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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억지로 군대 간 아들

[야고부] 억지로 군대 간 아들

기자는 1981년 8월 입대해 논산훈련소에서 4주간 신병훈련을 받았다. 훈련 첫 번째 과정은 제식훈련이었다. 제식훈련은 발목 위까지 오는 운동화(이를 '통일화'라고 했다)와 일반 전투복의 엉덩이와 팔꿈치, 무릎 등 상반부에 두꺼운 천을 덧댄 유격복(그때는 '침투복'이라고 했다)을 착용하는 각개전투 등 다른 훈련과 달리 훈련소 입소 첫날 지급받은 'A급' 전투복과 길이 안 들어 빳빳한 가죽 전투화를 착용했다.그래서 훈련병 대부분이 발뒤꿈치 피부가 벗겨지는데 저녁 점호 후 훈련 조교를 따라 의무대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이 밖에도 '환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훈련조교의 주요한 업무였다. 기자도 훈련 사흘째쯤 발뒤꿈치가 벗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때 기자와 같이 의무대에 간 동기 한 명이 있었는데 치질이 매우 심했다.군의관이 동기의 환부(患部)를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너 이 X X, 이런 데 군대 어떻게 왔어?"라고 물었다. 동기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치질 때문에 입소 후 두 번이나 집으로 되돌아가 가족 보기도 민망하고 동네 사람들도 '너 군대 갔다더니 왜 왔냐?'며 놀려서 그랬습니다." 교묘히 치질이 없는 것처럼 감춰 다시 입대했다는 것이다.그러자 군의관은 벌컥 화를 내며 동기를 야단쳤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랬던 것 같다. "이런 이기적인 X을 봤나? 이 XX아! 너 하나 X 팔리지 않자고 군대를 속여? 진단서 써줄 테니 내일 당장 집으로 가서 다시는 오지 마! 너처럼 이기적인 X은 군대에 필요 없어."39년 전 일이 생각나는 것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변호' 때문이다. 추 장관은 아들의 '황제 휴가' 의혹을 부인하며 일관되게 "아들은 아파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데도 갔다"고 한다. '정치인 엄마'가 구설에 오를까 기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고, 딱 한마디만 하겠다. 아파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됐다면 가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병사는 전투력만 좀먹을 뿐이다. 안 가도 되는데 억지로 가서 무엇을 했나? 동료 병사보다 훨씬 더 많은 휴가를 쓰면서 동료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았나?

2020-09-19 06:24:26

[야고부] 전쟁에 빛난 대구 판결

[야고부] 전쟁에 빛난 대구 판결

대구는 짧은 한때 나라의 수도였다. 1950년 6·25전쟁 시기 34일간 그랬다. 대통령이 머물렀고, 대통령이 부산으로 떠난 뒤에도 전쟁 관련 여러 기관과 단체들은 대구에 있었다. 그러니 공공시설은 물론 계산성당 안에 육군본부 정훈감실이 마련되었고, 동산병원에는 국립 경찰병원 대구분원이 들어서는 등 여러 건물이 그렇게 쓰였다.학교도 같았다. 계성학교에는 2군사령부가 자리 잡았고, 대구초등학교에는 육군병참실이, 수창학교와 효성초교에는 각각 육군헌병학교와 포로수용소가 마련되기도 했다. 학교 가운데 무엇보다도 대구동인초교는 한국 근대사 특히 군대와 사법 역사에 길이(?) 남을 국민방위군사령부 비리의 역사적 '명재판'이 열린 곳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전쟁에서 밀리자 정부는 1950년 12월에 법을 마련, 17~40세 장정으로 국민방위군을 꾸렸는데 그 수가 50만 명에 이르렀다. 비리, 부패가 휩쓴 이승만 정부인지라 50만 장정에 쓸 돈은 정치권과 관료 뒷돈, 술값 등으로 흥청망청이었다. 결국 애꿎은 장정만 굶고 병들거나 얼어 죽었으나 숫자조차 알 수 없었다.이승만 정권의 비호를 받던 방위군 비리로 원성이 하늘을 찌르자 어쩔 수 없이 재판이 열렸는데 바로 대구동인초교 강당에서였다. 온 국민의 분노를 산 방위군 비리 사건 재판에서 간부 5명이 정권 비호의 온갖 풍문 속에 사형을 선고받고 1951년 8월 13일 대구 달서구의 앞산 자락 사형장에서 공개 총살로 삶을 마쳤다. 자신들이 자리했던 곳에서 받은 죄의 판결로 형장의 이슬이 된 셈이다.당시 검찰관으로 엄히 죄를 따져 사형을 구형한 김태청 전 변협회장은 2003년 회고록에서 "법관의 양심을 걸고 법과 정의에 따라 소신껏 처리할 것을 다짐했다"며 "대한민국에는 법도 없느냐고 개탄했던 국민들도 그때서야 '그래도 법과 정의가 살아 있구나' 하고 안심했다"고 썼다.이런 어두운 역사를 간직한 대구동인초교를 문화재청은 지난 15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1935년 4월 문을 연 만큼 건축적 가치 등도 따졌겠지만 대구로서는 한국 군대와 법원 역사에 남긴 오욕(汚辱)과 공정 판결의 역사 현장으로 새길 만하다. 갈수록 정부와 사법, 입법부의 공정성 파괴와 편파성의 우려가 큰 요즘이라 그런지 더욱 그렇다.

