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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새로운 온을 꿈꾸며

[야고부] 새로운 온을 꿈꾸며

올 한 해는 온 나라가 우리말로 100을 뜻하는 '온'을 앞세운 날들이었다. 독립운동의 분수령을 이룬 3·1운동 100주년을 비롯하여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무장 항일 투쟁에 한 획을 그은 의열단(義烈團) 결성 100주년, 구상 시인 등 인물 탄생 100주년에다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이를 기념했다.온은 숫자 100을 뜻하기도 하지만 '모두'를 나타내는 순수한 우리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백(100)의 온은 '전부'를 일컫기도 하지만, 흔하지 않거나 이뤄지길 바라는 어떤 대상이나 목표와 관련해서 쓰인 단어로 볼 수도 있다. 백(百)의 글자가 들어간, 백세(百歲) 시대나 백년(百年) 손님 또는 백년(百年) 해로(偕老), 백년(百年) 하청(河淸) 등 숱한 단어들을 살펴보면 알 만하다.우리에게 100의 남다른 기억 속에는 '100억불(弗) 수출'이란 구호도 뚜렷하게 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세월, 선진국 눈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여겨졌던 한국이 상상과도 같았던 '100억불' 수출 목표를 세워 이뤄낸 일은 '한강의 기적'으로 평가되기에 이르렀다. 갓 태어난 아이의 '100일'을 축하하듯 우리에게 100은 기릴 만한 숫자였던 것이 틀림없다.특히 대구경북에서는 엄혹했던 망국의 일제강점기 때인 1919년 거국적 자발적으로 일으킨 3·1만세운동의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는 그런 불행한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며 각오를 다진 100년 행사가 넘쳤다. 어느 곳보다 많은 희생을 치렀고 압도적인 독립운동가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나라의 위기에는 기꺼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대구경북이었기에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그런 뜻깊은 2019년을 맞아 준비했던 갖가지 100주년 기념과 축하 행사도 이제 오늘로 막을 내리고 역사 속으로 묻히고 다시 올 새로운 온을 기다리게 됐다. 그리고 2020년의 첫날인 내일이면 새로운 온의 100을 맞는 일들이 또다시 온 나라 곳곳에서 펼쳐질 것이다. 2019년 돼지띠의 해는 지고, 쥐띠의 해가 뜨는 2020년에는 2019년 뭇 온을 계기로 다진 각오를 바탕으로 국운(國運) 상승을 가져올 여러 온 기념이 활짝 펼쳐지길 꿈꾼다. 정치적 혼란 때마다 제 역할을 했던 대구경북이 앞장을 서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2019-12-31 06:30:00

[야고부] 원수와 동지

[야고부] 원수와 동지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왕자 규와 소백은 왕위를 두고 형제간에 싸움을 벌였다. 이때 규를 받들던 관중은 화살을 날려 소백을 죽이려 했다. 곧 제나라 환공으로 즉위한 소백이 관중을 처형하려 하자 충신 포숙아가 막아섰다. 관중의 인물됨을 역설하며 오히려 재상으로 삼으라고 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관중을 중용한 환공은 춘추시대의 패자로 부상했다.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의 내용이다.당 태종 이세민은 현무문(玄武門)의 변을 일으켜 황태자인 형 이건성을 제거하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일찌감치 이세민을 경계하며 죽여야 한다고 주청했던 사람이 바로 이건성의 책사였던 위징(魏徵)이었다. 쿠데타에 성공한 이세민이 위징을 잡아다 "왜 형제를 이간질해 참변을 초래했느냐"고 호통을 치자, 위징은 오히려 "옛 태자가 내 말을 들었더라면 이 지경이 되었겠느냐"고 당당하게 맞섰다.위징의 충심과 강단이 마음에 들었던 이세민은 자신의 신하가 되어 달라고 했고, 위징은 '어떠한 간언(諫言)도 받아들일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후 위징은 황제에게 수없이 쓴소리를 했고, 당 태종은 숱한 갈등과 불같은 화를 참으며 위징의 직언을 받아들였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세로 일컫는 '정관의 치'는 그렇게 이루어진 것이다.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부터 자신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경멸하던 에드윈 스탠턴을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스탠턴의 능력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스탠턴은 링컨을 도와 남북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링컨이 암살당했을 때 가장 슬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선 직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박근혜 국회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기용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국리민복을 위해서 원수를 동지로 포용하며 직언을 정책으로 반영하려는 통합의 정치술이었다. '임금이 밝으면 신하가 곧다'(君明臣直)고 했다. '충언(忠言)은 귀에 거슬리고, 양약(良藥)은 입에 쓰다'고 했다. 제 편만 챙기고 사탕 발린 소리만 들으며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다가 망하는 것은 임금과 간신들의 업보라고 치자. 모진 세월을 피눈물로 감내해야 하는 국민은 어찌할 것인가. 그렇게 또 한 해가 저물었다.

2019-12-30 06:30:00

[야고부] '형·아우가 원수'

[야고부] '형·아우가 원수'

