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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옥상의 재발견

지난 봄, 대구 서구청에서 일하는 친구와 점심을 먹고 구청 옥상으로 안내받아 올라간 적이 있다. 옥상을 정원으로 꾸민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지나다니며 늘 낡은 콘크리트 건물 외형만 봐온 터라 꼭대기 층에 갖가지 수목과 화초가 피고 벤치에다 산책 데크까지 오밀조밀 들어선 것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알고 보니 대구시가 옥상 녹화사업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보도다. 2007년 처음 착수해 지난해까지 22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도심 일반 건물과 공공기관 등 모두 665곳의 옥상에 녹지 공간을 만들었다. 그 면적도 축구장 17개 규모에 이른다. 올해도 11억원가량의 사업비를 들여 67곳의 옥상 정원을 꾸밀 예정이다.물론 옥상에 잔디를 깔거나 채소와 꽃을 심는데는 예산이 쏠쏠하게 들어가고 유지관리에도 적지 않은 품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거의 쓸모 없는 공간으로 여겨졌던 옥상이 시민과 직원들의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해 도시 일상에 활력을 준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삭막한 도시의 상징물인 건물의 옥상이 변신해 하나의 도시 인프라가 된다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옥상 공간의 재창조는 현재진행형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시의 경우 매년 6월 '옥상축제'를 개최할 정도다. 옥상을 다양한 형태의 녹지 공간으로 바꿔 시민이 공유하고 제2의 도시 물관리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등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뉴욕시도 하수 범람을 막기 위해 옥상 녹화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5년부터 추진해온 '6 슈퍼 소우킹(Super-Soaking)' 프로젝트가 좋은 예로 옥상 텃밭인 '루프탑 팜' 플랜이나 초화류만 심는 메도우(meadow) 가든 조성 등을 통해 빗물이 바로 하수관에 흘러가지 않게 막아 대규모 하수 배수관리 인프라를 대체하고 있다.땅의 제약이 큰 대도시에서 녹지 공간을 새로 확보해 열섬 현상과 미세먼지 저감 효과까지 거두는 옥상 녹화사업은 의미가 크다. 전설처럼 전해오는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은 아니더라도 시민이 만족하고 일상에서 즐기는 옥상 공간이 더 많아진다면 그만큼 도시 생활의 만족도도 비례해 커질 것이다.

2019-09-27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국민체조, 어때서?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대구 도심의 한 지하상가 내 매장에서는 직원 출근시간 즈음에 옛 세대에 낯익은 '국민체조'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직원들은 옛 음악과 구령에 맞춰 흘러간 국민체조의 여럿 동작 가운데 8가지로 몸부터 풀고 하루를 맞는다. 근육을 풀어주고 업무 시작을 위한 준비여서 그런지 직원 반응이 좋단다.1970년대 보급, 유행되다 이후 정권의 부침에 따라 국민을 위한 체조의 이름도, 모양도 바뀌었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지난 정부에서처럼 강제성을 띨 수도 없고, 그럴 만한 시대도 아니다. 그런 요즘에 옛 유신정부 시절을 떠올릴 수도 있는 국민체조는 어울릴 법하지 않지만 좋아서 소환하니 어쩌랴.흘러간 국민체조가 아직도 되살아 쓰이듯이 대구경북, 특히 구미에서는 다른 곳과 달리 역사 속의 새마을운동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왕산 허위 독립운동가는 특별히 마음에 간직하는 역사적 일이고 인물이다. 지역 사람들의 특별한 감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그런데 이를 멀리하고 홀대한 장세용 구미시장이 지난해 취임 이후 이로 인해 자주 이름과 얼굴을 알려 자신을 드러낸 데는 성공(?)한 듯하다. 이미 그는 대구경북 33명 자치단체장 중 유일 여당 소속이라 '백로 속 까마귀'나 '까마귀 속 백로'만큼 관심인데, 지역 정서를 외면한 이런 행보로 더 알려져야 하나.새마을과 폐지 시도에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는, 구미산단 50주년 영상물에서 박 전 대통령을 뺀 대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현직 대통령을 소개한 사례가 그렇다. 왕산 허위 독립운동가를 기려 지난 남유진 시장 시절 결정된 공원의 '왕산' 광장의 이름 변경도 같다.국민체조의 부침(浮沈)처럼 세월의 흐름과 함께 지난날의 일과 역사도 다르지 않다. 쓰임이 없거나 아끼고 기리는 사람이 없으면 자연히 잊힐 터이지만 지역과 환경에 따라 같지 않다. 대통령이, 시장이 바뀌었다고 멋대로 지우고 강제할 성격이 아니다. 장 시장의 지난 행동은 임기 내 단기간 스스로 드러내고 싶은 안달증 때문이리라. 물론 그런다고 될 일도 아니다. 장 시장의 구미가 아닌, 구미의 장 시장임을 알면 좋겠다.

