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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스틸컷

[필름통] 봉준호 감독 '기생충', 아카데미 고지 오를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101년간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고지를 하나하나 오르고 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골든 글러브 외국어영화상까지 모두 한국영화 '최초'로 수상했다.'최초'라는 수식어는 항상 동시대를 뛰어넘는 열정과 재능을 뜻하기도 한다. 이제 또 하나의 큰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아카데미상이다. 북미 영어권을 위한 영화제이지만, 그 영향력이나 관심도는 세계적이다. 단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못한 이 영화제에 올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기생충'은 가히 최고의 다크호스로 등극했다.◆작품상…9편이 경합모두 9편이 작품상 후보로 선정됐다. 2009년 이전에는 매년 5편을 후보작으로 선정했었던 것이 그 후 8편, 9편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포드 vs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기생충'과 경합한다. 이중 가장 강력한 후보가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다.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전쟁터 한복판을 달려가는 두 영국 병사가 하루 동안 겪는 사투를 그린 영화이다. 앞서 '1917'은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드라마 부문),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아카데미 작품상은 '가장 뛰어난 영화보다 미국적인 영화를 선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수적인 편이다. 지난해에도 멕시코 영화 '로마' 대신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흑백인종 갈등 영화 '그린북'을 선정했다. 그래서 비영어권 영화가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상이다. 지난해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감독상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는다면 비영어권이면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한 최초의 영화가 된다.◆감독상…5명 거장들의 치열한 접전'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콜세지와 '조커'의 토드 필립스, '1917'의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맞붙었다. 가장 미국적인 영화 '아이리시맨'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버티고 있다. '아이리시맨'은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등 명배우가 출연한 범죄 영화로 미국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인 노동 운동가 지미 호파의 실종 사건을 그리고 있다. 알 파치노와 조 페시가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마틴 스콜세지는 2007년 '디파티드'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 두 번째 감독상을 거머쥘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작품상과 감독상이 동시에 수상되는 경우가 많아, '아이리시맨'과 '1917'이 유리한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별도로 나뉜다면 봉준호 감독의 수상도 점쳐볼 수 있다.◆각본상…기생충이 다크호스정통 추리영화 '나이브스 아웃'의 라이언 존슨, '결혼 이야기'의 노아 바움백, '1917'의 샘 멘데스외 1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기생충'의 봉준호외 1명 등 5명이 후보다. 각본상은 아카데미 주요상 5개 중 하나다. 주요상은 작품, 감독, 각본, 남녀주연상을 말한다. 다섯 작품이 모두 감독이 각본 후보로 올랐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펄프 픽션'과 '장고:분노의 추적자'로 이미 두 차례 각본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세 번째 각본상을 받을지 관전 포인트지만 계층간의 갈등과 부의 불균형 등을 예리하게 짚어낸 '기생충'과 정통 탐정영화의 향수를 부활시킨 '나이브스 아웃', 이혼을 앞둔 부부의 심리와 상황을 잘 묘사한 '결혼 이야기' 등도 뛰어난 각본으로 평가받고 있어 쿠엔틴 타란티노 수상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국제영화상…기생충이 강력한 후보지난해까지 외국어영화상(Best Foreign Language Film Award)로 불리다 올해 국제영화상(Best International Feature Film Award)로 명칭이 변경됐다. '기생충' 외에 폴란드 '문신을 한 신부님', 마케도니아의 '허니랜드', 프랑스의 '레 미제라블', 스페인의 '페인 앤 글로리'가 후보에 올랐다.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가 경쟁 상대다. 그러나 이제까지 작품상, 감독상과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 중에 반드시 외국어영화상은 수상했고, 또 '기생충'의 호평과 기대를 감안하면 국제영화상 수상은 유력해 보인다.이외 '기생충'은 편집상(양진모), 미술상(이하준 외 1명) 등에도 후보로 올랐다. 미국 평론가들이 특히 높이 평가하는 것이 이 두 부문이다. 정교한 편집으로 등장인물의 특성을 간명하게 표현한 편집과 지상과 반지하, 지하의 공간분할로 힘있는 미장센을 보여준 미술도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고 있어 수상이 기대된다.특히 기대되는 또 한 편의 한국영화가 있다.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 단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담은 29분 단편 다큐멘터리다. 101년간 단 한 차례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한국영화가 올해 '기생충'과 함께 두 편의 후보를 낸 것이다. 내달 10일(한국시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낭보가 기대된다.

