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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 ‘백지’에 대한 기대, 그리고 현실 직시

[청라언덕] ‘백지’에 대한 기대, 그리고 현실 직시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대구에서 출발한 차가 3시간 정도 달리면 차창 밖으로 '신천지'가 나타난다. 인천대교로 접어들 무렵 왼쪽으로 보이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이하 송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치솟은 마천루도 절경이지만 잘 정비된 도시 전경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겉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니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6위와 9위(20일 현재)를 달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52조6천억원)와 셀트리온(42조원) 본사를 품고 있다. 탄탄한 일자리 기반에 누구나 부러워하는 국제학교와 공원, 그리고 풍부한 녹지까지. 비결을 물었더니 철저한 계획도시, 그것도 가장 최근에 설계한 도시라서 그렇다는 설명이 돌아온다.대구국제공항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부지로 이전하면 대구 시내에 694만여㎡의 빈 땅이 생긴다. 여기에 경북도청·대구시청 이전터까지 포함하면 송도 크기(신항만과 매립예정지 제외)만 한 공간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 이 '가능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구와 경북의 30년 후 모습은 달라진다.그래서 지역에서 고민이 많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이번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대구경북이 재기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다.관건은 '어떻게'다.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도시계획 전문가에게 관련 연구용역을 맡기는 방식이 기본이다. 실제로 칼자루를 쥔 대구시의 움직임도 이렇다.송도 형성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인연이 있어서 몇 가지 생각을 적는다. 대구가 송도보다 훨씬 악조건이다. 그래서 더욱 꼼꼼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먼저 대구는 빈 땅을 활용해 번 돈의 상당액을 공항 이전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매립만 하면 새로운 땅이 생기고 그 땅을 전적으로 개발에 활용하는 송도와는 완전히 다른 여건이다.시간도 우리 편이 아니다. 송도는 개념의 변화가 있긴 했지만 1980년대에 구상한 내용을 찬찬히 가다듬으면서 20년째 구축 중이다. 대구는 통합신공항 건설을 앞당기기 위해선 이전 지역 개발 얼개도 서둘러서 마련해야 한다.아울러 송도는 인천대교로 연결된 바다 건너편에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인천국제공항이 있고, 사람과 돈 그리고 정보가 몰린 수도권이 배후 시장이다. 대구공항 부지가 기댈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은 동대구역 정도이고 배후 시장과 산업 기반은 안타까운 수준이다.이와 함께 최근 도시의 핵심 혁신 역량으로 꼽히는 관용도 측면에서도 인천에 밀린다. 인천은 자유의 바람이 부는 개항장의 유산을 머금고 있는 지역이다. 반면 내륙 분지에서 구성원 간 탄탄한 유대를 강조해 온 대구는 아직 외부에서 다가서기를 꺼리는 지역으로 통한다.현실을 직시하자는 뜻일 뿐 고향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런데도 굳이 이렇게 접근하는 이유는 여건 좋은 인천에서조차 송도가 애초 설계에서 벗어난 실패 사례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계획보다 산업·문화·여가 공간은 줄어들었고 그 자리를 아파트가 채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자리, 산업유발효과가 거의 없다는 비판까지 나온다.매립만 하면 새로운 땅이 생기고 엄청난 배후 수요로 부동산 경기가 펄펄 끓는 수도권임에도 '경제성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이 나온다.대구시가 쳐다보지도 않는 송도를 내세워 기를 죽이려는 뜻이 아니다. 제대로 하려면 아주 어려운 숙제라는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허황된 청사진도 찌질한 패배주의도 정답이 아니다.

2021-01-21 16:37:38

[청라언덕] 언제까지 간호사들의 ‘헌신’만 요구할 건가

[청라언덕] 언제까지 간호사들의 ‘헌신’만 요구할 건가

의료진이 전 세계적인 '영웅'으로 칭송되는 시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때부터 3차 팬데믹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까지 수많은 의료진이 감염병과의 전쟁 최전방에서 긴 사투를 벌이고 있다.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환자들과 부대끼는 이들이 바로 간호사들이다. 감염병이라는 특성상 '격리'가 기본이 되다 보니 간호사에게 주어지는 노동의 강도는 몇 배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입고 벗기 힘든 데다 호흡까지 벅찬 레벨D 방호복도 문제지만, 거동이 힘들거나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요양병원 이송 환자들의 수발까지 모조리 이들의 몫이 됐다.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판국이다. 걸핏하면 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환자도 있고, 물도 떠다 주고, 대소변 수발까지 해야 한다.현장에서 일했던 한 간호사는 "간호·간병 업무만도 힘든데 택배와 사식 업무가 이렇게까지 많을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기사들이 건물 밖에 놓아두고 간 택배를 옮겨 환자들에게 일일이 전달하는 일부터, 환자식이 맛없다며 주문한 음식을 반입해주는 일 등 가욋일도 무시 못할 업무량이란다.원래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간호사는 상당히 고된 직업으로 꼽힌다. 교대 근무에다 생명을 다룬다는 직업적 특성과 턱없이 모자란 인력 탓에 지금껏 막무가내식 '살신성인'을 강요받아왔다.우리나라에서 간호사는 '장롱면허'가 많은 대표적 직업이다. 2018년 기준 전체 면허 소지자는 39만5천 명에 육박하지만 실제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20만 명에도 못 미쳐 실제 활동 인력은 49.1%(OECD 평균 68.2%)에 불과하다. 간호사 정원을 늘리는 데만 급급했을 뿐 정작 그들의 호소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어렵게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일을 포기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1천 명당 간호사 수는 3.5명으로 OECD 평균 7.2명의 절반 수준이다. 일이 힘들다 보니 퇴직률이 높고, 인력 공백은 경험이 부족한 신규 인력 혹은 기존 동료들에게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노동강도는 더욱 극한으로 치달았다.그런데 코로나19 위기가 1년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정부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과연 이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해줬던가. 간호사 인력 정원을 정한 의료법 시행규칙은 50년 넘게 개정되지 않고 있다.눈물로 하루를 버티고 탈진을 거듭하면서도 사명감으로 버티다 끝끝내 현장을 이탈할 때까지 간호사들의 노동현장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더 악화됐을 뿐이다. 지난해 봄 이후 3차 팬데믹이 폭증할 때까지 반년 가까운 시간이 있었지만 정부는 인력 충원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 K방역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도외시했던 것이다.이제는 더 이상 말로만, 마음으로만 이들을 위로할 때는 지났다. 의료는 결국 사람의 일이다. 병상과 장비 확보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들을 돌보는 인력이 생명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의료진이 무너지면 환자의 안전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지난 3월 간호사를 돕기 위해 코로나 병실 근무를 자처했던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는 당시 경험담을 담은 '당신이 나의 백신입니다'란 책에서 "간호사들의 희생이 있어야만 유지되는 방역과 보건의료체계는 이미 정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간호사들의 노동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적절한 보상을 하고 있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2021-01-14 16:52:14