2019-09-26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사문진 르네상스

일제강점기에 개봉한 무성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는 뱃사공 부녀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민족의 암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향토색과 서정성까지 갖춘 우리 영화사의 걸작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당시 동아일보와 매일신보도 '민족의식과 저항정신 발산'에 주목했다. 부녀가 떠난 뒤 나루터에 외롭게 남아 물결 따라 속절없이 흔들리는 임자 없는 나룻배. 그 마지막 장면은 나라 잃은 겨레의 설움을 상징하기에 충분했다.영화를 만든 이규환 감독 또한 3·1만세운동을 벌였던 대구 계성중 출신이어서 지역민들에게는 정감을 더한다. 일제 식민통치 시절에 민족의 비애와 울분을 대변했던 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의 촬영 현장이 바로 달성 화원에 있는 사문진(沙門津) 나루터였다. 사문진은 민족정신을 표현하는 영화의 무대로 등장할 만했다. 사문진은 하천 교통의 요충지였다. 낙동강 뱃길의 중간 기착지였다. 대구로 통하는 관문이었다.남해에서 해산물을 실은 배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국내외 상인들의 물품 수송로 역할을 하며 왜물고(倭物庫)와 화원창(花園倉)을 두기도 했다. 사문진을 거쳐 대구로 물자가 들어왔으며, 낙동강 상·하류 지역으로 물건이 실려나갔다. 사문진은 서양 신문화 유입의 길목이기도 했다. 대구에 처음으로 피아노가 들어온 경로 또한 사문진 나루터였다.1900년 대구로 부임한 미국인 선교사 부부가 피아노를 들여온 역사적인 장소인 것이다. 20여 명의 짐꾼들이 사문진에서 대구 종로의 선교사 집으로 피아노를 옮겼는데, 피아노 소리를 처음 들은 주민들이 빈 나무통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매우 신기하게 여겼다. 그래서 '귀신통'이라 불렀다. 달성의 '100대 피아노 콘서트' 공연과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의 제작 배경이다.달성문화재단이 오는 28, 29일 사문진에서 '2019 달성 100대 피아노'의 향연을 펼친다. 달성군 개청 100년을 맞아 개최한 이래 올해로 8회째이다. 100대에서 울려 퍼지는 유례없는 피아노 선율은 웅장하면서도 신비롭다. 달성 사람들은 이 같은 문화적인 르네상스에 이어, 올해는 대구시 신청사 유치 운동과도 결부해 명실공히 대구의 관문으로서 사문진 르네상스를 희구하는 분위기이다.

2019-09-25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박정희 사진의 숙청

'사진까지도 숙청된다.' 과거 공산 국가에서 숙청된 사람은 모든 기록물에서 사진까지도 삭제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후 덩샤오핑(鄧小平)에게 숙청된 장칭(江靑) 등 4인방은 좋은 예다. 1976년 9월 18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마오의 추도식에 4인방을 포함한 20여 명의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이 장면은 중국 관영 신문에 실렸다. 그러나 4인방이 실각한 뒤 11월 이후 공개된 사진에는 4인방이 지워지고 그들이 서 있던 자리는 비어 있다. '포토샵'도 하지 않은 것이다. 새 권력은 4인방이 말 그대로 지워졌음을 천명한 것이다.4인방도 그렇게 했다. 대약진운동이 시작된 1958년 베이징 시장이었던 펑전(彭眞)이 그 희생자다. 1958년 그가 마오와 함께 삽질을 하는 사진이 있는데 마오가 사망한 1976년 공개된 사진에는 그가 사라졌다. 펑은 4인방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1966년 숙청됐다.볼셰비키는 그 선구자다. 1920년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연단에서 폴란드로 출정하는 병사들에게 연설하는 레닌의 사진이 있다. 원본에는 레닌 곁에서 연설 차례를 기다리는 트로츠키와 카메네프가 있었는데 스탈린 집권 후에는 그들이 지워져 있다. 두 사람은 레닌 사후 권력을 놓고 스탈린과 경쟁하다 패배해 카메네프는 처형됐고 트로츠키는 스탈린이 보낸 자객에게 살해됐다.스탈린의 충견으로 내무인민위원회(NKVD) 수장으로 있으면서 스탈린을 위해 68만여 명의 '반동분자'를 처형한 '피 칠갑을 한 난쟁이'(Bloody Dwarf, 키가 151㎝였다) 니콜라이 예조프도 같은 길을 갔다. 그가 스탈린과 함께 볼가강 운하를 따라 산책하는 사진이 있는데 숙청된 뒤에는 그가 지워져 있다.구미시가 구미공단 설립 50주년을 맞아 제작한 홍보 영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련 내용을 모조리 빼버렸다. 구미공단을 설계하고 만든 주인공을 지워버린 것이다. 시는 제작업체의 실수라고 하지만 두 차례의 시사회까지 한 것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지금 구미시장은 여당 소속으로 '박정희 지우기'를 추진해왔다. 제작업체의 '실수'는 그 일환으로 보인다. 과거 공산국가에서나 있었던 '사진 숙청'이 민주국가에서 버젓이 재연되는 개탄스러운 시대다.

2019-09-24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쓰게구치' 칼럼

일본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 중 하나가 '잇쇼겐메이'(一生懸命)다. 목숨을 걸고 평생 하나에 몰입하겠다는 뜻이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일본 운동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백이면 백, 가장 먼저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다.그런데 이 말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과 반응이 재미있다. 이 말만 꺼내면 덮어놓고 겸손하고 진지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모양새다. 입에 발린 이야기인데도 일본인은 이 말에 거의 최면상태에 빠지는 듯하다. 반면 조금 다른, 튀는 말을 하면 '아주 잘났군' 투의 비판이 여지없이 뒤따른다. 메이저리그 투수인 다르비시 유가 대표적 사례로 그는 일본 사람이 듣고 싶어하는 상투적인 대답을 좀체 하지 않아 미운털이 박혔다.이런 사례는 언어가 의사 표현의 수단을 넘어 인간 심리와 관념을 통제하는 사회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일본말 중에는 말의 본뜻보다는 일본인 특유의 집단심리가 먼저 개입되는 용어가 수두룩하다.'구로다 망언' 근거지인 일본 극우 매체 산케이신문이 또다시 한국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와 내년 도쿄올림픽 때 경기장에 전범기 반입을 허용한 일본의 결정을 문제 삼고 나서자 "쓰게구치(告げ口·고자질)를 하고 있다"며 반발한 것이다. 나무라(名村) 서울지국장은 그저께 칼럼에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일본을 공개 비판하며 우려를 과장하는 것은 고자질을 넘어선 노골적인 선동"이라며 불평했다.그동안 일본 정부와 언론은 한국을 겨냥해 '쓰게구치 외교' 용어를 들먹이며 국제사회에 과거사 문제를 확산시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유독 한국만 일본의 잘못을 들춰내자 거꾸로 '고자질' 프레임을 씌워 분풀이를 해대고 있는 것이다.일본 우익 성향 시사평론가 후루야 쓰네히라가 최근 자기 트위터에 올린 글은 산케이의 불만에 대한 답이 될 듯하다. 그는 '일본인이 세계에서 가장 예의 바르고 정직하다는 명제는 구역질나는 거짓이다.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려도 개의치 않는데 어떻게 국민성이 좋은 건가'고 되묻는다. 결국 '혐한 비즈니스'로 먹고사는 3류 신문 산케이의 '고자질' 운운은 혐한이 판을 치는 일본 국내용 '쓰게구치 칼럼'에 불과하다.