2020-09-18 06:30:00

[야고부] 백야(白冶)를 기리며

[야고부] 백야(白冶)를 기리며

올해 100주년 행사가 하나 있다. 1920년 10월의 청산리대첩이다. 청산리대첩의 주인공으로, 1930년 1월 만 40세에 짧은 삶을 마친 백야(白冶) 김좌진 장군의 서거 90주년을 기리는 행사도 있다. 둘 모두 마땅히 기릴 만하고, 그래도 좋을 일이다.백야의 고향인 충남 홍성 등 여러 곳에서 이미 그런 일들을 선보였고 또 준비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기업은 지난 7월 기념 메달을 만들고, 이달 12일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청소년 교재로 만든 '청산리의 영웅 김좌진'도 발간했다.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은 지난 8월부터 전시회도 열었으나 코로나로 당분간 중단하고 있다. 대구는 독립운동사에서 어느 곳과 달리 백야와 남다른 인연이 많아 그를 한번 떠올릴 만하다.백야. 일찍 개화에 눈을 떠 어머니와 집안의 반대에도 집안의 30명 넘는 종의 노비 문서를 불사르고 2천 석(石)을 거두던 토지를 소작인에게 나눠준 일을 실천했던 그였다. 그러나 그가 바랐던 새로운 개화 세상은 오지 않았다. 나라가 망하자 조국을 되찾겠다며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지만 되레 그의 삶은 한 동포 암살범의 흉탄으로 끝났다.백야는 1915년 대구 달성공원에서 출발한, 1910년대 최대 항일무장단체 대한광복회의 만주사령관으로 독립자금을 받았고, 망명 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청산리전투와 같은 독립전쟁의 전투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런데 바로 그런 그가 이념과 사상의 차이로, 공산주의 단체 소속 청년 동포가 쏜 흉탄에 쓰러졌으니 어찌 한스럽지 않은가.대한광복회가 추구한 공화주의에 민족주의 사상을 믿은 그를 옛 러시아에서 시작된 공산당의 주의 주장을 따르는 세력은 그냥 두지 않았다. 독립운동의 같은 배를 탔으나 광복의 순간까지 함께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사상과 이념 갈등에 독립전쟁의 영웅마저 없애야만 했던, 당시의 사상과 진영의 대결은 우리 역사의 악몽이었다.청산리대첩 100년과 백야 서거 90주년을 맞아 이런 악몽의 어두운 역사의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혹시 우리는 서로 자기들만 믿고 따르는 사상과 이념을 좇느라 다른 진영의 큰 인물을 잃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았는가. 청산리대첩 100년과 백야 서거 90년을 대구에서 한번 되돌아보는 까닭이다.

2020-09-17 06:30:00

[야고부] 중국이 터뜨린 샴페인

[야고부] 중국이 터뜨린 샴페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든 고통의 터널 끝이 안 보이는데 중국이 느닷없이 '코로나와의 전쟁 승리'를 선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에서 "우리 당은 8개월여간 전국 각 민족과 인민을 단결시켜 코로나19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주의 제도와 통치 체계의 성과라며 체제 우수성 선전도 빼놓지 않았다.이날 중국 정부는 방역에 공훈을 세운 인물 4명에게 공화국 훈장과 인민 영웅 메달을 수여했다. 하지만 '우한의 영웅' 고(故) 리원량의 이름은 거명하지 않았다.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30일 신종 감염병 발생을 외부에 처음 공개했으며 환자 진료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34세 나이로 숨진 안과의사다. 하기야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리원량을 처벌하려 했던 중국 정부가 그를 추켜세울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다.이 시국에 쏘아 올린 중국의 축포를 보는 세계인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바이러스가 국경을 가리지는 않지만, 중국 우한이 코로나19 감염병의 최초 발생지이며 초기 대응에 문제가 많아 결과적으로 세계적 팬데믹을 더 키웠다고 보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게다가 최근에는 중국 출신의 바이러스 학자 옌리멍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면서 과학적 증거를 곧 공개하겠다고 밝힌 마당이다. 너무나 폭발력이 큰 주장이라 판단을 유보해야겠지만 만일 옌리멍이 누구도 반박 못 할 증거를 제시한다면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 주장을 인정할 가능성은 없겠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고 여기에 서구 나라들이 동참할 경우 향후 국제 정세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예단하기조차 어렵다.안 그래도 세계 곳곳에서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되는 등 반감이 확산되는 요즘이다. 소송을 이미 냈거나 검토 중인 배상액이 우리 돈으로 수백조원, 심지어 2경원대인 사례도 있다. 내부 단속 및 체제 선전용이겠지만 명색이 G2 국가인 중국이 방역 승리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도의적으로 결례(缺禮)다. 지금 중국에 필요한 것은 자중(自重)이다.

2020-09-16 06:30:00

[야고부] ‘대깨문’의 ‘群吠聲’(군폐성)

[야고부] ‘대깨문’의 ‘群吠聲’(군폐성)

"나는 쉰 전에는 한 마리 개였다. 앞에 있는 개가 뭔가를 보고 짖으면 따라 짖었다. 누가 그 까닭을 물으면 벙어리처럼 실실 웃을 뿐이었다."(是余五十以前眞一犬也, 因前犬吠形, 亦隨而吠之, 若問以吠聲之故, 正好啞然自笑也已) 중국 명대(明代)의 반항적 사상가 이탁오(李卓吾)가 한 말이다. 이런 '묻지 마' 추종을 개가 떼로 짖는 것에 비유한 경우는 여럿 있다. 원조(元祖)는 초(楚)의 굴원(屈原)으로 '읍견군폐'(邑犬群吠·마을의 개가 떼로 짖는다)이다. 소인배가 남을 떼로 비방한다는 뜻이다.후한(後漢)의 은둔 사상가 왕부(王符)는 이를 모티브로 차용해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자 여러 마리가 덩달아 짖는다. 한 사람이 거짓을 퍼트리면 여러 사람이 진실처럼 떠들어댄다."(一犬吠形, 百犬吠聲, 一人傳虛, 萬人傳實)라는 경구(警口)를 남겼다.조선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문신 여대로(呂大老)의 '문견폐'(聞犬吠·개 짖는 소리를 들음)가 그중 하나다. "개 한 마리가 짖자 두 마리가 짖고 한꺼번에 천 마리 백 마리가 짖네. 무엇 때문에 떼로 짖나? 듣기만 하고 보지 않았는데도."(一犬吠 二犬吠 一時吠千百 群吠爲何物 徒耳勿以目)조선 후기 화가 김득신(金得臣)도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문밖에 나가 달을 봄)에 비슷한 글을 적어 넣었다. "개 한 마리가 짖자 두 마리가 짖고 만 마리가 한 마리를 따라 짖는다. 아이더러 문밖에 나가보라 했더니 달이 오동나무 제일 높은 가지에 걸려 있다 하네."(一犬吠 二犬吠 萬犬從此一犬吠 呼童出門看 月掛梧桐第一枝)이에 앞서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李山海)의 아들 이경전(李經全) 역시 비슷한 시를 남겼다. "개 한 마리가 짖자 두 마리가 짖고 세 마리도 따라 짖는다. 사람인가? 범인가? 바람 소리인가? 아이 하는 말이 산 위 달은 정말 등불 같은데 뜰 저편에 언 오동 잎만 버석댄다고 하네."(一犬吠 二犬吠 三犬亦隨吠 人乎虎乎風聲乎 童言山外月正如燭 半庭唯有鳴寒悟)민주당 황희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처음 제보한 당시 당직병 현모 씨를 '범죄자'로 지목하자 '대깨문'들이 현 씨에 대한 '언어 테러'에 나섰다. 헛것을 보고 짖고, 이를 따라 짖고, 달을 보고 짖는 개, 딱 그 꼴이다.

