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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어느 노부부의 기부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소개된 80대 할머니의 사연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할머니는 88세 병든 할아버지와 함께 평생을 일군 400억원대 재산을 대학에 기부했다. 손수레 과일 장사로 시작해 42년 전 서울 청량리에 처음 건물을 샀고, 그 이후 옆 건물을 계속 사들여 엄청난 부를 일구었다.그러나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우리의 평범한 할머니·할아버지처럼 힘겨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적은 밑천에 은행 등으로부터 빚을 얻어 재산을 일구다 보니 재산은 늘었지만 원리금 갚느라 고생이 많았다. 할머니도 지난 삶의 모습을 "이자 갚는다고 죽을 둥 살 둥 살았다"고 표현했다.가슴 뭉클하다. 평생을 바쳐 일군 삶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전 재산을 자기 자신과 애지중지하는 혈육을 제쳐놓고 사회를 위해 전부 내놓는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 따라 하기 힘든 어려운 결정이다. 제발, 기부받은 대학이 할머니·할아버지의 뜻을 제대로 잘 받들길 간절히 바란다.솔직히 필자가 꿈꾸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김밥 할머니 등 평생 고생하시면서 자기희생만 해왔던 어르신들이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는 걸 보고 감동과 더불어 안타까움을 함께 느꼈다.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사는 우리가 '기꺼이' '염치없이(?)' 김밥 할머니의 돈을 받아야만 하는가?" 하는 물음이 생겼다.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 발전에 따라 상당한 부를 축적한 수많은 자산가들이 있고, 평범한 생활인이라고 하더라도 내 이웃과 사회를 위한 조그만 나눔이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의 경제생활을 누리고 있다. 기부가 일생의 과업이 아니라, 우리 일상적인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각자의 형편과 사정에 맞는 돈의 기부와 재능 나눔이 생활 그 자체가 되는 그런 사회를 필자는 꿈꾼다. 특정 몇몇 사람의 희생과 헌신에 의해 유지되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모두를 위해 함께 사는 사회를 꿈꾼다.김밥 할머니는 어렵게 모은 재산으로 늘그막에 인생의 행복과 즐거움을 맘껏 누리시다가, 그 유산을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자녀들이 사회에 기부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희생과 헌신의 감동보다, 나눔과 봉사가 생활이 되며 모두 함께 행복해 할 수 있는 세상이 진짜 선진사회가 아닐까?

2018-11-13 08:06:39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대구청소년지원재단 10년

"대구청소년의 모습이 바로 대구이다."지난주 대구청소년지원재단 출범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에 앞서 대구경북 청소년의 우울증이 3년 사이 32%나 급증했다는 보도(본지 10월 8일 자 1면)가 있었다.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 교우관계, 학업스트레스 등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성대한 기념식의 뒤끝이 왠지 찜찜하다.그래서 대구청소년들의 객관적 삶의 지표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증이 생겼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에서 매년 조사·발표하고 있는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유니세프 웰빙지수 활용)를 살펴봤다. 세종시 포함 18개 시·도 중 청소년 삶의 만족도 4위, 참여·권리 만족도 3위, 활동여건 만족도 4위 등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는다(2018년).그런데 통계의 함정이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 삶의 만족도는 OECD 비교대상 23개 국 중에서 최하위이다. 그것도 꼴찌인 우리나라(72점) 바로 앞에 있는 체코(80점)보다 월등히 낮은 점수를 보이고 있다. 대구청소년이 국내 다른 시·도에 비해 특별히 더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 다른 나라 청소년들에 비해 '엄청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은 이미 올해 정부가 최종 발표한 '6차 청소년정책기본계획' 비전에 나와 있다.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환경에서, 청소년들이 자기주도적 참여와 활동을 통해, 현재를 즐기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어 자립할 수 있도록 하고, 청소년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이런 측면에서 '10주년 기념식'은 청소년지원재단 10년을 축하하기보다, 지난 10년간의 노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도약의 새로운 10년을 다짐하는 자리의 의미가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족한 예산과 하드웨어 시설의 확충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개선은 더 중요하다. 많은 예산의 투입 없이도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파하는 청소년들 앞에서 '돈 타령'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대구청소년을 위한 민관협력 네트워크 구축, 청소년 분야 전문성을 가진 행정조직, 청소년정책 연구·개발 기능 확보, 청소년 기관단체의 구심점(hub) 기능 강화 등은 미룰 수 없는 실천과제이다. 대구청소년의 모습이 바로 대구이다.