도사자란 도법자치(道私者亂 道法者治). "사사로운 길을 따르는 자는 어지러워지고, 법의 길을 따르는 자는 다스려진다"는 뜻이다. 전국시대 법가인 한비자(韓非子)가 지은 '한비자' 궤사(詭使) 편에 나오는 문구다.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청와대 감찰 중단 의혹을 지켜보면서 '도사자란'이 떠올랐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라는 사사로운 길을 따랐다가 몰락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버랩된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문 대통령에겐 사사로운 길로 보지 않을 수 없다.'형' '아우'라는 코드가 아니고서는 두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당선 직후 송 시장의 언론 인터뷰 중 일부다. "저는 집도 이사하고 더 이상 (선거) 안 한다고 했다. 그런데 문재인 변호사가 찾아왔다. 만났더니 '형, 이사했다며? 다시 이사 가소' 그래서 '내는 내 맘대로 못 사나?' 하니까 '그게 운명인데 어쩝니까?' 그래서 다시 이사를 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행비서를 지낸 유 전 부시장은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송 시장이 문 대통령의 '형'이 아니었다면 정권 차원의 뒷받침을 받아 시장에 당선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구속이 되고도 남을 비리를 저지른 유 전 부시장이 문 대통령의 '아우'가 아니었다면 청와대 감찰 중단을 넘어 국회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승승장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우'이자 '형'인 문 대통령이라는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촛불로 태어났다는 정권이 국기 문란에다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사건들에 휘말렸다는 사실 자체가 국민을 볼 면목이 없게 됐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권에서 '아우 찬스' '형님 찬스'가 횡행한 것도 가증스럽다. '권력은 측근이 원수'라는 법칙이 다시금 확인됐다.형·아우에서 촉발한, 정권을 휘청거리게 할 사건들이 줄을 이을 개연성이 크다. 정권을 장악한 586들이 형·아우로 끈끈하게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사로움으로 말미암은 국가 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다.

2019-12-27 18:54:00

[야고부] 정치 좀비들

[야고부] 정치 좀비들

민주주의는 그 향유자들이 지키려는 의지가 없으면 언제든 사멸한다. 가장 비극적 사례가 1933년 3월 24일, 모든 법률의 제정·개정·폐지 권한을 행정부에 일임한 '수권법'(授權法·정식 명칭은 '국가와 민족의 위기를 제거하기 위한 법')의 독일 의회 통과다. 이는 히틀러 독재의 헌법적 장애물을 깨끗이 치워버린, 독일 민주주의의 '자살'이었다.자살인 이유는 사회민주당과 이미 의원들이 체포돼 의회에 출석할 수 없었던 독일 공산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특히 나치당, 사민당, 공산당에 이은 원내 제4당인 가톨릭중앙당의 찬성은 뼈아팠다. 이 당이 반대표를 던졌다면 수권법은 통과될 수 없었다.자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권법 통과 후 중앙당을 시작으로 모든 정당이 자진 해산했다. 사민당과 공산당은 그전에 불법화됐다. 정당들이 자발적으로 나치 일당 독재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슬프게도 정당들은 이를 편안해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치적 혼란이 야기한 민주주의에 대한 염증이 그 배경이었다.히틀러를 피해 영국으로 건너간 언론인 제바스티안 하프너는 그 심리를 이렇게 기술한다. "이것은 매우 광범하게 퍼져 있던 감정, 민주주의에서 구원되고 해방되었다는 감정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원치 않는 민주주의란 게 대체 무엇인가? 당시 대부분의 민주주의 정치가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권좌에서 물러나자. 우리가 정치적 삶에서 물러난다. 우리가 없어져야 한다."('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문재인 정권의 공수처법 수정안을 밀실에서 합의해 준 이 땅의 군소정당의 행위도 민주주의의 자살이다. 수정안은 문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의 원천 봉쇄를 겨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법조계 친위 세력들이 공수처에 대거 포진하는 길을 닦아놓았다. 그리고 외부건 내부건 견제 장치는 모두 없앴다. 말 그대로 문 정권의 '정치보위부'이고 '게슈타포'이다.군소정당들은 '밥그릇' 욕심에 눈이 멀어 이에 합의해줬다. 무엇이 옳고 그르며,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는 '정치 좀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좀비들이 툭하면 '민주주의'와 '국민의 뜻'을 입에 올린다. 이젠 웃음도 안 나온다.

2019-12-27 06:30:00

[야고부] 키다리와 빅슈

[야고부] 키다리와 빅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개막 때만 해도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에다 FIFA 랭킹 1위를 자랑하며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멕시코와 한국에 잇따라 패하며 독일 축구 사상 80년 만에 1라운드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본 것이다.예상 밖의 결과에 독일은 발칵 뒤집혔다. 팬들은 '카잔의 치욕'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여론이 들끓고 메수트 외질, 일카이 귄도안 등 몇몇 선수와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터키계인 이들은 대회 직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유니폼을 전달하고 인증샷을 찍는 등 돌출 행동으로 대표팀 퇴출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 기자 감금 등 여러 차례 외교 마찰을 빚으며 독일에서 비호감 인물로 찍힌 때문이다.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소속인 외질에게 러시아 월드컵은 빨리 잊고 싶은 악몽이었다. 결국 그는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그런 외질이 이번 성탄절을 앞두고 외신의 초점이 됐다. 그는 트위터에 "지난 6월 전 세계 어린이를 대상으로 1천 번의 수술을 돕겠다고 발표했는데 219번의 수술이 끝났다"고 알렸다. 그는 2014년부터 스포츠 스타와 팬 단체인 '빅슈'(Big Shoe)를 통해 국제의료 프로젝트를 후원해왔는데 즉 '키다리 아저씨'가 된 것이다.대구의 '키다리 아저씨' 성탄절 이야기도 중단되지 않았다. 그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0대 노부부가 내민 봉투에는 2천300만원의 성금이 담겨 있었다. 그가 2012년부터 모금회에 익명으로 전달해온 성금은 모두 10억원으로 대구모금회 역대 누적 개인 기부액 중 가장 많다.앞서 9월 대구모금회에 '앞으로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수성구청 7급 공무원 김영익 씨의 사연도 25일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그는 대구 공무원으로는 처음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이런 사례에서 보듯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과 나눔의 정신이 없다면 남을 돕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기부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일'이라는 김영익 씨의 말은 주저하는 손길을 붙잡아 주는 힘이 된다. '빅슈'나 '키다리 아저씨'처럼 나눔을 향한 도전이다.

