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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졸(卒) 운전

[야고부] 졸(卒) 운전

1960, 70년대 '국민학교'를 다닌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는 표어·포스터에 익숙하다. 이는 정부 시책이나 캠페인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각인시키는 데 유용한 수단이었다. 그 당시 교사들은 '1980년 수출 100억불, 국민소득 1만불' '1가구 1승용차'와 같은 장밋빛 국가 정책 목표를 아이들에게 주입시켰다. 특히 '1가구 1승용차' 슬로건은 당시 어려운 현실에 비춰볼 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그런데 이 꿈이 현실이 되는 데는 채 반세기가 걸리지 않았다. 2014년 10월, 자동차 등록 대수가 2천만 대를 넘어선 것이다. 1945년 광복 무렵 7천386대였던 등록 차량이 70년 만에 2천700배나 증가했다.이런 '마이카' 꿈에 처음 접근한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경제 발전과 라이프 사이클 변화에 맞춰 자가 운전에 익숙한 최초의 세대였다. 게다가 베이비붐 이전 세대의 면허 취득자 수도 적지 않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전체 면허 소지자의 9%, 약 300만 명으로 상당수 '장롱면허'를 감안해도 무시하기 힘든 숫자다.문제는 베이비붐 세대도 '만년 청년'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도 노령의 기준점인 65세가 코앞이다. 나이가 들면 순발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져 운전에 적지 않은 지장을 준다. 최근 고령 운전자 사고가 빈발하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65~74세보다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 등으로 사고를 내는 비중이 훨씬 더 높다는 통계다. 각 지자체마다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시 교통비 지급 등을 조례로 정하고 대책을 서두르는 것도 고령 운전의 고민이 크다는 방증이다.요즘 '졸혼'(卒婚)이 하나의 사회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는데 고령자의 미련 없는 '운전면허 포기' 즉 '졸운전'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이를 유도하는 정책적 수단도 필요하나 고령자 스스로의 결단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려면 무작정 면허증 반납을 종용하기보다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2018년 대구 전체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 15만6천여 명 중 면허 반납자 비율이 고작 0.26%(422명)라는 점은 분명히 벅찬 현실이다.

2019-05-02 06:30:00

[야고부] 이 총리의 '천황님'

[야고부] 이 총리의 '천황님'

"천황(天皇)이라고 부르기 싫다. 일왕(日王)이다."한국인이라면 일본 천황을 호칭할 때 대개 비슷한 생각을 한다. 식민지 역사와 껄끄러운 한일 관계를 떠올리면 욕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구시대적인 호칭까지 쓰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북한은 일본이 못마땅할 때마다 조선시대처럼 왜왕(倭王)이라 칭하지만, '막가파식' 표현에 가깝다.사실 천황 호칭의 역사는 일본 제국주의 성장 과정과 맞물려 있다. 일본이 천황 칭호를 처음 사용한 것은 7세기 후반 덴무 천황(天武天皇) 때다. 당나라 고종의 '천황' 칭호를 흉내내 '대왕'(大王) 대신 '천황'으로 개명하면서 현인신(現人神·살아있는 인간 신)으로 신격화했다. 왕권이 융성하던 100여 년 동안 쓰였지만, 왕권 추락과 함께 귀족·막부의 견제로 천황 칭호는 오래된 골동품처럼 사라진 듯했다.1868년 메이지유신으로 천황 신격화가 시작되면서 이 칭호가 다시 등장했다.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에서 "메이지유신은 고대에 일시적으로 사용했던 천황 칭호를 부활시켰다"고 썼다. 1889년 메이지헌법에 천황이 공식 칭호로 사용됐지만, 황제(皇帝) 칭호에도 미련이 있었다. 1910년 한일병합 조약에는 '일본황제폐하'라고 써 있다. 천황 칭호만 쓰도록 공식화한 것은 일본이 독자적인 제국주의 길로 접어든 1935년이었다. 전 세계에서 영어 명칭으로 'King'(왕)이 아니라 'Emperor'(황제)를 아직까지 쓰는 것도 일본이 유일하다.이런 역사를 아는 한국인이 무작정 천황이라고 부르기에는 난감하다. 그렇다고 일본식으로 '덴노'라고 하기에도 찜찜하다. 한국 언론은 '일왕'이라고 표기하지만, 일본인은 이를 불쾌하게 여긴다. 아무래도 한·일이 가까워지려면 호칭 장벽부터 없애야 할 것 같다.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키히토 천황님'이라고 표기해 논란을 불렀다. 김대중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도 '천황'이라고 했다가 이런저런 구설에 올랐지만, 거기에 '님'까지 붙인 것은 너무 과하다. 외교 관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호칭에 얽힌 역사는 알고 외교를 했으면 좋겠다.

