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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 육아휴직 썼다고 승진 포기 마세요

[청라언덕] 육아휴직 썼다고 승진 포기 마세요

최근 대구시가 1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대규모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시가 공개한 조직개편안에서 눈에 확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여성가족청소년국을 확대·신설하는 것이다. 이전에도 여성가족정책관이라는 비슷한 업무를 하는 조직이 있었지만 이번에 탄생하는 국(局)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저출산 극복과 일·가정 양립을 현실화시키겠다는 것이 시가 내세우는 신설 이유다. 그래서 국 밑에 출산보육 정책만 전담하는 출산보육과를 새롭게 선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대구시는 2018년도 상반기 승진·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발표가 난 날, 7급 여성 공무원 A씨는 직속 상사가 일하는 방문을 열고 들어와 펑펑 울었다. 눈물을 흘린 사연은 무엇일까. 몇 년 전 아이를 낳은 A씨는 석 달가량의 출산휴가를 다녀왔다. 아이를 낳은 기쁨은 잠시, 출산휴가 석 달 동안 아이 보는 재미에 흠뻑 빠졌지만 복귀 이후 승진 누락의 아픔을 내내 겪어야 했다. 첫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해에도 A씨는 열심히 일했지만 출산휴가로 쓴 석 달에 발목이 잡혀 근평에서 최하점을 받아 승진에서 멀어지게 됐다. 이후에도 열심히 일했지만, 출산휴가로 인해 비운 공백 기간이 승진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기에 내심 포기하고 있었다. 아기를 얻었으니 승진은 잃는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씁쓸함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부지런함을 알아준 상사가 인사 부서에 강력히 건의한 것이 반영돼 A씨는 그토록 바라던 승진을 하게 된 것이다. 승진은 꿈도 꾸지 않던 A씨가 이날 기쁨의 눈물을 흘린 이유다. 저출산은 국가적으로도 절체절명의 숙제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05명을 기록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이며, 조만간 1명 미만으로 떨어지는 '인구 몰락'이 머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최근 10년간 저출산 정책에만 130조원을 쏟아부었다. 복지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중앙정부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만든 저출산 관련 제도만 2천 개쯤 된다고 하니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 선보일 대구시의 저출산 극복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관련 정책 개발을 전담할 여성가족청소년국 신설 외에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인사혁신제도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요약하자면 A씨처럼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인해 근평 등에서 손해를 보지 않도록 인사제도를 확 바꾸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남녀 직원 모두 육아휴직을 가면 인사에서 가산점을 주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법에서 규정된 육아휴직이지만 정작 마음 놓고 쓰기가 쉽잖은 것이 현실이다. 일단 시청부터 시작해 구·군, 산하기관, 공공기관 등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이런 풍조가 점점 자리를 잡아 사회 전반으로 확대된다면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육아보육 분야에서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경우 제2, 제3의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엄마나 아빠가 된다고 해서 포기해야 할 것은 조급증이지 승진이 아니다. 일도 가정도 행복한 사회, 대구가 먼저 만들어보자.

2018-09-13 16:58:03

[청라언덕] 돈의 중앙집권화, 대구 경제 잠식한다

[청라언덕] 돈의 중앙집권화, 대구 경제 잠식한다

아침 출근길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들러 모닝커피를 산다. 점심은 백화점 혹은 마트 내 식당가 등에서 동료들과 함께 해결한다. 오후에는 편의점에 들러 소소한 간식거리를 즐긴다. 퇴근길에는 장을 보기 위해 대형 마트로 향한다. 마트 내에 있는 저렴한 프랜차이즈 세탁소에 빨랫거리를 맡길 수도 있어 일석이조다. 아이들 학교 준비물도 동네 문구점보다는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이 편리하다. 아마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살아가는 패턴일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가 되면서 자영업자들은 거대 기업의 단가 낮추기 전략에 속수무책이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서민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저렴한 것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익히 얼굴을 아는 동네 가게를 외면하고 '규모의 경제'에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자기 간판을 내건 가게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대형 프랜차이즈들만이 거리에 가득하다. 문제는 이렇게 지출된 돈은 대부분 서울에 기반을 둔 거대 기업의 몫이 된다는 점이다. 대구에서 소비했는데 정작 지역에서 도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구 경제가 20년째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갈수록 취약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돈을 거머쥔 그들에게 '지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매출을 빼가야 할 대상일 뿐 굳이 지역에 재투자할 이유가 없다. 프랜차이즈 업주 손에 쥐어지는 이익은 쥐꼬리다. 단가 후려치기, 갑질 등 어떤 꼼수를 써서든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극대화한다. '고용을 창출해 주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고용 없는 성장'이 굳어진 지 오래다. 대구 시민 너도나도 "먹고 살기 힘들다"고 푸념을 쏟아내지만 그렇다고 소비 패턴이 달라지진 않는다. 이젠 브랜드 중심의 생활이 익숙해져 솔직히 변화하기도 힘들다. 대구 경제는 마치 초대형 빨대라도 꽂혀 있는 것처럼 서울로 쭉쭉 빨려들 뿐이다. 경제의 서울 쏠림 현상이 심해도 너무 심한 상황이다. 돈의 중앙집중화다. 최근 경제지표가 최악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면서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모든 칼날이 정부를 향해 있다. 하지만 엄밀히 들여다보자. 과연 자영업자의 위기는 이번 정부만의 일인가? 고용 한파는 원래 없었던 이야기인가?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며 친기업 정책을 폈던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자영업 몰락', '중산층 붕괴', '고용쇼크'라는 단어들이 연일 주요 언론의 머리를 장식했었다. 결국 자영업 위기와 일자리 문제는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대구는 기업 규모가 영세하고 자영업 비중이 유독 높은 지역적 특성에다, 중앙으로 돈이 집중되는 쏠림현상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짜낼 피고름조차 없는 형국이다. 우리는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지만 어느 누구도 지역에서 돈이 도는 선순환 구조를 고민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현재 대구의 극심한 자영업 및 소상공인의 위기를 가중시켰음은 분명하다. 경제는 생물이다. 돈이 돌고 돌아야 활기를 띠고 살아난다. 쓰는 족족 외지로 빠져나가서는 대구 경제가 좋아질 리가 없다. 이제라도 지역 사람들의 돈이 지역 사회로 환원되는 구조 개선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2018-09-06 18:30:06

[청라언덕] 도대체 날씨가 왜 이래?

[청라언덕] 도대체 날씨가 왜 이래?

올여름 날씨는 참 이상하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끝나는가 싶더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폭우를 쏟아붓는다. 한쪽에서는 하루 5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는데, 다른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0℃를 훌쩍 넘어 폭염 특보가 발효된다.이번 폭우의 배경에는 전국을 뜨겁게 달군 폭염이 도사리고 있다. 북쪽 찬 공기가 내려오는 시점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유지하면서 정체전선이 생겼다. 한반도 주변의 높은 해수면 온도는 대기 중에 풍부한 수증기를 공급해 강수량을 늘렸다.폭염과 폭우, 가뭄, 산불 등 기후변화는 서로 상승효과를 낸다. 올여름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북미와 유럽, 아프리카 등 북반구의 4개 대륙이 모두 불볕더위로 몸살을 앓았다.북극권에 가까운 북유럽 국가들은 이상 고온과 가뭄으로 막대한 산불 피해를 겪었다. 미국도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발생한 멘도시노 산불로 서울 면적(605㎢)보다 2배가 넘는 삼림이 불탔다. 계속되는 산불 연기에 시애틀의 대기 오염이 중국 베이징보다 3배나 더 나쁠 정도다.수온 상승으로 원전 가동도 줄줄이 중단됐다. 핀란드는 발트해 바닷물 수온이 오르면서 원전 냉각수로 쓰지 못해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도 강 수위가 낮아져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이 같은 이상기후는 새로운 기준, 즉 '뉴노멀'(new normal)이 될 가능성이 높다. 뉴노멀은 가까운 미래 사회의 변화를 의미하는 키워드다. 기후 분야에서 뉴노멀 시대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기후의 흐름이 바뀌고 새로운 표준이 생성되는 시대다. 올해와 같은, 혹은 더 심한 이상기후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이상기후의 근본적인 원인은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다. UN2050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보다 2.5배가 넘고, 지구 표면 온도는 1도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과정에서 생물 종의 6분의 1이 사라지고 농지 중 20%는 사막화된다.실제로 대구도 20년 뒤면 아열대기후로 변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아열대기후는 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넘게 이어지고, 가장 추운 달도 평균 기온이 18도를 밑돌면서도 얼음이 얼지 않는 기후다.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혀 줄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2041년부터 대구에서도 올리브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동성로의 가로수가 야자수로 바뀌고 바나나를 따 먹는 일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닌 셈이다.바다도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 온도는 대부분 해역에서 28도를 넘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4년 동안 제주 연안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잡힌 물고기 10마리 중 4마리는 아열대성 물고기였다.기상청은 장기적으로는 도시 계획까지 바꿔야 할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뜨거워진 바다가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고, 태풍이나 해일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해안가 침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전 세계 기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반복해서 경고해 왔다. 일상을 덮친 극한의 폭염 등 이상기온은 기후변화를 내다본 전문가들의 예측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지독했던 올여름 더위는 내년에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폭염이 뉴노멀이 되는 시대에 맞게 삶의 기본적인 방식과 사회·경제 시스템을 재조정할 시점이 됐다. 국가가 나서 근본적인 대응 체계 마련도 나서야 한다. 우리는 과연 바뀌는 기후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일까?

