꽉 차 넘치게 됐으니 '홀씨 되어…'라는 소식지 제목이 더욱 와 닿는다. 이 수녀와 이곳 사람들의 마음씨는 과연 홀씨가 될 만하다.

2019-05-28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황교안과 종교

"큰누나가 알사탕 2개 값인 10환으로 어렸을 적 나를 꾀어내 교회에 데려갔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세 때 교회에 처음 나간 계기다. 황 대표는 교회 간증 등에서 못살고 공부도 못하던 월남민의 자식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법무부 장관국무총리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털어놓곤 했다."직장과 가정, 여러 관계에서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은혜를 하나님이 주셨다. 언제나 하나님 중심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황 대표는 독실한 신자다. 가능하면 새벽 기도에 나갔고, 50년 동안 주일 예배를 한 번도 빠트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시절 야간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 활동을 해온 것은 유명하다. 1998년 당시 한 기독교 언론은 황 대표에 대해 "11년 동안 매일 저녁 9시에 잠든 뒤 새벽 2시에 일어나 교회에서 가르칠 성경 교재를 만드는 생활을 지속했다"고 썼다. 바쁜 검사 시절에도 이 정도로 신앙생활에 열정을 쏟았다면 단순하게 독실하다는 의미를 뛰어넘는 수준이다.황 대표가 지난 12일 부처님오신날에 불교 의례를 거부한 것은 그의 종교관에 비춰 자연스러운 제스처인지 모른다. 역대 정치 지도자들이 상당수 종교를 가졌지만, 이만큼 열정적인 신자는 일찍이 없었다. 개신교 장로 출신의 대통령은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이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독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 기독교계의 평가다.진보 언론은 황 대표를 두고 '기독교 근본주의 세계관을 가진 야당 대표'라고 공격한다. 근본주의는 '복음주의'의 다른 말이고, 모든 세상을 하나님의 뜻대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황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처럼 '대한민국을 하나님에게 봉헌하겠다'고 선언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황 대표의 종교 편향성을 두고 불교계와 보수 기독교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종교 간 싸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총리를 지낸 황 대표가 정계에 입문한 이유는 대권 때문이다. 황 대표가 종교 편향성 문제를 명쾌하게 매듭짓지 않으면 대권은커녕 종교 간 싸움만 조장할 뿐이다.

2019-05-27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사오정과 고구마

어느 자리에서 들은 '사오정 시리즈' 중 하나.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은 사오정이 정수기 위에 붙은 '물은 각자가'란 글자를 보고 소리쳤다. "각자야! 여기 물 좀 갖다 줘."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사오정 뺨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다른 것은 제쳐놓고 경제 관련 발언만 봐도 딱 그렇다.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 다음 날 4월 실업률이 19년 만의 최고인 4.4%로 발표됐다. 실업자 수는 124만 명으로 2000년 이후 최고치에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5.2%로 통계 작성 후 최악이었다. "거시적으로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했다"고 했지만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16년 만에 마이너스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 말에 국민은 어리둥절함을 넘어 답답할 뿐이다.사실과 다른 발언이 문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까닭은 뭘까.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인데 지금 (문 대통령의) 측근들이 원수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엉터리 보고를 한 청와대 참모들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다. 권력의 이너서클(핵심 세력)이 얼마나 국정을 이끄는 실력과 비전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현 정권은 이것이 부족하고 그 증거의 하나가 대통령의 얼토당토않은 발언이란 분석도 있다.일리가 있지만 참모의 잘못을 떠나 본질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문 대통령 자신이 현실을 잘 모를 수 있다. 아니면 "나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심리에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행위가 결합한 때문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다녀온 사회 원로 중 일부가 문 대통령 태도를 보면 경청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하면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집권 2년이 지났지만 국민은 경제 성과 체감은커녕 하루하루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와중에 대통령 발언은 국민 염장을 지르다 못해 기절하게 하고 있다. 국민은 고구마를 잔뜩 먹은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고구마에겐 죄가 없다.

2019-05-25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브레이킹 볼

요즘 류현진이 눈부시다. '야구깨나 한다'는 선수들만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부문 각종 지표를 휩쓸고 있어서다. 23일 기준 6승 1패로 공동 4위이지만 평균자책점(1.52)은 1위다. 9이닝당 평균자책점이 1점대인 '짠물' 투수는 리그 통틀어 3명이 전부다.여기에다 이닝당 안타·볼넷 허용률(WHIP)이 0.74로 저스틴 벌랜더(0.73)에 이어 2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지만 당대 초특급 투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선발투수가 내준 '볼넷 4개' 수치는 경이로울 정도다. 특히 31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 행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최장 기록이다.미국 언론이 류현진을 '거장' '소리 없는 강자'로 연일 치켜세우는 것도 엄청난 성적 때문이다. 2015년 어깨 수술 이후 평균 수준의 투수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올해 성적만 보면 벌써 연봉 약 200억원(1천790만달러) 값어치를 다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류현진이 잘하는 이유를 세밀히 분석하는 기사도 계속 이어진다. 그제 영국 '더 가디언'은 투수의 '빠른 공'을 주제로 한 이안 맥마흔의 칼럼을 실었다. 칼럼에서 맥마흔은 '스피드만으로는 뛰어난 투수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속 100마일(160㎞)의 빠른 공이 특급 투수의 절대 기준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면서 류현진이 90마일 초반의 공으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비결을 해부했다.바로 '브레이킹 볼' 능력이다. 여러 구질의 '변화구'를 능숙하게 던지는 그의 자질에 주목한 것이다. 포심·투심 패스트볼과 커터,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공을 홈플레이트 구석구석에 던져넣으니 타자 입장에서 '팔색조' 류현진과의 승부가 어려운 이유다.국가 정책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들은 '속도전'의 희생물이 됐다. 부작용이 눈에 뻔한데도 집권 여당은 밀어붙이면 된다는 인식에 사로잡혔다. 최근 경고음이 계속 울리자 뒤늦게 조금 속도를 늦추는 모양새다. 빠른 공이 투수에게 중요하지만 절대 요소는 될 수 없다. 속도는 조금 처지더라도 날카로운 제구력과 여러 구질을 배합하고 완급을 조절해 던지는 능력이 더 중요함을 정부 여당도 이제 깨달을 때가 됐다.

2019-05-2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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