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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달구벌 종소리

[야고부] 달구벌 종소리

'댕~댕~댕~.'대구의 달구벌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울린 종소리가 있다. 먼저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동화사의 종소리이다. 불교는 신라에 전파된 뒤 고려의 전성기를 거쳐 조선 왕조의 핍박에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 덕분에 오늘날까지 동화사 종소리는 팔공산 골을 타고 고개를 넘어 대구 도심 반월당 아미산 포교당을 통해 널리 퍼졌다.이런 역사를 간직한 동화사 종소리, 특히 해가 질 무렵 동화사 종소리(桐寺暮鍾)는 1949년 대구를 나타내는 8경(景)의 하나가 되기에 이르렀다. 대구에서 한시를 즐긴 사람 182명이 1950년 전쟁 속에서 원고를 모아 이듬해 책으로 남긴 1천456수(首)의 한시에는 대구 8경으로 동화사 저녁 종소리가 빠지지 않았다.당시 대구 사람들은 동화사 종소리를 들으며 '한 번 종소리 울려 퍼지면 모든 근심 소멸되네'라고 읊거나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길 기원했다. 또한 시를 통해 동화사 종소리로 심신을 새롭게 하거나, 세속의 티끌을 씻고, 날마다 생각을 바르게 하며, 어둠에서 깨어나 세상을 밝히기를 빌었고, 그런 세상을 바랐다.동화사 종소리와 함께, 불교처럼 유입된 서교(西敎)를 통한 성당과 교회의 종소리도 달구벌을 적셨다. 특히 도심의 계산성당 종소리는 지금도 울린다. 오전 6시와 낮 12시, 오후 6시에 울리는데 때마다 42차례 타종(打鐘)한다. 성당 종탑 사람이 하루 126번의 종을 치는 셈이다. 그러나 종은 언제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소리를 내며 퍼진다.처음에는 '댕~' '댕~' '댕~' 한 번씩 울린다. 이어 세 차례의 타종이 되풀이 반복된다. 그리고 중단 없이 33번의 타종이 계속된다. 이런 한 번씩 3차례 종소리와 세 번씩 2차례 종소리, 33연속 종소리는 오랜 세월 이어온 만큼 도심 성당을 떠올릴 만하다. 이런 타종의 '3'은 성부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예수의 3일 만의 부활과 33년의 삶을 뜻한다는 말도 있다.동화사 종소리는 물론, 계산성당 종소리는 어느 하루 멈추지 않고 울렸겠지만 듣는 이의 마음은 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오늘, 25일 성탄절에도 두 곳의 종소리는 어김없이 널리 울려 퍼지리라. 비록 종소리 듣는 이의 믿음과 마음은 다를지라도 코로나 괴질로 힘들었던 올해, 부디 지친 삶에서 벗어나 평화와 안식을 누렸으면 좋겠다.

2020-12-25 05:00:00

[야고부] 불한당의 나라

[야고부] 불한당의 나라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사기꾼이 있었다. 하지만 사기꾼이 형조(刑曹)의 수사관들을 개혁되어야 할 집단이라고 규정하는 나라, 이에 형조판서가 맞장구치며 수사관에게 치도곤을 안기는 나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말고는 없었다.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수사관의 일은 범죄를 수사하는 거였다. 그러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수사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범죄 중에 어떤 놈의 범죄를 수사해야 하는지, 어떤 놈의 범죄는 절대로 수사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분별하는 일이었다. 범죄라면 일단 수사부터 하고 보는 분별력 없는 수사관은 예외 없이 멍석말이를 당했다.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파렴치한이 있었다. 하지만 파렴치한의 몸이 상할까 시민이 걱정하는 나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말고는 없었다. 이 나라의 중산층인 '대깨문'은 파렴치한이 행여 비에 젖을까, 바람에 날릴까, 소박을 당할까 노심초사하여 밤낮으로 당산나무 아래, 아니 인터넷 댓글 창 앞에 앉아 '님들의 무사안위'를 앙망하는 글을 올리느라 바빴다.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위조범은 있었고, 마땅히 수사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서는 형조참판이 "(위조 서류쯤은) 돈 몇십만원 주고 다들 사는 건데 그런 걸 왜 수사하느냐?"고 되레 수사관을 비난했다.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전염병이 돌아 백성들이 병들거나 죽는 일이 있었고, 집권자가 갈팡질팡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집권층이 제때 알뜰히 살피지 못해 낭패를 당한 것을 '전략적 갈팡질팡'이라고 우기는 나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말고는 없었다.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집권 세력에게는 가시지 않는 번뇌가 있었다. 그 번뇌는 백성을 잘살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려는 데서 기인했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집권 세력의 잠 못 이루는 번뇌는 장기 집권과 자기 편의 무사안위를 염려하는 데서 기인했다.그 나라 백성들이 말했다."처음에는 임금 주위에 불한당(不汗黨)이 많아 그런 줄 알았다. 좀 지난 뒤에는 임금이 어리석어 불한당에게 잘 속는가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임금 자체가 불한당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020-12-24 05:00:00

