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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앨리스’…SF 판타지가 인물에 더 집중한 까닭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앨리스’…SF 판타지가 인물에 더 집중한 까닭

우리도 이제 SF 드라마의 시대가 열리는가. SBS가 '더 킹: 영원의 군주'에 이어 '앨리스'를 통해 평행세계를 우리네 드라마의 소재로 가져왔다. 하지만 '더 킹'의 실패에서 알 수 있듯이 결코 쉽지 않은 이 소재를 '앨리스'는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까.◆시간여행과 평행세계가 겹쳐진 '앨리스'의 세계관아마도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는 두 달 전 같은 채널, 같은 시간대에 방영됐던 김은숙 작가의 '더 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가 꽤 신경 쓰였을 듯싶다. 그것은 '앨리스'도 '더 킹'처럼 '평행세계'라는 낯선 소재를 다루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더 킹'은 김은숙 작가에 이민호, 김고은 같은 쟁쟁한 배우 라인업까지 갖추고도 그 기대감에 비해 좋은 평가를 얻진 못했다.시작부터 터진 왜색 논란에 너무 과한 PPL로 불거진 상업성 논란, 게다가 백마 탄 왕자 캐릭터의 등장이 상기시킨 퇴행한 듯한 멜로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평행세계'라는 우리네 드라마에서 좀체 다뤄지지 않았던 SF 판타지의 세계관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었다.'앨리스'는 그래서인지 시작부터 조심스러웠다. 이 작품의 소개 어디에도 '평행세계'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 그렇다. 대신 드라마는 '시간여행'을 내세웠다. '죽음으로 인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 남녀가 시간과 차원의 한계를 넘어 마법처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2050년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미래에서 그 앨리스라는 시스템을 만든 과학자 윤태이(김희선)가 그의 연인 유민혁(곽시양)과 1992년으로 오게 된 이야기로 드라마는 문을 연다.그들이 1992년이라는 과거로 가게 된 건 종말을 담은 예언서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곳에서 자신이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된 윤태이는 앨리스로 돌아오지 않고 과거에 남아 박선영이라는 이름으로 아이 박진겸(주원)을 낳아 성장시킨다. 슈퍼문이 떴던 어느 날 앨리스에서 날아온 드론을 피해 달아나다 박선영은 살해되지만, 이후 그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 부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 형사가 된 박진겸은 박선영과 똑같이 생긴 괴짜 교수 윤태이를 만나게 된다.이 부분에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평행세계라는 장르적 틀과 겹쳐지게 된다. 시간여행이라고 하면 미래에서 온 인물이 과거를 바꾸게 되면 미래도 바뀌어야 하는 논리적 틀을 갖고 있지만, '앨리스'는 여기에 평행세계의 틀을 더해 과거인과 미래인 사이를 분리시켜 놓는다. 그래서 미래에서 죽은 딸을 그리워하던 엄마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와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대신 엄마 행세를 하는 사건 같은 게 가능해진다. 즉 '앨리스'는 과거인과 미래인의 평행세계라는 다소 복잡한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래서 엄마의 유품에서 찾은 시간여행을 하게 해주는 '타임카드'를 통해 우연히 10년 전으로 가게 된 박진겸은 미래인이지만 미래로 돌아가지 않은 박선영과 과거인 윤태이가 동시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결코 쉽지 않은 세계관, 하지만 명쾌한 감정선과거와 미래가 겹쳐져 있고 그래서 같은 인물이지만 과거인과 미래인이 동시간대에 등장한다. 애초 미래인들은 앨리스라는 시스템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고객들이었지만, 이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과거로 들어온 미래인들의 어떤 세력이 존재하고, 이들의 음모를 막으려는 과거인들의 연합(아마도 박진겸을 중심으로 생겨날)이 조금씩 모습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똑같은 얼굴을 갖고 있는 과거인과 미래인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이 세계관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하지만 '앨리스'는 복잡한 세계관을 애써 설명하려 하기보다는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어차피 시청자들이 시간여행이나 평행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양자역학이나 슈레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런 과거인과 미래인이 공존하고 부딪치게 되는 세계가 있다는 걸 가상으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의 룰에 맞춰 인물들이 겪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어가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인 방식이다.박진겸이 태중에 있을 때 시간여행에 따른 방사능의 여파로 무감정증을 갖고 있다는 건 그럼에도 어머니 박선영과의 애틋한 모자관계의 감정선을 더욱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박선영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조금씩 나아지게 된 박진겸은 살해당한 박선영 앞에서 오열하고, 성장해 다시 눈앞에 나타난 윤태이를 엄마라 착각하며 눈물 속에 포옹한다.'앨리스'는 평행세계 같은 SF 판타지적 설정을 가져오면서 오히려 신파에 가까울 정도로 박진겸의 감정선에 집중한다. 그래서 그는 엄마의 죽음에 대한 깊은 상처와 그로 인해 갖게 되는 복수심을 드러내고, 다시 나타난 윤태이가 엄마와는 다른 존재라는 걸 알게 되면서 차츰 모자관계가 아닌 썸을 타기 시작한 연인관계의 감정을 이끌어낸다. 저 세계는 복잡하지만 인물의 감정선은 너무 쉽게 드러날 정도로 명확하다. 그래서 박진겸이 하는 수사와 행동들은 SF 판타지의 그 알쏭달쏭한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추리가 아니라, 죽은 엄마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윤태이에 대한 보호본능 같은 감정에 의해 촉발된다.◆20대, 30대, 40대의 김희선을 보는 흥미로움평행세계에 대한 복잡함을 애써 설명하는 걸 내려놓고 대신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관계와 감정에 집중한 건 의도적인 전략이다. 그걸 잘 설명하고 있는 건 '앨리스'를 '휴먼SF'라는 지칭으로 설명하고 있는 기획의도에 들어있다. 기획의도에는 '시간여행을 막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대결'과 동시에 '시간여행으로 인해 헤어져야 했지만, 시간여행으로 인해 다시 만난 남녀의 놀라운 이야기'가 이 드라마가 그리려는 두 축이라는 걸 분명히 드러낸다. 그래서 미래인과 과거인의 대결을 담은 액션과, 남녀 간의 만남과 헤어짐을 담은 멜로 혹은 가족드라마적 이야기가 드라마의 대부분으로 채워진다.일단 세계관의 복잡함을 내려놓고 나면 윤태이라는 인물이 40대 박선영, 30대 괴짜 교수, 20대 학생으로 시간을 뛰어넘어 등장하는 대목이 흥미로움을 준다. 박진겸이 엄마 박선영과 괴짜 교수 윤태이 그리고 학생 윤태이를 시간을 넘나들며 만나면서 느끼는 놀라움은 바로 그 시선을 따라가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똑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평행세계라는 다소 장르화된 세계관 설정이 주는 묘미 중 하나가 바로 같은 인물이 같은 시공간에서 이토록 다르게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흥미로움이기 때문이다.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20대에서 30대 그리고 40대의 인물을 넘나들며 연기하는 김희선에 상당 부분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 40대에는 엄마 역할로 주원과 모자 관계를 연기해야 하고, 30대에는 교수로서 주원과 연인 느낌의 연기를 해야 한다. 심지어 20대 대학생의 풋풋한 모습까지. 과거 연기자라기보다는 스타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렸던 김희선을 떠올려보면 '앨리스'라는 작품이 그에게 얼마나 배우로서의 큰 도전인가를 실감하게 된다.물론 평행세계라는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새로운 SF 소재를 도전한다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낯선 시도를 지금의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려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앨리스'는 낯선 세계관 자체의 흥미로움보다는 그 안에서 인물들이 겪는 익숙한 감정선을 선택함으로써 이 눈높이를 맞추려 하고 있다. 다소 안전한 선택이 결과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대중문화평론가

2020-09-17 14: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장르만 코미디’, 지금 개그맨들은 어떻게 버텨내고 있나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장르만 코미디’, 지금 개그맨들은 어떻게 버텨내고 있나

공교롭게도 KBS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는 시점에 맞춰 시작한 JTBC '장르만 코미디'는 의도치 않게 어깨가 무거워졌다. 공개코미디 시대가 저물고 있는 상황에 맞춰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하게 했기 때문이다. 과연 '장르만 코미디'는 어떤 실험들을 하고 있을까.◆'장르만 코미디', 장르 실험으로 시작했지만KBS '개그콘서트'가 21년 만에 폐지됐다. 사실 폐지되기 몇 년 전부터 공개코미디는 점점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었다. 시청률이 뚝뚝 떨어졌고, 화제성도 사라졌다. 공채로 뽑힌 개그맨들의 이탈도 일어났다. '개그콘서트'는 개그맨들의 눈물 속에 마지막 무대를 마쳤지만, 그것은 그리 갑작스러운 일만은 아니었다.마침 JTBC에서 시작한 '장르만 코미디'는 과거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수민 PD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애초 '개그콘서트'의 폐지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어쩌다 시기가 그렇게 맞아 떨어졌을 뿐. '장르만 코미디'는 제목에 담긴 것처럼 공개코미디가 아닌 새로운 코미디 형식이 필요하다는 걸 기치로 내세우고 다양한 코미디 실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장르만 코미디'는 다양한 장르를 코미디로 끌어오는 퓨전 실험을 했다. JTBC '부부의 세계'를 패러디한 '쀼의 세계'가 콩트 코미디를 실험했다면, '끝보소(끝까지 보면 소름 돋는 이야기)'는 스릴러를, 2312년에서 타임리프한 아이돌의 이야기를 다룬 '억G&조G'는 SF 코미디를 실험했다. 또 '찰리의 콘텐츠 거래소'는 과거 '웃음충전소'에서 했던 '타짱' 같은 개인기를 소재로 코미디로 엮었고, '개그콘서트'의 폐지로 일자리를 잃은 개그맨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르만 연예인'은 다큐적 상황을 코미디로 재해석했다.하지만 아직까지 '장르만 코미디'의 장르 실험은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코미디로 보면 아직은 웃음의 요소에서 그 함량이 부족했고, 그렇다고 새로운 형식(이를테면 드라마나 다큐)이 그 자체로 색다른 웃음을 뽑아낼 정도로 완성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청률은 1%대(닐슨 코리아)를 전전했고 심지어 0%대까지 떨어졌지만 간신히 1%대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개그맨들의 새로운 설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그 취지에 공감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개그맨들이 살아남기 위한 노력들은 진심으로 느껴지지만 아직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면서 '장르만 코미디'는 다소 현실적인(?) 선택으로 우회했다. 그것은 최근 코미디 영역을 위협하던 유튜브를 오히려 끌어안는 것이었다.◆어째서 개그맨들과 유튜브의 콜라보였을까'장르만 코미디'에서는 '너튜브 고등학교'라는 코너를 세워 마치 '아는 형님'의 교실 같은 세트에서 유튜브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구독자와 조회수를 올리는 비결을 가르치는 내용을 코미디로 풀었다. '개그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인기를 끌었던 강유미가 선생님으로 등장해 갖가지 자극적인 제목이나 썸네일로 구독자수를 늘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코너에는 눈에 띄는 게 유명한 유튜버를 패러디하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개그맨 장기영은 민머리 분장을 하고 최근 '가짜사나이'를 기획해 유명해진 '피지컬 갤러리'의 이른바 '빡빡이 아저씨'로 불리는 김계란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 개그맨이 스타 유튜버를 흉내내는 이 상황은 지금의 달라진 매체환경과 그로 인한 위상의 역전을 잘 보여준다.최근 방영된 '찰리의 콘텐츠 거래소'에서는 아예 도티가 게스트로 출연해 '유튜버 특집'으로 꾸려졌다. '너튜브 고등학교'의 실제 버전처럼 꾸며진 이 코너에서는 애초 콘텐츠를 김준호(찰리)에게 팔기 위해 개인기를 선보이곤 했던 출연자들이 김준호에는 관심도 없고 대신 도티와의 합방만을 희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목할 것은 이미 꽤 많은 개그맨들이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이 코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기 등장한 '낄낄상회'는 스님과 목사 캐릭터로 유명한 채널로 개그맨 장윤석과 임종혁이 운영하는 채널이고, '오인분' 역시 개그맨 안시우, 이수한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또 피규어가 춤을 추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유튜브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억G&조G'의 이상훈 피규어 콘텐츠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다. 즉 '장르만 코미디'가 유튜브와의 콜라보를 다양한 코너에서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된 건 최근 개그맨들이 실제로 유튜버로 상당 부분 옮겨간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유튜브로 자리를 옮겨가는 개그맨들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개그맨 특집'을 했을 때 성공한 개그맨 유튜버로 출연한 엔조이커플 손민수, 임라라의 사례는 개그맨들에게 유튜브가 어떤 공간으로 다가오는가를 잘 보여준 바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공개 무대 개그에서 빛을 보지 못했고 그래서 대안으로서 유튜브 '엔조이커플'을 2017년에 시작했다. 현재는 구독자가 180만 명이지만 이들의 성공은 2년 전 그 유명한 '엘리베이터에서의 방귀 몰카'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 몰카가 엄청난 화제가 되면서 일약 스타 유튜버가 되었던 것이었다.엔조이커플만이 아니라 개그맨에서 유튜버로 전향해 성공한 이들은 적지 않다. 현재 개그맨 출신 유튜버로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개그맨 장다운과 한으뜸이 운영하는 '흔한남매'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현재 200만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들은 과거 SBS '웃찾사' 13기 공채 개그맨으로 시작했지만 빛을 보진 못했다. 겨우겨우 '흔한 남매'라는 코너가 주목을 받게 되었을 때 '웃찾사'가 폐지되게 됐던 것. 결국 대안으로 그들은 유튜버가 되었고 차근차근 노력해 성공할 수 있었다.사실 이미 '웃찾사'가 폐지될 때부터 공개코미디는 조금씩 꺾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추락에는 유튜브가 웃음을 찾는 이들의 대안적 공간으로 등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사라져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선택한 개그맨들은 그 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 '장르만 코미디'가 유튜브와의 콜라보를 이토록 전방위적으로 시도하게 된 데는 유튜브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몸부림이 아니었을까.◆개그맨들이 '가짜 연예인'으로 땀과 눈물을 쏟는 건최근 '장르만 코미디'에서 '장르만 연예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갈수록 좁아지는 입지에 대안으로 유튜브를 내세우고, 최근 화제가 된 '가짜사나이'를 패러디한 '가짜연예인'을 시도했다. '가짜사나이'에서 화제가 됐던 이근 대위를 초빙해 외딴 섬에서 특훈을 받는 과정을 담아낸 것. 물론 웃음의 포인트를 넣기 위해 개그맨들의 인터뷰를 삽입해 놓았지만, 그 방송분은 웃음기 하나 없는 실제 훈련이었다.워낙 '가짜사나이'와 이근 대위가 최근 화제가 되어서인지 '장르만 코미디'에서 '가짜 연예인'은 유독 주목받는 코너가 되었다. 유튜브에도 개설되어 1천7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끌어 모았다. 물론 이것이 개그맨들이 공개코미디 이후 새롭게 찾은 길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유튜브 시대를 맞아 설자리를 잃게 된 개그맨들이 유튜브라는 새로운 무대를 실험하고 있고, 그것은 땀과 눈물을 쏟아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는 점이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개그맨들은 현재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2020-09-10 14: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비밀의 숲2’…시즌1의 이름값 제대로 할까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비밀의 숲2’…시즌1의 이름값 제대로 할까

