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관련 기사 목록입니다.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대구 사과 120년

"네 녀석 고향이 어디지?" "경북 대구입니다." "대구란 게 어느 구석에 있냐 말야!" "부산에서 열차로 서너 시간가량 달리면 대구인데, 사과 생산지로 유명합니다."대구 동촌면 입석동의 독립운동가 이갑상이 일본군 징병 제1기생으로 만삭의 아내와 헤어져 북지(北支·중국 만주)로 끌려가며 50명이 짐짝처럼 탄 4등 군용열차에서 일본인 하사관의 물음에 대답했다. 대륜중학교에 다니던 20세 외아들로 1944년 9월 20일 대구역을 떠나 용산역에 내려 '황군'(皇軍)이 되어 다시 열차로 사지(死地)로 가던 중이었다.그는 세 차례 실패 뒤 1945년 2월 1일 탈출하나 3월 30일 잡혀 4월 28일 군법회의에서 징역 10년을 받아 서대문형무소 옥살이 중 광복으로 풀려났고, 1975년 회고록 '백의(白衣)의 향가(鄕歌)'에 대구 사과 사연을 남겼다. 이처럼 옛 대구는 사과로 통했는데 대구의 서양 사과 역사는 1899년 외국인 선교사가 남산동 동산병원 사택에 심은 때부터다. 우리 능금(林檎) 역사는 더 오래지만.사과 재배에 적합한 대구는 좋은 돈벌이 터였음은 일본인 기록이 증명한다. 미와 조테츠는 1910년 '조선대구일반'이란 책에서 "대구에 와서(1903년 9월)…땅을 사자마자 곧바로 사과나무 5그루를 심었다. 나와 같은 해 혹은 그 이듬해부터 사과를 심는 일본인이 늘어나 지금은 대구의 대표적 산물이 됐다"고 했다. 가와이 아사오는 특히 1930년 '대구물어'에서 1904년부터 상업적 사과 재배에 나선 일본인 소개 뒤 일본인이 "대구 사과의 성가(聲價)를 올리는데 앞장섰음은 저명한 사실"이라 자찬했다. 1943년 대구부는 '대구부사'에서 "대구의 과수 재배는…능금의 산출액이 가장 많고, 대구 능금은 한국 내는 물론 일본 및 중국 쪽의 시장까지 진출했다"고 밝혔다.대구 사과가 이랬으니 이갑상 대답은 그럴 만하다. 이런 대구 사과의 명성과 역사를 기리기 위해 지난 2일 대구 평광초등학교에서 '대구 사과 120주년 기념 역사 문화행사'가 열렸다. 행사를 연 최주원 광복소나무사랑모임 회장은 "대구에 '사과 역사문화체험관'을 만들기 위해 건립 추진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고 밝혀 관심이다. 옛날과 다르지만 대구 사과 명성을 이어가려는 평광동 사람의 활동이 부디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2019-11-11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장관 패싱'

북한 주민 2명이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된 데 대해 정경두 국방장관이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 사건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JSA 대대장이 장관 등 보고 체계를 건너뛰고 청와대에 직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방장관 패싱'이란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임기 반환점을 맞은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부정적 단어들이 숱하지만 그중 하나가 '장관 패싱'이다. 문 정부 장관들 가운데 상당수가 패싱(passing)을 당했다.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북한이나 미국, 심지어 자기 부처 안에서조차 열외(列外) 취급을 당하고 있다.경제·사회부총리부터 패싱 논란에 휩싸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를 두고 정치인 출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또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 대비 40% 선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40%의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자 "40%는 불변의 기준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바꿨다.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은 며칠 만에 당·정·청 협의에서 없던 일이 됐다.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대학입시와 관련, 정시 확대를 강조하자 교육부 패싱 의혹이 쏟아졌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정시 확대는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교육정책의 핵심인 대입제도를 뒤엎는데도 장관이 까맣게 몰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장관은 청와대와 미국 정부로부터, 통일부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툭하면 패싱을 당하고 있다.'장관 구인난'으로 개각을 못한다는 말까지 있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가 정쟁화돼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 실제로 고사한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핵심을 정확히 짚지 못했다. '청와대 정부' 국정 운영으로 '장관 패싱'이 만연해 장관을 하려는 사람이 사라진 탓이 더 크다.

2019-11-09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멧돼지 수난 계절

10년 전 여름 '차우'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고즈넉한 마을을 낀 깊은 산속에서 벌어지는 괴물 멧돼지와 전문 사냥꾼들의 한판 승부를 담은 코믹 공포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제로 야생 멧돼지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가을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전파의 주범으로 멧돼지가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이 가까운 경기도와 강원도에서 감염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멧돼지 포획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남방한계선과 민통선 안에서는 군 병력과 민간 엽사를 동원한 포획 작전이 벌어지면서 하루에 수백 마리의 멧돼지가 사살되기도 한다. 남북 접경지역 멧돼지 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간첩보다 더한 '공공의 적'으로 규정된 탓이다. 북한군에 대한 주적 개념이 사라진 비무장지대(DMZ)에는 멧돼지의 월남을 경계하는 눈빛이 더 날카롭다. 하기는 자연 생태계를 고려해서도 멧돼지 개체수는 적합한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나 멧돼지를 죄다 몰살하고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숙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조류독감 전파의 범인이 철새라고 하여 새를 다 박멸할 수는 없지 않은가.따지고 보면 모든 게 인간의 탐욕과 생태계 파괴 때문에 생긴 일이다. 맷돼지의 천적인 맹수들을 멸종시킨 것도 사람들이다.그러지 않았으면 멧돼지가 생태계의 최상위층을 점거하며 이렇게 개체수를 급격히 늘리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개발의 이름으로 서식지를 파괴하고 도토리 등 먹잇감마저 빼앗아가버리니 생존을 위해 농촌 마을은 물론 도심에까지 멧돼지가 출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멧돼지의 무단 침입과 위협으로 간주하고 퇴치 작전을 벌인다.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먹이를 찾아 나서는 멧돼지의 활동 반경이 더 넓어지는 계절이다. 감염 멧돼지가 남쪽으로 내려오기라도 한다면 돼지열병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효력을 발휘하는 방역 소독제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ASF 방역에 구멍이 뚫리면서 멧돼지는 더욱 표적이 될 수도 있다. 과거 무장공비 소탕 같은 군사작전이라도 펼쳐야 할지 모를 일이다. 애꿎은 멧돼지와의 전쟁이다. 이래저래 멧돼지 수난의 계절이다.