2019-12-26 06:30:00

[야고부] 어른 없는 대한민국

[야고부] 어른 없는 대한민국

1987년 6월 항쟁 당시 대학생들이 '6·10 규탄대회'를 마치고 경찰에 쫓겨 서울 명동성당으로 피신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경찰력을 투입할 것을 통보하자 김수환 추기경이 단호하게 말했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이오. 그다음에는 농성 중인 신부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수녀들을 만나게 될 것이오.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소. 학생들을 체포하려면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시오." 김 추기경의 단호한 모습에 정부는 학생들의 안전 귀가를 보장하고 경찰을 해산했다.지인들을 만날 때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어른이 없다"는 말이다. 가정은 물론 직장·단체, 대구경북, 국가적으로 어른이 없다는 것이다. 김 추기경처럼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역할을 하는 어른의 부재(不在)를 절감하는 시절이다.어른이 없는 세상이 된 데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나이 든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꼰대'라는 비아냥을 받게 된 데엔 자초한 측면이 많다. 오죽하면 나이 든 사람들의 행태를 비꼬는 "나 때는 말이야"를 뜻하는 '라떼 이즈 어 호스'(Latte is a horse)가 유행할까.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른을 인정하지 않고 만들지 않는 사회 풍토가 팽배해진 것이다. 할아버지 말씀을 귓등으로 듣고 무시하는 아버지를 지켜본 손자가 할아버지를 존경할 리가 없다. 그렇게 한 아버지가 아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어렵다.정치 지도자들의 책임도 크다. 대통령은 원로들을 청와대에 불러놓고선 그들의 얘기를 듣는 시늉만 할 뿐 국정에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당 대표들도 원로의 쓴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당 대표들이 한 정파의 수장으로 머무는 한 그들은 나라의 어른이 될 수 없다.아프리카 속담에 '죽어가는 노인은 불타는 도서관과 같다'고 했다. 지금 이 나라에선 지혜의 보고인 도서관이 허망하게 불타고 있다. 세대 간에 지혜가 전해져야만 가정과 지역, 나라가 건강해지고 영속(永續)할 수 있다. 어른이 없다고 개탄만 하지 말고 어른을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을 '꼰대'로, 나이 든 사람은 젊은이들을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이라고 서로 비난만 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너무나 암울하다.

2019-12-25 06:30:00

[야고부] 김의겸의 기부 약속

[야고부] 김의겸의 기부 약속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는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이것이 '통 크게' 나눔을 실천한 사람이 당연히 받아야 할 개인적인 명예이자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너 소사이어티클럽 회원이란 명예를 폄훼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 두면서 기부를 하고 그런 명예를 얻는 것이 과연 '순수한' 기부인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이를 위해 프랑스의 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기부론은 참고할 만하다. 기부가 기부이려면 기부자와 수혜자는 서로 주고받은 행위를 기부행위로 인지해서는 안 되며, 그렇지 않으면 기부는 '경제적 교환 행위'로 변질된다는 것이다.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에 적용하면 기부자는 수혜자에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사회적 존경이라는 반대급부를 얻는 것이 된다. 기부가 사회적 존경이 목적이 아니라 남을 돕는다는 순수한 마음의 발로였다고 해도 교환 행위이긴 마찬가지다. 너무 엄격하다.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조금 완화된 의견을 제시한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기부에서 기부자는 '주는' 주체가 되고 수혜자는 '받는' 객체의 위치에 선다. 사르트르는 이런 기부자의 '주체성'이 기부행위의 독(毒)이며 이를 제거해야 '순수한' 기부가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은 '익명 기부'이다.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의 기부도 순수한 기부이겠지만 '대구 키다리 아저씨' 같은 이들의 익명 기부가 '진짜로' 순수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서울 흑석동 상가 투자 차익을 기부하겠다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약속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 자체부터 이미 '익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출마를 앞두고 나온 약속이란 점도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곤혹스럽게도 기부 약속을 지켜도 문제다. 그는 지난 19일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기부처에 대해 "마음에 두고 있는 곳은 있는데 실행을 한 뒤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기부처를 밝힌다면 그 즉시 순수한 기부가 되지 않는다. 기부처를 밝히지 않으면 더 곤혹스러워진다. '말로만' 기부한 게 아니냐는 입방아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9-12-24 06:30:00

[야고부] 이병철 동상을 보면

[야고부] 이병철 동상을 보면

'기업의 존립 기반은 국가이며 따라서 기업은 국가와 사회 발전에 공헌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지난 40년간 사업보국을 주창해왔다.' '호암 이병철 선생은…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의 철학을 가진 선구자로 모든 경제인의 귀감이다.'대구의 옛 제일모직 터에는 삼성의 기업 왕국을 세운 이병철 전 회장의 동상이 있다. 동상 뒤 벽 양쪽에는 그의 생전 업적의 글을 새겨 놓았다. 앞은 1982년 4월 2일 미국 보스턴대학 박사학위 기념강연에서 따온 말이고, 뒤는 2010년 2월 12일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그를 기려 적은 글이다.나라가 망한 1910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일으켜 시작된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 삼성의 모태'가 대구임을 밝히고, '국가 민족 그리고 인류에 대하여 봉사'를 꿈꾼 그의 생각을 세상에 드러낸 현장의 증언이다. 삼성의 발상지인 대구로서는 당시 시민 뜻을 모아 동상을 세워 기릴 만했다.옛날과 달리 삼성으로는 세월이 흘러 대구의 효용 가치가 떨어지고 1세대 창업주를 지나 2세대 후계를 거쳐 3세대 손자 경영으로 바뀐 만큼 대구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은 물론 삼성 기업군의 발상지로서의 자긍심 같은 느낌도 옅을 수밖에 없을 터이다. 그렇더라도 대구로서는 남다르기에 동상으로 기렸을 법하다.그의 동상과 그를 읊은 글을 읽고 최근 노조와 관련된 재판부의 삼성에 대한 단죄(斷罪)를 보면 그가 생각한 '사업보국' 뒤에 가려진 숱한 일반 국민의 성원과 근로자의 피와 땀, 눈물을 새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자본이 부족하던 시절, 고사리손으로 모은 코 묻은 용돈부터 의무적인 학생 저축 장려 등으로 쌓인 돈을 썼을 터이다. 또한 직원들은 밤잠을 설치면서까지 그와 함께 일했음이 분명하다.그의 동상 뒤 글 어디에도 이런 사연은 엿보이지 않는다. 그를 돋보이게 하는 곳인 만큼 어쩔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지난 2013년 당시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 폭로에 따른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한 지난 17일 재판부의 '노조에 대한 반헌법적 태도' 판결은 그의 경영 철학을 되돌아보게 한다. 해고된 삼성 근로자가 서울의 철탑 위와 밑에서 농성하는 모습이 겹치는 요즘, 그의 동상과 글귀가 이리도 달리 보일까.