tvN '비밀의 숲'이 시즌2로 돌아왔다. 이번엔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대결을 소재로 가져왔다. 권력을 잡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이 눈에 띄지만, 드라마가 다루려는 건 따로 있다. 그 대결 속에서 버려지는 민생과 정의에 대한 이야기다.◆'비밀의 숲'이라는 이름 값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는 시즌1의 무게감이 큰 작품이다. 시즌1은 등장과 함께 우리네 드라마 업계에 참신한 충격을 안겨줬다. 2017년 이 작품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국제 TV드라마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2018년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 남자 최우수연기상, 극본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이 작품을 쓴 이수연 작가는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첫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 이수연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전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드라마에 대한 구상을 했고, 회사를 그만둔 후 본격적인 습작에 들어가 8회차 대본까지 썼을 때 방송 편성이 확정됐다고 한다. 동네 도서관에서 홀로 작품을 쓰던 이수연 작가는 이후에 제작사, 연출팀, 보조작가들과 함께 일하며 '비밀의 숲' 대본을 완성했다.이 작품이 놀라웠던 건 여기 등장하는 검찰 내부의 모습이 너무나 리얼하게 다뤄졌다는 점 때문이다. 약 3년가량을 검찰 관계자들을 취재하며 작품을 쓴 결과다. 한국형 장르물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검찰 개혁이라는 (지금까지도) 시대의 화두가 된 소재를 가져와 촘촘한 사건 전개로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은 보기 드문 수작이었다. 장르물의 저변이 점점 넓혀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우리의 현실을 담아 서구의 장르물과의 확실한 차별성을 갖게 만들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끈질긴 취재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한편의 르포를 보는 듯해서 당시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몰입감을 준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당시의 형사와 검사가 등장하는 장르물들이 대부분 연쇄살인범 같은 많은 살인사건들을 병렬적으로 풀어냈던 것에 반해, 이 작품은 단 한 사람의 살인사건만으로 16부를 끌고 나가는 힘을 보여줬다.'비밀의 숲'은 이제 우리네 드라마가 '드라마 작법'의 틀에서 벗어나 발로 뛰며 취재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그 경향을 신호탄처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등장한 SBS '스토브리그', tvN '머니게임', '블랙독' 같은 취재를 바탕으로 하는 장르물들과 그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다. 그러니 시즌2에 대한 무게감이 적을 수가 없다. '비밀의 숲' 이후 내놨던 JTBC '라이프'가 역시 좋은 완성도를 가져왔지만 기대만큼의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는 건 이수연 작가에게도 나름의 부담을 줬을 게다. 그렇게 만만찮은 이름값으로 '비밀의 숲' 시즌2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름값에 걸맞게 첫 회 시청률이 폭발했다. 7.6%(닐슨 코리아)로 시즌1 최고 시청률이었던 6.5%를 가볍게 넘겨 버렸다.◆'비밀의 숲2'가 검경 대립을 소재로 가져온 까닭그렇다면 '비밀의 숲2'는 무엇을 소재로 가져왔을까. 시즌1은 황시목(조승우)이라는 감정과 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냉정한 인물을 통해 검찰 내부에서 벌어지는 권력 대결과 비리 등을 들여다봤다. 시목(始木)이라는 이름이 '시작하는 나무'라는 뜻으로 검찰이라는 '비밀의 숲'의 정체를 밝히는 시작점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던 건 그래서였다.시즌2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벌이는 대결을 소재로 가져왔다. 통영에서 강원지검으로 갈 예정이던 황시목이 검경협의회에 나갈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되어 대검찰청으로 오게 되고, 한편 경찰청 수사구조혁신단으로 파견 근무 중인 한여진(배두나) 역시 경찰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되어 협의회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검찰 측을 대변하는 황시목과 경찰 측을 대변하는 한여진이 검경협의회 안에서 서로 대결구도를 갖게 되는 상황이지만, 이야기는 그 대결에만 집중하진 않는다. 수사권을 가져가기 위해 서로의 약점을 찾아내려는 검경의 치열한 복마전이 펼쳐지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게 되는 무고한 서민들의 이야기와 제대로 작동되지 않게 되는 사법정의의 문제가 제기된다.세곡지구대에서 벌어진 한 경찰의 사망사건은 결국 동료 경찰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그를 살해한 사건이었지만 자살로 처리되고, 의구심을 가진 검찰 측과 경찰 측이 서로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검찰은 이 사건의 진상을 끄집어냄으로써 경찰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그것으로 수사권 협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애써 덮으려 한다. 결국 검경이 세곡지구대 사건에 집중하는 건 그 진실이나 사법 정의의 구현 같은 것이 아니다. 그걸 빌미로 자기 집단의 이익을 추구할 뿐이다.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건 그 치열한 검경 대결이 벌어지는 전쟁터 속에 황시목과 한여진 같은 '소신'을 지키는 인물들을 세워놨다는 점이다. 이들은 외적으로는 검경을 각각 대표해 대립하는 틀에 서지만 그 대결 속에서 무고한 희생자와 피해자들이 나오고 있고, 밝혀져야 할 비리가 덮이기도 하는 상황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이들의 반격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즉 '비밀의 숲2'는 지금도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현실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를 다루면서 그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날선 비판의식을 담아내고 있다.◆다소 복잡한 사건과 대사 중심 전개의 약점어떻게 취재를 촘촘히 하면 저 정도로 디테일한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짜여진 드라마지만 바로 그 점은 '비밀의 숲2'가 가진 약점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 장르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몰아보기 등을 통해 시청하며 다소 복잡해도 더 깊은 몰입감을 주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르물이 완전히 익숙하지 않고, 여전히 본방사수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비밀의 숲2'가 보여주는 복잡한 사건 전개는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도무지 중간부터 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촘촘한 스토리 때문이다.또한 '비밀의 숲2'는 액션보다는 대사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면이 있다. 물론 첫 회에서는 통영에서 벌어진 익사 사고 같은 실제 행동들이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사건 전개가 펼쳐졌지만, 그 후로는 사실 인물들 간의 대사가 사건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대사 중심의 드라마는 집중을 요구한다. 한 대사를 놓치면 사건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겨나고, 또한 검경 간의 대결 속에 등장하는 다소 전문적인 요소들까지 더해지게 되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드라마는 르포나 보고서와는 다르다. 따라서 보다 직관적으로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사건이 이해될 수 있어야 보다 보편적인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다. '비밀의 숲2'는 행동보다는 대사가 위주가 되다보니 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해가며 드라마를 봐야 하는 난점들이 생긴다. 물론 최근의 시청자들은 그 눈높이가 상당해 이런 드라마들 속에서도 묘미와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시청자들의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비밀의 숲2'는 여러모로 시즌1이 열었던 우리 식의 장르물이 좀 더 제 궤도를 찾아가는 데 기여할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입장벽은 분명히 존재하고 결코 만만히 볼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약점들은 결국 이전 방식의 드라마 시청이 만든 것이지만, 몰아보기 같은 새로운 시청 방식에 오히려 우리를 적응시키는 면이 있으니 말이다.

2020-09-03 14: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블록버스터 웹 콘텐츠 ‘가짜사나이’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블록버스터 웹 콘텐츠 ‘가짜사나이’

최근 화제가 된 '가짜사나이'는 유튜브 콘텐츠에 있어서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7회분의 영상에 총 조회 수가 무려 4천만 건이 넘는 초대박 성공을 거둔 것. 이제 유튜브 바깥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가짜사나이'의 인기는 무엇 때문일까.◆'장르만 코미디'에 등장한 이근 대위최근 방영된 JTBC '장르만 코미디'에는 유튜브 콘텐츠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낯설 수 있는 한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이근 대위다. KBS '개그콘서트' 폐지로 갈 곳 잃은 개그맨들이 JTBC에서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위한 아이템 회의를 거듭하다 최근 뜨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낸다. 그 중 한 개그맨이 최근 일반인들의 UDT 훈련을 리얼리티로 담아 화제가 된 '가짜사나이'를 언급하고 유튜버들이 훈련을 받은 것처럼 자신들도 그런 훈련을 받는 이른바 '가짜 연예인'을 기획하게 된다. 그리고 '가짜사나이'에서 교관 역할을 맡은 후 갖가지 유행어는 물론이고 여러 프로그램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근 대위가 등장한다.이근 대위는 이제 이들 개그맨들을 데리고 무인도에 들어가 생존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선포한다. '장르만 코미디' 같은 메인스트림이라고 할 수 있는 JTBC 채널에서 웹 콘텐츠로 인기를 끈 '가짜사나이'의 주인공을 섭외하는 이 풍경은 지금의 달라진 매체의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지상파, 케이블, 종편이 구가했던 시대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로 유튜브 콘텐츠가 올라오게 된 것.사실 이근 대위는 예전 MBC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에 출연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가짜사나이'의 성공으로 이근 대위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게 됐다. "너 인성 문제 있어?" "우리 할머니도 그거보다 빨리 뛰겠다" "4번은 개인주의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같은 방송에 포착된 그의 말들은 모두 유행어가 되었고 과거 영국의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 독한 훈련으로 포기자들을 속출하게 만든 영상은 레전드로 불리게 되었다.'가짜사나이'는 이근 대위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했던 교관들 역시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잘생긴 외모의 에이전트H는 이른바 '남친짤'로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고, 로건과 야전삽 짱재 역시 외모와 달리 귀여운 캐릭터로 화제가 되었다. 최근에는 한 잡지가 이 교관들을 화보로 실을 정도로 이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도대체 '가짜사나이'는 어떤 콘텐츠이고 무엇이 이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일까.◆'진짜사나이'를 패러디했지만 더 실감나는'가짜사나이'는 제목에서 눈치 챘겠지만 MBC의 종영 예능 프로그램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했다. 강도 높은 훈련 영상들이 이어지고 그 속에서 고통스럽게 훈련을 받는 이들의 모습과 그들의 인터뷰가 병치되어 편집되는 방식은 '진짜사나이'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특히 인터뷰 장면에 이름과 함께 들어가는 '겁쟁이', '뷰티 유튜버' 같은 그 때 그 때 상황을 짧게 설명해주는 문구들은 '진짜사나이'의 예능적 센스가 묻어나던 자막을 떠올리게 한다.제목은 '가짜사나이'인데 훈련 강도는 '진짜사나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래서 이 콘텐츠에 붙은 '가짜->진짜, 진짜->가짜'라는 댓글이 그냥 붙은 것이 아니라는 게 단 몇 분만 봐도 쉽게 드러난다. 군대를 다녀왔고 유격훈련 같은 걸 받아본 사람이라면 시작부터 '원산폭격'이 이어지고 끝없이 반복되는 입수와 얼차려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힘겨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참가자들 중에는 너무 힘들어 토하는 이도 있고,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힘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손바닥이 다 까져 붕대로 퉁퉁 감고도 훈련을 하는 모습이나,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보트를 머리에 이고 이동하거나 식사를 하는 장면, 땅을 파고 은폐하는 비트를 구축하기 위해 새벽까지 삽질을 하는 장면 등 우리가 '진짜사나이'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강도의 훈련들이 가감 없이 펼쳐진다.어찌 보면 너무 가학적인 느낌마저 들지만, 훈련에 참가한 이들과 이들을 훈련시키는 교관 사이에는 나름의 진정성이 존재한다. 힘든 훈련 끝에 교관이 이들을 앉혀놓고 유튜버로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말해보라는 대목에서 늘 가볍게만 보였던 한 유튜버가 "공황장애"를 외치는 장면은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걸 이겨내기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그들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좀 더 강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교관의 진심이 묻어나기 때문이다.◆대박 콘텐츠가 된 '가짜사나이'가 만들 새로운 풍경들'가짜사나이'는 피지컬 갤러리라는 자세교정이나 운동법을 알려주는 채널의 김계란이라는 1인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콜라보 프로젝트였다. 먹방 유튜버인 공혁준과 함께 한 살빼기 운동 프로젝트 도중 김계란이 그의 게으름을 지적하며 꺼낸 UDT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씨가 되었다. 역시 UDT 출신이었던 김계란은 무사트(MUSAT)의 이근 교관에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이로써 '가짜사나이'가 탄생했다. 무사트는 글로벌 보안 전문 회사로서 군부대 및 정부기관, 기업, 개인에게 맞춤형 전략 전술 장비 자문 및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회사다.유튜버, 스트리머, 힙합 뮤지션 등이 참여해 UDT 고강도 훈련을 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가짜사나이'는 총 7개 에피소드 영상으로 만들어졌고 가장 관심이 폭발했던 첫 번째 에피소드만 간단히 1천만 조회 수를 넘긴데 이어 지금 현재 이 7개 영상의 총 조회 수가 4천만 건이 넘어간다. 총 제작비는 5천만원으로 유튜브 콘텐츠로서는 블록버스터급이라 할 수 있다. 애초부터 광고 스폰서를 잡고 만들어진 콘텐츠지만 이런 초대박으로 인해 총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 몇 배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9월에 시즌2를 선언한 '가짜사나이'는 좀 더 높은 8천만원의 제작비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벌써부터 시즌2 참여자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시즌1을 이미 봤던 터라 '준비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더 강도 높은 콘텐츠가 예고됐다.'가짜사나이'가 의미를 갖는 건 지금껏 1인 미디어들의 영세한 일상 영상 정도가 웹 콘텐츠라고 생각했던 그 선입견을 이 블록버스터 프로젝트가 보기 좋게 깨놓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출연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유튜버들이 콜라보 형태로 참여하고, 그래서 영상도 메인 에피소드와 더불어 유튜버들이 올린 외전 성격의 영상들도 넘쳐난다. 이러한 콜라보 프로젝트는 각각의 개인 유튜버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고수하면서도 동시에 함께 참여하는 대형 콘텐츠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미 유튜버의 영향력이 입증되면서 아예 메인 스폰서를 잡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짜사나이'는 웹 콘텐츠의 새로운 영역 하나를 확장해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는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시즌2가 만일 성공한다면(사실상 성공은 확정적이지만) 이 여파는 웹 콘텐츠들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대형 프로젝트들을 웹 콘텐츠로 보게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2020-08-26 11:39:17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E채널 '노는 언니'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E채널 '노는 언니'