[야고부] 공인과 공동

[야고부] 공인과 공동

며칠 전 금융기관 인터넷 거래에서 '공동인증서'라는 용어 때문에 잠시 혼란을 겪었다. 공인인증서 폐지 소식을 듣기는 했으나 막상 '공동인증서'라는 낯선 용어 때문에 손을 멈춘 것이다. 이런 혼선은 20년 넘게 전자서명 체제를 독차지해 온 '공인인증서'라는 족쇄에서 풀려나는 순간 이용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망설인 사례로 이해하면 된다.1999년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말 그대로 법적 '공인'의 지위를 오랫동안 누렸다. 그런데 발급 과정이 복잡하고 1년이라는 짧은 유효기간, 어디든 따라다니는 액티브X 실행 파일 설치, '공인'이라는 딱지로 인해 민간 전자인증 시장 발전을 막아 온 점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약점에도 공인인증서는 21년이라는 천수를 누린 것이다.그러다 이달 10일부터 법으로 그 지위를 보장해 온 '공인인증'의 둑이 마침내 무너지고 이제 다양한 사설 전자서명이 가능해졌다. 공인은 이제 '공동'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됐다. 이미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민간 전자서명 시스템이 정부기관 및 금융기관에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혀 나간다면 이 공동인증서의 미래 또한 장담할 수 없다.당장 내년 1월 15일부터 직장인들은 공인인증서가 없는 첫 연말정산과 마주하게 된다. 아직 시범사업 단계이나 스마트폰과 PC에서 카카오페이, 패스, 페이코, KICA(한국정보인증) 등 익숙하고 편한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를 쓸 수 있다. 정부24나 법원 인터넷등기소, 인터넷지로, 국민신문고 등 정부기관 온라인 시스템에서 지문과 안면, 홍채 인식도 가능하고 PIN(6자리 숫자)과 패턴도 적용할 수 있다. 환경이 바뀌니 자연히 전자서명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각종 페이나 QR코드 등 새 결제 수단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길을 즉각 찾아내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공인인증서 사례에서 보듯 그 어떤 기술도 경쟁 없이 온실 속에서 연명한다면 혁신의 샘은 마르고 만다. 인증서뿐만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이용자를 배려하지 않는 불편한 제도나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즉각 고쳐야 한다. 이 점에서 공인인증서는 이용자 친화력 등 기술 경쟁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큰 교훈을 남겼다.

2020-12-23 05:00:00

[야고부] 미국 원주민계 장관

[야고부] 미국 원주민계 장관

1890년 12월 29일,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운디드니에서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미군 500여 명이 인디언 수족을 무장해제하다 충돌이 일어나자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200명 이상을 대량 학살했다.'운디드니 대학살'은 미군과 인디언 사이의 마지막 전투로 이후에 인디언들은 더는 저항할 수 없었다. 대학살 발생 2주 전 평생 동안 저항을 이끌며 용맹을 떨쳤던 수족의 추장 타탕카 이오타케(시팅불·Sitting Bull)가 총격전 도중 살해당해 구심점마저 사라진 상황이었다. 시간을 훨씬 거슬러 올라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인디언 학살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미국은 오랫동안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탄압해왔다.'인디언'이라는 명칭부터 콜럼버스가 인도를 발견했다고 착각해 잘못 붙인 것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 명칭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이 때문에 최근 이름 교체 작업에 나섰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2010년에야 미국 초기 정부가 원주민을 탄압하고 강제 이주시키고 빈곤과 질병, 법의 보호로부터 방치한 데 대해서 바로잡겠다며 사과했다. 너무 지체된 사과였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원주민계 여성인 뉴멕시코주 지역구의 뎁 할랜드(60) 연방 하원의원을 내무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미국의 첫 원주민계 장관이 되는 그는 원주민 보호구역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는 19일(현지시간) 1850년대 내무장관인 도널드 그라인드의 '원주민 말살' 발언을 거론한 뒤 "나는 그 끔찍한 생각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산 증거"라고 말했다.미국의 원주민은 현재 300만~500만 명 정도로 대부분 빈곤 문제를 안고 있다. 할랜드 장관 후보조차 과거 푸드 스탬프(저소득 영양지원)에 의존해야 했던 '싱글 맘' 출신이다.바이든 당선인의 원주민계 장관 발탁은 백인, 여성, 흑인, 성소수자, 라틴계, 아시아계 등으로 내각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과정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면서 정치적, 인종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가적 통합이 요구되는 데 따른 선택이다. 그러한 의도가 제대로 열매를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

2020-12-22 05:00:00

[야고부] 사이버 레커

[야고부] 사이버 레커

지난 12일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 현장에는 매스미디어들이 총출동했다. 수많은 유튜버와 인터넷 방송 진행자(BJ)들도 대거 모여들었다. 그런데 일부 유튜버, BJ들의 무개념 행각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출소 차량을 가로막고 웃통을 벗어제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조두순을 패버리겠다는 건달 유튜버가 등장했다. 호송 차량에 올라타 쿵쿵 뛴 무개념 용자(勇者)도 있었다.촬영 경쟁 몸싸움 끝에 일대일 격투를 벌이거나, 조두순 집 근처에서 온갖 욕설을 하다가 시끄럽다는 주민 항의를 받자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냐"며 큰소리 치는 적반하장 유튜버도 있었다. 주민들로서는 조두순에 못지않은 공포요 민폐덩어리였을 것이다. 참다못한 윤화섭 안산시장이 15일 "조두순을 흥밋거리나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유튜버들은 안산을 당장 떠나기 바란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릴 정도였다.유튜브, SNS 등이 득세하면서 뉴미디어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는 이들의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조회수가 웬만한 올드 미디어 못지않고 콘텐츠 생산에 따른 반대급부(광고수익 및 후원금) 규모도 커지다 보니 전업 유튜버나 BJ·소셜 인플루언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조회수와 광고 수입에 눈이 멀어 비윤리적·불량 콘텐츠 생산까지 마다 않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온라인 세상에서는 이들 극성 유튜버·BJ 등을 '사이버 레커' 또는 '사이버 레커충'이라는 신조어로 비꼰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사건이나 사안을 소재로 다루면서 짜깁기, 허위 비방, 과장, 모욕까지 일삼는 극성 유튜버와 BJ 등이 마치 경찰 무전을 엿듣고 교통사고 현장에 득달같이 몰려드는 사설 견인차(레커)를 방불케 한다는 의미다.사이버 레커는 파파라치의 온라인 버전이다. 이들은 전형적 악플러 또는 황색언론의 행태를 고스란히 답습한다. 팩트 체크 따위는 개나 줘버릴 태세다. 그 횡포 때문에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제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의 83%가 유튜브를 본다고 한다. 큰 힘에는 응분의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 사이버 레커들의 폭주를 견제할 사회적 합의와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2020-12-21 05:00:00