2018-10-16 11:55:09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청와대 변명과 역지사지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의원의 '폭로'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청와대와 여권은 '불법으로 입수한 자료'라는 점을 강조한다. 검찰은 심 의원실을 압수수색했고, 기획재정부는 추가 고발 태세다. 국민의 관심은 그 '내용'이 뭔지에 쏠린다."뭐 땀시 저 야단일꼬?"공개된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은 왜 난리인지를 짐작게 한다. 현 청와대는 전 정권 인사들의 특활비 사용을 문제 삼아 적폐로 몰고 모조리 감방에 가두었다. 그런 그들은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사용했을까.첫눈에 들어온 것은 광화문 일대 레스토랑 등 고급 음식점과 와인바를 비롯한 주점에서 결제한 내역이다. 유명 스시집에서 38회에 걸쳐 1천130만원가량을 결제했다. 가장 저렴한 저녁 코스 요리가 12만원이란다. 식사 대접 1인당 3만원 미만으로 규정한 김영란법이 우습게 되었다. 업무추진비를 쓸 수 없는 심야 시간(오후 11시 이후), 토·일요일에도 백화점, 미용업종, 술집 등에서 사용했다.얼핏 이해하기 힘든 것은 세월호 미수습자 참배일에 술집에서 업무를 추진했고, 골프장에서도 업무를 추진했다는 점이다. 무슨 상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 직원들의 맹활동(?)을 업무추진비는 증명한다.청와대도 할 말은 있다. "청와대 업무 특성상 24시간, 365일 업무를 추진하고 있으며, 외교안보 등의 업무는 심야나 긴급 상황, 국제 시차 등으로 통상 근무시간을 벗어난다." "청와대 활동은 때(세월호 참배일)와 장소(골프장)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로 해석할 여지도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청와대의 변명·해명이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온갖 특수한 상황이 맞물려 있는데, 이걸 획일적 잣대로 '의혹' '비리'라고 하면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그런데 청와대만 억울한 게 아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골병드는 영세업자·알바생·하층 노동자들의 절규는 생존권에 관한 문제다. 서민을 위한다면서 서민을 때려잡는 비현실적 정책의 '획일적 시행'으로 국민과 나라 경제가 골병들고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대통령 지지율 인기투표가 국가 경영은 아니다. 이번 업무추진비 폭로 소동이 이념보다 현실의 중요성을 청와대 인사들에게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2018-10-03 05:00:00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대학개혁, 뉴 패러다임  

대학 개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입생 급감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도 그럴 것이 33년 전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100개도 안 되던 대학(전문대학 포함)이 이제는 400개가 훨씬 넘는다고 하니, 많아도 너무 많다. 엉터리 대학 정책의 당연한 결과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대학 수만 늘린 결과, 대학은 과열경쟁인데 대학경쟁력은 별 볼 일 없는 것이 현주소이다. 일반적으로 경쟁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높인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은 생존을 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왜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까? 여기에 대학정책의 모순이 있다. 교육 관료와 정치인, 그리고 대학을 이권으로 생각하는 일부 사학의 이기심이 초래한 '대학과잉'은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가져왔고, 교육부는 재정지원을 빌미로 온갖 평가를 통해 '대학 간 생존경쟁'을 시켰다. 이런 와중에 '서울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지방 명문대조차 우수 인적자원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지방을 피폐화시켰고, 수도권에 위치한다는 것만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되는 기형적 구조를 만들어냈다. 지방대학은 아무리 애써도 돌파구를 찾기 어렵고, 서울지역 대학은 가만히 있어도 (신입생 유치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되는 이런 구조 속에서 어떻게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을까. 또 있다. 대학 자체가 경쟁 단위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수많은 명문대학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명문대학인 아이비리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학과와 연구기관을 보유한 명문대학들이 즐비하다. 백화점식 학과가 난립한 한국 대학에서 대학 간 경쟁은 '너 죽고 나 살자'는 것에 불과하다. 상살(相殺)의 아비규환이다. 모든 것이 열악한 대학들이 서로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평가기준에 목을 맬 때, 교육은 망국지계(亡國之計)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대학의 현실이 그렇다. 앞으로 계속될 대학 구조조정의 윤곽은 이미 드러났다. 이제는 구조조정과 더불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아마도 '지방분권형 대학공유협력체제'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 늦기 전에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2018-09-12 05:00:00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문화도시 대구의 힘!  

'대구는 문화예술의 도시'라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공감할까 한번 생각해 본다. '대구의 잃어버린 30년'을 살아온 젊은 세대들은 "대체, 뭔 소리?" 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구를 문화도시·교육도시로 기억하는 기성세대조차도 석재 서병오 선생이나 이상화, 현진건, 이쾌대, 이인성, 박태준, 현재명 등 기껏해야 한국 근현대사 인물들을 회상하게 되는 것이 대구의 현실 아닐까.그런데 대구가 지금도 여전히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것을 알려주는 '객관적 사실'이 전해져 관심을 끈다. 대구산 뮤지컬 '미용명가'(중국명 메이파밍자)의 대본이 올가을부터 중국 대학의 연극과 교본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이다. 연말에는 이 교본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작품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국인이 쓴 시나리오가 중국 대학 교재가 된 건 사상 처음이다. 문화대국으로 자처(?)하는 중국인의 속성상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사실 100% 대구산 미용명가(연출·제작·각색 이상원, 극본 안희철)는 2010년 대구 뉴컴퍼니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한 이후 국내 300회, 중국(2012년 이후) 내 40회 공연으로 이미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중국CCTV 등의 투자를 받아 한국·중국 배우 동시 캐스팅으로 영화화하기 직전, '사드 사태'가 터졌다. 하지만 계획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미용명가가 중국대륙에 대구(경북)라는 도시의 문화적 우수성을 알리고, 대구시민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길 기대한다.또 있다. 9월 14일부터 10월 21일까지 열리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돈 카를로'에 현역 세계 3대 베이스로 꼽히는 연광철 독일 주정부 궁정가수가 출연한다. "그게 대체 뭐, 어쨌다고?", 반문하는 시민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유럽 등지의 오페라 애호가들은 난리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잘하는 줄은 알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모든 예술의 총아로 불리는 오페라가 대중화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의지만 있다면 오페라를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 문화인이 부러워하는 '대구시민의 특권'이다. 올가을에 대구문화의 자부심과 특권을 온전히 누리는 대구시민이 되어 보자.