2019-11-08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박찬주 역풍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한나라를 개국한 유방을 깡패나 불한당쯤으로 평가했다. 유방과 사마천은 출생년 기준으로 불과 100년의 시간 차이밖에 없으니 사마천의 이런 평가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후세 역사가들의 평가도 사마천과 별반 다름없다. 유방은 소싯적부터 품행이 바르지 못하고 게으르며 일도 없이 허송세월한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저잣거리에서나 볼 법한 형편 없는 사람이었다는 평가다.그런 그가 항우를 밀어내고 황제 자리에 오른 것은 아이러니다. 유방은 전략과 전술에 서툴렀으나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재주가 있었다. 또 그의 주위에는 인재가 많았다. 개고기 장수로 미천한 신분이었으나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개국한 번쾌를 위시해 장량과 한신, 소하, 육가 등이 유방의 천하를 열어주었다.그런데 왜 이들은 '불한당' 유방을 도와 대업을 이루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유방은 초나라 병사들이 추격하자 제 자식들을 수레 밖으로 밀쳐내고 달아난 사람이다. 물론 이 같은 단점도 분명 있지만 유방은 주위 사람의 말에 늘 귀를 기울이고 인재를 관리하는 능력이 있었다. 말하자면 인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자유한국당이 '인재 영입 1호'를 둘러싸고 난리통이다. '공관병 갑질'로 물의를 빚은 박찬주 예비역 대장을 영입하려다 민심의 역풍을 맞은 때문이다. 그를 "귀한 인재"라며 치켜세웠던 황교안 대표마저 정치적 안목을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다 박 씨의 '사령관이 감 따랴' '삼청교육대'에 이어 '우리공화당은 마음의 고향'과 같은 발언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갑질'과 '공정'은 지금 한국 사회의 흐름과 여론의 저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풍향계다. '조국 사태'에 이어 '박찬주 역풍'으로 여야가 번갈아가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은 이런 사회적 화두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엇나간 때문이다.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인재를 얻지 못하면 천하를 얻기도 경영하기도 어렵다. 인재를 알아보고 잘 써야 길이 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다. 인적 쇄신 의지가 무색하게 인재 영입에서부터 헛발질을 해대는 자유한국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2019-11-07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독립운동가의 편지

"부주(父主) 전상서(前上書)…조국이 해방되었으므로…불구(不久)에 귀국하겠습니다…자식(子息)은 금년 정월 7일에 안공근 씨의 차녀 안금생과 결혼하였습니다. 안은 조선의 의사(義士) 안중근 씨의 질녀이옵니다…이만 그치고 부주의 강일(康日)을 요축(遙祝)하옵나이다. 자식 한재수(韓再洙) 상(上). 중국에서 사용하는 이름은 한지성이라 하고 있습니다. 11월 5일 중국 중경."올해는 한국 독립을 위해 중국에서 '조선의용대통신'(朝鮮義勇隊通訊·뒷날 '조선의용대'로 개칭)이란 홍보 잡지를 발간한 지 80년을 맞는 해이다. 한국인 첫 무장 군사조직인 조선의용대(대장 김원봉)가 1938년 10월 10일 중국 무한에서 조직되자 기관지로 이듬해 1월 15일(추정) 창간돼 1942년 4월까지 나왔으니 3년 넘는 역사인 셈이다.조선의용대의 대적(對敵) 선전공작 목적으로 펴낸 유가 잡지로, 첫해는 매달 1~3회, 1940년에는 모두 8회, 1941~1942년 겨우 두 차례씩 펴냈으니 42회에 걸쳐 발간됐다. 모든 게 힘든 때라 발행 주기와 지면 수(8~32면)도 고르지 못했다.조선의용대가 주로 대적 선전과 정보 수집, 포로 교육과 공작 활동을 벌이다 1942년 한국광복군에 흡수되자 기관지도 1942년 4월 1일 42기로 끝났지만 업적은 빛났다. 특히 대구경북인의 활약은 평가할 만하다. 필진이 그렇다. 창간~종간호까지 등장한 글쓴이 112명이 372편을 썼는데, 경북 성주 출신 한지성(13차례)과 대구 달성 인물인 이정호(12차례)와 그 부친 이두산(8차례)은 주요 필진이었다. 특히 대구공립상업학교 졸업 뒤 망명한 한지성은 중국어판 주편(主編)을 맡았다.112명 필진 가운데 세 번째 많은 글을 쓴 만큼 한지성은 고향에도 숱한 글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 남은 편지는 한 통뿐이다. 귀국 이후와 한국전쟁 당시 북한 활동 행적으로 보관하던 한 상자 분량의 편지와 자료를 없애야만 했던 지난 정부 시절의 사회적 분위기 탓이었다.최근 그가 태어난 고향 조카(한창동) 집에서 본 유일한 편지 한 통을 '조선의용대통신' 발간 80주년에 읽으니 남다르다. 달리 마땅히 할 일이 없어 글로나마 남겨 대구경북인이 한지성과 이두산·정호 부자는 물론, 이들이 참여한 잡지를 한 번쯤 되새기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다.