[야고부] 문재인이 나오지 않게

[야고부] 문재인이 나오지 않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3년 7개월을 지나고 있다. 지금까지 행태로 유추해볼 때 이 정부의 국정 목표는 '탄핵되지 않고 무사히 임기를 마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소박한 국정 목표 달성을 위해 문 정부는 '국민 갈라치기' '보여주기 쇼' '남 탓'에 올인했다.문 정부는 호남을 우대했다. 정부 요직에 호남 출신을 대거 기용했고, 검찰 요직에도 호남인을 많이 앉혔다. 그 덕분에 전국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쳐도 호남에서는 고공 행진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호남도 '갈라치기의 본질'을 알게 될 것이다.검찰이 정권 관련 비리를 수사하자 문 정권은 호남 출신 검사들을 요직에 앉혀 수사를 방해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제거를 위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도 호남 출신 인사들을 대거 앉혔다. 겉보기에는 호남 우대 같지만 실상은 정권 비리 수사 차단을 위해 호남인 손에 부정한 피를 묻히게 한 것이다. 문 정권이 쓴 여러 '갈라치기 전략' 중 가장 사악한 갈라치기가 '호남인을 방패'로 삼은 것이다.문 정부의 '코로나19 홍보 쇼'는 가관이었다. 홍보 예산만 1천200억원을 썼다. 그러면서 정작 코로나 확산 예방의 핵심인 진단검사는 손을 놓다시피 했다. 12월 18일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진단검사율은 6.99%로 영국의 11분의 1, 미국의 10분 1, 이탈리아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란, 이라크, 칠레보다 인구 대비 검사 건수가 적다. 그 결과 무증상 감염자가 거리를 활보하고, 환자가 폭증하는 사태를 맞고 있다. 게다가 몇몇 나라는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다른 30개국도 이달 혹은 내년 1월부터 백신 접종에 들어간다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오리무중이다.문재인 정부의 '남 탓'은 세계 챔피언이다. 그중 하나가 '검찰 탓'이다. 문 정부는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무력화했고, 나아가 자기 패거리의 죄를 은폐해 줄 '공수처' 출범에 사활을 걸었다.지난 4일 서민 단국대 교수는 수능을 마친 젊은이들에게 "틈틈이 민주주의에 대해 공부해서 다시는 문재인처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2020-12-19 05:00:00

[야고부] 윤석열 대 문재인

[야고부] 윤석열 대 문재인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두 사람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우리 총장님"이라고 부르며 윤 총장을 총애했던 문 대통령이 '2개월 정직' 처분을 재가해 윤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었다. 윤 총장은 이에 불복, 정직 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 신청과 처분 취소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대 윤석열' 대결 구도가 확실하게 형성됐다.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을 파헤쳐 사실상 문 대통령 집권을 도왔다. 이런 윤 총장을 문 대통령은 '기수 파괴' 인사를 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발탁했다. 그러나 총장 발탁 1년 5개월 만에 두 사람은 결별하고 말았다. 측근 반대에도 윤 총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던 문 대통령은 땅을 치며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정직 사태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윤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정권이 '한 번도 보지 못한' 무리수를 총동원하는 이유다. 윤 총장이 수사를 지휘하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및 증거 인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정권이 얼마나 켕기는 게 많기에 이렇게까지 하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또 하나는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로 올라선 윤 총장에 대한 정권의 두려움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권 인사들로서는 윤 총장이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오죽하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출마 방지법'까지 발의했겠나. 해임·면직이 아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린 것도 윤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어 정권 비리 수사를 흐지부지시키면서, 정치적으로 윤 총장을 더 키워주지 않으려는 꼼수다. 윤 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아 검찰총장에서 찍어내고, 정치적으로 매장시키려는 속셈도 없지 않을 것이다.윤 총장의 지지도 1위는 핍박에도 정권 수사를 하는 '강골 검사'에 대한 국민 성원이자 대통령이 돼 문 정권의 '신(新)적폐'를 척결하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현직 대통령과 대립했던 인사가 나중에 대통령이 된 경우가 많았다. '윤석열 대 문재인' 대결이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까.

2020-12-18 05:00:00

[야고부] 푸스카스상

[야고부] 푸스카스상

1954년 6월 17일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취리히에서 진행된 2조 조별 리그에서 헝가리에 9실점하며 참패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뜻깊은 기록에도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한 대회였다. 헝가리는 조별 경기에서 8대 3으로 가볍게 물리친 서독과 결승에서 다시 만났지만 예상 밖으로 2대 3으로 무릎을 꿇고 준우승을 차지했다.이 대회에서 단연 돋보인 선수는 헝가리의 포워드 페렌츠 푸스카스(1927~2006)였다. 1950년대 헝가리 축구 황금기를 이끈 전설적인 공격수로 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A매치 84경기에서 83골,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등 669경기에서 662골 기록 등 세계 축구사에 뚜렷하게 이름을 남긴 선수다.국제축구연맹(FIFA)이 2009년 한 해 전 세계 축구 경기에서 나온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상을 처음 제정하면서 '푸스카스상'(Puskas Award)으로 명명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열린 경기 중 가장 멋진 11골을 전문가들이 심사해 최종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팬과 축구 레전드의 투표로 선정하는데 올해 '2020 푸스카스상' 최종 후보에 손흥민(토트넘)의 골이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7일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전에서 기록한 70m 드리블 득점 골로 2019-2020시즌 'EPL 최고의 골'로 선정된 바 있다.17일(현지시간) 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2020 풋볼 어워드' 시상식에서 결과가 발표되는데 손흥민의 수상이 유력하다는 반응이다. FIFA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중 손흥민의 골 장면 조회수가 월등히 많은 게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올해 '최우수 여자선수상' 11인 후보 명단에 지소연(첼시FC)도 포함돼 겹경사다.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발군의 기량으로 세계 스포츠 팬들을 위로했다. 그제 끝난 US여자오픈 골프에서 김아림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 2년 연속 한국 선수의 우승이다. 이런 결과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선수 개인의 영예이지만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쾌거라는 점에서 가슴 뿌듯하다. 최선을 다한 그들의 땀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2020-12-17 05:00:00

[야고부] 민주주의여 만세!