2018-08-29 05:00:00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공론화(空論化) 정부?

2000년 초 '매일신문 인터넷 imaeil.com을 이용한 공론장 활성화 가능성 연구'를 석사 논문 주제로 삼았다. 주목받기 시작한 인터넷, 특히 지역 중심 언론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잘 활용해 공론장(公論場)이 만들어지면 민주주의와 지역사회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논문은 그냥 논문으로 끝났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공론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누구보다 기뻤고 기대 역시 컸다. 기대가 우려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원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대체, 이게 뭐지?' 하는 불안감이 앞섰다. 공론장은 정보의 비대칭성, 부정확성, 다양한 관점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해소해 보다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다. 공론과 여론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하지만, 여론이나 공론만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전문성 없는 몇백 명 시민을 모아서…. 역시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원전공론화위는 정부의 기대와는 반대로 '원전 공사 계속'을 결정했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다. 올여름 폭염으로 탈원전 정책은 또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기후와 산업구조 변화로 전기 수요는 급증하는데 가장 경제적이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없애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또 사고가 터졌다. 개편 1년 유예 뒤, 20억원을 쓴 석 달의 대입제도개편공론화가 '하나 마나 한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방침과 공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자 '살짝' 왜곡한 냄새까지 풍긴다. 대입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에 추가 질문을 던져 '정시 소폭 확대'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시민참여단은 평균적으로 정시를 39.6%(현재 20%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론화는 계속할 계획이다. '학교폭력 개선안' '유치원 방과후 영어학습'을 비롯해 '(특정 지자체의) 지하철 건설'도 공론화 대상이란다. 정부의 뜻과 맞으면 '밀어붙이는' 핑계로 삼고, 다르면 '물타기 하는' 공론화(空論化) 정권이라는 오명이 생길까 걱정된다.

2018-08-15 05:00:00

[세사만어 世事萬語] 쿠오바디스, 대한민국?  

점입가경(漸入佳境)이지만, 전혀 즐겁지 않다. "이게 나라냐?" 분노는 촛불의 함성을 초래했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 이미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의 운명을 오히려 더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무사 계엄 문건은 그 폭로의 정치적 속셈 여부를 떠나 대단히 위험하고 부적절하다.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로서 군의 역할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 기무사가 권한을 남용해 계엄 문건을 만들고 헌법을 위반해가면서 국회와 언론까지 통제하려고 한 '내용'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 대한 모욕이자 반역에 가깝다. 설사 참고 자료라고 하더라도 '감히' 헌법과 법률을 가볍게 여기는 주동자들의 위험한 사고방식은 엄단 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과 헌법에 대한 모독은 지금도 계속되는 양상이다. 교육부는 초·중등 역사교과서 최종 개정안에서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북한 도발' '북한 인권' 이 세 가지 문구를 삭제했다. 집필자들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교육 과정 성취 기준에는 '자유'를 뺀 '민주주의'를 그대로 남겨두고, 참고 사항인 해설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헌법에 규정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빼려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꼼수'를 부린 것이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대등한 관계이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북한의 '인민민주주의'가 다 같은 '민주주의'라는 식으로 미래 세대를 오도시킬 개연성을 의도적으로 남겨둔 느낌이다. 북한인권법에 맞춰 설립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정부과천청사에서 법무부 내 대표적 한지(閑地)인 용인분원으로 축소 이전하는 것 또한 북한 눈치 보기의 결과로 보인다. 헌법과 법률, (북한 주민의) 인권보다 김정은 눈치 보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일까.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이중적 태도'는 어쩌면 현 위기의 본질일지 모른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재판 거래 의혹, 기업 원가 공개 등 거의 모든 사회적 이슈에는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있다. "대한민국이여, 대체 어디로 가시나이까?"

2018-07-31 15:13:02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계명대 vs 조양호

학교법인 계명대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과 더불어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갑질 논란과는 좀 다른 차원이다. 두 사건 모두 대형병원과 특수관계인이 약국 개설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취했거나 취하려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물론 구체적 상황은 차이가 있고, 둘 다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조양호 회장의 알려진 혐의(?)는 이렇다. 부동산관리 계열사인 정석기업을 통해 차명으로 인하대병원 인근에 대형약국을 개설하고 부당이익금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른 바 '사무장 약국'을 통해 18여 년간 챙긴 건강보험료만 1천억여원이라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인하대병원이 속한 인하대학교 이사장(사실상 소유주)이다. '학교법인' 계명대는 신축 동산의료원(성서) 인접 재단부지에 '제2종 근린생활시설 및 업무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아 동행빌딩을 짓고 임대 입찰을 시행했다. 그러면서 "직접 약국을 운영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한다. 또 "약국을 하려는 사람이 낙찰을 받더라도 약사 자격을 가진 당사자가 약국 개설을 등록하고 영업을 할 것인 만큼 의약분업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임차인이 뭘 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것이다. 입찰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30~60평 남짓 공간의 월세가 3천만~4천400만원 사이이고, 월세의 12개월치를 보증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소문이 났다. 그것도 최고의 요지는 유찰된 것이 그렇다. 동산의료원의 외래환자를 독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약국 이외에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은 없다는 것이 일반의 상식에 가깝다. 낙찰받은 약사가 횡재한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다음 번 입찰에서 보증금과 월세는 더 올라갈 것이다. 결국 동산의료원 인접 약국빌딩의 최대 수혜자는 학교법인 계명대가 된다. 동산의료원은 학교법인 계명대의 부속기관이다. '위법이냐' '편법이냐'를 두고 향후 법적 공방이 치열해질 것이다. 그러나 만일 대형병원을 가진 재단들이 모두 계명대나 조양호처럼 이익을 취하려 한다면 '병원 내 약국 개설을 엄격히 금지'하는 약사법은 사실상 사문화되고, 의약분업의 근간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2018-07-18 05:00:00

