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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철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이철우 당선인에게 바란다

치열했던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경상북도지사 선거에서는 이철우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됐다.이 당선인에 대해 경북도민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 민선 1기부터 6기까지 2명의 경북도지사는 모두 행정가 출신이었다.이 당선인은 행정가이면서 3선 국회의원인 정치인 출신이다.진보 진영이 우세한 정치 지형 속에서 야당 도지사로서 중앙정부와 관계 설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반면 경북도 부지사 출신으로 도정을 잘 알고 있고 정치인다운 뚝심으로 중앙정부에 경북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것이라고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경북을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에 세우겠다"는 이 당선인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경북도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환동해권 시대가 열리고 있다. 환동해권 시대가 도래하면 동해를 끼고 있는 남북한과 일본, 중국 동북부, 극동 러시아는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진다.이 당선인은 환동해지역본부 제2청사 격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는 도청신도시 등 북부권의 동의를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환동해권과 도청신도시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제2청사 건립의 명분이 생긴 만큼 경북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아울러 해양 교역의 중심에 경북이 우뚝 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당과의 연정도 고려해볼 만하다. 제2청사의 장을 부지사급으로 하고 여당 인사를 부지사로 채용해서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다. 미적거리다가는 여당 소속인 최문순 도지사가 있는 강원도에 환동해권 시대 주도권을 뺏길 우려도 있다.이 당선인은 경북문화관광공사와 경북농산물유통공사를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경북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은 모두 30개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경북관광공사와, 경북농산물유통공사는 경북통상과 기능과 역할이 중복된다. 새로운 공사 설립은 기존 출자출연기관의 기능 중복 문제를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 기존 공사의 통폐합 없이 또다시 공사를 설립하는 것은 자리를 위해 만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탈원전 문제도 당선인이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다. 이제까지는 경북도가 탈원전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울진과 영덕 등 신규 원전 건설이 무산된 동해안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가 공존하는 융합 에너지 클러스터 육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전 건설이 예정된 당초 부지에 친환경 에너지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원자력해체연구소 유치를 서둘러야 한다.김관용 도지사는 12년 재임 기간 동안 도정을 추진하면서 명분을 중시했다. 실크로드 프로젝트, 경주문화엑스포 개최, 낙동강호국평화벨트 추진 등 경북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역사를 바탕으로 한 정책을 꿋꿋이 펼쳤다.이 당선인은 앞으로 경북도의 정체성과 관련된 정책에서 한발 더 나가 실질적이고 실리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도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올인해야 한다. 경북의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고 청년들의 유출은 가속화되고 있다.12년 만에 경북도의 수장이 바뀐다. 기대와 불안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이 당선인이 변화에 대한 기대와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불안감에 대해 완급 조절을 잘하기 바란다. 이 당선인이 300만 도민을 위해 공무원들과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에 세우기를 응원한다.

2018-06-15 05:00:00

이상준 경제부 차장

[청라언덕] 대구 건설업 살리기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대구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45.3대 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경쟁률(13.1대 1)의 3배가 넘는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지방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유독 대구는 분양 아파트 단지마다 완판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안타까운 현실은 유난히 뜨거운 올해 대구 분양시장에서 정작 지역 건설기업의 이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5월 현재 대구 분양 아파트는 13개 단지 7천184가구로 지난해 전체 공급 물량의 2배에 육박한다. 이에 반해 대구 건설업체 분양 물량은 우방 659가구가 전부로 채 10%가 되지 않는다.올해 추가 분양 예정의 13개 단지 1만4천541가구 중에도 지역 업체 물량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구 분양시장이 사실상 외지 업체의 잔치판으로 전락하면서 지역 업체는 구경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외지업체 독식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달 4일 대구도시공사가 동구 안심뉴타운 아파트 용지 입찰을 마감한 결과 3개 블록 모두가 외지업체 손으로 넘어갔다. 당시 입찰에 참가한 지역 업체들은 외지업체의 막무가내식 낙찰가 올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한다.지역 시장을 가장 잘 아는 토종 건설사들은 나름 합리적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데 반해 외지 업체들은 사업 따내기에 급급해 낙찰가 인상에 따른 분양가 상승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앞서 2010년 이후 테크노폴리스, 국가산업단지, 연경지구 등 대구 공공택지 대부분을 마찬가지 이유로 외지 업체들이 독차지해 왔다.여기에 대구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시장까지 수도권 대형 건설사가 싹쓸이하고 있다. 지난해 6개 대구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시공권 전부를 외지 중대형 건설업체가 독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4개 정비사업장마저 모조리 차지했다.달서구 죽전동 웨딩알리앙스 부지, 수성구 신매동 이마트 시지점 부지 등 지역에서 추진하는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도 지역업체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대구 주택건설업계는 지역 건설업에 불어닥친 외지 업체 독식 현상은 업계 스스로의 노력으로 헤쳐나가야 할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고 진단한다. 자본과 규모, 브랜드 등 모든 면에서 열세에 놓인 지역 업체로선 속절없이 안방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지방정부의 정책 대안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아무리 국내 굴지의 건설사라 하더라도 건설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정부를 무시할 순 없다. 바꿔 말해 지방정부가 지역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살리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게다가 6·13 지방선거 이후 민선 7기 시대의 화두는 단연 '지방분권'이다. 차기 대구 지방정부는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수도권 대기업의 무차별 공세에 직면한 지역 건설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명분과 책무가 있다.당장 지역 건설업계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택지개발이나 용지 분양만이라도 지역 기업들에 우선 참여권을 주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택지개발 사업 초기에 지역 업체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방법이나 용지 분양 시 지역 업체 제한입찰 방식 등을 검토해달라는 요구다.건설업은 지역 경기 부양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통한다. 자재나 고용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지역 건설업을 살리는 일이 곧 지역 경제 활성화의 지름길이다.

2018-06-08 05:00:00

문화부 차장※

[청라언덕] 추미애 김부겸 유시민

정권이 바뀐 지 1년 남짓. 이제 대구경북(TK)은 기댈 곳이 없다. 이명박(포항)·박근혜(대구) 전 대통령은 영어의 몸(구속 상태)이 되어 있고, TK는 남북평화시대에 딴지나 거는 보수 꼴통 지역으로 낙인찍혀 오갈 데가 없다. 정부 고위급 인사나 예산, 사업 등에서도 TK는 '저 외딴섬' 취급을 받고 있다. 사실 TK는 이명박근혜 9년 정권에서도 별달리 특혜를 받은 것도 없다. 이 상황에서 그래도 손을 내밀 만한 여권 3인방이 떠오른다. 첫 번째 인사는 현 여당(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다. 경북여고를 졸업하고 한양대 법대를 나와 법조인으로 살다 훌륭한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물론 대구에서 정치를 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지역민들과 기자들조차 추 대표가 대구에서 자라 학창시절을 보낸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고향 까마귀'라는 말이 있듯, 추 대표가 그래도 대구를 조금이라도 생각하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모습만 평가하자면 고향 대구는 그녀의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혹독한 야당 시절을 보내고 있는 고향을 적진으로 여기는 것 같다. 기대할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아는 몇몇 지역민들은 "추미애는 대구 여자 아이다. 고마 호남 며느리다"라고 비아냥거린다. 두 번째 인사는 대구가 사랑하는 정치인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경북 상주가 고향으로 당시 TK 최고 명문인 경북고(56회)를 졸업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정치에 입문해 경기도 군포시에서 내리 3선(16~18대 국회의원)을 했다. 이후 보수의 아성인 대구에서 고배를 마신 끝에 제20대 총선(2016)에서 대구에 파란 깃발(더불어민주당)을 꽂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 장관이 대구를 위해 해준 것을 생각하면, 'Nothing'이라는 영어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경찰청 인사에서도 지난해 약속한 것을 올해 초 지키지 못했고, 정부 예산 확보에서 대구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도 낮과 밤에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는 한 지역민들의 얘기를 전해들었다. 오지도 못할 거면서, 대구의 특정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공수표도 많이 날렸다. 세 번째 인사는 경주가 고향이고, 대구 심인고를 졸업한 방송인 유시민(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왕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실세였으며, 현재도 진보 세력 중에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다. JTBC 프로그램인 '썰전'과 '뉴스룸' 등을 통해 폭넓은 지식과 화려한 말발로 많은 진보층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떻게 보면, 추미애김부겸보다 더 영향력이 큰 정치 논객이자 방송인으로 '진보 세력의 아이콘' 같은 존재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잠시 생각을 반대로 돌리면, 고향 TK에는 비수를 꽂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유시민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보았지만 단 한 번도 고향을 두둔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반면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을 가르치고, 계도하려는 얘기는 여러 차례 들었다. 김대중 정권 시절 경북 울진이 고향인 김중권 비서실장과 노무현 정권에서 '왕수석'이라 불렸던 대구 출신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은 적어도 TK 관련 인사나 예산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끼치며, 고향을 위해 애쓰려는 노력도 했고 실천도 했다. 여권의 훌륭한(?) TK 3인방(추-김-유)은 대구경북을 위해 최소한의 것이라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인가?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2018-05-31 18:14:02