2019-05-01 06:30:00

[야고부] 핑계

[야고부] 핑계

미국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어느 교포 신학자가 쓴 '핑계-죄의 유혹'이란 책은 현대인들이 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면서도 갖가지 핑계를 되풀이하고 있는 양상이 성경 속 인물들이 살던 시대에도 다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구약성서 속의 핵심 인물인 모세조차 신의 계시와 인도에도 불구하고 핑계를 대는 모습을 적시한 게 흥미롭다.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문장가였던 홍길주의 독서 노트 '수여연필'(睡餘演筆)에는 변명과 핑계와 관련한 재미있는 구절이 나온다. '역사를 기록하는 붓을 쥔 사람에게 그대의 일을 쓰게 한다면, 단지 어떤 일을 했다고 적을 뿐, 일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서 이러쿵저러쿵 둘러댄 핑계까지 잡다하게 기록에 남기지는 않네. 실패한 선인들의 졸렬한 자취인들 어찌 변명이 없겠는가.'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 1분기에 -0.3% 성장률을 기록하며 외환 위기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이렇다 할 대외적인 위기도 없었는데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 같은 마이너스(-) 성적표를 정책의 실패로 보지 않고 대외 경제 여건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을 하더니, 이번에는 근거도 없는 국외 여건을 핑계로 삼은 것이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선시대 정조가 세상을 떠난 후 219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10년과 문재인 대통령 2년 등 12년을 빼놓고는 전부 일제강점기 또는 독재이거나 극우 세력이 이 나라를 통치해 왔다"는 역사관을 드러냈다. 현재의 어떠한 실책과 실패에 대해서도 일단 핑계를 댈 수 있는 세월의 지평을 200년으로 늘려 놓은 셈이다. 작가 박완서가 소설 '미망'에서도 기술했듯이 '핑계 없는 무덤 없다'지만, 정말 대단한 핑계의 공력이다.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밝힌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가수 김건모밖에 없다'는 말이 새삼 관심을 끄는 이유이다. 예나 지금이나 성공하는 사람과 조직은 가능한 방법을 찾는 데 진력하고, 실패하는 쪽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찾는 데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다.

2019-04-30 06:30:00

[야고부] 대구, 이 봄을 보내며

[야고부] 대구, 이 봄을 보내며

100년 전 1919년 3·1만세운동을 떠올리면 대구의 올봄 3, 4월은 남다르고 아쉬움도 진하게 겹쳤다. 3월엔 대구경북 만세운동의 촛불이 된 대구 서문시장 첫 만세시위가 시작됐다. 4월은 대구 마지막 만세운동이 펼쳐졌고, 대구경북의 유림을 중심으로 서명, 해외에 보낸 독립청원서(파리장서)운동이 드러난 달이다.남다른 기억으로 먼저, 대구 3·8만세시위의 범시민적 재연을 들 수 있다. 또 대구에서 결성된, 역사에 길이 남을 독립운동단체를 다룬 책 '소설 대한광복회'(정만진 지음), 파리장서 서명자 장석영의 투옥 일기인 '국역 흑산일록-대구감옥 127일, 그 고난의 기록'(장석영 지음·정우락 옮김) 발간 등도 있다. 두 책 모두 3·1운동 100주년 기념이다.'대한광복회'는 대구의 독립운동가 우재룡 중심으로, 1명을 빼고 모두 실존 인물이 등장하며, 광복 뒤 친일파 득세로 독립운동가가 목숨을 지키려 산골로 피신한 서글픈 시대 상황도 실려 있다. '흑산일록' 경우 파리장서운동의 대표 인물인 경북 성주 출신 유림 장석영의 감옥 투쟁 생활 등을 경북대 정우락 교수가 옮기고 분석했다.대구 동구 미대마을 만세시위 청년 8명 가운데 홀로 서훈을 받지 못한 1명(권재갑)에 대한 포상 신청 작업도 남달랐다. 후손이 없는 탓인지 지금까지 잊힌 그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를 모아 뒤늦게나마 3월 27일 이뤄진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의 힘든 과정만큼은 분명 돋보인 일이다.그러나 아쉬움은 더욱 진하다. 팔공산 미대마을 8명 청년의 활동을 기린 기념비 건립(4월 26일)이 무산되어서다. 만세운동길 조성에다 100년 전 마을 청년들의 뜻을 새기려 주민 중심으로 3천만원쯤 모아 추진한 기념비 건립이 이달 15일 대구시 심의 때 몇몇 이해할 수 없는 문제로 좌절됐으니 말이다.3·1만세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은 대구는 이런 남다른 사연을 간직한 채 이제 3, 4월의 봄을 보내게 됐다. 그리고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도 이어질 남다른 기억을 바라고, 특히 미대동 기념비 건립의 완성을 기대하며 남은 5월의 봄을 맞이하게 됐다.

2019-04-29 06:30:00

[야고부] 집이 뭐길래

[야고부] 집이 뭐길래

1592년 임진왜란 이후 조선 임금들의 꿈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전란의 북새통에 불타 빈터가 된 경복궁을 다시 짓는 일이었다. 조선의 얼굴이자 심장부로 소실된 경복궁 중건에는 273년을 기다려야 했다. 흥선대원군이 1865년 나설 때까지.떨어진 왕실의 존엄과 권위 회복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경복궁 중건의 그늘은 짙었고 백성의 고통은 컸다. 돈이 문제였다. 처음엔 원납전이란 그럴듯한 명분의 기부금에 기댔지만 결국 벼슬도 팔고 당백전 발행 등 폐단으로 물가가 오르고 백성들의 원성은 늘어 되레 대원군의 몰락을 재촉했다.입는 옷과 먹는 음식, 사는 집은 사람의 삶에 꼭 필요한 기본 요소였다. 그래서 아예 '의식주'(衣食住)라는 한 묶음 단어로 쓰였다. 그러나 시대 변천과 함께 의식주의 개념도 달라졌다. 단순히 삶을 이어가기 위한 요소에서 이제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에 이르렀다.의식주 가운데 특히 집이 그렇다. 경복궁처럼 존엄과 권위를 나타내는 공간도, 안식의 쉼터가 아니라 이제는 부(富)를 셈하는 잣대나 사는 사람을 과시하는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집이 정부 인사청문회 때 고위 관료들의 발목을 잡는 굴레가 되기에 이르렀다.관공서도 이런 흐름을 탄 탓인지 경쟁적으로 번듯한 공간 마련과 건물 치장에 한창이던 때가 있었다.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 존엄과 권위가 되살아날 것이라 여긴 대원군처럼, 곳곳의 관공서 새 건물이 문제 해결사라도 될 듯이 선을 보였다.지금 대구는 시청 신청사 문제가 점입가경이다. 신청사 유치를 위한 4개 구·군의 경쟁이 뜨겁고 신청사 문제를 맡은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는 과열 유치 활동을 감점하겠다며 호통을 친다. 그런데 25일 '대구시 신청사 건립의 성공 추진을 위한 대구시 및 8개 구·군 협약'을 중구청이 거부했다.2004년 이후 15년 동안 표류했다는 신청사 문제가 끝나면 청년이 떠나고 수십 년 꼴찌인 대구 경제지표는 어떤 모습일까. 집이 바뀌면 대구 모습도 다를까. 궁금할 뿐이다.