어째서 예능 프로그램에는 남성들만 가득할까. 이런 의문을 던져본 시청자라면 E채널 '노는 언니'라는 프로그램이 대단히 신선하게 다가올 법하다. 여성 스포츠스타들만으로 구성된 예능이 주는 특별한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시작부터 심상찮은 '노는 언니'E채널 '노는 언니'의 첫 회는 어느 고깃집에 아침부터 '언니들'이 모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간단한 가방에서 거대한 트렁크를 끌고 오는 언니도 있고, 남자친구가 차로 내려주는 언니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존재감이 남다르다. 다름 아닌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스포츠스타들이고, 그들이 모두 여성들이라는 점이 더욱 그렇다.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박세리. 그가 사전 인터뷰를 통해 밝힌 출연 계기는 사실상 이 프로그램이 가진 기획 의도 그 자체나 마찬가지다. 그는 남성 스포츠스타들이 모여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많지만 여성들은 거의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는 언니'가 각별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밝힌 것이지만, 그건 사실상 예능 프로그램에서 늘 지적되던 성비 문제를 정면에서 저격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예를 들어 JTBC'뭉쳐야 찬다' 같은 프로그램은 스포츠스타들의 '조기 축구'라는 콘셉트를 갖고 안정환, 이만기, 허재, 양준혁, 이봉주, 여홍철, 이형택, 박태환 등등 다양한 스포츠스타들을 출연시키고 있지만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조기축구라는 특정 종목 때문이라고는 해도 스포츠스타 중에는 여성 축구인도 있을 텐데 어째서 단 한 명도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지 의아하게 느껴진다.'노는 언니'는 그래서 최근 대중들의 요구에 의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여성 예능의 중요한 계보를 잇고 있다. 2016년, 2017년 방영된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 2나 송은이가 이끄는 '밥블레스유' 그리고 최근에는 MBC '나 혼자 산다'의 스핀오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가 여성 예능의 계보다.그 중에서도 '노는 언니'는 이제 겨우 몇 회 방영되지도 않았지만 반응이 뜨겁다. 그건 다름 아닌 여성 중에서도 '스포츠스타'가 출연하고 있고 이들이 말 그대로 노는 광경 자체가 지금껏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여성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지점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아침에 고기는 필수라며 고깃집에서 고기를 챙겨먹고, 마치 금기가 풀린 사람들처럼 마트에서 카트 두 개를 가득 채워버리는 쇼핑만으로도 신선한 그림들이 나온다. 그 장면들은 우리가 별 생각없이 봐왔던 예능 속 여성 출연자들의 고정된 역할이나 이미지를 여지없이 깨주고 있다.◆스포츠인이어서 할 수 없던 것들, 할 수 있는 이야기들여기서 스포츠인이어서 할 수 없던 것들을 이 프로그램이 해준다는 콘셉트가 더해지면서 이들의 노는 모습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즉 스포츠선수였기 때문에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훈련만 하며 젊은 날을 훌쩍 지나보낸 그들은 심지어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단다. 예를 들어 수영선수 정유인은 매일 같이 수영을 했지만 물놀이는 해본 적이 없다고 하고,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던 곽민정은 몸무게 조절을 늘 달고 살아 마음대로 먹는 것조차 못했다고 한다. 훈련만 하며 청춘을 보내다 보니 스포츠선수로서 갖는 고충 같은 걸 나눌 수 있는 친구도 사귀기가 어려웠단다. 이러니 이들은 고깃집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간단히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쉽게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된다. 그건 스포츠인으로서, 그것도 여성 스포츠인으로서의 갖게 되는 공감대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최근 들어 철인3종 유망주였던 고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과 그가 남긴 일기를 통해 밝혀진 스포츠계의 현실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는 '노는 언니'가 담는 메시지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게 만든다. 즉 선수 시절에 연애도 금기였고 하다못해 맥주 한 잔 마시는 것도 못했던 걸 떠올리며 박세리가 "그 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던지고, 남현희 역시 너무 여유 없이 훈련만 했던 그 때를 떠올리며 지금은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여유를 가지라고 말하곤 한다는 이야기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들이 말하는 "잘 노는 것이 또 경기를 잘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야기들은 '노는 언니'의 '논다'는 의미를 새롭게 해준다.◆'예쁜'이 아닌 '멋있는'이 어울리는 언니들'노는 언니'가 시청자들에게 주는 카타르시스는 스포츠스타들이어서 더욱 도드라지는 성 역할 구분 없는 '멋있는' 모습들이다. 즉 여성 출연자들이 등장하면 흔히 '예쁘다'고 표현하며 그런 모습이 강요되거나 소비되던 예능 프로그램의 틀에 박힌 모습들을 '노는 언니'는 아예 거부한다. 어려서부터 운동으로 다져져 어마어마한 어깨를 가진 정유인은 그런 체격 때문에 놀림을 받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놀림을 받을 일이 아니라 '멋있는 것'이라는 걸 그가 실력을 통해 보여주면서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정유인이 오락실에 들어가 펀치머신을 거의 부술 듯이 때리는 장면이나, MT 장소에서 능숙하게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은 그토록 멋있을 수가 없다. 늘 여성적인 외모라는 식의 잣대로 평가되곤 하던 차별적 시선을 거둬들이자 이들은 그 자체로 멋있는 존재들로 다가온다.그리고 이런 누군가의 시선에 의해 구획되는 '나'가 아닌 스스로 당당한 나의 모습은 굳이 여성이니 스포츠인이니 하는 그 특정한 인물군들의 이야기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또한 무언가를 위해 매일 같은 노력하며 살다보니 정작 청춘에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 역시 여성 스포츠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그건 우리가 개발시대부터 빠른 성장과 성공을 위해 희생해왔던 삶에 대한 누구나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논다'는 의미는 그래서 일 중심 사회에서 우리가 배제하고 지우곤 했던 놀이의 새삼스런 가치로도 다가온다. '노는 언니'는 그래서 여성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고, 여성들 혹은 스포츠인으로 대변되는 구시대의 한 자락을 경험했던 모든 이들에게 공감 가는 이야기가 된다.◆'노는 언니'의 가능성만큼 아쉬운 점물론 '노는 언니'에 이러한 가능성만큼 아쉬운 점들도 적지 않다. 그것은 첫 회에서 보여줬던 기대감들이 2회에서 게스트로 남성 출연자들을 출연시키고 여지없이 게임을 채워넣는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오는 실망감이다. 유세윤, 황광희, 장성규가 갑자기 등장해 마치 옆 캠프에 놀러온 이들처럼 다가와 이들과 합류하는 대목은 새로운 재미보다는 기왕에 만들어진 언니-동생간 케미에 불쑥 끼어든 '불편함'처럼 느껴진 면이 있다. 그래서 박세리는 대놓고 "룰을 잘 모르는구나? 남자 끼는 거 안 좋아해"라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노래방 콘셉트의 게임 같은 것들은 아마도 제작진이 불안감에 채워 넣은 조미료였겠지만 '노는 언니'가 가진 여성 예능으로서의 색다른 시작은 남성 예능이 늘 보여왔던 틀 안으로 다시 집어넣는 아쉬움을 주었다.아쉬움이 많지만 그래도 '노는 언니'에 거는 기대는 여전하다. 초반이라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갈팡질팡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박세리가 출연 계기로 밝힌 그 지점을 늘 염두에 두고 기존 남성 예능이 해왔던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영역을 열어주길 기대한다. 그것은 여성 예능으로서, 또 우리네 예능 전체를 위해서도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0-08-19 13:12:35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멜로스릴러 tvN ‘악의 꽃’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멜로스릴러 tvN ‘악의 꽃’

최근 멜로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스릴러가 얹어지기 시작했다. '동백꽃 필 무렵'의 까불이가 그랬다면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살인범 설정이 그랬다. '악의 꽃'은 그래서 멜로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는 건 아닌가 하는 예감을 갖게 한다.◆'악의 꽃', 멜로와 스릴러의 절묘한 결합백희성(이준기)은 과연 연쇄살인마일까.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은 무려 14년 간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로 살아온 백희성이 본래 이름은 도현수이고 그의 아버지는 희대의 연쇄살인마인데다 그 살인에는 그 역시 연루되어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되는 아내 차지원(문채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이코패스로서 감정을 알지 못하는 도현수는 표정을 읽는 법을 배움으로써 차지원을 완벽하게 속인 채 살아왔다. 그런데 차지원이 강력계 형사라는 게 이 드라마의 구도를 특별하게 만든다. 두 사람은 아이까지 있는 부부로서 알콩달콩한 가정을 이루고 있고 그래서 멜로드라마의 전형적인 달달함을 전해주지만, 도현수의 정체가 수면 위로 조금씩 올라오고 이를 추적하는 차지원 사이에는 스릴러의 추격전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멜로스릴러'라는 지칭으로 이 드라마가 불리는 이유다.'악의 꽃'을 연출한 김철규 PD는 공간을 은유해내는 연출을 잘 하는 감독이다. 그래서 도현수와 차지원이 사는 공간은 '악의 꽃'의 멜로스릴러라는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은유한다. 1층에 공방이 있고 2층에 이들 가족이 사는 집이 있지만 공방에는 백희성이 도현수로 변신하는 지하로 연결된 계단이 있다. 그 곳을 찾았다가 어릴 적 알고 지냈던 도현수를 알아보는 김무진(서현우) 기자는 바로 그 지하에 묶인 채 감금된다. 지상의 백희성과 지하의 도현수는 그렇게 그 집의 공간 구조를 통해 표현된다. 수면 위로는 한없이 자상한 모습이지만 수면 밑으로 들어가면 한없이 어두운 면모를 숨기고 있는 인물.물론 도현수가 진짜 연쇄살인범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이 그 정체를 숨기기 위해 형사와 용의자로 쫓고 쫓기는 그 과정은 쫄깃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 부분은 멜로가 스릴러와 만나 시너지를 내는 독특한 부분이다. 본래 멜로의 달콤함과 스릴러의 살벌함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그 달콤함 때문에 정체가 드러날 지도 모른다는 스릴러가 더 긴박해진다. 그리고 아마도 스릴러의 과정은 차지원으로 하여금 진실의 끝에 마주하게 될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계속 나아갈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갈등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멜로와 스릴러의 동거가 시작됐다그런데 멜로와 스릴러의 동거는 최근 들어 낯설지 않은 조합이다. 작년 최고의 작품으로 호평받았던 KBS '동백꽃 필 무렵' 역시 멜로의 틀에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을 집어넣어 스릴러를 결합함으로써 효과를 거둔 바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중반을 지나면서 까불이의 정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폭증했다. 옹산이라는 지역의 순경으로서 동백이(공효진)를 지키려는 용식(강하늘)의 수사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고, 동백과 함께 지내다 대신 죽음을 맞이한 향미(손담비)라는 캐릭터가 '미친 존재감'이 된 것도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이 있어서였다. 그리고 엔딩에 이르러 동백이를 구하기 위해 옹산 사람들이 다 나서서 까불이를 잡는 그 에피소드는 사실상 이 드라마의 메시지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까불이라는 스릴러에 어울릴 법한 캐릭터를 넣어 드라마는 긴장감을 높이는 건 물론이고, 동백과 용식의 사랑 그리고 옹산 사람들의 정까지 극대화해 보여줄 수 있었다.멜로와 스릴러의 결합은 최근 호평을 받으며 종영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도 발견된다. 이 드라마에서도 강태(김수현)와 상태(오정세)의 엄마는 고문영(서예지)의 엄마에게 살해된다. 그걸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된 상태는 그 후로 나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다. 후반부로 가면서 다시 상태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나비가 재등장하고 그걸 그려 넣은 인물이 괜찮은 정신병원에서 수간호사로 일하던 박행자(장영남)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드라마는 순식간에 멜로에서 스릴러로 색깔을 바꾼다.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는 그래서 드라마의 색깔을 스릴러로 바꿔버린 박행자와 대결하는 강태, 상태, 문영의 이야기로 채워진다.그런데 '동백꽃 필 무렵'의 까불이나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박행자, 그리고 연쇄살인범이 아닐까 의심받는 '악의 꽃'의 도현수 같은 스릴러에나 어울릴 법한 인물들이 멜로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왜일까. 그건 최근 공식화되고 상투화됨으로써 점점 힘을 잃어가는 멜로에 보다 강력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면서 색다른 스토리텔링을 시도해보기 위함이다.◆멜로드라마 공식, 어째서 힘을 잃게 됐을까멜로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남녀 간의 사랑을 소재로 한다. 그래서인지 그 이야기 구조는 어느 정도 정해진 공식의 틀 안에서 전개되곤 했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등장하며, 이들은 그 난관을 넘어 결국 사랑에 골인하는 게 그 단순한 이야기 구조다. 멜로드라마가 이 흔한 공식을 반복하면서도 변주가 가능했던 건 방해 요소가 트렌드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이다. 신파의 시대에 그 방해 요소는 시어머니 같은 가족이었다. 그러다 신데렐라 시대에 그 방해 요소는 빈부와 지위 격차가 되었고, 최근 들어서는 하고픈 일이 사랑의 방해 요소로 등장하기도 했다.그런데 멜로드라마 이런 공식이 힘을 잃게 된 건, 너무 이 공식이 반복되어 뻔해졌을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결혼 대신 비혼을 선택하기도 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들이 등장하면서다. 멜로드라마의 끝이 대부분 결혼이었던 그 공식들은 그래서 이제 그다지 공감대를 얻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아예 tvN '오 마이 베이비'나 KBS '그놈이 그놈이다' 같은 비혼을 소재로 하는 멜로드라마들이 등장했지만, 결국은 다시 결혼 같은(동거라 하더라도) 전형적인 멜로드라마 공식으로 회귀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이런 멜로드라마의 위기 상황에서 멜로스릴러라는 색다른 시도가 그나마 성공하고 있는 건 이 장르에도 기존 공식을 뒤엎는 전복적인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동백꽃 필 무렵'이나 '사이코지만 괜찮아' 같은 남녀 간의 사적인 사랑 이야기보다는 보다 사회적 의미를 담는 휴먼드라마적 요소들로 확장된 이야기는 물론이고, '악의 꽃'처럼 범죄와 사랑을 엮어 진실에 대한 욕망과 그로 인한 파국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다소 철학적으로 질문하는 이야기도 등장했다.이런 색다른 이야기의 요구에 장르물이 끼어들고 있다는 건 이제 드라마의 중심축이 점점 장르물로 이동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된 건 최근 OTT 등이 열리며 본격화된 글로벌 콘텐츠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그간 가족드라마와 멜로드라마를 중심으로 끌고 가던 K-드라마들은 이들 특성들을 가미한 장르물을 통해 좀 더 글로벌한 공감대까지를 추구하고 있다. 글로벌하게 이해되는 장르물을 보편적 공감대로 가져오면서 우리 식의 가족과 사랑 이야기의 강점을 더해 넣는 방식이 그것이다.