2019-11-06 06:30:00

조향래 위원

[야고부] 마음은 콩밭에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로 시작하는 가수 주병선의 노래 '칠갑산'은 딸을 부잣집 민며느리로 보내는 화전민 과부 아낙네의 애절한 사연을 대변하고 있다. 산중 비탈진 콩밭에 홀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딸아이의 심정은 또 어떠했을까. 콩밭 골마다 이랑마다 그렁그렁 맺혔을 모녀의 눈물이 눈에 선하다. 콩밭과 관련한 우리 속담과 이야기는 다양한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일제강점기 '개벽'지에 발표했던 김유정의 소설 '금 따는 콩밭'도 그중의 하나이다. 우직한 농사꾼이 남의 꾐에 빠져 자신의 콩밭에서 금줄을 찾으려다 멀쩡한 밭을 다 헤집어 놓은 채 한 해 농사마저 망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절박한 현실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인간의 허황된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무모한 탐욕이 파멸의 지름길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표현은 '비둘기는 하늘을 날아도 마음은 콩밭을 못 잊는다'는 속담에서 비롯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땅바닥에 떨어진 먹이를 주워 먹거나 키 작은 식물의 열매를 따먹고 사는 비둘기에게 콩밭은 식량 창고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숲속 나뭇가지에 앉아 있든 하늘을 날든 관심은 온통 밭두렁의 콩에만 쏠려 있다는 것이다.과거 농토를 갖지 못했던 가난한 농민의 애틋한 마음을 대변한다는 속설도 있다. 소작을 하거나 품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하는 사람은 부잣집 논두렁이나 자투리 땅에 콩을 심었는데 추수 때가 되면 마음이 온통 내가 심은 콩밭에 가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 속담의 뜻은 좀 더 악의적이다. 지금 하는 일에는 그저 건성이고 정작 이득이 될 만한 다른 것에만 마음이 쏠려 있다는 뜻이다.국민연금 김성주 이사장이 최근 이 속담의 표적이 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기금운용본부에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데도 국회의원 출마 예정지역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그는 재임 기간 중 행보가 늘 선거를 의식한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조국 사태의 와중에서 드러난 당사자를 포함한 주변 정치인들의 행태 또한 다를 게 없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2019-11-05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국가 실패'

9일로 임기 반환점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에 '실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정책 실패, 정부 실패를 넘어 '국가 실패'라는 따가운 비판마저 쏟아진다. '국정 농단'은 '적폐 청산'으로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가 실패는 나라의 근간(根幹)을 무너뜨리는 것이어서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 국가 실패는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로 가는 것을 일컫는다. 문 대통령이 어쩌다 2년 반 만에 국가 실패란 소리를 듣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다. 국가 실패로 간주하는 이유들이 많겠지만 두 가지를 꼽고 싶다. 국민 통합을 무너뜨린 것과 포용을 망가뜨린 것이다.'아사비야'(asabiya)라는 게 있다. 14세기 아랍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이븐 할둔이 저서 '무깟디마'(역사서설)에서 정립한 개념이다. 집단의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쳐 협력하는 능력을 지칭한다. 쉽게 말하면 국민 통합이라 할 수 있다.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개인적 이익을 제쳐두고 공동의 선을 위해 결속하고 연대하는 역량인 아사비야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국민 통합은커녕 좌파와 우파가 사실상 내전(內戰)을 벌이고 있다. 누구보다 문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그를 비호하면서 아사비야를 시궁창에 던져 버렸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아닌 특정 진영 수장을 자처한 대통령 탓에 국론은 분열됐고 국민은 둘로 갈라졌다. 국민 통합 실패는 국가 실패로 귀착되기 마련이다.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 경제제도를 뒷받침하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번영을 다지는 열쇠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을 앞세웠지만 실제 언행은 정반대였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탈원전, 기업 옥죄기 등 경제정책은 포용과 거리가 멀었다. 오만·독선적인 인사와 국정 운영, 공수처 설치 강행 등 정치에서도 포용과는 동떨어졌다.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훨씬 위험하다. 대통령 자리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전반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면 국가 실패는 확정될 수밖에 없다. 놓쳐 버린 국민 통합과 포용을 되찾아야만 문 대통령은 국가 실패로 가는 수레바퀴를 멈출 수 있다.

