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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시, 봄'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다시, 봄' 리뷰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이 판타지는 시간과 관련된 무수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아내와 자식의 죽음, 또는 잃어버린 연인, 아버지와의 따뜻했던 시간… . 소중한 것을 되살리고 싶은 애틋함과 그리움은 타임리프, 타임워프, 타임슬립 등 여러 영화들로 세분화되면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다시, 봄'은 타임슬립 형 영화다. 시계가 거꾸로 가듯이 하루씩 시간이 되돌아가는 것이다.싱글맘 은조(이청아)는 소중한 딸이 살해당하면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수련회에 간 유치원생 딸이 치매 노인의 잘못으로 물에 빠져 죽지만 그 노인은 병을 이유로 요양원에서 잘 지내고 있다. 은조는 이를 바꾸기 위해 1인 시위도 벌이지만 세상은 아무도 그녀의 고통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결국 그녀는 자살을 결심하고, 온라인으로 만난 이들과 결행에 옮긴다. 그러나 도중에 포기하는 이가 생기면서 그녀는 다시 눈을 뜬다. 그러나 함께 했던 호민(홍종현)은 세상을 떠난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는데, 바로 어제. 그 다음날은 그저께. 매일 하루씩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은조는 사고가 난 그날로 돌아가 딸을 구하려고 결심한다.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7년 전 딸을 낳기 전으로 되돌아간다. 그녀는 호민의 인생까지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건다.'다시, 봄'은 자식을 살려내기 위한 엄마의 간절함과 어느 덧 그녀의 일상에 들어온 남자를 구하기 위한 여자의 노력을 시간 판타지에 녹여 놓은 영화다. 시간의 소중함 속에서 현재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시간여행을 그린 영화의 단골 레퍼토리이고, 이 영화 또한 그런 의도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쉽게 공감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주인공 은조는 딸을 구하는 엄마 은조와 남자를 구하기 위한 여자 은조, 그리고 다시 현재로 되돌아가고 싶은 사람 은조의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셋 모두 절박함이 생명이다.주인공 이청아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의 싱글맘이다. 기자라는 직업에 1인 시위까지 불사하는 거친 이미지는 아니다. 모성애를 표현하는 감성연기는 눈길을 끈다. 특히 호민을 대하는 애틋함은 잘 묻어난다. 그러나 세 캐릭터가 보여줘야 할 절박함은 묻어나지 않고, 그래서 캐릭터에 몰입이 쉽지 않다.'다시, 봄'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은 줄거리 보다 생략과 상상으로 그려내는 이미지들이다. 이를 영화로 옮기기 위해서는 만화적 프레임 밑에 있는 개연성과 내러티브를 살려내야 된다. 그러나 영화는 이 부분 보다 로맨스와 멜로, 여고생 감수성 트랜드만을 쫓고 있다. 그래서 만화의 컷처럼 한 장면에만 신경 쓴 듯 전체의 조화는 보이지 않는다.정용주 감독은 엄정화 주연의 '오로라 공주'(2005)의 조감독과 각본을 거쳐 '네버엔딩 스토리(2011)로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대상을 받기도 했다.'다시, 봄'은 예쁜 그림이 그려진 여고생의 노트같은 영화다. 꽃잎이 떨어지는 책상에 놓아두면 좋을 예쁘기만 한 그림책이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시간여행을 다룬 용어들을 살펴보자.1. 타임루프(Timeloop)타임루프는 고리처럼 특정한 시간 속에 갇혀 맴도는 것을 말한다. 그 시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똑같은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설정이다.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1993)과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가 대표적이다. 2. 타임리프(Timeleap)자신의 의지대로 과거와 미래로 시간을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타임머신' 도 타임리프 영화인 셈. '백 투더 퓨처'(1985)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어바웃 타임'(2013)이 여기에 해당된다. 3. 타임워프(Timewarp)타임워프는 시간이 왜곡(warp)되는 것을 뜻한다.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나 미래가 혼재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다. 사건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프리퀀시'(2000), '동감'(2000), '나비효과'(2004)가 그런 영화다. 4. 타임슬립(Timeslip)미끄러지다는 뜻의 슬립처럼 시간이 미끄러져 어느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1994년 무라카미 류의 소설 '5분 후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시간의 흐름에 올라탄 케이스다. '시간여행자의 아내'(2009)가 대표적이다.

