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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스트로이어'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애드 아스트라감독:제임스 그레이출연:브래드 피트, 토미 리 존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첫 SF. 미 육군 소령 로이(브래드 피트)는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리마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실종된 아버지를 영웅이라 믿으며 우주 비행사의 꿈을 키웠다. 어느 날 로이는 우주 안테나에서 지구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고, 인류를 위협할 전류 급증 현상이 자신의 아버지가 벌인 위험한 실험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버지가 살아 있을 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함께 그를 막아야 한다는 임무를 맡게 된 로이는 우주로 향한다. 제목 '애드 아스트라'는 라틴어로 '별을 향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SF 영화지만 배경만 우주일 뿐 인간의 본능과 정의, 가부장적 사고 등 보편적인 가치를 다루고 있다. 우주에서 펼치는 추격신이 인상적이다. 132분. 12세 이상 관람가 ◆디스트로이어감독:캐린 쿠사마출연:니콜 키드먼, 세바스찬 스탠 잠입수사 중 죽은 연인의 복수를 그린 영화. 초보 경찰 에린(니콜 키드먼)은 범죄 조직 잠입 수사 도중 동료이자 연인 크리스(세바스찬 스탠)를 잃는다. 이후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아오던 에린 앞에 보라색 염료가 묻은 100달러짜리 지폐가 도착한다. 에린은 직감적으로 조직의 보스 사일러스(토비 켑벨)가 부활했음을 느끼고 크리스의 복수를 위해 17년 전 악몽으로 돌아간다. 니콜 키드먼은 이 작품에서 생기 가득한 30대와 연인을 잃고 후회 속에 살아가는 50대를 오가며 연기한다. 특히 50대의 모습은 파격적인 비주얼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거친 피부와 부러진 코, 보형물로 만든 다크 서클 등으로 완전히 망가진 에린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빌 코르소의 작품이다.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 ◆비뚤어진 집감독:길레스 파켓 브레너출연:글렌 클로즈, 질리언 앤더슨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김 미스터리 추리영화. 대부호 레오니디스가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타살을 직감한 손녀 소피아(스테파니 마르티니)는 사립 탐정 찰스(맥스 아이언스)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수사를 위해 대저택에 온 찰스는 가족 모든 구성원에게서 살인 동기를 발견하게 된다. 대부호의 두 번째 부인과 도박으로 파산한 장남,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려는 차남, 사춘기의 예민한 손자 등 모두에게 용의점이 드러난다. 탄탄한 원작에 명품 배우들의 조합으로 관심을 모았다.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 특유의 연극적인 느낌과 원작의 고풍적인 느낌을 잘 담고 있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 글렌 클로즈와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질리언 앤더슨 등 배우들도 호연을 펼친다.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9-09-18 14:28:54

영화 '예스터데이'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예스터데이'

비틀즈는 불멸의 아이콘이다.세대를 넘어 사랑받는다면 거기에는 세상 모든 사람을 어루만지는 보편적인 힘이 있다. 비틀즈의 명곡 '예스터데이'가 바로 그렇다. '갑자기 지난날의 추억들이 밀려와/왜 그녀는 내 곁을 떠나야 했을까/도무지 알 수가 없어/...'지금 이 순간, 지난날이 자꾸만 그리워/예전엔 사랑은 아주 쉬운 게임 같았는데/이제 어디든 숨을 곳이 필요해/아! 그때가 좋았지'내 곁을 떠난 그녀를 아쉬워하며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담긴 아주 단순한 가사다. 어디에도 격한 감정이 없이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봐!'라며 자신을 책망하며 어제를 그리워한다. 누구나 공감할 서정성이다. 거기에 아름다운 멜로디까지 더해 상처받은 영혼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세계에서 가장 많이 리메이크되며 노인세대부터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유일한 노래. 그래서 영화 '예스터데이'(감독 대니 보일)가 만들어졌다. '예스터데이'는 비틀즈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만든 비틀즈 찬가와 같은 영화다.일단 발상이 기발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비틀즈와 그의 노래를 기억하지 못하고, 나 혼자만 기억한다면, 천재성을 인정받으며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상상의 주인공이 무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뮤지션이라면 말이다.영국 동부의 작은 마을. 14살 때 밴드 대회에서 입상하면서 뮤지션을 꿈꾸게 된 잭(히메시 파텔). 바닷가 여름을 소재로 한 야심찬 노래를 부르지만 모두가 외면한다. 운 좋게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해도 관객은 노인과 아이 몇 뿐. 그에게 성공은 너무나 멀고 힘든 길이다.음악을 접고 창고형 할인매장에게 비정규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자전거로 귀가하다가 버스와 충돌사고를 당한 것이다. 전 세계에 원인 모를 12초간의 대정전이 일어난 순간이다.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오직 자신만이 비틀즈를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틀즈의 음반과 그 어떤 기록도 사라진 세상. 그는 비틀즈의 명곡을 기억해 사람들에게 노래하기 시작한다.이 영화는 유쾌하고 발랄하다. 피나는 고통도 없고, 무명의 쓰라림도 없다. 그리고 배고픈 영혼도 아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로켓맨'처럼 전기물도 아니고, '원스'같은 창작과 무명의 비애도 없다. 첫 사랑을 만나 다시 사랑을 나누듯 레코드의 재생 버튼을 누르고, 안락의자에 앉아 미소 짓게 하는 영화다.그것은 전적으로 비틀즈가 있기 때문이다. 비틀즈를 그리워하고, 그의 노래를 다시 들으며 그들을 떠올리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자존심 대니 보일 감독과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의 각본을 맡은 리처드 커티스, 그리고 '알콩 달콩한 영화'(?)로 정평이 나 있는 제작사 '워킹 타이틀'의 3박자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대니 보일과 리처드 커티스는 둘 다 1956년 생으로 성장기 자신들의 감성 아이콘이 비틀즈였다.비틀즈의 천재성을 찬양하고, 또 재확인하는 장면들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퇴원한 잭에게 친구들이 새 기타를 선물하고, 잭은 이럴 때는 위대한 명곡을 들어야 한다면서 '예스터데이'를 부른다.그런데 아무도 모른다. 초등학교 교사로 잭의 매니저를 자처하던 엘리(릴리 제임스)조차 "언제 작곡했냐?고 묻는다. "비틀즈를 모르다니, 장난치지 마!"라는 잭에게 친구들은 "그런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밴드까지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예스터데이' 노래에는 모두 눈물을 글썽거린다. 짧은 시퀀스지만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주는 장면이다.또 깜짝 캐스팅된 영국의 인기 싱어송 라이터 에드 시런과 작곡 대결에서 "너는 모차르트고 나는 살리에르"라며 패배를 인정하는 장면, 가족에게 처음 '렛 잇 비'(Let it be)를 부르는데 제목을 처음 듣는 가족들이 'Let him be' 'Leave it be'라고 부르고, '헤이 쥬드'(Hey Jude)를 에드 시런이 'Hey Dude'라고 바꾸자고 고집하는 장면 등 관객을 즐겁게 하는 에피소드를 빼곡히 넣어 놓았다.그러면서 잭이 비틀즈의 '엘리노어 릭비'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또 직접 묘비까지 찾아가는 여정에도 관객을 초대한다.물론 잭과 엘리의 로맨스, 비틀즈의 명성을 갉아 먹는 듯한 잭의 자책 등 다소 상투적인 스토리라인도 있지만, 그 불가피성(?)이 이해될 정도로 영화 속에서 만나는 비틀즈는 반갑고, 즐겁다.비틀즈 멤버와 유족들의 저작권 승인으로 많은 비틀즈 명곡들을 영화 속에서 한 번에 만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OST에 담긴 노래만 20곡이 넘는다. 다만 몇몇 곡은 전곡을 듣고 싶은데, 모두 1절만 들어 아쉽다. 전곡은 엔드 크레딧의 그 노래? 116분, 12세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9-18 14:28:38