[야고부] 민주주의여 만세!

때로는 한 편의 시가 독재 권력에 대항하는 날카로운 무기가 된다. 1933년 5월 10일 나치가 '비독일적' 서적을 불태우자 자신의 책도 불태워 달라고 절규한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분서'(焚書)가 그렇다."…추방된 어떤 시인이 분서 목록을 들여다보다가/ 자기 책들이 누락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 그렇게 해다오. 나의 책들을 남겨 놓지 말아다오/ 나의 책들 속에서 언제나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제 와서 나를 거짓말쟁이 취급한단 말이냐!/ 나는 너희에게 명령한다.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브레히트의 '필검'(筆劍)은 동독 공산 정권도 비켜가지 않았다. 1953년 6월 경제난을 규탄하는 동독 인민들의 시위에 정부가 "인민들에 실망했다"고 하자 '해결 방법'(Solution)이란 시를 썼다. "…작가 연맹 서기장은 스탈린가(街)에서/ 전단을 나눠 주도록 했다/ 인민들이 어리석게도/ 정부의 신뢰를 잃어버렸으니/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인민을 해산해 버리고/ 다른 인민을 선출하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이런 저항시의 계보를 이었다. 그는 5·18에 대한 정부 공인(公認) 해석을 어기면 형사처벌하는, 이른바 '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여당이 국회에서 처리하자 '나는 5·18을 왜곡한다'는 담시(譚詩)를 썼다."지금/ 나는/ 5·18을 저주하고/ 5·18을 모욕한다/ …그들만의 5·18을 폄훼한다/ 갇힌 5·18을 왜곡한다/ 5·18이 법에 갇히다니/ 자유의 5·18이/ 민주의 5·18이/ 감옥에 갇히다니/ …5·18아 배불리 먹고/ 최소 20년은 권세를 누리거라/ 부귀영화에 빠지거라/ 기념탑도 세계 최고 높이로 더 크게 세우고/ 유공자도 더 많이 만들어라/ 민주고 자유고 다 헛소리가 되었다…."훌륭하지만 2% 부족하다. 문재인 정권이 울려 대는 우리 민주주의의 만가(輓歌)의 구슬픈 곡조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이런 갈증은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소환해 낸다.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2020-12-16 05:00:00

[야고부] 도쿄올림픽 중단

[야고부] 도쿄올림픽 중단

코로나19 사태로 1년 연기된 '2020 도쿄올림픽'은 내년에 열릴 수 있을까.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 대회조직위원회가 강행 의지를 보이지만 개최 여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달려 있다. 재유행하는 현재 상황으로는 정상적인 올림픽은 기대하기 어렵다.일본 내부에서도 언론을 통해 도쿄올림픽 중단 방침이 흘러나오고 있다. IOC가 일본 정부와 대회조직위원회에 도쿄올림픽 개최가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역사적으로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범한 근대 올림픽은 전쟁으로 3차례 중단되었지만 연기된 적은 없다. 1916년 제6회 대회(베를린 예정)는 1차 세계대전으로, 1940년 제12회 대회(도쿄 예정)와 1944년 제13회 대회는 2차 세계대전으로 각각 열리지 못했다.도쿄올림픽이 내년에 예정대로 열린다면 홀수 연도에 열리는 첫 번째 대회로 이름을 올린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시각이 이상야릇하다. 반일정서가 강해서일까. 도쿄올림픽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사람도 꽤 있다. 일본의 악재가 우리에게 행운인가.아닐 것이다. 만약 도쿄올림픽이 열리지 못할 정도로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면 이웃인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체육대회를 비롯한 대다수 스포츠 대회가 올해처럼 취소될 것이다. 체육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마비되는 고통이 뒤따른다고 볼 수 있다.올림픽은 도시와 국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본은 1964년 제18회 도쿄올림픽을 발판으로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우리 또한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선진국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도쿄올림픽은 반세기가 넘는 56년 만에 다시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다. 이 대회가 취소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2032년 남북한 공동 올림픽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일본의 도쿄나 다른 도시가 우리의 경쟁자로 뛰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의 대륙별 순환 개최가 지켜지기에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건전한 경쟁을 통한 전 세계인의 화합'을 이념으로 출범한 올림픽이 전쟁으로 중단되는 상처를 입었고, 상업화로 오염된 데 이어 이제 전염병의 도전을 받고 있다.

2020-12-15 05:00:00

[야고부] 경북대여!경북대인이여!

[야고부] 경북대여!경북대인이여!