2020-01-17 10:54:17

영화 '나쁜 녀석들: 포에버'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나쁜 녀석들: 포에버' '해치지 않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나쁜 녀석들: 포에버감독: 아딜 엘 아르비, 빌랄 팔라출연: 윌 스미스, 마틴 로렌스17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버디 무비. 미국 마이애미의 전설적인 형사인 마이크(윌 스미스 분)와 마커스(마틴 로런스).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열정적인 마이크와 손자가 생기면서 은퇴하고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마커스. 어느 날 마이크가 갑자기 배후를 알 수 없는 거대 조직의 위협을 받고, 마커스는 결국 범인을 쫓는 마이크와 함께하게 된다. 속사포같은 입담이 수십년의 시간이 흘러도 여전하다. 메가 히트를 기록한 전작들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이어간다. 마이애미 도로 한복판에서 쫓고 쫓기는 오토바이 추격전부터 총 한 자루로 헬리콥터를 격추시키는 대규모 전투와 폭파 장면까지 컴퓨터그래픽(CG) 없이 구현했다. 1편과 2편은 마이클 베이 감독이 연출했지만, 3편은 모로코 출신 벨기에 감독이 맡았다. 124분. 청소년관람불가◆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출연: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망하기 직전의 동물원에 새로 부임한 원장과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 손재곤 감독의 신작. 비정규직 인턴 변호사 태수(안재홍)는 뜻밖에 폐업 직전 동물원 동신파크 원장이 된다. 헐값에 사들인 동물원을 석달 안에 살려놓기만 하면 정식변호사로 채용될 절호의 기회. 그러나 이미 돈 될 동물은 모두 팔리고, 우리는 비어있는 상황. 직원이라고는 달랑 4명. 할 수 없이 '동물 없는 동물원에서 동물 탈을 쓰고 동물행세를 한다'는 기발한 상상을 실제로 옮기기에 이른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수의사인 강소라가 사자, 태수가 북금곰을 연기하면서 고군분투한다. 과연 이들의 미션은 성공할 수 있을까. 117분. 12세 이상 관람가◆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감독: 셀린 샴마출연: 아델 아에넬, 노에미 메랑원치 않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귀족 아가씨와 그의 결혼식 초상화 의뢰를 받은 화가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의 기억을 담은 영화다.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직후,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받으면서 화제작으로 떠오른 프랑스 영화다.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는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아델 에넬)의 결혼 초상화 의뢰를 받는다. 엘로이즈 모르게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마리안느는 비밀스럽게 그녀를 관찰하며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의 기류에 휩싸이게 된다.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한다. 셀린 샴마 감독은 '워터 릴리스'부터 '톰보이', '걸후드' 등 동시대 여성의 정체성, 욕망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낸 여성감독이다.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01-17 06:30:00

영화 '닥터 두리틀'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닥터 두리틀' '울지마 톤즈2:슈크란 바바' '타발루가와 얼음공주'