2018-08-30 19:01:25

[청라언덕] 보수가 사는 길

[청라언덕] 보수가 사는 길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 혁신을 주도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김 위원장 취임은 현실 정치에서 보수 가치의 완전한 몰락을 상징한다. 박근혜 정부의 붕괴가 보수 정치의 몰락을 상징했다면 '원조 친노'인 김 위원장의 취임은 한국당이 추구해 온 보수 가치의 청산을 의미한다.김 위원장이 누구인가.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인 행정도시 건설, 공공기관 이전, 부동산 정책, 전자정부 등의 입안 단계부터 집행과 점검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참여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 감사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고위직 인사가 있을 때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고,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냈다. '원조 친노'이자 참여정부의 보기 드문 '정책통'이었다.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그를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정책적으로 모욕했다. 교육부총리 재직 당시 숱하게 인간적 모멸감을 안겼고, 이명박 정부는 심혈을 기울였던 종합부동산세를 단번에 무너뜨렸다.그랬던 한국당이 보수 혁신의 키를 그에게 맡겼다.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문재인 정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한국당이 고심 끝에 내놓은 카드다.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속설을 단적으로 보여준 경우다.김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 프레임에 가둬 일격을 가했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정치는 말싸움이다. 적확한 언어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은 전쟁에서 포탄 수백 발을 명중시키는 것만큼이나 짜릿하다.취임 한 달이 지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지만 갈 길이 멀다. 그는 당내 갈등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면서 정부 여당에 정책적 대립각을 세워 제1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당 지지율이 20% 안팎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냈다. 인적 청산 등 화끈한 변화를 보이는 게 지지율 상승의 지름길이지만 당내 기반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칫 분란만 자초할 수 있다. 결국 보수 가치 재정립에 성공하느냐가 관건이다. 반공과 친기업, 기득권 옹호에 기대온 한국당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내로라하는 정책통인 김 위원장에게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다.미국 공화당은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에 휘말려 사임하면서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도덕성 위기에 처하며 "보수와 공화당은 끝났다"는 자조가 흘렀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공화당은 포기하지 않았다. 위기 모면을 위한 반대가 아니라 민주당이 추구하는 정책에 대한 정교한 반박, 보수 세력의 체계적 규합에 나섰다.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도 만들었다. 헤리티지재단은 복지 비용 삭감, 국방비 증액 등을 근간으로 하는 부국강병 노선을 개발했다. 보수 진영은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 모임을 조직하도록 지원하는 등 영역을 넓혀갔다. 보수 진영이 내놓은 각종 정책은 '진보는 이상론을 외치지만 보수는 현실적 이슈를 선점한다'는 이미지를 굳히도록 했다. 공화당은 끝내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을 탄생시켰고, 레이거노믹스는 미국을 초강대국 자리에 올려놓았다.한국당은 김 위원장을 이이제이(以夷制夷)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면의 타개책으로 친노였던 김 위원장을 활용하겠다는 얄팍한 꾀로서는 절대 보수 혁신에 성공할 수 없다. 2012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정강 정책에서 보수를 빼자'고 했다가 난리가 났던 적이 있다. 한국당 구성원들은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스로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면 누가 운전대를 잡더라도 결국은 도로 아미타불에 그친다.

2018-08-23 16:37:59

[청라언덕] 영풍제련소와 노란 가운

[청라언덕] 영풍제련소와 노란 가운

그리스신화에서 남편을 뺏긴 마녀 메디아는 신부를 잔혹하게 살해한다.메디아는 그녀에게 '노란 독(毒) 가운'을 선물하는 데 가운을 입은 신부는 골격(骨格)이 틀어지며 고통스럽게 죽는다. 일종의 독살인 셈이다.인공적으로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노란색을 흔히 '카드뮴 옐로'라 부른다. 인체에 치명적 중금속인 카드뮴은 물에 녹아 있을 때는 코발트색이다. 이를 화학 처리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카드뮴이 도금을 거치면 메디아가 살인 도구로 썼던 노란 가운처럼 황홀한 노랑(카드뮴 옐로)이 된다.최근 경북에서 잊혔던 '카드뮴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아연을 제련하는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가 주변 토양과 낙동강을 카드뮴 등으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서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지난 4월 제련소 인근 토양 오염 조사를 실시한 결과 카드뮴이 기준치의 179배나 넘게 검출됐다. 이들은 48년간 영풍이 1천300만 영남인의 식수원과 인근 토양을 중금속으로 오염시켜왔다고 주장하고 있다.이 소식이 전해지자 낙동강을 식수로 하는 대구는 물론 부산까지 '아연실색'하고 있다. 제련소가 위치하는 봉화군 석포리는 낙동강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인 탓이다. 세 살 때부터 귀가 닳도록 들은 '윗물(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격언이 여든 할아버지까지 몸서리치게 만든다.제련소와 카드뮴 키워드가 맞물리면서 '이타이이타이병'까지 회자하고 있다.1968년 일본 도야마현의 강물을 농업용수로 이용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뼈마디가 풀리고 금이 가는 병에 걸렸다. 환자들은 하나같이 통증이 너무 심해 '아프다'는 말을 반복했고 병명도 '이타이이타이(일본어로 아프다는 뜻)병'으로 불렀다. 후에 한 젊은 의사가 병의 원인을 카드뮴 중독에서 찾아냈다.영풍이 낙동강 최상류인 봉화군에 아연제련소를 세웠을 때(1970년)는 일본 열도가 카드뮴 공포로 들끓을 때와 맞물린다. 당시는 일본이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으로 아연제련소가 내뿜은 카드뮴을 지목, 아연공장을 대거 퇴출하던 시기다. 과거 봉화 주민이 이 병에 걸렸다는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아직까지 떠도는 이유이기도 하다.환경단체가 오버를 했든 안했든, 카드뮴이 있건 없건 간에 분명한 사실은 시도민들이 식수 불안에 떨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반세기 가까이 영풍석포제련소가 환경문제에 대해선 '무풍지대'였다는 사실이다. 제련소는 수십 년간 꽁꽁 문을 걸어 잠그고 비밀스럽게 영업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인간은 은밀하고 비밀스러울 때 불안함을 느낀다. 심지어 제련소는 지난 2월 기준치를 초과한 폐수 70여t을 인근 하천으로 내보내다 들켜 불안을 키우기도 했다.영풍석포제련소는 이제라도 공장 문을 활짝 열어 젖혀야 한다. 짜인 각본대로 보여주는 공장 개방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환경단체와 지도 감독 기관이 드나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공개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방류시스템과 같은 선진 환경 정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은밀함이 불러온 불신의 원죄는 오로지 제련소에 있기 때문이다. 제련소가 묵은 불신을 씻는 정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 낙동강의 '노란 가운 복수극'이 펼쳐질 지 모른다.

2018-08-16 19:31:55

[청라언덕] '대구 건설 패싱'을 넘어라!

[청라언덕] '대구 건설 패싱'을 넘어라!