정욱진 기자

[청라언덕] 개성에 꽃피는 대구 나무

봄꽃 향이 완연한 봄이다. 언뜻언뜻 불안한 살얼음이 남아 있긴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화해 무드다. 그렇게 2018년 화려한 봄이 시작됐다.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난 지난 4월 27일의 감동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뭉클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한반도의 봄에 취해만 있을 것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이를 활용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이다. 안 그래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남북 교류사업의 물꼬가 트일 것에 대비해 여러 가지 사업 준비에 혈안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수산업 교류, 산림녹화사업, 통일딸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부산시는 최근 수산업계, 학계, 전문가 등과 함께 '수산 분야 남북교류협력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위원회는 대형선망과 대형트롤 등 근해 어선의 북한 수역 입어(入漁) 문제 같은 부산의 강점인 수산업 기반의 구체적 투자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북한 수역 내 신규 어장 확보, 수산식품의 가공냉동냉장 분야 협력, 수산 분야 교류협력 방안 등을 담은 로드맵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양식, 어로 기술, 선박 수리 및 건조 기술 등 다양한 남북 합작사업 아이템도 발굴해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인천시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서해북방한계선(NLL) 평화수역' 조성을 위해 지방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평화수역에서 남북 어민이 함께 조업하는 공동어로와 수산물 교역 등을 검토 중이란다. 또한 중국 톈진(天津)이나 칭다오(靑島)를 출발해 북한 남포항을 경유, 인천항을 잇는 항로 개설도 구상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지난 2006년 평양에 딸기 모주를 보낸 뒤 모종을 다시 가져와 '경남 통일딸기'로 키워낸 경험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최근 경남통일농업협력회 등 도내 남북교류단체와 농업협력 등의 우수 남북교류협력사업 발굴에 나선 것. 울산시도 얼마 전 울산테크노파크, 울산항만공사, 울산상공회의소 등의 기관들이 참여한 '남북 경제' 교류협력 TF를 만들었다. 울산항을 대북지원 물류거점 항구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일본과 잇는 거점 항만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울산의 복안이다. 이처럼 전국이 포스트 남북 정상회담 시대를 대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모양새다. 대구시도 2년 전부터 개성시와 자매우호도시 결연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야 할 듯하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기념물 및 사료 공동 발굴연구, 관련 기록물 추가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1907년 당시 국채보상운동이 북한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개됐던 개성과의 인연 맺기에 일찌감치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만난 한 지인은 대구가 '나무'로 북한과 손을 잡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구는 나무 도시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인 '도동 측백나무 숲'도 대구에 있고, 도심에 나무를 많이 심어 전국 최고의 폭염도시였던 오명까지 벗어난 지역"이라고 했다. 지인의 제안은 설득력 있게 들렸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정부는 남북협력사업의 첫 사업을 산림에 맞췄기 때문이다. 숲을 남북협력사업 맨 앞자리에 둔 것은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상태라는 게 이유일 게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전체 산림 면적(899만㏊) 중 32%인 284만㏊가 파괴됐다. 북한 입장에서도 남측 도움을 받기에는 사람보다 숲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년 식목일에 대구 나무를 개성에 심는 상상을 해본다. 개성이 대구 나무로 푸르름을 더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틔우기를 기대한다.

2018-05-24 20:21:55

[청라언덕] 공공조형물 조례 보완 시급하다

매일신문사 앞 도로를 건널 때마다 붉은색 아크릴로 만들어진 조형물을 보며 괜한 의구심을 품게 된다. 과연 이 작품은 무슨 의미를 담았을까? 가뜩이나 무더운 대구에서 굳이 쇠로 커다란 바닥판을 만들어 열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부작용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일까? 작품성과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공공조형물 가운데 365일 뜨거운 태양과 비바람에 노출돼야 하는 작품이 다수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마당에 설치된 조형물이 그렇다. 처음 설치됐을 때는 깔끔한 검은색 바탕에 선명한 붉은색 라인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색이 바래면서 영 볼품없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도시도 브랜드 경쟁시대가 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홍보를 위한 각종 조형물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시의 명물을 시각적으로 손쉽게 알리고, 관광명소화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예술의 향기를 입히는 것이다. 덕분에 어딜 가나 볼거리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조형물 설치 과정에서 제대로 된 논의나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곳도 상당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 달서구청이 진천동 선사시대로에 설치한 초대형 원시인 조형물이다. 이 작품은 올 초부터 '흉물' 논란이 일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이 철거 시위를 벌였고 결국 이달 초 달서구의회가 원시인 조형물 철거를 요구한 주민청원을 받아들였다. 이 작품에는 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서울의 슈즈트리 역시 흉물 논란으로 자취를 감췄다. 1억4천만원의 예산이 사용된 이 작품은 헌 신발을 활용해 '도시 재생'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지만, "악취 나는 신발 폭포"라는 시민들의 악평이 쏟아지면서 철거됐다. 사실 이런 공공조형물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지난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지자체의 무분별한 공공조형물 건립에 제동을 걸기 위해 조례안을 권고했다. 물론 이를 받아들인 많은 지자체들이 앞다퉈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섰지만, 국민권익위가 제시한 표준안을 준용해 만든 조례는 심각한 허점을 안고 있었다. 가장 많은 공공조형물을 발주하는 주체가 지자체이지만 정작 문제의 주범(?)인 지자체는 심의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이번 '원시인 조형물' 사태에 있어서도 달서구는 "해당 조례는 외부인이 조형물을 설치하는 경우에 해당하며, 지자체가 직접 설치할 경우에는 공공입찰 관련 조례의 심사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민권익위는 "지자체도 심의를 받아야 하는 주체라고 명확히 표현하지 않아 달서구가 스스로를 심의 대상에서 뺄 수 있는 허점이 있어 개정을 권한다"고 달서구청에 밝혔다. 지자체 역시 심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국민권익위가 다시 한 번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예술 작품을 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흉물'로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참신한 '작품'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공조형물이 시민들의 혈세가 투입되고 불특정 다수가 감상하게 되는 만큼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고 심의하는 '논의의 장'이 분명히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자체장이나 담당 공무원의 의견만으로 결정될 사안은 아니다. 원시인 조형물 논란도 당초 달서구청이 형식적인 공청회 대신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거나,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사전 심의를 거쳤다면 어땠을까? 더 이상 공공조형물 논란으로 혈세와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는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공공조형물 관련 조례의 개정이 시급하다.