◆닥터 두리틀감독: 스티븐 개건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톰 홀랜드동물과 의사소통이 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미 에디 머피 주연의 '닥터 두리틀'(1998)이 그 코믹함을 선사했다.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해 속편까지 나왔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새 버전의 문을 열었다. 원제가 '두리틀'이지만, '닥터 두리틀'이란 제목을 그대로 달았다. 동물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닥터 두리틀(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세상과 담을 쌓고 동물들과 지낸다. 어느 날, 여왕에게 알 수 없는 불치병이 생기고 왕국마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어진 시간 안에 누구도 가보지 못했던 신비의 섬을 찾아내야만 한다. 두리틀은 고릴라와 오리, 원숭이, 북극곰 등 친구들과 함께 위험천만한 모험을 떠난다. 101분. 전체 관람가◆울지마 톤즈2:슈크란 바바감독: 강성옥출연: 이태석, 이금희'수단의 슈바이처' 고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를 기념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0년 9월 개봉해 화제를 모은 '울지마 톤즈'의 속편. 모든 것을 바쳐 수단 톤즈에 사랑을 전한 이태석 신부의 발자취와 그의 흔적을 되돌아본다. 전편에 미처 담기지 못한 고 이태석 신부의 인터뷰와 마지막 모습을 담았다. 고 김수환 추기경에게 사제품을 받은 젊은 이태석의 모습도 만나 볼 수 있다. 고 이태석 신부는 내전과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수단의 톤즈에 병원을 만들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했다. 또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35인조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희망과 사랑을 나눴지만, 2008년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 중 2010년 1월 14일 48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82분. 전체 관람가◆타발루가와 얼음공주감독: 스벤 운터블트 주니어목소리 출연: 김혜성, 강은애꼬마 드래곤인 독일산 캐릭터 타발루가의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타발루가는 1983년 첫 방영을 시작으로 TV프로그램과 비디오 등을 통해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다. 얼음의 땅 그린란드에 사는 타발루가는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용이다. 진정한 용의 불을 찾기 위해 아이슬랜드로 떠나고, 그곳에서 얼음공주 릴리를 만나면서 친구가 된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타발루가는 악당 악토스가 속임수로 아이슬란드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악토스는 타발루가를 없애고 그린란드까지 차지하려 하나 릴리와 북극곰 림보가 타발루가를 구해낸다. 이에 타발루가와 릴리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지켜내고자 힘을 합친다. 87분. 전체 관람가