2019-09-23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삭발(削髮)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의 시 '승무'(僧舞)는 세속의 번뇌를 떨치고 종교적인 초월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여승의 고뇌에 찬 열망의 몸짓을 심미적으로 그렸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의 애련한 정서는 오래전 개봉한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서도 느낀 적이 있다.주연 여배우 강수연이 영화 속에서 출가에 따른 실제 삭발 장면을 보여준 것이다. 당시만 해도 여배우가 연기를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프로 정신의 발현이었다. 비록 연기의 연장이라 해도 삭발은 결연함과 비장미가 감돌기 마련이다. 그래서인가 강수연은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 하여 욕망과 번뇌의 상징으로 여긴다. 따라서 출가 승려의 삭발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자르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세속의 명리를 잊고 오직 수행에 정진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삭발은 곧 출가 정신의 발로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삭발의 초발심을 잊지 않고 청정한 수행자의 삶을 이어가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삭발은 요식행위나 쇼로 전락한다.동서양의 여러 신화 속에 등장하는 머리카락은 권위와 신분 그리고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삭발은 저항의 표시이자 항변의 수단이기도 하다. 스포츠인도 새로운 결기를 드러내기 위해 머리를 깎은 사례가 있다.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는 삭발 투혼으로 슬럼프를 극복했다. 정치인의 삭발은 비교적 익숙하다. 그럴 때마다 평가 또한 엇갈렸다. 자칫 정치적인 쇼라는 비아냥이 뒤따르기 십상이다.최근 조국 사태에 즈음한 야당 정치인들의 잇따른 삭발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예사롭지가 않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중진들의 릴레이 삭발이 정국 변화의 분수령을 이룰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관건은 국민의 공감과 호응이다. 진정성이 필요한 것이다. 떨어지는 머리카락과 함께 기득권도 내려놓아야 한다. 삭발을 구국의 결단으로 승화시키는 길이다.

2019-09-2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조국의 수신제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명제는 공직자가 반드시 따라야 할 도덕률로 과거는 물론 지금도 모든 사람이 인정한다. 이를 풀어서 말하면 개인의 도덕적 정진은 정치·사회적 가치 실현의 전제조건으로, 전자가 완성되면 후자는 자동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주자(朱子)의 해석이다. 주자학을 종교의 반열에 올렸던 조선 유학자들은 이를 맹종했다.그러나 일본 에도(江戶)시대 유학자들은 이에 반기를 들면서 조선 같으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단죄됐을 '혁명적' 해석을 내놓았다. 야마가 소오코(山鹿素行) 같은 학자는 "몸을 닦는 것 한가지로써 천하의 일을 논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단지 몸을 닦는 것은 근본이고 기틀이며 시작일 뿐이다"라고 했다.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의 자동 연결을 끊어버린 것이다.정약용도 감탄한 오규 소라이(荻生徂徠)는 이런 해석을 극단으로 밀어붙였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의 행동거지가 바르지 않으면 아랫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믿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존경하고 믿지 않으면 명령이 행해지지 않으며 또 백성을 편안케 하는 공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몸을 닦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닦는 것을 밀고 나가면서 그 나머지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수신제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안민(安民)이라는 정치적 목적의 실현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도구적 합리성은 마침내 안민(安民)을 위해서는 '더러운 일'도 해야 한다는 데에까지 이른다. "군주(君主)된 이는 설령 도리(道理)에 벗어나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만한 일이라 하더라도 백성을 편안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레닌도 같은 말을 했다. "혁명은 궂은 사업이다. 흰 장갑을 끼고 혁명을 할 수는 없다."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개혁' 추진에 검찰 내부에서 "누가 누구를 개혁하나"라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수신제가도 못한 주제에 무슨 치국평천하란 말인가'쯤 되겠다. 오규 소라이의 말처럼 수신제가를 잘하면 곧바로 치국평천하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치국평천하의 '도구'로써 수신제가의 가치는 현대에도 살아 있다. 그런 점에서도 조국은 자격이 없다.