2018-05-18 00:05:04

[청라언덕] 인권 보장, 결국은 가야할 길

올 들어 대구 경찰은 잇따른 인권 침해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2월 데이트폭력을 신고하고자 수성경찰서를 찾은 피해자를 제대로 보듬지 못한 게 시작이었다. 수사관 앞에서 힘들게 입을 뗀 피해자는 어수선한 사무실 분위기에 당혹감을 느꼈다. '더 좋은 남자 만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모욕감까지 들었다. 견디다 못해 경찰서를 뛰쳐나온 이 여성의 사연은 인권단체를 통해 알려졌고, 경찰은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이 일로 수성경찰서는 여성단체들이 선정하는 '성평등 걸림돌상'을 받아들었다. 이후 대구시내 각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는 그동안 없던 장소가 생겼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독립된 공간에서 차분하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공공기관의 인권침해 피해 호소가 줄을 이었다. 인권단체와 여성단체들이 경찰서를 찾아온 사례가 올 들어 벌써 네 차례다. 같은 달 23일에는 아내가 카페에서 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는데, 지적장애인이란 이유로 경찰이 사건 접수를 해주지 않았다는 진정이 접수돼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 남성은 지인들과 도박을 하다가 돈을 잃자 성추행을 당했다며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뇌병변장애 1급 장애가 있는 두 살배기 딸을 쓰레기가 가득한 집안에 방치하는 등 아동학대 혐의까지 있었다. 아이 돌보미로 일하는 여성이 돈을 훔친 용의자로 몰렸다는 인권침해 논란 보도를 한 본지 기자는 피해자(?)로부터 항의 메일을 받았다. 신고자와 오해가 있었고, 수사관이 윽박지르거나 통장 거래 내역을 내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여성은 자신을 대변해준 인권운동단체와 권한 위임도 끝냈고, 나서지 않기로 약속받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인권운동단체의 성명서를 토대로 보도한 기자만 졸지에 '오보'를 낸 셈이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민감해진 것 중의 하나가 '인권 감수성'이다. 올해처럼 인권·여성단체들의 경찰서 방문이 줄을 이었던 적은 없다.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항의가 조용히 묻혔던 과거와도 다른 양상이다. 경찰관들도 달라진 인권 눈높이를 실감하고 있다. "범죄 피의자들조차도 인권을 강조하다 보니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울 때도 간혹 있어요. 그래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경찰 조직이 더욱 바뀌어야 할 부분이겠죠." 한 간부 수사관은 "앞으로 수사를 어떻게 하냐"며 난감해했다. "증거 우선주의로 수사를 진행해야죠. 솔직히 진짜 범죄자들은 인권침해 운운 안 해요." 경찰 내부의 조직적인 움직임도 있다. 경찰청은 인권침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자기변호노트'도 서울의 6개 경찰서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이 높아지기까진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인권 보장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인식과 공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권 감수성의 확대는 결국은 옳은 방향이다. 이준섭 대구경찰청장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응과 절차적 정당성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간관리자들을 중심으로 업무 전문성을 키우고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인권 눈높이에도 맞추겠다고도 했다. 대응 매뉴얼과 교육 내용도 바꾸고, 직원 교육 강사에도 시민사회단체를 초청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내년에는 꼭 성평등 디딤돌상을 받겠다"는 경찰의 다짐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2018-05-11 00:05:00

[청라언덕] 화합형 정치인

숙종 2년(1675년) 서인의 거두 송시열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1년 전 효종비 인선왕후가 승하한 뒤 생존해 있던 효종의 계모 자의대비의 상복 기간을 둘러싼 2차 예송 논쟁에서 현종이 남인의 손을 들어준 탓이었다. 송시열을 중심으로 한 서인의 막강한 힘에 눌려 있던 현종은 2차 예송 논쟁을 계기로 정권을 남인에게 넘겨줄 결심을 한다. 첫 단계로 대공설(상복을 9개월 동안 입자는 주장)을 지지한 서인 소장파들을 줄줄이 귀양을 보냈다. 이어 기년설(상복을 1년 동안 입자는 주장)을 주장한 남인 허목을 영의정으로 전격 발탁했다. 허목은 4년 전 처음 영의정에 올랐으나 송시열의 논척으로 물러난 전력이 있었다. 현종 급사 후 왕위에 오른 숙종은 서인 숙청에 더욱 열을 올린다. 남인의 칼날은 송시열의 목을 겨냥한다. 허목, 윤휴 등 남인 중진까지 나서 강력한 처벌을 주장한다. 숙종은 즉위 4개월 만인 1675년 1월 송시열의 귀양을 명한다. 송시열의 나이 만 67세였다. 귀양지를 두고 조정은 논란을 거듭했다. 함경도 덕원에서 충청도 웅천으로, 다시 경상도 장기로 바뀐다. 풍토병이 없던 장기로 정해진 배경에는 남인 강경파와 거리를 둔 허적의 힘이 컸다. 유배 중인 송시열에 대한 고묘론(종묘에 송시열의 죄를 고하자는 주장)이 불거졌을 때도 허적은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고묘는 역적을 의미했다. 남인이면서도 서인들과 교류가 잦았던 허목도 남인 강경파와 달리 온건한 목소리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정치 보복은 또 다른 정치 보복을 부른다는 판단에서였다. 정권을 잡은 남인은 서인 처리 문제를 두고 줄곧 마찰을 빚었다.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었다. 온건파인 탁남(濁南)의 영수였던 허적은 강경파의 탄핵을 받는다. 탄핵을 받은 허적은 벼슬을 내놓고 가족들을 데리고 고향 충주로 떠난다. 숙종은 밀지를 보내 "과인의 잠자리와 먹는 것이 편하지 못해 병을 얻은 것 같다"며 돌아올 것을 종용했지만 끝내 사양했다. 숙종이 청남(淸南)인 강경파를 내쫓은 뒤에야 허적은 서울로 돌아왔다. 숙종이 강경파의 손을 들어줬으면 송시열은 불귀의 객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역사가들은 이를 두고 우리 역사에서 보기 드문 온건파의 승리로 평했다.(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폐 청산이 화두가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핵심 요직에 있던 인사들이 모두 그 대상이다. 문제는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의 경계선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권은 적폐 청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치 보복의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경우도 적잖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야당의 반발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속에 공허한 외침에 그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가슴에 새기며 정권의 실정만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무한한 권력은 없다. 언젠가는 상대에게 권력을 넘겨주게 돼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6'25전쟁 당시 남북을 합쳐 200만 명 이상이 사망 또는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대와도 분단 극복이라는 대의명분 앞에 과거의 책임은 뒤로 돌리고 있다. 더 이상 정치 보복 논란은 없어져야 한다. 또 다른 정치 보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같은 보기 드문 화합형 정치인은 뜻을 펴기도 전에 꺾였다. 허적과 같은 화합형 정치인이 다시 나올 수는 없을까.

2018-05-04 00:05:00

[청라언덕] 조폭만도 못하다

탕 안의 욕자(浴者)들은 모두가 평등하다. 물 위에 머리만 빼꼼히 내고 있어 서열이 없다. 벌거벗은 임금님이자 구름 위 달가는 나그네다. 사회적 지위와 계급, 부의 적고 많음은 옷장 안에 갇혔기 때문이다. 또 내가 너를 모르듯 너도 나를 모른다. 탕 안의 절대적 평등도 한 뼘의 계급은 허용한다. 세신사(때밀이 아저씨)를 부르는 벨을 누르면 그때부터는 쩍벌남이 된다. '세신' 밟고 '구두 콜~'까지 외치면 목에도 깁스를 한다. 탕 안의 부르주아다. 이들에겐 TV 채널을 마음대로 돌리는 약간의 갑질도 허용된다. 물론 슈퍼 계층이 있긴 있다. 등판에 탱화라도 그려져 있는 욕자들은 '건들지 마시오'다. 이들 앞에선 시선을 땅으로 꽂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드러나는 슈퍼 갑일지언정 '갑질'은 하지 않는 님(?)들이 많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갑질로 위기를 맞고 있다. 막내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발단이 됐지만 어머니 이명희 씨의 또 다른 갑질 폭행 의혹이 잇따르면서 여론이 악화일로다. 외국 언론들도 다투어 갑질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돌아온 '땅콩 분노: 또 다른 대한항공 임원이 곤란에 처했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뉴욕타임스는 조현민 사건을 보도하며 '갑질'이라는 단어를 번역 없이 'gapjil'로 표기했다. 그러면서 오너(owner) 자녀란 특별한 지위가 안하무인의 후진적 행위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한낱 개인의 갑질에 대한민국의 국격이 크게 훼손당했다. 조씨 일가가 해외 각지에서 사들인 명품은 법령에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프리패스'해온 사실도 밝혀졌다. 꼼꼼한 형사책임 추궁이 필요한 부분이다. 물벼락 갑질과 폭언, 욕설, 탈세 등 오너가의 일탈에 대한항공의 브랜드 가치는 크게 추락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소비자 평가를 토대로 이뤄지는 브랜드 증권거래소에서 대한항공의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으로 47만3천원을 기록했다. 주가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알려진 지난 16일 이후 줄곧 하강 곡선을 보이다 6거래일 만에 7.8%나 급락했다. 반면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기간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브랜드 주가가 40만4천원에서 47만원까지 16.3%나 올랐다. 이미 브랜드 주가가 거의 같은 수준이 된 데다 추후 소비자 조사지수가 반영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브랜드 평가는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은 2014년 12월까지 단 한 번도 항공사 부문에서 브랜드 가치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그러나 조현아 씨의 '땅콩 회항' 사태로 인해 2015년 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1년 이상 아시아나항공에 뒤지고 말았다. 갑질의 대가치고는 크다고 할 수 있지만 국민적 공분을 감안한다면 오너 일가를 내쫓아도 모자랄 판이다. '갑질'은 18세기 계몽사상가들이 천부인권설을 주창했듯 사라져야 할 악습이자 적폐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갑질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돈이 조금 더 많다고, 직위가 약간 높다고, 얼굴이 알려져 있다고, 정치권력이 있다고…갖은 갑질 사유가 따라붙는다. 직무상 '지위고하'는 있지만 만인은 인권 앞에 평등하며 벌거숭이다. 모두가 평등한 욕탕 안의 욕자일 뿐이다. 물벼락을 맞을 일도, 땅콩으로 비행기에서 내려야 하는 처분을 받지 않을 권리가 명명백백하다. 이번 물벼락 갑질은 정부 차원에서 '갑질로 흥한 자는 갑질로 망한다'라는 확고한 근절 대책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금수저들의 갑질은 건강한 사회의 고질병이며 가장 큰 적폐이기 때문이다. 훤히 드러나는 문신 탓에 겸양하며 씻는 조폭만도 못하다. 누구나 아는 집안에서 밥상머리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목욕탕에서 배우시라. 탕 안의 벌거숭이 평등을 진작 알았더라면 언론과 공권력이 탈탈 벗기진 않았을 것을….