석민 편집국 선임기자

[세사만어] TK와 한반도-북방협력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을 비롯한 대북 경제협력 또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모든 것이 장밋빛이다. 남북 간 철도가 연결되면, 부산에서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여행을 가겠다는 낭만적인 계획을 밝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필자 역시 똑같은 희망사항을 피력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남북 경제협력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진정한 의미의 진일보가 가능하다. 남북 경제협력은 또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의 대외정책·개발정책과 맞물려 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로 날아가 시진핑과 푸틴을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이다. 북·중 경제협력은 반드시 중국 일대일로 전략의 큰 틀에서 진행될 것이다. 남북 경제협력 역시 이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일부 나라에서 신식민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남중국해 등에선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공동번영의 플랫폼이 아니라 중국식 패권주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드 사태에서 겪었듯, 우리의 남북 및 한반도-북방 경제협력은 튼튼한 안보의 뒷받침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일부 좌파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강건한 한미동맹이 토대가 된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북한의 개혁·개방을 포함한 북방경제(북한-중국-러시아)는 거대한 용틀임을 시작했다. 다소 완급의 조절은 있겠지만 도도한 역사적 흐름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에 기반한 대한민국의 전략과 대구경북(TK)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행히도 대구경북연구원에서 '한반도와 북방 협력시대를 맞아 대구경북의 대응 전략'을 찾기 위한 연구팀을 발족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시대적 흐름과 세상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잃어버린 30년을 보낸 TK이다. 역사적 터닝포인트에 막 들어선 지금이야말로 대구경북 몫의 자부심과 긍지를 되찾을 절호의 기회다.

2018-07-04 05:00:00

석민 편집국 선임기자

[세사만어] 이유 없이 쉬는 사람들!

북미 정상회담도, 지방선거도 다 끝났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그 나름의 실속을 챙긴 것 같다.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 반면에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갈 길이 아주 멀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자신들이 챙긴 실속의 청구서를 조만간 대한민국에 내밀 태세다. 한·미동맹마저 금전적으로 접근하는 트럼프의 속물근성이 원망스럽지만, 이게 국제 현실이다. 지방선거는 야당의 폭망으로 막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강력한 추진 동력을 얻었다는 의미이다. 대북 지원과 보편적 복지,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각종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 완화를 위한 정부 지원 등에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될 것이다. 문제는 경제다. 나라의 곳간은 세금으로 채워지고, 삶의 질은 소득에 비례한다. 일자리 없는 국민에게 복지와 평화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지난달 '이유 없이 쉬는 사람'이 202만 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60세 이상이 85만8천 명으로 10년 전보다 50%나 늘었다. 50대도 3분기 연속 늘어나면서 40만 명을 넘었다. 이들은 실업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더 큰 문제는 20대 중에서도 '이유 없이 쉬는 사람'이 30만 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육아나 가사를 돌보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취업을 준비하는 것도, 몸이 아픈 것도 아니면서 '그냥 격렬하게 쉬는' 젊은이의 수가 엄청나다. '일할 의지조차 없는 한국의 대졸 무직자'는 24.4%로 OECD(2013년 통계) 국가 중 그리스, 터키 다음으로 높다. 그러나 현 정부는 문제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는 느낌이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노인 인구 자체가 늘어난 것이 60세 이상 이유 없이 쉬는 사람이 증가한 원인'이라는 설명이 그렇다. 자식이 이유 없이 쉬고 있는데, 부모마저 이유 없이 쉴 수밖에 없는 기막힌 상황을 우리는 현실로 직시해야 한다. 경제정책을 강남좌파의 안락의자에 앉아 머리와 이론만으로 해서는 안 된다. '이유 없이 쉬는 사람들'에게 퍼주기가 아니라 일할 희망과 용기를 주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평화와 복지가 시작된다.

2018-06-20 05:00:00

석민 편집국 선임기자

[세사만어] 연금사회주의

대한항공 조양호 일가의 패륜적(?) 갑질이 연금사회주의 논란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조 씨 일가의 이번 사건은 쉽게 넘어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마음 한쪽은 여전히 썰렁하다. 시간이 흐르면 조 씨 일가는 또 재벌 가문으로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재벌은 영원하다!'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박사는 연금사회주의란 용어를 창안했다. 연기금이 대기업들의 최대 주주가 되면 결국 연기금의 주인인 노동자가 연기금을 통해 기업을 움직이는 새로운 사회주의가 시작된다는 이론이다.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로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너 갑질로 대한항공의 주식은 10% 이상 하락했고, 그 피해는 국민연금에 노후를 맡긴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 상황이기 때문이다.문제는 일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13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만 276개에 달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네이버·LG화학·신한지주 등 대표적 기업의 1대 또는 2대 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복지부 장관을 지낸 문형표 씨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했다. 그런데 이번엔 문 정부 스스로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미치겠다고 나선 셈이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인 만큼 권력의 입맛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적폐 중의 적폐가 개혁을 빌미로 재연될 조짐이라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문 정부는 교과서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버렸다. '인민'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처럼 '사이비' 또는 '유사' 민주주의도 마치 민주주의의 한 종류인 것처럼 오도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따랐다. 조양호 일가 '빈대' 잡으려고 한국 경제를 망쳐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는 대한민국의 핵심이다. 빈대 잡는 데는 파리채로도 충분하다.sukmin@msnet.co.kr