2020-09-15 06:30:00

[야고부] ‘추미애와 그 적(敵)들’

[야고부] ‘추미애와 그 적(敵)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다. 겉으로는 위하여 주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해(害)하고 헐뜯는 사람이 더 밉다는 뜻이다. 말도 안 되는 언사들을 쏟아내 아들의 병역 의혹 사태에 더 불을 지르는 여당 인사들을 향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 말을 던지고 싶을 것 같다.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페이스북에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未)복귀 의혹'을 공익 제보한 당직사병의 실명(實名)을 무단으로 공개하면서 별다른 근거 없이 '범죄자'로 규정했다. 황 의원은 "사건을 키워온 현○○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犯)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 과정에 개입한 공범 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뒤늦게 황 의원은 실명 언급 부분을 '현 병장'으로 수정하고 '단독범' 표현을 삭제했다.추 장관에게 불리한 사실을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27세 청년의 실명을 공개하고 범죄자로 낙인찍은 황 의원의 행태는 매우 잘못됐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한 사람, 그것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는 말을 쓰다니 제정신인가"라며 "국민이 범죄자라는 말인가"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범죄자 프레임 만들어 한바탕 여론 조작 캠페인을 할 모양"이라고 비난했다.민주당 의원들이 추 장관과 아들을 두둔하려고 한마디씩 거들다가 여론의 역풍(逆風)을 초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상호 의원은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남국 의원은 '이번 공격은 국민의힘 당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군 미필자는 민주당이 더 많았다. 정청래 의원은 청탁 의혹을 '김치찌개 빨리 달란 것'에 비유해 여론의 공분을 샀다.추 장관과 아들에 대한 민주당 비호가 점입가경이 아니라 점입추경(漸入醜境)이다. 적절치 못한 비유·해명에다 급기야 국민을 범죄자 취급까지 했다. 혹 떼려다 혹을 더 붙이는 지경이다. 이번 사태가 '제2의 조국 사태'로 비화하는 것을 막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를 짐작 못 할 바 아니지만 금도(襟度)를 한참 넘었다. 궁지에 몰린 추 장관에게 아군(我軍)이 아닌 적군(敵軍) 같은 모습을 민주당 의원들이 보여주는 형국이다.

2020-09-14 06:30:00

[야고부] 文정권의 엑스맨들

[야고부] 文정권의 엑스맨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탓에 조국 전 장관이 '소환'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추 장관의 '엄마 찬스'는 조 전 장관 사태 때 교육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아빠 찬스'의 데자뷔로 느껴진다"고 했다. 두 명의 법무부 장관이 잇따라 문재인 정권의 '엑스맨'이 됐다.조 전 장관과 추 장관은 공통점이 많다. 무엇보다 자녀 문제로 뉴스 메이커가 됐다는 게 닮았다. 교육과 병역이란 국민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도 흡사하다. 고위층 자녀의 교육·병역 의혹은 여론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민감한 사안이다. 20대를 비롯한 젊은이들의 분노를 사 대통령·여당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도 빼닮았다.감자 캐듯이 의혹들이 꼬리를 무는 것도 비슷하다. 두 사람 모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을 받는 것도 닮았다. '조국흑서' 공저자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조국의 내로남불은 가히 신급이다"고 했다. 추 장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 '운전병 특혜 의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을 앞장서 제기한 사실이 회자되면서 내로남불 전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1년 시차를 두고 터져 나온 법무부 장관 자녀를 둘러싼 논란에 국민은 자존심이 상했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느냐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나쁜 의미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보게 됐다.두 사태 모두 근본 책임은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추 장관을 임명했지만 추 장관이 지금껏 보여준 것은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날려버린 게 고작이었다. 검찰 개혁은 물 건너갔고,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의혹들만 쏟아지고 있다. 조국 사태처럼 정권이 휘청거리는 우(愚)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조 전 장관과 달리 추 장관에게 문 대통령은 '마음의 빚'도 없지 않은가. 장관 퇴진 과정마저 추 장관이 조 전 장관과 똑같은 길을 걷는다면 조국 사태 때보다 정권은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게 분명하다.