2019-09-18 19:24:43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약속 지킨(?) 文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임사 한 구절이 떠올랐다. 제1 야당 대표가 삭발한 것은 황 대표가 처음이다. 국민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야당 대표의 삭발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황 대표를 삭발하게 한 장본인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제1 야당 대표가 처음으로 삭발하게 하여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對)국민 약속을 지켰다.'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기' 약속을 문 대통령이 가장 잘 지킨 분야는 경제다.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보다 악화한 경제지표들을 줄줄이 쏟아내더니 급기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년 불황을 겪은 일본처럼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안겨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더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달나라에 산다'는 지적을 또 한 번 떠올리게 했다.서울 한복판에 북한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 초상화와 인공기를 외벽에 그려 넣은 '북한식 주점'이 개업을 준비하는 것도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이다. 이를 본 주민이 관할 구청에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민원을 넣어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주도한 '남북 평화 쇼' 탓에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기 압권(壓卷)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이다. 결격 사유가 차고도 넘치는 사람을 문 대통령이 장관에 임명한 바람에 한 달 넘게 온 나라가 파탄 지경이다. 장관 한 명 때문에 이렇게 국민이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나. 부인은 기소, 5촌 조카는 구속, 딸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도 자리를 지킨 장관이 있었던가.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은 힘을 합쳐 국민에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확실하게 선사하고 있다.국민은 어느 정권 때보다 불안하다. 앞으로 어떤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의 이런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기 바란다.

2019-09-1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검찰청 앞 꽃은 시들고

'정의를 위해 싸워주세요.'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 이런 검찰 응원의 문구와 함께 여러 색의 장미를 비롯한 색색의 꽃들과 수갑이 놓여 지나는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끈 모양이다. 아마도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쏟아진 뭇 의혹을 시원스레 밝혀주길 바라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을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보낸 꽃이리라.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8·9 개각에 따른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과 국회 청문회 이후 지난 9일 취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조 장관은 사람들 입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놓인 꽃이니 검찰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또 과연 꽃에 담긴 마음처럼 정의를 위해 검찰이 싸울지도 관심이다.검찰은 일찍 검찰 깃발의 다섯 막대의 한 가운데에 정의를 뜻하는 가장 긴 뾰족 칼을 세웠다. 누굴 위한 정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경험상 그 칼은 주로 가진 자, 힘 있는 소수를 위한 요술 방망이다. 반대편에 버려진 다수의 아픔을 달래려 휘둔 일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영화나 영상물에서 주로 나올 뿐이다.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올 7월 분석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20주년 누적 판매량 최고의 책'에서 9위에 오른 사실은 한국인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정의에 얼마나 목말라하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저자조차 한국의 많은 판매량에 놀랐다니 우리 현실이 정의와는 거리가 먼지를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삼권분립의 역사 속 나라 권력자의 검찰 길들이기와 검찰의 정치화는 익히 보고 배운 터라 이번 윤 총장의 검찰 역시 비록 정의롭지 못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지금껏 제기된 여러 의혹과 지난날의 오욕의 역사를 보면 조 장관과 검찰이 서로 통하는 바가 여럿인 만큼 때가 되면 길들이고 길들여질 듯하다.늘 지지를 보내는 대통령과 그를 등에 업은 조 장관이나 이에 맞선 검찰의 힘겨루기 모양새는 국민에게 영화나 영상에서처럼 숱한 의혹의 진실 규명과 정의의 환상을 갖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되지 않는 선에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꽃으로 응원한 사람들이 이를 잊을까 걱정이다. 꽃은 시들지만 현실의 더 큰 권력은 힘을 가진 동안은 시들지도 않고 더욱 냉혹하다는 사실을 알면 덜 실망할 텐데.

2019-09-17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최부잣집 정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자가 서민들의 존경을 받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나마 선진국의 상류층들은 재산과 권력만 누리는 게 아닌 경우가 많다. 도덕적인 의식이나 수준 또한 높다. 그러나 한국의 가진 자들은 부귀(富貴)에만 목숨을 걸고 그 대물림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도덕성은 일반 국민보다도 못하다. 그렇지만 우리 역사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전 재산을 기부해 제주도의 기근을 해소한 거상 김만덕, 모든 가산을 정리해 만주로 집단 망명했던 안동의 독립운동가들이 그 좋은 본보기이다. 특히 만석꾼의 재산을 자랑했던 영남 제일의 부자 '경주 최부잣집'처럼 한 가계가 수백 년에 걸쳐 부를 유지하면서도 존경과 칭송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 '만 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는 가훈을 대를 이어 실천해 온 집안이다.때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졌고, 더러는 사회봉사와 구휼을 위해 많은 재산을 아낌없이 썼으며, 마지막으로 조국의 광복과 후학 양성 및 문화 창달을 위해 전 재산을 내놓았다. 그래서 탐관오리와 부자들이 타도의 대상이던 동학 농민 봉기의 거센 물결에도, 6·25 전쟁 전후 빨치산의 부잣집 습격에서도 최부잣집은 아무 탈이 없었다.'경주 최부자 500년의 신화'라는 책을 쓴 저자는 "최부잣집의 숭고한 정신과 그 후손들의 조상에 대한 자긍심은 새로운 씨앗이 되고 뿌리와 줄기와 잎이 되어 언젠가는 다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최부잣집은 막을 내렸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 후손인 최성해 동양대 총장님에게 경의를 표한다.최 총장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외아들을 퇴사시키고 해병대에 보낸 사람이다. 그는 자신과 대학에 닥칠 커다란 불이익을 예상하면서도 살아 있는 권력자들의 회유와 협박에 저항했다. 부귀를 대물림하기 위해 특권과 반칙, 편법과 꼼수, 탈법과 위법을 총동원한 것도 모자라 거짓과 위선으로 일관해온 사람들과는 격이 다르다. 최부잣집 정신을 훼손하지 말라.