안녕 베일리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틴 스피릿감독:맥스 밍겔라출연:엘르 패닝, 아치 마데크위17세 소녀 바이올렛(엘르 패닝)은 어머니와 단 둘이 힘겹게 살지만 가수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세계적인 오디션 프로그램 '틴 스피릿'의 광고를 보고 지원을 결심한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에 좌절한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을 밝힐 수 없었던 것이다. 제목처럼 10대가 가진 영혼의 방황과 도전, 열망을 그린 음악 영화다. '라라랜드'의 제작진과 할리우드 스타 제이미 벨이 제작에 참여했다. 거장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아들 맥스 밍겔라가 연출했다. 여기에 배우 엘르 패닝이 노래와 춤, 모든 열정이 폭발하는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 준다. 영화에는 14곡의 팝 음악과 오리지널 송이 등장한다. 엘르 패닝은 오리지널 송 'Wild flowers'를 비롯해 총 7곡을 직접 부른다. 93분. 12세 관람가 ◆그것: 두 번째 이야기감독:안드레스 무시에티출연:빌 스카스가드, 제임스 맥어보이 2017년 '그것'의 속편이다. '그것'은 1986년 출간된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비의 20배에 달하는 흥행 수익을 얻었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는 루저클럽 회원들이 아이들을 잡아먹는 광대 괴물 페니와이즈와 맞서 싸운 뒤 27년 후를 그린다. 13살 주인공들은 40살이 돼 고향인 미국 메인주의 작은 마을 데리로 돌아온다. 유일하게 고향에 남아 있던 멤버로부터 '그것'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모인 것이다. 예전보다 더 황폐해진 고향에서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며 더 큰 공포에 휩싸인다. 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 빌 헤이더, 제이 라이언 등 성인 배우뿐 아니라 전편의 아역 배우들도 재등장한다. 3년간 성장한 아역배우들을 위해 디지털 기술도 사용됐다. 169분. 15세 관람가 ◆안녕 베일리감독:게일 맨쿠소출연:조시 게드, 데니스 퀘이드 2018년 국내 개봉한 '베일리 어게인'의 후속작이다. '베일리 어게인'은 52주 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새로운 강아지로 환생해 오로지 주인만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강아지 베일리의 이야기였다. '안녕 베일리'는 새로운 미션을 받은 베일리를 그리고 있다. 전편에서 베일리 덕에 사랑을 이룬 이든(데니스 퀘이드)과 한나(마크 헨젤버거)는 미시건 주 한적한 농장에 살고 있다. 아들이 죽은 후 며느리와 손녀 씨제이와 3대 가족을 꾸린다. 오해로 인해 며느리와 손녀는 집을 떠나고, 이든은 베일리에게 다음 생에는 손녀 씨제이를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베일리는 태어날 때 마다 다른 견종이지만, 본능적으로 씨제이를 향해 나아간다. 오로지 주인을 위한 베일리의 충성심이 감동을 준다. 109분. 전체 관람가

2019-09-04 12:50:03

영화 '나쁜 녀석들:더 무비'

[김중기의 필름통] 추석 극장가 한국영화 3파전

추석 극장가는 한국영화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올해는 예년과 달리 사극이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에는 '물괴, '안시성', '명당' 등 세 편의 역사극이 난타전(?)을 벌인 끝에 '안시성'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남겼다.사극이 있던 자리에 범죄에 액션,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세 편이 차고앉았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백), '타짜: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 '나쁜 녀석들:더 무비'(감독 손용호)이다. 과연 추석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웃다고 울고, 감동까지…'힘을 내요, 미스터 리'차승원이 12년 만에 코믹 연기로 돌아왔다. '선생 김봉두', '이장과 군수' 등 우월한 외모에도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리를 웃겼던 그다. 이번에는 사고로 정신지체 장애를 갖게 된 철수로 나온다. 철수는 동네에서 제일가는 칼국수 수타 달인이다. 근육질의 몸매에 조폭처럼 문신을 하고 있지만 내면은 순수 그 자체이다.어느 날 갑자기 딸 샛별(엄채영)이 나타나면서 그의 평화롭던 일상이 무너진다. 샛별은 백혈병을 앓고 있는데, 자신처럼 아픈 친구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어 병원을 몰래 빠져 나온 것이다. 그런 상황을 모르는 철수는 무작정 샛별을 따라나서면서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펼쳐진다.'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부성애를 다룬다. 특히 이 영화의 무대가 대구다. 지난해 여름 4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 대구역과 동성로, 중앙로역 등에서 촬영됐다. 철수와 샛별이 대구역에서 동성로까지 한번에 이동하면서 촬영된 장면은 대구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했기에 가능했다. 김정원 촬영감독은 "이렇게 시민들의 협조가 잘 됐던 영화는 처음이었다"면서 대구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특히 이 영화는 대구시민이라면 잊을 수 없는 반전의 비밀이 있다. 더욱 가슴 먹먹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이다. 111분. 12세 이상 관람가 ◆포커로 돌아온 타짜…'타짜:원 아이드 잭' '타짜: 원 아이드 잭'은 각각 568만, 401만 관객을 동원한 '타짜'(2006)와 '타짜-신의 손'(2014)에 이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번에는 화투가 아닌 포커를 소재로 하고 있다.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이자 고시생인 일출(박정민). 공부에는 흥미가 없지만 포커판에서는 날고 기는 실력자다. 포커판에서 우연히 알게 된 마돈나(최유화)의 묘한 매력에 빠져든 일출은 그녀의 곁을 지키는 이상무(윤제문)에게 속아 쓴 맛을 본다. 돈도 잃고 자존심마저 무너진 그의 앞에 정체불명의 타짜 애꾸(류승범)가 나타난다.거액이 걸린 판을 설계한 애꾸는 전국에서 타짜들을 불러 모은다. 일출과 함께 까치(이광수), 영미(임지연), 권원장(권해효) 등이 가세해 '원 아이드 잭'팀을 꾸려 인생을 바꿀 새로운 판에 뛰어든다.밑장 빼기 같은 화투의 기술 대신 52장의 카드로 승부를 거는 팀 플레이가 이 영화의 생명이다. 139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 덩치 키운 액션드라마…'나쁜 녀석들:더 무비''나쁜 녀석들'은 2014년 TV 영화채널에서 방영된 액션 드라마다. 나쁜 놈들이 더 나쁜 놈을 잡는 기발한 설정으로 인기를 끌었다. 감옥에 있는 범죄자로 팀을 꾸려 악당을 쳐부수는 내용으로 '특수범죄수사과'의 설계자가 김상중, 28년 형을 복역 중인 전설의 주먹이자 나쁜 녀석들의 행동대장이 마동석이었다. '나쁜 녀석들:더 무비'는 그 설정에 훨씬 더 강력한 액션으로 덩치를 키운 영화 버전이다.교도소 호송차량이 전복되고 최악의 범죄자들이 탈주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경찰은 '특수범죄수사과'를 다시 소집한다. 우구탁(김상중) 반장은 과거에 함께 했던 박웅철(마동석)을 찾아가고, 감성 사기꾼 곽노순(김아중)과 전직 형사 고유성(장기용)을 영입해 새로운 팀을 구성한다.원작이 색다른 콘셉트의 범죄 스릴러였다면, 영화는 경쾌한 범죄 오락 액션물이다.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9-04 12:49:47

영화 '아이언 자이언트'

[김중기의 필름통] 재개봉 영화 2편 리뷰

다시 봐도 반갑고, 또 좋은 영화가 있다.신작 영화의 화려함과 신선함을 없지만, 곱씹을수록 낯익은 나만의 영화. 시간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는 수작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되고 있다.'쉰들러 리스트', '어둠 속의 댄서', '노팅힐', '그녀'... . 올해 재개봉된 클래식 영화들이다. '타이타닉', '쇼생크 탈출', '양들의 침묵' 등 수없이 TV로도 접했을 영화들이 또다시 극장에서 개봉되는 이유는 뭘까.영화가 가진 클래식의 가치도 있지만, 극장에서 접해보지 못한 세대를 위한 상업적 목적도 있다. 과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벤허'(1959) 등이 앵콜 로드쇼라는 이름으로 재개봉된 이유와 같다.그러나 최근에는 '재개봉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영화들이 다양하고, 수요층도 넓어졌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충격적인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샤이닝' 등이 마니아들을 위해 재개봉되기도 했다. '재개봉 되었으면 좋을 영화 리스트'가 SNS를 통해 공감을 얻고, 또 판권을 가진 영화사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등 극장가에 '재개봉 영화'가 자연스러운 추세가 됐다.새 영화만 보던 극장이 이제 신작과 고전을 넘어 영화 자체를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제작비에 화려한 출연진으로 관객의 호주머니를 터는 신작 영화들 속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두 편의 재개봉 영화를 소개한다.다음 달 5일 재개봉되는 '집으로...'(2002). 세월이 변해도 모두의 정서를 어루만지는, 어린 소년의 투정과 이를 온화하게 받아주는 외가의 온화함 등 누구나 겪었을 유년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영화다.일곱 살 상우(유승호)는 집안 사정 때문에 시골의 외할머니(김을분) 댁에 맡겨진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쓰는 외할머니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도시 소년에게 견디기 힘든 일이다. 치킨도 없고, 배터리가 없어 오락기도 쓸 수 없는, 돌투성이 시골집.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따뜻함과 여유에 아이의 마음에도 따스한 햇살이 내린다.'집으로...'는 17년 전 개봉됐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등이 개봉된 해다. '집으로...'는 순제작비 1억 5천만원으로 4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단순한 에피소드에 출연배우도 무명이었지만, 관객의 정서를 어루만진 정서적인 힘이 컸던 덕분이다. 과거 부모님의 손을 잡고 극장에서 관람했던 20~30대 관객은 물론, 입소문으로만 접했던 10~20대 세대에게도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재개봉이다.미국인들에게 '집으로...'와 유사한 영화가 '아이언 자이언트'(1999)다. 미국 시골 마을의 외톨이 소년이 숲 속에 불시착한 거대 로봇을 만나면서 친구가 되는 줄거리다. 전투용으로 제작됐지만 영혼이 깃든 생명체로 느낀 소년은 국가 음모세력으로부터 로봇을 보호하고, 자이언트도 아버지 없이 자란 소년에게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 둘의 관계는 시작된다.이 애니메이션은 1950년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의 극한 대립 속에서 태어난 로봇과 모든 것이 불안했던 사람들, 그 속에서 피어나는 로봇과 소년의 우정이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라따뚜이'와 '인크레더블'을 연출한 브래드 버드 감독의 애니메이션이다. 1999년 미국 개봉 당시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고, 그 바람에 월드 와이드 개봉도 무산됐다.그러나 팬들이 극장이 아닌 DVD로 접하면서 뒤늦게 극찬이 쏟아졌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영화데이타베이스 IMDB 평점이 8.0, 로튼 토마토 관객지수 90%를 기록하며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레디 플레이 원'(2017)에서 이 로봇을 3D로 등장시키기도 했고, 최근에는 피규어로 제작돼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팬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영화 평점이 9.32라는 놀라운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아이언 자이언트'가 개봉 20주년을 맞아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오는 10월 세계 개봉에 앞서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팬들은 재개봉 소식에 '20년만의 강제 소환'이라며 환호를 보내고 있다.'집으로...'와 '아이언 자이언트'가 이 가을, 시간을 뛰어넘어 관객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재개봉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8-28 14:16:45