2020-09-12 06:30:00

[야고부] 판단 내려놓기

[야고부] 판단 내려놓기

앞날이 창창한 두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이 전해졌다. 한 명은 여행 미디어 공유 플랫폼인 '여행에 미치다'의 조준기(30) 대표이고, 다른 한 명은 대학생 A(21) 씨다. 조 씨는 '여행에 미치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음란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비난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고, A씨는 소위 '디지털 교도소'에 악성 범죄자로 자신의 신상이 공개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여기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통제받지 않는 온라인 심판의 부작용이다. 둘 다 견디기 힘든 악플에 시달렸다. 음란 동영상을 SNS에 올린 조 씨의 행위 및 극단적 선택을 두둔하거나 미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가 저질렀다는 잘못이 고귀한 목숨과 맞바꿀 만큼 악질적이거나 반인륜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학생 A씨의 경우는 문명사회에 있어서 안 될 린치(lynch·사적 처벌)를 당한 셈이다. 악성 범죄자 신상을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 방침이 위태로웠는데 결국 생사람을 잡고 말았다. 단 한 명으로부터도 면전에서 비난을 받으면 분노와 모멸감을 느끼는 게 인지상정인데 온라인 공간에서 공개 망신을 당하고도 정신줄 온전히 붙들어 맬 수 있다면 사람이 아니라 부처(佛)다.게다가 폭로된 내용이 허위라면 억울함에 멘탈이 붕괴되는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음란 동영상 구매자로 잘못 지목돼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올라간 한 대학교수는 협박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시달린 나머지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경찰의 수사 결과 디지털 교도소가 올린 내용이 허위로 드러났지만 그가 받은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오로지 인간만이 '판단'을 한다. 하지만 판단은 양날의 칼이다. 섣부른 판단은 타인을 해친다. 그런데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남의 일에 쉽게 격분하고 공격성을 드러낸다. 타인의 생각에 유독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의 기질이 온라인 환경을 만나 증폭된 탓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사회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자기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다양성의 꽃이 피어날 수 없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성급한 판단을 내려놓는 연습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 보인다.

2020-09-11 06:30:00

[야고부] 코로나 버티기

[야고부] 코로나 버티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두 자릿수로 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8일이다. 이날 12명을 시작으로 8월 13일까지 근 3개월간 두 자릿수의 확진자가 이어졌다. 그러다 8월 14일 103명이 추가되면서 재확산의 서막이 열렸다. 2주 뒤인 8월 27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441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코로나와의 싸움은 새로운 변곡점에 도달했다.7월 한 달간 확진자 수는 모두 1천506명, 사망자는 19명을 기록했다. 8월에는 확진자 5천642명, 사망자 23명으로 급증했다. 이달 들어 9일 기준 이미 1천641명이 확진됐고, 사망자 수도 20명으로 집계돼 코로나의 기세가 여전하다. 3일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200명 선 아래로 떨어진 점은 그나마 위안 거리다. 8월 중순 이후 전국 확진자 수의 70~80%를 차지하는 수도권은 2.5단계로 불리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13일까지 연장했다. 전국적으로도 20일까지 거리두기 2단계가 계속 적용되는 상태다.5월 이전까지만 해도 대구경북은 코로나 사태의 격전지였다. 누적 확진자 7천88명, 1천478명이 현실을 말해준다. 이후 코로나가 잠잠하자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의식도 무뎌진 것으로 나타났다. 6~8월 노래방이나 유흥·단란주점, 실내체육시설, 뷔페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다녀간 이가 100만 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받은 전자 출입 명부 현황에 따르면 QR코드로 수집된 대구시민 개인정보는 중복자를 포함해 모두 232만여 건이었다.문제는 이번 추석 연휴다. 최근의 재확산세를 감안하면 가급적 귀성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방역수칙 준수에 대한 국민의 자세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이상 독감 바이러스처럼 코로나도 상황에 맞게 대응하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커진 것이다.바이러스 입장에서 팬데믹은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이다. 반면 코로나를 상대하는 인간에게는 새로운 생존 실험이자 변화의 시작점이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는 변이하는 바이러스와 그에 맞게 진화하는 인간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최상의 대응책을 찾아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0-09-10 06:30:00

[야고부] 이 또한 조짐(兆朕)일까

[야고부] 이 또한 조짐(兆朕)일까

"몇 번씩이나 배를 놓친 후에야 겨우 우리 가족도 배에 오를 수 있었다…배가 막 떠나려 할 때쯤이었다. 갑자기 어머니가 어지러워 안 되겠다며 도로 내리라는 것이었다…우리는 하는 수 없이 다시 걸어 나와야 했다…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려왔다…배가 강 한가운데서 뒤집혀 버린 것이다…그날 알 수 없는 어머니의 불길한 그 예감이 우리를 살렸던 것이다…."(김대원)"쥐가 우글거리던 1970년 12월 중순…제주와 부산을 운항하는 정기여객선 남영호 침몰 사고가 있었다…목숨을 잃은 희생자가 320여 명이나 되었다…옆집 아저씨는 쥐가 선체 밖으로 나오는 걸 이상히 여기고 승선하지 않았다고 한다…이야기는…소문으로 나돌았다…아버지는 쥐 덕분에 살아난 아저씨 이야기를 하면서, 어른들의 충고를 가슴에 새겨두라고 했다…."(이정자)월간지 '수필과 비평' 9월 호에 실린 글인데, 공교롭게 일부 서로 통한다. 앞은 6·25 피난 때 어머니의 불길한 느낌에 겨우 탄 배에서 내려 목숨을 건진 기억이다. 뒤는 꼭 50년 전 326명이 숨진 남영호 침몰 때, 승선 전 쥐가 배에서 나오자 이상히 여겨 타지 않아 살았다는 한 제주도민의 소문을 옮긴 글이다.흔히 역사 기록에 이런 사례의 이야기가 전한다. 주로 나라와 큰 인물의 앞날에 일어날 일에 대한 전조(前兆)로 기록돼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신이(神異)한 내용이나 경험의 형태를 띠는 데다 뒷날 결과를 두고 맞춘 듯한 탓에 전적인 신뢰는 어려워 비과학적이고 터무니없다고 낮춰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세상에 사람이 알 수 없는 현상은 수두룩하다. 뭇 사회·자연 재난이 그렇지만 간혹 미리 경계할 어떤 낌새도 없지 않다. 사람이 남다른 감각의 동물과 변덕의 자연현상, 되풀이되는 사건과 사고를 유심히 살피는 까닭이다. 이는 한 번뿐인 이승의 삶을 헛되이 마무리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니 마땅하다.그런데 재발된 코로나19 속 요즘 겪는 일상이 심상치 않다. 비는 나라 곳간의 살림과 나빠지는 경제지표 숫자, 국민을 패로 짜 끼리끼리 벽에 가두는 정치 습성, 고위 관료와 권력층의 불탈법적 시비의 내로남불 경쟁…. 마음 붙일 곳 잃은 사람들. 이들 또한 뒷날 펼쳐질 나라 운명의 어떤 조짐일까. 두렵고도 겁난다.