2019-09-16 06:30:00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으로부터 '희망사다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야고부] 국민을 새로 뽑으세요

2차 대전 후 동독을 손에 넣은 스탈린과 동독 권력자 발터 울브리히트의 목표는 '동독의 소비에트화'였다. 이를 위해 1945년 토지개혁을 단행했고 1946년 중반까지 동독 내 주요 공장의 사적 소유를 완전히 철폐했다. 구 독일국방군(Wehmacht)의 '전격전' 같은 속도였으나 엄청난 부작용을 몰고 왔다.토지개혁은 수확기와 작물 파종기인 9월에 단행돼 수확량 격감을 불러왔다. 국유화는 소련이 전쟁 배상금으로 가동 중인 공장의 절반인 400개를 소련으로 빼돌린 것과 맞물려 많은 노동자들을 '백수'로 만들었다. 인민은 정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울브리히트는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1961년까지 서독의 생활 수준을 따라잡겠다면서 더 많은 노동을 강요했다.그러나 동독의 생산은 오히려 감소했고 인민의 생활도 더 비참해졌다. 그러자 인민이 폭발했다. 1953년 6월 17일 울브리히트 등 동독 지도부의 총사퇴, 자유선거 등을 요구하는 인민 봉기가 동베를린과 동독 400개 도시를 휩쓸었다. 이에 대한 동독 정부의 반응이 기가 막혔다. "인민들에 실망했다." 이에 동독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분기탱천해 '인민을 다시 뽑으라'는 시를 썼다. 제목은 '해결 방법'(Solution)."6월 17일 인민봉기 뒤/ 작가연맹 서기장은 스탈린가(街)에서/ 전단을 나눠주도록 했다/ 거기에는 인민들이 어리석게도/ 정부의 신뢰를 잃어버렸으니/ 그것은 오직 더 많은 노동으로만 되찾을 수 있다고 씌어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인민을 해산해 버리고/ 다른 인민을 선출하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여권과 지지 세력이 환호성을 지른다. "조 장관은 대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품성을 가진 사람" "개인적 모욕과 모멸을 견뎌낸 것은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감당하기 위해서" "검찰이 쏜 네이팜탄을 뚫고 법무장관 취임한 조국 위해 폭탄주 한잔 말겠다" 등등. 구 동독 정권의 "인민들에 실망했다"보다 더한 국민 조롱이다. 하긴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부터 국민 조롱이니 놀랍지도 않다.그래서 '강추'한다. 브레히트의 제안대로 국민을 다시 뽑으라고 말이다. 그러면 조롱하느라 입 아플 일도 없을 것이다. 조롱할 대상이 없어 심심한 게 아쉽긴 하지만.

2019-09-1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억지 편 가르기

나라를 구한 서애 류성룡은 1598년 11월 19일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숨진 날 관직에서 쫓겨났다. 류성룡이 천거한 이순신과 선조가 믿고 나라를 맡긴 류성룡은 임진왜란에서 선조를 도와 전쟁 승리를 이끌었다.임란 승리의 두 영웅이 받든 선조는 과연 왕다웠나. 아무래도 '아니다'이다. 그는 나라나 백성보다 권력 유지를 위한 '치사한 짓'을 더 저질렀다. 재임(1567~1608) 42년에 24차례의 정치 술수로 신하를 시험했으니 말이다. 그가 애용한 정치 술수는 형식의 차이는 있으나 내용은 비슷하다. 바로 왕 자리를 내놓고 세자 광해군에게 물려주겠다는 뻔한, 너무나 속이 보이는 명령이다. 선위(禪位), 섭정(攝政), 전위(傳位) 등 표현만 달랐을 뿐이다.1.7년에 한 번꼴 소동은 불안한 정치적 입지나 전쟁 책임 추궁 등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신하의 충성 시험을 위한 꼼수였다. 소동이 임란 때만 22차례여서 전쟁에도 오직 권력에만 관심이던 선조의 민낯을 보게 된다. 전쟁도 버거운데 신하는 끊임없이 왕의 편에 서야 했고 충성심을 강요당해야만 했다.정권을 지키기 위한 이런 술수는 광복 이후에도 흔했다. 특히 군사 정부에서 잦았던 간첩단 조작 사건, 북한을 끌어들여 선거 등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북풍'(北風)도 민심의 억지 편 가르기 사례였다.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보면 처음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의 순수성과 과연 대통령다운지를 의심하는 사람이 적잖다. 남북 문제를 비롯해 한일 및 한미 관계, 부처 장관 임명 등이 그렇다.남북 관계는 처음엔 국민이 반길 만했지만 이젠 나머지 사례처럼 되레 민심의 분열을 부추기는 꼴이다. 이런 민심 분열의 편 가르기는 마치 뒷 파도가 앞 파도를 덮치듯 잇따라 멈추지 않으니 정권 유지용 지지층 결집 전략은 아닌지 의심스럽고 국민은 혼란스러움에 정신이 없다.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보면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더욱 분명하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을 거스른 데 따른 어수선함을 덮을 또 다른 편 가르기의 큰일을 터뜨릴 것은 자명하다. 대통령과 여당, 조 장관 입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터질 일이 연극 속이라면 재미라도 있겠지만 실제 상황이라 마음은 벌써 답답하다.