2019-11-04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모터사이클 불가론

지난 47년간 아홉 차례나 헌법소원을 냈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일부 '평등권 침해'라는 소수의견에도 헌법재판관 대다수가 안전 문제와 공공 복리를 이유로 '합헌' 결정을 유지 중이다.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금지한 도로교통법 63조에 대한 이야기다.OECD 국가 중 속칭 '오토바이'로 불리는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금지하는 곳은 한국뿐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몇몇 나라만 빼고 50㏄ 이상이나 125㏄, 350㏄ 이상의 조건에 맞으면 대부분 통행을 허용한다. 우리도 1968년 12월 경부고속도로 개통 당시 250㏄ 이상 오토바이는 고속도로를 달렸다.하지만 1972년 6월부터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이 전면 금지됐다. 이후 1985년부터 6년 반 정도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은 허용됐으나 사고가 급증하자 1992년 이마저도 금지했다. 만약 이를 어기면 3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처분이 뒤따른다.국내 이륜차 등록 대수는 약 220만 대에 이른다. 이 중 85%는 출퇴근이나 업무용, 배달용 소형 이륜차다. 특히 배달용으로 주로 쓰이는 스쿠터나 퀵서비스용 바이크는 공적(公敵)이 된 지 오래다. 갈수록 그 난폭도가 더해 간다. 상당수 바이크 운전자들이 교통신호마저 무시하고 도로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도 마구 내달리고 인도까지 점령해 시민들이 치를 떨 정도다. 비싼 보험료 탓에 전체의 43.5%만 보험에 들어 있다.그제부터 대구경찰청이 이륜차 불법운행 합동단속을 시작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30% 줄이기 캠페인으로 11월까지 신호위반과 난폭운전, 불법개조 등을 집중 단속한다. 하지만 단속의 실효성은 늘 의문이다. 단속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도로는 무법천지로 변하기 일쑤다. 이처럼 오토바이의 위험한 활극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매너 있는 모터사이클 애호가들의 고속도로 진출도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교통법규를 밥 먹듯 위반하고 '난폭 오토바이'가 계속 날뛰는 한 국민감정이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9-11-01 19:11:08

[야고부] 사제(私製) 장원(壯元)

'옥출곤강(玉出崑岡·중국 곤강산에서 나오는 옥)이라한들, 뫼(산)마다 옥이 나며/ 산해진미(山海珍味·맛있는 음식)라한들, 나물 고기 다 먹으랴/ 서원에는 글이 있고, 정신이 있어야지/ 원리가 살아 있는, 옥산서원 최고로다.'최근 경주 안강에 있는 옥산서원에서는 지난 7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한 흥미로운 체험 행사가 열렸다. 특히 이날 백미는 조선조에서 실시한 과거제도의 '관제(官製) 장원(壯元)'에 빗댄 '사제(私製) 장원' 선발이다.평소 고향을 아끼는 북경주(강동·안강·천북·현곡) 출신 출향인들이 모여 만든 '남석회' 회원 부부 60명이 겨뤄 이날 즉석 사제 장원 뽑기 글짓기에서 최고 작품상인 장원 작품은 전직 공무원인 최윤섭 회원의 글이 차지했다.특히 이날 옥산서원에서는 이례적으로 장원 당선 작품을 옥산서원의 방명록인 심원록(尋院錄)에도 실어 보관하기로 결정해 돋보였다. 이런 옥산서원의 조치와 민간 친목단체 행사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먼저 지난 7월 결정된 대구경북 5개 등 전국 9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서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만한 가치가 다양함을 보여준 점이다. 그냥 둘러보는 차원을 넘어 관광의 맛과 멋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9개 서원마다 특색인 만큼 서원 고유의 가치를 살린 이런 행사는 관광객 발길을 끌 만하다.또 있다. 수많은 출향인 모임 회원들의 고향 사랑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자체는 출향인 단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만큼 이들을 고향 발전의 힘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특히 과거 문화관광부의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에서 전국 시·도 가운데 대구경북은 '애향형'이 전국 최고 비율(43.9%)로 광주·전남(42.5%)과 비슷했다. 그만큼 대구경북인은 고향을 아낀다는 뜻이니 출향 대구경북인의 고향 나들이 발길을 당기고 수준을 올릴 수 있는 이번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이날 행사를 기획한 남석회 김경룡 유사의 "밋밋한 나들이보다 고향 문화를 좀 더 알 수 있는 체험 기회였다"는 뒷평가는 그럴 만하다. 대구경북 5곳 서원을 통한 밋밋하지 않은 고향 문화체험에서 나올 또 다른 사제 장원 작품이 궁금하다.

2019-11-01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조국의 자본주의 사랑

세계적인 명성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체했을 뿐이다. 그는 대중들에게 '노동자'로 보이기 위해 노동자처럼 옷을 입었다. 그러나 그의 '프롤레타리아' 복장은 일류 재단사가 만든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옷차림으로 파리에 가면 항상 리츠 칼튼 호텔만 이용하고 최고급 샴페인만 마셨다.이런 위선적 행각에 '양심적인' 좌파들은 진저리를 쳤다. 마르쿠제, 호르크하이머 등 프랑크푸르트학파 인사들은 그를 "천박한 마르크스주의자"라고 경멸했고 특히 아도르노는 그가 "노동자처럼 보이기 위해 손톱 밑에 때를 끼게 하는 데 매일 몇 시간씩 허비한다"고 비꼬았다.브레히트는 이재(理財) 감각도 탁월했다. 그는 히틀러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나치 패망 후 돌아와 동독을 조국으로 선택했다. 이는 동독에 엄청난 호재였다. 세계적인 극작가가 동독을 조국으로 선택한 것 자체가 동독의 위상을 보증해주기 때문이었다. 감격한 동독 당국은 브레히트에게 극단과 극장을 제공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브레히트는 이를 이용해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자기 작품의 저작권은 동독이 아니라 서독 출판사에 넘겼다. 자기 작품의 동독 외 출판과 공연 수익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화(硬貨)인 서독 마르크화로 받기 위함이었다. 그는 그 돈을 철저히 비밀을 보장해주는 스위스 은행 계좌로 받았다. 이런 사실들은 브레히트를 '자본주의를 사랑한 사회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게 한다.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사모펀드라는 참으로 자본주의적인 재테크를, 그것도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중에 했으니 그렇다. 그래서 드는 의문이 있다. 조 씨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들고 불편하게 사회주의자로 살지 말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편하게 사회주의자로 사는 게 어떻겠냐고 하면 조 씨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이다.소련에 자국의 기밀을 넘긴 유명한 영국 간첩단, 이른바 '케임브리지 5인방' 중 하나인 앤서비 블런트가 소련 망명을 권유하는 KGB 요원에게 한 말은 그 힌트가 될 듯하다. "나는 당신네 국민이 어떻게 사는지 잘 알고 있소. 나는 그렇게 사는 게 대단히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오."