영화 '47미터 2'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47미터 2감독:요하네스 로버츠출연:시스틴 로즈 스탤론, 소피 넬리스 상어 관광을 나섰다가 47미터 바닥에 갇혀 상어의 공격을 받는 '47미터'(2016)의 속편이다. 물에 잠긴 고대 마야의 수중 도시 시발바를 관광하기 위해 나선 미아(소피 넬리스)와 친구들. 짜릿한 동굴 다이빙을 하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동굴 속에 갇힌다. 그러나 오랜 시간 굶주린 동굴 상어와 맞닥뜨리게 된다. 산소도, 탈출구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힌 이들은 눈보다 예민한 제3의 감각으로 좁혀 오는 상어 떼를 피해 목숨을 건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전편이 철창에 갇혀 꼼짝할 수 없는 수직적 공포가 생명이었다면, 속편은 동굴 속에서 상어와 벌이는 익스트림 서바이벌 스릴이 주제다. 전편은 저예산 영화로 제작돼 북미에서만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두어 화제를 모았다. 90분. 15세 이상 관람가 ◆유열의 음악앨범 감독:정지우출연:김고은, 정해인, 박해준1994년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를 처음 진행하는 날. 엄마가 남겨준 빵집에서 일하던 미수(김고은)는 우연히 찾아온 현우(정해인)를 만나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만 뜻하지 않은 일로 연락이 끊기게 된다. 다시 기적처럼 만난 두 사람은 설렘과 애틋함을 키워 가지만 서로는 어긋나기만 한다. 과연 둘은 함께 듣던 '유열의 음악앨범'처럼 서로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을까?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부터 2007년까지 방송된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이를 매개로 애틋한 사랑을 이어가는 두 남녀의 감성을 그린 멜로. 아련한 첫사랑의 그리움을 전해주는 영화다. 특히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숨겨진 명곡과 추억의 노래들을 듣는 즐거움을 준다. 김고은은 '은교'(2012) 이후 7년 만에 정지우 감독을 만났다. 122분. 12세 이상 관람가 ◆안나 감독:뤽 베송출연:사샤 루스, 킬리언 머피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패션 모델로 위장한 스파이 안나(사샤 루스)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심하던 1990년대 초. 파리의 한 모델 에이전시는 러시아의 시장에서 러시아 인형을 파는 여성 안나를 캐스팅해서 파리로 데려온다. 모든 것이 새로운 파리의 환경에 적응해 가는 순진한 소녀 안나. 그러나 그녀는 KGB에 의해 훈련된 킬러다. KGB의 임무를 처리해 가면서 언젠가 벗어날 기회만 노리던 그녀 앞에 미국 CIA 요원 레너드(킬리언 머피)가 나타나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닥친다. 총, 칼, 접시 등 각종 도구를 이용한 액션이 뤽 베송 영화답다. '니키타', '제5원소', '루시' 등 영화에서 여성 주인공을 즐겨 쓰던 그의 취향이 이번에도 모델 킬러로 이어진다.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9-08-28 14:16:25

영화 '애프터'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변신감독:김홍선출연:배성우, 성동일, 장영남 구마사제 중수(배성우)는 한 아이의 몸에 기생하는 악마를 쫓아내려다 아이를 죽게 만든다. 그 충격 때문에 사제복을 벗어야 할 위기에 마을에 소문까지 돌면서 형 강구(성동일) 가족이 이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사한 날 밤 옆집의 이상한 소리가 나고, 죽은 고양이가 걸려 있는 등 끔찍한 일들이 이어진다. 밥을 차리던 엄마가 마치 타인처럼 행동하고, 아빠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중수는 도움을 주기 위해 집을 방문한다. 가족들 사이에 숨어든 악마는 교묘하게 얼굴을 바꿔가며 서로 의심하고 증오하게 만들고 있었다. 과연 중수는 진짜 악마를 가려내고 가족들을 지킬 수 있을까. "어제 밤에 아빠가 두 명이었어요"라는 딸 선우의 대사처럼 가까운 가족이 악마로 바뀌면서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는 공포영화다. 113분. 15세 이상 관람가 ◆커런트 워감독:알폰소 고메즈-레종출연: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홀랜드 직류와 교류의 '전류 전쟁'이라는 제목처럼 에디슨과 테슬라의 치열한 대결을 소재로 한 영화다. 1880년대 미국에서 이미 유명 발명가로 이름을 떨친 토머스 에디슨(베네딕트 컴버배치)은 미국 전역에 직류 전기를 내놓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의 회사에 고용된 테슬라(니콜라스 홀트)가 교류 전기의 효용성을 주장하지만 에디슨은 이를 일축한다.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조지 웨스팅하우스(마이클 섀넌)는 에디슨의 직류가 장악한 전기 시장에 교류 전기로 도전장을 내민다. 에디슨은 교류가 위험하다는 소문을 퍼뜨리며 대항한다. 에디슨과 테슬라를 영입한 웨스팅 하우스는 1893년 시카고 박람회를 놓고 마지막 결전에 돌입한다. '올드보이'와 '아가씨'의 정정훈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아 화제를 모은다.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애프터감독:제니 게이지출연:조세핀 랭포드, 히어로 파인즈 티핀 에로틱 로맨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10대 버전으로 화제를 모은 청춘 로맨스 영화. 엄마(셀마 브레어)가 시키는 대로 평생을 살아온 테사(조세핀 랭포드)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학교의 엄친아 하딘(히어로 파인즈 티핀)과의 강렬한 첫 만남 이후 테사는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반항기 가득한 나쁜 남자 하딘에 매료된 테사는 수업도 빼먹고 하딘과의 로맨스를 즐기며 일탈을 즐긴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테사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하딘을 멀리하고, 하딘은 테사를 잡지 못하면서 둘의 사랑은 불확실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첫 사랑의 성장통을 겪으면서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9-08-21 12:59:51

영화 '광대들'