패싱(passing)은 개인이나 단체, 국가 간 등에서 '열외'(列外) 취급을 당하는 경우를 빗대어 이르는 말로 자주 쓰인다.요즘 대구 주택건설업계에서도 '패싱'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업계에 따르면 2018년 대구 분양시장 규모는 38개 단지 2만7천여 가구로, 이 가운데 80%를 외지 건설업체가 수주했다.단위 사업당 수천억원의 공사비가 걸린 대구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2017년 이후 지난 1년 7개월여간 13개 단지 1만6천131가구, 무려 3조738억원어치에 달하는 대구 재건축·재개발 공사 수주를 외지 건설업체가 싹쓸이했다.이 같은 대구 건설 패싱은 올해 전국 시공능력평가 순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전국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따르면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대구경북 건설사는 경북 포스코(7위), 대구 화성산업(43위) 등 6곳에 불과하다.1997년 IMF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대구는 청구, 우방, 보성 등 7개사가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전국적인 명성을 쌓았다.지역 주택건설업계에 불어닥친 패싱 현상의 첫 번째 원인으로는 메이저 건설사의 무차별 공세가 꼽힌다. 해외 수주 감소에 직면한 메이저 건설사들이 지방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브랜드 파워와 자본 규모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토종 건설사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 주택시장은 전국 중견 건설사의 각축장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그러나 냉정하게 바라보면 지역 주택건설업계의 현실 안주도 한 요인이다. 올해 대구 주택시장에만 전남 영무토건(95위), 대전 계룡건설산업(18위)·금성백조주택(50위), 부산 동원개발(39위)·삼정(70위) 등이 잇따라 분양에 나섰다.지난 수년간 토종 건설사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이와 관련, 대구 주택건설업계가 광주·전남 건설사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질타가 나온다. 올해 시공능력순위 평가에서 전국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광주·전남 건설사는 ㈜호반건설주택(13위)을 필두로 혜림건설(96위)에 이르기까지 무려 13곳에 달한다.이들 광주·전남 건설사는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기회로 만들어 급성장했다. 다른 지역 건설사들이 투자에 문을 걸어 잠글 때 오히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대거 확보했고, 이후 건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때 아파트를 분양했다.이 과정에서 광주·전남 건설사들은 개별 경쟁을 벌이기보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밀약 아닌 밀약을 통해 상생 발전을 도모했다. 반면 지역 주택건설사들은 현실 안주도 모자라 각개전투를 벌이며 뒤처졌다.건설시장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벗어날 수 없다. 대구시 등 행정기관이 일정 부분 개입할 순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건설회사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가야 한다.지역 주택건설업계가 먼저 소극적, 수세적, 방관자적 자세에서 벗어날 때 '대구 건설 패싱'을 극복하는 길이 열린다.

2018-08-10 05:00:00

[청라언덕] 면책사유 안 될 TK 예산 홀대론

[청라언덕] 면책사유 안 될 TK 예산 홀대론

'예산 전쟁'이 시작됐다. 이미 각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한 내년도 국비안이 부처에서 기획재정부로 넘어가 1, 2차 심의까지 끝났으니 진행 중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7일까지 미결·쟁점 사업 심의가 이뤄진다니 다음 주 초쯤엔 지자체의 사활을 건 국비 확보 전쟁 1차 성적을 가늠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국비 확보 가능성을 점치려면 여기에 국비 요청 사업이 반영돼야 한다. 정부안에 담지 못한 사업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담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이 이 심의 과정에 필요사업을 언급해 놔야 그 사업은 나중에라도 다뤄질 수 있다.그래서 시도 예산 담당자들은 이 기간을 가장 긴장된 시기로 꼽는다.기재부가 함구하니 예산 담당자들은 기재부는 물론 부처에서 나오는 한마디를 듣고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를 위해 이른 시기부터 여의도로, 세종으로 '발품'을 팔아 왔다. 치열한 '첩보전'은 진행 중이다.유독 이 시기에 지자체장이 기재부를 찾아간다느니, 국회의원을 만난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 것도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가 바탕이 됨은 물론이다.내년에 완공해 2020년 문을 여는 울진의 국립해양과학교육관은 기재부의 '벽'에 귀를 댄 경북도 예산 실무자들이 빚어낸 성과의 한 예다. 이 사업은 2012년 말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대상 사업에 이름을 올렸으나 사업의 확정 여부는 안갯속이었다.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어서 경북도와 울진군은 사활을 걸다시피 했으나 예타의 결과를 가늠할 수 없었다. 예타가 통과되더라도 서둘러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하세월 될 판이었으니 답답함은 커져갔다.그때 기재부의 한 관계자가 당시 경북도 국비 담당 사무관이던 김일곤 경북도 예산담당관에게 "조금만 힘을 실으면 된다"는 팁을 줬다. 김 담당관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곧바로 울진군수에게 사실을 알리며 기재부장관 등에게 매달려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알리라고 귀띔해줬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기재부발(發) 짧은 이 팁 하나가 예산 확보의 결정적 '키'(Key)가 된 것이다. 그 한마디를 듣고자 김 담당관이 쏟았을 노력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무용담을 들으며 웃을 겨를도 없이, 현장에서 전해오는 지역의 내년도 국비 확보 기상도는 잔뜩 흐리다.기자가 4년 가까이 국회를 출입하며 지켜봐 왔던 예산 정국에서 국비를 가장 확실하게 확보하는 방법은 '사업의 당위성' '단체장의 의지' '정치권과의 협력', 이 세 가지 조건이 어우러질 때였다. 혹자는 합리적 설득과 건강한 채널을 꼽기도 한다.기본에 충실할 때 최고의 힘이 발휘됨은 예산 정국서도 마찬가지다.정치적으로 자유한국당이 주류인 대구경북이다보니 더불어민주당이 대세인 권력 지형서 '예산 홀대론' 우려가 나온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압승 속에 유이(有二)하게 한국당 단체장을 배출한 곳이어서 지레 예산 패싱을 감내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안 될 일이다. 만약 국비 확보 성적이 나쁘더라도 '홀대론'이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그들이 예산 정국서 보여준 활약을 시·도민들은 오롯이 봐왔다. 지역 단체장·정치인이 명심해야 할 바다.

2018-08-03 05:00:00

[청라언덕] 자살이란 선택지는 "Never, No!"

[청라언덕] 자살이란 선택지는 "Never, No!"

자살을 미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주는 한 유력 정치인의 자살이 대한민국의 핫이슈가 됐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 태도는 죽음으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하고, 굳이 숭고한 죽음으로 미화하려 하는 듯하다. 이는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대단히 나쁜 영향을 미친다.한 인간의 선택지로 자살은 결코 환영받거나 추앙 받아서는 안 된다. 살아생전에 자신이 깨끗한 정치인이라고 강변한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왔다고 해서, 그 수치심과 모욕감을 견딜 수 없어 생을 마감한 것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포장하거나 자기 잘못에 책임지기 위한 행위로 미화해서는 안 된다.인간은 반성의 동물이다. 모든 국가(공동체)는 구성원들의 합의로 정한 법과 제도로 한 국민(개인)의 선행을 칭찬하고 잘못을 단죄한다. 부정한 돈을 받았다면, 처절하게 반성하고 법이 정한 대로 응당한 처벌을 받으면 된다.한 발짝 더 나아가, 그렇게 도덕과 양심을 중요시하는 분이라면 애초에 부정한 돈을 받았을 때 자신을 더 질책하고 책망했어야 하지 않는가. 특검의 수사로 궁지에 몰렸을 때 목숨을 끊는 선택을 어찌 숭고하고 용기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언론(방송)이 이 죽음을 아름답게 보도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더욱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2009년 5월에도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 이 나라에 폭풍 같은 파장을 가져왔다. 가족과 성향이 비슷한 정치인들을 위기에서 구한 아름다운 선택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던진 것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여지가 많다.'돈키호테' 정치인으로 어려웠던 선택지마다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과감한 결단, 그리고 파란만장한 삶이 보여주는 스펙터클하고 감동적인 정치적 행보 등은 그를 좋아하는 지지자들이 추억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 택한 죽음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들과 유명 정치인들이 정계은퇴 후에도 과거의 잘잘못을 떠나 건강하게 웃으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것이다.목숨을 던지는 것이 한 인간의 생애 마지막 승부수로 높이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리나'라는 유명한 소설을 통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극복한 후에 얻는 '슈퍼 기쁨'(삶의 큰 깨달음, 고통 후의 성장)이라고 넌지시 생(生)의 교훈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성경에서도 자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지 않지만 완곡하게 스스로에 대한 살인자로 묘사하고 있다. 가롯 유다의 자살(마태복음 27장 3~5절)에 대해, 사도행전 1장 25절에서 "제 곳으로 갔다"고 표현했다. 이를 성경 주석가들은 '천국이 아닌 곳에 갔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해석한다. 자살자에게는 구원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종교 지도자들은 믿음을 갖고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아무리 사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자살을 해서는 안 됩니다. 자살은 스스로를 더 큰 파멸과 더 큰 비극으로 몰아넣는 행위"라고 강변한다.