2018-04-27 00:05:00

[청라언덕] 한국당 경북도당의 공천 잡음

경북에서 최대 관심사였던 자유한국당 경북도지사 후보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6'13 지방선거의 본 게임이 사실상 시작됐다. 지난 9일 한국당 경북도당 강당에서는 경북도지사 최종 후보 발표가 있었다. 지역 국회의원 3명과 3선 시장 출신 후보 1명이 3~4개월간 치열한 경쟁을 벌인 뒤여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북도지사 후보에는 김천 출신의 이철우 국회의원이 확정됐다. 경선 기간 힐난과 고발이 반복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안긴 상처도 적지 않았다. 경선이 끝나면서 이 같은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그동안 서로에게 총질을 해댔던 각 후보들의 당원들도 일상으로 돌아가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도지사 후보 결정 뒤에도 한국당 경북도당은 여전히 공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당 경북도당은 연일 이어지는 공천 탈락 후보자와 지지자들의 농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북 전체에 공천 탈락자와 공천자와의 싸움판이 벌어질 기운마저 느껴진다. 공천 결과를 두고 탈락자와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공천 심사가 중단되는가 하면 경북도당 사무실 점거 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선정 후보자의 자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재심 요청이 이어져 경북도당 공관위와 후보자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공천 파동을 바라보는 도민들은 추한 공천 싸움이라면서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당은 대선에서 패배를 한 뒤 야당으로 전락했다. 그 여파는 한국당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경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경북에서 선출직에 나서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한국당 공천에만 목을 매고 있다. 공천 결과가 발표돼도 일부 당원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하라고 떼를 쓰기까지 한다. 일개 정당의 공천 갈등 문제 같아 보이지만 이제 경북은 더 이상 어느 정당의 공천 문제라고 쉬이 넘길 수가 없다. 이렇게 경북에서 한국당 공천에 집착하는 모습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연되는 것이 의아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공천 잡음은 4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더 심해졌다. 경북에 초선 국회의원들이 많아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국회의원과 지역 단체장들의 불화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의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김석기 도당위원장의 지역구인 경주와 의성, 경산, 상주, 예천, 안동으로 공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언론에는 한국당 공천 관련 기사가 넘쳐나는 반면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다른 정당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경북에는 한국당 후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북도민들은 한국당에 대한 지극한 애정만으로 그들에게 많은 표를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경북도민들은 새로운 정당과 인물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다. 지난 보수당 정권 9년과 보수 도지사 집권 12년을 거치면서 목이 타는 듯한 목마름을 느꼈을 수도 있다. 경북은 보수라는 매너리즘에 빠져 그 갈증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당만으로는 경북의 갈증을 해결할 수는 없다. 앞으로 더 목이 마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조건 많이 마신다고 갈증은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을 마시는가에 따라 갈증이 한 번에 해결될 수도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도민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다시 경북에서는 한국당 소속 후보들의 단체장 독식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 후보들이 단체장에 당선된다면 예산 확보와 지역 발전을 위해 여당 시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당 후보 개인은 도지사, 시장, 군수로서 입신양명의 길을 걸을 수 있다. 하지만 경북도민들은 야당 단체장이 여당 정권에서 맞아야 할 찬 서리를 온몸으로 대신 맞아야 할 처지에 놓일지도 모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어떤 선택을 할지는 경북도민들에게 달렸다.

2018-04-20 00:05:00

[청라언덕] 누가 아파트값을 올리는가

"올라도 너무 올랐습니다. 결코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 아닙니다." 범어동 아파트값이 심상찮다. 아파트값 이상 급등을 둘러싼 현장의 우려와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 범어동 아파트 시장은 극히 드문 거래에도 호가만 치솟는 기이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단적인 예가 연말 입주를 앞둔 범어4동 아파트 분양권 매매시장이다. 전용면적 84㎡ 기준 호가가 벌써 9억4천만원대까지 치솟았다. 2015, 2016년 당시 분양가 5억4천만원대와 비교해 불과 1, 2년 새 3억~4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웃돈 규모가 웬만한 비(非)수성구 아파트값과 맞먹는다.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로서는 그야말로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산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값만 나 홀로 치솟는 이유는 뭘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범어동 난개발이 주범으로 꼽힌다. 달구벌대로를 따라 범어네거리에서 남부정류장으로 이어지는 범어동 일대는 1980년대 초 아파트 개발과 함께 대구 부동산 시장의 절대강자로 등극했다. 경남타운과 궁전맨션에 이어 덕원고 이전 부지에 들어선 태왕아너스가 대구 고급 아파트 시대를 열었다.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동일하이빌, 유림노르웨이숲, 롯데캐슬, 두산위브더제니스 등 대단지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섰다. 문제는 2010년대에 접어든 범어동 아파트 개발 양상이 주변 부동산 가격에 편승한 소규모 난개발과 막무가내식 사업 추진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범어동 일대는 지난 수년간 축적돼 온 난개발이 한순간에 폭발하는 모양새다. 각각 179가구, 206가구, 227가구의 3개 소규모 단지가 올해부터 범어동 입주를 시작한 데 이어 3개 분양 사업, 4개 재개발'재건축 사업, 2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민간개발사업자가 대구 수성구 경신중'고를 현 위치에서 불과 200m 떨어진 범어공원으로 이전하면서 경신중'고 자리엔 4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 제안서까지 대구시에 제출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난개발은 결국 범어동 아파트시장 교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난개발식 새 아파트 분양이 주변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주변 아파트값이 다시 입주가 다가오는 새 아파트값 급등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전국 주택시장에 불고 있는 아파트값 조정 국면이 수성구, 범어동에 불어닥칠 가능성을 경고한다. 이른바 난개발 후폭풍이다. 난개발에 따른 공급과잉이 역대 가장 강력한 정부 부동산 규제와 맞물릴 경우 순식간에 집값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범어동, 수성구뿐 아니라 대구 아파트 시장 전반에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범어동 난개발은 단순히 아파트 시장을 교란하는 차원을 넘어 '초등학교 과밀화'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범어동 경동초교는 지난해 기준 53학급, 학급당 평균 인원 29명의 과대'과밀학교(대구 평균 23.6명)로 더 이상 학생 추가 수용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그나마 여유 부지가 있는 동도초교, 범어초교는 새 아파트 입주민 자녀를 수용하기 위한 증개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난개발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종합적이고 충분한 고려 없이 토지를 개발함으로써 다양한 도시문제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21세기 도시계획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바로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다.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범어동 사업성에 혈안이 된 민간 개발 사업에 맞서 보다 거시적 차원에서 낙후된 지역 주거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확충, 도시기능 회복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도시계획 정책 개발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제라도 도시계획 본연의 역할을 바로 세워야 한다.