[청라언덕] 특별법의 끝판왕

[청라언덕] 특별법의 끝판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38명이 서명해 국회에 제출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은 특별법의 끝판왕이다. 개발독재 시대에서도 보기 힘든 법안이다. 행정부 견제를 넘어 아예 무시한 입법 독재의 실체를 보여준다.예비타당성 조사 면제(7조 3항) 조항부터 문제투성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당시 도입된 예타 제도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증·평가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예산 낭비 방지에 큰 역할을 했다. 6천여억원이 드는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 건설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타 심사를 통과하는 데 무려 4년이나 걸렸다. 그만큼 엄정하게 평가한다. 10조원 이상 재원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여당은 특별법을 앞세워 정책적·경제적 타당성 문제를 아예 무시했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통제했다. 입법 독재와 다름없다. 입법부의 역할은 행정부 통제가 아닌 견제다.논의의 절차와 의견 수렴 없이 특정 지역을 못 박아 특별법을 만드는 것도 상식에서 한참 벗어났다. 특별법은 동남권 신공항을 가덕도 일원에 건설되는 공항(2조 1항)으로 단정했다. 해당 지역이 공항 건설지로 적합한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원천 차단시켰다. 신공항을 건설해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대의명분은 사라지고, '가덕도'라는 특정 지역을 위해 국가적 재원을 쏟아붓겠다는 발상이다. 인천국제공항 건설에 가속도를 붙인 수도권신공항건설촉진법 제정 당시 '인천'이라는 명칭이 없었다. 해당 법에 '인천'이 등장한 것은 법이 제정된 지 7년 8개월여 만이었다.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건설에서 운영까지 3개의 관련 법이 제정됐다. ▷수도권신공항건설촉진법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법 ▷인천국제공항공사법 등이다. 앞의 두 법안은 공항 완공 뒤 개정·폐지됐다. 가덕도 특별법은 이 세 개 법안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토목계의 유신헌법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수도권신공항건설촉진법을 원용했다지만 두 법안을 비교하면 가덕도 특별법은 한발 더 나갔다. 신공항 건설 사업자에게 법인세, 소득세, 관세, 취득세, 개발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등 17종류의 조세 및 부담금을 감면 또는 부과하지 않도록 했다.(16조) 신공항 건설 지역에 입주하는 기업과 연구기관은 최대 50년 동안 사용허가를 받고, 추가 50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19조)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세제 및 자금 지원도 가능하다.(25조) 특별법으로 향후 불거질 모든 걸림돌을 단번에 제거하겠다는 의도다.가덕도 특별법을 시샘하는 게 아니다. 행정부를 왕따시킨 채 180석이 넘는 범여당이 '묻지마 특별법'을 만드는 게 국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국가의 미래를 발목 잡아야 할 만큼 절박한가를 묻고 있다.이 특별법은 우리가 힘겹게 쌓아온 삼권분립 원칙, 법의 원칙과 행정의 합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근거한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입법부의 권한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민주주의에 젊음을 바쳤다고 자임하는 여당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기로 내몰고 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단언하건대 가덕도 특별법이 제정되면 판도라의 상자는 열릴 것이다. 앞으로 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이 특별법에 준하는 특혜를 요구할 게 뻔하다. 민주당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2020-12-31 17:37:58

[청라언덕] 공룡은 살아 있다?

[청라언덕] 공룡은 살아 있다?

공룡은 멸종(滅種)했다.하지만 이 거대한 종은 장난감으로, 영화 속 주인공으로, 살아 있는 동물보다 때론 더 친숙하다. 평생을 공룡 연구에 바치는 학자들도 많으니 가히 공룡은 죽어도, 죽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다.공룡을 뜻하는 영어 dinosaur(다이노소어)는 '무서운 도마뱀'(terrible lizard)을 의미하는데 멸종설도 화산 폭발, 운석 충돌, 대지진 등 무서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중 지름이 10㎞쯤 되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공룡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갖는다.엉뚱하지만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바로 '방귀멸종설'이다.공룡이 뿜어내는 방귀가 쌓여 지구온난화가 시작됐고 가뭄으로 인해 공룡이 몰살됐다는 논리다. 방귀에 포함된 메탄,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건 과학적 상식이다. 사람이 뀌는 방귀는 양이 많지 않아서 영향이 거의 없지만 동물 방귀의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초식 동물들이 배출하는 가스의 양은 연간 1억t쯤 된다. 소 4마리가 방출하는 가스는 자동차 1대가 내뿜는 가스의 양과 비슷하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런 소보다도 몇 배나 큰 초식 공룡이 배출하는 가스의 양이 어마어마했다는 데서 '방귀멸종설'은 출발한다. 실제 브라키오사우루스라는 공룡은 하루 동안 인간보다 3천400배 이상 방귀를 뀌었다고 한다.방귀(?) 추종자들은 공룡이 배출했던 가스의 양이 무려 5억t이나 됐을 것으로 추정하며 '방귀대장' 공룡이 지구온난화를 불렀고, 종이 멸종했다고 보고 있다.경북도청 앞마당을 지키고 있던 공룡 뼈 조형물(길이 10.5m, 높이 3.5m 크기·이하 공룡)도 최근 사라져 방문객들의 궁금증을 낳고 있다.이 공룡은 1년 반 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미국의 구글 본사(정원에 공룡 뼈 조형물이 있다)를 방문한 뒤 같은 해 12월에 설치했다. 이 도지사는 "세계 최고의 기업도 변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우리 경북도도 변하지 않으면 공룡처럼 없어질 것"이라며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이후 공룡 조형물은 '변해야 산다'는 도정 슬로건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됐다. 방문객도 웅장한 도청 본관을 배경으로 공룡을 '연인' 삼는 사진 명소로 떠올랐다. 이런 공룡이 없어졌으니….사실 공룡은 본관 옆 건물인 어린이집 주변으로 옮겨졌다. 경북도정이 활기차고 유연하게 변했다는 객관적 성과와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이 도지사는 공룡을 설치하면서 도정이 변화했다고 생각되면 공룡을 치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경북도정은 코로나19로 답답한 대내외 여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일궜다.수년간 답보 상태에 있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부지를 확정(8월 28일)했으며 매번 하위권에 머물렀던 정부합동평가에서도 '평가 부문 1위'에 올랐다. 특히 전국 최하위 수준이던 청렴도는 처음으로 최고 등급을 받았다.내년 국비 예산도 모두 5조808억원을 확보해 민선 7기 이후 반 가까이(42.8%) 늘었다. 이 외에도 해피댄스, 화공특강 등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기분 좋은 변화가 줄기차게 이어졌다.도청 앞마당을 떠난 공룡도 '변했다나 어쨌다나'.뼈만 앙상했던 공룡이 얼마 전부터 흰색 마스크에다 빨간 산타클로스 모자를 썼다. 그러자 어린이집 꼬맹이들 사이에선 공룡이 밤에 살아 움직여 선물을 주러 다닌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만개하고 있다. 아이들다운 발상이지만 이런 '동심'이 어른들에게까지 전달되어 마음이 훈훈해진다.내년 이맘때는 경북도정에 어떤 또 다른 변화가 생길까. 어게인(again) 경북도정,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기대해 본다. 메리 크리스마스~.

2020-12-24 14:25:31

[청라언덕] 장밋빛 부동산 정책

[청라언덕] 장밋빛 부동산 정책

문재인 정권은 2017년 출범 당시 100대 국정 과제를 통해 서민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 환경 조성과 신혼부부 주거 부담 경감책을 발표했다.이를 위해 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 기조로 주택 공공성 강화를 강조했다. 경기 부양이나 경기 조절 수단이 아니라 서민 주거 안정 및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함을 확고한 원칙으로 세운 것이다. 집이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인식시키고자 투기 수요와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이 같은 기조가 시장에서 작동된 지 4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현재 전국 아파트 값은 수직 상승하면서 '내포'(내 집 마련을 포기)한 서민들은 늘어났다. 대출을 막아 놓아 신혼부부의 신혼집 마련도 하늘의 별 따기다. 대구에선 1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돈을 위약금으로 물고라도 매매를 해약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 가격은 뛰고 있다.수억원씩 오른 아파트 소유자들이라고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보유세와 종부세 등 예고된 세금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문제의 근원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지만, 지금까지 정권이 '만병통치약'으로 들고 있던 과세 문제를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세금을 올리면 투기 자본이 겁을 먹고 손절매할 것이란 기대 때문에 이 기조만큼은 버리지 못한 것 같다.주택은 하루 몇천 대씩 만들 수 있는 자동차가 아니라 길게는 5년까지 걸리는 생산 기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아파트는 매우 비탄력적이다. 필요하다고 바로 출현하는 것이 아닌,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일각에서는 이 같은 비탄력적 특성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늦었고 가격 상승은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지난 3년간 공급을 중단했기에 비탄력적 공급성을 띠는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투기 자본은 보란 듯 시장에서 활개 치고 있다. 투기 세력들은 1달러 하던 '비트코인'이 10년도 안 돼 1만 배가 오른 비현실적 상황을 예로 들면서 '공급 단절된 아파트 가격은 결코 후퇴하지 않는다'고 큰소리친다.주택 문제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공공임대주택 240만 호 확대를 해법 가운데 하나로 내놨다. 수십 차례 내놓은 부동산 해법을 뒤로하고 다시 정권 초기 제시한 '주택 공공성 강화' 문제로 회귀한 것이다.3년 전으로 돌아간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혀를 찬다. 그 정도 규모로 지을 땅도 없을 뿐 아니라 이미 토지 가격이 아파트 값과 동반 상승해 공익성을 초과하는 건설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뒤를 이은 변창흠 장관도 초기 행보부터 우려되는 부분이 감지된다. 부동산 정책 해법에 기초해야 할 시선을 통계적 문제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 정권은 '소득주도성장에 맞지 않은 자료를 냈다는 이유로 통계청장을 경질했다'는 질타를 받은 바 있다.어디를 봐도 현재의 부동산 정책을 해소할 돌파구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저성장 장기화 시대에 코로나 악재까지 겹쳐 서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한 상태다. 내 집 마련 기대를 걸며 이 정권 출범을 위해 기꺼이 촛불을 들어주던 서민들의 기대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2020-12-17 15:30:34