2019-12-22 19:02:08

[야고부] Yea or Nay

[야고부] Yea or Nay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19일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이로써 트럼프 탄핵소추안은 내년 1월 상원으로 넘어가는데 상원에서 탄핵이 최종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로 치면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상원이 맡는다.트럼프 탄핵에 적용된 혐의는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다. 이 중 하나라도 상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트럼프는 파면된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과 달리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100석 중 53석)을 넘어 '유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치사에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모두 세 차례다. 1868년 앤드루 존슨(17대·공화)과 1998년 빌 클린턴(42대·민주) 그리고 트럼프(45대·공화) 탄핵안이다. 링컨의 암살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존슨은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달러에 사들인 일로 유명하다. 그는 에드윈 스탠튼 국방장관을 상원 동의없이 해임했다가 권한 남용으로 탄핵소추됐으나 상원 표결에서 3분의 2(총 54명 중 36명 이상)에 1명이 모자라 탄핵을 모면했다.미국 의회에서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 탄핵소추권은 하원에 있다. 반면 탄핵 심판과 결정은 상원의 권한이다. 미국 상원은 50개 주마다 2명씩 모두 100명으로 구성되는데 하원이 국민의 대표 기관이라면 상원은 주정부와 주의회를 대표한다. 상·하원이 동등하게 입법권을 갖지만 6년과 2년이라는 임기에서 보듯 기업으로 치면 하원은 이사, 상원은 대주주에 비유할 수 있다.양원제 나라 중 이름뿐인 영국 상원(House of Lords)이나 일본 참(參)의원과 달리 미국 상원은 권한이 막강하다. 미국 연방정부 예산 의결권을 비롯해 파병 동의, 외교 조약 승인, 870명의 연방판사 인준권은 상원의 권한이다.트럼프 탄핵안이 가결되자 언론은 미국의 분열을 크게 걱정한다. 탄핵이 무산되더라도 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여론 때문이다. 미국의 현 상황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은 2년 앞서 우리도 탄핵 정국을 경험해서다. 'Yea'(Yes)와 'Nay'(No)를 사이에 둔 여론의 갈림이 팽팽할수록 국민 감정과 국론의 치유와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2019-12-20 18:55:26

[야고부] 대통령의 망상(妄想)

[야고부] 대통령의 망상(妄想)

1. 실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도 일하지 않는다. 2. 누구도 일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계획은 실현되어 있다. 3. 경제계획은 실현되어 있다. 하지만 가게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4. 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줄이 늘어서 있다. 5.어디를 가든 줄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우리는 풍요의 문턱에 서 있다. 6. 우리는 풍요의 문턱에 서 있다. 하지만 모두가 불만족하고 있다. 7. 모두가 불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찬성!'이라고 투표한다.브레즈네프 집권기인 1970년대에 소련 인민들이 정부의 경제 성과 선전을 비웃으며 낄낄댄 '소련 사회의 일곱 가지 기적'이란 농담이다. 이런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소련 경제는 피폐할 대로 피폐했다. "사회주의가 성공적으로 창조됐으며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성과를 굳히는 것뿐"이라고 한 브레즈네프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그래서 개혁을 시도했다. 당시 총리인 알렉세이 코시긴의 이름을 딴 '코시긴 개혁안'으로, 기업인에게 더 큰 자유를 허용하고 시장 메커니즘을 더 많이 활용해 생산을 촉진한다는 것이었다. 그 전제는 '계획경제의 틀 안에서'였다. 처절하게 실패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계획경제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도 마찬가지였다. 계획경제에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해 생산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망상(妄想)이었다. 계획경제라는 문제 자체는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시장 요소를 도입하자 소련 체제는 '개혁'이 아니라 붕괴해버렸다. 고르바초프는 훗날 "페레스트로이카의 전 과정을 내가 의도한 틀 내에서 관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고 했는데 그럴 만했다.그저 그렇고 그런 경력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총리로 기용해 경제를 살린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 역시 '망상'으로 끝날 것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문 대통령부터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소주성'은 한 번도 현실에서 검증되지 않은 '책상물림'의 공상일 뿐이다.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추락하는 우리 경제의 현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소주성'의 틀 내에서 경제 살리기는 한마디로 '헛소리'이다.