2019-09-11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막 하자는' 文대통령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민심(民心)을 거스른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보고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 떠올랐다. 여론은 물론 객관적으로도 장관 자격을 잃은 사람을, 더욱이 부인이 검찰에 의해 기소된 마당에 그것도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법무부 장관에 앉힌 것은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宣戰布告)와 다름없기 때문이다.문 대통령이 막판까지 장관 임명을 두고 장고(長考)했다고 청와대는 포장했지만 보여주기 쇼에 불과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관철하겠다는 생각이 문 대통령 뇌리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의혹들과 검찰 수사는 물론 국민의 거센 반대 여론도 문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조국 임명을 통해 '한 번 입력되면 변하지 않는' 문 대통령 스타일이 다시 드러났다. 일단 생각을 굳히면 바꾸지 않고, 어떤 사안이든 결정하면 끝까지 가는 문 대통령의 고집은 반일(反日), 북한,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인사까지 국정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아무리 결격 논란이 있고 야당은 물론 국민이 반대해도 '내 사람'은 무조건 임명한 탓에 5년 임기 반환점이 돌기도 전에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22명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10명), 이명박 정부(17명), 노무현 정부(3명)를 훨씬 넘어 '독선적 코드 인사'란 말이 안 나올 수 없다.한 지인은 문 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을 '잘된 일'이라고 했다. 국민이 문재인 정권의 실체를 확실하게 알게 된 것과 함께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완전히 접을 수 있어서라는 게 그 이유다. 검찰 수사를 통해 조국을, 국민 저항을 통해 정권까지 '똘똘말이'로 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대통령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고, 이 에너지로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존재다. 내년 총선 승리와 차기 집권 도모 차원에서 지지 진영만을 끌어안으려 '조국 장관 카드'를 밀어붙인 문 대통령의 처사는 대통령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다. 장관 임명으로 '조국 사태'가 끝나기는커녕 국민 반발로 '문재인 사태'로 비화할 우려가 크다. 갈수록 혼돈으로 치닫는 이 나라가 걱정이다.

2019-09-1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믿는 도끼'의 배신

미국 연방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한다. 지명 때 최우선 고려 사항은 '코드' 즉 이념적 성향이다. 사법부를 최대한 대통령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게 대통령의 의중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지명으로 1953년 대법원장이 된 얼 워런이다.아이젠하워는 그를 지명하면서 "오늘날 연방대법원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검사 출신인 데다 공화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3번이나 역임한 정통 '공화당 맨'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믿는 도끼'로 알았던 것이다.그러나 워런은 대법원장이 된 후 아이젠하워의 '발등'을 찍었다. 피의자를 체포할 때 묵비권과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告知)해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 돈 없는 형사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기드온 판결', 공립학교에서의 흑백분리는 위헌이라는 '브라운 판결' 등 진보적인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아이젠하워는 퇴임 후 "그를 지명한 것은 인생 최악의 실수였다"고 후회했는데 그럴 만했다.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이 임명한 해리 블랙먼 대법관도 그랬다. '절친'인 당시 워런 버거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지명을 받은 그는 '무난한 보수파'로 평가받았다. 이런 평가대로 임기 초반에는 역시 보수파였던 버거 대법원장과 의견 일치 비율이 87.5%에 이를 정도로 '궁합'을 잘 맞췄다.그러나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블랙먼은 지명자의 희망과 반대로 갔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이 여성의 낙태권 제한은 위헌이라는 1973년 판결이다. 이를 보면서 닉슨도 아이젠하워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윤석열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혐의로 6일 밤 기소했다. 공소시효(7년) 만료 시한이 이날 밤 12시임을 감안해도 '전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혔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랴.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치라고 했으니. 지금쯤 문 대통령은 아이젠하워와 같은 후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9-09-09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벌초 단상

성석제의 소설 '처삼촌 묘 벌초하기'는 처가 문중 땅에 의지해 살아가는 삶의 고단함을 속담과 관련된 일화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형상화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문중 어른들과 선산을 둘러보겠다는 처남의 전화를 받고 처가 직계 자손인 처삼촌 묘를 구슬땀을 흘려가며 벌초를 했다. 하지만 선산 방문을 뒤로 미룬다는 처남의 전화에 허탈감에 빠진 채 몸살로 드러눕는다.'처삼촌 묘 벌초하듯'이란 속담이 있다. '일에 정성을 들이지 않고 마지못해 건성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처가는커녕 자기 집안 조상들의 산소 벌초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세태가 되었다. 처삼촌 묘 벌초하듯이 마뜩잖아서가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우선 우거진 산림을 헤치고 산소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농사일에 문외한인 젊은 세대들은 풀베기조차 낯설다. 예초기가 보급되었지만 조작이 서툴고 사고 위험성도 높다. 벌에 쏘이기 쉽고, 뱀에 물릴 수도 있다. 이래저래 다치거나 풀숲에서 얻은 감염성 질환으로 고생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매번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기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절기상 처서가 지나 풀의 성장이 멈추는 추석 전 보름간은 벌초의 적기이다. 추석 성묘를 위해서도 벌초는 필요하다. 하지만 조상의 묘를 살피고 돌보는 이 국민적 풍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산야가 변했고, 장례문화가 변했고, 후손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세상만사 주변 환경과 시절 인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이다. 짙은 산림에서 풍수지리를 논하기도 곤란하고, 도로변 전답을 죄다 무덤으로 만들 수도 없다. 조상들도 귀한 후손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낫질도 못하는 신세대에게 산중 벌초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벌초는 물론 제사와 전래의 풍습에도 그다지 호감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종교적인 이유도 없지 않다. 이제는 매장보다 화장이 대세이다. 인생의 육체적인 결말은 한 줌의 흙이다. 모든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조상의 묘소 또한 예외가 아닐 듯하다.