2019-04-17 13:21:37

[김중기의 필름통] 슈퍼 히어로의 계보

지난 주 '샤잠'에 이어 이번 주에는 '헬보이'까지 등장해서 극장가에 초능력 히어로의 성찬을 벌이고 있다.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이 고작이던 것이 아이언맨, 아쿠아맨, 토르에 데드풀, 캡틴 마블, 타노스... . 수도 없는 히어로들이 출현해서 스크린을 누비고 있다. 그 바람에 과거 람보나 코난, 코만도와 같은 생활형 액션 히어로들은 모두 짐을 사고,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들만 극장가에 난무하고 있다.과거 하나씩 등장하던 '맨' 들이 이제 단체로 등장해서 '어벤저스'니 '저스트스 리그'니 그룹화하고, 리메이크를 넘어 리부트, 프리퀄 등의 이름을 달고 나오니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참에 슈퍼 히어로의 계보를 한번 정리해야 될 듯 싶다.시퀄(sequel)은 원작 스토리의 뒷이야기를 그린, 말 그대로 속편이란 뜻이고, 프리퀄(prequel)은 원작의 선행 이야기를 다룬 것을 말한다.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은 유인원이 어떻게 지능을 가지게 된 것인지를 알려주는 '혹성탈출'의 프리퀄인 것이다.'리부트'는 단순히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리메이크와 달리 속편의 연속성을 뒤엎고 새롭게 구성한다는 의미다. 컴퓨터의 재시동(reboot)과 같다는 뜻이다. '배트맨'의 경우 배트맨 내면의 어두움을 강조하고, 악과 선의 세계관을 새로 구성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가 여기에 해당된다.슈퍼 히어로의 계보에는 두 집이 있다. 바로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다.얼마 전 개봉해 히트를 친 '캡틴 마블'이 마블, 지난주에 개봉한 '샤잠'이 DC 집안 소생이다. 슈퍼 히어로의 인기에 힘을 입어 등장했지, 인기가 없었다면 여전히 만화책 속에 있었을 캐릭터들이다.DC에는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아쿠아맨, 슈퍼걸, 캣우먼 등이 있고, 마블에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앤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타노스 등이 형제로 있다. DC 집안 자녀들은 진지하고, 약간 어둡다. 영화도 스토리를 더 중시하는 편이다.이에 비해 마블 집 형제들은 성격이 경쾌하고, 트랜드를 따르는 편이다. 영화는 스토리 보다 주인공들의 캐릭터에 치중한다.두 집안 형제들이 큰 일이 생기면 올스타팀을 구성해 대응하는데, DC집에서는 이를 '저스티스 리그'라고 하고, 마블에서는 '어벤져스'라고 이름을 붙였다.DC는 1937년 '디텍티브 코믹스'(Detective Comics)에서 출발했다. 1967년 영화사 워너 브라더스에 합병되면서 1978년 첫 슈퍼 히어로 영화 '슈퍼맨'과 1989년 '배트맨'이 제작돼 큰 인기를 모았다.마블은 1939년 타임리 코믹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가 1961년 마블 코믹스로 바뀌었다. 1986년 마블 엔터테인먼트로 개명했고, 2009년 월트 디즈니에 인수됐다. 이쯤에서 DC와 마블의 세대주가 대형 영화사인 워너와 디즈니인 것이 드러난다.지난 달 디즈니가 20세기 폭스사를 713억달러(약 80조 6천억원)에 인수하면서 슈퍼 히어로의 계보도 변화가 생긴다. 20세기 폭스사에 소속된 슈퍼 히어로가 엑스맨, 퀵 실버, 판타스틱4, 데드풀 등이 있는데 이들이 모두 디즈니사로 주소지를 옮기게 된다. 그러면 캡틴 마블의 슈퍼 파워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양대 산맥에 신생 조직이 하나 더 가세한다. 바로 다크호스 코믹스다. 아직 생소한 세력이다. 이 집안의 가장 큰 장남이 바로 '헬보이'다.'헬보이'는 나치의 음모로 지옥에서 인간 세상으로 나온 악마의 혈통이다. 그러나 악을 상징하는 뿔을 스스로 잘라내고, 면도하듯 매일 갈아대면서 선의 편에 서서 악과 싸운다. 뒤늦게 태생의 비밀을 알면서 정체성의 고민에 휩싸이기도 하는 캐릭터다.외계의 힘, 잘못된 실험, 부의 과시 등 비이상적인 힘에 의해 생겨난 슈퍼 히어로와 격을 달리한다.다크호스 코믹스는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제작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태어난 아이들이 억만장자가 수집해 입양한다. 이들은 모두 초능력자들이다. 이 아이들이 양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세계 멸망의 위협에 맞서는 히어로물이다. 이들 외에 '마스크' '300' '씬 시티' 등이 다크호스 코믹스가 배출한 영화들이다.출생과 양육에 흥미로운 슈퍼 히어로 캐릭터가 하나 있으니 바로 스파이더맨이다. 스파이더맨은 소니 픽처스 집안 자식이다. 변변한 형제도 없고, 그래서 슈퍼 히어로계의 '왕따'와 같은 존재다. '어벤저스' 군단에도 포함되지 못했다.그래서 소니가 마블 집안에 입양 보낸다. 소니가 스파이더맨을 독립적으로 제작하는 것을 포기하고 마블과 합동 제작할 것을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그래서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부터 어벤저스와 함께 출연하게 됐다.'라이언 킹' '인어공주' 등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디즈니가 20세기 폭스를 인수하면서 앞으로 슈퍼 히어로의 전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흥행에 눈이 멀어 눈요깃거리만 남발하는 미국 영화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말이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4-10 14:30:10

영화 '파이브 피트'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바이스감독:아담 맥케이출연: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대기업의 CEO에서 펜타곤 수장을 거쳐 미국 부통령까지 오른 딕 체니(크리스찬 베일)의 재임시절을 그린 영화다. 이면에서 내린 결정들이 세계의 흐름을 바꿔 놓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예일대에 입학한 딕 체니는 술에 쩔어 지내다 퇴학당한다. 그래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궁색하게 살아간다. 당시 여자 친구였던 부인 린 체니는 그를 포기하지 않는다. 딕 체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국회 인턴으로 시작해 11년만에 최연소 백악관 수석에 오른다. 이후 국방부 장관, 민간 군사 기업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 된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2016년 '빅 쇼트'를 연출한 감독이다. 월 스트리트를 물 먹인 4명의 괴짜 천재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렸었다. '바이스'에서도 세계 역사를 바꿔 놓는 그 순간, 백악관 가장 깊숙한 곳으로 카메라를 돌려 결정적인 장면들을 보여준다. 바이스는 미국 부통령을 의미한다. 132분. 15세 이상 관람가 ◆미성년 감독:김윤석출연:염정아, 김소진, 김혜진, 박세진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같은 학교 2학년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가 학교 옥상에서 만났다. 최근 주리의 아빠 대원(김윤석)과 윤아의 엄마 미희(김소진) 사이에 벌어진 일을 알게 된 두 사람. 이 상황이 커지는 것을 막고 싶은 주리는 어떻게든 엄마 영주(염정아) 몰래 수습해보려 하지만 윤아는 어른들 일에는 관심 없다며 엮이지 않으려 한다. 그 때, 떨어진 주리의 핸드폰을 빼앗아 든 윤아는 영주의 전화를 받아 그 동안 감춰왔던 엄청난 비밀을 폭로해 버리고, 이를 본 주리는 충격에 빠진다. 감독은 "화목했던 가족 사이를 균열 시키는 것은 비밀과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 비밀과 거짓말이 들통이 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고 했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배우들의 역할로 비틀었다. 제목은 어른이 어른스럽지 못한 것을 비유하고 있다. 96분. 15세 이상 관람가 ◆파이브 피트 감독:저스틴 발도니출연:헤일리 루 리처드슨, 콜 스프로즈가까이 갈 수도 없고, 안을 수도 없고, 키스할 수도 없는 두 사람. 과연 사랑이 이뤄질까.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6피트 안으로 접근해서도, 접촉해서도 안 되는 병 낭포성 섬유증을 가진 스텔라와 윌. 첫눈에 반한 둘은 안전거리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서로에 끌린다. 병 때문에 지켜야 했던 6피트에서 1피트 더 가까워지는 걸 선택하고 처음으로 용기를 내 병원 밖 데이트를 결심한다. 그러나 갑자기 숨을 쉬지 못하는 스텔라. 윌은 그녀를 살리기 위해 안전거리를 어기게 된다. 독특한 상황을 소재로 한 '파이브 피트'는 서로를 향한 눈빛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첫 사랑의 순수함과 애틋한 감정을 선사한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 했다. 낭포성 섬유증은 폐, 췌장, 소화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 질환이다. 북미에서 제작비의 6배에 가까운 흥행수익을 올렸다. 116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9-04-10 12:54:29