[청라언덕] 올해도 '마(魔)의 수능 4교시'

[청라언덕] 올해도 '마(魔)의 수능 4교시'

해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이쯤 되면 운영 방식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봐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4교시 응시 방법에 대한 얘기다. 응시 방법을 위반, 부정행위로 간주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오죽하면 '마(魔)의 수능 4교시' '끝나지 않는 수능 4교시의 저주'라 할까.2021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진 3일. 강원도 한 수능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던 A학생은 사회탐구 영역 문제를 풀려다 당황했다. 한국지리 문제지 아래 다른 과목 문제지가 붙어 있었던 것. 감독관에게 즉시 이 사실을 알렸지만 부정행위로 간주돼 시험을 치른 뒤 인정 조서를 써야 했다.지난해 11월 14일 2020학년도 수능시험이 시행된 경상남도의 한 시험장. 4교시 과학탐구 영역 시험 종료 직전 B학생은 답안지에 잘못 옮겨 적은 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를 고치려다 실수로 같은 답안지에 표기를 이미 마친 한국사 답안에 손을 댔다. 실수한 걸 알고 감독관에게 바로 그 사실을 알렸는데 결국 부정행위자로 분류됐다.수능시험 4교시엔 한국사와 탐구 영역 시험이 진행된다. 그런데 운영 방법이 간단하지 않다. 일단 30분 동안 필수 과목인 한국사를 푸는 게 먼저다. 이어 감독관이 10분 동안 한국사 문제지를 회수하고 탐구 과목 문제지를 나눠준다. 수험생은 탐구 영역의 선택 과목 1, 2개를 차례로 풀게 된다.선택 과목 응시 순서를 어겨선 안 된다. 한 과목을 푸는 동안 책상 위에 다른 과목 문제지를 올려둬서도 안 된다. 둘 모두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탐구 영역 문제지는 여러 과목이 1부로 묶여 나오는데 수험생은 여기서 자신이 응시한 시험지만 골라야 한다. 다른 과목이 딸려 나오는 걸 몰랐다면 부정행위가 될 수 있다. 4교시 응시 영역은 한 장의 답안지에 답을 모두 적기 때문에 각 과목 시험시간에 이미 끝난 과목 답안을 수정하는 것도 부정행위로 처리된다.4교시 응시 방법을 위반, 부정행위로 처리되는 일은 매해 반복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배준영 의원(국민의힘)이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도 이 사실이 확인된다. 2016~2020학년도 수능시험 부정행위 적발 건수 1천173건 중 44.5%에 달하는 522건이 4교시 응시 방법 위반인 것으로 나타났다.대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부정행위로 적발된 5건 중 4교시 응시 방법을 위반한 경우가 3건이었다. 1, 2선택 과목 시험지를 모두 책상 위에 두고 시험을 치른 경우가 2건이었고, 두 선택 과목 응시 순서를 바꿔 시험을 치른 게 1건이었다. 지난해에도 4교시 응시 방법 위반이 2건 발생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부터 4교시 답안지에서 한국사, 1선택 과목, 2선택 과목 답안 작성 부분의 색깔을 다르게 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부정행위자가 되는 사태를 방지하려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이 시도만으론 부족했다. 여전히 4교시 응시 방법 위반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의든, 실수든 수험생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아쉽다. 수능시험 직후에만 잠시 화젯거리로 삼고 잊어버릴 게 아니다. 끊임없이 생기는 문제라면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지난해 11월엔 '수험생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수능 4교시 운영 방식을 개선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모든 문제는 수능 4교시 운영 방식이 복잡한 탓'이고, '현행 방식을 고수하는 건 행정편의주의의 일종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청원인의 주장이 올해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2020-12-10 15:39:30

[청라언덕]  ‘선출된 권력’과 ‘공부해서 얻은 권력’의 대충돌

[청라언덕]  ‘선출된 권력’과 ‘공부해서 얻은 권력’의 대충돌

'선출된 권력'과 '공부해서 얻은 권력' 사이의 힘겨루기가 절정이다. 현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알력(軋轢)으로 비치지만 본질은 권력 집단 간 대충돌이고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선출된 권력'의 정점에는 국민이 뽑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리 잡고 있다. 고시(高試) 합격자 중에서도 사법연수원 성적이 우수한 사람들만 모인 검찰에선 윤석열 총장이 총대를 멨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양측의 사활을 건 진검승부가 진행 중이다.현 정권은 민의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이 조직 이익만 좇으며 필요에 따라 정치 영역마저 뒤흔드는 상황을 종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문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쓴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 애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는 격정을 토로한 바 있다.반면 검찰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엄존하는 상황이라 권모술수와 정파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적인 사정 기관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윤 총장은 지난해 7월 취임식에서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 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적나라하다. 여당의 한 중진 국회의원은 "정치권을 진흙탕이라고 욕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주기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며 "검찰은 줄 잘 잡아 충성만 하면 평생을 보장받는,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는 조직이다 보니 더욱 이기적이고 교만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하지만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성원의 애국심, 정의감, 도덕성 등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에 검찰만 한 조직을 찾기 힘들다"며 "백보 양보하더라도 권력욕 앞에 자신의 영혼까지 서슴없이 내려놓는 정치권보다는 나라에 더 이익이 되는 집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역대 전적에선 검찰이 전승을 거뒀다. 그나마 참여정부가 싸움다운 싸움을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참패했고, 군에서 하나회마저 걷어냈던 문민정부도 검찰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검찰엔 필승 공식이 있었기 때문이다.정권의 힘이 좋은 임기 전반기에는 전(前) 정권 수사에 총력을 쏟으며 살아 있는 권력의 편에 서는 방식으로 개혁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때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와 범죄 혐의는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한다.후반기에는 그동안 보관해 온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면 정권은 검찰을 개혁할 수 없다. 이렇게 검찰은 외부의 수술을 피하면서 점점 더 강해졌다.특히 검찰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 가운데 어떤 것이 죄가 되는지를 규정하는 막강한 권한(기소권)을 독점적·자의적으로 행사하면서 '거악척결(巨惡剔抉)의 상징'이 됐고, 조직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국민의 지지를 발판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수완도 발휘했다.이런 막강한 검찰을 상대로 현 정권이 ▷통치권자의 강력한 의지 ▷'촛불 정부' 위상 ▷절대다수 국회 의석 ▷검찰 비리(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추행 사건 등) 들추기 등을 무기로 수술을 추진 중이다.19세기 영국의 정치인이자 역사가였던 존 달버그 액턴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한 권력은 없다. 국민들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두 권력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궁금하다.

2020-12-03 15:35:29

[청라언덕] 대학과 바이오 '찬스'

[청라언덕] 대학과 바이오 '찬스'