2019-09-07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가을 태풍

지구 곳곳의 열대저기압은 발생 지역에 따라 호칭이 다르다. 매년 수차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타이푼(태풍)은 북태평양 남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이다. 인도양과 벵골만에서 발생하는 것을 사이클론, 카리브해에서 발생해 미국 동부지역에 큰 피해를 내는 열대저기압을 허리케인이라고 부른다.태풍은 북서태평양 서쪽 북위 5~25도, 동경 120~160도의 열대 해상에서 주로 발생한다. 1981년 이후 지난 30년간 연평균 25.6개가 발생해 동남·동북아시아에 큰 피해를 내고 있다. 발생 빈도로 보면 8월(평균 5.9개)이 가장 높고 9월과 10월, 7월, 6월 순이다.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연평균 3.1개다. 태풍은 필리핀과 대만 또는 남중국해로 곧장 진행하거나 도중에 북쪽 또는 북동쪽으로 진로를 바꾸는데 이럴 때는 우리나라가 그 영향권에 든다. 6~7월에 발생하는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올해의 경우 5호 태풍 '다나스'가 7월 20일 전남 진도 서쪽 해상에 접근했고, 8호 태풍 '프란시스코'가 8월 6일 부산을 통과해 2개의 여름 태풍이 닥쳐 크고 작은 피해를 냈다.올해 발생한 태풍은 6일 현재 모두 14개다. 14호 태풍 '가지키'는 3일 베트남 다낭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돼 이미 소멸했다. 하지만 제13호 태풍 '링링'은 세력을 계속 키우며 우리나라로 접근 중이다. 7일 오전 목포 서쪽 해상에 접근해 서해안을 따라 수도권으로 북상할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2010년 9월 곤파스의 경로와 비슷해 기상청은 강풍 피해에 대한 주의와 함께 "기록적인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그동안 한반도를 강타한 여러 태풍 가운데 초가을에 닥친 '가을 태풍'은 매섭다 못해 공포심을 주었다. 1959년 9월 17일 849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사라를 비롯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가 대표적이다. 9월 필리핀·대만 인근 해수 온도가 27℃ 이상으로 태풍 발달에 최적의 조건인 데다 북태평양 기단의 힘이 약해지면서 태풍 이동 경로에 한반도가 놓여 큰 피해를 낸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철저한 대비와 주의가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19-09-06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부울경, 그리 초조한가

'정이 많다. 급하고 다혈질, 직설적이다. 속정이 있다.'부산 토박이의 성격 특성을 다룬 부산 옛 자료에 나오는 일부 내용이다. 앞은 서울 토박이에 대한 부산 토박이의 특징이고, 가운데와 뒤는 각각 경북 토박이와 호남 토박이와 비교된 부산 토박이의 특징을 나타냈다.부산 토박이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닌 만큼, 부산 시민 모두에 미뤄 일반화하기 어렵겠지만 부산 사람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참조 자료는 될 만하다. 특히 부산의 정치인이나 지도자의 행태를 짐작하는 나름 잣대도 될 터이다.최근 언론에 보도된 김해신공항 재검증 작업을 둘러싼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총리실 압박 행태는 한마디로 할 말을 잊게 하고도 남는다. 이들은 이미 총리실이 거듭 밝힌 재검증 기준 외 '경제'와 '정책' 측면의 판단도 잣대로 제시했다.이미 부울경은 지난 정부의 결정을 뒤집고 김해신공항 재검증 요구안을 꺼내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마저 무시했다. 억지로 총리실에 이를 떠안기더니 '정무적 판단'을 배제하고 '기술적 쟁점'만 맡을 것을 천명한 총리실을 또 흔드는 꼴이다.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을 위해 움직였던 부울경의 지난날을 새기면 이들은 '급하다' 못해 아예 속도계를 떼고 달리는, 제동장치 없는 차와 같다. 그러나 부산 주축의 김해신공항 재검증 옹호 세력의 거침 없는 행보에는 초조함이 엿보인다.이런 돌발의 비정상적 행태는 대통령의 지지도 변화, 심상찮은 민심의 흐름 등을 따진 초조함의 결과를 방증하는 역설이다.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바라는 결론을 내려 결국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나서고 싶을 것이다. 총리실 압박 공세는 그런 배경을 감안하면 이해되지만 불공정하고 오만한 발상이다.이들 지도자의 행보는 같은 부울경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바랐던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이나 지금 문재인 정부가 외치는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그리고 '정의로운 결과'의 사회와 동떨어지고 어울리지 않는다.부울경의 총리실 압박은 그들이 기댄 문 정부에 되레 짐일 뿐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논란으로 힘겨운 문재인 대통령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부울경은 비록 초조하겠지만 자중에 급할 때다.

2019-09-05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구역질 난' 조국 간담회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씨를 둘러싼 논란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지 싶다. 숱한 의혹들과 야권 반발, 검찰 수사는 물론 임명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과 상관없이 조 씨를 장관으로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애초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우롱한 조 씨의 허무맹랑한 기자간담회를 보면서 이 같은 확신은 더 굳어졌다.형식과 장소, 내용과 시기 등 문제투성이 기자간담회는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 판은 문 대통령이 깔았다. 조 씨와 가족 관련 의혹이 쏟아졌고 검찰 수사가 시작됐는데도 문 대통령은 한마디도 않다가 뜬금없이 대입제도·청문회를 걸고넘어졌다. '조국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물타기를 했다. 이에 발맞춰 조 씨는 기자간담회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나팔수 역할을 했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국민 반발을 조금이나마 줄이려 조 씨와 문 대통령·여당이 꼼수를 부린 것이다.의혹들에 대해 조 씨는 부인하고 일방적 주장을 폈다. 대답의 9할이 '모른다' '관여한 적 없다'였고 교수답게 박학다식을 자랑했다. 딸과 관련해 울컥한 것을 두고 '악어의 눈물'이란 비아냥까지 나왔다. "국민은 역겨움을 느낀다"는 한 야당의 평가에 공감이 갔다. 조 씨가 책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한 문구에 빗댄다면 '구역질 난' 기자간담회였다.문 대통령과 청와대·여당 등 집권 세력이 총동원돼 '조국 구하기'에 나선 까닭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조 씨를 지키면 중도세력 지지율 5~10%를 잃지만 조 씨를 버리면 결집층 20~25%가 공중분해된다는 셈법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권에서 흘러나온다. '조국이 곧 문재인'이고,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반일(反日) 주역인 조 씨가 꼭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고비를 넘기면 조 씨가 단숨에 전국구 인사로 무게감을 키워 대권주자가 될 것이란 계산도 깔렸다.국민 반대에도 문 대통령은 조 씨의 장관 임명을 강행할 전망이다. "조국 하나 지키자고 노무현의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팽개치고, 고작 조국 하나 지키자고 촛불 국민을 버릴 셈이냐"는 야당의 고언(苦言)은 땅바닥에 처박힐 것이다. 나폴레옹은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했는데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 사전(辭典)엔 '국민'이 없는 모양이다.