영화 '생일'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생일'

불면의 밤. 20대에 절망과 불안으로 몇 차례 그런 적이 있지만 성인이 된 후 그러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전 3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샌 적이 있었다. 2014년 4월이었다.세월호. 첫날 오전 침몰과 구조소식이 오락가락했지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저 애들을 못 구할까. 눈에 보이는데, 선창을 깨고 들어가면 되는데. 금방이라도 애들을 구해 나올 것만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었다.그러나 구조는 없었다. 이튿날도 그랬다. 골든타임 72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못 구했다. 실망이 분노로, 다시 슬픔으로, 그리고 자책감으로 괴로웠다. 지난달 목포 신항에 덩그러니 올라 있는 세월호를 보면서 복받치는 슬픔에 손이 떨렸다. 세월호는 나에게 시간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됐다.세월호 참사를 다룬 첫 상업영화 '생일'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그리고 있다.사고가 난 지 2년 후인 2016년. 순남(전도연)은 아들 수호를 잃고 딸 예솔과 둘이 산다. 그동안 곁에 없었던 남편 정일(설경구)이 귀국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혼자 큰 슬픔을 겪은 순남은 정일을 반기지 않는다. 문도 열어주지 않고, 며칠 뒤 그에게 이혼서류를 내민다.순남은 웃음을 잃어버렸다. 사람과의 만남도 꺼린다. 퇴근길에 미수습자와 선체의 인양을 주장하는 거리 서명운동의 메가폰 소리가 듣기 싫어 음악을 켠다. 묘소에서 만난 부모들이 애써 밝은 척하자 "소풍 오셨어요?"라고 매몰차게 쏘아붙인다.그러나 그녀는 슬픔을 혼자 감내하며 속으로 파고든다. 철이 바뀌면 아들의 옷을 사 오고, 현관 센서등이 켜지면 아들이 온 것 아닌가 화들짝 놀란다. 모임의 대표가 수호의 생일을 준비하려고 하자 "그걸 왜 해요?"라면서 거부한다.순남의 이런 태도가 더욱 가슴 아리게 한다. 애써 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분노를 강요하지 않는다. 남은 가족들의 일상 속에 깊게 녹아져 있는 슬픔을 세밀하게 그려내 보여줄 뿐이다. 애써 담담하게 보내던 순남은 어느 날 밤 꿈에 아들을 만나면서 참았던 울음을 토해낸다.'생일'은 순남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얼마나 크고 이겨내기 힘든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남편과 딸, 그리고 수호의 친구들을 등장시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공유하게 한다. 오빠에게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예솔은 언제나 뒤로 밀린다. 서운해하는 딸에게 "오빠는 밥도 못 먹는데 반찬 투정을 해?"라고 소리친다. 베트남 공장 사고 때문에 도저히 귀국할 수 없었던 남편 정일도 아내에게는 어쩔 수 없는 가해자가 되고 만다.순남은 우리 모두가 겪은 트라우마의 상징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식의 죽음을 보상금으로 저울질하거나, '유난 떤다'는 주위의 시선, 등록금을 경감해준다는 보도에 "돈 생기면 좋지"라며 세속적인 조소를 보내는 모든 것들에 대한 항변과도 같다.모든 죽음에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순남은 죽음을 인정할 수도 없고, 슬픔을 나울 수도 없다. 드디어 너 없는 너의 생일이 준비된다. 그리고 30여 분에 걸친 슬픔과의 맞 대면,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일상.'생일'은 슬픔을 겪어내는 과정을 통해 내상(內傷)을 회복하는 한 가정의 모습을 그린 영화다.감독(이종언)은 봉사활동으로 유가족 곁을 지키면서 겪은 일들을 기록했고, 그 느낌을 영화로 진정성 넘치게 담아 내고 있다. 세월호의 아픔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꿈틀거리며 살아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든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토리를 위한 기교나 과장이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는 정직하게 바른 길로만 간다. 관객에게 트라우마를 일깨우며 슬픔을 나누고 함께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영화적으로 아쉬움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순남 역의 전도연은 '밀양'에서 딸을 잃은 엄마의 절절함을 '생일'에서도 내면 연기로 잘 표현하고 있다. 그녀가 아파할 때 마다 객석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미국 9·11 테러 때 불타는 무역센터에서 몸을 던져 사망한 이가 200여명이나 된다. 어느 미국 심리학자의 말로는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기대하는 것은 희망이라고 했다. 천사가 나타나 나를 안아 안전하게 땅에 내려놓을 것이라는 바람이라는 것이다.차오르는 물속에서 그 애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선창 밖에 있는 많은 배들이, 거기에 있는 어른들이 나를 구해줄 것이란 믿음.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아무도 구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계속된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4-03 13:30:21