2020-08-12 14:28:12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JTBC '모범형사' 탄생기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JTBC '모범형사' 탄생기

형사물에 등장하는 형사들은 명석한 두뇌와 놀라울 정도의 체력과 집중력으로 도무지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범인을 잡아낸다. 그래서 그들은 보통 이상의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런데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는 왜 지극히 평범한 형사를 내세웠을까.◆'모범형사', 강도창이라는 형사의 정체형사물의 주인공이라 하기엔 너무 평범하다. 아니 평범하다 못해 부족한 면들, 심지어 현실에 타협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JTBC 월화드라마 의 강도창(손현주)이 그 주인공이다. 같이 시작한 동기 우봉식(조희봉)이 빨리 승진해 인천 서부경찰서 강력2팀 팀장이 되었지만 그는 지금도 그 팀장의 지시를 받는 팀원이다. 어쩌다 나이는 40대 중반이지만 가정을 꾸리지도 못했고, 이혼해 자식까지 빼앗긴 상심에 술에 빠져 살아가는 여동생 강은희(백은혜)마저 건사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그러니 그에게 코앞으로 다가온 승진 심사는 그만큼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하지만 마침 그 때 5년 전 자신이 최종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해 사형 구형을 받은 이대철(조재윤)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대철이 진범이 아니라는 정황과 증거들이 나오면서 강도창은 갈등하게 된다. 심지어 강력2팀 팀원들에게 승진 심사를 앞두고 있는 자기 입장을 얘기하며 조용히 넘어가자고까지 하지만, 서장까지 나서 사건을 덮으려 하고 인천 부동산 거물 오종태(오정세)와 정한일보 사회부 유정석 부장(지승현) 그리고 문상범(손종학) 서장과 남국현 강력1팀장(양현민) 그리고 검찰까지 개입된 혐의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강도창은 마음을 고쳐먹는다. 자신의 잘못된 수사 하나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가 죽게 생긴 데다 그의 딸마저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게 되면서 그는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어렵게 재심에 들어가지만 결과는 정해진 대로 사형 집행. 결국 이대철은 강도창에게 딸을 부탁하며 사형대에 오르게 된다.이처럼 '모범형사'가 그리는 강도창이라는 형사는 우리가 흔히 보던 형사물의 영웅들과는 사뭇 다르다. 굉장한 능력의 소유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다른 수사력을 갖춘 인물도 아니다. 대신 이 인물의 차별점은 적어도 창피한 줄은 알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에게 피해가 올 수도 있는 길을 걸어간다는 점 정도다. 어째서 '모범형사'는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운 걸까.◆영웅이 아닌 모범을 택한 '모범형사'이 드라마의 제목에 들어가 있는 '모범'이라는 단어는 어딘지 형사물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거기에는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가 담겨져 있다. '모범'이라는 지칭이 끄집어내는 건 그런 기본적인 것들조차 지키지 않는 '불량'하고 '불법'적인 이들이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죄책감 하나 느끼지 않고 권력과 돈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오종태, 그의 죄를 덮어주는 대가로 거래를 하는 법무부 장관과 검경 그리고 언론이 그들이다. 이렇게 불량하고 불법적인 이들은 심지어 시스템화되어 공고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검경은 이대철이 진범이 아니라는 증거를 숨기고, 언론은 이에 공조해 이대철을 잔인무도한 살인범으로 만들며, 심지어 법무부 장관은 무고한 이대철을 사형 집행해 더 이상 이 사건이 거론되지 않게 만들어버린다.그 시스템이 너무나 공고해 반대편에 서 있는 강도창이나 그의 파트너 오지혁(장승조) 같은 인물은 마치 바위를 마주한 계란 같은 힘없는 존재들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것은 아마도 지금의 대중들이 거대한 권력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이 힘 없는 강도창 같은 인물이 과연 저들과 대적해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청자들의 '서민 영웅 판타지'는 커진다. 자신마저 외면하면 그 누구도 나서지 않을 것 같아 나섰다는 강도창 같은 돈키호테라도 있어야 이 무력한 세상에서 작은 숨통이라도 트일 것 같아서다.영웅이 보통 이상의 무언가를 꿈꾸는 판타지에 의해 만들어지는 존재라면, '모범'은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들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탄생시킨 판타지라는 점에서 씁쓸한 면이 있다. '모범형사'는 이처럼 대단한 영웅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저 모범적으로 살아달라는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다. 그래서 강도창이라는 인물이 판타지가 되는 지점에는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씁쓸하지만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주는 풍자가 숨겨져 있다.◆조남국과 손현주가 그리는 서민 영웅에 대한 기대감이 작품을 연출한 조남국 PD와 주인공 강도창 역할을 연기하는 손현주는 여러 작품을 함께 했다.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이웃집 웬수' 같은 다소 가벼운 작품을 함께 한 두 사람은 '추적자'에서 드디어 케미의 잠재력을 터트렸다. 그 후로 '황금의 제국'을 같이 했고 '모범형사'로 돌아왔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모범형사'는 여러모로 두 사람이 함께 해 큰 성공을 거두었던 '추적자'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 속 백홍석(손현주)은 형사였고 억울하게 사망한 딸의 진범을 추적하며 맞닥뜨리게 되는 거대 권력과 한바탕 붙는 서민영웅이었다.손현주가 형사라는 역할로 그려내는 서민영웅의 아우라는 평범한 이들의 억울함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점에서 '추적자'와 '모범형사'는 닮았다. 올바르게 정의를 향해 걸어가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은 모두 힘없는 약자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력해 보이는 약자들이 의외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건 연대를 통해서다.'모범형사'는 이대철이 사형집행을 당한 후, 무력감을 공유하는 약자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대철을 돕다 같이 물을 먹어버린 강력2팀이 그렇고, 무엇보다 아버지가 사형집행 당하는 걸 볼 수밖에 없게 된 그의 딸 은혜(이하은)가 그렇다. 또 그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멈추지 않는 강도창의 파트너 오지혁(장승조)도 이 약자들의 연대에 들어와 힘을 내기 시작한다. 이런 연대를 통한 권력과의 대결 구도는 이 드라마가 갈수록 몰입감을 높이는 이유가 된다. 그렇게 당하던 약자들이 권력에 일침을 가하는 그 장면이 못내 기대되기 때문이다.'모범형사'의 몰입감은 조남국 PD의 담담한 연출에 의해 더욱 힘이 생긴다. 조남국 PD는 극적인 연출보다는 강도창이라는 인물이 겪게 되는 감정 변화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신조차 외면하려 했던 강도창이 조금씩 변화해 급기야는 서장에게 "경찰 얼굴에 먹칠하는 건 너야"라고 일갈하게 되는 과정은 의외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최근 장르물의 전성시대를 맞아 형사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양적으로 많아지면서 어떤 공식화된 전개를 보이기도 하는 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이코패스들이 너무나 많고 그들의 살인 수법은 갈수록 잔혹해진다. 그래서 형사들도 슈퍼히어로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간다. 갈수록 자극적으로 흘러가는 형사물들 속에서 사람 냄새나는 형사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모범형사'의 강도창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는 마치 지금의 대중들이 공권력에 원하는 바를 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굉장한 힘을 보여 달라고 했던가. 그저 모범적으로 살아달라 했지.

2020-08-05 14:09:2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MBC 백파더…백종원의 라이브 요리쇼, 과연 통할까?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MBC 백파더…백종원의 라이브 요리쇼, 과연 통할까?

전국의 골목을 누비고 다니던 백종원이 다시 요리 사부로 돌아왔다. 그런데 tvN '집밥 백선생'과는 달리 MBC '백파더'는 라이브 요리쇼라는 색다른 선택을 했다. 과연 이 모험적인 선택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리를 멈추지마! '백파더'가 의도하는 건MBC '백파더'의 포스터는 영화 '대부'(Godfather)에서 따왔다. 검은 정장을 한 백종원이 대부처럼 서 있는데 손에 들려 있는 건 갖가지 식재료들이다. tvN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은 '백주부'라고 불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런 지칭은 어딘지 요리나 가사가 주부들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이 담겨져 있어 비판받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백파더'는 물론 대부의 이미지를 갖고 오면서도 대놓고 '요리 아버지'라는 요리하는 남성을 전면에 세운다는 점에서 다소 의도적인 프로그램명의 느낌을 준다.백종원이 '백파더'로 돌아온 건 이 프로그램이 아예 대놓고 드러내는 특정한 타깃층과 관련이 있다. 백종원은 요리를 조금이라도 하는 분들이라면 이 프로그램이 재미없을 거라며 보지 말라고 한다. 그만큼 '백파더'의 눈높이는 이 프로그램이 '요린이'(요리+어린이)라고 부르는 요리에 전혀 지식도 경험도 없는 이들에 맞춰져 있다. 첫 회 계란을 소재로 한 한 시간 반 동안의 방송 동안 계란 프라이 하는 법 한 가지를 알려줬다는 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낮은 눈높이를 실감할 수 있다.그런데 놀라운 건 누구나 프라이팬에 기름 둘러 계란만 까놓으면 저절로 되는 거라 생각했던 계란 프라이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요린이들이 꽤 많다는 걸 첫 방송부터 보여줬다는 점이다. 두 번째 요리 주제로 선정된 두부로 두부김치 하나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요린이들은 야단법석을 일으켰다. 이는 백종원과 보조로 서 있는 양세형을 놀라게 만들었다.이로써 '백파더'가 의도하는 바가 분명히 드러났다. 그것은 요리에 '요'자도 모르는 이들에게 기초적인 재료로 만드는 간단한 요리들을 그 눈높이에 맞춰 가르쳐주겠다는 것. 이로써 백종원은 누구라도 요리 하나쯤은 뚝딱 해낼 수 있는 요리강국(?)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생방송의 묘미 혹은 방송사고하지만 문제는 '백파더'가 토요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30분동안 생방송으로 하는 '요리쇼'를 형식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개념을 적용했고, 그래서 스튜디오에서는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온라인 화상으로 연결된 요린이들이 스크린 가득 띄워져 백종원과 실시간 소통을 한다. 즉 방송을 통해 요리를 가르쳐준다기보다는 실제 백종원과 같이 요리를 하면서 이것저것 일러주는 라이브 요리쇼의 형식을 채택한 것.생방송은 궁금한 점을 바로바로 질문할 수 있고 거기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바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동시에 어떤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을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칫 방송사고의 우려를 갖고 있다. 실제로 첫 방송은 방송사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우왕좌왕하는 프로그램의 면면들을 보여줬다. 방송에 있어서도 능숙하기로 소문난 백종원은 물론이고 양세형도 당황해서 헛웃음을 지었고, 이들은 결국 어찌저찌 시간이 흐르고 방송이 끝나고 나서는 다리가 풀릴 정도로 생방송이 쉽지 않다는 걸 절감했다.동시에 접속한 50명에 가까운 요린이들이 동시에 질문을 쏟아 내거나 할 때 멘트가 겹쳐지고 때로는 연결 상태가 원활하지 않아 소리가 뚝뚝 끊기는 돌발상황까지 발생했다. 애써 양세형은 이것이 "생방송의 묘미"라고 둘러 댔지만 실제로는 연달아 터져버린 방송사고가 만든 당혹감이 역력했다.물론 생방송도 여러 차례 하면서 조금씩 안정되었다. 백종원은 대놓고 생방송 재미없다고 선을 그었고 무작위로 마구 이뤄지던 질문과 대답도 어떤 정해진 룰을 따라 함으로써 겹치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갔다. 그래도 생기는 의외의 상황들에도 이제 백종원과 양세형은 느물느물하게 대처하며 넘어가는 요령을 발휘했다.◆요르신의 탄생이 만든 새로운 관전 포인트그런데 '백파더'는 생방송의 그 혼돈 속에서 의외의 스타(?)를 발굴해냈다. 이른바 구미 '요르신'(요리+어르신)이라 불리는 김태훈(65) 씨다. 그 곳 이장이라는 요르신은 지금껏 요리라는 걸 해본 적이 전혀 없는 분으로 '망한 요리'에도 클라쓰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두부김치를 하면서 두부를 시커멓게 프라이팬에 태워먹질 않나, 식빵 토스트를 만드는데 식용유를 들이붓기도 하고 고추장을 바르고 청양고추를 뚝뚝 잘라 넣는 '괴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요르신은 백종원이 알려주는 레시피를 아예 무시하고 오로지 자기만의 길(?)을 가는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고, 때로는 자신이 만든 게 자기 입에는 더 맞다(라면의 경우가 그랬다)고 말함으로써 백종원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요르신이 인기를 끌게 된 건 '백파더'가 가진 일련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정서적 흐름 또한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즉 모든 국민들이 요리 하나쯤을 해야 한다는 다소 강박적인 프로그램의 모토에 반해 못해도 '나홀로 길'을 걸어가는 요르신의 모습이 의외의 카타르시스를 줬고, 나아가 요리 대부처럼 서 있는 백종원이라는 권위에도 때로는 자기 요리가 낫다며 '입맛의 다양성'을 꺼내놓는 모습이 전국의 요린이들에게 어떤 쾌감을 선사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요르신의 등장은 '백파더'가 추구하는 재미의 방향성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즉 '백파더'는 결국 요린이들에게 요리를 알려주는 정보제공에 포인트가 맞춰진 것이지만, 요르신이 주는 재미는 정보보다는 '엉망진창'이 되는 엉뚱한 상황이 주는 코미디적인 웃음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파더' 생방송은 이처럼 정보가 주는 재미보다 한 시간 반 동안 겨우 계란 프라이 반숙 하나를 가르치고 배우는데도 쩔쩔매는 '개그콘서트'의 콩트 같은 상황이 주는 의외의 재미로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방향성은 과연 괜찮은 걸까.◆요리정보와 쇼 사이에서의 균형 잡기'백파더'는 요리 프로그램이 아닌 '요리쇼'라고 스스로의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즉 요리 프로그램이 추구해야 하는 정보만큼, 생방송이 주는 쇼적인 요소들이 중요한 프로그램이라는 뜻일 게다. 결국 '백파더'는 생방송과 동시에 편집본을 구분해서 방영하기 시작했다. 생방송이 다소 정돈되지 않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는 쇼에 가깝다면, 편집본을 통해 좀 더 정보에 맞춰진 정돈된 영상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백파더'의 생존이 정보와 쇼 사이의 균형 잡기에 있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최근 들어 코로나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한때 열풍을 일으켰다 조금씩 사그라들었던 먹방과 쿡방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음식을 해먹는 일이 공감가는 일상으로 자리하고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백파더'는 정확히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잘 맞춰진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관건은 균형에 있다. 생방송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정보를 전할 것인가. 제작진이 고민을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다.

2020-07-30 14: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코로나 시국의 역발상…‘비긴 어게인’이 깨워낸 음악의 새로움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코로나 시국의 역발상…‘비긴 어게인’이 깨워낸 음악의 새로움

코로나19 시국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음악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편은 이런 시기일수록 음악이 주는 힘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걸 보여줬다. 또한 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도.◆코로나19 시국에 버스킹을?코로나19로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영향을 받고 있지만 JTBC '비긴 어게인'만큼 직격탄을 맞은 프로그램이 있을까. 해외에서 버스킹을 하는 것을 소재로 하는 음악프로그램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지금, 해외에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길거리에서 사람들 앞에 나서 버스킹을 한다는 건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시국이 지나고 나서야 돌아올 줄 알았던 '비긴 어게인'이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건 사실이다.하지만 '비긴 어게인'은 버스킹 장소를 국내로 바꾸고, 그것도 코로나19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찾아 음악으로 작은 위로를 선사한다는 취지를 더함으로써 이런 우려를 기대로 바꿔 놓았다. 첫 방송에 텅 빈 공항을 찾아 그 곳에서 쉴 틈 없이 일하는 분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음악이 가진 마법 같은 힘을 경험하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잠시 동안이지만 그 곳을 찾은 '비긴 어게인' 가수들이 불러주는 노래는 코로나 상황을 잊게 해주었고, 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칫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만들어지는 시국에도 우리의 마음이 음악 하나로 묶이고 소통하며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2회에 찾아간 대구 동산병원에서 이소라와 크러쉬가 한 버스킹은 이러한 '비긴 어게인'의 취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번 코로나19의 최전선으로 싸워온 의료진들을 위해 불러주는 노래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메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었다. 그저 언제 어디서나 틀면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음원의 시대에 살고 있어 흔해져 버린 음악이지만, 실상 음악이 어려운 시국에 얼마나 큰 위로를 줄 수 있는가를 실감하게 해준 버스킹이었다.◆'비긴 어게인'이 새롭게 찾아낸 공연의 공간들하지만 이번 '비긴 어게인'이 시도한 역발상을 통해 얻은 더 큰 수확은 공연의 다양한 새로운 공간들을 발견해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텅 비어버린 공간은 그 자체로 공연장이 되어 주었다. 대구 지역 예술가들의 공간 수창청춘맨숀에서 헨리와 수현이 함께 '아로하'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 깊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어버린 공간을 음악으로 채워넣는 느낌이랄까.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둔 공연으로 시도된 베란다 버스킹은 마치 세레나데를 부르는 듯한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기도 했다.또 평시라면 관객들의 함성으로 가득 차 있을 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어버린 경기장에서 초대된 손님들을 잔디밭 위에 앉혀 놓고 노래를 부르는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그 빈 공간이 음악으로 채워지자 코로나19로 헛헛했던 마음도 정서적 포만감으로 채워졌다. 손님을 태우고 어딘가로 떠났어야 하지만 역시 텅 빈 채 정박되어 있는 크루즈에서 펼쳐진 버스킹도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강원도 평창의 산꼭대기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들도 또 텅 빈 학교를 채우는 노래들도 시청자들에게는 힐링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마법에 걸려 모든 게 멈춰선 텅 빈 공간을 음악이라는 주문으로 깨워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비긴 어게인'이 찾아낸 새로운 음악적 공간의 백미는 포항 제철소에서 헨리가 그 곳의 다양한 소리들을 채집해 퍼포먼스와 함께 부른 이매진 드래곤스의 'Believer' 공연이었다. 포항 제철의 철의 느낌이 주는 그 강한 인상을 음악적으로 표현해낸 듯한 이 공연은 공간이 음악과 어우러질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가를 보여줬다.◆'비긴 어게인', 그래도 공연은 계속 된다'비긴 어게인'은 코로나 시국에 맞춰 사전 안전망을 갖춘 새로운 공연들을 시도했다. 첫 회에 등장했던 '드라이브 인 버스킹'은 마치 코로나 시국과 맞서 공연은 그래도 계속 되어야 한다는 이 프로그램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자동차를 탄 채 공연을 감상하고, 박수 대신 라이트와 경적을 울려 환호를 표현하기도 한 그 공연은 이 와중에도 공연이 충분히 가능하고 나아가 즐길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1층에 관객들이 자리하고 베란다에서 아티스트들이 공연하는 베란다 버스킹, 커다란 경기장에 마치 캠핑을 온 것처럼 텐트들을 쳐놓음으로써 더욱 낭만적인 느낌을 연출했던 경기장 버스킹, 산 정상에 편안한 빈백에 앉아 시네마 음악들을 선보였던 '시네마 버스킹' 등등 다양한 비대면 아이디어와 공간을 콘셉트로 삼은 공연들이 펼쳐졌고, 거기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앉게 만든 마킹들이 여지없이 놓여졌다. 공연의 공간을 극장이나 콘서트홀 정도로 국한해 생각했던 개념을 깨니 다양한 공간들이 가능해졌다.지금도 여전히 공연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비긴 어게인'이 보여준 비대면 공연은 방송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들이 있지만, 그래도 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발상을 해낸다면 공연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실제로 거리두기를 한 채 시도되는 공연들이 늘고 있다. 그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않겠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비긴 어게인'이 코로나 시국을 넘어서기 위한 역발상으로 찾아낸 다양한 공연의 공간과 방식은 그래서 향후 코로나가 지나고 나서도 한번쯤 공연계가 숙고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어쩌면 공연과 음악의 새로움을 더해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2020-07-23 14: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사이코지만 괜찮아’…잔혹동화로 꼬집는 현실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사이코지만 괜찮아’…잔혹동화로 꼬집는 현실