2019-04-27 06:30:00

[야고부] '마약공화국'

[야고부] '마약공화국'

마약 투약 혐의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가 구속됐다. 하늘에서 손자를 내려다보며 정 명예회장이 이렇게 한탄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물려준 돈이 독(毒)이 됐구나!"한국이 '마약공화국'으로 전락했다.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이 20명을 넘지 않으면 유엔 범죄마약국(ODC)이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기준선인 1만 명을 2015년부터 4년간 넘었고 올해도 초과할 것이 확실하다. 한 해 마약 사범이 1만2천 명에서 1만6천 명이나 검거된다. 최근엔 경찰이 마약 범죄 집중 단속에 나서 두 달 만에 1천746명을 검거했다.연령, 직업을 가리지 않고 마약이 전방위로 퍼져 나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재벌 3세와 연예인은 물론 대기업 임원, 일용직 노동자, 미취업 청년과 주부까지 마약에 빠져들고 있다. 마약 중독자가 20만~40만 명에 달하고 마약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7조원으로 추산된다.마약에 대해 무감각해진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현상이 김밥과 같은 음식에 마약 수식어가 붙는 것이다. 맛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지만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허물어뜨린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프로포폴을 성형과 미용을 이유로 유행처럼 투약하는 것도 문제다. 국민 5명 중 1명이 자신이 마약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고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한 사람을, 한 국가를 망가뜨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마약이다. 마약 범람은 망국(亡國)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 청나라다. 19세기 청나라는 마약의 일종인 아편 때문에 영국과 두 차례 전쟁하며 망국의 길을 걸었다. 당시 4억 인구의 20%가 아편에 취했다. 펄 벅의 '대지'와 영화 '연인'에서 아편 중독으로 몰락하는 중국이 생생하게 그려졌다.1997년 IMF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때 마약 사범이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3%를 기록했다. 10년 3개월 만의 최저치이자 1분기 기준으로는 16년 만의 마이너스다. 추락하는 경제에 대한 걱정과 함께 마약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

2019-04-26 06:30:00

[야고부] 펠레와 찌질이

[야고부] 펠레와 찌질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별명은 '펠레'다. 축구를 잘해서가 아니다. '펠레의 예언은 저주'라는 말처럼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마다 번번이 빗나갔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한 인터넷 매체가 손 대표의 징크스를 정리한 것을 보면 '참으로 운이 없는 정치인'임을 알 수 있다. '2006년 대선 경선을 위한 100일 민심대장정→북한 1차 핵실험, 2007년 한나라당 탈당→한미 FTA 타결, 2011년 민간인 사찰 농성→연평도 포격 사태, 2016년 정계 복귀 및 개헌 제안→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손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야심 차게 진행한 민심대장정이 얼마나 처참하게 마무리됐는지 밝힌 적이 있다. "민심대장정 마지막 날, 전국의 방송 카메라와 모든 기자들이 나왔어요. 하필 그날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어요. 다음 날 신문에 한 줄도 안 나왔어요."지지리도 불운한 손 대표에게 2016년 마지막으로 기회가 찾아왔다. 2년 가까이 전남 강진군 만덕산에서 칩거하던 중 20대 총선을 앞두고 다급해진 더불어민주당이 간곡하게 지원 유세를 요청했다. 손 대표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거절 이유는 그만의 정치 셈법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크게 패하면 자연스레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추대될 것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총선 결과는 예상 밖으로 민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섰으니, 명분과 실리를 날려버린 셈이다. 손 대표가 찬란한 경력과 참신한 이미지를 겸비하고도, 대선 문턱에서 좌절한 것을 보면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그런데, 손 대표가 24일 같은 당 오신환 의원이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하자, "사보임 해달라는 요청"이라 우기며 교체를 주장했다. 익히 알려진 손 대표의 합리성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행위다. 일부에서 손 대표가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민주당과 합당해 대선 후보로 추대될 생각에 '무리수를 둔다'는 말까지 나왔다. 과거 행적을 생각하면 전혀 근거가 없는 예상은 아니다. '대권욕' 때문에 원칙과 순리를 저버린다면 이언주 의원의 말처럼 '찌질이'라는 별명을 새로 얻을지도 모르겠다.