2020-09-09 06:30:00

[야고부] 文대통령의 언어

[야고부] 文대통령의 언어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어둠의 시간). 윈스턴 처칠은 영국에 닥친 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프랑스마저 나치에 무너지고 유럽에서 외톨이가 된 영국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했다. 처칠은 "내가 바칠 것은 피와 땀과 눈물밖에 없다"는 명연설로 국민을 통합해 전쟁에서 승리했다. 지도자의 역량이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다.옥포해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에게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가볍게 움직이지 마라. 태산같이 침착하고 무겁게 행동하라)이라고 했다. 위기에 처할수록 더 진중해져야 한다는 뜻이다.위기 상황에서 지도자의 언어(言語)는 천금(千金)의 무게를 갖는 법이다. 시의적절한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해 위기를 돌파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집단을 공격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지도자의 언어는 위기를 더 키우는 것을 넘어 국가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재확산 와중에 SNS에 올린 의사·간호사 갈라치기 글로 말미암은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다 하다 의사와 간호사까지 편 가른다" "대통령이 (국민) 이간질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는 등의 댓글이 폭주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청와대는 문제의 글을 쓴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비서관이라며 책임을 돌렸다.'대통령 의중을 잘못 읽은 참모의 잘못'이란 식의 청와대 해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반대로 비서관이 문 대통령 의중을 정확히 읽어 문제의 글을 올린 것으로 보는 게 맞다. 문 대통령은 집단 휴진한 의사들을 전장을 이탈한 군인에 빗대며 본분을 망각한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서관이 올렸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글이 문 대통령 의중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보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것을 고려하면 열 번을 자르고도 모자랄 비서관을 청와대가 그냥 두는 것 역시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조국 사태, 부동산 대란, 한·일 무역 분쟁 등 위기마다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를 워낙 많이 한 정권이어서 의사·간호사 갈라치기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국민을 사분오열시켜 이 나라에 닥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걱정일 뿐이다.

2020-09-08 06:30:00

[야고부] 식탐과 지구

[야고부] 식탐과 지구

지하로 뚫린 수직 감옥이 있다. 각 레벨에는 2명의 죄수가 수용돼 있다. 하루 한 번 내려오는 식판 위의 음식을 짧은 시간 안에 먹어야 살 수 있다. 음식은 아래층을 배려해 조금씩 절제하면 모두가 먹고 살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이기심이 문제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아귀 다툼이 벌어지고 식판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문제는 죄수들이 30일마다 다른 레벨에 무작위로 재배치된다는 점이다. 다음엔 어느 레벨에서 깨어날지 알 수 없다. 모두가 공존을 꾀하면 아래층에 배치되더라도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위층 죄수들은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먹고, 먹고 나서 음식에 오물을 뿌리는 야만의 극치를 보여준다. 아래층에서는 사람이 굶어 죽고 인육을 먹는 참상마저 빚어진다.'더 플랫폼'(2020)이라는 스페인 영화의 줄거리이다. 내용이 사뭇 충격적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의 수직 버전이라 할 만한데 수직 감옥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갇힌 죄수들의 뒤틀린 행동을 통해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사회심리학 용어인 '죄수의 딜레마'를 이처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도 잘 없을 것 같다.누군가가 적정량 이상의 음식을 먹으면 누군가는 굶을 수밖에 없다. 인류는 집단적 기근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식에 욕심을 낸다. 많이 먹는 것을 넘어서 남이 많이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마저도 오락으로 삼는다. '먹는 방송'의 약자인 '먹방'의 알파벳 단어 'mukbang'은 외국에서도 통용될 정도다.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한국인처럼 고기와 야채를 먹으면 30년 후에는 지구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노르웨이 비영리 단체 EAT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붉은 고기 소비량은 80g으로 적정량(28g)의 3배에 육박한다. 세계인들이 미국·브라질 사람들처럼 먹어대면 2050년 지구가 각각 5.6개, 5.2개가 필요하다고 하니 인류의 식탐이 임계점에 다가가고 있다.어찌 보면 지금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인간의 식탐에 대해 지구가 보내는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가톨릭에서도 식탐(Gula)은 7대 죄악 중의 하나라고 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개개인의 건강을 위해 과식 습관은 버려야 한다.