김수현의 드라마 복귀작이라는 기대감으로 봤는데 보면 볼수록 조용 작가와 박신우 연출자가 새롭게 보인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멜로드라마의 틀을 가져왔지만 그 안에 만만찮은 세계에 대한 대결의식을 보여주고 있다.◆잔혹동화로 꼬집는 현실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부제는 모두 동화들로 채워져 있다. 거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빨간구두',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라푼젤', '푸른수염', '미녀와 야수' 같은 동화에서 따온 제목들도 있지만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 '좀비 아이', '봄날의 개' 같은 이 드라마를 쓴 조용 작가가 직접 쓴 동화들도 들어 있다. 그런데 이 동화들, 특히 작가가 직접 쓴 동화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던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을 그려내는 동화가 아니다. 기존 동화의 세계를 뒤집어놓은 이른바 '잔혹동화'의 내용들을 담고 있다.첫 회 시작과 함께 들려준 첫 번째 동화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은 죽음의 그림자를 끌고 다녀 그 누구도 가까이 하지 않는 괴물로 불린 소녀가 강에 빠진 소년을 구해주고 함께 다녔지만, 결국 두려워 소년이 도망치자 엄마가 '넌 괴물이라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해주는 이야기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지만, 이 첫 번째 동화는 이 드라마 속 문영(서예지)과 강태(김수현)가 어려서 겪은 사건들을 담고 있다. 동화 속 소녀는 문영이고 소년은 강태다. 숲 속 대저택에서 살았던 문영은 자신에게 정신병적으로 집착하는 엄마에 속박된 채 학대받았고, 그러던 어느 날 강물에 빠진 강태를 구해줬지만 그 역시 도망치고 말았던 것. 드라마 속 동화작가 문영이 쓴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은 그래서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동화가 말하는 건 '그래도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같은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세상은 그렇게 냉혹하다는 걸 말해준다.이것은 '좀비 아이' 같은 동화를 통해 더 극적으로 제시된다. 감정이 없고 식욕만 있는 좀비로 태어난 아이. 그래서 엄마는 아이를 지하실에 가두고 밤마다 남의 집 가축을 훔쳐 먹이를 주며 키웠는데, 역병이 돌아 먹을 게 없어지자 배고파 우는 아이에게 팔 다리를 잘라주고 남은 몸을 맡기는 엄마. 그런데 아이가 몸통만 남은 엄마를 꼭 끌어안으며 처음으로 던지는 말이 반전이다. "엄마는 참 따뜻하구나." 이 동화는 평범하지 않아 특별(?)하게 키워진 문영이 원했던 것이 결국은 온기였다는 걸 담는다. 다르다는 이유로 존재가치가 부정된 이들 역시 누구나 온기는 필요하다고.◆달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마치 팀 버튼의 세계가 그러하듯 다소 어둡고 비극적이지만 그 속에서도 동화 같은 따뜻함 같은 게 느껴진다. 문영과 강태가 다시 만나 사랑해가는 그 멜로가 드라마의 겉옷이지만, 그들의 사랑은 상처 입은 영혼들이 서로의 상처를 어떻게 감싸 안아주며 그를 통해 살아갈 수 있게 하는가를 담는다는 의미에서 '인간애'로 확대된다. 나아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이들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고 차별당하는 현실까지 그 멜로 속에 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드라마는 다분히 비판적인 사회극의 특징까지 보여주고 있다.즉 강태와 문영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게 된 건 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강태는 어려서부터 자폐를 가진 형을 지켜야 하고 자신은 그래서 존재한다는 엄마의 말에 상처 입었다. 문영은 자신에게 집착하며 마치 자신을 그의 작품처럼 여기며 속박하는 엄마로부터 학대받았다. 문영은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빈 깡통'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고, 강태는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린 채 형을 위해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이를 은유적으로 해석해 들여다보면 어른들에 의해 상처받고 평범하게 살 수 없게 된 이들이 서로 만나 그 상처를 치유해주는 과정이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로 읽힌다.그런데 이처럼 어른들의 잘못으로 사랑조차 할 수 없는 지독한 현실에 서 있는 문영과 강태에게서 떠오르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지금의 혹독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이다. 거듭된 경제위기에 치열해진 취업 현실 속에서 결혼은커녕,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는 것조차 사치처럼 여기며 일찌감치 많은 걸 포기해버린 채 살아가는 청춘들. 물론 드라마의 배경인 '괜찮은 정신병원'이라는 곳에 더 많은 상처받은 영혼들의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가슴을 묵직하게 찌르는 건 강태와 문영으로 대변되는 청춘의 초상들이다.이런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7회에 담았던 '봄날의 개'라는 동화의 메시지가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 낮에는 잘 놀아서 봄날의 개로 불리던 개가 밤만 되면 울었는데, 사실 그건 목줄을 끊고 봄의 들판을 마음껏 뛰어 놀고 싶지만 오래 묶여 있어 목줄 끊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동화. 지금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봄날의 개 같은 존재들이 하루하루를 웃음으로 위장하지만 밤이 되면 눈물을 흘리며 살아가고 있을까. 현실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무수한 금기에 갇혀 심지어 평범한 삶조차 꿈이 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조금 달라도 스스로 묶어둔 속박을 벗어버려도 괜찮다고.

2020-07-16 14: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투게더’, 언어, 국적 초월 여행 예능의 신세계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투게더’, 언어, 국적 초월 여행 예능의 신세계

말도 잘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두 사람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투게더'는 이승기와 대만의 스타 류이호가 팬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해 독특한 여행 예능의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이승기와 류이호가 함께 여행한다는 것만으로본격적인 여행을 하기 전 이승기와 류이호는 사전 미팅을 가졌다. 류이호는 '안녕, 나의 소녀', '결혼까지 생각했어' 등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대만 배우다. 훈훈한 외모가 이승기와 닮아 있어 어딘가 친숙함을 주지만 그런 사전 미팅의 짧은 만남으로 어색함이 없을 리 없다. 중국어를 잘 모르는 이승기와 역시 한국어를 모르는 류이호는 영어로라도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그리 능숙하지는 않다. 그러니 첫 번째 여행지인 인도네시아의 욕야카르타 공항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반가운 기색은 역력했지만, 금세 어색한 분위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간단한 영어만 툭툭 던져 놓을 뿐 침묵이 흐른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투게더'는 어쩌면 바로 이 국적과 언어 그리고 문화가 달라 낯설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만남이라는 그 색다른 지점이 기획의 중요한 포인트가 됐을 걸로 보인다. 우리네 여행 예능은 KBS '1박2일' 같은 국내여행을 시작으로 tvN에서 나영석 PD가 해온 '꽃보다' 시리즈 같은 일련의 해외여행까지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tvN '짠내투어'처럼 가성비 혹은 가심비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장착한 여행 예능까지 등장할 정도다. 그러니 여행이라는 소재로 차별성을 찾기는 그만큼 어려워졌다.하지만 '투게더'는 지금껏 그 어떤 여행 예능이 가지 않았던 길을 국적이 다른 두 명의 스타를 세워 놓음으로써 걷게 만들었다. 이들은 과연 여행을 통해 국적과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까. 궁금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넷플릭스와 조효진 PD 그리고 여행 소재의 만남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가 SBS '런닝맨'으로 유재석의 해외 팬덤은 물론이고 이광수를 '아시아 프린스'로까지 불리게 했던 조효진 PD라는 사실은 이 여행이 그저 평범하기만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게 해준다. '게임예능'의 대가로 정평이 난 조효진 PD는 이후에도 넷플릭스와 손잡고 스케일을 확 키운 '범인은 바로 너'를 시도했던 PD가 아닌가.'투게더'는 그래서 이승기와 류이호에게 '팬을 만나러 간다'는 여행의 중요한 테마를 집어 넣었다. 현지의 팬이 추천하는 여행 코스들을 체험하며 그 곳에서 제시되는 미션을 해결할 때마다 주어지는 단서를 조합해 팬이 사는 곳을 찾아가는 것. 그래서 이들은 인도네시아의 고아 좀블랑에서 동굴 속으로 쏟아져 내리는 '천국의 빛'을 맞이하고, 프람바난 사원에서 힌두교의 신들을 만난다. 발리에서는 바다 작살 낚시에 도전하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한다.물론 이런 명소들마다 주어진 미션들이 있고, 그것을 수행해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해내야 하는 미션들을 어려워도 해내는 과정들에는 이들의 팬을 만나고 싶은 그 진심이 담긴다. 또한 함께 서로 도와야 해결할 수 있는 미션들은 언어도 국적도 문화도 달라 어색했던 이승기와 류이호의 브로맨스를 더욱 끈끈하게 만든다. 힘들 때 서로 손을 내밀고, 으쌰으쌰 서로를 응원하며, 미션을 해결했을 때는 서로 부둥켜안고 그 기쁨을 나눈다. 이러니 이들 사이에 놓여진 경계나 어떤 벽 같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또한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미션으로 주어진 배드민턴 대결 같은 미션을 수행할 때는 그 곳 낯선 사람들과 이뤄지는 교감 역시 훈훈한 광경을 연출한다. 어느새 몰려들어 이승기를 외치며 응원하는 팬들은 이들이 아시아 전역에 팬층을 갖고 있는 글로벌 스타라는 걸 실감케 한다.◆넷플릭스여서 가능했을 법한 프로젝트사실 생각해보면 서로 다른 국적의 청년 둘이 함께 여행을 한다는 단순한 콘셉트처럼 보이지만, 국내에서 이런 시도가 잘 보이지 않았던 건 로컬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예능의 특성 때문이었을 게다. 그런 점에서 보면 '투게더'는 넷플릭스 오리지털 시리즈라는 글로벌 관점이어서 가능했을 법한 프로젝트라 여겨진다. 이승기와 류이호를 묶어 아시아 여러 국가의 여행지를 여행한다는 발상은 한국 팬들과 대만 팬은 물론이고 아시아 팬들까지 소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로컬 관점으로 보면 애매할 수 있지만 글로벌 관점으로 보면 이만한 아이템이 없는 셈이다.그래서 '투게더'는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초국적인 글로벌 프로젝트가 이제는 충분히 가능한 시대에 들어왔다는 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국경으로 나누어지던 세계가 이제는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로 묶여지고, 그것을 콘텐츠로서 실현해 보여주고 있는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세계에서 이제 각각 다른 문화들을 가진 이들이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가능성은 이제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다.'투게더'를 보다보면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얼마나 이웃 동네처럼 가까워져 있는가를 실감하게 만든다. 하루는 인도네시아에 있다가 다음날에는 발리로 또 그 다음날에는 방콕으로 옮겨 다니는 이들의 모습은 적어도 아시아를 진짜 이웃으로 실감하게 해준다. 물론 어색했던 이승기와 류이호가 단 며칠 만에 스스럼없이 가까워지는 그 브로맨스만으로도 그런 실감은 충분하지만.