[김중기의 필름통] 광대들 리뷰

'광대들: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은 팩션 사극이다.팩션은 사실(팩트)과 픽션(가상)의 합성어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 낸 것을 말한다.이 영화의 팩트는 1455년 7월부터 1468년 9월까지 조선의 7대 임금인 세조의 실록에 나오는 기이한 일들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한 40여건의 이적 현상이다. 세조가 세운 원각사를 뒤덮은 황색구름과 향기로운 4가지 꽃비, 오대산에서 피부병을 낫게 해주었다는 문수보살, 금강산을 순행하던 세조 앞에 나타난 담무갈보살 등이다.여기에 민간 야사가 더해졌다. 세조의 가마가 지나가자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린 속리산의 소나무(정이품송), 자객으로부터 세조를 구한 상원사 고양이 등이다. 영화는 실록의 기술에 광대들을 등장시켜 영화를 꾸며냈다.풍문을 조작해 먹고 사는 광대들이 있다. 바람난 남편을 찾아달라는 등의 사소한 가정사들을 맡던 광대패 덕호(조진웅) 5인방. 어느 날 당대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손현주)가 찾아온다. 조카와 사육신을 잔인하게 죽여 왕이 된 세조에 대한 백성들의 원성이 높자 이를 미담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덕호 패들은 목숨을 걸고, 이제껏 보지 못한 놀라운 일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들의 아이디어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고, 이 소문은 조선 팔도로 퍼져나간다.영화는 가벼운 소동극으로 시작한다. 백그라운드 영상, 사운드, 각종 특수효과에 재간이 있는 5인 방들의 활약은 관객들을 유쾌하게 만든다. 세조 행차에 소나무가 길을 막자, 밧줄을 걸어 올리는 단순한 트릭이 갈수록 세어진다. 거대한 보살을 만들어 금강산 계곡을 채우고, 풍등을 띄워 천지에 꽃비를 내리게 한다.실록에 적힌 기이한 일들을 조작해 만들어낸다는 발상은 아주 흥미롭고 창의적인 발상이다. 이런 트릭은 이 영화의 힘이다. 특수 기술로 500년 전 사람들을 홀리게 한다는 설정은 현대의 관객을 충분히 매료시킬 요소이다.그러나 후반부로 가면서 영화는 또다시 진지 모드로 빠진다. 젊은 광대는 한명회에게 손가락질하면서 역적이라고 고함치고, 한명회를 세조를 내리려고 음모를 꾸미고, 세조는 그런 신하들에게 분노한다.이 같은 급선회는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왜 충분히 유쾌하고 즐거운 설정을 차버리고, 뻔한 사극의 스토리라인으로 돌아설까. 왜 충분히 달궈진 관객의 호감을 유지시키지 못할까. 아쉬운 대목이다.조진웅, 고창석 등 배우들의 코믹 연기는 훌륭하다. 권력욕의 불꽃 화신인 한명회 역의 손현주의 굵은 연기 역시 무게감을 준다. 그러나 그의 연기가 이런 급선회의 가장 큰 원인이었기에 레코드 판 튀듯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광대들:풍문조작단'의 원래 제목은 '조선공갈패'였다. 천한 직업인 광대들의 세상 풍자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부제인 풍문조작단은 현재 정치적 현실을 빗대어 시사하는 면이 있다. 현재 정치판의 혼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가짜뉴스다. 사실은 온데 간데 없이 민심만 흔들 수 있다면 그 어떤 가짜뉴스도 만들어내는 그 음험함을 500년 전 한명회를 비롯해 권력욕에 사로잡힌 미친 신하들로 풍자해주는 것이다.김주호 감독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사적인 기록들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반영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의형제'(2010)의 각색, 좋은 영화였던 '허삼관'(2014)의 각본을 맡았고, 2012년 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연출했다.팩션 사극보다 판타스틱 엔터테인먼트 풍자 사극이 더 적절한 '광대들:풍문조작단'은 늦여름을 가볍게 이겨내기에 충분히 가벼운 영화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8-21 12:59:23

영화 ;분노의 질주:홉스&쇼'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암전감독:김진원출연:서예지, 진선규 8년째 공포 영화를 준비하는 신인 감독 미정(서예지)은 어느 날 후배로부터 지나친 잔혹함으로 인해 상영이 금지된 영화에 대해 듣게 된다. 실체를 추적하던 중 그 영화의 감독 재현(진선규)을 만나게 된다. 재현은 "죽음보다 끔찍한 인생을 살기 싫으면 그 영화를 잊으라"고 경고하지만 미정은 그의 경고를 무시한 채 더욱 그 영화에 집착한다. 이후 이유를 알 수 없는 기괴하고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미정은 단편 영화로 영화계에서 인정받은 이후 성공적인 데뷔작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휘말린 인물이다. 고교시절부터 호러 영화를 좋아했던 김진원 감독의 이야기가 투영된다. 김진원 감독은 독창적인 공포영화 '도살자'로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86분. 15세 이상 관람가 ◆분노의 질주:홉스&쇼감독:데이비드 레이치출연:드웨인 존슨, 제이슨 스타뎀 화끈한 카레이싱 액션으로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는 '분노의 질주'의 신작. 공식적으로 세상을 4번 구한 전직 베테랑 경찰 루크 홉스(드웨인 존슨)와 분노 조절 실패로 쫓겨난 전직 특수요원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가 전 세계를 위협하는 불가능한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한 팀이 된다. 서로 다른 성격의 홉스와 쇼가 벌이는 재치 만점 입담과 고공 액션, 카체이싱, 대규모 폭발 등이 강렬하게 펼쳐진다. 런던, LA, 글래스고, 하와이 등 다채로운 풍광과 배우 헬렌 미렌, 라이언 레이놀즈 등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영국 슈퍼카 맥라렌 720S를 등장시켜 스피드 넘치는 액션을 보여준다. 특히 대형 트레일러 밑을 미끄러지듯 통과하는 장면은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36분. 12세 관람가 ◆지구공룡 대탐험감독:데이빗 크렌츠목소리 출연:김보나, 강은애 자연과학 전문 채널 디스커버리가 고생물학계의 가장 정확한 재현을 목표로 제작한 작품이다. 공룡의 탄생부터 종말까지의 장대한 과정에 몰입감 높이는 드라마를 더한 애니메이션이다. 민재가 엄마와 함께 공룡 세계로 시간여행을 떠나 지구의 시작부터 공룡이 멸종하기까지 길고 긴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지구상의 공룡들이 소행성 충돌로 멸종하기 전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하고 정확한 고증을 통하여 구현해냈다. 상상 속에만 있었던 육지의 왕 티라노사우루스 가족은 물론, 세 개의 뿔 달린 트리케라톱스까지 육지와 하늘을 지배했던 공룡들의 생명력 넘치는 스펙터클 어드벤처가 지금 눈앞에 펼쳐진다. 실감 나는 CG 그래픽 기술로 구현돼 마치 직접 공룡의 세계로 탐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70분. 전체관람가

2019-08-14 11:54:28

영화 '나랏말싸미'

[김중기의 필름통] 여름극장 한국영화 성적표

'나랏말싸미', '엑시트', '사자', '봉오동 전투'올 여름 극장가 흥행전(戰)에 출전한 한국영화들이다. '엑시트'는 활짝 웃었고, '봉오동 전투'는 씁쓸한 웃음을, '사자'는 눈물을, 그리고 '나랏말싸미'는 피눈물을 흘렸다. 뚜껑을 열기 전 흥행을 점치는 것은 의미 없는 일. 웃었다 울고, 울다가 웃는 것이 흥행판의 생리다. 올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표를 살펴보자. ◆피눈물은 나의 것 '나랏말싸미'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둘러싼 흥미로운 비사를 송강호와 박해일이 연기한다는 점에서 개봉 전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기생충'으로 다시 극장가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영화 흥행제조기 송강호. 그가 세종대왕 역을 맡았으니 흥행은 '떼어 놓은 당상'. 거기에 한국인이 자랑스러워하는 한글이 아닌가.그러나 뚜껑을 열자 관심은 급 실망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한글을 세종대왕이 친제한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어느 스님(신미)이 만들었고, 세종은 들러리였다는 설정인 것이다. '가설을 극화했다'는 자막을 넣었지만, 역사극의 허용 범위를 넘어선 역사 왜곡이라며 관객이 외면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감독(조현철)이 확신하는 듯한 보도가 나오면서 관객의 분노가 더 커졌다. 보도에 따르면 감독은 "신미 스님의 한글창제를 확신할 수 있었다"고 했고,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지만 나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이라고 말했다.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실망도 더 컸다. 순제작비는 95억 원에 홍보를 포함하면 총 제작비가 130억 원에 달했다. 손익 분기점은 약 350만 명. 그러나 94만 명으로 마감하고 말았다. ◆어라! 재미있네 '엑시트'한국 재난영화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다. '7광구''타워'처럼 할리우드의 아류작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 규모와 형식 등이 모두 미국식. 그래서 '엑시트'(감독 이상근)도 그럴 것이란 것이 선입견이 압도적이었다. 주연도 아직 파괴력이 약한 조정석과 소녀시대의 윤아. 그리고 감독도 장편영화를 처음 찍은 데뷔작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한국식 설정과 재미가 가득한, 영리하면서도 잘 만든 영화라는 평이 압도적이었다. 감독은 재난영화면서 밝은 톤으로 유지하며 조연들(고두심 박인환 김지영)을 통해 재난을 한국형, 생활형 웃음으로 버무렸다.개봉 14일 만에 관객 619만 명을 동원하며 올 여름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제작비는 130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350만 명. 개봉 1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개봉 2주를 넘겼지만 뒤늦게 개봉한 '봉오동 전투'와 극소한 차이로 1,2위를 달리고 있다. ◆존재감 없는 '사자''사자'(감독 김주환)는 '엑시트'와 같이 7월 31일 개봉된 여름용 영화다. 어느 날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처가 생긴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마사제 안 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강력한 악에 맞선다는 이야기다.'사자'는 롯데엔터테인먼트가 147억 원을 투입한 작품이다.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개봉 첫날 '엑시트' 보다 많은 스크린을 배정받았다. 롯데시네마는 '엑시트'보다 115개 많은 521개의 스크린을 '사자'에게 몰아줬다. 개봉 첫 날 3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청신호를 기대했지만, '엑시트'에게 1위 자리를 물려주고 뒤로 나 앉았다. '사자'는 개봉 2주를 넘긴 14일 현재 156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물들어올 때 배 타자 '봉오동 전투''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는 흥행판으로 보면 '천운'(?)을 탔다. 현재의 반일 감정을 전혀 예상치 못한 가운데 제작된 영화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일각에서는 첨예한 한일 관계에 반일 감정도 최고조에 달해 천 만 관객을 넘길 것이라 예상까지 나왔다. 그러나 개봉하자 의외로 1주일 전 개봉한 '엑시트'에 밀리는 상황까지 연출되면서 주춤했다.주제도 좋고, 배우들도 호연했지만 '엑시트'에 비해 완성도가 낮고, 스토리가 신선하지 못하다는 관객의 반응 때문이다. 그러나 항일영화로 일본군의 잔학성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꾸준히 관객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총 제작비는 150억 원. 손익 분기점은 450만 명이다. 지난 14일 현재 관객은 245만 명. 손익 분기점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이지만, 기가 막힌 타이밍이란 호조건을 감안하면 성에 차지 않은 성적일 것이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8-14 11:54:09