2020-09-07 06:30:00

[야고부] 송정교의 영웅

[야고부] 송정교의 영웅

지난달 6일, 장마철 집중호우로 북한강 수계에 물난리가 났다. 당시 춘천 의암호에서는 시청 환경감시선과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뒤집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춘천시가 18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녹조 방지용 구조물인 인공수초섬 유실을 막기 위해 고박 작업을 하다 발생한 참사였다.이 사고로 공무원과 경찰, 작업자 등 8명 중 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했다. 인명보다 시설물 안전을 우선순위에 둔 공직사회의 기괴한 발상이 낳은 비극이었다. 전문가들은 "댐 방류로 급류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고박 작업을 한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성토했다.이달 3일, 9호 태풍이 몰고온 폭우로 강원도 평창군 오대천이 범람 위기에 처했다. 오대천을 가로질러 진부면 하진부리 시가지와 송정리를 잇는 150m 길이의 송정교가 급류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차량 통행이 증가하는 오전 7시 28분 무렵이다.그런데 다리가 붕괴됐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교량 상태가 이상하다고 여긴 주민 박광진 씨가 차량 진입을 막아 화를 면한 것이다. 실제 한 승용차 운전자는 다리에 진입했다가 '멈춤' 수신호를 보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교량 상판이 무너지기 직전 어긋난 다리 위를 여러 차량이 지나는 아찔한 장면도 목격됐다.이상한 점은 오전 7시부터 박 씨가 송정교 상태를 군청에 신고하고 이장에게도 알렸지만 20여 분이 지나도록 통행 차단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평창군 폐쇄회로 화면에 경찰 차량이나 통행 차단 시설물은 보이지 않았다. 수초섬 하나 지키려고 여러 사람이 동원됐는데 주민 목숨이 경각에 달린 교량 현장은 무방비 상태였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와 대구지하철 1호선 가스 폭발 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 등 수많은 인명 피해를 부른 참사들은 우연한 비극이 아니다. 제 소임을 다하지 않고 일 터지면 책임 미루기에 급급한 공직사회와 우리 사회의 인명 경시 풍조가 낳은 참사다. 이틀 뒤 경남 남해안에 10호 태풍 '하이선'이 상륙한다는 예보다. 또 어떤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질지….

2020-09-05 06:30:00

[야고부] 그래도 우정은 나눈다

[야고부] 그래도 우정은 나눈다

'그래도 두 나라의 우정은 나누고 함께합니다.'광복절(15일)과 국치일(29일)이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기리는 날이 낀 8월의 마지막을 보낼 무렵, 일본의 일간지 쥬고쿠신문(中國新聞) 31일 자에는 한·일 두 나라 민간단체 차원에서 이뤄진 우정(友情)에 관한 이야기가 실렸다. 한국과 일본의 원폭 피해자들이 각각 만들었던 모임 사이에 일어난 한 사연이었다.경남 합천의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도쿄의 일본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에 8월 17일 1만2천 장의 마스크를 보냈고, 피단협은 이를 일본 전국 41개 조직에 240장씩 나눠준 이야기 등이 소개됐다. 코로나19로 서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한국과 일본 두 단체의 '우정을 나누고 보다 더 함께하자'는 뜻에서, 또 동병상련의 아픔을 달래려는 마음으로 한국에서 보낸 정성이었다.물론 코로나19로부터 고통받는 이웃 나라 일본의 사정을 이해하고 마스크로 우정을 나눈 일은 지난 3월에도 펼쳐졌다. 일본 정부가 마스크를 배분하면서 한국인 학교 학생을 제외하자, 뜻있는 일본인들이 나섰고 대구지방변호사회와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등 여러 시민단체와 후원자들이 합세해 일본인들과 함께 모두 1만6천 장 넘는 마스크와 4천여만원의 후원금을 전하기도 했다.특히 대구에서는 고교생 등 학생 중심의 마스크 기증 운동이 펼쳐졌고 그렇게 모은 7천 장은 한국인 학교에, 3천 장은 히로시마의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에게 전달됐다. 대구 학생들이 거둔 결실은 지난해 계산성당에서 조환길 대주교가 집전한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연대 걷기 대회를 계기로 모은 정성을 바탕으로 한 만큼 더욱 값지다며 이들을 도운 최봉태 변호사가 전했다.코로나19 재난의 일상 속에서 대구 사람들의 한·일 두 나라 사이에 마음을 잇기 위한 노력은 지난 4월에도 빛났다. 대구경북에 사는 일본인 이주여성들이 만든 '이코이'(憩い) 합창단원들이 코로나로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과 일본의 고향과 가족을 만날 수도 없는 마음을 담아 노래한 망향(望鄕) 동영상을 제작, 배포해 코로나로 힘든 한·일 두 나라 사람의 가슴을 적시기도 했다. 한·일의 갈등에도 이런 일들이 쌓이는 대구의 일상, 그런 일에 앞장서는 대구 사람들이 돋보인다. 매일신문 | 망향의 정 담은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사람들 가슴 먹먹

2020-09-04 06:30:00

[야고부] 盧 볼 면목 없어진 文

[야고부] 盧 볼 면목 없어진 文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을 수 있을까?'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과제 중 하나가 검찰 개혁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2003년 3월 '검사와의 대화'에서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란 말을 할 정도로 수모를 감내한 것도 검찰 개혁을 위해서였다. 노 전 대통령이 목표한 검찰 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 확보였다. 이 토대 위에서 검찰권의 남용을 막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 검찰이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지켜주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게 검찰 개혁이었다.이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 노 전 대통령이 염원한 검찰 개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그들이 하는 검찰 개혁은 노무현이 하려던 그 검찰 개혁이 아니다. 우리가 속은 것이다"고 했다. 대다수 국민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이 궤도를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최근의 검찰 인사가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목표가 무엇인가를 또 한번 명확히 보여줬다. 정권 비리를 수사하던 검사들은 지방으로 좌천되거나 교체됐다. 반면 정권 편을 든 검사들은 대거 영전됐다. 독직폭행을 저질러 피의자가 된 검사를 정권에 충성한다는 이유로 승진시킨 것은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공정한 칼'이 아닌 정권의 충견이 되라고 검찰에 명령한 것과 마찬가지다. 조국·추미애 같은 흠결투성이 인사들을 검찰 개혁 선봉장으로 내세운 것부터 잘못됐다. 검찰 개혁이 좌초한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노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 당시 민정수석으로 배석했던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검사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라고 비판했다.거꾸로 가는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을 보는 국민도 '목불인견' 심정이다. 노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고 일갈할지도 모를 일이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볼 면목이 없어지고 말았다.