2020-07-08 14:21:17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가족입니다’…개인주의 시대에 다시 묻는 가족 진면목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가족입니다’…개인주의 시대에 다시 묻는 가족 진면목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우리가 흔히 가족드라마라고 부르는 그런 인물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가족드라마가 그리곤 했던 막연한 가족애를 담는 대신, 우리가 몰랐던 가족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기억과는 다른 가족의 실체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에서 김상식(정진영)은 고압적이고 때론 폭력적으로까지 보이는 전형적인 가부장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시청자들로서는 그의 앞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아내 이진숙(원미경)이 어느 날 갑자기 "졸혼하자"고 하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그건 이 집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엄마의 갑작스런 졸혼 선언에 조금 놀라긴 하지만 그렇다고 애써 반대하지 않는 모습이 그렇다.하지만 김상식은 전형적인 가부장이라는 그런 선입견을 드라마는 금세 보기 좋게 깨버린다. 졸혼 선언에 충격을 받았던 김상식은 어느 날 야간산행을 하다 사고를 당하고 기억이 22살로 되돌아간다. 그런데 그의 22살 모습은 가부장과는 거리가 먼 사랑꾼 그 자체다. 아내를 "진숙씨"라 부르고 손을 잡고 걸으려 하며 말투도 애정이 가득 묻어난다. 그래서 난감해진 건 오히려 아내다. 그는 젊은 시절 상식의 도시락에 넣어줬던 애정 가득한 쪽지조차 기억에서 지워버렸지만, 김상식이 그 기억을 되살려 놓는다. 그만큼 우리의 기억은 여리고 쉽게 왜곡된다. 심지어 가족에 대한 기억조차 그렇다.자신이 사실은 그런 폭력적인 남편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식은 기억을 되찾았다 거짓말을 하며 진숙을 위해 졸혼을 서두른다. 그런데 상식과 진숙 사이에는 가족들은 모르는 비밀이 존재했다. 맏딸 은주(추자현)가 상식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 대학시절 은주를 갖게 된 진숙이 아기를 위해 자신을 짝사랑하던 상식과 결혼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상식은 임신한 진숙까지 받아들이며 헌신한 아빠인가 아니면 그걸 약점 삼아 진숙을 억누르며 살아온 가부장인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은주와 둘째 딸 은희(한예리)는 그래서 엄마 편 아빠 편으로 갈라져 심한 말다툼을 벌인다. 같은 엄마, 아빠이지만 가족의 일원인 딸들이 생각하는 그들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 다르다. 드라마는 질문한다. 우리는 과연 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걸까.◆가족, 가까이 있어 더 모르는"어떤 과학자가 그랬어. 우리는 지구 내부 물질보다 태양계의 내부물질을 더 많이 안다고. 지구에 살고 있는데 지구 내부물질을 알면 뭐하니 이런 거지. 가족이 딱 그래." 은희의 남사친 박찬혁(김지석)이 툭 던지는 이 말은 사실상 이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다. 가까이 있어 더 모르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라는 것. 그래서 박찬혁은 가족이라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타인이랄 수 있는 박찬혁이 하고 있는 건 어쩌면 가족이 타인보다도 더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걸 이야기해주는 대목이다.'가족입니다'는 이런 상황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은주의 남편이 성 소수자였다는 에피소드를 더해 넣는다. 결혼해 함께 살아왔고, 아이를 갖기 위해 홀로 고통스런 시술을 받기도 했던 은주였다. 그런데 뒤늦게 남편이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숨겨왔다는 걸 알게 되고 그는 충격을 받는다. 여기에 자신의 출생의 비밀까지 밝혀지면서 그토록 모든 일에 굳건해 보였던 그는 무너져 내린다. 가족이라 여겼던 삶의 테두리가 그 밑바닥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것.김상식과 이진숙의 가족은 그래서 그 비밀을 걷어내고 또 기억의 왜곡을 바로 잡아 들여다보면 마치 하나의 허상처럼 보인다. 가족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믿고 싶지만 사실은 타인보다도 모르는 가족.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가족주의 시대라고 부르는 그 시절의 가족이 과연 실체가 있었는가를 의심하게 만든다. 가족이라는 말 한 마디로 모든 게 허용되던 시절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희생들과 상처들이 비밀처럼 숨겨져 있고 심지어 어떤 건 기억 자체를 왜곡해 애써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하지는 않았는지.◆개인주의 시대에 묻는 가족의 의미'가족입니다'는 그래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부모와 자식들이라는 표피적인 가족이 아니라, 저마다의 비밀이나 기억을 갖고 있는 개인에 초점을 맞춰 그 가족을 다시금 들여다본다. 가부장적인 아빠 상식은 젊은 시절 한 여성에게 순애보를 보내던 사랑꾼이었고, 모든 걸 희생하면서 살아오다 졸혼을 요구한 엄마 진숙은 한때 상식의 도시락에 애정 담긴 메모를 넣어주던 여자였다. 너무나 성격이 달라 자매 같지 않다던 은주와 은희는 실제로 아빠가 달랐고, 그저 겉보기엔 잘 나가는 의사 남편과 변리사 아내처럼 보이던 은주와 남편 태형(김태훈)은 성 정체성 자체를 숨긴 채 살아왔던 걸 뒤늦게 알아차릴 정도로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대가족은 이미 해체된 지 오래고,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요즘 가족의 존재 의미는 점점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한 때 가부장제 같은 권위주의적인 시대가 만든 가족의 문제들은 이제 가족 자체를 거부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시대에 '가족입니다'는 새삼 가족의 이야기를 꺼내온 걸까. 그건 가족 해체시대에도 여전히 우리는 가족이라는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벗어날 수 없고, 어떤 면에서는 혼자 사는 삶이어서 더더욱 새로운 가족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새로운 시대에 가족이란 가족이라는 틀에 매몰되는 개인이 아니라, 저마다의 개인들의 진짜 삶이 모여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그런 가족일 게다. 가족이지만 별로 아는 건 없는 현 시대에 이제 거꾸로 아는 건 별로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꿈꾸는 이 드라마의 독특한 목소리가 유독 울림을 갖는 이유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0-07-02 15: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꼰대인턴’, 갑을관계 고민하는 오피스드라마의 진화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꼰대인턴’, 갑을관계 고민하는 오피스드라마의 진화

MBC '꼰대인턴'은 꼰대와 인턴이라는 갑과 을을 상징하는 위치에 선 인물들이 정반대의 역전된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갑질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담는 최근의 경향과 달리 이 오피스드라마는 양자의 입장을 들여다본다는 점이 특이하다.◆꼰대와 인턴의 관계를 뒤집어보면만일 저런 꼰대를 내 밑에 두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바로 그런 상상에서부터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 많은 청춘들이 인턴으로 등장하는 오피스드라마에서 그들은 꼰대들의 갑질에 너덜너덜해지는 입장이 아니던가. '꼰대인턴'은 발칙하게도 이 상황을 뒤집는 상상을 드라마의 주요 배경으로 삼아 넣는다. 한 때 옹골 라면사업부 팀장으로서 당시 인턴으로 들어왔던 가열찬(박해진)에게 갖가지 갑질을 해 결국은 퇴사하게 만들었던 이만식(김응수) 부장. 하지만 그로부터 5년 후 상황은 역전된다. 퇴사한 가열찬은 준수식품에 들어가 핫닭면을 성공시키면서 승승장구하고 회장이 총애하는 마케팅 영업팀 팀장이 된다. 하지만 옹골에서 퇴직해 아파트 경비원을 전전하며 살아가던 이만식은 그의 오랜 친구인 준수식품 마케팅영업본부장 안상종(손종학)의 제안으로 가열찬의 팀에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오게 된다.이 역전된 상황만 놓고 보면 마치 가열찬의 일방적인 갑질 복수극이 그려질 것 같지만 드라마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퇴사하며 이만식 같은 꼰대는 되지 않겠다 마음먹었던 가열찬은 이만식에 대한 사적 복수심과 자신의 소신 사이에서 갈등하고, 이만식이 의외로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을 연다. 나아가 팀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꼰대 짓도 해야 하는 그를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사람이 다름 아닌 이만식이다. 그 역시 꼰대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라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그런 갑질까지 하게 됐다는 걸 가열찬은 조금씩 알아간다. 또한 을의 위치에 처하게 된 이만식 역시 자신이 했던 꼰대 짓으로 힘겨웠을 비정규직 인턴의 입장을 공감하기 시작한다.◆오피스 드라마의 진화, 진짜 꼰대는 누구인가'꼰대인턴'이 특이하게 느껴지는 건 단순한 갑을 대결을 다루고 있지 않아서다. 팀 내에서 팀장과 인턴은 마치 갑과 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 팀이고 그래서 위기상황을 맞았을 때 모두가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이를 넘어섰을 때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뻐한다. 다만 이런 동료를 갑과 을로 애써 나눠놓고, 팀장으로 하여금 꼰대 짓을 하게 만드는 이들은 저 뒤편에 서 있는 경영진들이다. 그들은 실적을 성적표처럼 들고 팀장을 압박한다. 결국 그 역시 한 사람의 샐러리맨일 수밖에 없는 팀장은 싫어도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우리네 오피스 드라마가 갑을 관계를 본격적인 소재로 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2013년 방영된 KBS '직장의 신'은 부장조차 쩔쩔매는 슈퍼갑 계약직 미스 김(김혜수)이 등장해 갑질에 철저히 '을질'로 역공하는 판타지를 통해 시청자들을 속 시원하게 만들었다. 2014년 드라마화된 tvN '미생'에서도 철저한 을의 위치에서 힘겹게 버텨내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비정규직 인턴 장그래(임시완)의 이야기를 그렸고, 2015년 JTBC '송곳'은 대량 해고 사태에 맞서 싸우는 비정규직의 대결을 다뤘으며, 2016년 방영된 '욱씨남정기', 2017년 방영된 '김과장' 역시 갑질 하는 꼰대들과 맞서는 당당한 을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하지만 갑과 을의 단순한 대결을 다루던 우리네 오피스 드라마도 조금씩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방영된 SBS '스토브리그'는 단적인 사례다. 프로야구 만년 꼴찌팀에 오게 된 백승수 단장(남궁민)이 팀원들과 힘을 합쳐 다음 시즌을 준비해가는 과정을 다뤘다. 여기서 갑질하는 존재는 단장이 아니라 구단주의 조카인 권경민(오정세) 같은 인물이다. '꼰대인턴'은 바로 이런 '스토브리그'가 그려냈던 진짜 배후에 존재하는 갑에 대해 팀이 하나가 되어 대결하는 구도를 담는다.우리네 오피스드라마에서 '꼰대'와 '인턴'은 너무나 정형화된 위치로 그려지곤 했다.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만드는 꼰대들이 드라마의 극성을 높여 놓는다면, 짠내 가득한 비정규직 인턴들의 고군분투는 이들의 사이다 복수극이나 혹은 그 시스템으로부터의 탈출을 담는 게 하나의 공식이 되어 있었다. '꼰대인턴' 역시 그 시작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좀 더 그 위치가 만들어내는 역할과 입장에 대해 들여다본다는 점이 다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애초 이 드라마를 기획하게 된 그 상상, 즉 꼰대와 인턴이 역전된 관계는 무엇을 보여줄까 하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관계를 뒤집어 놓으니 비로소 누구는 꼰대 역할을 하고 누구는 비정규직 인턴으로 버텨내야 하는 회사의 수직적인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보이게 된 것이다.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꼰대인턴'의 미덕은 우리가 막연히 꼰대와 인턴을 나눌 때 머리 속에 그리는 나이와 세대에 대한 관점 또한 편견이라는 걸 보여준 점이다. 나이가 아닌 서열구조에 따라 젊은 꼰대가 가능하고, 나이 든 인턴 또한 가능하다는 것. 여러모로 '꼰대인턴'은 단순한 대결로 그려지는 갑을 관계를, 그 역할을 뒤집어 놓음으로써 역지사지로 서로의 입장을 생각할 거리들을 만든다는 점에서 오피스드라마의 또 다른 진화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2020-06-25 15: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변함없는 트렌드 세터 이효리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변함없는 트렌드 세터 이효리

이효리는 한번도 트렌드의 중심에서 빗겨간 적이 없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혼성 댄스그룹 활동을 위해 소속사까지 갖춘 이효리는 역시 여전히 뜨겁다. 도대체 이효리의 무엇이 이런 지속적인 열광을 만드는 걸까.◆돌아온 이효리, 이 솔직 당당함을 누가 이길까이효리가 돌아왔다. 이번엔 MBC '놀면 뭐하니'의 혼성 그룹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란다. 심지어 소속사까지 갖추고 '서울 나들이'를 했다는 이효리는 한껏 설레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근 '깡 신드롬'으로 세간의 모든 화제를 쓸어 담고 있는 비도, 또 유산슬에서부터 유르페우스 같은 다양한 부캐(부캐릭터)를 확장시켜 화제가 되고 있는 유재석 앞에서도 이효리의 당당함과 솔직함은 모두를 압도시키고도 남을 정도였다.둘 다 결혼해 가정을 꾸린 두 사람이 미혼 시절 한 시상식 무대에서 함께 춤을 추는 공연 영상을 보면서, 다소 난감해 한 비가 의도적으로 그 때 "훨씬 친해질 수 있었는데 바빴다"고 선을 긋자, 이효리가 한 발 더 나가 "사귈 수도 있었어"라고 말하는 대목은 단적인 사례다.이효리는 다소 난감할 수 있는 이야기나 상황에 오히려 더 당당하게 말함으로써 오히려 다른 사람을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혼성 그룹을 하며 "꼬만춤은 포기 못한다"는 비의 이야기에 이효리가 "그럼 나도 해도 돼?"라고 되물어 비와 유재석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효리는 세상사를 어느 정도 겪어본 성인으로서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는 걸 드러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분위기는 한결 편안해졌다.이효리의 솔직함은 유재석이라고 해도 봐주는 법이 없었다. 대부분의 다른 출연자들은 유재석을 유느님처럼 바라보며 조심스러워하지만, 이효리는 "이렇게 저렇게 다 생각을 해봐도 오빠가 (혼성그룹에) 왜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그의 포지션에 대해 지적했다. 그런데 그건 향후 유재석이 이 혼성그룹 활동을 할 때도 내내 따라다니는 질문이 될 수 있었다. 그 이유를 고민하고 자신의 포지션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이효리는 피하지 않고 조언해준 것이다.◆구시대 감성 유재석과 비 사이에서 빛나는 이효리의 트렌디함'놀면 뭐하니'의 혼성 그룹 프로젝트에서 유재석과 비는 다소 구시대 감성을 드러낸다.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된 게 과거 90년대만 해도 쿨 같은 혼성 그룹이 여름 시장이면 여지없이 히트곡을 냈던 그 시절을 회고하게 되면서였다. 특히 댄스에 그 누구보다 갈증을 느끼는 유재석은 과거 클럽에 가면 흘러나오던 빠른 비트의 템포에 매료되어 곡 선정에 있어서도 그런 부분을 강조했다. 그건 유재석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즐거워하는 것이지 실제 가수였다면 구시대적이라고 외면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비의 경우도 그리 다르지 않다. 2017년 냈던 '깡'이 당시에 혹평과 조롱을 받았던 건 거기 등장하는 춤이나 음악이 시대에 뒤떨어진 과한 춤이라는 대중들의 반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혹평과 조롱이 하나의 현상이 되고 그걸 비 스스로도 즐기는 대범함을 보여주자 '깡'은 오히려 화제가 되면서 차트 역주행을 하게 됐다. 그래서 '놀면 뭐하니'에 나온 비 역시 가장 막내면서도 구시대적 감성을 드러내곤 한다.하지만 여기에 다행스럽게도 트렌드 세터의 대명사 격인 이효리가 들어감으로써 그 구시대적 감성을 공감하면서도 그것을 현재와 공유하려는 소통이 가능해진다. 레트로가 뉴트로의 성격을 갖게 된 것. 비가 노래의 아이디어로 '포기하지 마'라는 다소 옛 감성의 이야기를 꺼내놓자 이효리가 요즘은 "그런 바이브가 아니다. 포기해"를 제안하는 대목이나, 유재석이 돈이 없던 과거 시절을 떠올리며 "그 여름 내가 돈이 있었다면"이란 아이디어를 내자 이효리가 "상상플렉스로 하자"고 제안하는 대목은 그의 트렌디함이 더해져 옛 감성과 현재의 바이브가 만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이효리, 소길댁, 린다G이들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혼성 그룹의 이름과 자신들의 예명을 만들었다. 무수히 많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고 그 중에서 이들이 선택한 그룹명은 '싹3'다. 여름 가요시장을 싹쓸이 한다는 의미도 있고 세 사람의 싹이 모였다는 의미도 들어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유재석이 해왔던 '부캐의 확장' 대열에 이효리도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린다라고 부캐명을 처음에 지었던 이효리는 '지린다'라는 뜻을 더해 린다G가 되었다. 미국에서 미용실로 자수성가한 캐릭터 스토리를 더한 린다G는 그래서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제주도의 소길댁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제주도에서는 너무나 친근하고 다정한 소길댁으로 살다가 서울에 오면 린다G가 되어 한바탕 뒤집어놓는 이런 부캐 활동은 이효리로서는 '즐거운 일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끔 유재석이 제주도를 찾아갔을 때 주체할 수 없는 끼와 흥을 보여주며 "나도 같이 가"라고 했던 이효리가 아닌가. 그의 당당한 일탈이 지금의 대중들에게도 어떤 시원함을 안겨주는 이유다.이효리는 과거에도 예능에서의 소탈한 모습과 가수로서의 섹시하고 화려한 모습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며 활약한 바 있다. 그러다 관찰카메라 시대가 되자 대체불가의 솔직함으로 무장한 채 자신의 '미니멀 라이프'를 보여줌으로써 대중들을 공감시켰고, 이제는 린다G가 되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려 한다.