영화 '봉오동 전투'

[김중기의 필름통] 봉오동 전투 리뷰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의 개봉 시점은 참으로 절묘하다.지난해 촬영에 들어가 올 초에 모두 끝났으니 현재의 한일 갈등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다.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이 초유의 경제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개봉했으니 흥행판으로 보면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과연 99년 전 그날 승리의 감격을 지금의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로 전해줄 수 있을까?봉오동 전투는 3.1 만세운동이 일어난 이듬해인 1920년 6월에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이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승리한 전투다. 만주 봉오동에서 일본군 150여명을 사살한 최초의 독립군 승리 전투다.영화는 일본군을 천혜의 함정인 봉오동으로 끌어오기 위한 주인공들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독립군이 일본 초소를 습격하며 승기를 잡자 일본은 신식 무기로 무장한 월강추격대를 편성해서 독립군 토벌작전을 시작한다. 항일 대도를 휘두르는 해철(유해진)과 젊은 독립군 분대장 장하(류준열), 해철의 오른팔인 저격수 병구(조우진)는 종횡무진 활약하며 일본군을 죽음의 골짜기로 유인한다.'봉오동 전투'는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만주에서 싸운 독립군의 전투를 리얼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전투 장면은 총알이 스치듯 실감나고, 일본군의 만행도 치를 떨게 한다. 특히 벌판과 능선, 계곡과 숲 사이를 뛰어다니며 총을 쏘는 장면 등은 스피드가 넘친다.제작진은 실제 봉오동에서 촬영하려고 했지만 외교 문제로 실패했다고 한다. 봉오동과 비슷한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로케이션에만 15개월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그래서 어떤 영화에도 볼 수 없었던 웅장하고 멋진 배경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봉오동 전투'는 아쉬움이 많은 영화다.스토리의 강약 조절에 실패했다. 마지막 결전을 위해 필요한 긴장감을 초반에 다 허비하고, 작은 추격전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긴장감이 응축될 여유를 주지 않은 것이다. 전투 게임처럼 레벨만 반복되니 관객들이 쉽게 지쳐버린다.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끌어가는 배려보다는 장면 장면마다 관객에게 영합하는 데 급급한 인상이다.또 하나는 두서없는 캐릭터다. 영화는 해철과 병구, 그리고 장하를 중심으로 끌어간다. 그런데 캐릭터들이 접착제 없이 제각각 튀어간다. 해철은 "나라 잃은 설움은"이라면서 연설조의 대사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장하는 혼자 전력 질주하고, 둘 사이에서 유머로 기름칠을 할 병구는 비중이 낮다.여성 독립군 자현은 구색 갖추기처럼 존재감이 없고, 일본군 소년병은 뜬금없다. 소년병은 "일본군이 더 미개하다"며 할복까지 시도하는데 일본군의 잔학한 살상을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수준으로 보여주고, 거기에 그런 메시지를 캐릭터를 통해 또다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과잉이다.'봉오동 전투'의 가장 큰 아쉬움은 지나치게 감성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어제 농사를 짓다가 오늘 총을 잡으면 바로 독립군"이라며 민초들의 저항의식을 일일이 대사로 '중계'(?)하다시피 한다. 잔혹한 일본군과 달리 탄 감자 한 알도 나눠 먹는 독립군의 선한 묘사 등은 너무나 작위적이다. 70,80년대 횡행했던 국책 반공영화를 보는 듯하다. 누나와 누이를 등장시킨 신파성, 팔도에서 올라온 민초들의 사투리 유머 등은 기시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관객의 감성을 자아내기 위해 지나치게 잔혹하게 묘사한 것도 아쉽다. 일본군이 마을을 습격해 살육하는 장면이나 일본군 장교를 해철이 칼로 여러 차례 내리치는 장면 등은 '15세 관람가'의 수준을 넘어 보인다. 134분이라는 러닝타임 또한 과하다.'봉오동 전투'는 '명량'(2014), '암살'(2015), '밀정'(2016), '군함도'(2017) 등 이른바 항일영화의 연장선 속에 있는 영화다. '봉오동 전투'는 아픔의 역사뿐 아니라 승리의 역사를 가슴 벅차게 전하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잘 읽혀진다. 그러한 진정성도 사운드와 특수효과, 카메라 워크, 로케이션 등으로 잘 드러난다. 다만 드라마가 세련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8-07 13:35:14

영화 '브링 더 소울:더 무비'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앵그리 버드2:독수리 왕국의 침공감독:서럽 밴 오먼출연:제이슨 서디키스, 조시 게드 2016년 전 세계 52개국 박스오피스 1위 흥행 기록을 세운 '앵그리버드 더 무비'의 속편이다.버드랜드의 악동 히어로 레드와 친구들이 어제의 적이었던 피그들과 함께 이글랜드의 공격에 맞서 아슬아슬한 팀플레이를 펼치는 코믹 어드벤처다. 갑작스런 이글랜드의 아이스볼 공격으로 위기감을 느낀 버드랜드의 레드와 피그랜드의 레너드는 전편에서 모험을 함께했던 척과 밤, 마이티 이글을 비롯해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실버와 레너드의 충직한 조수 코트니까지 최강의 드림팀을 모아 이글랜드를 향한 반격에 나선다. 전편보다 스케일이 커졌고, 다채로운 캐릭터와 서로 적이었던 버드와 피그가 한 팀이 되어 새로운 적을 물리친다는 유쾌하고 코믹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96분. 전체 관람가 ◆김복동감독:송원근출연:김복동, 한지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 1992년부터 지난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간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1992년 김복동 할머니는 자신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신고한다. 그는 짓이겨진 자신의 인생을 사과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민간업자에 의한 범죄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2011년 일본 대사관 앞 1천번의 수요시위를 기념하는 소녀상이 세워진다. 김복동은 남은 생을 바친다는 마음으로 서울로 향한다. 그는 돌아오겠다는 약속도 없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위한 마지막 싸움에 나선다. 송원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한지민이 내레이션으로, 힙합 아티스트 윤미래가 영화 주제곡 '꽃'을 부르며 참여했다. 101분. 12세 이상 관람가 ◆브링 더 소울:더 무비감독:박준수출연:RM, 진, 슈가, 뷔, 지민 2018년 방탄소년단 월드 투어 'LOVE YOURSELF' 당시 서울을 시작으로 북미와 유럽에 이르는 기나긴 대장정을 마친 방탄소년단의 모습과 후일담을 담아낸 영화다. 서울을 시작으로 북미와 유럽까지 투어를 마친 방탄소년단. 전 세계 팬들과 함께 호흡하고 열광했던 유럽에서의 콘서트가 파리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그리고 모든 긴장이 풀어진 다음날, 파리의 작은 루프탑 테이블에서 멤버와 팬들에게 하지 못했던 그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뒤풀이가 시작된다. 방탄소년단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한 테이블에 둘러 앉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오직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쿠키 영상이 포함돼 더욱 기대감을 높일 전망이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 110개 국가 및 지역에서 동시 개봉했다. 103분. 전체 관람가