영화 '샤잠'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샤잠 감독:데이비드 F. 샌드버그출연:재커리 레비, 애셔 앤젤, 마크 스트롱DC의 야심작이다. 이제까지 히어로들과 달리 사춘기 철부지 영웅이다. 열다섯 소년 빌리 뱃슨(애셔 엔젤)은 세 살 때 엄마와 헤어진다. 우연히 탄 지하철을 통해 신비로운 세계에 이끌려 간다. 그곳에서 후계자를 찾던 마법사를 만나고 슈퍼히어로 샤잠(제커리 레비)으로 다시 태어난다. '샤잠!'이라고 주문을 외치면 슈퍼히어로로 변한다. 그는 이후 7가지 대죄(분노·질투·식탐·색욕·나태·교만·탐욕)를 품은 시바나 박사(마크 스트롱)와 맞서게 된다. 샤잠(Shazam)은 여러 신들의 힘을 모아놓은 히어로다. 지혜의 솔로몬(S), 힘의 헤라클레스(H), 체력의 아틀라스(A), 권위의 제우스(Z), 용기의 아킬레스(A), 스피드의 머큐리(M). 강력한 슈퍼파워를 지닌 거구인데 마음은 10대 소년이다. 외형 자체도 우스꽝스럽다. 가슴 한가운데 노란 번개가 박힌 빨간색 쫄쫄이에 순백색 망토를 장착했다. 히어로 중에서 생소할지 모르지만 배트맨보다 출판이 6개월 정도 빠른 경력을 가지고 있다. 132분. 12세 이상 관람가 ◆로망 감독:이창근출연:이순재, 정영숙, 조한철매일 라디오를 듣는 택시 운전기사 남봉(이순재)과 매자(정영숙)는 결혼 45년차 노부부다. 박사 출신 백수 아들 진수(조한철), 학원강사로 일하는 며느리 정희(배해선), 손녀 은지(이예원)와 한 집에서 살아간다. 어느 날 매자에게 갑자기 치매가 찾아온다. 설상가상으로 남봉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두 사람의 현재 기억은 잊혀져 가고, 과거의 기억이 선명해진다. 그 속에서 묻어뒀던 슬픔과 잊고 지냈던 자신들의 로망이 서서히 드러난다. 치매를 소재로 한 노부부의 이야기. 이제까지 둘 중 한쪽만 치매를 겪지만, 이 영화는 둘 다 치매에 걸린다는 것이 다르다. 이순재와 정영숙은 20대 연인에서부터 70대 부부의 모습을 구현했다. 두 사람의 현실감 넘치는 대사와 연기력이 진지하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부부의 사랑을 일깨워주며 노년의 부부의 아릿한 로맨스로 감동을 전한다. 112분. 전체관람가 ◆나의 작은 시인에게 감독:사라 콜란겔로출연:매기 질렌할, 파커 세박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리사(매기 질렌할)는 따분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시를 통해 예술적 욕망을 충족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재능이 따라주지 않는다. 우연히 학생 중 다섯 살 지미가 시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아이의 시를 자신의 시 수업에서 발표하게 한다. 시를 사랑하는 평범한 유치원 교사가 다섯 살 천재시인을 만나면서 잔잔했던 일상이 흔들리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은 작품이다. 여성 감독 사라 콜란겔로는 "충족되지 않은 열망을 가진 한 여성에 관한 심리 스릴러"라고 했다. 제자의 재능을 키워주고 싶다는 멘토로서의 마음과 천재적 재능에 대한 질투가 어지럽게 뒤섞이고, 결국 점점 더 위험한 생각으로 빠져 들어간다. 칸영화제 공식초청작인 나다브 라피드 감독의 원작 영화 '시인 요아브'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제34회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9-04-03 12:59:38

영화 '어스'

[김중기의 필름통] 어스 리뷰

'나는 누구인가?'이 같은 근원적 물음을 다룬 공포영화들이 많았다. 평행이론과 도플갱어(닮은 분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대부분 그랬다. 나 이외의 모든 것은 타자 또는 적이라는 가정에서 비롯된 이야기다.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걸트영화의 걸작이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좀비들이 인간들을 공격한다. 소수의 사람들이 가옥에 피신한다. 철저한 공간의 구분. 밖은 공포와 절망의 공간이고, 내부는 안전한 울타리이다.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의 냉전, 1960년대 공산주의자를 색출하는 매카시 선풍으로 인한 철저한 이분적 사고. 모르는 타자가 아닌 내가 잘 아는 이웃이고 친구가 전화(轉化)돼 나타났을 때 진정한 공포가 좀비의 배경이다.'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고립된 사람들은 두 가지 방법으로 갈등한다. 백인 부부는 더 깊이 지하실로 숨자고 고집하고, 흑인청년은 터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지하로 가는 것은 소통이 불가능한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반대한다. 당시 미국인들의 비이성적 불안과 공포를 은유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침이 되자 흑인은 창가에 서 있다가 진압하러 온 경찰의 총에 숨져버린다. 도대체 누가 적이란 말인가?'우리는 누구인가?'영화 '어스'의 광고카피다. 조던 필 감독은 영화 '겟 아웃'(2017)으로 큰 주목을 받은 코미디언 출신 감독이다. '겟 아웃'은 미국에 아직도 만연한 인종 차별을 공포영화로 기발하게 풀어내 격찬을 받았다. 여러 장치들을 통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신선함을 주었다.'어스' 역시 여느 공포영화와 달리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품고 있으며 스타일은 세련되고 지적인 공포영화다.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크루즈 해변. 한 가족이 놀이공원에 온다. 어린 애들레이드는 아버지가 한 눈 파는 사이 '공포의 집'에 들어간다. '영혼의 여행, 당신을 찾으세요'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거울로 가득 찬 방에서 놀라운 소녀와 만난다. 바로 자신과 똑같이 닮은 도플갱어다.현재로 넘어와 성인이 된 애들레이드(루피타 뇽)는 남편 게이브(윈스턴 듀크), 딸 조라(샤하디 라이트 조셉), 아들 제이슨(에반 알렉스)과 함께 산타 크루즈 해변 별장을 찾는다. 어린 시절 악몽이 되살아나 불안한 그녀 앞에 빨간 옷을 입은 한 가족이 나타난다.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그들 자신이었던 것이다.우리(us)를 뜻하는 '어스'는 나를 공격하는 나가 아닌, 우리를 공격하는 우리로 진화된 공포영화다. 반응속도도 느리고, 전염성도 거친 좀비와 달리 자신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이미 고도로 복제된 대상이 우리 가족을 공격하는 것이다. 타자에 대한 적대적 시선과 외부에 대한 공포가 이미 선을 넘어 내부에 들어온 그들 자신이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미국 사회의 부조리와 그들이 이미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을 은유한다. 애들레이드가 자신을 공격하는 그들에게 "누구냐?"고 묻자 "우리는 미국인이다"라고 답하는 것이나, 어스(US)가 미국(US, the United States)을 연상시키는 것도 그것이다.1986년 또한 의미가 있는 시대 설정이다. "1천200만개의 눈과 9천200만개의 이빨을 가진 자"들이 산타 모니카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인간 띠 캠페인을 벌이던 해다. 빈곤 퇴치를 위한 것이지만, 영화는 신자유주의와 그때 초래된 불평등과 양극화를 현재의 공포로 꼬집기도 한다.1986년 인간 띠 잇기로 시작해서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거대한 장벽을 그리며 끝난다. 외부를 모두 적으로 인식하고, 인공적 장벽을 세워 막으려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그려지는 대목이다.'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는 피할 집이 있지만, 이들은 갈 곳이 없다. 내가 곧 적이기 때문이다. 영화 몇 곳에 등장하는 성경 예레미아 11장 11절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에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즉'은 이 재앙이 신을 거역한 10절의 대가로 필연적임을 강조한다.'겟 아웃'처럼 인종 차별을 내세우지 않지만, 흑인 중심적인 시선은 엿보인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흑인이 죽어버리는 허무함(?)은 없다.비교적 묵직함 함의들을 품고 있지만, '겟 아웃'처럼 연출의 세련미와 경쾌함도 잊지 않는다. 죽어가는 백인 여성이 음성인식 장치에게 "경찰을 불러줘"라고 하자 힙합그룹 N.W.A의 "'F**k The Police'(경찰 엿먹어)를 불러 드릴께요"라는 장면이나, 누가 더 많이 죽였는지를 가지고 운전대 실랑이 하는 모습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호두까기 인형'의 곡에 맞춰 발레하는 모습으로 둘을 극명하게 대비한 것도 애잔함을 자아내는 시퀀스다.힙합과 합창, 음울한 사운드, 천정을 불안하게 두드리는 빗소리 등 음악과 결합된 사운드들이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블랙 팬서'의 루피타 뇽의 연기가 돋보인다. 공포에 저린 얼굴이 일순간 싸늘한 미소로 번질 때 관객을 경악하게 한다. 116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3-27 13:00:10