2018-04-13 00:05:41

[청라언덕] 'ㄷ'자에 갇힌 섬 'TK'

6·13 지방선거가 두 달 남짓 남았다. 다음 주 월요일(9일)이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가 정해진다. 현 정치 상황에서 한국당 소속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는 광역시'도는 TK(대구경북)뿐이다. 부산·울산·경남(PUK) 지역도 한때는 경상도 지역으로 분류돼 선거가 끝나면 같은색 정당으로 도배됐으나, 2016 총선과 2017 대선 이후 부·울·경은 확실히 색깔을 달리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들어 부·울·경은 정권 창출 지역이 되어, TK를 더 고립시키고 있다. 경상도 전체를 놓고 보면 북도(대구)와 남도(부산)의 정치적 색깔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TK'는 'ㄷ'자 형태의 섬에 갇힌 셈이다. 시쳇말로 '왕따' 지역이다. 마침 TK 지역은 정사각형 모양과 흡사하니, 한반도 남쪽 직사각형에서 떨어져 나간 네모난 섬 형태로 갇혀 있다. 걸핏하면 '보수 꼴통' 취급받고, 국가 전체 예산이나 인사에서는 그야말로 '국물도 없는 곳'이다. 못마땅한 마음을 감추고 문재인 정권에 알랑방귀를 끼며 협조한들, 아니면 사사건건 대립하며 각을 세운들 정권 차원에서 미운 자식에게 던져주는 떡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지지 정치 세력들이 볼 때, 'TK'는 원죄를 지은 용서받지 못할 정서를 갖고 있는 곳인지도 모를 일이다. 'TK'는 이명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본거지다. 현 집권 세력이 볼 때, 어디 하나 이쁜 구석이 있겠는가. 현 정권하의 검찰이 이명박과 박근혜를 탈탈 털어 옴짝달싹 못하도록 구속시켜 심판하는 과정을 보라. 거기에 덧씌워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은 물론이고 이승만과 박정희마저 미국과 손잡고 부정부패와 독재로 민주화를 짓밟은 '못된 대통령'쯤으로 여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라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한 우파 정권은 이렇게 매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승만을 제외하면 나머지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TK'에서 태어나거나 자랐다. 북한 역시 'TK' 지역은 과격하게 표현한다면 '미제를 추종하는 에미나이(?) 동네' 정도로 여기고 있다. 북한은 이명박을 '괴뢰 역도', 박근혜를 '천하에 둘도 없는 탕녀'라고 북한의 공식 언론 매체를 통해 여러 차례 호칭했다. 남북 해빙무드가 일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TK'는 과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꼴통 도시'로 간주되고 있다. 한반도 전체를 봐도 'TK'는 고립무원이다. 'TK'의 정치적 미래도 어둡다. 진보 정권이라 자처하는 현 정부는 젊은 세대들에게 보수는 변화를 거부하고 퇴행하는 악습, 진보는 밝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혁신의 이미지를 심고 있다. 이는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야 할 좌우의 균형을 잃게 할 뿐 아니라 견제 세력을 철저히 짓밟겠다는 교묘한 술책에 가깝다. 대한민국 정치가 좌우가 공존하지 못하고, 서로 정권을 잡으면 왜 사생결단을 내려 하는지 한심하다. 보수는 진보를 뿌리뽑아야 나라가 편안하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피의 복수'를 불렀고, 진보 역시 더 악랄하게 복수하고 보수가 아예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짓이기자는 발상을 하니 '복수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건강해야 나라가 균형감 있게 발전한다'는 당연한 격언을 집권당은 새겨야 할 것이다. 내륙 지역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섬처럼 고립된 'TK'는 '건강한 보수재건'이라는 큰 목표를 두고, 현 진보 정부와 어떤 형태로든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 보수 우파는 대한민국을 이만큼 건설한 주역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보수가 참패해도 좋다. 2020 총선에 또다시 보수 재건 기치를 올려야 할 것이다. 뜬금없지만 영국과 미국이 부럽다.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수백 년 동안 정권 교체를 반복하며, 전'현직 총리 또는 대통령들이 한자리에 모여 편안하게 취미생활 또는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2018-04-06 00:05:00

[청라언덕] 전기차와 발전소

전국이 미세먼지 탓에 감기가 걸렸다. 휴대폰은 물론 목과 코에서 연신 미세먼지 경고음이 울려댄다. 미세먼지엔 삼겹살이 좋다고 해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고깃집에서 만났다. 미세먼지 때문에 만났으니 자연스레 술자리는 미세먼지와 지구환경 얘기로 가득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한 친구가 화제를 전기차로 돌렸다. 평소 전기차에 관심이 많던 그는 미세먼지 특효약은 전기차의 대중화라고 역설했다. 일반 내연차에 비해 미세먼지 유발 오염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이 친구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전기차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모임 이후 이런 상식을 깬 전기차 환경영향 분석 결과를 우연하게 보게 됐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친환경자동차법의 전기자동차 구매지원제도에 관한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를 이용하는 도심지역의 미세먼지는 줄어들지만, 전력을 충당해야 할 발전소 주변 지역의 오염도는 더욱 높아진다. 결국 나라 전체로 봤을 때 전기차 보급이 많으면 많을수록 미세먼지가 더 늘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는 일단 대구와 같이 차량 밀도가 높으면서 화력발전소 및 산업시설이 많지 않은 대도시 경우 전기차 보급에 따른 대기환경 개선 효과는 클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화력발전소가 소재한 지역의 경우 전기차 보급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오염물질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진행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도로오염원(차량)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양은 감소하지만 전력 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양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2030년까지 세계 평균 수준으로 전기차가 보급되면 도로 오염원에서의 미세먼지는 0.653㎍/㎥가 감소하지만, 발전 부문에서 1.147㎍/㎥가 증가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밀도는 평균 0.494㎍/㎥ 정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에 공급할 전력을 생산하는데 신재생에너지 같은 친환경적 발전 방식으로 유도하지 않는다면 전기차도 더는 '친환경'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셈이다. 전기차 급증에 따른 전기 부족 부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철 등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기만 되면 전력난에 허덕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앞서 정작 전기 대책은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30분 이내 급속 충전할 경우 50~70㎾ 정도 전기량이 소요된다고 했다. 이는 가정용 에어컨 30~40대가량을 동시에 돌리는 양과 비슷하다. 충전 속도가 빠른 급속 충전 경우 충전기에 꼽자마자 갑자기 부하가 늘어나기 때문에 6~8시간 정도 걸리는 완속 충전보다 전기 소모량이 확 늘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량을 최대 100만 대로 가정하고, 총 발전량을 현재의 20% 정도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필요 전력을 최소한으로 책정했는데, 대부분의 전기차 사용자들이 퇴근 이후 귀가해서 심야 전기로 충전하기 때문에 전기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일부에선 우리나라 실정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기차 사용자들은 주유소처럼 간편하게 충전을 끝내길 바라지, 6~8시간 충전하고 2~3시간을 달릴 수 있는 차를 원하지 않을 테니까. 또 밤에만 충전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결국 낮시간 동안 동시 충전 차량이 많아지면 순간 최고 전력, 즉 '피크 전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어느 지역보다 전기차 보급률에 앞장서는 곳이다. 3년 만에 5천 대를 바라보는데다, 올해는 처음으로 전기화물차와 전기이륜차가 생산되는 '전기차 메카'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메카가 되려면 전기차 공급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발전소 확충 등 전기 대책에도 관심을 가져 '진짜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2018-03-30 00:05:04

[청라언덕] 와이담 유감

모임에 가면 꼭 '와이담'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성을 소재로 한 야한 유머다. 으레 술자리에선 그 농도가 더 짙어지고, 여자가 끼었을 때는 은근히 더 '음담패설' 쪽으로 기울며 미묘한 줄타기를 한다. 자칭타칭 '와이담 대가'도 부지기수다. 수첩에, 명함 뒤에 메모까지 해가며 와이담을 공부해 설을 풀어놓는 이들도 많다. 와이담 대가들이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야한 유머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성'(性)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와이담은 일본식 표현에서 유래했다. 일본에서는 '술자리에서 함부로 떠드는 말'을 일컬어 '와이단'(わいだん)이라 했는데, 이것을 말씀 담(談)자를 붙여 '와이담'이라 했고, 로마자로 표기해 'Y담'이라고 쓰기도 한다. 이 글에서 굳이 와이담이라고 한글로 적은 것은, Y라는 로마자 표기에서 다시 한 번 여성을 희롱하는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주로 야한 유머를 구사하는 이들의 '변'(辯)은 이렇다. '분위기를 유화시키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단지 '변명'에 불과하다. 분위기를 좋게 하는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데 굳이 왜 성에 대한 우스갯소리를 고른 것일까. 그들의 의도가 미심쩍은 것은 나뿐인가? 와이담으로 입담을 떨친 이들은 '도를 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도'라는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본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듣는 이들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동석자가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낄 정도라면 순식간에 '유머'가 아니라 '성희롱'이 된다. 함부로 야한 유머를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와이담 자체로는 도를 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것이 술자리 화젯거리가 되는 순간, 순식간에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성희롱을 넘나드는 표현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다분하다. 누가 들어도 낯 뜨거운 음담패설을 쏟아내면서 스스로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이들도 많다. 그가 나이 어린 후배라면 날카롭게 지적이라도 하겠지만 선배나 고위직, 연장자 등 예의를 갖춰야 할 상대인 경우엔 자리가 파할 때까지 가시방석이다. 와이담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로 친밀함과 공감대가 형성된 이들 사이에선 정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서로 이해하는 사이이니 도를 넘든 말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끼리 판단할 사안이다. 조선시대 문장가였던 서거정도 외설을 모은 '골개전'을 쓰기도 했고, 외설을 모은 책 '고금소총'도 있다. 이런 책을 혼자 읽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친한 친구 사이에 웃음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사회적 공간 속에 들어왔을 때는 다르다. 이 순간부터는 더 이상 '유머'라고만 할 수 없다.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보겠다는 자의적 미명 아래 친밀감 없는 관계,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처음 보는 관계에서도 무시로 행해지는 야한 유머는 젠더(생물학적인 성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의 성) 폭력일 뿐이다. 최근 '미투'(Me Too)가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얻으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나"며 혀를 차는 보통의 남성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죄에서 온전히 자유로운지 말이다. 음담패설에 낄낄대며 박수를 치고, 그 자리의 누군가에게 모멸감을 줬던 적이 분명 없는가? 속으로 불편했지만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묵인했던 책임은 없는가? 회식 자리, 골프 회동에서 여성을 '꽃'이라 부르며 술을 따르고 안주를 먹여주길 강요하고, 러브샷을 요청하고, 은근슬쩍 스킨십을 시도했거나 아니면 이런 모습을 수없이 목격하고도 웃어넘기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당신들 역시 유죄다. 제발 당신들의 고루한 젠더 감수성을 업데이트 하자. 조심하고 예의를 지켜 손해볼 일은 없으니 말이다.