요즘 '코로나 백신'에 세계인들의 이목이 쏠린다. '절대악'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현재까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가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의 '3대장'이다. 이들은 백신 효능과 접종 시기를 놓고 치열한 경쟁 중이다.영국 제약 업체 아스트라제네카는 국내 SK바이오사이언스와 코로나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맺었다는 점 때문에 우리에겐 좀 더 친숙하다. 또 눈길을 끄는 게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백신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과 기업이 손을 잡고 세계적인 백신을 내놓는다는 것이 주목받고 있다.이처럼 대학과 기업의 협력을 통한 사업은 외국에서만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국내, 더 좁혀서 대구경북에서도 이런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이오 분야가 각광받으면서 두드러지고 있다.영남대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포 배양을 전문으로 하는 '세포배양연구소'(소장 최인호 의생명공학과 교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백신 등 바이오 의약품은 모두 세포 배양을 통해 생산된다. 세포 배양이 의약품 생산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이 연구소는 올해 6월 교육부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에 선정돼 9년 동안 70억원을 지원받는다. 또 셀트리온 등 국내 굴지의 바이오 업체들과 협약을 통해 의약품 생산을 돕고 있다. 경북 의성에 조성 중인 세포 배양 관련 산업단지도 이 연구소가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경북대 생명공학전공 이창희 교수 팀은 동물 백신 전문 기업인 ㈜중앙백신연구소와 협력해 돼지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 10월에 출시했다. 돼지코로나는 폐사율 100%의 무서운 바이러스로 이를 잡을 백신 개발에만 5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포항에 있는 포스텍도 국내 코로나 백신 컨소시엄에 참여 중이다. 이 컨소시엄은 국내 바이오 기업 제넥신을 필두로 여러 기업과 대학이 손을 잡고 'GX-19'라는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컨소시엄은 국내에선 가장 빠른 백신 개발 속도를 보이고 있다.교수가 직접 창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제넥신은 성영철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가 직접 차린 기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스텍에 따르면 최근 바이오와 관련해서만 교수가 창업한 기업이 대표적으로 3곳이나 된다. 경북대에서도 최근까지 의대 교수 중에 10명 이상이 진단 키트나 의료 기기 분야 등의 창업을 했다.국내 바이오 산업의 전망은 밝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 세계 2위 수준, 바이오 의약품 특허 점유율 세계 2위(24.2%·2013~2017년) 등이 말해 주듯 국내 바이오·제약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정부의 지원 의지도 강하다.바이오 열풍은 대학에 분명한 기회다. 기술 이전과 산학 협력을 통해 사용료 등 수익을 따박따박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구진의 취업 및 시설 투자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학생 수 감소와 재정 압박 등 지방대들이 어느 때보다 큰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 만큼 모처럼 맞은 바이오 '찬스'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지자체 또한 대학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대구가 코로나19 사태의 피해를 가장 심하게 받았지만 관련 기업이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저도 협력할 기업을 찾다가 결국 대전 기업에 손을 내밀어야 했다. 그런 현실이 안타까웠다. 관련 인재들도 결국 서울로 모두 빠져나간다"는 지역 한 교수의 탄식을 새겨봐야 한다.

2020-11-26 18:51:10

[청라언덕] 물이 흘러야 하듯 경제도 흘러야 한다

[청라언덕] 물이 흘러야 하듯 경제도 흘러야 한다

'물은 흘러야 한다.'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환경단체와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외쳤던 구호다. 유유히 흘러야 할 물을 가둬 놓은 대가로 치수와 홍수 관리에는 효과를 얻었을지 모르나 거대한 녹조와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는 '썩은 물'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4대강 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수생태계 파괴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고 봤던 이들은 물의 본래 속성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보를 열거나 해체할 것을 주장했다. 물은 흘러야 하고,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섭리다.그런데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본연의 성질'을 중시하는 정부가 왜 같은 이치로 굴러가는 '경제'에 대해서는 그 근본 원칙을 무시한 채 강압적인 규제로만 접근하려는 것일까.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 신자유주의냐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냐의 해묵은 논쟁은 일단 접어두고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경제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이익 추구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기적 욕망 속에서 군중심리, 과시 심리, 지금 투자에 뛰어들지 않으면 나만 뒤처질 것 같은 '포모'(FOMO) 심리 등의 요소가 모두 얽히고설키며 흘러간다.어쨌거나 방향은 일관되다. 나의 이익,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우리 사회의 최소한 선을 지켜 공동체의 지속성을 지키려는 쪽이다. 어떠한 정책도 이런 근본적인 흐름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거나 차단하기는 어렵다.오히려 막으려 하면 할수록 무섭게 틈새를 찾아드는 욕망의 속성이다. 수십 차례 계속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만 봐도 이는 명백하다.지난 13일 오후 정부가 고소득자 신용대출 규제를 발표하자 주말 동안에만 5대 시중 은행에 1조원이 넘는 신용대출 신청이 몰려들었다. 당장은 필요 없다 할지라도 정부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서둘러 받아두자는 수요까지 가세한 탓이다. 심지어 부모 찬스, 형제 찬스까지 등장해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전세 난민'이 되자 결국 세입자에게 이사비 명목으로 2천만원의 위로금을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결국 정부의 시그널이 왜곡된 방향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해준 사례가 돼 버렸다.더구나 이 임대차 3법과 강력한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아예 매매와 전세 물량이 자취를 감추면서 사상 초유의 전세 대란을 불러일으켰고, 정부를 비웃듯 부동산 가격은 전혀 잡힐 기미 없이 고공행진 중이다. 이 와중에 심지어 호텔을 개조해 전셋집을 공급한다는 방안이 나오자 또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아우성치고 있다.왜 사람들이 이런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를 무시한 채 자꾸 힘을 거스르는 정책만 내놓다 보니 문제가 생기고, 또다시 땜질식 대책이 나오길 수십 번 반복 중이다. 여기에다 정책이 제 힘을 발휘하기까지는 일정 기간의 시차도 감안해야 하는데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에 당황한 정부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에만 바쁘다 보니 오히려 시장의 오버슈팅을 자극하고 있다.겨울이 지나 봄이 오려면 꽁꽁 얼어붙은 땅에 온기가 돌고 물이 흘러야 하듯이 경제도 돌고 도는 순환이 잘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 속에서 경제 전반을 옥죄는 정책만 남발하다간 그나마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경제 흐름의 맥마저 끊어 놓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2020-11-19 15:57:17

[청라언덕] 마당집의 꿈, 후회 안해도 될까?

[청라언덕] 마당집의 꿈, 후회 안해도 될까?

마당 딸린 이층집은 오랜 꿈이었다. 온종일 해가 들고 바람이 통하는 거실, 언제든지 사뿐사뿐 걸으며 흙 내음을 맡을 수 있는 작은 마당.수년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도심 주택가를 다녀보고, 대구 외곽의 전원주택단지도 둘러보며 대리만족만 하다가 올해 초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교외에 땅을 구해 집을 짓고 부모님까지 3대가 함께 살기로 했다.수십 차례의 발품 끝에 땅을 구했고, 설계가 진행 중이다. 직접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더니 아직 넘어야 할 고개가 첩첩 쌓여 있다.아파트에서 벗어나기로 했지만 누군가 뒷덜미를 당기는 느낌이 든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도심 아파트값을 보며 자산 형성의 기회를 날리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다.희한하게도 도심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후부터 대구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의 주택종합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75% 상승했다. 특히 수성구는 전국 최고 수준인 1.91%나 올랐다. 수성구에서도 범어동 일대 신축 아파트들은 한두 달 만에 1억~2억원이 뛰었고, 호가는 10억원을 훌쩍 웃돈다.전세 시장도 혼돈 그 자체다.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임대차 3법 이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역대 최악이다.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대구의 전세수급지수는 197.1로 2003년 7월 이후 최고였다. 수치가 높을수록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뜻이다.일례로 수성구 두산동 967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는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세가가 두 달 만에 1억원이 올랐고, 그나마 매물도 2건에 불과하다.상황이 이러니 부동산 투자 열풍은 잦아들지 않는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은 올해에만 대전과 부산, 경기도 광명에 투자용으로 집을 샀다고 했다. 재건축 사업이 기대되는 오래된 아파트와 집값 상승이 예상되는 수도권 아파트다. 올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이 크게 뛰면서 지인은 10억원가량의 투자 수익을 기대하고 있었다.또 다른 지인은 "씀씀이가 큰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했다. 갭투자를 하거나 투자 수익이 기대되는 동네 아파트를 매입한 뒤 단기간에 시세 차익을 보고 빠지는 식이라고 했다. 양도세를 내더라도 수천만원의 수익을 남긴다는 것이다.이쯤 되면 부동산 시장 과열과 투기꾼을 잡겠다며 23차례나 내놓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백전백패'다. 세 부담을 늘리고 대출을 규제하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은 비이성적으로 뛴다. 보유세와 거래세, 양도소득세를 한데 묶은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이 이미 OECD 평균을 훌쩍 넘는데도 그렇다.시장 참여자들은 정책 의도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며 신호를 보내지만 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집을 사야겠다'고 해석한다. 집값이 뛰니 다급해진 수요자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고, 무주택자들은 대출 규제에 막혀 발만 동동 구른다.대구의 주택시장이 공급 확대를 통해 안정을 찾으려면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다. 최근 2, 3년간 쏟아졌던 분양 물량의 입주 시기까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애써 기다린 뒤에도 비싼 그 집에 들어가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정책은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 단기 조절에 급급해 모든 수단을 무분별하게 쏟아버리면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한다. 마당 집의 꿈이 정부의 연이은 헛발질에 아쉬운 선택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2020-11-12 18:59:06