"하나는 아홉을 위하여, 아홉은 하나를 위해 헌신한다."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믿음을 실천한 이도 없지 않다. 일제 식민 치하의 1919년 11월 10일, 중국 땅 길림의 한 중국인 집에 모인 망명 한국인 13명이 이런 맹세를 했다. 대구 사람 이종암과 서상락 등 혈기 넘치는 젊은이였다. 이름 하여 의열단(義烈團)이다. 뒷날 단원 숫자는 늘었지만 처음 스스로 맹세한 20가지 행동강령과 10개 공약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7가살'(七可殺) '5당파'(五當破) 활동은 변하지 않았다.잃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처단할 조선 총독과 친일파 등 7부류를 마땅히 없애야 했고, 조선총독부 등 5가지 기관을 무너뜨리려 단원 모두 일(一)은 구(九)를 위해, 구는 일을 위해 헌신해야 했다. 그렇게 10년을 싸우다 1929년 해체됐지만 이들 정신은 꺼지지 않고 이어졌다.바로 윤봉길 의거다.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해 홍구(虹口)공원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 장군 등을 죽이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 지도자 장개석(蔣介石)은 "중국 100만 대군도 못 할 일을 해냈다니 감격스럽다"고 찬탄했고, 1967년 유족에게 헌시와 함께 '장렬천추'(壯烈千秋)란 휘호를 써 보낸 일도 있다.이들처럼 독립운동에 온몸을 던진 한국인은 당시 2천만 인구의 10%쯤이 아닐까 하는 추정도 있다. 한국은 이들 헌신과 희생에 외부 세계 응원 등으로 독립의 날을 맞았다. 그리고 올 8월 15일 현재, 비록 그들의 1%를 밑도는 1만6천282명만 겨우 나라의 서훈을 받았지만 그들 희생은 빛나지 않을 수 없다.이들 소수의 삶이 돋보인 까닭은 불가능의 악조건에서도 2천만 동포의 행복을 위해 가시밭길 독립운동을 스스로의 운명으로 삼은 때문이리라. 이런 사람들 활약은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여전하다. 역사는 인해(人海)의 기록보다 하나는 아홉, 아홉은 하나를 위하는 소수의 정신을 더 비추는 모양이다.경북대가 올 총선에서 국회의원 8명을 배출했지만 정작 내년도 나라 예산 지원은 0원이라 낙담인 모양이다. 그러나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들 8이 1(모교)을 위해, 1(경북대)이 8을 위해 뭘 할지 고민도 않았는데 무슨 성과를 바랄까. 앞으로도 이러면 숫자는 그냥 숫자일 뿐이다. 이리 여기면 마음은 편하리라.

2020-12-14 05:00:00

[야고부] 메가시티

[야고부] 메가시티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부른다. 오하이오, 미시간, 인디애나,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주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지역은 187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의 중심이었다. 철강과 기계금속, 석탄, 자동차, 방직 등 산업이 집중돼 1950년대 미국 전체 고용의 43%를 차지했다.하지만 1970년대 이후 이 지역의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드는데 경쟁력 저하가 원인이었다.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생산비용이 더 저렴한 남부나 서부로 이전하는데 러스트 벨트는 미국 제조업 몰락의 상징어로 굳어진다.몇 년 전부터 대기업이 잇따라 구미시를 떠나면서 구미국가산단에 빈 공장이 늘고 있다는 보도다. 지난 2009년 옛 금성사 구미공장(LG필립스디스플레이) 부지가 팔린 데 이어 현재 LG 계열사 공장 2곳이 매각을 앞두고 있다. 공장과 사람이 모두 떠나는 구미의 이런 운명은 내륙 최대 수출 전진기지로 불린 구미의 경쟁력 저하와 수도권 집중이 낳은 결과다.사회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기울기도 가파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메가시티' 전략도 사실상 '새판 짜기'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균형발전추진단은 그제 회견을 갖고 수도권-동남권-충청권 그랜드 메가시티와 대구경북-광주전남 행정경제 통합형 메가시티, 전북-강원-제주 강소권 메가시티를 내용으로 한 '3+2+3 메가시티'를 제안했다. 메가시티라는 용어로 포장했지만 국내 첨단산업 및 사회 인프라 재배치 전략이다. 국회 세종시 이전과 국제경제금융수도 서울, 항만·항공 물류 중심지 부산경남 등이 핵심이다. 부산경남이 가덕도 공항에 목을 매는 이유다.미국의 '선벨트'(Sun Belt)는 좋은 참고 자료다. 선벨트는 북위 36도 이남의 미국 남부 지역을 일컫는 용어다. 이 지역에서 항공·전자·군수 등 첨단산업이 발전하면서 미국 산업의 중심축이 러스트 벨트에서 이동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 대구경북이 당면한 여러 문제도 이런 그림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점에서 대응이 급하다.

2020-12-12 05:00:00

[야고부] 문 정권의 속임수

[야고부] 문 정권의 속임수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 이후 레닌이 권력을 틀어쥐기까지의 과정은 속임수의 연속이었다. 레닌과 볼셰비키는 쿠데타로 케렌스키 임시정부를 전복하고 '인민위원회'라는 이름의 새 정부를 만들었지만 전 러시아를 지배할 힘은 아직 없었다. 범(凡)혁명 진영에서 볼셰비키는 아직 소수였다. 레닌이 새 정부는 제헌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임시'로 존재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케렌스키 정부가 11월 12일로 잡은 제헌의회 선거를 예정대로 치름으로써 약속을 지키는 척한 이유다.선거 결과는 사회혁명당의 압승이었다. 전체 의석(707석)의 과반이 넘는 410석을 얻었다. 볼셰비키는 175석에 그쳐 제2당으로 만족해야 했다. 민주적 절차로는 볼셰비키의 권력 장악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레닌은 제헌의회를 무력화하기로 했다. 레닌은 제헌의회가 열리기에 앞서 프라우다에 기고한 '제헌의회에 관한 테제'에서 "소비에트 권력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헌의회는 혁명적 수단에 의해 해산될 것"이라고 협박했다.1918년 1월 5일 개회한 제헌의회는 그 말대로 됐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로는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었다. 소비에트 권력을 인정할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 끝에 실시된 표결에서 볼셰비키와 사회혁명당 좌파 등 그 협력 세력은 237대 138로 패배한 것이다.('모던타임스Ⅰ', 폴 존슨)그러자 볼셰비키와 협력 세력은 곧바로 퇴장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5시 레닌의 명령으로 제헌의회를 포위하고 있던 무장 적위대가 "피곤하다"며 회의를 중단시켰다. 이후 12시간의 휴회가 결정됐지만 다시는 열리지 못했다. 소비에트 중앙집행위원회가 제헌의회 해산을 결정한 것이다.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문재인 정권이 구사한 속임수는 이런 사실(史實)을 떠올리게 한다. 야당에 공수처장 비토권을 준다고 약속해 놓고 깨 버렸다. 안건조정위에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이라며 집어넣어 개정안을 기습 통과시켰다. 예정됐던 낙태죄 관련 공청회 대신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에 기습 상정했다. 그리고 야당의 반대토론 요구를 묵살하고 '기립'으로 통과시켰다.이로써 우리의 의회 민주주의는 사실상 조종(弔鐘)을 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수치스러운 막장극은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2020-12-11 05:00:00