2019-12-20 06:30:00

[야고부] 올해의 인물 조국

[야고부] 올해의 인물 조국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올해의 인물'로 스웨덴의 16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했다. 1927년 올해의 인물로 처음 선정된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25) 이후 최연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툰베리 선정을 두고 "아주 웃기는 일"이라며 막말을 했지만 선정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의 유일한 고향인 지구에 대한 인류의 포악한 행위를 경고했고, 분열된 세계를 향해 배경과 경계를 초월한 목소리를 냈으며, 그리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는 어떠한 모습일지 보여줬다."곳곳에서 올해의 인물을 앞다퉈 선정하는 것을 보면서 한 해가 저물었음을 실감한다. 82년생 김지영, 방탄소년단, 축구선수 손흥민, 영화감독 봉준호 등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거나 물망에 오르고 있다.필자의 견해로는 올해의 인물은 단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트위터 분석 결과 정치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 키워드는 조 전 장관이었다. 작년 1위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2위로 밀어냈다. '문재인 위에 조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조 전 장관의 올 한 해는 '모든 것을 얻으려 했으나 모든 것을 잃었다'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죽창가'를 부르짖으며 일본과의 경제 전쟁 선봉에 섰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단시간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가 됐다. 장관 한 사람의 사퇴 여부를 두고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나라가 둘로 쫙 갈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장관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일가 비리에 이어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지금의 조 전 장관을 보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가 떠올랐다.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인 이카로스는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다가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 조 전 장관은 트위터 등 왕성한 SNS 활동에 힘입어 하늘로 비상했으나 결국 자신이 쏟아낸 수많은 글로 인해 추락하고 말았다. 대한민국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와 풀기 어려운 과제를 남긴 점에서 조 전 장관은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손색이 없다.

2019-12-19 06:30:00

[야고부] 청어 과메기

[야고부] 청어 과메기

'푸른 동해를 누비던 청어 떼도/ 북해도를 헤엄치던 꽁치 떼도/ 과메기가 되려면 구룡포에 와야 합니다/ 구룡포 투명한 겨울 해풍에/ 얼었다 녹았다/ 며칠을 덕장에서 참고 또 참아야 합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출신인 김현욱 시인은 '과메기'란 시에서 매운 바닷바람에 과메기의 붉은 속살이 꼬들꼬들 여물어가는 구룡포의 겨울 풍경을 담았다.미국의 해양저술가 마크 쿨란스키는 '세상을 바꾼 물고기'란 책에서 유럽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물고기로 대구를 꼽았지만, 청어 또한 강력한 경쟁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특히 통조림과 냉동식품이 등장하기 전에는 소금에 절인 청어가 정말 중요했다고 한다. 염장 생선 수요가 폭증하면서 발트해 연안 도시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결성한 한자동맹을 출범시키는 동력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소금과 청어는 그만큼 큰 돈벌이 수단이었다.청어가 북해로 대거 이동하는 15세기에는 네덜란드가 급부상했다. 내장을 빼고 간수에 절여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염장 기술을 개발한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청어는 금 노다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을 한때 '청어의 도시'라 했다. 지금도 초절임 청어의 전통이 음식문화에 남아 있다. 청어를 잡기 위해 낯선 해역으로 나가던 개척 정신은 네덜란드를 해양국가로 발전시켰다.임진왜란 때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청어를 잡아 군량미와 바꾸는 대목이 나온다. 청어가 물물교환의 중심이던 쌀과 바꿀 정도로 환전 가치가 있었다는 증거이다. 기름기가 넉넉해 맛이 좋은 데다 많이 잡혔던 청어야말로 단백질의 보급원으로 조선 수군 연전연승의 원동력이었다. 일제강점기까지는 청어가 상당히 많이 잡혔다. 동해가 '물 반 청어 반'이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그 청어를 잡아다 말려서 과메기를 만들었다. '과메기'란 말은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등장하는 '관목어'(貫目魚)에서 유래한다.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린 데서 나온 말이다. 청어 어획량이 늘어나면서 올겨울은 그동안의 '꽁치 과메기' 대세를 역전시킬 전망이다. 출렁이는 구룡포 파도를 권주가 삼아 원조 '청어 과메기' 안주로 소주 한잔이 맛깔스럽게 떠오르는 계절이다.

2019-12-18 06:30:00

[야고부] 정치 세습

[야고부] 정치 세습

16세기 이후 1795년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국의 와해로 '귀족 공화국'이 멸망할 때까지 유럽에서 귀족이 가장 많은 나라는 폴란드였다. 귀족이 전체 인구의 10%를 넘었다는 비공식 통계도 있다. 중세 유럽의 귀족 비율은 프랑스가 약 1%, 스웨덴 약 0.5%, 독일이 약 0.01% 정도였다. 18세기 유럽 전체 인구에서 귀족 비중이 약 1.5~2.3%인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특히 귀족으로 구성된 폴란드 의회 '세임'(sejm)은 모든 권력을 쥐고 행사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선거를 통해 국왕을 뽑고 외국인을 왕좌에 앉힐 정도로 귀족이 전권을 휘둘렀다. 폴란드 귀족은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의 왕족을 폴란드 국왕으로 뽑아 '허수아비 군주'로 만들고 권력을 독점했다. 이런 구조는 '로마 황제 43%는 세습 황제가 아니라 갑자기 권좌에 오른 인물'이었다는 점과도 맥이 닿는다.현대 일본의 정치 구조도 폴란드와 닮았다. 패전 이후 일본은 화족(華族) 제도를 폐지했지만 '정치 귀족'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역구를 아들에게 세습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총리에서부터 장관, 각 정당 요직 인사 상당수가 '세습 정치인'이다. 자민당뿐 아니라 군소정당에도 세습 정치인이 많다. '파벌'과 '세습'이 일본 정치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2017년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 전체 의원 정수 465명 중 26%인 120명이 세습의원으로 나타났다. 열에 셋이 '금수저 정치인'인 셈인데 증조부-조부-아버지-아들 등 몇 대에 걸쳐 권력을 대물림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 하원의 세습의원이 10%가량인 점과 비교해도 일본 사례는 특이한데 지명도와 조직, 자금을 모두 물려받아 애초 '흙수저'와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판적 여론이 높다.요즘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 부자 세습' 문제가 관심사다. 서점을 운영 중인 문석균 씨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이다. '아들 공천' 비판과 경선 과정을 넘어 당선된다면 현역 의원 아버지로부터 아들이 지역구를 바로 물려받는 사례가 된다. 여당 내에서도 '부적절한 대물림'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이고 보면 요즘 여당이 국민 눈치조차 보지 않고 막간다는 생각이 든다.