2019-04-25 06:30:00

[야고부] TK의 노히트 노런

[야고부] TK의 노히트 노런

며칠 전 프로야구 삼성과 한화와의 경기에서 3년 만에 '노히트 노런' 기록이 나왔다. 삼성 투수 덱 맥과이어는 9회까지 128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단 하나의 안타와 점수도 내주지 않았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14번째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노히트 노런이 어떤 진기록인지는 과거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1984년 해태 방수원이 제1호를 달성한 이후 정규 리그 경기에서 오직 14명만 이름을 올렸다. 1996년 정명원(현대)의 한국시리즈 노히트 노런까지 포함하면 15명이다. 선동열도 이 고지에 고작 1번밖에 오르지 못했다. 박철순과 최동원도 밟지 못한 영역이다.한국프로야구 38시즌 동안 무안타 무실점 승리가 14번이면 확률상 2.7년 만에 한 번꼴이다. 하지만 이는 그냥 평균치일 뿐이다. 1988년과 1993년, 한 해 두 번씩 기록한 반면 2000년 송진우 이후 국내 투수의 노히트 노런 계보가 끊긴 지는 벌써 20년이다.초점을 상대에 맞춰보면 노히트 노런은 낭패감의 다른 이름이다. 영봉패는 그렇다 쳐도 1루 베이스를 밟은 한화 선수가 고작 3명뿐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그림이다. 이날 한화는 삼성에 23안타로 16점을 내주고 대신 볼넷 1개, 몸에 맞는 볼 1개, 1루수 수비 실책에 따른 진루가 전부였다. 대기록이 두 팀의 명암을 가른 것이다.이런 상황은 야구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구경북의 처지 또한 대기록의 짙은 그늘에 놓인 신세다. 최적 입지인 경주를 제쳐두고 원전해체연구소가 부산울산의 본원, 경주 분원 구도로 결정된 것도 야구로 치면 사구(死球)쯤으로 보면 된다. 앞서 부산·세종에 귀착된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사업이나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실패 등도 헛물만 켰다. 정부의 김해신공항 재검토 움직임까지 포함하면 사면초가다.이대로라면 PK만 챙기는 정부의 편향된 결정이 대구경북에 영봉패의 치욕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정치권부터 분발해야 한다. 지금 대구경북은 노히트 노런 대기록에 치여 풀이 죽은 한화 이글스와 같은 처지다. 더 큰 위기의식이 없다면 진짜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2019-04-24 06:30:00

[야고부] 스튜어드십 코드

[야고부] 스튜어드십 코드

2013년 개봉한 미국 영화 '버틀러'는 '집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흑인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 주연의 '버틀러'는 1952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34년간 백악관에서 8명의 대통령을 모신 흑인 집사 유진 앨런의 실제 일대기이다. '대통령의 집사'란 별칭을 가진 이 영화는 인종차별로 부모를 잃은 흑인 꼬마에서 미국 최고의 버틀러가 된 주인공의 가족사를 통해 집사의 삶과 애환을 감동적으로 전한다.여기서 버틀러(Butler)는 집사(執事)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와 조선 초기에 왕궁의 일을 총괄하던 집사라는 벼슬자리가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집사는 고관대작이나 대부호의 금전 출납 및 토지(영지) 관리는 물론 주인이 없을 때는 대리인 역할까지 했던 최고의 심복이기도 했다.따라서 집사는 성실하고 명석해야 하며 과묵(寡默)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집사야말로 왕가는 물론 명가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입이 무거워야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사를 잘못 둔 격이 되었다.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자신의 인종차별 언행과 불륜관계 시비 그리고 '러시아 스캔들' 등 각종 비리 의혹을 폭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이명박 전 대통령도 집사 복이 없다. 40년 지기(知己)로 자신의 집사로 불리던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진술을 하며 등을 돌린 것이다. 동·서양의 뉘앙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영어로 스튜어드(Steward) 또한 집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관리하는 정신과 자세를 스튜어드십이라고 한다.따라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란 집사의 직무 원칙 또는 가이드라인쯤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찬반양론이 드세다. 관건은 국민이 노후 보장을 위해 맡겨 놓은 초대형 연금기금을 집사가 충실히 운용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느냐에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오히려 주인인 국민에게 손해를 입히고 국민을 배신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2019-04-23 06:30:00

[야고부] 경찰의 두 얼굴

[야고부] 경찰의 두 얼굴

1993년 개봉한 영화 '투캅스'는 경찰관 두 명이 주인공이다. 부패한 조 형사(안성기 분)와 강직한 강 형사(박중훈 분) 두 사람이 좌충우돌하다 범죄 소탕에 성공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10만 명이 넘는 경찰 가운데 강 형사와 같은 이들이 훨씬 많다. 하지만 같은 콩나물시루에서도 누워서 크는 콩나물이 있듯이 조 형사와 같은 이들도 없지 않다. 경찰의 버닝썬 유착 의혹을 두고 정의당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곰팡이"라고 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진주 묻지마 살인사건'과 관련, 경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욕을 하고 오물을 뿌리는 피의자를 주민들이 5차례나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서로 주먹을 휘두르거나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4건은 아예 사건 처리를 하지 않았고 오물 투척 난동에 대해서만 입건해 사건 처리가 진행 중이었다. "누구 한 명 죽어 나가야 경찰이 움직이겠다"는 말까지 사건 발생 전에 나돌았다고 한다.합동분향소를 찾은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고개 숙여 사과했으나 유족들의 울분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유족은 "만약에 우리가 임대아파트가 아니었고 부자 동네였으면 그런 일이 일어났겠어요?"라고 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신을 흉내 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풍자한 대자보를 전국 대학가에 붙인 대학생 모임 '전대협'에 대한 경찰의 과잉 수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단순한 패러디를 두고 '민간인 사찰'을 방불케 하는 대대적인 수사를 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과 함께 막무가내식 수사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경찰관 두 명은 대자보를 운반한 사람의 집을 찾아가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무단 가택 침입 논란까지 빚으며 수사를 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인권을 뭉개는 행위다.꼭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경찰이어선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경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영화 '투캅스'에서 강 형사가 한 대사를 모든 경찰이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경찰이 경찰다워야지."