[청라언덕] 프레임 싸움

[청라언덕] 프레임 싸움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8년(1559~1567년)간 벌인 '사단·칠정 논쟁'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학문적 깊이에서 근대 이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모범적인 학술 토론이었지만 의견의 불일치를 극복하지 못했다.의견의 불일치는 훗날 조선의 먹물들이 400여 년 동안 '이(理)가 먼저냐? 기(氣)가 우선이냐?'를 두고 싸우고 또 싸우는 출발이 됐다. 이 논쟁은 조선 성리학이 영남학파와 기호학파로 갈라지는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 심지어 같은 학파 안에서도 논쟁을 벌였고, 불화를 겪었다. 절친한 친구였던 우계 성혼과 율곡 이이도 이 논쟁으로 불편을 겪기도 했다.이 논쟁은 애초부터 합의가 될 수 없었다. 주자는 '이, 기'를 두 개념으로 설명했다. 첫째, '이=도덕 성향=사단, 기=욕구 성향=칠정'이다. 퇴계는 이 주장을 발전시켜 도덕심리학적으로 '이'에 비중을 뒀다. 둘째, '기'는 '이'(도덕 성향)를 싣거나 태워주는 존재로도 설명했다. 사람의 본성은 선하지만 현실에서 선인과 악인으로 나뉘는 것은 '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고봉은 이를 받아들여 '이, 기'를 분리할 수 없다는 존재론적 관점을 주장한다. 논쟁은 남명 조식이 끼어들면서 중단된다.논쟁이 합의를 이룰 수 없었던 이유는 서로 프레임이 달랐기 때문이다. 퇴계는 도덕심리학적 관점에서, 고봉은 존재론적 관점에서 '이와 기'를 논하면서 출발부터 달랐다. 퇴계는 고봉의 주장이 수수께끼 같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중의적 의미로 사용된 '기'의 개념도 서로 다르면서 소통이 쉽지 않았다.사용하는 화폐가 다르면 교역이 불가능한 것처럼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가 같지 않으면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다.(이승환, '횡설과 수설')460여 년 전 대학자와 젊은 유학자 간 신중한 학술 논쟁도 결국 프레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프레임이 세상을 보는 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정부 여당과 야당 간 상호 공격,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쟁,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벌어지는 싸움, '구적폐'·'신적폐'로 서로 손가락질하는 정치권 공방도 결국 프레임을 두고 벌이는 논쟁이다. 정치권이 견해가 다르고, 정책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그럼에도 프레임을 공유해야 하는 게 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치로 건국됐다. 자유민주주의에서 3권 분립이 엄격히 지켜져야 하고,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주권이 있고, 모든 권력이 나오는 국민을 우선해야 한다. 공산주의를 채택한 북한과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지금의 정부 여당을 보면 국민보다 팬덤에 휘둘린다. 더불어민주당이 금태섭 전 국회의원을 포용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팬덤은 '이성적 지지'보다 '정서적 유착'에 기반한다. 이성적 지지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만, 정서적 유착은 '좋고, 싫음'을 우선한다. 팬덤이 정부 여당의 정치 구호와 정책에 '좋다'는 신호를 보내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열성적 지지자들 외에는 별로 필요 없다고 판단하고, 이렇게 해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부 여당이 팬덤을 이용해서 정권을 잡았지만 이제는 팬덤에 빨려들어가 버린 형국이다.팬덤 정치와 여의도 정치는 메커니즘이 다르다. 여의도 정치가 팬덤 정치에 휘둘리는 상황을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한국 정치의 후퇴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대한민국이 민중민주주의 방식으로 운영될 수는 없지 않은가?

2020-11-05 17:13:20

[청라언덕] 된장녀 작사, 고추장남 작곡

[청라언덕] 된장녀 작사, 고추장남 작곡

된장녀. 재산이나 소득 수준에 맞지 않게 명품 사치(奢侈)를 일삼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다. 2000년대에 만들어졌다. 한때는 인터넷 신조어와 유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잘나갔다.고추장남(늘 같은 패션에, 잘 씻지도 않고 구질구질한 남자)이란 아류도 낳았다. 된장에 대한 명예훼손이란 목소리가 컸을 정도이니 된장녀는 가히 '메뚜기 한철'을 보냈다.명품은 한국에서는 대접을 잘 받지 못한다. 특히 정치인은 명품 걸쳤다가 망신을 사기도 한다.하지만 세계 최대 갑부인 아마존 창업자는 명품을 '끊임없는 혁신이 낳은 결과물'이라 할 정도로 대접한다. 다소 부정적 인식이 덧씌워지긴 해도 가방이든 옷이든 자동차든, 명품으로 인정받는 제품은 혁신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이런 이유에서 명품 선호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명품이 갖고 있는 무형의 가치를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큰돈을 지불하려는 인사는 널렸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정서를 깔고 있는 우리네는 명품은 아니더라도 최소 제값은 따져봐야 직성이 풀린다.국가를 명품에 견준다면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의 나라를 꼽을 수 있겠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이자 최강국이다. 세계 질서를 주도한다. 애플과 구글, 스포츠, 영화 등 '굴뚝 유무'를 떠나 made in U.S.A가 유명하다. 정치도 잘 돌아간다.유럽 유수의 나라들도 돈 빼고는 미국에 버금간다. 골프, 축구, 미술, 영화, 박물관 등 '세계 4대 메이저'란 명함은 다 갖고 있다. 오죽하면 일개 작가(셰익스피어)와 한 나라(인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자부심인지 허세인지는 모르겠으나 '언덕에 비빌 소조차 없는 나라'는 허세도 부럽다.하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명품으로 보진 않는다. 어쩌다 졸부가 된 사람이 흥청망청 돈을 쓰면서 명품으로 치장한다고 품위와 격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된장녀란 비아냥만 듣게 된다.작금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정치나 경제나 온 나라가 '명품'과는 거리가 멀다. 개인 소득수준이 조금 나아졌다고 명품 나라가 된 것인 양 착각하고 있다. 경제는 시장경제 좌표가 모호해졌고 신뢰도 잃어가고 있다.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는 더욱 줄고 있다.정치는 제값 못하고 '편 가르기'에만 바쁘다. 막 끝난 국정감사는 맹탕이었다. 야당은 '자기 정치' 하느라 귀중한 '야당의 시간'을 허비했다. 국회 권력을 거머쥔 쪽은 장관, 정부 인사 등 제 식구 쉴드 쳐주기에 바빴다. 형식만 민주주의이지 대화와 타협, 소수 의견 존중이란 민주주의 명제는 온데간데없다. 협치를 기대하는 것이 사치로만 느껴진다.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짝퉁 내놓고 명품 값을 지불하라는데 '세금 한탄 시조'가 유행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미국, 유럽처럼 떡하니 내세울 수 있는 명품 국가라면 '백골징포'(白骨徵布·죽은 사람에게 매기는 세금)인들 아깝겠는가. 행정과 정치 권력을 장악한 여당은 분에 넘치는 힘을 사치하고 야당은 '여당 견제, 비전 제시'는커녕 허구한 날 재탕, 맹탕 정책으로 고추장남이 된 지 오래다.믿을 건 국민뿐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나라가 된장과 고추장으로 범벅이 돼 가는 상황에선 더욱 잘 보고 정치를 소비해야 한다. 국민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된장녀와 고추장남에게 또 국정을 맡길 수밖에 없다. 이들이 수천 곡을 작사·작곡한들 'BTS', 나훈아 같은 명품 가수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데, 1류이자 명품 국민을 기대해 본다.