2019-08-07 13:34:59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사자감독:김주환출연:박서준, 안성기, 우도환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대한 불신만 남은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손바닥에 생긴 것을 발견하고, 도움을 줄 누군가가 있다는 장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자신의 상처 난 손에 특별한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를 통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악의 존재를 알게 되고, 강력한 배후이자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을 찾아 나선 '안신부'와 함께 하게 된다. 올해로 데뷔 62주년을 맞은 국민배우 안성기씨가 악을 쫓는 구마 사제로 출연한다. 대구 복현 성당 등에서 3개월여의 제작 기간으로 완성된 지신의 공간인 바빌론과 지하 제단 등 세트 제작에 공을 들였다. 초반 격투기 시합도 미국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129분. 15세 이상 관람가 ◆데드 돈 다이감독:짐 자무쉬출연:빌 머레이, 아담 드라이버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이다. 미국 독립영화의 자존심 짐 자무쉬 감독의 좀비 영화다. 미국의 한 작은 마을. 경찰 클리프(빌 머리), 로니(애덤 드라이버)는 늦은 시간이 됐는데도 해가 지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다음날. 커다란 달이 뜨고 무덤에서 죽은 자들이 깨어난다. 이들은 와이파이, 커피, 시리 등 자신이 살아있을 때 집착한 것들을 찾아 마을을 누비며 사람들을 공격한다. 장의사 젤다(틸다 스윈턴)까지 가세해 이 기이한 좀비를 무찌르며 마을을 지키려 한다. 감독은 1968년 로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좀비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현대인을 비유하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에 대한 비판 등을 가미한 블랙코미디다. 104분. 15세 이상 관람가 ◆누구나 아는 비밀(2018)감독:아쉬가르 파라디출연: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를 통해 이란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신작이다. 결혼 후 오랫동안 마을을 떠났던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는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딸과 함께 고향을 찾는다. 라우라는 그곳에서 옛 친구 파코(하비에르 바르뎀)와 재회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왠지 어색함이 감돈다. 결혼식 밤 라우라의 딸이 납치를 당한다. 납치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파코와 라우라, 그리고 가족들과 얽힌 과거가 조금씩 드러난다. 감독은 15년 전 스페인 남부의 한 마을에서 실종 아동을 찾는 전단지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무심코 저지른 일이 엄청난 결과로 치닫는 이야기가 스페인 작은 마을을 무대로 펼쳐진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향한 의심과 도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33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9-07-31 14:22:32

영화 '엑시트'

[김중기의 필름통] 엑시트 리뷰

'엑시트'(이상근 감독)는 깨알 맛이 나는 한국형 재난영화다.많고 많은 동아리 중에 '쓸 데 없는' 산악동아리를 나온 용남(조정석). 대학 졸업 후 몇 년 째 취업 실패로 눈칫밥만 먹고 있다. 온 가족이 참석하는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대학시절 짝사랑했던 의주(윤아)를 우연히 만난다. 그러나 갑자기 유독가스 테러로 도시는 아비규환이 되고, 용남과 의주는 산악 동아리의 기술들을 동원해 탈출을 감행한다.재난영화는 거대한 재앙에 맞선 나약한 인간의 대결 구도다. 빌딩이 불에 타오르고, 토네이도가 휩쓸고, 쓰나미가 몰려오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애와 가족애를 발휘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언제나 감동을 준다.그러나 최근 재난영화는 재난에 치중했다.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영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의 오만일까. '투모로우' '2012' 등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재난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만들어냈다. '크기가 좌우한다'(Size does matter!)는 홍보문구처럼 사이즈만 크면 다 스펙터클할 줄 알았다.그러나 놓친 것이 있으니 바로 재난영화의 생명인 긴장감이다. 과도한 컴퓨터그래픽이 오히려 재앙이었던 것이다.'엑시트'는 유독가스가 도시에 퍼져 시시각각 올라오는 가운데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남녀를 그린 영화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재난이 거대하지는 않다. 그러나 건물 위로 올라갈수록 스멀스멀 따라 올라오니 탈출이 끝이 없다.재난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설정들이 있다. 무능한 정부의 대응과 책임자에 대한 비난 등이다. 그러나 '엑시트'는 거기에 신경 쓸 겨를 없이 오로지 탈출에만 매진한다. 그것도 만년 취업재수생으로 집안의 수치(?)였던 막내아들이, '쓸 데 없던' 산악 동아리의 기술로, 짝사랑했지만 쓰라린 버림을 준 그녀와 함께 하니 말이다.'엑시트'가 철저히 한국형, 생활형에 집중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다. 용남은 '쓸 데 없어' 보이는 캐릭터다. 하루 종일 놀이터 철봉대를 잡고 있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놀림감이 된다. 조카도 삼촌을 창피해 한다. 어머니 칠순잔치에서도 아들은 이 집안에서 결코 자랑스럽지 않다.의주 또한 매니저에게 추행을 당하면서 항변하지도 못하는 사회 초년생이다. 절망의 순간에는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는 아직 연약한 인물이다. 이들이 선한 마음으로 위태로운 순간에 서로를 도우며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관객에게 고소한 카타르시스를 준다.쓰레기 종량제 봉투로 온 몸을 감싸고, 아령을 던져 탈출을 시도하고, 노래방 기계로 도움을 청하는 생활형 설정들도 재미를 준다. 고무장갑과 포장용 테이프, 어디에나 있는 상패 등 흔한 생활 용품들이 탈출 도구로 쓰이면서 한국형 코믹의 재치를 더한다. 또 전문 장비가 아니다보니 용남이 로프를 벗어던지고 위태롭게 건물 외벽을 타는 장면 등은 짜릿한 긴장감을 던져 준다.재난영화이면서 밝은 색감을 유지하는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다. 어머니한테 리모컨을 빼앗긴 드라마 애청자인 아버지(박인환), 못난 아들이지만 생명보다 더 아끼는 어머니(고두심), 야단을 치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돈을 주는 누나(김지영), 장모님 사랑에 빠진 사위(정민성) 등 가족들의 묘사는 관객의 공감을 100% 끌어낸다. 고두심, 박인환, 김지영, 황효은, 이봉련 등의 출연 그 자체로 이미 '엑시트'의 캐릭터 설정은 끝났다.조정석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인 임윤아의 사랑스러운 연기도 잘 어울린다. 으레 로맨스로 치달을 수도 있지만 거리를 유지한 것도 적절하다.그러나 둘이 오열하는 장면에서 대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던 것은 아쉽다. 최근에 본 한국영화에서 공통적인 아쉬움이다. 한국영화를 보면서 자막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103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7-31 14:22:11

영화 '레드슈즈'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롱샷감독:조나단 레빈출연:샤를리즈 테론, 세스 로건 지금은 백수인 전직 기자 프레드(세스 로건)는 20년 만에 첫사랑 베이비시터 샬롯(샤를리즈 테론)을 만난다. 그녀는 지금 최연소 미국 국무장관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명이 되어 있다. 인생의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두 사람. 샬롯은 대선 후보로 출마하면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선거 연설물 작가로 프레드를 고용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프레드 때문에 선거 캠페인은 연일 비상인 가운데, 뜻밖에 둘은 로맨스로 튀어버리는데... . 첫사랑 을 20년 만에 만난 실직 기자가 대선 후보가 된 그녀의 연설문 작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 영화. 캐릭터들의 위트와 개그가 넘치는 코믹 영화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샤롤리즈 테론이 코미디 영화로 새로운 신선미를 보여준다.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돈 워리감독:구스 반 산트출연:호아킨 피닉스, 조나 힐 부모에게 버림받고 열세 살부터 술을 마신 알코올중독자 존(호아킨 피닉스)은 차 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삶은 살면 살수록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알코올중독자 모임에 나간다. 그곳에서 돈 많은 후견인 도니(조나 힐)의 피글렛이 된다. 한때 중독자였던 도니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중독자들을 모아 그룹 상담을 진행하는데 그들을 피글렛이라 부른다. 도니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다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하지만 삶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전신마비 카투니스트 존 캘러핸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불행한 한 남자를 통해 우리 삶을 반추하게 만든다. '굿 윌 헌팅'의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 2014년 사망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와 20년 전 논의했던 프로젝트라고 한다.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레드 슈즈감독:홍성호목소리 출연:클레이 모레츠, 샘 클래플린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동화의 섬. 사라진 아빠를 찾던 화이트 왕국의 공주는 우연히 마법구두를 신고 이전과 완벽하게 다른 '레드슈즈'로 거듭난다. '백설공주' '빨간 구두' 등 다양한 동화에서 캐릭터와 설정을 빌려와 과감히 비튼 애니메이션이다. 백설공주는 전형적 미인과는 거리가 먼 통통한 체격이고, 잘생긴 일곱 왕자는 저주를 받아 초록빛의 난쟁이로 변했다. 예쁜 공주와 잘생긴 왕자를 둘러싼 동화 속 편견을 비꼬기 위해 일부러 동화를 끌어들인 것이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면서 내면의 아름다움이 소중하다고 역설한다. 2010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대상을 수상한 시나리오에 클로이 모레츠 등 할리우드 배우와 디즈니 수석 애니메이터 출신인 김상진 감독까지 참여하며 전 세계 시장을 노리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92분. 전체 관람가

2019-07-24 13:41:18

영화 '나랏말싸미'