2020-01-10 06:30:00

영화 '스타워즈'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최선의 마무리지만 아쉬움도 커

42년의 '스타워즈' 대장정이 끝이 났다.1978년 한일극장에서 광선검이 윙윙 대던 모습에 매료돼 밤잠을 못 이루던 10대 관객은 이제 장년으로 늙어버렸다. 몸에 감기는 흰 드레스로 소년들을 설레게 했던 레아 공주(캐리 피셔)와 타투인의 두 개의 해 노을 앞에 선 어린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는 노년의 환영으로 스크린에 남았다. 호쾌한 한 솔로도 죽고, 남저음의 다스베이더도 사라졌다.시리즈 9편에 외전 2편. 공상과학 영화의 마스터 클래스 '스타워즈'가 9편 '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감독 J.J. 에이브람스)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9편은 레아 공주의 뒤를 잇는 여전사 레이(데이지 리들리)와 아버지(한 솔로)를 죽이고 악의 군대 퍼스트 오더 편에 선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의 최후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저항군이 전의를 잃어가는 가운데 레이는 제다이의 수련을 거듭하며 최후의 공격에 대비한다. 악의 지도자 스노크의 최후 이후 더욱 강력해진 파이널 오더의 수장이 된 카일로 렌은 알 수 없는 그림자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과거에 파멸된 줄 알았던 악의 세력 시스의 총수인 팰퍼틴과 맞닥뜨린다.6편까지가 스카이워커 가문의 대서사시였다면 7편에서 9편까지 3부작은 레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레이는 자쿠 행성에서 우주선 쓰레기를 주워 팔며 가난하고, 외롭고, 존재감 없이 살아가던 소녀였다. 그런 그녀가 굴렁쇠 드로이드 BB8과 핀을 만나 저항군에 가담하면서 내재된 힘을 찾아가기 시작한다.레이는 아버지 세대인 루크와 닮은꼴이다. 타투인에서 부모의 생사도 모르게 크던 어린 소년 루크 또한 오비완 캐노비를 만나면서 제다이의 후예로 성장하고, 결국 아버지까지 만난다. 다스베이더의 "내가 너의 아비다"(I'm your father!)라는 충격적인 실토를 듣게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스타워즈'에서 출생의 비밀은 서사를 관통하는 복선이다. 그렇다면 레이는 어떨까. 그동안 팬들 사이에서 루크의 딸이라는 등 많은 억측들을 낳았지만, 9편에서는 더욱 극적인 비밀이 드러난다.사실 '스타워즈'의 최근 3부작은 앞선 6편의 변주다. 카일로 렌은 다스베이더의 재현이고, 레이는 루크의 이성 변형이고, 시스는 퍼스트 오더로 재편되고, 다시 파이널 오더로 증강된다. 악의 괴수 팰퍼틴은 스노크로 대체되더니, 다시 팰퍼틴으로 돌아온다.이미 서사는 완성됐고, 그 서사의 부스러기로 간신히 버텨온 것이 9편까지이다. 그 사이 나날이 발전해온 컴퓨터그래픽의 원조로 업스케일된 볼거리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다. 9편에서도 렌과 레이의 광선검 대결과 사막에서 펼쳐지는 추격전, 파도치는 거대한 구조물 위에서의 대결 등은 볼만한 파워를 선사한다.8편 '라스트 제다이'의 악평에 화들짝 놀라 '스타워즈 키드' J.J. 에이브람스가 긴급 수혈돼 마무리 투수로 나섰다. 에이브람스는 9회 말 등판해 고군분투한 것이 역력하다. 레이의 내면 갈등을 통해 서사의 힘을 끌어올리려고 애를 썼고, 시리즈의 최대 화두였던 선과 악의 전쟁도 무난하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희망의 끈을 제시한다.츄바카, 씨쓰리피오, 알투디투 등 스타워즈의 감초 마스코트에 레아와 한 솔로, 루크 등 멤버들이 총출동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특히 사망한 레아공주역의 캐리 피셔(1956~2016)는 전작인 '깨어난 포스'(2015)와 '라스트 제다이'(2015)의 모습을 사용해 구현했다.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듯해서 짠한 느낌을 주었다. 또 씨쓰리피오의 활약과 유머 등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그러나 골수팬들은 9편이 '스타워즈' 본연의 세계관을 망쳤다며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에이브람스 감독은 이같은 평가에 대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은 어렵다. 그들의 말도 맞고, 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도 맞다'고 전했다.그의 말처럼 9편은 최선의 마무리지만, 아쉬움 또한 큰 영화다. 희미한 옛사랑을 놓지 못하는 안타까움 또한 그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배우가 바뀌고, 새로운 캐릭터도 많이 등장했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무수한 별들 속에서 울려 펴지는 존 윌리엄스의 메인 테마와 깨알처럼 사라지는 자막, 그리고 나타나는 거대한 우주선과 뿜어져 나오는 광선. '스타워즈'의 한결같은 시작이다. 신화적 웅장함,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기념비적인 오프닝이다.그리고 변하지 않은 대사 한마디. 'May the force be with you.' 스타워즈의 포스가 모두와 함께하길…. 141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1-10 06:30:00

영화 '21 브릿지:테러 셧다운'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21 브릿지:테러 셧다운', '파바로티', '피아니스트의 전설'