2020-10-29 15:15:11

[청라언덕] 고마해라! '가덕도' 우려먹기

[청라언덕] 고마해라! '가덕도' 우려먹기

이번에도 어김없이 '가덕도 신공항'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 탓이다.애초 9월 발표 예정의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발표가 10월로 한 달 연기되더니 또다시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유력한 연기 배경으로는 '선거'가 꼽힌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부산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우려먹기'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지난 4월 자진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고 민주당 최초의 부산시장 도전에 성공했다. 이후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이 오 시장과 연대해 김해신공항 재검증까지 관철시켰다. 지난해 말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출범해 안전·소음 등 쟁점 사항을 검증, 최종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부·울·경의 속내는 이번 기회에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건설 계획을 뒤집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재점화하는 것이다.여기에는 정치권, 특히 여권이 가세하고 있다. 먼저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예상자들이 공개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약에 나섰다.여권 대선주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국무총리 재직 당시 부·울·경의 요구를 수용해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국토부에서 국무총리실로 이관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부터 '가덕 신공항'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이 대표와 함께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지난 15일 부산 언론 인터뷰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만드는 게 확장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김해신공항보다 낫다"고 평가했다.안타까운 현실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의성 비안·군위 소보 공동 후보지) 선정과 함께 지역사회 내에도 '가덕도 신공항' 지지 물결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빅딜'이다.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하는 조건으로 통합신공항 건설비와 철도·도로 등 접근성 개선 인프라 비용을 얻어내자는 것이다.각설하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가덕도 신공항 빅딜은 'TK 통합신공항-PK 가덕신공항'이라는 이름의 정치 프레임에 불과하다.정부 예산 한 푼 없이 군공항과 민간공항이 통합 이전하는 통합신공항(기부 대 양여)과 천문학적 건설 비용을 투입해 민간공항을 새로 짓는 가덕신공항(국가 재정 사업)은 애초 비교 대상이 아니다.육지와 해상을 매립해 짓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비용은 최소 10조원으로, 부산 최남단에 위치한 접근성 개선 인프라 비용까지 더하면 도대체 얼마나 국비가 들어갈지 알 수 없다.무엇보다 김해신공항은 지난 2016년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의 대안으로 결정한 국책사업이다.정권이 바뀌자 여당 소속 부·울·경 자치단체장들이 김해공항 확장안 재검증을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세계적 용역기관을 통해 결정한 국책사업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 것 아니냐'는 거센 반발을 샀다.이런 까닭에 이제 와서 대구경북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지지하고 빅딜 운운할 이유나 명분이 전혀 없다.대구경북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김해신공항 재검증 결과 발표를 더 이상 연기하지 말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기술적 내용만 검증하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검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김해신공항 백지화=가덕도 신공항 입지 선정'이라는 식의 어불성설이 난무하는 건 부·울·경의 일방통행과 정치권의 가덕도 우려먹기가 빚은 촌극에 지나지 않는다.

2020-10-22 16:39:17

[청라언덕] 국가균형발전이 필요 없는 지역민

[청라언덕] 국가균형발전이 필요 없는 지역민

# 장면1지난 추석 연휴 고향에 다녀왔다. 모처럼 만에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한가위의 넉넉함을 만끽했다. 그런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자마자 좌중의 화두(話頭)는 이내 서울 집값으로 모아졌다.문재인 정부 들어 '한양'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자기 집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30대와 4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공황구매(패닉바잉·panic buying)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으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리라.줄곧 듣는 입장이었고 많이 놀랐다. 지역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인사들임에도 서울 집값을 훤히 꿰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지명까지 언급하며 최근 매매 동향까지 읊는 이가 있었을 정도다.비결이 궁금했는데 금방 해소됐다. 대구경북에 살면서도 서울에 집을 보유한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남은 부동산 승부처는 서울뿐이라며 조만간 '상경 투자'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지인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필자의 주거 형태(자가 보유 여부)를 묻는 어르신도 있었다.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 거래 월별·매입자 거주지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6년 1월 이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은 모두 177만2천897명이었는데 이 중 32만4천781명(18.31%)이 외지인(서울 외)이었다. 문재인 정부(2017년 5월부터) 임기 중 '외지인 매입 비율'은 19.62%, 올해는 20.42%다.# 장면2정부는 서울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지난여름 서울 태릉골프장을 포함한 수도권 유휴 부지 활용과 공공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에 13만2천 호를 추가 공급하는 내용의 8·4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지역에선 아연실색했다. 국토균형발전과 지역의 혁신 성장을 위해선 행정수도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여권이 불과 보름 만에 과밀화로 '대사증후군'에 걸린 수도권에 집을 더 우겨 넣겠다는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서울과 수도권의 추가적인 주택 공급이 광역교통망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맞물린다면 수도권 인구의 지방 분산이나 지역균형발전 등과는 상충할 수밖에 없다.경제정의실천연합은 "태릉골프장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고밀 재건축까지 도입해 수도권에 13만 호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행정수도를 이전하면서까지 균형발전을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과 전혀 맞지 않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지역의 불만을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초청해 진행한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정부는 담대한 지역균형발전 구상을 갖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국가발전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을 강력히 추진하고자 한다"며 "국가 발전의 축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지역 정가에선 언제 뒤집을지 모를 '사탕발림'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나왔다.자유주의 시장경제 원리가 헌법의 근간인 대한민국에서 시도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투자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개인의 노력을 어찌 탓할 수 있을까! 다만 염려는 본인 자산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에서 운용되고 있어서 지역균형발전이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한 시도민이 늘어나는 것이다.

2020-10-15 14:47:25

[청라언덕] ‘언택트 혐오’를 두려워해야 할 때

[청라언덕] ‘언택트 혐오’를 두려워해야 할 때

한 천문학자와의 대화에서 지구는 '별'이 아니라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별(star)은 스스로 빚을 내기 때문에 태양은 별이 될 수 있지만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은 모두 행성에 불과하다.우리가 사는 은하계엔 태양 같은 별의 개수만 약 4천억~5천억 개에 이른다. 이런 은하계는 또 1천억 개 이상 관측된다. '관측'은 우주에 쏘아 올린 허블망원경 등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현재까지 유추한 별의 개수는 어디까지나 인류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계산돼 있다. 따라서 아인슈타인 이후로 정설이 된 우주 팽창론을 대입하면, 우주는 계속 커지고 있어 실제 우주 속 별의 개수는 짐작조차 어렵게 된다.이야기를 나누다 대화의 소재는 갑자기 '우주의 기운'이란 단어가 포함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에 이르렀다. 우주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도 벅찰 지경인데 무속신앙에서 사용할 법한 기운(氣運)이라는 말까지 도용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말은 극도로 정제되고 명료하면서도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실제로 5년 전 어린이날 처음 등장한 '우주의 기운'이라는 단어는 국회 연설문에까지 등장했다. 실소를 금치 않았던 당시 야권은 '청와대 1천200만원짜리 굿판'과 '오방색' 논란을 연이어 제기한 뒤, 태블릿 PC를 정점으로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우주의 기운'이란 단어 사용이 어쩌면 탄핵의 시발점이 됐을지도 모른다.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태에서 드러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잃어버린 47시간'은 뒤로하고, 사건 7일 후에야 처음으로 '애도'를 표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매우 이례적"이라고 추켜세워 방점을 어디에 찍어야 할지를 놓고 국민을 큰 혼란에 빠뜨렸다.아들의 '황제 병역'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무려 27번이나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오히려 자신을 음해한 세력을 상대로 고소한다고 하니 국민은 또 '세상이 어찌 돌아가냐'고 반문한다.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언변도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호화 요트 구입차 남편이 출국한 사실이 도마에 오르자, 국회에서 "그 사람(남편)이 내 말 들을 사람도 아니고요"라며 갑자기 개인사를 들먹였다. 장관으로서 공적 답변을 요구하던 국회의원과 이를 지켜보던 국민은 기가 찼을 법하다. 강 장관은 자신의 취임을 위해 구입한 해외 귀국 비행기표 등을 이례적으로 국고에서 사용하는 등 공적 업무를 강조했던 인물이다.정인호 박사는 그의 저서 '언택트 심리학'에서 코로나 때문에 '집단 혐오'가 발생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사회와 격리되면서 특정인을 혐오하는 방식으로 심적 불안을 해소하려 든다는 것이다.여권은 이 같은 사회적 트렌드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혐오 증상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광화문의 차벽과 골수 지지자의 방어막도 더 이상 소용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특히 지난 2월 신천지 성도 집단감염 이후 집단 혐오의 대상이 됐던 대구경북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특유의 시민 의식을 바탕으로 인내해 왔으나, 영문 모른 채 '봉쇄령'까지 감내했던 이들이 분노할 경우 그 강도와 휘발성은 타 지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0-10-08 10:19:59