2020-06-18 15: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코로나로 등장한 비대면 콘셉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코로나로 등장한 비대면 콘셉트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네 일상을 바꿔놓고 있는 가운데, 예능 프로그램들도 색다른 풍경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언택트 예능'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것. 비대면을 콘셉트로 하는 이들 언택트 예능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일까.◆현지에서 한국행을 택한 '배달해서 먹힐까'tvN '배달해서 먹힐까'는 본래 '현지에서 먹힐까'의 스핀오프격 프로그램이다. 태국에서 팟타이가, 중국에서 짜장면이, 미국에서 치킨과 햄버거가 과연 먹힐 것인가를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들여다보는 게 '현지에서 먹힐까'가 가진 기획 포인트였다. 태국에서 시도했던 시즌1은 첫 시도인 데다 실험적인 성격이 강해 1%대(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종영했지만, 중국에서 짜장면이 먹힐 것인가를 이연복 셰프가 합류해 보여줬던 시즌2가 최고 시청률 5%(닐슨 코리아)를 넘기면서 시즌3는 미국에서 짜장면과 치킨, 멘보샤 등을 파는 시도로 이어졌다.이처럼 '현지에서 먹힐까'는 우리네 이른바 K푸드가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있는 시도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프로그램이 더 이상 현지인 해외로 나가는 걸 어렵게 만들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국내에서 배달음식에 도전하는 '배달해서 먹힐까'다. 우리가 배달음식으로 익숙한 짜장면이나 치킨 같은 건 도전과제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보다는 배달이 쉽지 않은 파스타를 주 메뉴로 삼았고, 그 셰프로 샘 킴이 합류했다. 파스타라는 메뉴의 특성상 배달하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으면 불거나 양념이 면에 흡수되기 마련이라 이걸 고려해 조리하는 게 샘 킴에게는 숙제로 주어졌다.물론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대면접촉이 어려워진 상황에 내놓은 자구책이지만, '배달해서 먹힐까'는 의외로 괜찮은 역발상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배달문화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인 데다, 배달음식을 먹는 분들을 '랜선 회식'처럼 연결해 보여준 부분도 흥미로운 시도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현장을 담았던 '현지에서 먹힐까'만큼의 반응이 나오지는 않지만 언택트 시대의 색다른 예능의 풍경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음악 프로그램의 언택트 도전코로나19 시국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건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다.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하며 나누는 교감이야말로 음악 프로그램이 갖는 핵심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면 자체가 어려워진 데다 그것도 집단으로는 더더욱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라 음악 프로그램들의 관객 모집은 원천적으로 쉽지 않게 되었다. TV조선 '미스터 트롯'이 그토록 큰 화제를 일으켰지만 결승전을 무관객으로 치렀다는 건 코로나 시국이 만든 음악 프로그램의 처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트로트 열풍을 타고 SBS가 야심차게 런칭한 트로트 버스킹 '트롯신이 떴다' 역시 마찬가지의 장벽에 부딪쳤다. 코로나 이전에 찍은 베트남에서의 트로트 버스킹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코로나로 인해 다시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되자 이 프로그램은 그 핵심 관전포인트라 할 수 있는 버스킹 자체가 무색해졌다. 그래서 대안적으로 선택한 것이 '랜선 버스킹'이다. 특별하게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가수들이 노래하는 것을 랜선으로 많은 관객들이 참여해 듣는 걸 방송 프로그램화한 것이다.막히니 오히려 더 커진 갈증이랄까. 콘서트들이 거의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을 겪으며 음악에 대한 갈증은 더 커졌다. 그것은 관객들도 그렇지만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MBC '놀면 뭐하니'가 했던 랜선 방구석 콘서트였지만 그것이 가진 한계는 역시 관객의 직접적인 현장 리액션을 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JTBC '비긴어게인'이 해외가 아닌 우리나라를 버스킹 장소로 선택하고 '드라이브 인 버스킹(자동차 안에서 버스킹을 감상하는 방식)' 같은 다양한 언택트의 방법을 고안해낸 건 흥미로운 시도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첫 버스킹 장소로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텅 비어버린 공항을 택한 것이나, 이번 사태로 특히 의료진들이 어려움을 겪은 대구를 다음 버스킹 장소로 선택한 것도 시의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버스킹의 의미를 아예 코로나 시국과 연관지어 연결함으로써 음악이 줄 수 있는 위로와 응원을 거기에 담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코로나19는 우리네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이 변화는 이 시국이 지나간 후에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 한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특히 현실과 일상을 담아낼 수밖에 없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래서 이 언택트 상황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비긴어게인'이나 '배달해서 먹힐까' 같은 해외로 가던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국내로 돌아서고, '삼시세끼'처럼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을 피해 섬에 들어가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일이 많은 이들이 꿈꾸는 판타지가 되었다. 결코 짧게 끝나지 않을 코로나의 여파가 앞으로도 남아있는 지금, 우리의 일상은 이 변화에 적응하려 애쓰고 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갖가지 할 수 없는 제한들이 생겨난 형국이지만, 그걸 뛰어넘고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색다른 언택트 방송의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볼 시점이다.

2020-06-11 16: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1일1깡'이 대세…3년 전 망한 비의 ‘깡’, 밈으로 신드롬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1일1깡'이 대세…3년 전 망한 비의 ‘깡’, 밈으로 신드롬

3년 전 출시된 곡이지만 너무 과하다는 혹평을 받으며 망했던 비의 노래 '깡'이 최근 다시 음원차트에 들어와 역주행을 시작했다. 패러디 영상이 만들어지며 갖가지 재치 있는 댓글이 붙는 '밈 현상'이 벌어지면서다. 도대체 이런 밈 현상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차트 역주행 만든 깡 신드롬'1일1깡'이란 말이 마치 유행어처럼 떠돈다. 하루에 한 번씩 비의 노래 '깡' 뮤직비디오를 봐야 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항간에는 '아침 먹고 깡, 점심 먹고 깡, 저녁 먹고 깡'을 해야한다는 '1일3깡' 이야기도 나오고, 하루에 몇 깡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깡 공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최근 불고 있는 '깡 신드롬'의 양상이다. 도대체 이미 과거에 실패한 노래가 어째서 지금 다시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걸까.'깡'은 비가 2017년 냈던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곡이다. 발매 당시 시대에 뒤떨어진 과한 춤이라며 혹평과 조롱을 받고 망한 그 곡이 다시 살아난 건 지난해 11월의 일이다. 한 여고생 유튜버가 패러디 영상을 올린 게 그 발화점이 되었다. 약 20초 분량으로 과장된 비의 춤과 뮤직비디오를 따라한 이 영상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무려 조회수 400만(6월 1일 현재)을 훌쩍 뛰어넘었다.덩달아 '깡'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에도 불이 붙었다. 지금까지 무려 1천200만 조회수를 넘긴 뮤직비디오에는 댓글만 13만 건이 넘게 달렸다. 뮤직비디오도 재밌지만 여기 달린 댓글을 읽는 것이 더 재밌다는 반응이 쏟아지면서 댓글 창은 일종의 놀이 공간이 되었다. '재간둥이 표정 금지', 꼬만춤 금지' 같은, 비가 추는 특유의 춤 동작이나 행동들을 지적하며 금지하는 '시무20조' 같은 조항들이 댓글로 붙을 정도로 화제가 된 '깡'은 비를 갑작스레 화제의 중심으로 이끌어냈다.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비는 어찌 보면 조롱에 가까운 이 댓글 현상을 자신 또한 즐기고 있다며 선선히 받아들임으로써 신드롬을 더 확산시켰다. 결국 화제가 된 '깡'은 3년 만에 음원 차트에 재진입시키는 기현상을 만들었다.◆깡 신드롬에 담긴 인터넷 밈깡 신드롬은 '밈 현상' 혹은 '인터넷 밈(Meme)'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대중의 콘텐츠 소비방식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본래 '밈'은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사용한 용어다. 신체적 유전을 넘어 종교, 사상, 문화 같은 정신적 사유 활동까지 유전되고 전파되는 현상을 그는 '밈'이라 불렀다. 여기서 따온 '인터넷 밈'은 '기존의 콘텐츠가 대중을 통해 유통되고 재생산되면서 생기는 문화적 요소'의 의미로 지칭되었다. 여기서 중요해진 건 소비 방식의 흐름이다. 과거 콘텐츠는 생산자가 만들고 소비자가 소비하는 방식으로 흘러갔지만, 이제는 거꾸로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재생산되기도 하고 재해석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과거 KBS '가요탑10'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양준일 같은 옛 가수가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 의해 재발견되고 선택되어 '탑골 GD'로 재해석된 사례는 대표적인 인터넷 밈의 한 형태를 보여준다. 또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할로 등장해 "사딸라!"를 외쳤던 김영철과, 영화 '타짜'에서 곽철용이란 캐릭터로 "묻고 더블로 가!"를 외쳤던 김응수가 '짤방'이라는 형태로 화제를 일으켜 두 사람 모두 햄버거 광고 모델을 하게 된 것도 인터넷 밈이 만든 새로운 풍경이다.◆인터넷 밈의 파괴력이 가진 양면인터넷 밈은 최근 들어 '챌린지' 형태의 캠페인에서도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코가 발표한 '아무 노래'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춤 동작으로 인터넷 밈을 일으켰다. 이효리나 강민경 같은 셀럽들 또한 참여하게 되면서 이 놀이는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영상 조회수는 놀랍게도 1억 뷰를 넘어섰다. 이처럼 챌린지 형태의 인터넷 밈은 콘텐츠 마케팅에 있어서 중요한 새로운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이러한 엄청난 파급력은 인터넷 밈이 공익적 의미를 띠는 챌린지와 접목되었을 때 그 긍정적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나 최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헌신한 의료진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벌어졌던 '덕분에 챌린지'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하지만 반면 무분별한 상업적 마케팅 수단으로 점점 부각되고 있는 인터넷 밈은 그 영향력만큼 드리워진 그림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집중된 조롱이나 비난 같은 부정적 댓글들이 자칫 인터넷 밈을 타고 놀이처럼 번지게 된다면 그 부정적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비의 깡 신드롬은 '인신공격'이 아닌 트렌드에 맞지 않는 콘텐츠에 대한 풍자에 머물렀기 때문에 선선히 받아들여졌고 그래서 놀이가 될 수 있었지만, 만일 그 선을 넘게 된다면 그저 웃으며 넘길 수는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 밈은 이 힘을 바람직하게 이끌 수 있는 인터넷 문화와 발을 맞출 때 긍정적인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는 이제 그만한 책임감 또한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0-06-04 17: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개그콘서트' 21년 만에 사실상 폐지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개그콘서트' 21년 만에 사실상 폐지

KBS '개그콘서트'가 휴식기를 선언했다. 휴식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업계에서는 폐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그콘서트'마저 떠나면서 이제 지상파에서 공개코미디는 사라졌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 것이며 향후 개그맨들의 향방은 어디로 향할까.◆20년 넘게 이어져온 '개그콘서트'가 어쩌다가KBS '개그콘서트'는 저물었다 여겼던 코미디의 부활을 알렸던 프로그램이다. 1980년대 예능 프로그램의 주 트렌드는 콩트 코미디였다. '웃으면 복이 와요', '유머1번지', '쇼 비디오 자키'로 이어지는 콩트 코미디의 시대는 그러나 '일요일 일요일 밤에' 같은 버라이어티쇼가 새로운 예능의 트렌드로 들어오면서 이제 끝나가는 듯싶었다. 하지만 1999년 갑자기 등장한 '개그콘서트'는 공개 코미디라는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와 다시금 코미디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그렇게 어언 20년이 훌쩍 지난 현재, '개그콘서트'는 휴식기를 선언했다.휴식기라고 했지만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전혀 기약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폐지'라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2%대(닐슨 코리아)까지 추락했다. 한때 35% 최고시청률을 내기도 했던 '개그콘서트'의 초라해진 모습이다. 어째서 '개그콘서트'는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가장 큰 원인은 예능 트렌드의 변화다. 유튜브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짤방들의 일상에 맞닿은 리얼한 웃음들을 공개 코미디의 '짜놓고 치는 개그'가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현장에서 찍어온 영상을 스튜디오에서 보는 방식으로 현장성을 가미하려 했지만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못했다. 장소만 일상으로 들어갔지 그 곳에서의 웃음의 코드 또한 대본에 맞춰하는 콩트였기 때문이다.트렌드 변화와 함께 달라진 시대정서와 감수성 또한 '개그콘서트'의 한계를 만든 주요인이었다. KBS라는 공영방송의 틀은 소재나 표현에 있어서 좀 더 엄밀한 제한을 만들었다. 한 때 '개그콘서트'의 주류였던 가학개그나 외모개그 같은 건 더 이상 무대에 세워질 수 없었고, 정치, 시사 풍자 개그 역시 스스로 느끼는 중압감이 커 기피되었다.'건전한 웃음'이라는 공영방송으로서 지켜야할 선은 점점 '개그콘서트'의 어깨를 무겁게 했고, 시대에 맞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일도 버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선순환을 이루며 신인 개그맨들이 새롭게 스타로 떠오르는 그런 흐름은 끊겨버렸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지 않자 옛 개그맨들이 다시 무대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그것이 답이 될 수는 없었다.◆개그맨들의 입장에서 본 '개그콘서트'의 휴식기'개그콘서트'마저 휴식기를 선언했다는 건, 이제 지상파 3사가 모두 공개 코미디를 내렸다는 걸 의미한다. 한 때 MBC '개그야', SBS '웃찾사'가 차례로 폐지되며 위기설을 낳았지만 그래도 '개그콘서트'는 꽤 오래 버텼다. 그런데 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가 사라졌다는 건 개그맨들 입장에서 보면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그 의미는 현재 남은 tvN '코미디 빅리그'와 서수민 PD가 JTBC에서 숏폼 드라마 콘셉트로 시도한다는 '장르만 코미디'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찾아진다.거꾸로 생각해보면 개그맨들은 지상파의 한계를 절감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코미디 빅리그'가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표현들을 과감하게 할 수 있었던 반면 지상파는 그럴 수 없었다. 물론 당장 일자리를 잃어버린 개그맨들을 구제할 수 있는 KBS의 복안이 절실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KBS도 유튜브 채널 '뻔타스틱'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코미디를 시도한다는 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여러모로 지상파라는 부담스러운 플랫폼보다는 비지상파나 유튜브 같은 다양한 채널이 지금의 개그맨들에게는 훨씬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개그콘서트'보다 일찍 폐지한 MBC, SBS 개그맨들은 훨씬 더 일찍 자신들의 새로운 터전을 만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소극장 코미디 무대에 서고, 유튜브를 통해 인기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하거나 때로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입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즉 과거의 형태 그대로 유지해온 '개그콘서트'라는 무대가 어떤 면에서는 급변하고 있는 환경 속에 적응해야할 개그맨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그렇다면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개그콘서트' 이후의 코미디 프로그램은 어떤 대안들을 바라봐야 할까. KBS가 시도한 19세 이상 관람가의 코미디쇼인 '스탠드 업'은 저변이 넓진 않아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안적 시도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그것은 표현이나 소재를 제한할 게 아니라 관람 등급을 제한함으로써 개그맨들에게 좀 더 자유를 주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또 최근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수민 PD가 오는 7월 JTBC에서 숏폼드라마 코미디 형식으로 시도하는 '장르만 코미디' 같은 프로그램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공개 코미디에서 벗어나 '숏폼'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더한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휴식기를 선언한 '개그콘서트' 역시 모두가 단정하듯 굳이 '폐지'라는 수순을 밟을 필요는 없다. 이만한 브랜드를 굳이 버리기보다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식을 휴식의 기간 동안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콩트 코미디의 끝자락에서 공개 코미디가 탄생했듯이 어쩌면 공개 코미디의 끝자락에 선 지금이 새로운 코미디 형식이 탄생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2020-05-28 17: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인간수업’, 청소년의 진짜 세계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인간수업’, 청소년의 진짜 세계