[야고부] 가계부채 폭탄

[야고부] 가계부채 폭탄

실질금리가 제로인 시대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각국 정부가 앞다퉈 확대 재정을 펴다 보니 시중에 돈이 넘쳐난다.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동참하지 않으면 왠지 손해 볼 듯한 분위기다. 실물경기 침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벌어지고 있다.문제는 부채의 증가 속도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기업·가계부채를 다 합친 금액은 지난해 현재 5천조원에 육박한다. 국가부채(국가+공공+연금충당금) 2천198조원, 가계부채 1천600조원, 기업부채 1천118조원이다. 많은 이들이 국가 재정 건전성을 걱정한다. 국가부채야 최악의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는 방법으로 갚을 수 있다. 상상 못 할 후폭풍이 닥치는 점은 논외로 치자.더 큰 폭탄은 가계부채다.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급락이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경제가 아수라장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부동산 폭락은 금융기관 연쇄 도산과 동의어다. 집값을 여기서 기필코 진정시켜야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무주택자 내 집 마련 꿈을 위해서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국가 경제 폭망 사태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다.하지만 현실에서는 금융권 대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11월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원으로 전달보다 13조6천억원 늘었다.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증가세다. 이는 정부의 실패다. 자산 가격의 이상 급등은 버블 붕괴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연착륙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제 위기 10년 주기설 때문이다. 1998년에는 동남아 외환위기가, 2009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었다.원래 올해쯤 글로벌 경제 위축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있었지만,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가 터졌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기는커녕 돈을 더 많이 풀었다. 정작 팬데믹이 종식되고 나면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이를 가정한 도상 시나리오를 제대로 짜 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경제 정책에서 보여준 수많은 헛발질 때문에 솔직히 미덥지는 않다.

2020-12-10 05:00:00

[야고부] 밀집 사육과 AI

[야고부] 밀집 사육과 AI

자동차는 19세기 후반에 발명되었지만, ​당시에는 최상위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업가 헨리 포드는 자동차 생산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조립 공정에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전에는 하루에 2, 3대 생산에 그쳤지만 하루에 수백 대씩 T형 자동차가 쏟아졌다.대량생산은 자동차 가격을 크게 낮췄다. 1913년만 해도 월급쟁이들은 T형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평균 2년을 모아야 했다. 하지만 ​1924년에는 3개월치 월급이면 충분했다. 대량으로 쏟아진 자동차는 미국을 크게 변화시켰다. 당시 평범한 미국인들은 한평생 사는 동안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반경 30㎞를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었다. 집집마다 자동차를 갖게 되자 사람들은 전국을 누비기 시작했다. 미국 전역에 도로 공사가 시작됐고,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문화가 번성했다. 대량생산이 삶의 질을 혁신적으로 높인 것이다.대량생산은 빛과 함께 긴 그림자도 드리웠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주들은 근로자들에게 단순하고 부분적인 일만 반복하도록 했다. 각 근로자는 자동차 전반에 대해 알 필요가 없었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이제 사람들은 타인의 업무나 고통을 알 필요가 없었고, 오직 자신이 맡은 작업만 잘 하면 그만이었다. 몰이해와 인간의 부품화가 진행된 것이다.경북 상주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올해 국내 두 번째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확진 농가에서 기르는 가금류는 18만7천 마리다. 주위 반경 3㎞ 내 3농가에서도 각각 4만4천 마리, 12만 마리, 8만7천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43만8천 마리가 살처분됐다.AI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겨울에 농가에서 기르는 닭의 3분의 1 이상이 죽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몇 마리가 병에 걸렸다고 나머지 닭까지 살처분하지는 않았다.살처분은 밀집 사육에 따른 대량 전염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대량 사육으로 닭과 달걀을 저렴하게, 많이 먹을 수 있게 됐지만 해마다 수백만 마리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익이 좀 줄더라도 이제 대량생산에 따른 폐해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2020-12-09 05:00:00