[청라언덕] ‘이생집망’ 모는 정부 대책

[청라언덕] ‘이생집망’ 모는 정부 대책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대책을 접하며 문득 내 집 마련의 과정을 떠올려 봤다.부동산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당시지만 전세 탈출, 즉 내 집 마련은 중대한 목표였고 그 방법은 돈을 모아 대출 부담을 줄이는 것이었다. 내 집 마련에 애를 쓴 건 그저 이사하기가 싫어서였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집주인을 만나 전세금 인상 압박을 받은 적은 없었으나, 직장 이동 등으로 이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과정은 귀찮았고 피곤했다.그래서 묵혀 놨던 청약통장을 써 분양을 받았고, 모아 놓은 돈이 모자라 대출을 끌어 썼다. 어찌어찌 입주해 꿈에 그리던 내 집을 마련했으나 기쁨은 잠시였고 그 후 한동안 쌓인 대출금에 이자를 갚느라 먹는 것 줄이며 지내야 했다. 그 과정은 '○○은행 월세살이'나 다름없었다.갭투자 등으로 재산을 많이 불린 이들의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는 재테크에 소홀했던 자신을 한탄하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오롯이 내 집을 갖게 됐다는 목적을 이뤘으니 만족하며 살아왔다.이런 나의 '내 집 마련기(記)'를 지금은 들려줄 수가 없다. 그 방법은 구시대 유물이 됐고, 자칫 하다가는 세상 물정 모르는 '꼰대' 취급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방법이야 별반 다르지 않겠으나 이제는 이행하는 조건들이 쉽지 않아졌다. 집값이 너무 오른 탓이다. 지금의 집값은 평범한 월급쟁이가 한 푼 두 푼 모아 살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정부가 "집값만큼은 잡겠다"고 나서 20차례가 넘는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30대 후반의 직장인 A씨. '부모 찬스권' 없는 흙수저인 그는 정부가 쏟아낸 정책이 되레 내 집 마련을 더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됐다며 한숨 짓는다.그도 나와 같은 방법으로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웠던 이들 중 하나였다. 생애 첫 집은 새집(아파트)이고 싶었고 이왕이면 쾌적한 주거환경에 교통도 편하고 교육 환경도 좋았으면 했던 게 돌이켜보면 화근이 됐다. 그걸 충족시키기에는 모은 돈이 적었다. '지르기'를 망설이는 동안 집값은 올라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났다.그가 다시금 기댄 건 집값 잡겠다는 정부의 말이었다. 그는 이것을 두 번째 후회 거리로 꼽는다.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대출을 틀어막는 것이었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길도 막아버렸다. 현금 없이는 집을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영끌'(영혼까지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뜻의 신조어) 대열에도 합류하지 못한 그는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이란 결론을 내렸다."집이 없으니 집값 내려갈까 집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 없고, 부동산 사이트 서핑 안 해도 되니 눈이 피곤할 일 없다. 정부로부터 투기꾼 취급받을 일도 없다"고 위안하며 "안분지족(安分知足) 삶 누리며 살겠다"던 그가 얼마 전 또 다른 고민을 토로했다.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세살이'마저 위협받게 생겼다고.새 임대차법은 계약갱신청구를 통해 세입자가 최대 4년은 큰 전셋값 인상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했으나, 그 후 또는 임대인의 직접 거주로 계약갱신청구가 거절당했을 때는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집값 올라 '이생집망'했는데, 새 임대차법으로 주위 전셋값마저 크게 올랐으니…."부동산시장 과열 주범으로 지목된 다주택자들이 너도나도 집을 내놓고, 정부 대책이 약발 받아 집값이 내려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그에게 들려줄 말이 궁색하기 그지없다.

2020-09-24 16:10:52

[청라언덕] 온라인 강의, ‘뉴노멀’ 위한 조건

[청라언덕] 온라인 강의, ‘뉴노멀’ 위한 조건

올 상반기 대학들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 코로나19 영향에 아무도 예상 못한 '비대면 온라인 강의'라는 수업 방식을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했기 때문이다.대학들은 그야말로 온라인 강의 '실험장'이었다. 여기저기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도입 초창기 동시에 접속자가 몰려들면서 트래픽 초과로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했고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실제로 일부 교수는 단순히 과제만 올리는 등 무성의하고 부실한 수업 운영으로 논란을 키웠다. 온라인 강의 준비를 난생처음 해보는 교수들은 자료 준비에 영상을 찍느라 진땀을 뺐다.한동안 대학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등록금 감면 요구도 온라인 강의가 '트리거'가 됐다. 온라인 강의는 올해 대학가를 뒤흔든 거대한 쓰나미였다.그런 혼란을 겪은 지 6개월여가 지났다. 원하든 원치 않든 온라인 강의는 대학 교육의 '뉴노멀'(New Normal·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로 자리 잡는 형국이다.전문가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띨 것이며 온라인 강의도 그런 양상 중의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미네르바 스쿨 설립자인 벤 넬슨 CEO는 지난 6월 국내에서 열린 온라인 국제 포럼에서 "코로나19는 해저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지진과 같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개인에게 차별화된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면 온라인 학습은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모든 이가 접근할 수 있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미네르바 스쿨은 별도의 캠퍼스와 강의실 없이 모든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는 대표적인 혁신대학으로 손꼽힌다.정부도 온라인 강의 활성화를 위해 파격적인 제도 개선을 선언했다. 지난 9일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원격 수업 개설 20% 상한제를 폐지하는 한편 온라인 석사 학위 과정을 허용하고 온라인을 통한 대학 간 공동 학위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게 골자다. 현재 대학은 온라인 강의 등 원격 수업을 총학점의 20% 이내에서 개설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를 앞으로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문제는 결국 강의의 질이다.물론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온라인 강의가 시작된 1학기 때와 비교해 2학기 때는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준비할 여유가 생기면서 수업의 질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는 것이 대학가의 반응이다.일부 교수는 직접 기자재 등을 구입해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한다.그러나 여전히 대면 수업보다 강의의 질이 크게 뒤처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영남대 고등교육중점연구소가 대학의 원격 수업과 관련, 전국 대학생 2만8천4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의 준비 정도가 '높지 않다'는 응답(48.1%)이 '높다'는 응답(21.2%)의 2배가 넘었고 교수의 준비 정도를 묻는 질문에도 '높지 않다'는 응답이 38%로 높다(26%)보다 월등히 많았다.이 밖에 온라인 강의 활성화에 따른 인력 조정이나 등록금 문제, 대면 수업과의 기준 설정 등 적잖은 난관이 남아 있다.과거에도 원격 수업 활성화에 나섰다가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다.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는 꼴이 되지 않으려면 준비할 것이 많다. 온라인 강의는 뉴노멀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매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뉴노멀을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2020-09-17 16:21:46

[청라언덕] "한끼듭쇼!" 코로나 뛰어넘는 연대의 힘

[청라언덕] "한끼듭쇼!" 코로나 뛰어넘는 연대의 힘

지난해 연말 코로나19가 중국을 휩쓸었을 때만 해도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멈춰서는 것이 내 일상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2월 말 대구에서 신천지발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 된 지 6개월, 벌써 두 계절이 지났지만 언제쯤 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코로나19로 인한 재난의 고통은 취약계층에 더욱 가혹하다. 가장 약한 부분부터 먼저 부서지기 때문이다. 실직과 폐업이 줄을 이으면서 먹고살 일이 막막한 이들도 상당수다.9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할 능력이 있어도 그냥 쉰 인구가 총 246만2천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취업을 희망하지만 고용 상황이 여의치 않아 구직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 역시 68만2천 명으로 2014년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취업자 수는 27만4천 명이나 줄었다고 한다.비대면이 '뉴노멀'이 되면서 교육 불평등도 더욱 확대됐다. 교육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지만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등 비싼 기기와 데이터 설비를 갖추지 못한 아이들은 제대로 수업을 들을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무료급식소와 복지시설 등은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또다시 운영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수록 경제적 한계 상황에 놓여 있는 이들의 어려움도 눈덩이처럼 늘어나지만 언제쯤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을지 아무도 낙관하지 못한다.지난 8일 제277회 임시회가 개원하는 날 대구시의회를 찾았다. 가정복지회에서 9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한끼듭쇼'라는 기부 행사에 동참하기 위해서다.'한끼듭쇼'는 평소 "밥이나 한 끼 하자"는 우리 사회의 흔한 인사말에서 착안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만남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밥 한번 먹자'고 말만 건넸던 지인에게 비대면으로 마음을 전하는 형식이다.3만원을 내면 가정복지회가 한 끼 식사를 포장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이에게 직접 배달해주고, 남은 금액은 어려운 이들의 한 끼 마련에 쓰이게 된다. 음식점과 카페 등 대구 지역 자영업자들과 함께 진행해 매출 급감에 고심하는 자영업자에도 도움이 된다.이날 대구시의회를 찾은 것은 릴레이 형식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부 행사이다 보니 '가장 맨파워가 뛰어난 집단이 어딜까' 고심한 결과다. 사실 인원이 많아 부담이 되긴 했지만 내가 나눈 한 끼 밥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대구시의원 30명에게 먼저 한 끼를 대접했다.가정복지회는 지난 5월부터 '찐 기부야 챌린지'를 통해 재난지원금 10% 모금운동을 진행해 온라인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태블릿 PC와 노트북 컴퓨터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번에는 연말까지 어려운 이웃들과 밥 한 끼를 나누는 '한끼듭쇼'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가정복지회가 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은 결국 장기화하고 있는 위기를 넘길 방법은 서로 돕는 우리 사회의 '연대의 힘'밖에는 해법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코로나19로 마음까지 우울한 지금, 밥 한 끼 나누고 싶은 소중한 사람을 찾아 기부해보면 어떨까? 그 따뜻한 마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대구시민 모두가 함께 밥 한 끼를 나누는 행복한 캠페인이 되길 응원한다.