2019-12-16 19:52:17

[야고부] 홀씨 가족

[야고부] 홀씨 가족

'구개열 파열 수술 총 70명, 어린이들 발 내반증 외반증 총 10명, 피부 이식, 의족 및 특별한 수술 총 5명, 발목 절단 총 5명 수술, 의족·수족 해드릴 수 있었기에 감사드립니다.'서아프리카 '상아 해안'으로 알려진, 옛 프랑스 식민지 코트디부아르(영어로 아이보리 코스트)에서 활동 중인 박달분 프란체스카 수녀에게서 온 글이다. 안동이 본부인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소속으로 파견된 박 수녀의 사연은 최근 나온 수녀회 해외 선교 소식지 '홀씨 되어'의 2019년 겨울호에 실려 알려졌다.복음 전파와 함께 의료 지원 활동을 펴는 그의 글은 올 1, 2월 현지 자원봉사에 나선 이춘자 아녜스 수녀 등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이 수녀가 봉사하며 겪은, 가난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힘든 아이, 젊은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려 그들의 후원에 나선 많은 사람의 정성을 모아 보낸 성금으로 두루 혜택을 입어서다.일흔 넘은 노구를 이끌고 자원 봉사에 나선 이 수녀의 용기도 예사롭지 않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사정에도 힘든 나라 밖 사람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성금을 모아 이 수녀의 도움 호소에 선뜻 응한 사람들, 특히 대구경북인의 마음은 돋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격려의 말 한 마디에서 몇만원, 몇백만원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마음이 모여 여러 가지 고통을 덜 수 있었으니 말이다.서아프리카 기니만의 평화롭던 고을 원주민과 상아, 향료, 곡물 등 풍부한 자원을 마구 약탈했던 서구 제국주의 식민지의 하나였던 상아 해안. 그곳에서 옛 식민지의 아픔을 겪은 한국의 박 수녀 등 여러 성직자의 인류애적 헌신과 그들을 도와 우리 고유 정신인 홍익(弘益)의 가치를 널리 퍼뜨린 대구경북 후원자의 아름다운 마음은 반길 만하다.이런 대구경북인의 마음은 이 수녀의 '홀씨 가족을 위하여'라는 소식지 글이 대신하는 듯하다. '콩 반쪽 나누어 먹고/ 없는 집 제삿밥이라도 이웃에/ 돌리며/ 겨울 까치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두는/ 우리 조상들의 나눔은/ 예수님의 사랑 실천이었네.'세밑에 전해온 박 수녀의 소식과 먼 서아프리카 낯선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눈 모든 '은인'에게 보내는 이 수녀의 간절한 기도가 와 닿는 12월이다. '새해에는/ 은인들을 축복하소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사랑으로 감싸/ 주소서.'

2019-12-16 06:30:00

[야고부] 문제투성이 가장(家長)

[야고부] 문제투성이 가장(家長)

지구촌(global village)이란 말은 1945년 아서 클라크가 소설 '외계로부터의 전달'에서 처음 썼다. 지구를 하나의 마을로 규정했다. 국제 분쟁이나 환경·경제 등을 언급할 때 지구촌이란 용어를 쓰면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지구가 마을이라면 국가는 마을을 구성하는 가구(家口)로 볼 수 있다.'가구 대한민국'은 2년 7개월 전 새로운 가장(家長)을 뽑았다. 구성원들은 새 가장이 잘하리라 기대했지만 지금까지 거둔 성적표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무엇보다 지구촌에서 우리 편을 들어주는 곳이 없다. 누구 말대로 우리 가장은 툭하면 '구타'당하는 신세다. 한때는 이웃집 '김 씨' 아저씨와 사이가 좋았지만 지금은 전보다 관계가 더 나빠졌다.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에다 주먹을 들어 위협하는데도 항의조차 못한다. '시 씨' '푸 씨' 식구들이 안마당을 헤집고 다녀도 꿀 먹은 벙어리다. 조상님 이름까지 들먹이며 '아 씨' 집안과 한바탕 붙었으나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훨씬 많다. 우리 편이던 '트 씨' 집안과는 사이가 벌어져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됐다.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에 식구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먹고사는 것도 최악 수준으로 어려워졌다. 돈을 벌어와 식구들을 배불리 먹일 생각은 않고 창고에 있는 것을 퍼주는 데에만 열을 올린다. 뒷감당은 생각하지 않고 빚만 잔뜩 진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에 "동네가 다 어렵다" "조금 있으면 나아진다"고 둘러대기에 급급하다. 원전(原電) 기술을 가진 아들에게 집어치우라고 하면서 밖에 나가서는 우리 아들 원전 기술이 좋으니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한다. 불안한 일부 식구들은 금·달러를 사고 아예 가출(家出)까지 한다.제일 큰 잘못은 식구들을 둘로 쫙 갈라놓은 것이다. '국이' 같은 애들을 편애하고 자기편만 챙기니 식구들이 마음을 합치기 어렵다. 누가 맞는 소리를 해도 듣는 시늉만 할 뿐 고치지는 않는다. 부부가 왜 그렇게 자주 외국에 나가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똥 피하려다 지뢰 밟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남은 2년 5개월을 어떻게 버틸지 식구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2019-12-13 19:29:28