[야고부] 이혼 다룬 북한 문학

[야고부] 이혼 다룬 북한 문학

엄호삼은 아버지가 '나라 앞에 죄지은 사람'이라 자기 앞길이 막혔다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군대에 간 아들이 배를 타던 중 사고를 당한 동료를 구하고 숨지자 '사회주의애국희생증'을 받아 들게 되었다. 충격과 죄의식을 가지게 된 그는 자식들 앞에 떳떳한 아버지로 살아야겠다고 자각하고 늘그막에 물길 공사의 돌격대원으로 앞장서 일하던 중 순직한다. 그는 인생 말년에 인간의 참모습을 찾게 되었다고 생각했으며 마침내 조직의 인정도 받게 되었다.북한의 문예잡지인 '조선문학' 2002년 11월호에 게재된 김상현의 실화 문학 '영원한 삶의 노래-한 정치 일군의 수기'의 줄거리이다. 노귀남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는 2006년 7월에 국내 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북한에서는 수령과 조직사상적으로 결합되어 운명을 같이할 때 영생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을 지니게 된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말한다.북한 문학은 예술성보다는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며 사회주의 의식이 녹아든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자신의 저서 '북한의 정치와 문학'을 통해 북한의 문학 작품은 대개 미성숙한 주인공이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소중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과정의 서사 구조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그러나 한편으로 북한 현대 소설은 부부 이혼, 청춘 연애, 노동자 생활 등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재와 내용들을 선보여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남룡(71)은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작가로 그의 대표작 '벗'이 최근 미국 도서관 잡지인 '라이브러리 저널'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세계 문학 작품 10개 가운데 하나로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1988년에 발표된 소설 '벗'은 북한의 한 예술단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성악가가 남편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당사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이 소송을 맡은 판사가 자신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렸다. 이 작품은 앞서 2011년에 프랑스에서도 번역 출간돼 주목을 받았다.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돼 온 북한 문학 작품이 문학 본연의 역할에 나서면서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이채롭게 느껴진다.

2020-12-08 05:00:00

[야고부] 한국도 ‘천조국’

[야고부] 한국도 ‘천조국’

미국의 2019~20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7천170억달러, 우리 돈으로 829조7천100억원이나 된다. 해마다 국방예산에 엄청난 세금을 퍼붓는 미국을 두고 '천조국'(千兆國)으로 부른다. 1천조원 가까운 군사비를 지출한다고 해서 인터넷 밀리터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조어다. 하늘이 내린 나라라고 할 만큼 초강대국이란 뜻에서 미국을 천조국(天朝國)으로 지칭하기도 한다.우리나라도 천조국(?)이 될 날이 닥쳐왔다. 미국처럼 국방예산이 1천조원에 가까워져서가 아니다. 하늘이 내린 나라라고 할 만큼 강대국이 되어서도 아니다. 국가채무가 1천조원을 돌파할 날이 다가왔다는 말이다.여·야가 사상 최대인 558조원에 이르는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초'(超), '슈퍼', '울트라' 등 온갖 수식어를 동원해도 모자랄 정도로 큰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그러나 나랏빚이 폭증하는 데 대한 여·야의 고민, 국민 관심은 찾아볼 수 없어 걱정이 앞선다. 올해 847조원인 국가채무는 1년 새 110조원 가까이 급증해 내년엔 956조원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 660조원에서 4년 만에 300조원 가까이 불어나게 됐다. 정부는 당초 국가채무가 2년 뒤인 2022년 1천70조3천억원에 달해 1천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추경, 포스트 코로나 추경이 이어지면 1천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국가채무는 가파른 속도로 계속 늘어날 게 확실하다. 여·야가 나랏돈을 퍼주는 포퓰리즘 정책을 경쟁적으로 펴기 때문이다. 나라에서 돈을 안겨주는 것을 싫어하는 국민도 없다. 여·야, 국민의 장단이 맞아 나랏빚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게 불을 보듯 훤하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국가채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재정 지출이 늘어난 만큼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적자 국채 발행에 따른 나랏빚 증가는 경제에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서 빚을 진 안토니오는 포샤의 기지로 목숨을 구하지만 국가채무가 불러올 위기에서 국민을 건져줄 구원자는 없다. 나쁜 의미에서 천조국이 될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

2020-12-07 05:00:00

[야고부] 추미애의 털어서 먼지내기

[야고부] 추미애의 털어서 먼지내기

'취모구자'(吹毛求疵). 짐승 몸의 털을 불어 흠집을 찾는다는 뜻이다. '한비자'(韓非子)의 '터럭을 불어서 작은 흠집을 찾지 않고, 알기 어려운 것을 때를 씻어내면서까지 살피지 않는다'(不吹毛而求小疵, 不洗垢而察難知)에서 나왔다. 쉽게 말해 '털어서 먼지내기'다.권력자가 반대자를 제거할 때 흔히 이런 수법을 쓴다. 스탈린이 동료 볼셰비키를 숙청할 때 그랬다. 1924년 스탈린은 제정 러시아 경찰 기록을 뒤져 트로츠키가 1913년 동료에게 "현재 레닌주의의 모든 체계는 거짓말과 허위 위에 서 있다"고 쓴 편지를 찾아내 '프라우다'에 공개했다.레닌주의의 정통성을 부정한 만큼 이는 치명적이었다. 트로츠키는 군사 인민위원직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레닌 사후 권력투쟁 과정에서 스탈린과 합세해 트로츠키를 궁지로 몰았던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도 그렇게 당했다. 1917년 10월 혁명 발발 당시 당이 봉기하기로 했을 때 두 사람은 '전술적' 이유로 반대했는데 스탈린은 뒤늦게 이를 '혁명 파괴 행위'로 둔갑시켰다.청(淸)의 건륭제도 취모구자를 적극 활용했다. 대상이 사람이 아닌, 건륭제의 표현을 빌리면 만주족 정권에 반항하는 '반만적'(反滿的) 서적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 수단이 230만 쪽, 10억 자로 '동양사상의 기념비적 집대성'이란 찬사를 받는 '사고전서'(四庫全書)의 편찬이다.그 목적은 입수할 수 있는 모든 책을 수집·검열 즉 취모(吹毛)해 반만적 표현을 색출 즉 구자(求疵)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2천400종 이상의 책이 폐기되고 400∼500종의 책이 건륭제의 명으로 '개정'됐다고 한다.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로 내건 '판사 사찰'도 전형적인 취모구자다. 지난 2월 대검이 작성한 '판사 성향 분석' 문건이 '판사 사찰'이라는 것인데 그때는 아무 말 없다가 이제 와서 '판사 사찰'이라고 한다. 윤 총장을 쫓아낼 '거리'를 찾았으나 마땅한 게 없자 이렇게 '오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윤 총장을 징계하려 한다. 참으로 야비하고 치졸하다.