2018-06-06 05:00:00

[세사만어 世事萬語] 대구와 청소년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분위기는 썰렁하다. 예전처럼 장밋빛 공약이 남발되고 있지도 않은 것 같다. 선거가 성숙해졌다기보다는 왠지 대구라는 도시가 활력을 잃어버린 듯해 안타깝다. 대구의 전성기는 언제쯤이었을까? 일제강점기 평양, 서울, 대구 3곳에 의학전문학교가 생겼다. 한반도 남반부의 중심 도시가 '대구'였던 셈이다. 해방 이후 민주화와 산업화의 싹도 대구에서 틔웠다. 대구 정신의 자랑인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이 이런 배경에서 태동했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는 시대적 변곡점이었다. 세상이 바뀌고 있었다. 그러나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권력의 장기집권에 대구는 취해 있었다. 정보화 시대의 돌입과 IMF 외환위기로 대구의 쇠퇴가 피부로 느껴지자, 빼앗긴 권력을 탓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 이후에도 대구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국적 왕따(?)로 전락하고 말았다. 권력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대구 정신은 시나브로 사그라졌다. 다섯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고관대작을 지내고 부와 명예를 쌓은 대구(경북) 출신 엘리트가 즐비하다. 국가 발전에 기여한 출중한 능력을 보인 분도 많다. 반면에 대구는 날로 쪼그라들고 있다. 그동안 대구 출신 엘리트에게 대구가 이용만 당했다면 너무 지나친 자기비하일까? 어쨌든 대구의 재기는 인재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엘리트만 인재인 것은 아니다. 물론 권력부명예는 더 크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된다. 이 때문에 우리 대구에겐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애틋한 마음을 가진 그런 엘리트가 필요하다. 또 크든 작든 맡은 바 자리에서 아름다운 삶을 가꿔 나가는 성숙한 민주시민이 필요하다. 이런 바탕은 청소년 시기에 결정된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어쩌면 오늘날 대구의 실패는 대구 청소년 정책의 실패였을지도 모른다. 대구인이 대구 정신을 되찾을 때 대구는 다시 일어서리라 믿는다.

2018-05-23 00:05:00

[세사만어 世事萬語] 민주주의 '적' 네이버?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민주주의 신념의 대변자 중 으뜸으로 꼽힌다. 미국 독립선언문이 그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대통령 취임 연설 서두에서 "…비록 모든 경우에 다수의 의사가 관철되어야 하지만 그 의사가 올바른 것이 되려면 합리적이어야 하고, …그것을 침해하는 것은 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공론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민주주의 역사가 깊은 서구에선 인터넷 환경에 의한 정치적 양극화와 황색저널리즘의 창궐을 우려했다. 우리는 반대였다. 인터넷이 미디어의 다양성과 참여 민주주의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난립한 인터넷 매체는 언론의 다양성으로, 인터넷 공간의 폭력성은 표현의 자유를 방패로 애써 외면했다. 국정원'기무사 댓글 조작 사건에 이어 드루킹 사건이 터졌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가기관의 댓글 조작과 개인의 일탈(드루킹 사건)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댓글'공감 수 조작을 통해 여론을 오도하고 왜곡하려 했다는 점에선 '본질적으로 같은 사건'이라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드루킹 사건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심 또한 합리적이다. 경찰'검찰의 '뒷북치기' 면피용 수사는 드루킹 사건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매크로'킹크랩 등을 이용한 손쉬운 여론 조작 기법을 알고 있었다면, 제2, 제3의 또 다른 드루킹이 존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온라인 여론 조작은 이미 놀이이자 문화이며,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모든 불법과 부작용, 비리의 핵심에는 인터넷 뉴스 유통을 독과점하고 있는 포털 네이버가 버티고 있다. 조작된 여론, 조작된 공론장은 디지털 민주주의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인격 침해도 심각하다. 2013년 이후 4만3천 개가 넘는 악플을 달며 프로야구 박병호(넥슨) 선수를 인신공격하는데도 네이버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난에 겨우 미봉책을 내놓으며 위기를 넘기려 한다. 왜곡된 온라인 뉴스 유통과 독과점의 폐해, 공론장의 왜곡을 해결할 국회의 입법도 지지부진하다. 오늘도 많은 시민은 네이버로 뉴스를 본다. 네이버 비판은 쏙 뺀, 네이버에 의해 편집된 뉴스를. 이제 포털 공룡 네이버는 한국 민주주의의 적으로 우뚝 섰다. 디지털 민주화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8-05-09 00:05:01

[세사만어 世事萬語] 이럴 줄 알았다!