2018-07-26 18:34:26

[청라언덕] 진짜 형제가 되자

[청라언덕] 진짜 형제가 되자

대구 취수원과 통합 대구공항 이전. 대구의 최대 관심사이지만 대구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경상북도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문제 해결이 힘들다.그동안 대구와 경북은 말로는 '한뿌리'이고 '형님, 아우'라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다른 광역자치단체처럼 경쟁 상대였다.10년쯤 된 일화다. 기자가 대구시 고위 공무원이었던 A씨(지금은 퇴직했다)와 차를 마시고 있었을 때다. 그때 한 직원이 경북도에서 공문이 왔다며 A씨에게 결재를 받으러 방에 잠시 들어왔다. 공문의 내용은 대략 '한국마사회가 신규 경마장 설치를 위해 후보지 공모에 나섰는데, 경북도가 신청하려고 하니 대구시의 협조를 구한다'로 요약된다. 공문을 본 A씨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흘러나왔다. "우리도 신청해."짧았지만 강렬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의아한 표정을 짓던 기자에게 그는 "제4 경마장 유치는 대구도 필요하다. 서로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우리가 안 나간다고 경북이 유치한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라고 했다. 실제 대구시는 제4 경마장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경북도에서는 '이럴 수가 있냐'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경북도도 마찬가지다. 이후 도청을 출입하면서 만난 많은 도 공무원 중 대구시 공무원을 좋게 말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의리가 없다느니, 겉과 속이 다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등 '깍쟁이' 이미지였다.싸움을 붙이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이랬던 대구와 경북이 변화의 물꼬를 트고자 하기에 응원하려는 바람이 더 크다. 요즘 권영진 시장을 만나면 이철우 도지사 얘기를 많이 한다. 그는 "대구경북이 따로따로 자기의 살길을 찾아선 안 된다. 대구가 아프면 경북이 아프고, 경북의 기쁨은 대구의 기쁨"이라는 말을 요즘 달고 산다.특히 권 시장은 대구의 경제계나 학계, 언론계 등에서 시장을 초청하려는 제안이 들어오면 꼭 '경북도지사도 함께 모시자'라며 역제안을 한다고 전해진다.대구와 경북은 하나가 돼야 하는 운명공동체인데, 양 단체장이 먼저 합심하는 모습을 자꾸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권 시장의 의중이 아닐까 생각된다.태풍 때문에 무산됐지만 지난 2일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상호 출범식 참석'도 대구와 경북의 진정한 상생 의지를 다지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자신의 취임식을 오후로 미루면서까지 옆집 취임식에 참석해 축하하고, 오후 일정을 조정하는 수고를 무릅쓰고 답방하는 초유의 아름다운 광경이 벌어질 뻔 했으니.십수 년째 풀리지 않는 대구의 숙원들을 살펴보면 경북과 연관되는 것이 많다. 통합 대구공항 이전도 그렇고, 취수원의 구미산단 상류지역 이전은 더 그렇다. 대구신청사 건립도 어찌 보면 경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현안들을 중앙정부의 생색내기용 도움을 받지 않고도 우리 스스로 슬기롭게 풀기 위해선 대구와 경북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그래서 최근 대구경북에 함께 불고 있는 상생 바람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내달 13일 경북 안동에서 민선 7기 첫 대구경북 한뿌리상생위원회가 열린다고 한다. 이번엔 좀 다를 것이란 게 실무진의 얘기다. 그간 명색만 유지하던 한뿌리상생위가 아닌 구체적 상생 협력을 위해 근본 틀부터 확 바꾸겠다고 한다. 2018년 여름, 대구와 경북이 진정한 상생의 끈을 함께 부여잡고 수도권에 비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 지역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18-07-20 05:00:00

[청라언덕] 살 만한 도시를 만드는 문화예술

[청라언덕] 살 만한 도시를 만드는 문화예술

"문화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 올해 프랑스 중등교육과정 졸업시험인 바칼로레아 문화 계열 응시자들에게 출제된 문제다.문화란 인간의 창의적이고 지적인 활동의 결과물이자, 그 사회의 가치관이 반영돼 공유하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다. 그리고 그 문화를 형성하는 근간이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예술'이다.최근에는 이런 문화 예술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문화 예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각종 편견과 불신의 장벽에 가로막혀 '혐오'라는 단어가 팽배하고 있는 요즘 연령 간, 성별 간, 인종 간 보다 쉬운 이해와 소통의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다양성을 확장해 나가는데 문화 예술만큼 좋은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론이고 각 지방자치단체들까지 앞다퉈 문화 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시멘트벽으로 둘러싸인 잿빛 도시 속, 자신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의 황량한 가슴속에 꽃을 피워 내는 역할을 하는 것도 바로 문화 예술이다.옛날 프랑스의 '살롱'이 문화와 지성의 산실 역할을 하며 남녀와 노소, 신분과 직위를 가리지 않고 여가를 즐기며 토론하며 교제하는 공간이었다면 오늘날의 카페와 공연장, 전시장이 이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이곳에서 사람들은 예술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힌다. 최근 도시 공동체 복원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문화 예술'의 역할이 도드라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대구는 예로부터 문화 예술 기반이 탄탄한 도시로 손꼽힌다. 대구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기 예술의 도시를 거쳐 지금은 공연 문화 및 축제의 메카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매일 수많은 공연과 전시가 쉴 틈 없이 이어진다.그리고 이런 수많은 공연들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작은 축제가 있다. 바로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문예술단체 공간울림의 '서머 페스티벌 인 대구'다.공연 비수기인 대구의 여름을 채워주는 이 축제는 지자체나 기관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민간 축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다. 몇 년간 지원금을 받기도 했지만 10년 세월 중 상당 부분을 자체 비용으로 축제를 진행해왔다. 문화 예술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면서 자생력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는 요즈음, 스스로 자생력과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 축제이다.이 축제를 기획한 공간울림 이상경 대표는 "유럽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마을 단위의 작은 축제였다"면서 "시민들이 순수 예술을 즐기면서 여유로운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문화공동체를 위한 마을 축제를 열자고 마음 먹은 것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이 대표가 꿈꾼 것은 예술을 통한 공동체의 회복이었다. 함께 무대를 즐기고 이야기를 나누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공연료를 받지 않고 기꺼이 무대에 서고, 소액 기부를 하면서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는 '위풍당당, 영국을 만나다'는 주제로 7월 14일부터 22일까지 다채로운 무대를 만날 수 있다.'지방이라 문화생활을 즐기기가 어렵다'는 푸념만 하지 말고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굳이 값비싼 유명 공연을 찾아가지 않아도 소박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이 곳곳에 즐비하다.그리고 당신의 작은 관심과 참여가 문화 예술을 살찌게 만들고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문화는 분명 우리를 보다 인간답게 만든다.