2019-10-31 06:30:00

[야고부] 통계의 거짓말

정부와 기업 등을 운영하는 권력 집단은 자신들의 이익과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통계의 거짓말을 종종 사용한다. 국민의 반대를 희석시키고 대중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통계를 활용하는 것이다. 통계 수치에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통계의 이중적 잣대 사용이다. 아전인수격의 해석으로 관점을 흐트리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의 인상을 위한 재원 고갈의 위험성 경고 통계는 오래된 수법이다. 대중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의 인상된 보험료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내년이 최고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기업의 엄살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계라는 객관적 이미지를 악용한 권력자들의 불순한 의도는 그래서 계속될 것이다.독일 학자 게르트 보스바흐는 '통계의 거짓말'이란 책에서 우리가 흔히 대하는 통계나 수치를 보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통계로 포장된 거짓 세상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를 추렴하고 편집하면서 만들어진 통계는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는 책은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극찬한 스테디셀러이다.통계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대럴 허프는 이 책에 '통계로 사기 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입문서'라는 수식어까지 붙였다. 통계가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위한 속임수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 같은 통계의 현상 미화와 허풍성 그리고 대중의 의식 호도와 현실 조작성을 어느 정도는 감지하고 또 경험하고 있다.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총체적인 경제 난국에도 대통령의 비현실적 낙관론이 어디서 오는지 어느 정도 짐작한다. 그것은 유리한 부분만 가려내 편리하게 해석한 통계 오독(誤讀)의 결과물이다. 그러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딴 세상 사람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조국 사태의 여파로 국민의 분노감과 상실감이 한계에 이르렀는데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여전히 40%를 맴도는 것도 그래서 이상하다.통계나 수치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관찰하고 판단하는 안목이 절실하다.

2019-10-30 06:30:00

28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SH시민주주단 창단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퍼포먼스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야고부] 박원순의 언론관

제국주의 일본이 국제연맹에서 탈퇴하면서 전쟁을 향해 치닫던 1933년 8월 9일 일본 정부는 '관동방공대연습'이란 방공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이를 두고 시나노마이니치신문(信濃每日新聞)의 주필 기류 유유(桐生悠悠)는 '관동방공대연습을 비웃는다'는 사설을 통해 방공훈련의 무용성을 통렬히 비판했다."적의 비행기가 일본 상공에 오는 상태가 된다면 그거야말로 일본군의 대패일 것이다. 종이와 나무로만 이뤄진 도쿄 거리는 불꽃을 탁탁 튀기며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실전(實戰)이 앞으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고…이런 가공적인 연습을 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상상이 간다."이 글로 유유는 일본 군부의 분노를 사 주필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일본군의 대패'라는 유유의 경고가 현실이 되는 것은 막지 못했다. 1944년 말부터 미국의 B-29 폭격기는 일본 상공을 마음대로 휘저으며 일본 전역을 초토화시켰고, 일본의 전쟁 수행 능력은 사실상 정지됐다.그러나 일본 국민은 전혀 몰랐다. 일본 군부가 언론의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유유의 사설이 나온 지 한 달 뒤 일본 정부는 이미 '개악'한 신문지법에 이어 출판사법까지 개악했다. 이를 이용해 일본 군부는 철저히 국민을 속였다. 그 결과 일본의 패배는 돌이킬 수 없게 됐는데도 일본 국민은 황군(皇軍)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만약 일본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반전 여론의 형성으로 태평양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박원순 서울시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를 비판하며 "언론의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에만 해당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곡해서 (기사를) 쓰면 패가망신하는 징벌적 손해 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 어떤 언론이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지 누가 판단하나? 혹시 박 시장 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조 전 장관의 비리 의혹은 언론의 추적 취재가 아니었으면 드러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박 시장의 말은 이런 언론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기류 유유의 입을 틀어막은 일본 군부와 다를 게 뭔가.