2018-03-23 00:05:03

[청라언덕] 미투와 포르노그래피

"정말 역겹고 괴로워요."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면서 직장 생활이 더욱 고통스러워졌다고 했다. 매일 아침마다 "오늘은 뭐가 터졌냐"고 묻는 남성 동료들의 무례함 때문이다. '미투'에 연루된 유명 인사의 소식이 나올 때마다 "여자는 감정적이어서 건드리면 안 된다", "여자가 동의해도 남자가 다 뒤집어쓴다"는 식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더욱 짜증이 나는 건 그다음이다. "저 선임이 뭐라고 하면 너도 미투해", "쟤 마음에 안 들면 미투해"라는 얘기를 장난처럼 건넨다. "피해자가 어렵게 피해 고백한 것을 두고 누가 또 인생을 망쳤나 싶어 구경하는 식이에요. 이게 미투를 포르노처럼 만드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미투 운동을 '젠더 감수성'을 돌아보는 계기로 보지 않고 '관음증'으로 변질시키는 또 다른 성폭력인 셈이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도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했다. "'미투'로 충격받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사실 여자라면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성폭력을 당해본 친구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성적인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교사들은 이름도 댈 수 있을 정도예요." 김 씨에게 성폭력은 흔하게 겪는 일상 경험인 셈이다. 생각만 해도 수치스럽기에 아예 묻어둘 뿐이다. "안희정 지사나 이윤택 연출가 같은 유명 인사들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소식을 들어도 별로 충격받지 않았어요. 겉과 속이 다른 남성들을 워낙 많이 봤으니까요. 사실 이런 얘기를 들어도 별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게 더욱 충격적인 거죠." 거센 미투의 물결에 성차별에 둔감했던 한국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고백을 맞닥뜨린 일부 남성들의 대응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 '미투'를 여성들의 피해망상 취급하거나 '꽃뱀론', '음모론' 등으로 폄훼한다. 자기방어 수단으로 떠돌고 있는 '펜스 룰'도 마찬가지다. 펜스 룰은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Mike Pence)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마이크 펜스는 연방 하원의원이던 지난 2002년 한 인터뷰에서 '부인 없는 곳에서 다른 여성들과 함께 자리를 갖지 않는 것을 원칙'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이 원칙은 미국의 유명 목사 빌리 그레이엄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복음주의의 대부로 불린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남성들이 부인이 아닌 다른 여성과 단둘이 있을 때 성적인 유혹에 취약해진다며, 다른 여성과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21세기판 '남녀칠세부동석'인 펜스룰은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성차별이 된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고 성적 도구로 대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과도한 경계는 여성들을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직원 채용 시 여성을 기피하거나, 회사 업무에서 여성이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고립된 여성들은 직장 내에서 친밀감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새로운 유리장벽으로 자리 잡는다. 남성들도 여성 앞에서 행동을 조절할 수 있고, 여성을 희롱하지 않더라도 여성과 교류할 수 있다. 그 정도 이성은 갖고 있지 않은가? SNS에서 떠도는 '몽구룰'이나 '현철룰'도 마찬가지다. 현철룰은 지난 2011년 한 유명 개그맨이 20대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다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는데, 두 사람이 성관계를 갖기 전에 합의하에 관계를 맺는다는 각서를 쓴 사실이 밝혀져 사건이 무마된 데에서 비롯됐다. '몽구룰'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09년 10월 부인 고 이정화 여사가 세상을 떠나자 자신을 보좌하고 자택을 관리하는 직원들을 모두 남성으로 교체했다는 설을 말한다. 모두 여성을 '꽃뱀' 취급하는 피해망상이나 극단적인 회피 심리에서 나온 '룰' 들이다. 미투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 구조를 깨는 모난 정이다. 아픈 만큼 충분히 맞고 부서져야 한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며 성적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 미투의 해답은 분리가 아니라 문화를 바꾸는 데 있다.

2018-03-16 00:05:00

[청라언덕] 지역정당이 필요한 이유

지방선거가 '지방선거'가 아니다. 분명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등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지만 정권 중간 평가라는 정치적 의미가 더 중요하게 돼 버렸다. 인물과 정책 경쟁은 뒷전이고 중앙 정치 싸움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여타 선진국에 비해 정도가 너무 심하다. 6'13 지방선거는 현 정부의 정책 심판에다 남북관계, 북미관계까지 끼어들었다. 좌우를 비롯해 진영 간 거칠게 치고받을 기세다. 정권을 강탈당했다고 분개하는 보수 야당들은 위장 평화의 친북 세력으로, 여당은 전쟁 선동 세력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남북문제가 블랙홀이 되면 지역 이슈는 발붙일 틈이 없게 된다. 이는 결국 유권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후보들의 정책과 인물을 대충이라도 따져봐야 함에도 진영 간 거세게 싸우는 분위기에 휩쓸려 투표를 하게 된다. 국가 간 경쟁보다 도시 간, 지역 간 경쟁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에 지방선거의 중요성도 커졌지만 현실은 점점 퇴행적이다. 지방선거를 지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지역민들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중앙 정치권이 할 일은 지방선거를 지방선거답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지역정당 허용이다. 지역정당은 지역 문제 해결 또는 지역적 여론 형성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치 결사체다. 현재와 같은 전국정당 구조로는 지방선거를 수백 번 치러도 지역 이슈가 끼어들 틈이 없다. 전국정당의 높은 문턱 탓에 유권자들의 참여 욕구도 충족시킬 수 없다. 지역정당이 허용되면 지방선거의 이슈를 그나마 지역과 인물에 붙잡아 둘 수 있다. 중앙 정치 싸움에 지방선거가 이용당하는 왜곡된 현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정당법은 지역정당 설립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정당 설립을 위해서는 중앙당을 서울에 둬야 하고, 전국 5개 이상 시'도에 시'도당 설립 및 각 시'도당별로 1천 명 이상의 당원을 보유해야 한다. 턱없이 높은 진입 장벽이고 기존 전국정당만이 누리는 거대한 특권이다. 정당법이 정당 설립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억제하고 발목을 잡고 있다. 1960년대 만들어진 정당법은 지방분권, 지방자치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일 뿐이다. 기업 설립에 비유하자면 처음부터 대기업을 만들어야 허가를 내주는 꼴이다.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이 경영 능력에 따라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우리나라 정당에서는 이런 정상적인 상황이 결코 나타날 수 없다. 독일과 일본 등 지역정당이 활발한 국가는 정당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에 명시된 '결사의 자유'로 정치 활동을 보장받고 등록만 하면 정당으로 인정을 받는다. 정당 설립의 문턱을 최대한 낮춰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 욕구를 가능한 보장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역정당의 회원 수는 30~50명 또는 50~100명가량이 일반적이다. 회원 수가 많고 적음에 구애받지 않는다. 지역에서 발생한 이슈에 대해 이념을 떠나 지역민으로서 참여하고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 지방자치 정신에 부합한다. 전국 최초로 지방분권운동이 일어난 대구에서 최근 지역정당 설립 운동이 일고 있다. 과거 무소속 후보가 선거 전략으로 내세우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방분권개헌을 이끌고 있는 지방분권론자들이 중심이 된 체계화되고 조직화된 단체가 결성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지역정당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참여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역정당 설립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정당법 개정, 헌법 소원 등 다양한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도 낸다고 한다. 지방분권운동을 전국 운동으로 확산시키고 지방분권개헌 국면까지 끌고 온 대구의 지방분권론자들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지역정당 설립 운동에 쏟아부을 기세다. 건투를 기원한다.