[김중기의 필름통] 나랏말싸미 리뷰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의 다른 창제설을 픽션으로 그린 영화다.한글은 세종이 지었다. 그런데 설마 왕이 혼자서 그런 대업을 했을까. 그래서 세종이 자신의 곤룡포를 잠자는 학자에게 덮여주며 만들었다는 집현전 학자와 공동 창제설이 대세로 받아들여졌다.그러나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현철)는 인도의 고전어인 산스크리트어에 능동한 조선의 스님이 만들었다는 가설을 더해 한글 창제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세종(송강호)은 어려운 한자와 달리 백성들이 쉽게 쓰고 읽을 수 있는 문자를 만드는데 골몰한다. 그러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다. 이를 지켜보던 소헌왕후(전미선)는 노승을 통해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을 지키던 신미 스님(박해일)을 초청한다.조선은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탄압하던 시대였다. 당시 조선에 하나 밖에 없던 팔만대장경을 달라고 조르던 일본 승려들을 단번에 제압한 신미는 세종의 눈에 띄어 한글 창제에 함께 참여한다.오랜 지병으로 허약해진 세종은 신미에게 창제의 일을 맡기고, 뒤늦게 이 사실을 눈치 챈 사대부들의 견제로 인해 상황은 점점 어려워만 진다.영화는 전혀 새로운 소리 문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점과 선, 그리고 모든 발음의 으뜸인 'ㅇ'까지 자음과 모음 한글 28자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소상하게 그려진다. 손가락을 넣어 구강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획을 하나 더해 된소리를 나타내는 아이디어를 거문고 연주에서 얻기도 한다.영화는 세종과 신미, 소헌왕후 3인의 캐릭터가 끌어간다. 세종과 신미의 신분적 격차를 소헌왕후가 절충하고 북돋우면서 훈민정음 창제로 끌어나간다. 간간이 보이는 유머도 적절하고, 3인의 연기를 맡은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의 조화도 잘 맞다.한글은 그 당시로 상상하면 획기적인 하이 테크놀로지다. 1차원적인 상형문자를 넘어 소리 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는 초고난이도의 신기술이었다. 그것이 오로지 백성을 위한 왕의 마음에서 나온 것에서 한글은 더욱 위대한 것이다. 당시 사대주의에 빠져 일신만 편하면 된다는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말이다.그 과정만큼 이 영화가 나오는데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소헌왕후역을 맡은 배우 전미선의 사망이다. 영화 개봉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지만, 유족의 도움으로 제때 개봉을 하게 됐다. 그리고 또 하나는 소송이다. 책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을 출간한 출판사가 원작자의 동의 없이 영화를 제작했다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결국 개봉 전날인 지난 23일 재판부가 신청을 기각해 스크린에 걸릴 수 있었다.가장 큰 것은 역사 왜곡 논란이다. 입증되지 않은 가설을 마치 실화인 것처럼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글이 티벳어, 산스크리트어로부터 시작됐다는 설정 또한 비난을 받았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한글의 또 다른 창제설을 재구성한 것이라는 자막을 넣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당시 가장 고귀한 신분인 왕과 '미천한'(영화 대사) 승려가 만나 온갖 반대와 난관을 물리치고 문자를 창제한다는 이야기는 일견 드라마틱해 보인다. 모든 역사극은 일부의 픽션은 불가피하다. 설정 또한 타당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가능한 일이다.그러나 이 영화의 설정은 한글 창제의 주체가 세종이 아닌 신미라는 스님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심각한 오류일 수 있다. 역사극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는 설정이다. 링컨대통령이 좀비 사냥꾼이라는 설정(영화 '링컨:뱀파이어 헌터')과는 다른 이유다.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감독은 "신미 스님의 한글창제를 확신할 수 있었다"고 했고,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지만 나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이라고 말했다.이러한 설정에 대한 부담만 가지지 않는다면, 영화는 피나는 한글 창제의 노력과 세종의 위민을 위한 진정성이 잘 드러난 영화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7-24 13:40:52

영화 '나이트메어 시네마'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사일런스감독:존 R. 레오네티출연:스탠리 투치, 키어넌 시프카 소리를 내면 죽는다. 갑자기 나타난 존재에 의해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소리 내는 모든 사람들은 공격을 당한다. 청력을 잃은 소녀와 가족만이 소리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그들만의 방법으로 살아남아 마지막 사투를 벌인다. 300미터 지하 동굴 속에서 진화를 거듭한 괴물 박쥐가 세상에 나와 소리를 내는 인류를 공격하는 공포영화다. 2014년 개봉한 '애나벨'을 연출한 존 R. 레오네티 감독의 작품이다. 보면 괴물에 당하는 '버드 박스', 소리를 내면 죽은 '콰이어트 플레이스'와 함께 또 한 편의 오감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브람 스토커 문학상을 수상한 팀 레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90분. 15세 이상 관람가 ◆나이트메어 시네마감독:조 단테 외 4인출연:미키 루크, 엘리자베스 리저 늦은 밤. 버려진 극장으로 홀린 듯 들어간 다섯 명의 낯선 이들은 그림자들 속에 숨어 있는 의문의 영사기사가 틀어주는 가장 어두운 공포 이야기와 마주한다. 다섯 명의 공포영화 감독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옵니버스 공포영화. 각각의 다른 이야기로 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공포를 선물한다. '그렘린'의 조 단테감독은 성형수술과 관련한 심리적 공포를 보여준다. '쇼킹 오브 데스'의 알레한드로 브루게스, '마스터즈 오브 호러'의 믹 개리스, '헬게이트'의 기타무라 류헤이, '이클립스의 데이비드 슬레이드까지 내로라하는 5명의 감독이 연출했다. 악몽을 소재로 하지만 기존의 '나이트메어' 시리즈와는 관련이 없다. 미키 루크가 스크린에 갇혀 있던 악몽을 깨우는 정체불명의 영사기사로 나온다. 119분. 청소년관람불가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감독:질 를르슈출연:마티유 아말릭, 기욤 까네 2년차 중년 백수 베르트랑은 딸과 함게 수영장에 갔다가 초보자도 환영한다는 남성수중발레 단원모집 글을 본다. 수중발레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는 간단한 면접을 보고 수중발레단이 된다. 단원으로 모인 남자는 모두 7명. 파산 직전의 사장님, 히트곡이 전무한 로커 등 가정과 직장에서 낙오된 중년 남성들이다. 그들이 금메달을 꿈꾸며 마지막 도전을 시작한다. 중년의 남자들이 수중발레 수영대회에 도전하는 프랑스 코미디 영화. 그 과정에서 가족을 향한 사랑과 중년의 위기를 돌파하는 방식을 발견해간다. 배우로도 잘 알려진 질 를르슈의 연출작. 프랑스 국민배우 마티유 아말릭을 비롯한 프랑스 대표 남자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워터 보이즈'의 프랑스 중년버전.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9-07-17 12:56:27

영화 '라이온 킹'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라이온 킹'