김진민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가 다루지 않았던 소재를 다루고 있다. 19금 청소년 범죄물이 그것이다. 최근 벌어진 N번방 사건으로 논란이 생길 위험이 있었지만, 이 드라마는 과감한 솔직함으로 호평 받는 드라마가 되었다.◆우리네 청소년 드라마와는 다른 '인간수업'지난 4월 29일 넷플릭스에서는 김진민 감독의 10부작 드라마 '인간수업'을 전 세계 190개 국에 공개했다. 그런데 특이한 건 고등학생들이 주인공들이지만 19금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지금껏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청소년 드라마들을 떠올려 보면 이 작품이 19세 이상 관람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에게 청소년 드라마 하면 떠올리는 이른바 '학원물'은 대부분 건전한 틀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입시 같은 학업 문제와 친구들 사이의 왕따 문제 같은 갈등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들 학원물은 대부분 그 학교라는 테두리를 그리 벗어난 적은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청춘의 달달한 첫 사랑 로맨스가 더해지거나.하지만 '인간수업'은 다르다. 그것은 'Extracurricular(정식과목 이외의)'라는 데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인간수업'은 학교 바깥에서 이 고등학생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놀랍게도 그건 청소년까지 이용하는 성매매다. 학교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소심해 보이는 주인공 오지수(김동희)는 성매매 어플을 운영해 돈을 버는 인물. 그런데 그 어플을 이용해 성매매를 하는 이들 중에는 같은 반 서민희(정다빈) 같은 고등학생도 있다. 서민희는 그렇게 돈을 벌어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친구이자 학교 짱인 곽기태(남윤수)에게 선물을 사주는 데 쓴다. 그리고 오지수의 비밀을 알게 된 배규리(박주현)는 뭐든 잘하는 모범생이지만 자신을 상품 취급하는 부모들에게 반항하면서 그 범죄의 세계에 깊이 가담하게 된다.이처럼 '인간수업'은 지금껏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좀체 다루지 않았던 어두운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굳이 이런 선택을 한 걸까. 그것은 그게 바로 청소년들의 진짜 세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저 무수한 학원물들이 담아냈던 건전한 세계를 오가는 청소년들이 많지만, N번방 사건을 통해서 드러났듯이 그렇지 않은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적지 않다는 것. 다만 어른들이 믿고 싶지 않았을 그 세계를 '인간수업'은 용감하게도 끄집어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자극적이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도발19금 청소년 범죄물이라는 표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인간수업'은 자극적인 면이 있다. 김진민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말했듯, 국내의 지상파에서는 애초에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소재다. 하지만 '인간수업'은 어찌 보면 넷플릭스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넷플릭스 콘텐츠들의 상당 부분이 19금이고, 소재나 표현수위가 굉장히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콘텐츠들은 호평을 받는 작품들이 많다. '브레이킹 배드'나 '나르코스' 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이게 가능한 건 과감하고 파격적인 선택들을 하고 있지만, 그 작품들이 분명한 메시지와 완성도로 작품성 또한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수업'이 그렇다. 자극적이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도발인 데다, 완성도 또한 높다. 넷플릭스라는 공간에서 '인간수업'은 그래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넷플릭스가 집계한 한국인기콘텐츠 1위를 달리고 있고, 우리네 반응 또한 좋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얼 말해주는 걸까.최근 28.3%로 비지상파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JTBC '부부의 세계'가 말해주듯 이제 성인 콘텐츠에 대한 수용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그 폭이 넓어졌다. '인간수업' 같은 청소년 성매매 소재의 콘텐츠가 받아들여지는 건 다름 아닌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 를 통해 우리네 시청자들 역시 성인 콘텐츠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별로 없어졌기 때문이다.◆외면해왔던 진짜 세계가 던지는 충격'인간수업'이 우리네 시청자들에게 논란이 아닌 화제작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건, 소재는 자극적이지만 자극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범죄를 미화한다거나 청소년 범죄자들을 두둔하는 그 어떤 여지조차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의 진정성은 주인공인 오지수가 어른의 부재에 의해 탄생한 괴물이지만, 그렇다고 그를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그는 생존본능에 충실하며 그래서 때론 찌질한 면면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자신이 저지르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진 범죄라는 것조차 모른 채 그 세계로 들어왔다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그런 인물.본래 이 작품의 원제는 '극혐'이었다고 한다. 워낙 제목이 강렬해서 김진민 감독의 제안으로 '인간수업'으로 바꾸었지만 원제가 이 작품에는 더 잘 어울리는 게 사실이다. 청소년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진짜 어른들이 부재한 그 세계는 저들의 표현대로 '극혐'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우리네 어른들은 그 세계를 굳이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려고도 또 그런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세계는 있을 리 없고 아름다운 청소년기만 존재한다고 줄곧 그런 콘텐츠들로 이야기해왔던 어른들에게 이 작품은 만만찮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2020-05-21 17: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더 킹:영원의 군주’ 시청률 부진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더 킹:영원의 군주’ 시청률 부진

최근 내놓는 드라마마다 성공시킨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는 그만한 기대감을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반응이 좋지만은 않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만들어진 것일까.◆평행세계로 돌아온 '더 킹'김은숙 작가는 최근 이른바 3부작 '태양의 후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그리고 '미스터 션샤인'을 연거푸 성공시켰다. 모두 대작인 데다 김은숙표 멜로가 새로운 영역에의 도전으로 거둔 성취인지라 그 의미는 남달랐다. 그래서 신작 '더 킹'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첫 회부터 11.4%(닐슨 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낸 건 그 기대감의 반증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평행세계라는 새로운 세계관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납득되지 못했고, 백마 타고 등장한 황제는 여전히 '백마 탄 왕자님'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본래 김은숙표 판타지는 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소 황당한 설정조차 달달한 멜로와 귀에 콕 박히는 시적인 대사들로 믿고 싶은 세계를 그려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 '더 킹'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고, 그 세계를 넘나드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낯선 데다, 멜로 또한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난항을 겪게 됐다. 이런 반응들을 시청률은 고스란히 반영했다. 조금씩 빠지더니 8.1%까지 추락한 것.물론 '더 킹'이 그려내는 평행세계는 흥미로운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즉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두 세계를 넘나들며, 같은 인물이지만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마치 장기 말처럼 이리저리 배치함으로써 두 세계를 모두 장악하려는 이림(이정진)과 이러한 세계의 교란과 혼돈을 막으려는 이곤(이민호)과 정태을(김고은)의 대결은 흥미롭다. 특히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을 유혹해 저 편 다른 세계에 있는 도플갱어를 제거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려는 이림의 야망은 마치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마력을 보여준다. 이림이 가진 야망과 큰 그림은 그래서 '더 킹'의 평행세계라는 세계관에 강력한 힘을 만들어낸다. 그와 맞서는 이곤과 정태을의 세계를 뛰어넘는 공조(?)와 멜로가 정당성을 얻는 것도 그 때문이다.하지만 이러한 색다른 세계관을 가져오면서 너무 익숙한 김은숙표 로맨틱 코미디라는 설정들을 초반에 많이 배치한 건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낯선 세계에 좀 더 정면으로 부딪쳐 색다른 스토리텔링을 구사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김은숙표 로맨틱 코미디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 색다른 세계관을 가진 작품 역시 그런 뻔한 멜로가 아닌가 하는 오인을 불러 일으켰고, 그 멜로 또한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드라마는 폭넓은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멜로 빼놓고 보면 독특한 세계관의 도전이 보인다사실 김은숙 작가와 멜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그의 초창기 작품들인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그리고 '연인'이라는 이른바 '연인 3부작'은 김은숙 작가를 멜로 장인이라는 지칭으로 불리게 했다. 그 후에도 '시크릿 가든' 같은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김은숙 작가는 신데렐라 판타지를 주로 담는 멜로를 계속 그려왔다는 점에서 비판받기도 했다.그러던 김은숙 작가가 최근 쓴 '태양의 후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은 그의 멜로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진화함으로써 그의 진가를 드러냈다. 즉 '태양의 후예'를 통해 의학드라마, 액션, 재난 같은 다양한 장르들을 실험했고,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서는 문학적인 서사를 통해 시공을 뛰어넘는 판타지를 시도했으며,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구한말 의병의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그려냈다.그래서 이번 작품인 '더 킹'에서도 평행세계라는 새로운 세계관이 그의 멜로와 어떻게 어우러질 것인가가 궁금했던 지점이었다. 하지만 평행세계라는 매력적인 세계관을 그려내면서 거기 얹어진 멜로가 이미 '연인' 시리즈와 '시크릿 가든' 같은 작품에서 흔히 활용되던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건 한계로 지목되었다. 즉 모두가 기대하는 멜로의 구도가 그리 신선하지 못했고 나아가 지금의 젠더 감수성에도 부응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발목을 잡은 상황이 되었다.그래서 멜로를 빼놓고 보면 '더 킹'은 마치 해외 SF 판타지 드라마의 세계관을 가져온 듯한 신선함이 분명히 존재한다. '0과 1의 세계를 넘나들며' 두 세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이림과 그 질서를 지켜내려는 이곤의 대결이 벌어지고 그래서 과연 누가 영원(0과 1)의 군주가 될 것인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이다.차라리 멜로를 넣지 않고 장르의 묘미를 극대화했거나, 멜로를 넣는다면 이 색다른 세계관에 맞는 색다른 멜로를 구사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어쩌면 김은숙 작가 역시 두 개의 세계에서 갈등한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늘 그려왔던 익숙한 멜로의 세계와 지금의 트렌드가 요구하는 색다른 장르의 세계 사이에서. 그 두 개의 세계를 모두 섭렵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맞는 균형점을 내놓는 건, 어쩌면 0과 1 두 세계를 평정해 영원의 군주가 되는 일만큼 어렵다는 걸 '더 킹'을 통해 김은숙 작가는 절감하고 있지 않을까.

2020-05-14 17: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돌아온 ‘삼시세끼’ 어촌편5…고립을 힐링으로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돌아온 ‘삼시세끼’ 어촌편5…고립을 힐링으로

tvN '삼시세끼' 어촌편이 시즌5로 돌아왔다. 시작부터 시청률이 9.2%를 넘기며 일찌감치 대박 프로그램을 예고했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의 일상. '삼시세끼' 어촌편5의 무엇이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을까.◆5년 만에 돌아온 '손이 차유'아마도 시청자들은 차승원,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이번 tvN '삼시세끼' 어촌편5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더 높았을 게다. 이른바 '손이 차유'로 불리는 이들의 조합이야말로 진정한 '삼시세끼' 어촌편의 원조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삼시세끼'는 2014년에 첫 방송을 시작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그 스핀오프격으로 어촌편이 이듬해에 방영되면서 최고 시청률 13.3%(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 해에 다시 돌아온 시즌2 역시 13%대의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였다.만재도라는 섬에서 지내는 이들의 '삼시세끼'가 이토록 큰 인기를 끌었던 건 거친 듯 섬세하게 뭐든 척척 요리를 해내는 '차줌마' 차승원과 우리네 가장의 무거운 어깨를 보여주며 매일 낚시를 하러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인 유해진의 부부 같은 케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들을 보조하는 손호준이 등장하면서 이 조합은 완성되었다. '삼시세끼'의 기획의도가 그러한 것처럼 이들은 섬에서 낚시를 하거나 채취를 해서(때로는 슈퍼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세 끼를 챙겨먹는 모습만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하지만 이 완전체가 다시 어촌편으로 돌아오는 데는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어촌편 시즌3, 4는 이서진과 에릭, 윤균상이 출연했고, 2019년 차승원과 유해진은 어촌편 대신 '스페인 하숙'에 배정남을 더해 출연했다. 그래서 5년 만에 모인 '손이 차유' 완전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만들었다.첫 회는 이들의 조합이 말하지 않아도 척척 일이 돌아갈 정도로 잘 맞는가를 보여줬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유해진은 불을 피우고 차승원은 오자마자 김치에 깍두기를 담그기 시작했고 손호준은 차승원을 찰떡같이 보조해줬다. 이들은 그저 추적추적 비 내리는 그 곳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해변에서 따온 전복으로 된장국을 끓이고 콩나물밥을 해먹는 그 과정을 보여줬다. 불 피운 아궁이로 따뜻해진 방 안에 둘러 앉아 맥주 한 잔 마시며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고립을 힐링으로 바꾼 역발상이번 시즌5는 만재도 아닌 죽굴도라는 무인도에서 촬영되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주민분들이 사는 만재도에 촬영팀이 들어가는 건 그 자체로 민폐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예 사람이 없는 죽굴도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베이스캠프를 마련해 들어갔다.사실 조심스러울 수 있는 기획이 아닐 수 없었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무인도 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이 자칫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의 부유층들은 코로나19를 피해 자신들의 소유한 섬으로 들어가 호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이런 우려를 첫 회 만에 날려 보냈다. 조심스럽게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이 이번 편에 임하는 자세와 의도를 전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답답한 시국에 그들은 한 목소리로 "조금이라도 웃으셨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게다가 이들의 일상은 호화로움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소소한 것들이었다. 빗속에서 겉절이를 담그고 걸어서 11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섬을 산책하고, 끼니를 챙겨먹는 소소한 일상들. 하지만 이 소소한 일상은 코로나19로 자발적인 고립의 삶을 지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힐링이 아닐 수 없었다.◆ 더 간절해진 삼시세끼의 소중함'삼시세끼' 어촌편5가 죽굴도라는 무인도에 들어가 마치 소꿉장난하듯 끼니를 챙겨먹으며 보내는 편안한 일상은 고립을 힐링으로 바꾼 역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무인도는 다른 시각으로 보면 고립된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고립을 오히려 조용히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바꾼 건 그 곳을 함께 찾은 사람들의 끈끈한 관계 덕분이다.결국 이 관전 포인트는 그대로 코로나19로 인해 고립된 일상을 보내는 시청자들 역시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 어려운 시국을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저들이 무인도에서 수제비와 된장찌개를 끓여가며 삼시세끼를 해먹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것처럼, 우리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 끼를 챙겨먹는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물론 애초부터 '삼시세끼'는 이런 고립된 곳에서의 일상의 즐거움을 전면에 꺼내 보인 바 있다. 정선편에서 첫 시도됐던 '삼시세끼'는 지금껏 여행예능들이 바깥으로만 떠돌던 것에서 벗어나 정착한 이들의 한가로운 한 때를 담아냄으로서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어디 푹 박혀서 세 끼나 챙겨 먹고픈 도시인들의 고립의 욕망을 건드렸던 것.그래서 코로나19라는 시국에 등장한 이번 '삼시세끼' 어촌편5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진가를 더더욱 드러내는 면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늘 보여줬던 우리가 별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던 일상의 가치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도드라져 보여서다.

2020-05-07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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