2019-04-22 06:30:00

[야고부] 공상허언증

[야고부] 공상허언증

'공상허언증'(空想虛言症)이란 게 있다. 순간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서 자기만족을 얻는 충동적 허언증이나 거짓말을 숨기려고 다시 거짓말을 하는 습관적 허언증과 달리 자신이 꾸며낸 거짓을 진짜로 인식해버리는 증상을 말한다. 그러나 그 밖의 행동은 정상적이어서 쉽게 구별해내기 어렵다.1891년 안톤 델브뤼크라는 의사가 처음으로 개념화했는데 질병은 아니고 거짓말과 '망상' 중간 정도의 정신병리학적 증후군으로 분류된다. 지난 2007년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한사코 이를 부인한 신정아 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예일대 박사학위가 없음이 드러났는데도 '증명'하겠다며 미국을 오갔고 캔자스대를 나오지 않았는데도 '확인 중'이라고 둘러댔다. 이를 두고 국내 정신과 전문의들은 공상허언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이 증상의 특징 중 하나는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왜곡한 사실을 진실이라 믿으니 당연하다. 거짓말을 하면 호흡, 심장 박동수, 혈압 등에서 변화가 생긴다. 공상허언증은 이런 생리적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8일 한 포럼에서 "(북한 김정은이)지난해부터 기존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버리고 경제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과 전혀 다른 소리다. 김정은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경제)병진의 위대한 대업 성취" "(미국의)핵 위협을 핵으로 종식" 운운하며 핵 무력을 과시했다.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의 시정연설을 두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김정은의 연설 그 어디에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은 없다. 오히려 "근본 이익과 관련한 문제에선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파탄나고 있는 대북정책을 변호하려는 몸부림인가 아니면 공상허언증인가. 전자라도 걱정, 후자라면 더 걱정이다.

2019-04-20 06:30:00

[야고부] 일당독재를 꿈꾸는가

[야고부] 일당독재를 꿈꾸는가

'정권을 오래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핵심 지지자에게 충분히 보상하는 것이 좋다. 보상하지 않으면 지지자들이 도리어 적이 되기 쉽다. 장기간 권좌를 유지한 독재자들이 실천적으로 입증한 노하우다.〈독재자의 핸드북, 브루스 메스키타·알라스테어 스미스 지음〉권력을 잡고 유지하는데 가장 필요한 지지자의 충성심은 보상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지자에게 자리, 돈, 명예 등 무엇으로든 되갚지 않으면 정권은 버텨내지 못한다. 역대 정권이 그러했듯, 문재인 정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친문 세력, 사회단체 등에서 별다른 능력도 없는 인사들이 정부·공기업·유관단체 등에 대거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다. 정권에 가까운 자들이 뒷구멍에서 어떤 이권을 노리며 설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보수니 진보니 하면서 상대적인 도덕성을 비교하지만, 권력의 속성과 인간 본성을 감안하면 그리 큰 차이가 없다.일인독재나 일당독재가 위험한 것은 민주주의 가치 위반일 뿐 아니라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인이나 정당 구성원이 뛰어나더라도, 단기간은 몰라도 장기간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측근과 실무자들이 타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일당독재는 국가를 나락으로 몰아넣는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원외지구당 총회에 참석해 "내년 총선은 260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지역구 의석 115석에 원외지구당 125명, 비례대표 20석을 합치면 260석쯤 될 것이라고 했다. 전체 국회 의석 300석의 87%를 싹쓸이하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망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특정 정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곳은 북한, 쿠바, 중국, 베트남 등 일당독재 국가밖에 없다.이 대표가 얼마 전 '20년 집권론' '50년 집권론'을 얘기할 때는 그냥 하는 소리이겠거니 했지만, 이번 '망언'을 볼 때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여당 대표의 가치관이 '일당독재'를 꿈꾸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시중에서 회자하는 '나이 탓'이길 바랄 뿐이다.

2019-04-19 06:30:00

[야고부] 4대 주정차 금지

[야고부] 4대 주정차 금지

운전에서 룰과 상식이 밥이라면 여유 있는 운전 자세는 반찬과 같다. 면허증을 받고 운전대를 쥐면 누구나 교통 규칙을 숙지하고 그대로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도로교통법으로 일일이 규정하기 힘든 부분은 상식과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해 해결하면 된다. 여기에다 여유로운 자세와 양보 운전이 더해지면 거의 탈이 없다.우연히 캐나다에서 53피트 대형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한국인 유튜브 영상을 접했다. 매일 에피소드가 바뀌는데 건너뛰지 않고 보는 편이다. 채소나 아이스크림, 가구 등을 싣고 미국·캐나다 국경을 넘어 대륙을 횡단하면서 이민·취업 정보와 북미 운송업 실태, 교통 규칙, 운전 문화 등을 로드 무비 형식으로 소개하는 브이로그(Vlog)다.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북미지역 대형트럭은 과로나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법정 운전 허용 시간을 체크하는 전자로그가 필수다. 로그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소속 운송회사에 전송돼 위·변조가 어렵다. 트럭뿐 아니라 일반 캐나다 운전자들의 안전 의식과 철저한 교통 규칙 준수는 낮은 교통사고율과 '운전 스트레스'가 낮은 사회를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행정안전부가 17일부터 '4대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소화전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내 주정차 금지가 내용이다. 만약 이 금지 구역에 1분 이상 차를 세우다 적발되면 2장의 사진을 첨부해 스마트폰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하면 된다. 현장 단속 없이 4만원의 과태료를 자동으로 물리는 주민신고제다.현재 블랙박스 등을 이용한 교통 공익신고제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넘치는 불법 주정차나 난폭·얌체 운전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교통 선진국은 대부분 주민신고가 활발한 나라들이다. 독일·스위스 등은 공회전을 오래 해도 바로 신고가 들어간다. 교통 규칙을 위반해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 대충 넘어가다보니 '교통문화 후진국' 오명은 그대로다. 게다가 회전교차로나 비보호 좌회전 통행 방법조차 모르는 '물면허' 운전자가 태반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부러움보다 '운전 잘하는 한국인' 소리 듣는 게 더 큰 자랑 아닐까.