[야고부] 돌

[야고부] 돌

오랜 세월 일편단심 돌을 그려온 작가가 있다. 맑은 물속에 잠긴 조약돌을 진짜 돌보다 더 돌같이 그린 화폭에는 작가의 고향인 영덕 바닷가의 숨결이 배어 있다. 그런데 돌이 품고 있는 세월의 결마저 드러내는 작가의 필치와 색조의 궁극은 무엇일까. 이른바 '석심'(石心)이란 명제의 그 가없는 조약돌 연작 속에 숨어 있는 화가의 내면 풍경은 어떤 것일까.그 해답은 그림 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나비의 몸짓에서 찾을 수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있어 돌은 바야흐로 생명력을 얻는다. 나비를 맞고서야 돌은 작가의 그리움을 머금고 이상향으로 비상한다. 어느 날 바람처럼 황망히 사라진 나비였다. 차안(此岸)을 떠난 나비는 피안(彼岸)의 화폭에서 그렇게 날개를 편다. 그래서 '조약돌 화가' 남학호의 작품 '돌과 나비'는 불이(不二)의 세계관을 상징한다.'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옛말이 있듯이, 자고로 '돌'에 대한 우리 정서는 귀한 편은 아니었다. 삼천리 강산에 흔해 빠진 돌이 무슨 특별한 가치가 있었을까. 게다가 '돌'자가 접두어로 붙으면 그 의미가 더 악화되기 일쑤이다. '돌X가리' '돌상놈' '돌무식' 등이 그 사례들이다. '돌쇠' '삼돌이' 등 '돌'자가 들어가는 사람의 이름도 예로부터 신분이 낮은 하인들이었다.'돌'자는 한자로는 '乭'로 쓰는데 한국에서만 쓰는 희귀한 글자이다. '乭'자가 들어간 이름 또한 극히 드물어 구한말 영덕의 평민 출신 의병장 신돌석(申乭石)과 오늘날의 프로바둑기사 이세돌(李世乭) 정도이다. 그런데 흔하면서도 특별한 돌이 등장했다. 이른바 '떡돌'이다. 포항에서 '떡돌'로 부르는 광물인 벤토나이트가 간암·대장염·헬리코박터·고혈압 신약 후보 물질의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이미 동물 실험을 통과해 상업화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벤토나이트는 메디컬 점토로 활용할 수 있는 국내의 대표적 광물로,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포항에 1천만t 이상 매장돼 있다. 간암 치료제를 비롯한 5종의 신약 후보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10조원 이상의 세계적 신약 시장을 열게 되는 것이다. 동해안의 평범한 돌에 아픈 이들의 염원을 보듬은 나비가 앉아 석심대작(石心大作)을 이루는 것인가.

2019-12-13 06:30:00

[야고부] 개로비(開路碑) 단상

[야고부] 개로비(開路碑) 단상

'길을 내다!'대구경북과 경계하고 서로도 이웃인 경남의 밀양시와 창녕군에는 '길을 연' 사연을 기념한 비석이 하나씩 있다. 밀양시 청도면 구기리와 창녕군 부곡면 노리마을에 있는 이른바 '개로비'(開路碑)이다. 비에 적힌 이야기 주인공은 서로 다르지만 마을 주민들을 이롭게 한 길을 낸 사실은 같다.밀양시 청도면 구기리 개로비는 1961년 동네 주민 이택언(李宅彦)이 마을 진입도로 문제로 통행에 어려움이 있자 약 100평의 논을 기꺼이 내놓았고, 이후 1963년 세상을 뜨자 주민들이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 1965년 돈을 모아 1967년 세운 비로 알려지고 있다. 뒷날 '새마을운동'처럼 마을을 위해 주민 스스로 땅을 기부하고 길도 냈음을 기린 셈이다.그러나 창녕군 부곡면 노리 개로비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개(犬)여서 흥미롭다. 옛날 부곡의 낙동강변 임해진과 동쪽의 노리 마을 사이에는 험한 산이 있어 사람이 다니기 힘들었다. 그런데 두 마을의 성(性)이 다른 개 두 마리가 오가며 정(情)을 나누자 어느덧 길이 나고 사람도 다녔다. 이에 개의 고마움에 비를 세워 개로비 또는 개비(犬碑)라 불렀다.이런 개로비 가운데 밀양 청도 사연엔 아쉬움도 든다. 특히 1969년 8월 4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청도군 청도읍 신도리 마을 자활(自活) 경험담 청취를 계기로 새마을운동이 시작됐다는 청도군 주장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현 밀양시 청도면이 원래 청도군 외서면이었으나 1914년 일제가 밀양군 청도면으로 강제 개편했으니 말이다.일제는 당시 청도군 외서면의 관할을 바꾸며 명칭에 '청도' 지명을 살려 두었다. 하지만 밀양군 관할이 아닌 청도군 땅이었으면 이택언의 마을길 조성을 위한 땅 희사는 신도리 마을사람의 자활 노력처럼 새마을운동의 전조 사례가 될 만했고, 그랬으면 청도를 새마을운동 발상지로 삼는 자긍심은 더 컸을 터였다.마침 청도군이 지난 4일 2019년 경북도 새마을운동 시·군종합평가에서 대상 성주군과 함께 최우수상을 받았다. 현 정부의 홀대 속에 새마을운동의 동력을 살리려는 경북도와 두 군의 활동이 반갑다. 특히 청도 개로비를 살핀 박순문 밀양문화원 부원장(변호사)이 청도 개로비 사연의 문헌 기록 뜻을 밝혀 경남북의 '청도'로선 다행스럽다.