2019-10-29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철새의 방정식

한국 정치인에 대한 비유로 가장 적확한 용어를 꼽자면 바로 '철새'다. 옮겨다녀야 생존할 수 있는 '진짜 철새'에게는 실례의 말이지만 정치적 신념이나 가치는 뒷전이고 자기 이해에만 골몰하는 '사람 철새'에게는 딱 어울리는 말이다. 그들의 속물 근성과 경박함은 유권자를 배신하고 우리 정치 풍토를 어지럽힌다는 점에서 적폐 그 자체다.이합집산이 정치의 원초적 생리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가치와 정치 발전이 전제되지 않은 자리 다툼은 개인 욕심의 결과라는 점에서 배격의 대상이다. 게다가 공익이 아니라 자신의 유불리만 따져 처신하는 이에게는 '민생 정치'라는 말 자체가 언어도단이다.총선이 6개월이 채 남지 않자 벌써부터 '철새'가 정치판에 출몰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조국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기세가 오른 자유한국당 주변에서 두드러지는 기상도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지레 총선 가능성을 비관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몇몇 의원들이 최근 이를 번복하자 나오는 비판이다. 날이 추워지자 남쪽으로 떠나려던 철새가 생각을 바꿔 둥지를 꿰차고 버티겠다는 소리다.최근 대구경북 자유한국당 다선 의원들의 공천 배제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중진 의원들이 역정을 내며 물갈이설을 일축했다는 보도도 마찬가지다. "공천은 상대가 있는 고도의 정치행위"라거나 "때 되면 나오는 레퍼토리" 등으로 말을 돌리며 인물 교체 바람을 비껴가려는 것인데 유권자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변명이다. 그들 말대로 베테랑 없이 이길 확률이 떨어지는 건 맞지만 무능한 베테랑만 많아서는 패전 확률이 더 높다.반면 여당은 초선 의원까지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서는 마당이다. "당 지도부의 무능 때문에 정치의 열정과 희망을 잃었다"(이철희) "국회가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표창원)는 게 불출마 선언 배경이다.국회의원의 신분이 더 이상 국가 발전과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서면 스스로 떠나는 게 유권자에 대한 바른 도리다. 자리 욕심만 내는 정치인과 그런 정치인이 많은 정당은 고인 물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철새에게는 계속 먹이를 줄 이유가 없다.

2019-10-28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박정희 또 죽이기'

사진 한 장이 있다. 청와대 집무실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는 박정희 대통령을 찍은 사진이다. 뒷짐을 진 그의 뒷모습에서 먼저 느껴지는 것은 나라를 걱정하는 대통령으로서의 고민이다. 다음으로는 지도자의 고독이 진하게 묻어난다. 고민·고독 뒤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것은 단단함이다. 고난과 시련이 있더라도 전진하겠다는 결의를 엿볼 수 있다. 몇 년 전 박 대통령 리더십을 신문에 연재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박 대통령 사진이다.오늘로 박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탄에 맞아 서거한 지 40주기가 됐다. 한 세대를 뛰어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박정희 시대'에 머물러 있다. 그가 남긴 공(功)과 과(過)가 나라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를 뛰어넘는 리더십과 혜안, 능력을 보여준 대통령을 우리가 갖지 못한 이유가 더 크다.박정희 리더십 요체는 '하면 된다' 정신, 청빈·소박, 탁월한 용인술, 현장과 실용 중시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은 것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것도 그의 리더십으로 꼽힌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강한 추진력은 박정희 리더십의 고갱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중화학공업 육성, 산림녹화, 의료보험 도입 등 미래 지향 리더십을 증명하는 사례들이 숱하게 많다.반신반인(半神半人)이라며 무조건 박 대통령을 추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편향된 시각을 갖고 일방적으로 그를 매도하는 것도 옳지 않다. 현대사에 누구보다 큰 빛과 그늘을 드리운 박정희와 그의 시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냉철하게 평가해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게 맞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는 박정희 시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MBC가 방송한 부마항쟁 40주년 특집 다큐드라마 '1979' 2부 '그는 왜 쏘았나?'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김재규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육성이 고스란히 방송을 탔고 김이 '민주주의 투사'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사생활이 문란한 독재자로 그려졌다. 좌파의 치밀하고 끈질긴 '박정희 죽이기'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2019-10-25 19:44:55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시름의 가을 농심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석유등잔 사랑방에 동네총각 바람났네/…/복돌이도 삼돌이도 단봇짐을 쌌다네//서울이란 요술쟁이 찾아갈 곳 못 되드라/…/헛고생을 말고서 고향에 가자/달래주는 복돌이에 이쁜이는 울었네.'한국전쟁이 끝나고 1956년에 세상에 선보인 유행가 '앵두나무 처녀'라는 노랫말로, 3절 가사의 일부이다. 60년 넘는 세월이 흐른 노래이지만 읽을수록 우리 농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미리 내다본 듯한 가사로 보여 신기할 따름이다.1절은 몰래 도시로 떠난 농촌 동네 처녀의 이야기를, 2절에는 도망간 신부감을 따라 덩달아 떠난 동네 총각의 애환을 담고 있다. 그리고 3절에서는 서울로 간 동네 처녀에게 고향 농촌으로 갈 것을 설득하는 내용을 읊은 것으로 보인다.한국 농촌은 산업화 시절 동안 급격한 이농(離農)에 따른 젊은 남녀의 농촌 탈출로 일손 부족에다 고령화까지 겹쳐 이미 위태로운 목숨이다. 그런 도도한 이농의 물결 속에 단비처럼 2000년 전후 농촌은 종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흐름을 맞았으니 바로 귀농(歸農)과 귀촌(歸村) 행렬의 모습이었다.'앵두나무 처녀'의 노랫말 예언(?)처럼 농촌은 지난 70년 궤적에서 이농에서 귀농의 다른 모습을 맞고 있다.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의 거센 농산물 개방 압력에 겨우 버틴 농촌이 귀농과 귀촌에 그나마 희망을 갖기에 이른 셈이다. 그런데 결실의 이 가을, 농심(農心)이 또다시 시름으로 가득하게 됐다.우리 앞에 놓인, 세계무역기구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여부 결정 때문이다. 정부가 곧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 경우 외국 농산물 관세 문턱을 낮추거나 국내 농업 보호 지원 축소 등으로 농업은 또다시 위기를 넘겨야 한다. 사실 1986년 시작된 세계적 농산물 시장 개방화의 험난한 파고로 농촌은 언제나 주름살이었다. 나라 경제와 형편이 후진국에서 개도국, 다시 중진국과 선진국 문턱을 넘으면서 우리 농업은 타협과 양보, 개방의 대상이었으니 말이다.시름 가실 날 없는 농민의 타는 마음을 어찌 달랠까. 농심에 희망을 예언할 또 다른 '앵두나무 처녀'의 노랫말 등장이라도 기다리고 싶다.