◆21 브릿지:테러 셧다운감독: 브라이언 커크출연: 채드윅 보스만, J.K. 시몬스뉴욕 맨해튼 다리 21개를 봉쇄를 해야 할 최악의 사건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해외 파병 미군 출신의 2명의 무장 강도가 범죄조직의 마약을 강탈한다. 그 와중에 뉴욕 경찰 8명이 사살된다. 냉철하고 공격적인 강력계 형사 안드레 데이비스(채드윅 보스만 분)가 사건을 맡는다. 경찰은 도주로 차단을 위해 일부 다리를 봉쇄하지만 일부 경찰들이 죽은 동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나서면서 체포 작전은 더욱 꼬이기 시작한다. 시내 곳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집요한 추격과 도주가 이어진다. 21개의 다리를 모두 막았다. 이제 주어진 시간은 단 3시간, 과연 그들을 잡을 수 있을까. '블랙 팬서'의 채드윅 보스만이 주연을 맡고, '위플래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연기파 배우 J.K.시몬스가 고위경찰로 출연한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파바로티감독: 론 하워드출연: 루치아노 파바로티, 안젤라 게오르규'다빈치 코드'의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불멸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의 치열한 음악인생을 담고 있다. 파바로티가 초등학교 교사직을 접고 테너로 데뷔해 세계 최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그의 아름답고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그려내고 있다. 결혼과 불륜, 이혼과 재혼에 이르는 사생활도 담았다.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출연한 '쓰리 테너' 콘서트 무대의 뒷이야기도 펼쳐낸다. 라이브 공연 당시 무려 13억 명의 시청자가 관람했다. 이외 푸치니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 베르디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 등 주옥같은 아리아가 파바로티의 목소리로 관객을 감동시킨다. 영화 속에 흐르는 파바로티의 아리아는 22곡이다. 114분. 12세 이상 관람가◆피아니스트의 전설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출연: 팀 로스, 프룻 테일러 빈스'시네마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1998년 연출한 감동적인 영화. 새해 1월 1일 22년만에 국내 첫 정식 개봉을 했다. 1900년 새해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버지니아호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 나인틴 헌드레드(1900).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이 아이는 화부에 의해 길러진다. 크면서 처음 본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치는 천재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배 안의 피아니스트가 된다. 평생 육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그의 삶이 아름다운 음악과 유쾌한 이야기들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펄프 픽션'의 팀 로스가 주연을 맡았다. 이번 국내 최초 정식 개봉에서는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상영된다.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01-03 06:30:00

영화 '미드웨이'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제2차 세계대전 미·일 해전 다룬 영화 '미드웨이', 스펙터클한 영상미 돋보여