2020-09-03 06:30:00

[야고부] 마스크 음모론

[야고부] 마스크 음모론

사람들은 과장된 논리와 비상식적인 관점에 기반한 음모론에 종종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런 음모론이 때로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긍정보다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음모론의 한계는 뚜렷하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한 여러 음모론도 이런 함정을 비껴가기 힘들다.문화나 관습상 마스크 착용에 큰 거부감을 가진 유럽과 북미 지역은 마스크 음모론 또한 강한 곳이다. 지난 주말 베를린 도심에 4만 명에 가까운 시민이 모여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마스크 의무화는 파시즘'이라는 구호와 함께 극단주의자들의 상징인 옛 독일제국 깃발이 나부끼고 음모론자를 통칭하는 'QAnon'(큐어넌) 플래카드도 목격됐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큐어넌은 북미와 유럽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사회 음모론을 제기하는 익명의 인물 'Q'처럼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 게시판 유저(Anon)들을 이르는 용어다.또 지난달 28일 프랑스 당국이 파리 전역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자 많은 이들이 "과학적 증거가 없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코로나로 공포심을 조장하고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런 음모론과 대척점에 선 사례도 있다. 최근 파주시 스타벅스 커피점의 코로나 집단감염 사례는 외신의 큰 주목을 받았다. 마스크 착용이 감염 예방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커피점 방문자 27명을 포함해 7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나왔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은 아무도 감염되지 않은 이유를 짚었다. 경산시의 한 유치원 사례도 놀라운데 한 원생이 확진됐으나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잘 지킨 덕에 원생 173명과 직원 32명 모두 음성 판정이 났다.골드만삭스는 최근 "마스크 사용을 의무화하면 미국 GDP의 5%가 성장하는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인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면 하루 55달러(6만6천원)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수치가 모든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도 아니지만 음모론보다 신빙성이 더 높다는 점에서 어느 쪽이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눈에 분명히 보인다.

2020-09-01 06:30:00

[야고부] 길 잃은 사람들

[야고부] 길 잃은 사람들

"나는 몽고인도, 조선사람도, 중국인도, 일본인도 다 되어보았다."6·25 북한 남침 전쟁이 터지기 4개월 전인 1950년 2월 15일, 대구경북 사람들은 정성을 모아 '중국유기'(中國遊記)라는 책(대구 청구출판사)을 펴냈다. 새로운 나라 '대한제국'이 출범하던 1897년 태어나, 1925년 중국으로 떠나 23년을 독립의 길을 찾아 떠돌다 광복 뒤 1947년 8월 27일 어머니 별세 소식에 고향 대구에 왔다가 10월 27일 숨진 이상정 독립운동가가 남긴 글을 모은 책이다.그가 동북(東北) 만주와 내몽고 등 망명지를 떠돌다 상하이에서 머물 때 영국 점령지를 다니다 검문을 받았다. 통행인마다 영국 군인 3명이 역할을 나눠 '두 팔을 발끈 잡아 쳐들고, 총을 가슴에 찌를 듯 들이대며, 전신을 뒤지'니 '어린 양(羊)이 성낸 독수리 발톱에 쥐인 듯'했다. 다행히 그는 행색이 달랐던 터라 '일본인이냐'는 물음에 '그렇다'로 위기를 벗어났고 이를 글로 남겼다.이상정 독립운동가처럼 새나라 대한제국이 망하고 잃어버린 길을 찾아 나라 안팎에서 삶을 마친 숱한 앞선 사람들 덕분에 우린 독립을 했고, 새로운 길을 맞았다. 패망 약 35년만인 1945년 8월 15일, 다시 찾은 나라는 올해로 광복 75주년의 세월을 남북으로 갈린 채 맞았고, 그 8월도 이제 내일이면 접게 된다.바로 그 8월을 보내는 지금, 우리는 중국발(發) 코로나19 괴질과 싸우며 새로운 흐름을 겪고 있다. 촛불 민심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욱 분명해진, 같은 무리끼리의 단단한 결속과 진영 사이의 두텁고 높아진 벽, 두 벽 사이 멀어진 소통, 정치 지도자의 세진 고집, 절망의 늪에 빠진 국민 아우성 등. 혁신과 개혁, 희생과 헌신 같은 서로의 진가를 잃고 길을 헤메는 한국 진보(進保) 두 진영이 낳은 오늘의 모습이다.이런 즈음에 정부를 비판한, 혜성처런 나타난 인천발 상소문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 관심이다. 물론 지금 나라 꼴과 특유한 정부 통치 문화로 상소문 하나로 크게 바뀔 일이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준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껏 겪지 못했고, 가보지 못한 길을 상소문 하나가 혹 내주길 바라고 8월의 끝날을 보내면서 응원한다. 국민을 위해 이제는 진보(進保)의 벽을 넘나들면 어떨까.

2020-08-31 06:30:00

[야고부] 대인배 문재인

[야고부] 대인배 문재인

자기 잘못으로 욕을 먹을 때 사람은 다양하게 반응한다. 분통을 터뜨리며 욕으로 되갚는 '소인배형',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허허 웃는 '대인배형', 조국의 딸처럼 비난에도 꿈쩍 않는 '멘탈 중무장형', 충격을 받아 몸져눕는 '새가슴형' 등등.청(淸)의 총리대신이자 정규군인 북양군(北洋軍)의 우두머리에서 중화민국 초대 대총통이 된 위안스카이(袁世凱)는 새가슴형이었다. 그가 대총통이 된 것은 신해혁명을 성공하고도 군사력이 없는 한계 때문에 청조(淸朝)를 멸망시키는 조건으로 초대 임시 대총통 쑨원(孫文)이 자리를 양보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위안스카이는 대총통이 된 지 얼마 뒤인 1916년 1월 1일 국호를 중화제국으로 바꾸고 스스로 황제-홍헌제(洪憲帝)-가 됐다. 전국이 항의와 반대로 들끓었으나 위안스카이를 에워싼 '인의 장막'을 뚫지는 못했다. 당시 베이징에서 발행되던 신문으로 위안스카이가 애독하던 '순천시보'(順天時報)도 새 황제를 칭찬하는 내용 일색이었다.하지만, 이는 차기 황제를 노리던 아들이 만든 가짜 신문이었다. 진짜 순천시보는 위안스카이를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하녀가 위안스카이의 딸에게 간식을 사다 주었는데 그것을 싼 신문지가 진짜 순천시보였다. 이를 보고 진실을 알게 된 위안스카이는 큰 충격을 받고 자리에 누워 버렸다.그리고 3월 22일 황제 즉위를 취소하고 중화민국의 부활, 대총통 복귀를 선언했으나 전국에서 토원군(討袁軍)이 봉기하고 외국의 비난까지 쇄도하자 6월 15일 급사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이와는 정반대로 '강철 가슴'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개신교 지도자와 간담회에서 "대통령을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으로 좋은 일"이라고 했다. 대인배(大人輩)의 풍모까지 느껴진다. 실정(失政)에 쏟아지는 비판에 꿈쩍도 않는 이유를 알겠다. 이게 바로 문제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새가슴'이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올바로 간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잘못을 고쳐야 풀리는 것임을 문 대통령은 잘 알아야 한다.