2019-04-18 06:30:00

[야고부] 오지랖 대통령

[야고부] 오지랖 대통령

'오지랖도 병이다/ 그 일에 왜 끼어들어 생고생할까/ 다른 사람에게는 마치 간 빼주듯 잘해주면서/ 정작 가족에겐 소홀한 사람 보면 그렇다//…주제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다 보면/ 나중에 쓸데없는 일 겪게 된다//…손해 보면서도 오지랖 넓다 보면/ 호의에도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 만난다//….' '오지랖 넓은 사람'이란 어느 시인의 시 구절이다.아동문학가 이규희의 작품 중에 '오지랖 왕자와 푼수 공주'란 동화가 있다. 남의 일에 참견하거나 나서기 좋아하는 동화 속 주인공들에게 붙인 별명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이미지의 별명에도 불구하고 '오지랖 왕자'와 '푼수 공주'는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녔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친구들의 고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한다. 동심의 세계에서나 가능할 일이다.정작 갑남을녀가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일상에서 오지랖이 넓으면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기 마련이다. 여러 문학 작품 속의 뉘앙스도 그렇다. '넌 얼마나 오지랖이 넓기에 남의 일에 그렇게 미주알고주알…'(심훈 '영원의 미소'), '무슨 여편네가 이렇게 오지랖이 넓담…'(박완서 '미망') 등이 그렇다.'오지랖'이란 윗옷의 앞자락을 말한다.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앞자락이 넓어 안에 있는 다른 옷을 덮게 되는데, 그것을 자신과는 상관없는 남의 일에 참견하고 나서는 것으로 비유한 것이다. 오지랖 넓게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오지랖이 넓다'고 말할 때는 발음에도 주의를 해야 한다. '오지랖'이 'ㅍ' 받침으로 끝나므로 '오지라비 널따'가 아니라 '오지라피 널따'로 소리내야 한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제정신을 가지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모욕적인 언사이다. 퍼주고 뺨을 맞아도 유분수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적·문화적 강국을 이루어낸 대한민국이 인민을 굶기고 인권을 유린하는 북한의 공산왕조에 무슨 약점을 잡혔기에 대꾸 한마디 못하는가.

2019-04-17 06:30:00

[야고부] 중재자? 아니 당사자

[야고부] 중재자? 아니 당사자

1908년 9월 러시아 외무장관 이즈볼스키와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에렌탈은 양국 모두에 좋은 밀약(密約)을 맺었다. 러시아는 그 얼마 전에 있었던 오스트리아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병합을 인정하고 오스트리아는 오스만 터키의 영토 안에 있는 보스포루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에 대한 러시아의 '권리'를 용인한다는 것으로, 1905년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과 대한제국의 지배권을 상호 인정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유라시아판(版)이었다.독일의 폭로 위협으로 없었던 일이 되기는 했지만, 이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문제의 당사자였던 세르비아에 대한 러시아의 배신이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수복해야 할 영토로 여겼던 세르비아는 병합을 인정하지 않았고, 러시아는 남 슬라브인의 '큰 형님'으로 자처하며 그런 세르비아를 후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스만 터키에도 이 밀약은 자국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점령을 인정한 범죄행위였다.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인이 다수 거주하는 체코슬로바키아 수데텐란트를 독일에 넘겨준 1938년 뮌헨협정도 당사자를 배제한 제3국끼리의 더러운 거래였다. 이즈볼스키-에렌탈 밀약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당사자인 체코슬로바키아가 공개리에 배제됐다는 것이다.그 바탕은 자국을 위해서라면 우방국도 팔아넘긴다는 추잡한 이기심이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프랑스의 동맹국이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항거했지만, 영국과 프랑스에 체코슬로바키아의 운명은 관심 밖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한 언론 보도는 이를 잘 보여준다. "에드바르트 베네시(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를 위해 프랑스인이 죽어야 하나?"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론'이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사실상 거부당했다. 김정은에게서는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중재자론은 처음부터 난센스였다. 우리는 북핵 문제 당사자이지 중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당사자가 자신의 의지에 반해 자기 문제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외시킨다는 것이다. 제발 주제 파악 좀 했으면 좋겠다.