영화 '강변호텔'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덤보감독:팀 버튼출연:콜린 파렐, 마이클 키튼, 에바 그린덤보는 디즈니가 1941년 제작한 애니메이션 '덤보'의 커다란 귀를 가진 아기 코끼리다. 커다란 귀 때문에 서커스단에서 놀림을 받다가 결국 쫓겨나지만 생쥐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하늘을 난다는 줄거리다. 환상과 상상 속의 이야기로 관객을 매료시킨 팀 버튼 감독이 이 덤보를 실사로 옮겼다. 애니메이션 속 동물친구를 인간들로 바꾸고 CG로 귀여운 덤보를 재탄생시켰다. 서커스단의 웃음거리가 된 덤보. 어느 날 왕년의 서커스 스타였던 홀트(콜린 파렐)와 그의 아이들이 덤보가 귀를 펄럭이며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능한 사업가(마이클 키튼)가 덤보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접근하고, 매력적인 공중곡예사 콜레트(에바 그린)와 함께 하늘을 날며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그러나 덤보와 친구들은 환상적인 쇼를 둘러싼 어둠의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111분. 전체관람가 ◆콜레트감독:워시 웨스트모어랜드출연:키이라 나이틀리, 도미닉 웨스트2014년 아내의 그림을 남편이 발표해 유명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빅 아이즈'라는 영화가 있었다. 눈이 큰 아이들을 주로 그렸던 화가 마가렛 킨의 실화였다. '콜레트'는 20세기 초 프랑스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1873~1954)의 이야기를 그렸다. 프랑스 작은 마을의 소녀 콜레트. 바람둥이 소설 편집자 윌리와 사랑에 빠져 파리에 왔지만 행복하지 않다. 파리의 콧대 높은 사교계에 지쳐갈 무렵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윌리의 부탁으로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쓰게 된다. 콜레트의 소설은 남편의 이름으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급기야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을 딴 브랜드까지 불티나게 팔리며 신드롬을 일으킨다. 패션과 헤어스타일까지 유행을 일으키며 대성공을 얻지만 모든 성공과 명예는 남편에게 돌아간다. 급기야 콜레트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로 결심한다. 112분. 15세 이상 관람가 ◆강변호텔 감독:홍상수출연:기주봉, 김민희, 송선미기주봉은 '북촌방향'(2011), '누구의 딸도 아닌 해언'(2013),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등 홍상수 감독과 호흡을 맞춰왔다. '강변호텔'에서 단독 주연을 맡았고, 지난해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홍상수 감독의 23번째 장편영화인 '강변호텔'은 중년 남성 영환(기주봉)이 두 명의 젊은 여성과 자신의 자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강변 호텔에 공짜로 묵는 시인 영환한테 두 아들 경수(권해효), 병수(유준상)가 찾아온다. 영환이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이 죽을 것 같다는 느낌에 두 아들을 부른 것이다. 호텔에는 같이 살던 남자에게 배신당한 상희(김민희)도 묵고 있다. 상희를 위로하기 위해 친한 언니 연주(송선미)가 호텔을 찾아온다. 이혼한 아버지가 두 아들에게 "사람이면 진짜 사랑을 따라야지. 미안함 때문에 계속 살 수 없는 거야"라고 한다. 불륜 스캔들 속에서 힘든 감독의 상황들을 영화 속에 녹여 내고 있다.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9-03-27 12:59:49

김중기 필름통 대표

[김중기의 필름통] 넷플릭스의 출현과 영화의 변혁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최초로 장편영화를 찍은 것은 1971년, '듀얼'이란 작품이었다. '듀얼'은 소시민이 도로에서 거대한 트레일러와 죽음을 건 사투를 벌이는 내용으로 스필버그의 스릴러적인 감각이 돋보인 영화였다.그러나 이 영화는 그의 감독 데뷔작이 아니다. 3년 후인 1974년 감독한 '슈가랜드 특급'이 데뷔작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유는 '듀얼'이 ABC 방송사에서 방영된 TV용 영화였기 때문이었다.영화적으로 볼 때 완벽한 한 편의 장편영화임에도 이런 대우를 받은 것은 영화 메커니즘에 기인한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탄생된 이후 영화는 제작과 배급, 상영의 세 단계를 유지했다. 반드시 극장 상영이 돼야 영화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90년대 비디오용 영화들이 영화로 인정받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120년간 유지된 이 관행이 깨어질 지도 모른다. 바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라는 영화 때문이다. '로마'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다. 월정액을 받고 영화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한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의 상품인 셈. 극장 개봉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흡사 90년대 비디오용 영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지난해 칸 영화제는 '로마'의 출품을 거부했다. 극장 개봉 없이는 영화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갈등은 2017년 촉발됐다. 당시 칸 영화제에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큰 반발이 제기됐다. 그래서 조직위는 지난해부터 프랑스 내 극장 개봉작에 한해서만 경쟁부문을 심사하고 있다.지난 18일 버라이어티 등 외신은 넷플릭스와 칸 영화제 조직위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올해도 칸 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제작 영화들은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칸과 달리 베니스 영화제는 넷플릭스의 작품들을 받아들였고, 지난해 8월 '로마'에게 황금사자상을 수여했다.'로마'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 촬영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11월 3주간 극장에 상영하는 편법(?)을 쓴 결과였다.이 문제는 단순히 플랫폼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작가들이 넷플릭스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제작자의 간섭 없이 소신껏 영화를 만들게 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방침이고, 거기에 동조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최고 4K 화질에 첨단 돌비 애트모스 음향까지 지원하면서 블루레이와 DVD 시장도 예전에 사라진 VHS(비디오테이프)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영화의 큰 변혁이 지금, 우리 안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김중기