2020-12-05 05:00:00

[야고부] 상화 시인의 귀한 선물

[야고부] 상화 시인의 귀한 선물

시인 이상화는 소설가 빙허(憑虛) 현진건과 함께 대구가 낳은 근대문학의 별이다. 둘은 공통점이 많다. 중구에서 태어난 두 사람은 가난과 병마에 찌들어도 일제와 타협하지 않고 지조를 끝내 지켰고 우리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걸작들을 다수 남겼다. 빙허가 1년 먼저 태어났지만 타계일이 같은 해 같은 날(1943년 4월 25일)인 것도 공교롭다.상화(尙火)의 시는 그 자체가 독립운동이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독립을 해야 진정한 봄이 온다는 저항의식을 이처럼 아름답고도 결연한 시어(詩語)로 표현해낸 작품이 또 있을까. '빼앗긴 들'의 실제 배경이 수성못 북쪽 들판이라는 점이 대구 사람으로서 더 감회롭다. 상화는 추억 어린 대구의 들판을 생각하며 진정한 봄(독립)을 맞아 새순과 꽃들의 향연을 즐길 날이 오기를 고대했을 것이다. 그는 현실에서의 독립운동에도 적극적이었다. 1919년 대구 3·1운동 거사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고 독립운동 가담 사실이 드러나 1928년과 1936년 대구경찰서에 두 번 구금돼 고초를 겪었다.30대 초반의 상화가 동년배 민족 운동가들과 두터운 교분을 가졌음을 확인해 주는 미술품이 최근 세상에 공개됐다. '금강산 구곡담 시'가 쓰여진 10폭짜리 병풍이다. 대구 출신의 대표적 서예가 죽농(竹農) 서동균이 상화의 부탁을 받고 행초서로 쓴 병풍인데, 상화는 이를 포해(抱海) 김정규에게 선물했다. 합천 출신인 김정규는 대구에서 항일 운동을 한 민족 지사다. 상화와 죽농, 포해 등 30대 초반의 젊은 피는 비록 나라를 빼앗겼지만 아름답고 의연한 우리 산하에서 민족정신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명산 금강산은 그 상징적 장소로 손색이 없었다.구곡담 시 병풍은 김정규 선생의 셋째 아들 종해(83) 씨가 3일 대구시에 기증함으로써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병풍은 근대기 대구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및 문화예술인들의 서사(敍事)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중요 유산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금액으로 가치를 환산하기 어려웠을 텐데 병풍을 기꺼이 대구시에 기증한 김 씨에게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소중한 유산이 대구에 안착할 수 있도록 창구 및 중개 역할을 한 대구시문화예술아카이브 팀도 격려를 받기에 충분하다.

2020-12-04 05:00:00

[야고부] 정부, 차라리 놀아라

[야고부] 정부, 차라리 놀아라

"노자 노자 젊어서 노자/ 늙어지면 못 노나니/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옛날 경상도에 전해지는 아리랑 노래라고 1930년 대구에 살던 일본인 가와이 아사오는 '대구 이야기'라는 책에 적어 놓았다. 당시 젊은이들과 함께 불렀다는 그가 노래에 대해 듣고 덧붙인 해설 같은 이야기가 씁쓸하다."문경새재처럼 깊고 험한 산에 있는 박달나무조차 모두가 베어져 방망이로 나가지 않는가. 우리가 피땀 흘려 일해도 가렴주구당할 뿐이니 젊어서 놀지 않고 무엇하랴라는 뜻이니, 한국의 부국강병은 백년 황하(黃河)의 맑기를 기다림과도 같아서 어찌 할 도리가 없다."힘없는 백성은 재산을 갖고 있으면 권력자와 관리에게 빼앗기니 어쩔 수 없이 놀고 하루하루 살길만 살폈던 모양이다. 그에 앞서 1910년 '조선대구일반'이란 책을 낸 미와 조테츠도 비슷한 글을 남겼다."관리는 민중의 고혈을 짜내는 것 이외에 다른 능력이 없었고, 민중은 관리의 주구(誅求)에 지쳐 저축할 마음을 잃은 채 밤낮으로 비애의 아리랑을 부르며 하루하루가 무사하기만을 빌었다."고달픈 조선 백성의 삶은 조선 말 지식인 김윤식의 '운당집'에도 나온다. '영장이 잘 다스리는지 물으려면, 문밖의 풀잎이 푸른지 보라'(欲問營將治聲 須看門外草靑)는 속담이다. 문밖 풀이 푸르면 백성을 괴롭힌 출입을 않은 증거이니 노는 게 차라리 잘 다스렸다는 뜻이리라. 대구고보 교장을 지냈던 다카하시 도루도 1921년 '조선인' 책에 이를 인용, 관리의 무능과 부패를 적었다.조선 관리가 아무 일 하지 않고 놀았더라면 '노자 노자'를 읊는 아리랑은 생기지 않았을까. 마지못해 놀아야 했던 백성들 이야기나, 관리가 문밖을 드나들지 않고 노는 게 칭송되는 속담까지 전할 정도의 나라였으니 조선 백성의 삶은 어땠으랴.그런데 요즘, 나라 지도자와 관료를 향해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김해신공항 정책 뒤집기, 합의 파기한 가덕도신공항 추진, 갈팡질팡 부동산 정책,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과 공문서 대량 파기 등 공직자와 정치인 짓을 보면 '그냥 놀아라'는 외침이 나올 만하다. 어쩌다 이런 경험하지 못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알다 모를 일이다.

2020-12-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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