3월 국내 실업률이 17년 만의 최악인 4.5%를 기록해 충격적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대구와 경북이다. 대구의 실업률은 5.7%이고, 경북도 5.4%에 이른다. 지난해 말 대구의 청년실업률은 무려 12.6%였다.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만큼 어려운 지역을 찾기 어렵다. 강남좌파 경제정책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고용시장을 자극해 고용 쇼크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조만간 시행될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어떤 재앙(?)을 가져올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목표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시장의 안정,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인데 실제로 나타나는 결과는 반대이다. '시장'과 '현장'을 제대로 모르니(아니면 철저히 외면하거나)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 그런데 대구는 좀 다른 측면이 있다. 물론 최저임금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제한적이었다. 왜냐고? 한국노총 대구본부 관계자는 "상당수 사업장은 정기 상여금과 각종 수당 등을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실질적 임금 인상 없이 노사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노·사·정이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 '복리후생비와 각종 수당' '식비'숙박비'를 포함시키느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왜 대구 노동계는 이런 노사 합의에 동의했을까? 권익을 주장하기 힘들 정도로 대구 기업이 어렵다는 것을 노동자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대구의 실업률을 비롯한 고용지표는 '최악 중의 최악'인가? 최근 대구에 온 고용노동부 간부의 말이다. "이상합니다. 고용과 경제 관련 통계를 모두 꼼꼼히 살펴봤는데요. 대구 고용지표 추락의 원인이 경북, 특히 구미의 산업기반 붕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구와 경북, 특히 구미는 어떤 관계에 있죠?" 정말 그렇다. 삼성의 모바일이 베트남으로 옮겨가면서 한때 5천 명을 헤아리던 대구의 모바일산업은 붕괴되었고, LG디스플레이가 파주로 가면서 대구 인구가 줄고 북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한때 경북의 경제성장률은 전국 평균을 웃돌았으나, 2010년 이후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대구보다도 오히려 더 낮아졌다.(2010~ 2016년 전국 평균 2.9%, 대구 2.7%, 경북 2.1%) 경제와 고용이 살아나려면 시장(market)과 현장을 제대로 알고, 이에 맞춰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도의 행정구역만 들여다보고 있는 관료와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장'군수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내, 이럴 줄 알았다".

2018-04-25 00:05:00

[세사만어 世事萬語] 유학탈북과 교육부

탈북자가 크게 줄었다는 소식이다. 북한의 단속 강화가 탈북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탈북자 단속은 과거에도 있었다는 점에서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가 어렵다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시절'만큼 절박하지는 않다는 방증이기도 한 것 같다. 당장 굶어 죽을 상황이 아닌데, 구태여 목숨 걸고 탈북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놀랍게도 탈북자 가운데 한국(서울)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북한을 떠난 '유학형 탈북'은 늘었다는 분석이다. 생존을 위해 탈북할 필요는 없지만, 자식 교육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하는(또는 자식만 탈북을 감행시키는) 북한의 노동당 간부와 돈주(=북한식 사업가)가 많다는 것이다. 정말, 자식 교육에는 모든 걸 다 바친다는 점에서 분명 '우리는 하나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 교육은 '어느 (명문)대학에 보내느냐?'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대학 입시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는 학부모들이 목숨을 걸고 절규하는 핵심 가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그동안 겉으로 추구하는 목표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켜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추진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모집은 금수저들의 깜깜이 전형으로 변질됐다. 최대 피해자는 서민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다. 이들은 비록 고액 과외를 받을 형편은 안 되지만 그래도 스스로 공부해 (고액 과외를 받은) 금수저 못지않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학종 등이 요구하는 멋진 스펙과 내용을 채울 만한 컨설팅을 받을 돈이 없을 뿐이다. 유명 학술지에 이름을 슬쩍 올려줄 부모가 없을 뿐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아니라 부모(조부모 포함)의 능력에 따라 대학과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 과연 교육의 정상화이고 공정한 사회인가? 행복은 절대로 성적순이 아니다. 성적이 인격과 미래의 성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성적이 다른 어느 것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라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따라서 대입 전형의 기본은 학생들의 능력과 노력을 비교적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볼 수 있는 수능 중심의 '정시'이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수시모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객을 은근슬쩍 바꾸는 것은 금수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음모(?)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수능을 무력화시키는 정책과 수능을 강화하는 정책을 번갈아 발표한 우왕좌왕 교육부가 여론 폭탄을 맞고 있다. 이러다간 교육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자식을 유학탈북시킨 부모들에 의해 평양에서 열릴 판이다.

2018-04-11 00:05:00

[세사만어 世事萬語] 자갈마당 지주(地主)

대구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 일대가 민간개발로 흐름이 잡히고 있는 분위기다. 공공 주도 개발은 재원 부담에다 의무시설(공공시설 및 녹지 등)로 인해 투자비 회수 가능성이 낮은 반면에, 민간개발은 개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자갈마당 토지 소유주를 설득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의 성매매집결지 중 '철거된 곳'은 대부분 민간개발 방식을 택했다. 땅을 가진 사람이 그 이익을 극대화하고 싶어 하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림칙한 측면이 있는 것은 자갈마당 지주(地主)의 독특한 특성 탓이다. 그들은 결코 선의의 시민이라고 하기 어렵다. 자갈마당은 일제강점기 대구읍성을 허문 흙으로 저습지의 물을 메워 만들어졌다. 1894년부터 10년간 일본군 통신대가 주둔했고, 1908년 집창촌이 건설되었다. 무려 110년의 성매매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자갈마당 지주들은 이곳이 불법 성매매 지역인 줄 알고 땅(건물 포함)을 소유하였고, 그 불법행위들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워낙 은밀하고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일이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일부 지주들은 성매매 업소를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는 귀띔이다. 임대를 했다고 하더라도 불법 성매매를 이용해 막대한 부당 이익을 올린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생계형 성매매 여성이나 운영자(일명 포주)와는 차원이 다르다. 민간개발은 이해관계자, 특히 지주들의 이익을 최대한 높이려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곧 난개발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벌을 받아야 할 지주들이 오히려 엄청난 개발 이익을 독점할 수 있는 딜레마가 자갈마당 민간개발에 숨어 있다. 또 자갈마당 일대의 난개발은 인근 달성토성 복원 등을 통한 대구도심재생사업에 걸림돌이 된다. 더욱이 자갈마당은 우리 역사의 어둡고 아픈 장소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자갈마당은 우리가 그냥 흔적도 없이 싹 뭉개 없애 버려도 좋을 그런 곳이 아니다. 시민적 고민과 합의가 필요하다. 자갈마당 민간개발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민이 동의하는 '자갈마당 폐쇄'의 현실적 방안이 바로 민간개발이라는 걸 인정한다. 그리고 민간개발을 통한 개발 이익의 상당 부분이 자갈마당 지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한다. 다만 대구시와 중구청, 대구시민이 자갈마당 지주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자갈마당 민간개발에 그 지역의 역사성, 공공성이 반영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지주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그동안 마이 무따 아이가!"