2019-03-20 11:24:28

영화 '우상'

[김중기의 필름통] 이번 주 개봉작

◆돈 감독:박누리/출연:류준열, 유지태제목이 담백하다. 누구나 원하지만, 모두가 가질 수는 없는 돈. 오직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빽도 줄도 없는, 수수료 O원의 그는 곧 해고 직전의 처지로 몰린다. 위기의 순간, 베일에 싸인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게 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거래 참여를 제안 받는다.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 후 순식간에 큰돈을 벌게 되고, 승승장구하는 일현 앞에 번호표의 뒤를 쫓던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조우진)이 나타나 그를 조여 오기 시작한다. 영화 '돈'은 류준열의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부터 영화 '더 킹', '독전', '뺑반'을 거친 류준열은 취업과 대박의 간절한 꿈을 꾸는 대한민국 2030세대의 자화상을 표현했다. 15세 관람가. 115분. ◆우상 감독:이수진/출연:한석규, 설경구, 천우희청렴한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차기 도지사로 주목받고 있는 도의원 구명회(한석규), 어느 날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한 사실을 알게 된다. 신망 받는 자신의 정치 인생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그는 아들을 자수시킨다. 오직 아들만이 세상의 전부인 유중식(설경구)은 아들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자 절망에 빠진다. 사고 당일 아들의 행적을 이해할 수 없고, 함께 있다 자취를 감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를 찾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청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아들의 죽음 너머에 드리운 비밀을 밝히기 위해 중식은 홀로 사고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한편 그날 밤 사고의 진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최련화.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그녀에게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알아서도 안 될 진실이 숨겨져 있는데…. 15세 관람가. 144분.

2019-03-20 11:24:04

영화 '라스트 미션'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라스트미션' 리뷰

클린트 이스트우드.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 이름인가. 1970년 사보이극장에서 '켈리의 영웅들'(1970)을 본 이후 50년간 스크린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는 이탈리아산 서부영화 마카로니 웨스턴의 히어로였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1964) 삼부작에서 찡그린 얼굴로 궐련을 돌려 씹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그 모습을 연상하고 만경관에서 '평원의 무법자'(1973)를 두근거리며 봤지만 '어라! 이거 뭐지?'라며 의아해했던 기억도 있다. 평원의 아지랑이 속에서 나타난 건맨. 총잡이들을 죽이지만, 멋은 없고, 악당 또한 혐오스럽지가 않았다. 심지어 채찍을 맞으며 고통스러워 하니 무법자의 체통이 말이 아니었다. 죽은 보안관 묘비 앞에서 누가 그의 이름을 묻자 "이미 내 이름을 알고 있지 않느냐"며 아지랑이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죽은 보안관의 유령인가?'평원의 무법자'는 그가 감독한 영화다. 선과 악의 구분이 없는 냉혹한 서부 시대의 변형된 인물 '빌 머니'(용서받지 못한자)는 이미 이때 그의 관념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터티 해리'(1971) 시리즈를 비롯해 영화 속 이미지는 히어로지만 그가 연출한 영화들은 늘 그 반대에서 반영웅적 인간의 고뇌를 담아내려고 했다.'그랜 토리노'(2008)의 신경질적인 노인 참전 군인의 회한은 그의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지난주 개봉된 '라스트 미션'(2018)은 10년의 시간차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좀 더 친절하게 호소하고 있다.한국전쟁 참전용사 얼 스톤(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백합을 키우는 원예사로 세인의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워낙 가정을 등한시해서 아내와 딸은 그로 인해 늘 무시당하고 상처를 받는다. 학예회와 입학, 졸업식, 결혼기념일 등 가족이 함께 하는 순간에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없다. 딸은 12년간 그와 말을 섞지 않고 돌아서 버리고, 아내도 진절머리를 낸다.가족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던 사업이 인터넷으로 파산하고, 그는 갈 곳마저 잃어버린다. 농장은 차압되고 남은 것은 낡은 포드 픽업트럭. 녹이 슬고 시동도 늦고, 소음만 큰 것이 영락없는 자신의 몰골이다.우연한 기회에 배달 일을 맡는다. 미국 50개 주를 안 다녀본 적이 없기에 배달은 그에게 수월한 일이다. 그런데 수임료가 지나치게 많다. 배달 물건이 마약이었던 것이다. 뒤늦게 알지만 가족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 돈이 절실했던 그는 그 미션을 계속한다.'라스트 미션'의 원제는 노새라는 뜻의 'The Mule'이다. 마약 배달원의 또 다른 이름으로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에 속했던 87세의 레오 샤프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지난해 89세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동시대를 호흡했기에 싱크로율은 만점이다.10년의 세월이 흐른 탓일까. '그랜 토리노' 때 보다 어깨는 더욱 굽었고, 피부는 쭈글쭈글해졌고, 걸음걸이도 힘을 잃었다. 바지는 헐렁하고, 머리는 백발에 꺽다리 할배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조롱과 힐난은 여전하고, 시니컬한 표정에 세상사 마뜩잖은 듯한 눈빛은 살아서 번득인다.실제로 쓸 수 없는 니그로(흑인), 레즈(여성 동성애자)를 내뱉고, "젊은 것들은 인터넷이 없으면 박스 하나도 못 연다."면서 경멸한다. 카르텔 두목에게도 "사람을 얼마나 죽이면 이런 집을 살 수 있느냐?"는 말도 서슴지 않고 던진다. 늙음이 주는 미덕일까.세상의 끝에 선 얼 스톤이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가족에게 돌아가고픈 절실함이다. 못난 아빠, 무책임한 남편이 아닌 가족으로 재회하고 화해하는 것이다. 마약으로 목돈이 들어오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시간이다. 그나마 그 시간이 그리 많지도 않다는 회한이 그를 엄습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래도 삶을 즐거운 것. 목숨을 내놓아야 할 빠듯한 미션에 그는 먹고 싶은 것 먹고, 젊은 여인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마약을 배달하면서도 그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일상을 자적한다.재즈에 심취해 1940년대 색소폰 제왕 찰리 파커의 삶을 영화('버드')로 만들었던 이스트우드의 음악에 대한 조예는 빼어난 OST로 귀를 즐겁게 한다. 엔드 크레딧 순간에도 쉽게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워낙 이스트우드의 비중이 큰 탓에 다른 연기자들은 카메오 수준. 그래도 비중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앤디 가르시아가 카르텔 보스로, 로렌스 피시번과 브래들리 쿠퍼가 마약단속국 요원으로 나온다. '한나와 그 자매들'(1986)과 '브로드웨이를 쏴라'(1994)로 두 번이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다이앤 위스트가 아내로, 이스트우드의 친딸인 앨리슨이 극 중 딸로 출연한다.'라스트 미션'은 이스트우드 60년 영화인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며 한국에서 지은 제목이다. '노새' 보다는 훨씬 그럴듯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니.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다음 영화가 보고 싶다. 더티 해리가 백합을 심는다면, 그다음이 궁금하지 않은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filmtong@hanmail.net