2018-07-12 16:00:07

[청라언덕] 청와대 국민청원

[청라언덕] 청와대 국민청원

지난달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2의 광주 폭행 사건은 없어져야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50대 부부가 20대 청년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했는데도 경찰이 '쌍방폭행' 혐의로 사건을 처리했다는 내용이었다. 억울함을 호소한 이 청원은 부부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편집된 영상과 함께 삽시간에 온라인을 달궜다. 청원 동의자 수도 급속도로 솟구쳤다.그러나 경찰이 사건 당시 상황을 담은 47분 분량의 CCTV 영상 전체를 공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동영상에는 20대 청년들과 50대 부부가 실랑이를 벌이다가 부인이 먼저 한 청년의 뺨을 때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서로 뺨을 후려치거나 주먹질을 하는 장면도 이어졌다.이후 동의는 3만7천 명에서 멈춰섰다. 오히려 글을 올린 이를 무고죄로 처벌하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양측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집단 폭행범으로 몰렸던 청년들은 글을 올린 부부의 가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50대 부부 폭행 논란이 벌어진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다른 국민청원이 지역을 달구고 있다. 집단 성폭행을 당한 중학생 딸이 가해자들에게 2차 피해까지 당하고 있다며 엄벌에 처해 달라는 청원이다.이 청원은 5일 현재 청원자 수가 23만 명을 넘어섰다. 가해자 6명 중 3명은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고, 3명은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상황. 3명은 이미 소년부로 송치돼 재판을 받았고, 3명은 6일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형사미성년자인 가해자들이 성인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아주 높다.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가 선보인 '히트작'으로 꼽힌다. '20만 명의 동의가 모이면 청와대가 직접 답변한다'는 약속은 시민들의 참여의식을 절묘하게 자극했다. 시민들은 온라인 광장에서 직접 여론을 생산, 형성하며 해결까지 이끌어낸다.대구 최대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인 '한나네 보호소' 폐쇄 문제가 대표적이다. 250여 마리의 유기동물이 살고 있는 이곳은 주민들의 민원과 가축분뇨법 위반 소지로 폐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국민청원을 통해 여론의 중심에 섰고, 동물보호시설은 축사 등과 다르다는 유권해석을 이끌어내며 벼랑 끝에서 벗어났다.그러나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들이 모두 화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과 관련된 청원들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청와대의 답변까지 끌어냈다. 국민청원이 제기된 후, 언론이나 SNS를 통해 유통에 용이한 '미디어콘텐츠'로 바뀌었다. 이 콘텐츠는 다른 매체나 SNS를 통해 재가공돼 여론의 관심을 받았다. 뜨거워진 여론은 청원 동의자 수를 늘렸고, 눈덩이 굴리듯 확대됐다. 이 과정 중 핵심은 번데기가 성충으로 변하는 '우화'(羽化), 즉 미디어콘텐츠화였다.다양한 의견은 민주주의의 근간이지만, 비효율적이라는 부작용도 동반한다. 5일 오후 5시 현재 게시판에 오른 전체 청원 숫자는 22만9천 개가 넘는다. 매일 수십여 개씩 쏟아지는 국민청원의 홍수 속에서 중요한 정책 제안이나 애끊는 호소는 저열한 악담에 밀려나기 일쑤다.광장은 민주주의가 꽃피는 너른 밭이다. 그러나 광장에도 나름의 질서가 필요하다. 광장을 떠도는 무분별한 증오는 걷어내야 한다. 국민청원은 분명 효능이 뛰어난 즉효약이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모든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몰려서는 안 된다. 질환의 경중과 종류에 따라 동네의원부터 2차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어지듯 국가시스템도 적절한 '민원전달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게 먼저다.

2018-07-06 05:00:00

[청라언덕] 민심이 바뀌었다

[청라언덕] 민심이 바뀌었다

바닥 민심이 확실히 바뀌었다. 자유한국당의 뼈아픈 패배와 더불어민주당의 짜릿한 약진으로 대변된다. 613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대구 기초의원 결과는 대구 민심의 변화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대구시장, 기초단체장, 대구시의원은 여전히 한국당 후보가 대부분 당선됐다.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했지만 당선과는 거리가 있었다.기초의원에 대한 표심은 달랐다. 대구 기초의원 116명의 소속 정당을 보면 한국당 62명(53%), 민주당 50명(43%)이다. 바른미래당 2명, 정의당과 무소속이 각 한 명이 당선됐다. 4년 전 새누리당은 87명(75%)이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13명(11%)에 불과했다. 한국당의 참패와 민주당의 약진이 수치로도 확인된다.기초의원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무늬만 지방자치'인 제도적 한계에다 조례 제정, 예산 및 행정심사 권한도 적다. 기초단체 견제도 쉽지 않다. 정치적 무게도 별반 다르지 않다.하지만 정당 조직 차원에서 보면 다르다. 기초의원은 당원들과 밀접한 데다 정당의 뿌리 역할을 한다. 가지와 잎이 마를 경우 잘라내면 그만이지만 뿌리가 썩으면 나무 전체가 고사한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뿌리가 튼튼한 정당은 지금은 어려워도 미래를 기약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단명한다.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대구에 뿌리내리기에 성공했다. 혹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분에 얼떨결에 당선됐다고 폄하하지만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기초의원은 국회의원, 기초단체장과 달리 생활정치가 가능하다. 주민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소통하고 공감대를 넓혀가면 '특정 정당' 소속 여부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민주당 수성구의원을 거쳐 대구시의원에 당선된 강민구 당선인의 말이다. "유권자들이 처음에는 민주당이라고 하면 머리에 뿔이 달린 짐승인 줄 알더라. 자주 소통하니까 자신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데 놀라더라." 생활정치가 끌어낸 변화다.지역 정치 주도권을 두고 벌어질 싸움 양상도 달라지게 됐다. 한국당은 공중전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해왔다. 보수적인 민심의 일방적인 지지를 받은 당에 기대어 편하게 정치를 해 왔다. 앞으로는 민심을 얻기 위해 민주당 기초의원들과 치열한 백병전을 벌여야 한다. 한 표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동시에 수구 냉전적인 사고에 뼛속 깊이 젖어 있는 한국당이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년 후 총선에서 자멸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 한국당 스스로 환골탈태할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희생과 헌신의 보수 가치를 망각하고 남북 대결 구도와 성장 지상주의, 온정주의에 매몰 돼 변화보다는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면서 쌓인 고질병이 심각한 수준이다. 외과 수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유권자와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당 일각에서 차기 총선 '전원 불출마' 시나리오도 나오지만 소설 같은 얘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자기와 입장이 달랐던 김문수, 이재오 등을 발탁한 창조적 파괴 수준의 리더십을 보여줄 지 회의적이다.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대구경북(TK)은 한국당의 인공호흡기가 됐다. TK가 손을 떼는 순간 사망선고를 받을 옹색한 처지에 빠졌다. 이는 TK 지지자들의 역할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당이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없다면 인공호흡기 자격을 가진 TK 지지자들이 집요하게, 거칠게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끝내 변하지 않으면 버려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2018-06-29 05:00:00