2019-04-16 06:30:00

[야고부] 김부겸의 현수막

[야고부] 김부겸의 현수막

귀향(歸鄕)의 의미는 누군가에게는 각별하고 누군가에게는 잔인하다. 군대에서 '고향 앞으로'라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뛰었다. 오랜 외국 생활이나 타지에서 고생할 때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잘나가던 공직자에게 '고향 앞으로'는 '옷을 벗으라'는 최악의 순간이다. 고려시대만 해도 '귀향'은 형벌의 일종이었다. 관리·승려가 죄를 지으면 '본관(本貫)으로 돌려보내는' 벌을 내렸는데, 도성에서의 지위와 특권을 박탈하는 의미였다.요즘 김부겸 국회의원(대구 수성갑)의 귀향이 화제다. 22개월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내고 지역구 의원으로 복귀해 '잠룡' 행보에 나섰으니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지역구 곳곳에는 '김부겸, 장관직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라는 큼직한 현수막이 내걸려 귀향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근데, 김 의원의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을 것 같다. 대구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국 최저인 데다, 김 의원이 자유한국당의 표적이 돼 있어 악전고투할 가능성이 높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수성갑에 뜻이 없다'고 했지만, 재대결을 고심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뜻이 없지 않다고 전해진다.3년 전 총선에서는 김 의원은 대구시민에게 더불어민주당 정치인 가운데 반드시 당선시켜야 할 사람으로 통했다. 이제는 그런 공감대가 많이 퇴색됐고, 오히려 쫓기는 상황이 됐다. 더욱이 김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대구를 위해 한 일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관직에 오래 머물면서 시간이 부족한 것도 있고, 정권의 'TK 패싱' 기조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당내 위상과도 관련이 있다. 김 의원이 지역의 소중한 인적 자산임은 분명하지만, 그의 성패는 대구를 위해 얼마나 뛸 수 있을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오늘 아침만 해도 김 의원의 '귀향 신고' 현수막이 도로변에 걸려 있더니 오후에는 보이지 않았다. 낮에 바람이 세게 불었기 때문에 그런가 했는데, 알고 보니 허가받지 않은 불법 현수막이라 구청 단속을 받은 모양이다. 김 의원의 귀향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2019-04-15 06:30:00

[야고부] 화목(花木)

[야고부] 화목(花木)

도심을 수놓던 벚꽃도 이제 붉은 기운만 조금 남았다. 산불과 폭설의 시련에도 화사한 꽃의 향연은 계속 이어진다. 라일락과 철쭉, 복사꽃, 진달래, 이팝나무꽃이 색과 향기로 가득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이맘때 경산 남산면 반곡지는 전국의 상춘객이 찾는 명소다. 진분홍 복사꽃과 푸릇푸릇한 왕버들 세상이다. 대구 도심 동네 주변에도 꽃구경 명소들이 많이 생겨났다. 시청 별관 앞 신천동로변 벚꽃이 입소문을 타면서 매년 3월 말 만개한 벚꽃을 보려는 시민들로 붐빈다.달구벌대로도 변신을 시작한다. 싱그러운 잎을 뻗어내는 느티나무와 조금씩 움을 틔우는 양버즘나무도 봄맞이가 한창이다. 5월 초 입하(立夏) 무렵 남산동 인쇄골목길 등 시내 곳곳의 이팝나무가 하얗게 거리를 수놓을 것이다.이팝나무는 요즘 크게 뜨는 화목이다. 최근 10년간 대구시 가로수 식재 현황을 보면 이팝나무는 약 1만8천 그루가 늘어 가장 인기 있는 가로수로 이름을 올렸다. 수목 특성상 옮겨심기가 어려웠지만 수종 개량에 성공하면서 가로수로 가능해진 때문이다. 전체로 보면 여전히 은행나무가 23.3%로 가장 많고 느티나무(20.9%), 양버즘나무(13.5%), 벚나무(12.3%), 이팝나무(10.6%) 순이다.지난해 벚꽃 구경(하나미·花見)을 위해 일본을 찾은 외국 관광객 중 한국인이 120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는 보도다. 600여 개 벚꽃 명소에서 일본인 포함 6천300만 명의 관광객이 쓴 돈만 3조원, 모두 6조6천억원의 경제효과가 있단다. 이쯤 되면 꽃구경이 그냥 꽃놀이가 아니다.달성군 옥포면 교항리 이팝나무 군락지에는 300년이 넘는 33그루 등 약 500그루가 자생한다. 경산 자인면 계정숲도 50여 그루의 이팝나무 군락지다. 이제는 이팝나무를 가로수뿐 아니라 대규모 군락지를 조성해 관광자원으로 키워나가면 어떨까. 산림유산자원으로 보호만 할 게 아니라 지역 전체로 확산해 상징물로, 경제 활력을 키우는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2019-04-13 06:30:00

[야고부] "말이야? 방귀야?"

[야고부] "말이야? 방귀야?"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의 발언은 천 냥 빚을 갚기는커녕 오히려 국민 부아만 치밀게 한다. 시쳇말로 "말이야? 방귀야?"란 비판까지 나온다.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설화(舌禍)를 일으킨 청와대 참모가 한둘이 아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낙마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 "집을 세 채 보유했다는 것이 과연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인지는 이론의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포르셰 논란'과 함께 그의 발언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 장관 후보자 두 명이 동시에 낙마했으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청와대 홍보책임자 역할일 텐데 그런 자세는 찾기 힘들었다. 직함에서 '소통'을 떼야 하지 않나.재임 중 문제 발언으로 숱한 논란을 일으킨 김의겸 전 대변인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나면서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했다. 국민 대다수가 "그게 가능한 일이냐.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청와대 참모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발언해야 한다. 개인 생각을 강조하다 보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인사가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신남방국가로 가라"고 했다가 사퇴한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이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 저도 거기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한 장하성 전 정책실장도 마찬가지다.같이 통음했다는 윤 수석과 김 전 대변인처럼 586세대가 주축인 청와대 참모들은 퇴근 후 술자리에서 자주 토론할 것이다. 그 자리에선 숱한 말들이 오갈 게 분명하다. 문제는 지난밤 오간 말들이 전혀 정제되지 않은 채 다음 날 청와대 참모들 입을 통해 국민을 향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윤 수석과 김 전 경제보좌관 발언이 딱 그렇다.더 큰 우려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생각하고 말한 바를 참모들이 발언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청와대 내부 논리에 매몰된 발언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이런 추측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다. 청와대 사람들끼리는 통할지 몰라도 국민 공감은 하나도 얻지 못하는 청와대 참모들의 발언, 그만 나오기 바란다.