2019-03-20 11:16:17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필름통] 칠곡가시나들

'연상이/ 내 타입인데/ 이젠 없어.'일본 어르신 시 짓기에서 대상을 차지한 92세 할아버지의 시다. 할머니가 연상이었는데 사망해서 이제 곁에 없다는 말일 수도 있고, 연상의 할머니들이 다들 돌아가셔서 연애할 사람이 없다는 말일 수도 있다. 전자라면 애틋함이 묻어나고, 후자라면 유쾌하고 건강한 노년의 삶이 위트 넘치게 그려진다.99세에 시집 '약해지지 마'로 일본에서만 150만 부가 넘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세계 최고령 시인 시바타 도요(2013년 101세로 사망). 그녀는 가세가 기울어지면서 평생 글 쓰는 일과는 먼 삶을 살았다. 어머니의 글 재능을 알아본 아들이 신문사에 시를 투고하면서 시인으로 데뷔했다. 이때 나이가 92세였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약해지지 마)조곤조곤 말하듯 적은 시다. 시는 가장 솔직 담백할 때 공감하고 감동을 느끼게 된다.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감독 김재환)이 화제다. 개봉 9일 만에 3만 명의 관객을 돌파했고, 10일에는 영화를 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주인공 할머니들에게 편지와 선물까지 보내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팬 사인회까지 다니며 만년에 스타가 됐다.영화는 칠곡군 약목면 일곱 할머니들이 주인공이다. 평균 나이 86세. 모두 1930년대생으로 평생 글을 모르고 살다가 인생의 끝자락에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이다. 처음 간판을 읽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할머니들의 인생 정담에 관객은 웃다가 울고, 또 웃다가 잔잔한 행복으로 울컥해진다.'인생 팔십 줄 사는 기 와 이리 재민노' '가마히 보면 시가 참 만타/ 여기도 시/ 저기도 시/ 시가 천지삐까리다.' 할머니들의 시는 그 어떤 가식 없이 속마음을 콩 까고 치마 털 듯이 그대로 전해준다. 그게 이 영화의 힘이고, 우리가 잊고 지내고 있는 것들이다.filmtong@hanmail.net

2019-03-11 19:30:00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필름통]아카데미영화상의 변화

'변해야 산다'는 디지털 시대에 나온 구호다. 생활의 틀이 바뀌니,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 살의(?)가 번득이는 자극적인 전제지만, 인간은 늘 추세에 맞춰 변해왔다. 그것이 성장이고, 발전이다.미국 아카데미영화상은 가장 미국적인 상이다. 전년도 LA에서 1주일 이상 상영된 영화가 대상이니 미국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칸을 비롯해 베니스와 베를린,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와 궤를 달리하고 있다.올해로 91회를 맞지만 흑인 감독은 단 한 차례도 감독상을 받지 못했다. 동양인은 이안, 여성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유일하다. 몇 년 전 시상식 사회를 맡았던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왔어. 다른 이름으로는 백인들을 위한 시상식이라고 하지. 이 자리도 투표로 뽑았다면 난 여기 있지도 못했을 거야"라고 인종차별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그랬던 아카데미영화상이 몇 년 전부터 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초로 퀴어(성소수자) 영화인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받았고, 올해는 더 다양한 영화들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로마'는 멕시코 두 여성의 삶을 담고 있고, '블랙클랜스맨'은 흑인 감독인 스파이크 리의 연출작이다. '그린북' '보헤미안 랩소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퀴어 코드를 담고 있고, '블랙 팬서'는 처음으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히어로물이다.아카데미 감독상은 몇 년 전부터 외국계 감독들이 휩쓸고 있다. 2017년 '라라랜드'의 다미엔 차젤레는 프랑스계이고, 2018년 '쉐이프 오브 워터'의 기예르모 델 토로와 올해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은 멕시코 출신이다. 2016년과 2015년 역시 '레버넌트'와 '버드맨'의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가 수상했다.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추세에 보수성의 아성이었던 아카데미영화상까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영화적 본질에 충실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것 또한 다분히 미국적이지만 그래도 변화를 모색한 것은 미래지향적이다.filmtong@hanmail.net

2019-02-25 19:30:00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필름통]노년이 아름다운 '미스터 스마일'