[청라언덕] 경우 없는 보수에겐 희망이 없다

[청라언덕] 경우 없는 보수에겐 희망이 없다

고희(古稀)를 앞둔 아버지는 난리통에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첫 아들을 품에 안아볼 새도 없이 낙동강 전선에 불려갔다. 나이가 비슷했던 할아버지의 큰조카도 함께 대문을 나섰다. 한참 만에 전쟁이 끝났지만 할아버지만 돌아왔다. 일찍 부모를 여읜 아버지는 줄줄이 달린 동생들과 자식을 키우느라 한평생 쟁기질을 했다. 공업도시 구미와 이웃한 덕에 농한기에는 구미 공단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한평생 전쟁을 싫어하는 보수로 살았다. 선거 때면 어김없이 보수 후보를 찍었다. 통일벼로 끼니 걱정을 잊게 하고, 구미 공단을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의리였다.하지만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경우가 밝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6·13 선거에서도 '경우가 있는' 무소속 후보를 찍었다. 그렇다고 '통일벼'와 '구미 공단'을 잊은 건 아니다. 박정희에 대한 '부채'를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으로 어느 정도 갚았기에 가능한 일이다.아버지 눈에 보수는 '경우를 아는 바른 보수'다. 보수는 아들과 손자들이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게 하는 정치인이다. 비록 좌파 우파에 대해 잘 모르지만 누가 대한민국을 살찌울지는 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시절에는 동생과 아들을 무사히 출가시키는 게 보수였다면 이제는 손자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 주는 것이 보수이고 '선'(善)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상당수 보수 표심이 아버지 마음과 비슷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은 선거에서 처절하게 졌다. 공천을 번복하고, 사천하고, 그럴듯한 여론조사를 적용해 지지율 1위 후보를 날리고, 남의 도시를 욕하고…. 아버지는 그냥 경우가 없는 당에는 손자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봤다.특히 대구경북(TK)은 보수 몰락의 원죄까지 있다. 막장 공천의 진수를 보여준 20대 총선에서 한국당 공천 감독은 대구 출신 이한구 전 의원이었다. 그 뒤에는 경북 출신 실세 스트라이커 최경환 의원이 있었다. 강제 퇴장당한 유승민 의원은 계속되는 경기에서 단독 드리블만 이어가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축구공만 떼지어 따라다니며 '박근혜 마케팅'만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총선은 진박 월드컵이나 진배없었다.한국당은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경우 없는 굿판'이 이어지고 있다. 집이 불타 이미 다 쓰러졌는데도 친박과 비박은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는 희망이 없다. 무릎 한 번 굽힌다고 없던 경우가 생긴다면 백 번이라도 꿇을 일이다. 우리나라를 책임질, 통일 한반도를 준비할 능력도 청사진도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금배지 지키기에만 급급하다. 일부 중진과 초선이 거창하게 불출마 선언하는 게 무슨 대수인가. 반짝 쇼도 안 된다. 어차피 지지를 받지 못해 다음 총선을 기약하기 어려운 이들이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참신한 인물로 기초를 다지고 명망가를 영입해야 그나마 보수 재건의 희망이 있다.6·13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마지막 막말을 하며 떠난 홍준표 전 대표에게 TK 버전 막말 한 자락 청한다. ▷국회의원 하면서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자리로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사람 ▷기초단체장보다 인기도, 하는 일도 없으면서 공천 권력 가졌다고 마구 휘두르는 사람 ▷경쟁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사천을 일삼는 사람 ▷막말을 입에 올려 시도민에게 불명예를 안긴 사람 등은 반드시 21대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아버지가 바라는 보수를 기대하며….

2018-06-22 05:00:00

[청라언덕] 이철우 당선인에게 바란다

[청라언덕] 이철우 당선인에게 바란다

치열했던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경상북도지사 선거에서는 이철우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됐다.이 당선인에 대해 경북도민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 민선 1기부터 6기까지 2명의 경북도지사는 모두 행정가 출신이었다.이 당선인은 행정가이면서 3선 국회의원인 정치인 출신이다.진보 진영이 우세한 정치 지형 속에서 야당 도지사로서 중앙정부와 관계 설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반면 경북도 부지사 출신으로 도정을 잘 알고 있고 정치인다운 뚝심으로 중앙정부에 경북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것이라고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경북을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에 세우겠다"는 이 당선인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경북도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환동해권 시대가 열리고 있다. 환동해권 시대가 도래하면 동해를 끼고 있는 남북한과 일본, 중국 동북부, 극동 러시아는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진다.이 당선인은 환동해지역본부 제2청사 격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는 도청신도시 등 북부권의 동의를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환동해권과 도청신도시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제2청사 건립의 명분이 생긴 만큼 경북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아울러 해양 교역의 중심에 경북이 우뚝 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당과의 연정도 고려해볼 만하다. 제2청사의 장을 부지사급으로 하고 여당 인사를 부지사로 채용해서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다. 미적거리다가는 여당 소속인 최문순 도지사가 있는 강원도에 환동해권 시대 주도권을 뺏길 우려도 있다.이 당선인은 경북문화관광공사와 경북농산물유통공사를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경북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은 모두 30개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경북관광공사와, 경북농산물유통공사는 경북통상과 기능과 역할이 중복된다. 새로운 공사 설립은 기존 출자출연기관의 기능 중복 문제를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 기존 공사의 통폐합 없이 또다시 공사를 설립하는 것은 자리를 위해 만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탈원전 문제도 당선인이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다. 이제까지는 경북도가 탈원전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울진과 영덕 등 신규 원전 건설이 무산된 동해안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가 공존하는 융합 에너지 클러스터 육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전 건설이 예정된 당초 부지에 친환경 에너지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원자력해체연구소 유치를 서둘러야 한다.김관용 도지사는 12년 재임 기간 동안 도정을 추진하면서 명분을 중시했다. 실크로드 프로젝트, 경주문화엑스포 개최, 낙동강호국평화벨트 추진 등 경북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역사를 바탕으로 한 정책을 꿋꿋이 펼쳤다.이 당선인은 앞으로 경북도의 정체성과 관련된 정책에서 한발 더 나가 실질적이고 실리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도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올인해야 한다. 경북의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고 청년들의 유출은 가속화되고 있다.12년 만에 경북도의 수장이 바뀐다. 기대와 불안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이 당선인이 변화에 대한 기대와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불안감에 대해 완급 조절을 잘하기 바란다. 이 당선인이 300만 도민을 위해 공무원들과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에 세우기를 응원한다.

2018-06-15 05:00:00

[청라언덕] 대구 건설업 살리기

[청라언덕] 대구 건설업 살리기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대구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45.3대 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경쟁률(13.1대 1)의 3배가 넘는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지방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유독 대구는 분양 아파트 단지마다 완판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안타까운 현실은 유난히 뜨거운 올해 대구 분양시장에서 정작 지역 건설기업의 이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5월 현재 대구 분양 아파트는 13개 단지 7천184가구로 지난해 전체 공급 물량의 2배에 육박한다. 이에 반해 대구 건설업체 분양 물량은 우방 659가구가 전부로 채 10%가 되지 않는다.올해 추가 분양 예정의 13개 단지 1만4천541가구 중에도 지역 업체 물량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구 분양시장이 사실상 외지 업체의 잔치판으로 전락하면서 지역 업체는 구경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외지업체 독식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달 4일 대구도시공사가 동구 안심뉴타운 아파트 용지 입찰을 마감한 결과 3개 블록 모두가 외지업체 손으로 넘어갔다. 당시 입찰에 참가한 지역 업체들은 외지업체의 막무가내식 낙찰가 올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한다.지역 시장을 가장 잘 아는 토종 건설사들은 나름 합리적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데 반해 외지 업체들은 사업 따내기에 급급해 낙찰가 인상에 따른 분양가 상승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앞서 2010년 이후 테크노폴리스, 국가산업단지, 연경지구 등 대구 공공택지 대부분을 마찬가지 이유로 외지 업체들이 독차지해 왔다.여기에 대구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시장까지 수도권 대형 건설사가 싹쓸이하고 있다. 지난해 6개 대구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시공권 전부를 외지 중대형 건설업체가 독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4개 정비사업장마저 모조리 차지했다.달서구 죽전동 웨딩알리앙스 부지, 수성구 신매동 이마트 시지점 부지 등 지역에서 추진하는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도 지역업체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대구 주택건설업계는 지역 건설업에 불어닥친 외지 업체 독식 현상은 업계 스스로의 노력으로 헤쳐나가야 할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고 진단한다. 자본과 규모, 브랜드 등 모든 면에서 열세에 놓인 지역 업체로선 속절없이 안방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지방정부의 정책 대안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아무리 국내 굴지의 건설사라 하더라도 건설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정부를 무시할 순 없다. 바꿔 말해 지방정부가 지역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살리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게다가 6·13 지방선거 이후 민선 7기 시대의 화두는 단연 '지방분권'이다. 차기 대구 지방정부는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수도권 대기업의 무차별 공세에 직면한 지역 건설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명분과 책무가 있다.당장 지역 건설업계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택지개발이나 용지 분양만이라도 지역 기업들에 우선 참여권을 주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택지개발 사업 초기에 지역 업체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방법이나 용지 분양 시 지역 업체 제한입찰 방식 등을 검토해달라는 요구다.건설업은 지역 경기 부양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통한다. 자재나 고용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지역 건설업을 살리는 일이 곧 지역 경제 활성화의 지름길이다.