'라이온 킹'이 실사영화로 돌아왔다. 정확히 얘기하면 CG실사영화다.컴퓨터 그래픽으로 섬세하게 그려내 실사처럼 구현해낸 버전이다. 1994년 '라이온킹'에서 컴퓨터 기술이 들어간 누떼의 장관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25년이란 세월에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사바나 초원의 수많은 동물과 풀과 나무를 압도적인 비주얼로 그려냈다.영화 시작을 알리는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는 단숨에 관객을 아프리카 한가운데로 초대하며 새로운 신기술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줄거리는 원작을 그대로 따른다. 정글의 사자왕 무파사의 아들 심바는 아버지를 통해 자연의 법칙을 배우며 다음 왕이 되는 수업을 받는다. 그러나 삼촌 스카의 계략으로 아버지는 죽고 자신은 쫓겨나 티몬과 품바와 함께 세월을 보낸다. 어느 날 어린 시절 친구였던 암사자 날라를 만나면서 고향으로 돌아와 스카와 하이에나를 물리치고 다시 왕이 된다.이 이야기는 세익스피어의 '햄릿'과 성경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래서 이 자체로 장엄하고, 드라마틱하며 완벽한 스토리다. 디즈니는 작정하고 스토리 대신 신기술의 복제품에 매진했다. 줄거리 뿐 아니라 장면의 각도와 시퀀스까지 그대로 옮겼다. 그래서 초기 애니메이터들이 고민하고 애쓴 창조적인 작업에 대한 부담은 줄였다. 연출을 맡은 존 파브로 감독도 "월트 디즈니처럼 나에게도 스토리가 우선이다. 새로운 스토리는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대신 실사와 같은 비주얼에 사활을 걸었다. 디즈니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들여 동물들의 털 한 올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바람이 불거나 움직일 때 근육과 털의 강도와 질감까지 느껴질 정도다.그러나 털만 2시간이나 보면 감탄할 수는 없는 일. '라이온 킹'은 비주얼은 압도적이지만 애니메이션이 주는 상상과 환상의 세계가 사라져버렸다.'라이온 킹'은 앞서 실사화를 진행한 '미녀와 야수' '알라딘'과 차이가 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 주인공이고, 동물을 그래픽으로 그려 애니메이션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의 특성이 강하다. 실사처럼 감정과 표정을 살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5분 정도 그래픽 기술을 감탄하고 나면 무파사와 심바의 표정으로 눈이 옮아간다. 그런데 2D 애니메이션과 같은 생동감이 없다. 대사도 립싱크하는 가수 같다.'라이온 킹'은 캐릭터가 재기발랄하고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홍맷돼지 품바와 미어캣 티몬의 표정은 익살맞으며 경쾌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실사화한 결과 그 매력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스카의 번득이면서 사악한 표정이 이번에는 살아나지 않는다. 극사실적인 비주얼에 고집하다 보니 '준비해'(Be Prepared)를 부르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사라졌다.원작과 또 다른 점은 러닝타임이 20여 분 길어진 것. 스토리가 좀 더 치밀해졌다. 시퀀스 사이가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 갑자기 심바 앞에 날라가 나타났다면, 이번 버전에서는 날라가 스카가 장악한 프라이드랜드를 탈출하는 장면이 들어가 있다. 또 심바가 떠난 후 스카와 심바 어머니 사라비와 갈등도 첨가됐다.이외 원작의 누떼를 물소떼로 바꾸었다. 이는 물소와 사자와의 실제 정글의 앙숙관계를 적용한 것이다.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등 익숙한 명곡들을 배우 도날드 글로브와 비욘세 등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이번에도 음악은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와 엘튼 존이 참가했다.원작의 목소리 연기자는 대부분 새로운 인물로 바뀌었다. 특히 원작에서 스카를 목소리 연기한 제레미 아이언스의 부재가 큰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무파사 역의 배우 제임스 얼 존스의 울림통이 큰 목소리는 이번 버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원작의 체통을 지킨다.'라이온 킹'을 위한 디즈니의 야심에 찬 시도는 3분의 1 정도 성공했다. 영화는 영상의 예술이지만, 비주얼로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7-17 12:55:58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김중기의 필름통] 집에서 보는 수작 영화

극장가가 참을 수 없는 오락영화의 가벼움으로 가득 찼다.수작 영화들은 킬링타임용 영화들에 밀려 찾아보기 어렵고, 찾더라도 며칠 만에 간판을 내리는 바람에 늘 허탕을 친다. 세대를 넘어 사랑받던 영화관이 이제 롤러코스트 오락영화의 전유물이 됐다.그러나 영화관을 찾지 않더라도 놓친 수작 영화들을 즐길 수 있는 길은 있다. 포털 사이트의 영화서비스를 통하면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고화질의 영화를 몇 천원으로 구입해서 몇 번이고 볼 수 있는 서비스다.올해 상반기에 개봉된 수작 영화들을 몇 편 소개한다.(구입가격은 2019년 7월 10일 기준)'그린북'(2018)은 올해 1월 국내 개봉해 2월에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인종차별이 심하던 1962년. 입담과 덩치로 먹고 사는 이탈리아 이민 남자가 교양과 우아함을 갖춘 흑인 피아니스트의 미국 남부 투어에 로드 매니저로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다. 흑인 인종차별을 뛰어넘은 감동적인 우정을 그린 영화로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음악과 유머 등이 어우러져 감동과 함께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2천500원.'미스터 스마일'(2018)은 올해 83세인 로버트 레드포드의 아름다운 미소와 그윽한 눈빛을 볼 수 있는 영화다.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마지막으로 출연한 작품으로 품위 있게 은행을 터는 늙은 강도역을 맡았다.평생 16번을 탈옥하고, 은행에서도 총 한방 쏘지 않고, 다치는 사람 하나 없이 돈을 강탈해간 은행털이 신사 포레스트 터커의 실화를 그렸다. 불행하고, 불우한 삶이지만 늘 미소를 잃지 않는 그를 통해 세상사는 여유를 찾아볼 수 있게 하는 영화다. 1천300원.'더 와이프'(2017)는 2월 27일 국내 개봉했다. 명배우 글렌 클로즈가 올해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던 여대생 조안은 교수였던 조셉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글쓰기를 포기하고 남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세월이 흘러 남편은 최고의 작가가 된다.1992년 남편은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인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그러나 둘만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2003년 출간된 메그 울리처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그늘을 선택한 한 여성의 슬픈 삶이 가슴을 짓누르는 영화다. 2천500원.'라스트 미션'(2018)은 클린트 이스트우드(90)가 마약 배달원으로 나오는 영화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서 마약을 배달했던 87세의 레오 샤프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가족을 내팽개치고 원예사로 성공하지만 결국은 파산하고 갈 곳마저 없어진 얼 스톤. 우연하게 배달 일을 맡는데 알고 보니 마약이다. 범죄지만 가족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돈이 절실했던 그는 그 미션을 계속한다. 뒤늦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한 남자의 회한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시니컬한 표정에서 잘 묻어난다. 5천원.'러브리스'(2017)는 2017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4월에 개봉했다. '리턴'(2003)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리바이어던'(2014)으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러시아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신작이다.13살 아들이 실종된 후 사랑이 사라진 차갑고 냉혹한 부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황량하게 내리는 눈, 앙상한 나뭇가지, 스산한 바람. 그 어떤 따스함도 없는 서늘한 현실을 무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4천500원.'나의 작은 시인에게'(2018)는 이스라엘 나다브 라피드 감독의 '시인 요아브'(2014)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영화다. 시인이 되고 싶은 유치원 교사가 5살의 천재 시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욕망과 시기, 집착을 그린 영화다. 아이의 천재성을 살리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묘사하고 있다. 안타까움과 함께 연민도 느껴지는 영화로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4천500원.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07-10 13:06:06

영화 '기방도령'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기방도령감독:남대중출연:준호, 정소민, 최귀화기생의 아들로 태어나, 기방에서 자란 꽃도령 허색(준호). 기방 연풍각이 폐업 위기에 처하자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되기로 결심한다. '기방결의'(?)로 맺어진 괴짜 도인 육갑(최귀화)과 함께 기획부터 홍보까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여심을 자극한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조선 사대부 여인들의 마음까지 두근거리게 한다. 그러나 승승장구도 잠시. 예기치 못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허색의 사업은 삐거덕거리기 시작하는데... . 정절을 지키며 가문을 위해 열녀문을 세우는 것이 가장 큰 영광이었던 조선시대 여인. 그들에게 허색은 노래와 춤, 그림과 시까지 통달한 예인으로 그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남자 기생이라는 기발한 소재로 조선시대의 부조리한 관념들을 유쾌하게 풍자하겠다며 달려든 코미디영화다. 평단의 혹평을 받고 있지만, 심판은 관객의 몫이다.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 ◆난폭한 기록감독:하원준출연:정두홍, 류덕환, 서은아특종 냄새는 귀신같이 맡는 집념의 프리랜서 VJ 국현(류덕환)은 자극적인 취재거리를 찾던 중 머리에 칼날이 박힌 채 살아가는 전직형사 기만(정두홍)의 이야기가 대박 아이템임을 직감한다. 폐인 같은 삶을 살고 있던 기만은 국현의 집요한 설득 끝에 동료형사를 죽이고 자신에게 칼날을 박아놓은 마약조직보스 정태화(정의갑)에 대한 복수를 기록한다는 조건하에 동행취재를 허락한다. 2014년 8월에 촬영이 시작됐으니 5년 만에 완성돼 관객에게 공개된 저예산 액션영화다. 그동안 주연배우 류덕환은 군복무를 마쳤고, 정두홍은 무술감독으로 돌아가 '밀정''군함도' 등 블록버스터 영화의 액션을 담당했다. 정도홍은 2006년 류승완 감독의 '짝패' 이후 13년 만에 주연을 맡았다. 액션에 미친 정두홍의 장인정신과 류덕환의 고군분투기. 90분. 청소년 관람불가 ◆미드소마감독:아리 에스터출연: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큰 상실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대니(플로렌스 퓨)는 정신안정제에 의지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잭 레이너)은 스웨덴 교환학생 펠레와 스웨덴 시골 마을 호르가에서 열리는 축제 미드소마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한다. 도착한 마을은 백야가 한창이다. 하얀 옷을 입고 맞아주는 마을 사람들과 그 뒤로 펼쳐진 꽃밭은 대니의 아픔을 잊게 치유해줄 것으로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축제가 진행될수록 일행은 기이한 경험을 하고 점점 공포에 빠져들게 된다. 감독 아리 애스터(32)는 하지 축제라는 종말론적 모험을 하게 된 등장인물들이 신화와 역사적 전통이 가득한 이질적인 세계관을 통해 공포를 느끼게 한다. 갖가지 상징과 낯선 의식들이 목가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는 독특한 오컬트 무비다. 147분. 청소년 관람불가

2019-07-10 13: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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