2018-03-28 00:05:00

[세사만어 世事萬語] 안희정/ 박수현/ 정봉주…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검찰에 깜짝 출석했다. 수사 준비를 끝내면 어련히 알아서 소환 통보를 할 터인데 허를 찔렀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국민께 도민들께 죄송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성폭행 피해자에게는 한마디 말조차 없었다. 왜? 아니나 다를까, 한 언론사는 안 전 지사가 검찰조사에서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성폭행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고 전했다. 로맨스였다는 주장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권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여권의 차세대 대권 주자로 각광받던 안 전 지사는 '내로남폭'(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성폭행) 정권을 탄생시킬 뻔했다. 안 전 지사의 만행(?)을 폭로한 김지은 씨에겐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의 추가 폭로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1년 넘게 수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추가 폭로가 없었다면, 김 씨는 '참, 나쁜 여자'가 될 뻔했다. 안 전 지사에게 '더좋은민주주의'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안희정 왕국! 안희정의 친구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구설에 올랐다. 친구 따라 차기 충남지사에 도전하는 여권의 예비후보다. '내연녀 공천 의혹'에 대해 폭로자의 부정청탁 요구 주장으로 반박했다. 이에 전 부인은 그의 복잡한 여자 관계를 또다시 폭로했다. 뭐가 뭔지 솔직히 헷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문재인 청와대의 '입'이었던 박수현 예비후보의 수신(修身) 제가(齊家)가 영 엉망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이 나라의 주요 보직에 있었는데, 어찌 세상이 편안할까.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로 이름을 떨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은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선언 당일 '성추행 의혹'이 폭로되면서 시련을 겪고 있다. 월간 '말' 기자 출신인 정 씨는 17대 국회의원 시절 교육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성추행 의혹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리다. 물론 정 씨는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부인과 재폭로가 이어지면서 법정 공방으로 치달을 기세다. 미투(Me Too)를 공작적(음모론적) 시각으로 분석한 '나 꼼수' 출신 김어준 씨가 또 한 말씀했다. "미투 폭로가 왜 진보 세력에서만 터져 나오느냐? (보수라고 성폭력이 없었을까?) (봐라, 내 말이 맞지!)" 뭐 이런 식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의 진보'좌파에게 미래가 있을까? 보수 적폐만이 오로지 그들의 살길이어서는 정말 곤란하다.

2018-03-14 00:05:00

[세사만어 世事萬語] 진보의 패거리 적폐

딴지일보 김어준 씨의 말이 논란을 빚고 있다. 그는 최근 미투(Me Too) 상황과 관련, "(공작의 시각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라고 말했다. 침묵을 강요받으며 고통의 세월을 보낸 성폭력 피해자들의 절규를 '문재인 정부' '진보적 지지자'에 대한 정치 공작 프레임으로 덧씌운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열병처럼 번진 미투 폭로에 대해 한마디 말조차 없다가, 26일 '뒤늦게' 엄정한 처벌을 지시했다. 그래도 여성비하·성폭력의 상징적 인물인 탁현민을 청와대 최측근으로 두고 있는 '말 못할 고심'이 대통령의 그동안 침묵에 담겨 있었던 것으로 이해할 만하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꿀 먹은 벙어리였던 것도 이해할 만하다. 성균관대 교수 시절, 정 장관은 성추행을 당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남정숙 전 교수를 외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직 주무장관으로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정 장관은 '뒤늦은' 27일 성폭력 근절 보완대책을 브리핑했다. 하지만 대표급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줄줄이 성폭력 가해자로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왜 입을 닫았을까. 평창동계올림픽 때문에 바빠서? 뜻밖에도 김어준 씨의 '예리한 분석'은 현 정부와 일부 진보세력의 비뚤어진 패거리 의식을 전 국민에게 펼쳐보이는 계기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봇물 터진 미투의 발단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이다. 바로 다음 날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즉각'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그리고 고은, 이윤택, 오태석, 조민기 등 문화예술계 저명인사들에게 연이어 미투 봇물이 쏟아졌다. 이재정(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도 '위선적'이라는 시궁창 물이 튀었다. 그러나 그토록 정의'인권을 외치던 여연, 한국작가회의,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같은 진보적 단체들은 입을 다물거나 한참 뒤에 면피용 대응을 내놓았을 뿐이다. 대체 뭐가 달라졌을까? 고은은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이고, 이윤택은 보수정권의 탄압을 받은 블랙리스트 1호, 조민기는 촛불 참여 연예인이라고 한다. 연출가 오태석(서울예대에서 퇴출)에 대해서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는 침묵일관이다. 그가 진보적 연출가이자 교수였기 때문일까. 서지현 검사 성추행 의혹 당사자가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지 않고 진보·좌파였으면 서 검사 역시 김어준의 공작 프레임으로 매도당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마저 '우리 편' '네 편' 가르는 패거리 적폐가 아찔하다. 보수적폐 청산이 한창이다. 그런데 진보·좌파의 패거리 적폐는 누가 청산할지 답답하다!