2018-03-09 00:05:00

[청라언덕] '영미'가 '헬미(help!美)' 될라

"제우스 번개에서 불을 훔쳤다. 훔친 불을 인간에게 주었다. 제우스는 크게 화냈다. 암벽에 사슬로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는 벌을 받았다. 인간도 불을 얻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제우스는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판도라(인류 최초 여성)를 만들었다. 그녀의 손엔 유혹의 상자가 한 개 들렸다. 상자를 열자 재앙이 쏟아졌다. 상자 안 유일한 선이었던 '희망'이 함께 나와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 얘기다. 그가 평창에서 활활 타오른 불을 봤다면 어땠을까.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는 꺼졌지만 평창의 불은 국민과 세계인의 가슴속에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 불은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도 급속도로 녹였다. 백두혈통인 김여정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방남했고 남북정상 회담도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양손을 맞잡은 장면도 그려진다. '평창'으로 '평화'가 열린 듯 보인다. 하지만 평창이 낳은 평화 무드가 왠지 낯설게 다가온다. 평창의 평화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남북 화해 분위기는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진보가 보수를 치는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진보가 놓칠 리 없다. 평창 다음에 펼쳐질 남북한 화해 이벤트는 다가올 지선과 맞물려 평창의 불꽃보다 더 화려하고, 성대하게 타오를 게 분명하다. 과거 선거 때마다 진보가 불평한 북풍(北風)이 이제는 보수에서 막아내야 하는 부메랑이 됐다. 문제는 지금의 보수로는 방풍림 한 그루도 심지 못한다는 데 있다. 탄핵 사태 이후 갈라선 보수의 분열이 여전한 데다 바른미래당의 출범으로 서로 으르렁대는 형국만 짙어진 까닭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선에서 안철수·유승민을 확실히 밟아버리겠다고 벼른다. 안·유도 한국당을 선거 패배로 몰아 홍을 쫓아내겠다고 맞불을 놓는다. 4개월 뒤 홍·안·유가 손을 맞잡을 가능성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얼싸안을 확률보다 낮다. 보수가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방남을 빌미로 북풍을 차단해 보려 하지만 결과는 '글쎄올시다'다. 통일대교에 당원 동원령을 내려 '산성'을 쌓아 본들 국민 눈에는 반짝 이벤트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거치면서 보수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기 때문이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상자 안에는 당리당략과 분열, 사리사욕만 있고 보수의 통합과 단결이란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홍 대표가 비록 지난 대선에서 25%의 국민 지지로 한국당 횃불을 훔치긴 했으나 크게 지피지는 못했다. 거친 입은 오히려 보수의 불을 화톳불 수준으로 쪼그라뜨렸다. 횃불이 새겨진 한국당 간판을 내건다고 보수의 불이 저절로 타오를리 만무하다. 그림의 떡일 뿐이다. 보수의 운명을 결정지을 지방선거는 성큼성큼 다가오지만 보수는 지리멸렬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제각각 보수의 적자임을 내세워 후보를 내면 수도권은 물론 영남에서조차 승리가 어렵다. 이래가지고서야 평화의 가면을 쓰고 배 속에 핵을 숨긴 북한을 어찌 막겠는가. 현명한 국민이 '희망'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대 진보라는 프레임부터 버리자. '국민'이라는 큰 틀에서 투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촛불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듯 지선을 통해 문 정부를 평가해야 한다. 홍준표가 싫고 안철수와 유승민이 미워도 문 정부의 대북 방향등이 '아니다' 싶으면 불신임해야 한다. 박근혜 전 정부와 보수에 실망해서 촛불을 들었을지언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새 길을 찾아야 한다. 평창의 '영미!영미!'가 가져온 외관상의 평화가 언제든 '헬미(help!美)'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국민들이 (평화의) 불을 훔칠 차례다.

2018-03-02 00:05:00

[청라언덕] 위기의 경상북도

경상북도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SOC 예산 축소 등 주요 정책과 예산 배정에서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북 정치권과 경북도청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고, 정부와 각 정당은 경북의 현안에 대해 관심이 없는 듯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대구에서 '광역단체장 후보 대구 취수원 이전 각서 발언'을 해 구미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시 경북 국회의원 누구도 그 자리에서 "노"(NO)라고 말하지 못했다. 경북 의원들은 경북도지사 선거에 대거 나서거나, 비리로 줄줄이 기소되면서 자기 앞가림하기 바쁘다. 김광림·박명재·이철우 의원은 도지사 출마 선언을 한 뒤 경북 곳곳을 누비며 선거운동에 올인하고 있다. 4선의 최경환 의원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3선의 김재원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경북도당 위원장직을 잃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재선의 이완영 의원은 검찰로부터 징역 6월형을 구형받았다. 이들 3명은 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경북도청 분위기는 더 암울하다. 김관용 도지사는 12년의 도정을 마무리하는 데 치중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도지사는 '민선 12년의 소회와 경북의 길'을 주제로 23개 시·군 순회 특강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외국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어서 도정의 공백이 염려된다. 행정'경제를 책임진 두 부지사는 도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도정을 살펴야 함에도 선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김장주 행정부지사와 우병윤 경제부지사는 지난해 말부터 각종 선거 여론조사에 언급되면서 출마 예정자로 꼽혔다. 경북도 공무원 사이에서는 두 부지사를 두고 '언제 그만두나' '출마는 과연 할까'라는 말이 인사말이 된 지 오래다.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적지 않은 국장급 간부 공무원들이 교육을 떠나면서 '도정 정권 교체'로부터 도피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도정 핵심 부서에서 근무한 이들이 서둘러 교육을 신청하면서 업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었다. 이 지경이면 도청은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할 정도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사드 보상 문제, 원전, 지진 대책, 국비 확보 등 경북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최근 규모 4.6의 포항 지진 여진이 발생했지만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최초 관측 후 7분 정도 지연돼 대구경북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경북은 '원전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전체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가 있는 경북도는 원자력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해왔다가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전해체센터 유치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지만 지역민들은 불안하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와 포항 주변에 원전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잇단 지진에도 한수원과 정부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역 경제를 위해서 원전이 존속돼야 한다는 주장과 안전을 위해 탈원전해야 한다는 반박 사이에서 경북도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매년 7천여 명의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등지로 떠나고 있다. 인구 감소가 극심해 앞으로 30년 내 지방 소멸 위기가 오는 지역은 경북 23개 시·군 중 17개 시·군이나 된다고 한다. 전국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이미 인구 100만 명을 달성했거나,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백척간두의 '경북호'를 움직여 나가야 할 컨트롤타워인 국회의원과 경북도 고위 공직자들은 자신들의 앞날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난을 경청해야 한다. 선거 정국에서 공무원들도 선거 판세에 대한 관심보다는 소신껏 일 처리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경북도민들은 경북 의원들과 공무원들이 다가오는 안팎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리더십조차 어렵다면 함께 걸어가고 협력하겠다는 '파트너십'이라도 보여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2018-02-23 00:05:00

[청라언덕] 부동산, 규제가 능사 아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의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안에는 파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파리 한 마리의 효과는 뜻밖에 강력하다. 파리 한 마리를 그린 이후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준 것이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남자들이 자연스레 파리 한 마리를 정조준한 결과다.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은 스웨덴 스톡홀름 지하철역에서 '피아노 계단' 캠페인을 진행했다. 피아노 건반 모양의 계단을 밟을 때마다 여러 높낮이의 음이 나오는 장치를 도입했다. 피아노 계단 역시 놀라운 효과를 냈다. 피아노 계단을 이용하라거나 장치를 설명하는 어떤 공지도 내걸지 않았지만 바로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66%나 증가했다. 암스테르담 파리 그림과 스톡홀름 피아노 계단은 이른바 '넛지'(Nudge) 이론을 설명할 때 종종 등장하는 사례다. 사전적 의미로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위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의 넛지는 행동경제학 용어로 훨씬 유명하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은 지난 2009년 함께 펴낸 동명의 책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넛지를 새롭게 정의했다. 행동경제학에서 '넛지'는 '강압'과 '지나친 규제'를 경계한다.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거나 명령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나 기업 마케팅 측면에서 지나친 규제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즈음에서 국내 부동산시장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우리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넛지'가 없다. 오로지 '규제'가 있을 뿐이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출 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등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책만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투기꾼으로 낙인찍은 다주택자들이 지방 보유주택을 처분하는 대신 미래가치가 높은 서울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 결과 지난해 지방 집값은 침체일로에 빠진 반면 강남을 필두로 한 서울 집값은 사상 유례없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투기 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서울 전역과 과천시, 세종시, 성남시 분당구 등 수도권 집값은 규제 적용 이후 오히려 오름세가 더 가팔라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부동산 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고민할 때가 왔다. 반드시 잡고 말겠다는 아집만으로는 부동산시장을 바로잡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 일변도 정책을 쏟아내고도 결국 강남 집값 상승만 부추긴 참여정부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당장 일선 공인중개업소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기다리면 이긴다', '다음 정부 땐 분위기가 바뀐다' 등 정부 부동산 정책을 조롱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린다.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규제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본래의 목적과 반대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당장 '최저임금'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최저임금 제도가 시장에서는 정반대로 작용하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노동자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경제 현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정치, 사회문제뿐 아니라 소비자 심리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결코 규제로만 풀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규제의 환상에서 벗어나 규제의 역효과와 부작용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2018-02-09 00:05:01