2020-08-29 06:30:04

[야고부] 싹쓸이와 환불

[야고부] 싹쓸이와 환불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SSAK3)가 3개월에 걸친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비·정지훈)으로 구성된 '싹쓰리'는 여러 곡을 음악 차트에 올려놓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싹쓰리'란 그룹 이름은 온라인으로 팬이 정해줬다. 차트를 싹쓸이한다는 의미와 쓰리의 3명이란 뜻을 섞어 만든 이름이다. 그룹 이름처럼 올여름 가요계는 물론 팬들의 마음까지 싹쓸이했다.싹쓸이는 모두 다 쓸어버리는 일을 뜻한다. 프로 야구에서 정규 시즌 중 한 팀이 3연전을 모두 승리하면 싹쓸이 승(勝)을 했다고 한다. 싹쓸이는 고스톱에도 자주 등장한다.문재인 정권에서 툭하면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싹쓸이다. 4·15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18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의 준엄한 요구인 여야 협치(協治)는 물 건너갔고 민주당은 폭주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에 지지율이 역전당하는 빌미가 된 것은 여당의 상임위원장 싹쓸이 탓이었다.사정기관 요직과 수장 자리를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싹쓸이하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 정부 때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한 사람들로 자리를 채운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차장, 경찰청장, 국세청장이 대표적 사례다. 대통령이 자기와 인연 있는 인사들로 사정기관 전체를 메우다시피 한 것은 거의 없는 일이다.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검찰 '빅4'를 호남 출신이 싹쓸이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올 1월, 8월 인사 등 두 번이나 호남 출신 검사들이 독식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지역주의 인사"란 지적까지 나왔다. 호남 출신인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조국 줄' '추미애 줄' 잡고 동료, 조직, 자존심을 짓밟고 일하는 검사들이 요직을 독차지(천박하게는 싹쓸이)한 인사"라고 꼬집었다.'싹쓰리' 다음 프로젝트로 '놀면 뭐하니?'는 여자 가수 4명으로 구성된 '환불원정대'를 선보였다. 문 정권의 도를 넘은 싹쓸이에 정권을 출범시켜 준 국민이 정권을 향해 환불을 요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2020-08-28 06:30:00

[야고부] 달성공원, 웬 성지!

[야고부] 달성공원, 웬 성지!

'아아, 슬프다. 우리 동포여! 우리 동포는… 방조를 주고 천직을 다하기 바란다.'1915년 8월 25일, 대구 달성공원에서 결성된 비밀 독립운동 단체인 대한광복회는 이런 포고문을 뿌리며 국내외 조직망을 갖춰 자금을 마련, 만주지부장 김좌진 장군 같은 해외 독립운동가를 돕고 무장투쟁도 펼쳤다. 여기에는 박상진 총사령, 우재룡 지휘장 등 전국의 의인(義人)이 힘을 뭉쳤다.이어 1928년 5월 20일, 같은 달성공원 숲속에서는 또 다른 독립운동 비밀결사 'ㄱ당(黨)'이 결성됐다. 독립 자금을 모아, 젊은이를 나라 밖 중국의 군사교육학교로 유학을 보내고 만주에 땅을 개척해 조국의 독립 기지 터로 삼는 등의 목적을 위해서였다. 저항시인 이상화 등 대구의 젊은이를 비롯한 여럿이 참여했다.이들 단체 결성 외에 달성공원은 독립운동가들 모임의 비밀 장소였다. 사실 달성공원에서의 이런 비밀결사 결성과 독립운동 모의는 일제의 허를 찌르는 대담한 행동이었다.이미 달성공원은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 1910년 경술국치를 거치며 일본인의 성지로 변했다. 대구 일본군 주둔지로, 대구 일본인 피난처로, 이후 일본인을 위한 제단 마련에, 그들 제사(신사) 공간까지 갖춘 그들만의 신성한 장소였다. 일제 앞잡이와 밀정이 불을 켠 시절, 바로 그런 달성공원에서 독립을 위해 젊은이들이 모였다.이런 사연의 공원이니 광복 뒤 대구 사람들로선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1946년 공원 신사 내부 철거에 이어 1966년 신사 건물도 없애 흔적을 지웠다. 대신 1948년 이상화 시인을 기리는 시비를 세웠다. 하지만 두 독립운동을 위한 기억은 없었다.이런 까닭에 지난 2018년부터 대한광복회 결성 날이면 대구의 뜻있는 시민들이 하나둘 모였다. 올해 세 번째로 지난 25일, 달성공원에 (사)독립정신계승사업회와 만민공동회 회원 50여 명이 무더위에 굳이 모인 뜻도 같다. 이들의 바람은 달성공원 독립운동을 잊지 말자였다.올해는 소망이 하나 더 늘었다. 달성공원을 대구 독립운동 성지로 만들고자 대한광복회 결성 기념비라도 세우자는 염원이다. 이왕이면 'ㄱ당' 조직 기념까지 하면 어떨까 싶다. 내년 8월 25일, 달라진 달성공원이 될지 어떨지 그려 보느라 더위와 코로나를 잠시나마 잊었다.

2020-08-2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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