2019-09-04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야마모토 다로

그제 우리 국회의원 6명이 독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 일본의 한 국회의원이 "전쟁을 해서 독도를 찾아야 한다"고 막말을 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제의 망언 주인공은 마루야마 호타카로 군소 정당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소속의 중의원이다.앞뒤도 모른 채 마구 내뱉는 그의 망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러시아 쿠릴열도 4개 섬과의 교류 차 쿠나시르 섬을 찾았다가 술에 취해 "전쟁을 해서라도 북방 영토를 탈환해야 한다"고 실언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 망언으로 그는 일본유신회에서 제명돼 소속 정당을 옮겼다. 아무리 경험없고 미숙한 30대 청년임을 감안해도 아소 전 총리처럼 막말로 버티는 것은 스스로 '얼간이'임을 증명하는 것이다.드물지만 일본 정치판에도 성숙한 의식을 가진 정치인도 있다.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郎)가 대표적이다. 올해 만 44세의 배우 출신 정치인이다. 한국 영화에도 여러 편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한국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청년 자살을 조장하는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일본을 개조해야 한다" 등 개념 발언으로 '일본의 노무현'으로도 불린다.유튜브에는 야마모토 의원의 거리 유세와 논리정연한 국회 대정부 질문 영상도 많다. 극우 세력을 등에 업고 일본을 망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진정 일본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신파 이미지가 강하게 전달된다. 그는 '국민이 정치를 바꿔야 일본이 되살아난다'고 강조하는 정치인이다. 올해 4월 레이와 신센구미(令和 新選組)라는 정당을 창당했고, 7월 참의원 선거에서 2명의 중증 장애인을 비례대표로 당선시키고 자신은 최다 득표 낙선자가 됐는데 제1야당 입헌민주당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아베 총리는 한국인에게 거의 '동네 개'나 다름없다. '아베야 고맙다'에서부터 '영화 도쿄재판, 아베도 봐라'는 일간지 칼럼 제목까지,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 그런 아베 총리에게 야마모토 의원은 늘 "초등학교 수준의 정치외교를 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국회 연단에서 염주를 손에 들고 합장하며 아베에게 추모의 예를 올리기도 했다. 조상의 후광을 업은 3류 세습 정치가보다 야마모토가 훨씬 유익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일본 국민은 알까.

2019-09-03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다시 본 대통령 취임사

지난달 2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광복회 대구시지부 주최로 열린 경술국치일 추념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해 국치일을 맞아 글을 쓰면서 스스로 다짐한 '조기(弔旗) 달기'와 '추념식 참석' 그리고 '찬 죽 먹기'를 올해만큼은 온전히 지켜보자는 마음에서다.광복회는 2011년 이후 국치일 행사를 갖고, 조기 달고, 찬 죽을 먹지만 늘 제대로 따르지 못했는데, 올해도 실패였다. 조기 달기와 행사 참석은 했지만 찬 죽만큼은 '운'(運)이 돕지 않았다. 마침 이날 참석자가 넘친 탓인지 준비한 죽이 모자랐다.이날 자신과의 약속조차 잘 지키기 힘듦을 절감하며, 2017년 5월 10일 국회의사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취임사를 찾아봤다.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며 대통령이 국민과 한 약속은 그때도 그랬지만, 2년 지난 지금 읽어도 새길 만하다.'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의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약속은 더 와 닿았다. 그래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 대통령의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남겠다'고 한 다짐도 이루길 바랐다.2년 전, 국민 마음은 한결 그랬다. 그러나 지금, 나라는 그 약속과 다짐을 담았던 대국민 말씀과 다른 꼴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선지 대통령에게 되레 실망하는 사람도 적잖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진영도 상당한 탓에 갈수록 편이 갈리는 모양새다.그러나 '찬 죽 먹는 일'조차 '운'이 따르지 않으면 힘든 게 삶인데, 하물며 나라 걱정을 도맡은 대통령은 오죽할까. 문 대통령은 취임사의 숱한 약속과 다짐을 지키고 싶었겠지만 그를 둘러싼 '사람'과 '운'까지 돕지 않으니 어쩌랴. 여당을 보면 그렇다.요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존재하는가. 여당은 정부가 제대로 구르도록 도움과 힘을 주는(與) 무리(黨)가 아닌가. 정부가 잘 굴러가지 않으면 매와 채찍도 아끼지 말고 적절히 줘야 되는 무리가 아닌가. 그런데 과연 지금의 민주당은 그런가.문 정부와 청와대가 그릇된 일을 저질러도 그냥 그들과 같은 길을 걸으며 결속할 뿐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당의 편들기는 점입가경이다. 이러다가 정부, 여당이 공멸을 자초하는 수렁에 빠지는 것은 알 바 아니지만 자칫 나라만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2019-09-0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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