2019-10-25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희망고문

'당신이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희망을 주지 않음으로써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작은 희망 하나로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계속 당신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이자 연예기획자인 박진영의 수필집 '미안해' 중 '희망고문'이라는 글에 담긴 내용이다.'희망고문'이란 말의 유래는 19세기 프랑스 작가 빌리에 드 릴아당이 쓴 단편소설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에서 비롯되었다. 고리대금업을 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혔다는 혐의로 지하 감옥에 갇혀 고문을 받던 유대인 랍비에게 종교 재판관은 화형식 전날 쇠사슬을 풀어준다. 그러나 밤새 감옥을 빠져 나와 자유를 느끼려는 순간 랍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그 무시무시한 재판관이었다는 내용이다.그것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고문이자 형벌이었던 것이다. '희망'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말과 '고문'이라는 가장 고통스러운 말의 조합인 이 역설적인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된 희망으로 오히려 괴로움을 주는 행위'를 이른다. 어떻게 해도 절망적인 결과만이 기다리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 주어진 작은 희망으로 인해 오히려 더 괴롭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 단어이다.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에어포켓 운운한 것은 희망고문이었다. 사막에서의 오아시스 신기루나 고시 낭인들에게 해마다 시행되는 시험도 희망고문일 것이다. 우리공화당의 조원진 의원은 최근 "오거돈 부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신공항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무소속의 이언주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더 이상의 희망고문은 사절"이라고 했다.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불러온 경제의 망조, 북한의 핵무장과 온갖 욕설만 자초한 대북 정책, 최고급 기술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교란하는 재앙적 탈원전 정책, 주변국의 멸시와 남한의 고립만 초래한 외교안보 정책, 집값 폭등과 혼란만 가중시킨 부동산 정책, 그리고 최악의 국론 분열과 국민 대립을 부추긴 조국 사태 등. 총체적 난국에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희망고문은 멈출 줄 모른다.

2019-10-24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공수처는 누가 수사하나

창조론은 생명체는 해부학적, 세포학적, 분자학적으로 매우 정교한 시스템으로 우연히 생겨날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 중의 하나가 영국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의 '보잉 747과 고물 야적장'으로, 지구상에 생명체가 우연히 출현할 확률은 고물 야적장을 휩쓰는 태풍이 보잉 747을 조립해낼 확률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이를 비개연성 논증이라고 하는데 생명의 우연한 출현은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라는 소리다. 결론은 신이 아니고서는 생명체 같은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더 세련되게 포장한 것이 미국 생화학자 마이클 베히의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이다. 생명체는 구성 요소 중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전체가 망가지는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irreducible complexity)으로, 우연히 생겨날 수 없으며 오직 고도의 지적 설계자의 설계로만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을 '지적 설계자'로, 창조를 '설계'로 바꿨을 뿐 창조론과 똑같은 논리다.이에 대한 진화론의 반박은 '그 설계자는 누가 설계했나'이다. 설계자의 존재는 그 설계자의 설계자, 다시 그 설계자의 설계자의 설계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절망적 무한회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창조론의 대답은 간단하다. 신은 누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했다는 것이다.이 중 어느 말이 맞는지 따질 필요가 없다. 끝없는 논쟁만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다만 진화론자들의 '무한회귀' 논리는 다른 분야에서 쓰임새가 있다는 점만 알면 된다.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이는 공수처 설치도 그렇다. 공수처는 판사나 검사까지도 수사하고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이유 불문하고 넘겨받으며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 행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또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이 마음먹으면 정치적으로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 법관도 수사 대상이어서 판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법부 독립이 사실상 와해되는 것이다. 그래서 드는 의문이 있다. 공수처 소속 고위공직자는 누가 수사하나? 불행히도 그런 기관은 없다. 현행 법률 체계에서는 공수처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 이것이 문 정권의 노림수인 것 같다.