세월은 고장도 안 나고, 또 새해를 맞게 한다. 이산 저산 꽃이 피어 분명코 봄일 때도 있지만, 월백(月白) 설백(雪白) 천지백(天地白) 하니 모두가 백발의 벗일 때도 피치 못할 일. 인정머리 없이 덧없이 흘러가니 무정세월이 아니겠나.그러나 세월을 비웃듯 여전히 왕성한 이들이 있다. 전설적인 하드록 밴드 AC/DC의 브라이언 존슨(70)이 새 앨범을 준비한다는 보도가 열흘 전에 나왔다.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계속해오고 있는 그들이 앨범까지 새로 준비한다는 것이다. 밴드의 앵거스 영(61)은 지금도 20대의 그처럼 반바지를 입고 천진난만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뛰어다니고 있다. 1970, 80년대 한국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끈 그룹 '스모키'의 크리스 노먼(70)도 중장년층 관객들을 끌고 다니며 공연을 계속 하고 있고, 핑크 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76)는 66세에 '더 월 라이브'를 기획해서 3년간 투어를 하기도 했다. 식지 않는 열정들이다.또 한 사람. 영원한 꽃미남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83). '스팅',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으로 숱한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배우다. 여든을 넘긴 그가 지난해 '미스터 스마일'을 찍었다. 얼굴에 주름은 있지만 여전히 따스한 눈빛에 맑은 미소가 아름답다. '미스터 스마일'은 그의 은퇴작으로 은행강도 포레스트 터커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평생 16번을 탈옥한 터커는 은행에 들어가 총 한 방 쏘지 않고, 사람도 다치게 하지 않는 품위 있는 노신사 강도다.변호사가 그에게 "당신처럼 재주 있는 사람이라면 더 쉽게 돈을 벌수 있을텐데"라고 하자 그는 "이건 생계가 아니라 삶의 문제"라고 한다. 비록 강도짓을 하지만, 터커는 열정과 꿈, 도전을 즐기는 특이한 캐릭터다. '선댄스 키드'로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 로버트 레드포드의 삶이 투영되기도 한다.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책 '나이 드는 것의 미덕'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무정세월만 탓할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filmtong@hanmail.net

2019-02-11 19:30:00

[짬터뷰]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김중기 필름통 대표.

[짬터뷰]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김중기 필름통 대표. 영상제작 나은석 인턴기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김중기 필름통 대표를 만났다.아름다운 영화를 보다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영화 상영 공간 '필름통'을 열었다는 김 대표.12편의 영화를 만드는 꿈에 관해 얘기하는 그의 표정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영화 상영 관람 문의 - 필름통(053-255-5955)영상제작 나은석 인턴기자

2019-02-11 18:16:29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필름통] 슈가맨과 지방의원

사람에게 필요한 미덕 중에 진정성이 으뜸이라고 믿고 있다. 가수 빌리 조엘은 'Honesty'라는 노래에서 '그대가 부드러움을 찾는다면 힘들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진실함을 찾는다면 아마 장님이 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진실하지 않고, 정직이란 말도 좀처럼 듣기 어렵다'는 것이다.진실이나 정직, 진정성은 모두 가져야 할 덕목이다. 진실이 거짓 없는 상태라면, 진정성은 참된 성질이다. 그래도 사람이라면 진실된 삶을 위해 애틋하게 나아가는 진정성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예술가든 정치인이든 말이다.197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기를 끈 미국 가수가 있었다. 웬만한 집에는 세 가수의 LP가 있었는데 비틀스와 사이먼 앤 가펑클, 그리고 이 가수 로드리게즈의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알지 못했다. 어떤 이가 그를 찾아 나선다.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이다.그는 밥 딜런을 능가하는 음유시인이었다. '크리스마스 2주 전 직장을 잃고…비가 샴페인을 머금고 에스토니아의 대천사가 날 취하게 했지…내 생애 가장 달콤한 키스는 내가 맛본 적 없는 것이니.' 당시 인종격리정책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에게 그의 노래는 희망을 준 혁명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를 기억하는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음반 판매도 6장이 고작. 고향에서 외면받고, 지구 반대편에서 인기 폭발한 기적 같은 실화다.가수로 실패한 그가 흥미롭게도 시의원으로 출마한 적이 있었다. 평생 벽돌공과 공사판 인부로 살아오면서 성자 같은 삶을 살았기에 뜻밖이다. 물론 그는 당선되지 못했다. 아마 당선됐다면 진정성 넘치는 정치인이 되지 않았을까.최근 한 지방의원의 추태가 혀를 차게 만든다.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아가고, 금방 탄로 날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하는 것을 보면 진실, 진정성, 정직은 '물어 보지도 마세요'가 됐다. 누가 그랬다. "한국인들은 다들 똑똑한데, 선거만 되면 왜 그중에 가장 아닌 사람을 뽑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filmtong@hanmail.net

2019-01-21 19:30:00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김중기의 필름통] 보헤미안 랩소디

그룹 '퀸'을 알고 있었던 이가 얼마나 될까. 또 그들의 괴상한(?) 곡 '보헤미안 랩소디'를 들어 본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198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도 리더였던 프레디 머큐리의 비운의 죽음(에이즈)만 겨우 기억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가 죽은 지 27년이 지난 2018년 10월의 마지막 날 그의 전기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됐다. 필자는 첫날 극장을 찾았다. 금방 간판을 내릴 것 같아 첫날 안 보면 못 볼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런데 이 예측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당초 100만 명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던 영화가 두 달 반이나 상영되면서 급기야 1천만 명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퀸과 동시대를 호흡한 한국의 50대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영화를 봐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퀸은 한국에서 보편적인 인기를 끈 그룹이 아니었다. 영화도 뛰어난 서사적 플롯이 있거나, 극적 재미를 주는 것도 아니었다. 거기에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은 배우 라미 멜릭에 대한 인지도도 최악이었다. 모든 정황은 잘 해야 50만~60만 명 이하였다.도대체 이 영화가 주는 힘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프레디 머큐리의 재발견일 것이다. 그는 작사, 작곡, 연주, 보컬을 다 소화하고, 퀸의 로고 디자인에 의상도 혼자 했다. 토털 뮤지션의 천재성을 보였다. 영화는 그런 머큐리가 사실은 외로운 한 인간이었고 슬프게 삶을 마무리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맺어지지 못했고, 그가 결혼한 상대는 동성이어서 결혼 사실도 인정받지 못했다.그럼에도 이 영화가 유독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은 설명이 부족하다. 한국인의 피 속에 녹아 있는 신파적인 한(恨)일까. 아니면 80년대 어둡고 암울했던 젊음을 머큐리의 삶에 투영한 한국 중년 관객의 감정이입일까. 필자가 옆 관객의 눈흘김을 견디면서도 10분간 통곡을 하면서 영화를 본 것은 후자 때문이었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filmtong@hanmail.net

2019-01-07 1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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