[청라언덕] 축복받은 문화예술 도시

대구는 축복받은 문화예술 도시다. 정치는 소외되고, 경제도 보잘것없지만 문화예술만큼은 부산'인천'대전이 부럽지 않다. '제3의 도시'도 이제 옛말이 되어가지만 문화예술은 서울에 이어 '제2의 도시'라 자부할 만하다. 주관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몇 가지 근거들을 풀어보겠다. 공연 기획자들은 서울을 제외하고 뮤지컬, 오페라 공연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도시가 '대구'라고 입을 모은다. 15만원 안팎의 값비싼 VIP석이 대구에서는 유료 관객으로 꽉 찬다. 뮤지컬 또는 오페라의 해외 오리지널 팀 공연(오페라의 유령, 캣츠, 노트르담 드 파리, 태양의 서커스, 아이다)은 서울 그리고 대구가 끝이다. 공연 전문가들은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한 마니아층을 뮤지컬 3만~5만 명, 오페라 1만 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공연 마니아들이 대구의 티켓 파워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대구는 뮤지컬, 오페라의 단일 축제를 갖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대구에는 클래식 마니아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정기공연의 경우 수년째 티켓 판매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4년째 대구시향을 이끌고 있는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아예 '대구에서 죽을 때까지 살겠다'는 각오로 대구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 출신의 성악가들 역시 지난 연말 각종 무대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관객에게 선사하며 크고 작은 무대에서 맹활약했다. '대구가곡사랑모임'(테너 김남수, 음악코치 이선경)은 벌써 26회째 작은 무대를 열어, 성악가가 들려주는 대중적인 가곡을 일반인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대구 연극판 역시 서울 대학로 다음으로 활성화되어 있을 정도로 365일 소극장이 돌아가고 있다. 대명공연문화거리는 서울 대학로의 축소판이다. 오래된 소극장과 신설 극장이 20곳 안팎이나 문을 열고 있으며, 매년 실험적인 연극이나 상업적인 작품들이 공연 마니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반월당, 동성로, 대구역 등 시내 한복판에 포진하고 있는 송죽시어터, 아트플러스시어터, 공연예술전용극장CT 등이 트렌드 연극으로 팬들을 맞이하고 있다. 매년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 지난해 대구에서 처음 열린 대한민국 연극제는 대구 연극의 위상을 전국에 알린 쾌거였다. 인천 출신이지만 3년째 대구의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이서하 씨는 "고향 인천에서는 설 무대가 없다"며 "대구는 제 꿈을 이뤄가는 발판을 마련해준 고마운 도시"라고 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에 대한민국 문학의 중심이었던 대구는 21세기에도 문인들의 도시다. 시와 소설, 수필, 시조, 정가 등 동호인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근대 시기처럼 우뚝 솟은 유명 작가나 시인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그 저변은 여전히 문인의 도시라 평가받을 만하다. 올해 1월 매일신문사의 신춘문예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국에서 4천500여 편이 응모할 정도로 뜨거웠다. 대구 무용도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대구에서 2014 세계무용대회, 2016 세계안무대회가 열렸으며, 대구시립무용단과 사설 무용단 등이 해마다 세계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시립무용단은 매년 대구의 각 초등학교를 찾아가 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대구의 국악인들 역시 대한민국의 전통 정서를 바탕으로 우리 음악의 소중함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대구가 지금까지 쌓아온 문화 인프라는 세계 어떤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패거리 문화, 남 헐뜯기, 기득권 세력, 짜고 치기 등 요즘 유행어가 된 다소의 '적폐'(積弊)도 있겠지만 대구는 문화예술 축복도시임에 틀림없다. 적어도 문화예술면에서만큼은 대구 시민들은 풍요롭다.

2018-02-02 00:05:01

[청라언덕] 한 뿌리, 썩어가나?

살아오는 동안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던 때는 서울 근무 시기였다. 특히 대구경북(TK) 출신 출향 인사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라면 어김없이 질문받았다. 간혹 질문자와 동향인 것이 확인될 때라면 이후 한 시간 정도는 고향에 대한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고향을 떠난 지 십수 년이 넘는다면 당연히 최근 고향 소식이 궁금했을 테지만, 대구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온 본인에게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고 자란 고향 경북 영천에 대해 공부까지 했던 우스운 일도 있다. TK 사람들의 뿌리에 대한 애착은 타시도 사람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3년간 서울생활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한 예로 국회에 가면 '보리 모임'이라는 것이 있다. 2000년대 중반 TK 출신 국회 보좌진들의 친목단체로 시작한 이 모임은 지금은 국회 내에서 상당한 세(勢)를 과시하는 단체가 됐다. 예산철만 되면 보리 모임은 큰 역할을 한다.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해마다 가져가는 국비 중 상당 부분은 이 모임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 다른 지역에도 이런 비슷한 모임이 있지만 활성화가 되지 않아 TK의 단합력은 언제나 타시도의 부러움 대상이 되곤 한다. 지난 19일 통합 대구공항 이전후보지 선정을 위한 대구시·경북도·군위군·의성군 4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지역민들은 우리 스스로 군공항과 민간공항이 함께 이전할 적지를 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통 큰 합의'를 고대해 왔다. 다른 지역이 부러워하는 TK의 단합력이 또 한 번 빛을 발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최종 합의에는 실패한 채 예비이전후보지 2곳을 모두 이전후보지로 격상하자는 급조된 결론만 냈다. 회의 직후 4명의 지자체장들은 이전후보지를 정했으니 앞으로 국방부의 이전 절차가 앞당겨질 수 있어 시간을 많이 벌었다며 손을 맞잡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완벽한 실패다. 이후 관계자들이 전해준 얘기는 기가 막힐 정도다. 4개 지자체는 애초부터 한곳으로 뜻을 모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종합된다. 실무진이건, 지자체장이건, 그들이 만났던 회의장은 불신의 공기로 꽉 차 있었던 듯하다. 서로 믿지 못하는데 합의안이 나올 리가 없다. 차라리 제3자인 국방부가 정하는 것이 지역 갈등을 없앨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대구시청에서 열렸던 두 번째 4개 지자체장 간담회 때 있었던 일이란다. A지자체장이 회의 모두에 "지역 소이기주의나 사사로운 정치적 이해관계에도 휘둘리지 말자. 오로지 대구경북의 미래만 보고 협상에 나서라는 것이 지역민의 민심"이라고 말하자, B지자체장이 "대구경북은 잘 모르겠다. 오로지 우리 지역만 생각할 뿐"이라고 맞받았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의 4개 지자체 입장을 각각 한 글자로 표현해보면 '반대', '냉무(내용 없음)', '안달', '무관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도 했다. 대구경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이 지역은 예로부터 '한 뿌리'라는 의식이 굳건했던 곳이다. 지난 2014년에는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를 만들어 양 지역의 공동과제를 발굴'점검하며 공동보조의 손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통합 대구공항 이전후보지 선정을 두고 벌인 불협화음이나 수년간 낙동강 취수원 이전을 둘러싼 대구시'구미시 갈등을 놓고 보면 전혀 한 뿌리라고는 볼 수 없는 장면만 거듭되고 있다. 대구와 경북의 지자체장들은 '대구경북이 한 뿌리 상생을 통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자'며 공염불로 일관하지 말고, 지역의 현안에 대해 무엇이 대구경북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했으면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여전히 갈 길이 먼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과 난제 중 난제며 지역 갈등의 대표적 사례인 대구취수원 문제 해결 방안을 대구경북 한 뿌리 상생 협치의 모델로 도출되길 기대한다.

2018-01-26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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