2018-06-08 05:00:00

[청라언덕] 추미애 김부겸 유시민

[청라언덕] 추미애 김부겸 유시민

정권이 바뀐 지 1년 남짓. 이제 대구경북(TK)은 기댈 곳이 없다. 이명박(포항)·박근혜(대구) 전 대통령은 영어의 몸(구속 상태)이 되어 있고, TK는 남북평화시대에 딴지나 거는 보수 꼴통 지역으로 낙인찍혀 오갈 데가 없다. 정부 고위급 인사나 예산, 사업 등에서도 TK는 '저 외딴섬' 취급을 받고 있다. 사실 TK는 이명박근혜 9년 정권에서도 별달리 특혜를 받은 것도 없다. 이 상황에서 그래도 손을 내밀 만한 여권 3인방이 떠오른다. 첫 번째 인사는 현 여당(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다. 경북여고를 졸업하고 한양대 법대를 나와 법조인으로 살다 훌륭한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물론 대구에서 정치를 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지역민들과 기자들조차 추 대표가 대구에서 자라 학창시절을 보낸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고향 까마귀'라는 말이 있듯, 추 대표가 그래도 대구를 조금이라도 생각하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모습만 평가하자면 고향 대구는 그녀의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혹독한 야당 시절을 보내고 있는 고향을 적진으로 여기는 것 같다. 기대할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아는 몇몇 지역민들은 "추미애는 대구 여자 아이다. 고마 호남 며느리다"라고 비아냥거린다. 두 번째 인사는 대구가 사랑하는 정치인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경북 상주가 고향으로 당시 TK 최고 명문인 경북고(56회)를 졸업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정치에 입문해 경기도 군포시에서 내리 3선(16~18대 국회의원)을 했다. 이후 보수의 아성인 대구에서 고배를 마신 끝에 제20대 총선(2016)에서 대구에 파란 깃발(더불어민주당)을 꽂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 장관이 대구를 위해 해준 것을 생각하면, 'Nothing'이라는 영어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경찰청 인사에서도 지난해 약속한 것을 올해 초 지키지 못했고, 정부 예산 확보에서 대구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도 낮과 밤에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는 한 지역민들의 얘기를 전해들었다. 오지도 못할 거면서, 대구의 특정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공수표도 많이 날렸다. 세 번째 인사는 경주가 고향이고, 대구 심인고를 졸업한 방송인 유시민(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왕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실세였으며, 현재도 진보 세력 중에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다. JTBC 프로그램인 '썰전'과 '뉴스룸' 등을 통해 폭넓은 지식과 화려한 말발로 많은 진보층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떻게 보면, 추미애김부겸보다 더 영향력이 큰 정치 논객이자 방송인으로 '진보 세력의 아이콘' 같은 존재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잠시 생각을 반대로 돌리면, 고향 TK에는 비수를 꽂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유시민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보았지만 단 한 번도 고향을 두둔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반면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을 가르치고, 계도하려는 얘기는 여러 차례 들었다. 김대중 정권 시절 경북 울진이 고향인 김중권 비서실장과 노무현 정권에서 '왕수석'이라 불렸던 대구 출신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은 적어도 TK 관련 인사나 예산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끼치며, 고향을 위해 애쓰려는 노력도 했고 실천도 했다. 여권의 훌륭한(?) TK 3인방(추-김-유)은 대구경북을 위해 최소한의 것이라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인가?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2018-05-31 18:14:02

[청라언덕] 개성에 꽃피는 대구 나무

[청라언덕] 개성에 꽃피는 대구 나무

봄꽃 향이 완연한 봄이다. 언뜻언뜻 불안한 살얼음이 남아 있긴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화해 무드다. 그렇게 2018년 화려한 봄이 시작됐다.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난 지난 4월 27일의 감동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뭉클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한반도의 봄에 취해만 있을 것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이를 활용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이다. 안 그래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남북 교류사업의 물꼬가 트일 것에 대비해 여러 가지 사업 준비에 혈안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수산업 교류, 산림녹화사업, 통일딸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부산시는 최근 수산업계, 학계, 전문가 등과 함께 '수산 분야 남북교류협력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위원회는 대형선망과 대형트롤 등 근해 어선의 북한 수역 입어(入漁) 문제 같은 부산의 강점인 수산업 기반의 구체적 투자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북한 수역 내 신규 어장 확보, 수산식품의 가공냉동냉장 분야 협력, 수산 분야 교류협력 방안 등을 담은 로드맵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양식, 어로 기술, 선박 수리 및 건조 기술 등 다양한 남북 합작사업 아이템도 발굴해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인천시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서해북방한계선(NLL) 평화수역' 조성을 위해 지방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평화수역에서 남북 어민이 함께 조업하는 공동어로와 수산물 교역 등을 검토 중이란다. 또한 중국 톈진(天津)이나 칭다오(靑島)를 출발해 북한 남포항을 경유, 인천항을 잇는 항로 개설도 구상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지난 2006년 평양에 딸기 모주를 보낸 뒤 모종을 다시 가져와 '경남 통일딸기'로 키워낸 경험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최근 경남통일농업협력회 등 도내 남북교류단체와 농업협력 등의 우수 남북교류협력사업 발굴에 나선 것. 울산시도 얼마 전 울산테크노파크, 울산항만공사, 울산상공회의소 등의 기관들이 참여한 '남북 경제' 교류협력 TF를 만들었다. 울산항을 대북지원 물류거점 항구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일본과 잇는 거점 항만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울산의 복안이다. 이처럼 전국이 포스트 남북 정상회담 시대를 대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모양새다. 대구시도 2년 전부터 개성시와 자매우호도시 결연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야 할 듯하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기념물 및 사료 공동 발굴연구, 관련 기록물 추가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1907년 당시 국채보상운동이 북한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개됐던 개성과의 인연 맺기에 일찌감치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만난 한 지인은 대구가 '나무'로 북한과 손을 잡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구는 나무 도시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인 '도동 측백나무 숲'도 대구에 있고, 도심에 나무를 많이 심어 전국 최고의 폭염도시였던 오명까지 벗어난 지역"이라고 했다. 지인의 제안은 설득력 있게 들렸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정부는 남북협력사업의 첫 사업을 산림에 맞췄기 때문이다. 숲을 남북협력사업 맨 앞자리에 둔 것은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상태라는 게 이유일 게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전체 산림 면적(899만㏊) 중 32%인 284만㏊가 파괴됐다. 북한 입장에서도 남측 도움을 받기에는 사람보다 숲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년 식목일에 대구 나무를 개성에 심는 상상을 해본다. 개성이 대구 나무로 푸르름을 더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틔우기를 기대한다.

2018-05-24 20:21:55

[청라언덕] 공공조형물 조례 보완 시급하다

[청라언덕] 공공조형물 조례 보완 시급하다

매일신문사 앞 도로를 건널 때마다 붉은색 아크릴로 만들어진 조형물을 보며 괜한 의구심을 품게 된다. 과연 이 작품은 무슨 의미를 담았을까? 가뜩이나 무더운 대구에서 굳이 쇠로 커다란 바닥판을 만들어 열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부작용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일까? 작품성과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공공조형물 가운데 365일 뜨거운 태양과 비바람에 노출돼야 하는 작품이 다수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마당에 설치된 조형물이 그렇다. 처음 설치됐을 때는 깔끔한 검은색 바탕에 선명한 붉은색 라인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색이 바래면서 영 볼품없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도시도 브랜드 경쟁시대가 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홍보를 위한 각종 조형물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시의 명물을 시각적으로 손쉽게 알리고, 관광명소화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예술의 향기를 입히는 것이다. 덕분에 어딜 가나 볼거리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조형물 설치 과정에서 제대로 된 논의나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곳도 상당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 달서구청이 진천동 선사시대로에 설치한 초대형 원시인 조형물이다. 이 작품은 올 초부터 '흉물' 논란이 일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이 철거 시위를 벌였고 결국 이달 초 달서구의회가 원시인 조형물 철거를 요구한 주민청원을 받아들였다. 이 작품에는 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서울의 슈즈트리 역시 흉물 논란으로 자취를 감췄다. 1억4천만원의 예산이 사용된 이 작품은 헌 신발을 활용해 '도시 재생'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지만, "악취 나는 신발 폭포"라는 시민들의 악평이 쏟아지면서 철거됐다. 사실 이런 공공조형물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지난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지자체의 무분별한 공공조형물 건립에 제동을 걸기 위해 조례안을 권고했다. 물론 이를 받아들인 많은 지자체들이 앞다퉈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섰지만, 국민권익위가 제시한 표준안을 준용해 만든 조례는 심각한 허점을 안고 있었다. 가장 많은 공공조형물을 발주하는 주체가 지자체이지만 정작 문제의 주범(?)인 지자체는 심의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이번 '원시인 조형물' 사태에 있어서도 달서구는 "해당 조례는 외부인이 조형물을 설치하는 경우에 해당하며, 지자체가 직접 설치할 경우에는 공공입찰 관련 조례의 심사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민권익위는 "지자체도 심의를 받아야 하는 주체라고 명확히 표현하지 않아 달서구가 스스로를 심의 대상에서 뺄 수 있는 허점이 있어 개정을 권한다"고 달서구청에 밝혔다. 지자체 역시 심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국민권익위가 다시 한 번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예술 작품을 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흉물'로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참신한 '작품'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공조형물이 시민들의 혈세가 투입되고 불특정 다수가 감상하게 되는 만큼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고 심의하는 '논의의 장'이 분명히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자체장이나 담당 공무원의 의견만으로 결정될 사안은 아니다. 원시인 조형물 논란도 당초 달서구청이 형식적인 공청회 대신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거나,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사전 심의를 거쳤다면 어땠을까? 더 이상 공공조형물 논란으로 혈세와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는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공공조형물 관련 조례의 개정이 시급하다.