2019-10-23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만주상여

하굣길, 산모퉁이를 돌아 마을 어귀에 다다르면 어김없이 만나는 길가 작은 기와집. 그 집의 문에 쓰인 낯선 글자 하나는 '영'(灵)이다. 영혼을 뜻하는 한자 '靈'의 속자임을 뒷날 알았다. 늘 굳게 잠긴 작은 이 집의 정체는 마을에 슬픈 일이 일어나면 드러났다. 바로 상엿집이었다. 동네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상엿집에서 끄집어낸 여러 나무 조각들을 이리저리 조립했다. 마침내 종이꽃 등으로 장식된 완성품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상여였다.이어 다 꾸며진 상여 앞에서 누군가 '이제 가면 언제 오나~'며 구슬픈 목청으로 긴 선창을 노래했고, 상여를 어깨에 메고 뒤따르는 상두꾼이 부르는 후렴은 마을을 떠나 개울을 건너 수풀을 헤치고 없는 길을 내며 산속에 이를 때까지 계속됐다. 상복을 입은 행렬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통곡하며 그 뒤를 이었고, 마침내 평토제(平土祭)로 이승과 저승을 가른 뒤, 적막하고 황혼으로 어둠이 내린 산하를 벗어나면 상여는 해체돼 다시 '영'의 제집으로 돌아갔다.삶에서 죽음에 이른 고인(故人)은 무덤에 갈 때 상여를 쓴 탓에 상두꾼의 수고로움이 필요했다. 물론 이익의 '성호사설'을 보면 사람 아닌 소나 말로 상여를 끈 일도 없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이처럼 사람과 소, 말이 동원됐던 상여 행렬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자동차(영구차)로 바뀐 지 오래다. 장례도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에서 적은 매장·수장·천장 등 뭇 방법과 달리 화장이 대세로 자리하니 상여는 쓰임새가 없어졌다.이런 즈음 (사)나라얼연구소가 19일 경북 경산 하양에서 이색적인 상여 행사를 개최,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1938년 만주로 살길을 찾아 떠난 동포들이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 장례 때 쓰던 '만주상여'의 운구 재현 행사가 열린 것이다. 물론 만주상여는 중국 문화혁명 물결 때 불에 태워지는 곡절도 겪었다. 그러다 2001년 7월 한 동포 할머니 장례식 때 마지막으로 쓰인 뒤 2013년 경산에 옮겨져 이날 다시 등장한 셈이다.장례 문화 변화로 사라진 우리 옛날 상여가 나라 잃은 망국의 애환 사연까지 간직한 만주상여로 우리 곁에 환생(還生)했으니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상여 자원인 만큼 제대로 보존 활용할 만하다.

2019-10-22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동그란 길로 가다?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박노해 시인의 '동그란 길로 가다'란 시의 전문이다. 조국이라는 특별한 사람이 66일 만에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내려오던 날, 그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이 시는 조국 전 장관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한 문재인 후보를 격려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남긴 것이기도 하다. 이번엔 아내를 통해 자신에게 돌아온 셈이다.정 교수는 시의 인용에 앞서 '그대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라는 문구를 적었다. 자신과 남편 그리고 가족들의 심경을 토로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핍박받는 정의의 사도임을 자부하는 것이다. 세상이 곡해하는 민주 투사임을 기억해 달라는 것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자존을 버리지 않겠다는 공언이다. 좌파 민중주의자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이다.이 시는 반야심경의 '색불이공공불이색'(色不異空空不異色)이란 명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인생무상을 체득한 달관의 경지를 느낄 수도 있다. 삶의 행복이 특별함과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런데 편법과 반칙, 궤변과 요설, 오만과 위선이란 단어들이 떠오르는 그들의 후안무치한 삶의 궤적을 이 시와 어떻게 연계해야 할지 곤혹스럽다.그들에게 '유장한 능선'은 무엇이었으며, 그들이 지향한 '동그란 길'은 과연 어떤 길이었을까. 그들에게 담대함은 무엇이며, 인간의 위엄이란 어떤 개념인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하고 거짓된' 그들의 삶과 '동그란 길'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시(詩)의 차용도 '조로남불'인가. 아니면 문학적인 나르시시즘인가.

2019-10-21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文의 책임 회피 Ⅱ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전후해 정치와 군사의 중추에 있었던 인물들이 패전 책임을 지고 잇따라 자살했다. 육군대신 아나미 고레치카(阿南惟幾)는 14일,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의 아버지' 오니시 다키지로(大西瀧治郞)는 15일 각각 할복했다. 이들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측근이 뒤에서 목을 쳐주는 '가이샤쿠'(介錯) 없이 할복해 극심한 고통 끝에 사망했다.또 일본 본토 결전을 위해 조직된 제1총군 사령관 스기야마 하지메(杉山元)가 9월 12일 권총으로 자살했고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의 문부대신 하시다 구니히코(橋田邦彦)와 군사참의관을 지낸 시노즈카 요시오(篠塚義男)도 같은 달 14일과 17일 자살했다. 이들을 포함해 자살한 사람은 장성급만 십수 명에 달했다.이런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도조는 왜 자살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태평양전쟁 개전 당시 총리, 내무·육군대신에다 육군참모총장까지 겸임한 최고 책임자였으니 당연했다. 육군 장교인 그의 사위는 이미 자살한 터였다. 그러나 도조는 머뭇거렸다. 차남까지 "함께 자결하자"고 했으나 "내 일은 내게 맡겨라"며 듣지 않았다.그러다 미군 헌병대가 체포하러 도조의 집에 들이닥친 9월 11일 자살을 시도했으나 그마저도 실패했다. 심장 위치에 그려 놓은 동그라미에 대고 권총을 쐈으나 빗나간 것이다. 이에 "연극이 아니냐"며 도조의 비겁함을 조롱하는 소리가 일본 전역에 진동했다. 관자놀이를 쏘면 확실하게 끝냈을 것이니 그럴 만했다. 이에 대한 도조의 변명이 기가 막혔다. "머리를 쏘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내 모습을 알아보고 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였다."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부마 항쟁 기념식에서 "유신 독재 피해자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조국 사태'를 야기한 책임에 대해서는 아직 일언반구도 없다. 남이 한 일은 사과하고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사과는 뭉개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당에서는 조국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책임질 위치에 있는 인사들은 책임지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부터 그러니 뭘 더 바랄까.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는 여당 의원의 개탄 그대로다.

2019-10-18 06:30:0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