2019-12-12 06:30:00

[야고부] 전전반측

[야고부] 전전반측

해마다 연말연시에는 한 해를 되돌아보거나 새해 소망을 글자로 풀어보는 이벤트가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연말 교수신문은 2018년 사자성어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정해 우리 사회 분위기나 정치·경제·안보 등 각 분야의 흐름을 읽어내는데 도움을 주었다.올해 연초 신문 지면을 장식한 한자 성어 '마고소양'(麻姑搔痒)도 마찬가지다. 마고소양은 '모든 일이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의미로 직장인과 구직자, 자영업자 등 보통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다.2019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로 접어들자 매체마다 예외없이 '올해의 사자성어'에 대한 설문이 줄을 잇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 968명에게 물었더니 '올해의 사자성어'로 가장 많이 손꼽은 것은 '전전반측'(輾轉反側)이었다.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으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거나 근심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은 현대인의 심경을 잘 대변하는 말이다.'많은 노력에도 이룬 것이 별로 없다'는 '노이무공'(勞而無功)과 '스스로 제 살 길을 찾는다'는 뜻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꼽은 이도 많았다. 선택 순위가 높은 이 한자 성어들을 살펴볼 때 2019년 한 해에 대한 평가가 대체적으로 긍정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 나름으로 노력하고 애를 쓴 만큼 결실이 따르지 않았거나 의지할 데 없이 홀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처지임을 말해준다.특히 전전반측은 중국 고전 시경(詩經)에 실린 시 '관저'(關雎-물수리가 울다)의 한 구절이다. '구하여도 찾지 못해(求之不得) 자나깨나 생각하네(寤寐思服) 생각하고 또 생각하니(悠哉悠哉) 잠 못들고 뒤척이네(輾轉反側)'에서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여인을 생각하며 잠을 설치는 상황을 표현했지만 근심 때문에 속을 태우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내년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의 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쥐의 이미지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새 각오를 다지게 마련이다. 우리 삶의 여건이 갑자기 확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나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한 해를 착실히 준비한다면 내년 이맘때는 보다 긍정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성어가 뽑히지 않을까 싶다.

2019-12-11 06:30:00

[야고부] 인문학과 왜관

[야고부] 인문학과 왜관

'강은/ 과거에 이어져 있으면서/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강은/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산다/…/ 강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무상 속의 영원을 보여준다'. 구상 시인은 왜관 낙동강변 관수재(觀水齋)에서 '강' 연작시를 썼다. 시인에게 강은 삶과 문학을 일깨운 회심(回心)의 터전이었다. 구도의 방편이자 사랑의 궁극이었다.1970, 80년대 왜관의 어느 이름난 음식점에 욕쟁이 할머니가 있었다. 식당 골목에 들어서면 사회적인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할머니의 걸쭉한 육담부터 한 사발 얻어먹어야 했다. 할머니도 낙동강변에서 자란 그저 순박한 소녀였다. 전쟁의 격랑과 삶의 굴곡이 소녀를 억센 여인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할머니의 욕은 여울져 흐르는 강물처럼, 농익은 판소리의 사설처럼 정감나는 넋두리이기도 했다.왜관(倭館)은 그런 곳이다. 낙동강 물류 수송의 길목인 나루터가 있었고, 통상·교역을 위한 왜인들의 거주 공간이 있었다. 경부선 철도 개통과 함께 왜관역이 생기면서 왜관이란 지명이 확정되었다. 군청이 옮겨오면서 명실공히 칠곡의 중심지가 되었다. 왜관철교의 내력에는 낙동강 방어선의 참혹한 상흔이 배어 있다. 가실성당과 베네딕도 수도원에는 사랑과 평화를 희구하는 염원이 스며 있다.매원마을은 유교적 이상향을 꿈꾸던 선비들의 세거지였다. 왜관 낙동강변에는 전쟁의 비극을 되돌아보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호국평화기념관이 있고, 해마다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이 열린다. 칠곡군이 문화교육 선도도시 부문에서 '한국의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대상'을 7년 연속 수상했다. '인문학도시 칠곡'의 입지와 명성을 재확인한 것이다.평생학습대학을 운영하고 평생학습인문학축제를 열며, 글 모르던 할머니들이 시집을 내고 '칠곡 가시나들'이란 영화까지 만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일은 인문학마을사업이 골골마다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도시 칠곡'은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다. 또 한 해의 석양이 드리워진 낙동강은 말한다. 그것은 왜관 사람들의 곡진한 애환을 품고 숱한 아리랑 고개를 넘어온 '강의 노래'라고….

2019-12-10 06:30:00

[야고부] 좌파의 '검찰 트라우마'

[야고부] 좌파의 '검찰 트라우마'

트라우마(trauma)는 상처라는 뜻의 그리스어 트라우마트에서 유래했다. 과거 경험했던 위기,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을 일컫는다. 트라우마는 개인적으로 존재하고 드러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집단 차원에서 잠재하고 표출되는 경우도 있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은 좌파 진영에 트라우마를 남겼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논두렁 시계'와 같은 피의사실 공표가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는 인식이 뇌리에 박혀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 앞서 "정권(政權)과 검권(檢權)과 언권(言權)에 서거 당한 대통령의 영결식"이라고 했다. '검찰 트라우마'라 할 수 있다.울산시장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유재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정조준하자 집권세력의 검찰 트라우마가 또다시 밖으로 드러났다. '조국 사태' 때보다 이번엔 증상이 더 심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공정수사 촉구 특위'까지 만들어 검찰 수사를 성토하고 특별검사 도입을 들고나왔다. 청와대는 검찰에 공개 경고를 날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다음 날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사실상 검찰에 선전포고를 했다.급기야 민주당 한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악마의 손'에 비유했다. 그는 "윤석열이 마치 악마의 손 같다. 이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 7월 하순 문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불렀던 검찰총장이 넉 달여 만에 좌파로부터 악마로 낙인 찍힌 것이다.일이 터지면 '남 탓'으로 돌리는 게 문재인 정권의 장기(長技)인데 이번에도 검찰, 야당, 언론 탓을 하고 있다. 이렇게 남 탓만 하는 정권을 국민은 보지 못했다. 자신들이 검찰 수사를 자초(自招)하고서도 잘못에 대한 반성·사과는커녕 검찰, 야당, 언론 때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트라우마의 일반 증상은 과민하게 경계하고 집중해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검찰을 공격하고 우왕좌왕하는 정권의 모습이 딱 그렇다. 드러나는 팩트들이 메가톤급이어서 좌파의 검찰 트라우마 증상은 더 심해질 것 같다.

2019-12-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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