2019-04-11 06:30:00

[야고부]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했다

[야고부]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했다

지난 2014년 83세를 일기로 작고한 A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교 졸업 후 고향인 경북 북부지방의 한 군청 수습 공무원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얼마 안 돼 6·25가 터졌고, 그의 고향을 점령한 인민군은 낙동강 전투에 투입할 의용군을 징집하기 시작했다. A씨는 이를 피해 숨어 지냈으나 개천에 몸을 씻으러 나왔다가 발각돼 의용군 행렬에 서야 했다.그렇게 끌려가다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도망쳐 고향으로 몰래 들어왔다. 그 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은 후퇴하기 시작했고 A씨의 고향도 수복돼 국군 3사단 예하 연대가 진주했다. A씨는 이 부대의 행정 보조 인력으로 '징발'돼 강원도 철원까지 갔으나 1953년 초 중공군의 춘계 대공세로 3사단이 궤멸하면서 걸어서 태백산맥을 넘어 강릉까지 후퇴하는 등 갖은 고생 끝에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생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고향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1961년 쫓겨난 것이다. 5·16 직후의 '병역 미필자'의 공직 추방 조치 때문이다. 3사단의 군번 없는 군인이었다고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이를 입증할 기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년 뒤 '구제'되긴 했으나 '병역 미필자'라는 낙인은 그에게 평생의 한이 됐다.비군인 참전자도 두 사람의 인우(隣友)보증이 있으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제도가 1995년 시행되면서 마침내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하지만 이것도 엄청난 인내를 요구했다. 같이 근무한 군인들이 어디 사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수소문 끝에 그들을 찾아 2003년 '국가유공자증'을 받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부친이 특혜를 받아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손혜원 의원이 지난 4일 SNS에 '니들 아버지는 그때 뭐 하셨지'라고 쓴 뒤 SNS에는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했다'는 내용의 글이 대거 올라왔다고 한다. 기자도 한마디 해야겠다. "손 의원 부친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기자나 기자의 아버지는 유공자로 선정되려 로비를 하거나 특혜를 받지는 않았다"고 말이다. A씨는 기자의 아버지다.

2019-04-10 06:30:00

[야고부] 한 손에 드므 들고

[야고부] 한 손에 드므 들고

'한 손에 마실 물, 또 한 손에 드므를!'봄날 등산철, 산불로 전국이 비상이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성과 강릉·삼척을 비롯한 곳곳에서 일어난 산불로 4월의 시작부터가 잔인하다. 강원도에는 정부가 5일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고 피해와 후유증이 만만찮아 걱정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강원도로서는 봄날을 맞아 긴장의 날들이 아닐 수 없다.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489년 2월 양양 산불로 낙산사와 4백여 호가 탔다. 1672년 4월 강릉·삼척 등 네 고을 산불 때는 65명이 숨지고 1천900여 민가가 불타고, 1804년 3월 삼척·강릉·양성·고성 등 여섯 고을 산불로는 61명이 죽고 2천600여 호가 재가 됐다. 또 2000년 4월 삼척·강릉·고성 등에서, 2005년 양양 산불 등으로 이어졌으니 몸서리칠 만하다.산악지역이 많은 경북은 특이하게 가장 오래 탄 산불 역사를 갖고 있다. 1436년 2월 일어난 영해 산불은 6년 넘게 계속, 1442년 3월 겨우 꺼졌다. 3년 뒤 1445년 4월 다시 들불로 애를 먹었는데 비가 내려도 꺼지지 않는다고 조정에 보고할 정도였다. 이후 2013년 포항의 산불은 도심까지 위협했으니 강원도처럼 악몽이다.기록처럼 산불은 세월을 뛰어넘어 재앙이다. 사람 힘으로 모든 산불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잘만 대비하면 피할 수도,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 이는 오로지 우리 몫인 셈이다. 그 지혜는 찾기 나름이다. 우리 조상들이 궁궐과 사찰 등에 설치한 크고 넓은 항아리의 방화 수통인 '드므'도 그럴 수 있다. 오늘에 맞게 바꾸면 말이다.산불은 실수에 자연 원인 등이 맞물려 번지고 커지기 마련이다. 작은 불씨도 건조하면 속수무책이다. 우리는 유난히 산을 즐기는 문화인 만큼 산을 오르는 사람마다 한 손에 마실 물을 갖추듯, 다른 한 손에는 물이 든 휴대용 드므를 들고 등산길 주변에라도 뿌리면 어떨까.마른 땅은 물론 수목조차 반기지 않겠는가. 물방울로 냇물이 되고, 내(川)가 강이 되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산불로 답답한 요즘, 이런 공상까지 드는 까닭은 나만은 아닐 터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보니 온갖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2019-04-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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