2020-09-10 16:24:49

[청라언덕] 의사들은 왜 환자 곁을 떠났나

[청라언덕] 의사들은 왜 환자 곁을 떠났나

직장 동료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부친이 다발성 디스크로 수술이 급한 상황이지만 아직 수술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지만 전공의·전임의의 집단 휴진 사태와 맞물리며 수술을 받지 못하고 퇴원했다.동료의 부친은 현재 척추 신경이 눌려 걷지 못하고 머리에 물이 찬 상태다. 수술이 한시가 급하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의료계 집단 휴진에 환자들은 수술 시기를 놓칠까 안절부절이고, 대학병원 교수들은 연일 이어지는 당직 근무에 파김치 신세다.지역 대학병원 교수에게 상황을 물었다. "신규 환자는 못 봐요. 수술실도 이전에는 하루 20개가량 열었지만 지금은 응급수술만 2개 정도 돌리고 있어요. 수술을 하고 싶어도 마취과 인력이 없어 불가능해요."왜 의사들은 가운을 벗었을까. 의사들의 요구를 '밥그릇 싸움'으로만 여기기엔 정부의 이번 의료정책은 비판의 여지가 크다. 필수·응급의료 인력 부족, 의료 서비스 불균형, 공공의료 분야 인력 부족 등을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 등 인위적인 공급 확대로 풀긴 어렵기 때문이다.논란의 핵심은 공공의대와 의과대 정원 확대를 통한 지역의사제 도입이다. 공공의대는 공공보건의료대학원으로 공중보건 분야와 감염·응급·분만·수술 등 필수 임상 분야, 국제 보건 분야 등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게 골자다.지역의사제는 지역 내 우수 인력을 의사로 선발해 의사가 부족한 지역의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공공·필수 의료 분야에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필수·응급의료 전문가가 부족한 건 해당 분야 전문의가 취업할 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을 딴 후 대학병원 교수가 되지 않으면 전문성을 살려 수술할 병원이 거의 없다. 소아외과나 심장외과, 산부인과 등도 마찬가지다.지역 간 의료 격차는 심하지만 잘 발달된 교통망으로 한두 시간이면 대도시의 대형병원에 갈 수 있는 점도 지역의사제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다. 의료취약지역을 해소하려면 응급 이송 체계를 완비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공공의대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의과대에는 반드시 실습 병원이 있어야 한다. "안동병원을 의과대 실습 병원으로 만든다고 칩시다. 전공의, 전임의가 실습할 환자가 충분할까요? 서남대가 대학병원을 못 만든 이유이고, 제주도 전체를 담당하는 제주대병원이 실습이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예요." 경북 중소도시에서 오랫동안 봉직한 의사의 말이다.개원의인 친구는 "의사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정책을 펴면 된다"고 했다. 필수·응급의료와 기피 과에 대한 의료수가를 현실화해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면 민간이 알아서 취약지역에 병원을 짓고 진료과를 개설한다는 것이다. 의과대 교육 커리큘럼에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내용을 한층 보강하는 것도 대안으로 꼽힌다.의사 단체는 3일 협상안을 마련해 정부, 여당과 대화 재개를 선언했다. 여야도 공공의료 정책 전반을 다시 논의하는 기구를 국회 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집단 휴진은 이어지고 있다.의사들의 주장은 충분히 논의할 만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집단 휴진은 온당치 못하다. 집단행동으로 요구를 관철시키는 방식이 반복돼서도 곤란하다.선한 목적이라도 수단을 정당화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줄 안전망을 재구축하는 획기적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20-09-03 17:45:44

[청라언덕] 스타 TK 의원을 보고 싶다

[청라언덕] 스타 TK 의원을 보고 싶다

야당 국회의원은 제약이 많다. 정부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들은 야당 의원에게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정부 부처에 자료를 요구해도 민감한 대목은 야당 의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상임위원장이나 상임위원회 간사 정도를 맡으면 그나마 말발이 선다. 그 외에는 장·차관을 상대로 목에 핏대를 세워도 그때뿐이다. 전문성도 약하고 감투도 없는 야당 초·재선 의원이 떼를 쓰고 악을 쓰는 것은 스스로 무기력함을 드러내는 행위다.21대 국회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범여권이 180석을 넘게 차지하면서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상임위원장 등 국회직을 보이콧하면서 영향력은 더욱 떨어졌다. 역대 최약체 제1 야당이 됐다.이런 상황에서 대구경북(TK) 초·재선 의원은 고달프다. 4·15 총선에서 당선된 TK 의원 25명, 모두 통합당 소속 또는 같은 성향의 무소속이다. 초선이 12명으로 절반에 이르고, 재선은 9명으로 초·재선이 전체의 80%가 넘는다.TK 정치권은 여당으로 시작한 20대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사실상 와해되다시피 했다. 정치력은 바닥을 쳤고, 정치권은 사분오열됐다. 문재인 정권 적폐몰이의 중심에서 모욕도 겪었다.TK 정치권은 21대 국회에서 지역 정치력 복원이라는 막중한 숙제를 떠안고 있다. 초·재선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TK 정치권이 정치력을 복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선 의원들에게 공부와 지역구 관리, 두 가지에 특히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의원 시절 국회도서관을 가장 많이 찾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역구 관리를 위해 금귀월래(금요일에 귀향했다가 월요일에 여의도로 돌아오라)도 누누이 강조했다.10여 년 전 국회 출입 기자 시절, 경기도 군포에서 배지를 달고 있던 김부겸 의원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수도권 의원들은 지역구의 이해 당사자들이 현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탓에 공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당시 주로 만났던 TK 의원들은 좀 달랐다. 관심 있는 분야에는 전문성을 보였지만 그 외에는 그다지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대신 '형님, 동생' 등 폭넓은 인맥을 통해 정치 경력을 유지하려고 했다. 이런 정치 스타일이 4년, 8년 계속되면 결국은 수도권 의원들과 경쟁력에서 이길 수 없고,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도 없다.TK 정치권에서 스타 의원이 나온 적이 있었나? 송곳 같은 질문으로 장관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을 쩔쩔매게 하는 의원은 대부분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야당 의원이 오히려 의정 활동하는 데는 제약을 덜 받는다. 책임에서 자유로운 야당 의원이 정부 여당을 제대로 공격만 해도 언론에서 다뤄주고, 지역구에서 환영받는다.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곧 시작된다. TK 초·재선 의원들의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금은 약속으로 저녁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국정감사 자료를 한 보따리씩 들고 가서 열공을 해야 할 시기다. 국감 준비를 보좌진에게 모두 맡기는 의원은 자격이 없다. 부동산, 코로나19, 검찰 개혁, 실업 문제 등 정부 여당의 실정은 차고 찼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밋밋한 질문으로 시간만 축낼 게 아니라 제대로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TK 의원을 보고 싶다. 선거에서 '묻지마 지지'를 해 준 지역 유권자들이 최소한으로 기대하는 것이고, 초심을 잃지 않은 의원들의 당연한 의무다.기획탐사팀장 이창환

2020-08-27 17: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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