2018-05-18 00:05:04

[청라언덕] 인권 보장, 결국은 가야할 길

[청라언덕] 인권 보장, 결국은 가야할 길

올 들어 대구 경찰은 잇따른 인권 침해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2월 데이트폭력을 신고하고자 수성경찰서를 찾은 피해자를 제대로 보듬지 못한 게 시작이었다. 수사관 앞에서 힘들게 입을 뗀 피해자는 어수선한 사무실 분위기에 당혹감을 느꼈다. '더 좋은 남자 만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모욕감까지 들었다. 견디다 못해 경찰서를 뛰쳐나온 이 여성의 사연은 인권단체를 통해 알려졌고, 경찰은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이 일로 수성경찰서는 여성단체들이 선정하는 '성평등 걸림돌상'을 받아들었다. 이후 대구시내 각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는 그동안 없던 장소가 생겼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독립된 공간에서 차분하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공공기관의 인권침해 피해 호소가 줄을 이었다. 인권단체와 여성단체들이 경찰서를 찾아온 사례가 올 들어 벌써 네 차례다. 같은 달 23일에는 아내가 카페에서 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는데, 지적장애인이란 이유로 경찰이 사건 접수를 해주지 않았다는 진정이 접수돼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 남성은 지인들과 도박을 하다가 돈을 잃자 성추행을 당했다며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뇌병변장애 1급 장애가 있는 두 살배기 딸을 쓰레기가 가득한 집안에 방치하는 등 아동학대 혐의까지 있었다. 아이 돌보미로 일하는 여성이 돈을 훔친 용의자로 몰렸다는 인권침해 논란 보도를 한 본지 기자는 피해자(?)로부터 항의 메일을 받았다. 신고자와 오해가 있었고, 수사관이 윽박지르거나 통장 거래 내역을 내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여성은 자신을 대변해준 인권운동단체와 권한 위임도 끝냈고, 나서지 않기로 약속받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인권운동단체의 성명서를 토대로 보도한 기자만 졸지에 '오보'를 낸 셈이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민감해진 것 중의 하나가 '인권 감수성'이다. 올해처럼 인권·여성단체들의 경찰서 방문이 줄을 이었던 적은 없다.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항의가 조용히 묻혔던 과거와도 다른 양상이다. 경찰관들도 달라진 인권 눈높이를 실감하고 있다. "범죄 피의자들조차도 인권을 강조하다 보니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울 때도 간혹 있어요. 그래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경찰 조직이 더욱 바뀌어야 할 부분이겠죠." 한 간부 수사관은 "앞으로 수사를 어떻게 하냐"며 난감해했다. "증거 우선주의로 수사를 진행해야죠. 솔직히 진짜 범죄자들은 인권침해 운운 안 해요." 경찰 내부의 조직적인 움직임도 있다. 경찰청은 인권침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자기변호노트'도 서울의 6개 경찰서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이 높아지기까진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인권 보장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인식과 공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권 감수성의 확대는 결국은 옳은 방향이다. 이준섭 대구경찰청장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응과 절차적 정당성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간관리자들을 중심으로 업무 전문성을 키우고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인권 눈높이에도 맞추겠다고도 했다. 대응 매뉴얼과 교육 내용도 바꾸고, 직원 교육 강사에도 시민사회단체를 초청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내년에는 꼭 성평등 디딤돌상을 받겠다"는 경찰의 다짐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2018-05-11 00:05:00

[청라언덕] 화합형 정치인

[청라언덕] 화합형 정치인

숙종 2년(1675년) 서인의 거두 송시열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1년 전 효종비 인선왕후가 승하한 뒤 생존해 있던 효종의 계모 자의대비의 상복 기간을 둘러싼 2차 예송 논쟁에서 현종이 남인의 손을 들어준 탓이었다. 송시열을 중심으로 한 서인의 막강한 힘에 눌려 있던 현종은 2차 예송 논쟁을 계기로 정권을 남인에게 넘겨줄 결심을 한다. 첫 단계로 대공설(상복을 9개월 동안 입자는 주장)을 지지한 서인 소장파들을 줄줄이 귀양을 보냈다. 이어 기년설(상복을 1년 동안 입자는 주장)을 주장한 남인 허목을 영의정으로 전격 발탁했다. 허목은 4년 전 처음 영의정에 올랐으나 송시열의 논척으로 물러난 전력이 있었다. 현종 급사 후 왕위에 오른 숙종은 서인 숙청에 더욱 열을 올린다. 남인의 칼날은 송시열의 목을 겨냥한다. 허목, 윤휴 등 남인 중진까지 나서 강력한 처벌을 주장한다. 숙종은 즉위 4개월 만인 1675년 1월 송시열의 귀양을 명한다. 송시열의 나이 만 67세였다. 귀양지를 두고 조정은 논란을 거듭했다. 함경도 덕원에서 충청도 웅천으로, 다시 경상도 장기로 바뀐다. 풍토병이 없던 장기로 정해진 배경에는 남인 강경파와 거리를 둔 허적의 힘이 컸다. 유배 중인 송시열에 대한 고묘론(종묘에 송시열의 죄를 고하자는 주장)이 불거졌을 때도 허적은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고묘는 역적을 의미했다. 남인이면서도 서인들과 교류가 잦았던 허목도 남인 강경파와 달리 온건한 목소리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정치 보복은 또 다른 정치 보복을 부른다는 판단에서였다. 정권을 잡은 남인은 서인 처리 문제를 두고 줄곧 마찰을 빚었다.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었다. 온건파인 탁남(濁南)의 영수였던 허적은 강경파의 탄핵을 받는다. 탄핵을 받은 허적은 벼슬을 내놓고 가족들을 데리고 고향 충주로 떠난다. 숙종은 밀지를 보내 "과인의 잠자리와 먹는 것이 편하지 못해 병을 얻은 것 같다"며 돌아올 것을 종용했지만 끝내 사양했다. 숙종이 청남(淸南)인 강경파를 내쫓은 뒤에야 허적은 서울로 돌아왔다. 숙종이 강경파의 손을 들어줬으면 송시열은 불귀의 객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역사가들은 이를 두고 우리 역사에서 보기 드문 온건파의 승리로 평했다.(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폐 청산이 화두가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핵심 요직에 있던 인사들이 모두 그 대상이다. 문제는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의 경계선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권은 적폐 청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치 보복의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경우도 적잖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야당의 반발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속에 공허한 외침에 그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가슴에 새기며 정권의 실정만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무한한 권력은 없다. 언젠가는 상대에게 권력을 넘겨주게 돼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6'25전쟁 당시 남북을 합쳐 200만 명 이상이 사망 또는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대와도 분단 극복이라는 대의명분 앞에 과거의 책임은 뒤로 돌리고 있다. 더 이상 정치 보복 논란은 없어져야 한다. 또 다른 정치 보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같은 보기 드문 화합형 정치인은 뜻을 펴기도 전에 꺾였다. 허적과 같은 화합형 정치인이 다시 나올 수는 없을까.

2018-05-04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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