2018-02-28 00:05:00

[세사만어 世事萬語] 평창 정치 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 50조 2항을 보면, '올림픽 장소 및 기타 구역에서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혹은 인종적 선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포츠가 정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실은 다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문제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불참했고, 모스크바 올림픽과 LA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간 침공을 두고 각각 서방 진영과 공산 진영이 불참했다. 서울올림픽은 12년 만에 IOC 회원국 대부분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이때도 북한과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쿠바, 알바니아 등은 참가하지 않았다. 장웅 북한 IOC 위원은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만큼 정치가 행사 자체를 압도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 평창 정치 올림픽의 금메달 1순위 후보는 단연 북한이다.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 남북이 함께 논의해야 할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북한은 '일방통보'를 해대며 갑질을 했다. 핵강국 북한과 대한민국이 '대등할 수 없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이었을까. 어쨌든 대한민국 정부는 대북제재의 '예외적용'을 남발하며 귀빈(?) 모시기에 정성을 쏟았다. UN 제재 대상으로 벌을 받아야 할 북한이 오히려 정치 금메달을 목에 걸 상황이 되자, 미국이 태클을 걸고 나섰다. 펜스 미 부통령은 북한 인권탄압의 상징인 웜비어의 부친과 함께 방한, 탈북자를 만나고 천안함을 참배하며 북한의 잔혹성을 고발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와 미리 만나 '대북 압력 최대 강화'에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평창에 온다고 했다. 우리 여권 인사의 반응이 눈길을 끈다. "왜 같잖게 일본 총리가 나서 한미 훈련 재개를 이야기하나"(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북 건군절 열병식은) 김정은이 정상 국가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펜스 부통령은 잔칫집에 곡하러 오고 아베 총리는 남의 떡에 제 집 굿을 할 심산"(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북한과 미'일 중 누가 우방이고 적국인지 헛갈릴 지경이다. 이쯤 되면 이미 금메달은 북한 쪽으로 확실히 기울어진 셈이다. "평양올림픽이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금메달을 차지하더라도 그것이 핵 포기와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이라면 대한민국의 구차스러운 '을' 노릇도 그만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의 핵심인 '북핵 포기'에 대해 뻥끗도 못하는 남북대화, 정상회담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평창의 성화가 왠지 불안하다.

2018-02-14 00:05:00

[세사만어 世事萬語] 경북대 문제

얼마 전 집 부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우연히 청년들의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경북대 상위권 학과를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 바보야, 무슨 소리 하노! 무조건 서울로 가야지." 대학 진학을 두고 친구와 상담하는 수험생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마도 성적은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에 갈 만한 수준인 것 같았다. 세세한 내용까지 다 들을 수는 없었지만, 수험생은 부모님의 경제적 사정을 걱정하는 듯했다. 요즘 서울 유학 비용은 웬만한 중산층도 상당히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지역경제는 최악 중의 최악이 아닌가. 이 수험생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착잡한 마음은 오래갔다. 필자가 경북대 출신이고, 많은 동기와 선후배들이 이 수험생과 비슷한 고민을 '그 시절'에도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때는 "그래, 한 번 해보자!"며 과감히 경북대를 선택했었다. 지금도 그럴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에 경북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봤다. 세간의 평가와는 딴판이었다. ▷세계대학랭킹센터(CWUR) 대학평가 '특허분야' 세계 76위(국내 10위) ▷라이덴랭킹(4년간 국제저명학술논문평가) 국내 8위 (국립대 1위, 아시아 67위, 세계 386위) ▷상해교통대학 고등교육원 '세계대학 학술순위' 국내 9위(국립대 1위, 세계 401~500위권) ▷세계대학랭킹센터(CWUR) 국내 8위(국립대 1위, 세계 320위) ▷US뉴스앤월드리포트 '베스트 글로벌 대학평가' 국내 10위(아시아 94위, 세계 555위) ▷세계 대학 취업능력 랭킹 국내 6위(국립대 1위, 세계 301~500위권). 모두 지난해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경북대의 현 주소이다. 쉽게 말해 경북대는 전 세계 2만7천 개 이상의 공인 학위과정 고등교육기관 중 상위 1.2%에 속하고, 취업과 관련된 각종 지표를 종합해 볼 때 국내 6위권에 해당하는 대학이다. 그럼, 대체 경북대의 문제는 뭘까? 실제보다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경북대가 '있는' 대구경북 지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서울 중심주의가 경북대 위상 하락의 한 요인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핑계가 될 순 없다. 지금 경북대는 총장 선거 문제로 수년째 갈등만 빚어 온 '무책임한 대학'이란 이미지로 지역민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과연 경북대는 제 능력과 수준에 어울리는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날이 오면 대구경북 서민들의 얼굴에도 주름이 펴진다는 사실이다. 이제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운명공동체이다.

2018-01-31 0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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