미드웨이 해전은 전쟁사에 길이 남을 기적 같은 전투였다.열세의 전력으로 네 척의 일본 항공모함을 격침시키면서 일본의 야욕을 처절하게 응징한 태평양 전쟁의 최대 승전보였다.'고질라', '인디펜던스 데이' '2012' 등 화려한 볼거리를 스크린에 펼쳐놓았던 독일 출신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가 78년 전 그 전투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영화 '미드웨이'는 그 기적의 순간과 병사들의 영웅적인 활약을 철저한 고증으로 재현한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다.미드웨이 해전은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1970년 영화 '도라 도라 도라'의 대사) 일본의 오판과 '일본놈들 쓸어버려!'(1976년 영화 '미드웨이' 대사)라며 전의를 불태운 미국의 자존심이 맞붙은 전투였다.1900년대 들어 군사강국으로 급부상한 일본은 한국과 중국 등을 침략한데 이어 동남아까지 장악했다. 그러나 석유의 80%를 미국에 의존하던 일본은 미국이 금수조치를 단행하자, 인도네시아에서 석유를 조달하려고 했다. 그러자면 미국이 지배하던 필리핀이 걸림돌. 결국 미국과의 한판 승부는 불가피했다.그래서 단행한 것이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기습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성과에 도취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진주만 유류저장창고와 조선시설 등을 폭파시키지 못한 것이다. 거기에 주 목표였던 항공모함도 발견할 수 없었다.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의 이 기습은 미국의 적개심을 불러온다. 일본 도쿄 폭격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두리틀 폭격대가 성공한다. 그리고 일본 해군의 미드웨이 기습을 예견하고 잠복에 들어간다.미드웨이 해전(1942년 6월 5일)의 기적은 정보전에서 시작됐다. 일본군의 암호문에 등장한 AF라는 지명이 미드웨이란 것을 간파한 미군이 항공모함 3척으로 미리 진을 친 것이다. 일본은 미군 항공모함이 진주만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작전을 펼치지만, 어느새 하늘에는 미국 전투기가 몰려오기 시작한다.그러나 이때 일본 해군은 세계 최강이었다. 항공모함 4척에 8척의 구축함과 6척의 순양함, 함재기 250대가 미드웨이 해전에 투입됐다. 반면 미군의 항공모함은 3척이지만, 그나마 한 척(요크타운)은 수리중이었다. 초반에 하늘을 뒤덮었던 뇌격기는 '날으는 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비행기로 불발탄 어뢰에 느리고 호위기도 없이 일본 항공모함에 달려들었다. '모닥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았다'고 당시 일본 해군이 묘사했다.그러나 병사들의 영웅적인 전투로 일본은 항공모함 4척과 유능한 제로센 전투기의 조종사를 모두 잃고 패퇴한다. 일본이 이 해전에서 승리했다면, 태평양 전쟁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며 한국 등은 일본 제국주의의 등쌀에 더욱 오래 고통받았을 것이다.에머리히판 '미드웨이'는 이 전투를 가상의 캐릭터 없이 전투에 참가한 병사들의 영웅적인 실제 모습만을 다큐멘터리처럼 엮어냈다. 1976년 찰톤 헤스턴 주연의 '미드웨이'가 기록영상 등을 활용해서 전투장면을 묘사한 반면, 에머리히는 독보적인 스펙터클 영상연출로 이 장면을 모두 그려냈다.항공모함의 웅장한 폭발과 미군 전투기의 낡은 소음과 이착륙의 마찰음, 거기에 공중전의 총격 등 관람석이 들썩이는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까지 들려준다. 특히 마지막 급강하 폭격기들의 활약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단 한발의 폭탄으로 일본 항공모함을 침몰시킨 미군 급강하 폭격기 조종사 딕 베스트 역을 '데드풀' 등에서 악역 연기를 펼쳤던 에드 스크레인이 연기하고, 미해군 총사령관 니미츠 제독에 우디 해럴슨, 일본 해군 나구모 주이치 제독에 '곡성'의 쿠니무라 준 등이 출연한다.사실에 근거한 충실한 묘사는 좋지만, 드라마의 구성 등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136분에 방대한 스토리를 다 담으려다보니 나열식 묘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진주만 공습과 두리틀 폭격대의 묘사는 기록 영상으로 대체하고, 미드웨이 해전 묘사에 더 밀도를 높였으면 좋았을 것이다.또 AF라는 지명을 둘러싼 정보전, 나구모 주이치 제독의 오판, 정찰을 허술하게 한 일본군의 자만, 연료가 바닥난 상태에서 일본 항공모함을 찾아낸 미군 폭격기의 집요함, 전멸에 가까운 미군 뇌격기 비행사들의 영웅적인 행동 등 미드웨이 해전의 기적 같은 순간에 더 강조점을 찍었으면 드라마틱했을 것이다.그럼에도 '미드웨이'는 전쟁영화 팬이라면 꼭 봐야할 전쟁영화다. 미드웨이 해전은 드라마 없이 그 자체가 이미 감동적인 기적 이야기다. 더욱 실감나는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사전 지식을 얻는 수고도 필요하다. 135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1-03 06:30:00

영화 '캣츠'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뮤지컬 영화화한 '캣츠', CG 이질감 극복 못해 아쉬워

뮤지컬 '캣츠'가 영화로 개봉했다.'캣츠'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음악에 화려한 춤과 분장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뮤지컬이다. 음악과 춤, 분장과 무대효과 등이 가장 뮤지컬다운 작품이다. 그러니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다. 거기에 '레미제라블'(2012)로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톰 후퍼 감독의 연출이 아닌가.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이 영화, 그러나 이상하다. 뮤지컬과 똑같은 분장과 노래, 흡사한 설정이지만 낯선 이 이질감은 뭘까?영화 '캣츠'는 1년에 단 하루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고양이를 선택하는 운명의 밤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뮤지컬을 그래도 옮겨온 설정이다. 뮤지컬이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영화는 1930년대 런던을 그려내고 있다. 사자상으로 유명한 트라팔카 광장 등이 주 무대다.뮤지컬은 '캣츠'는 스토리 보다 퍼포먼스가 강조된 작품이다. '레미제라블'이나 '오페라의 유령'처럼 내러티브를 따라가면서 극을 이해할 필요가 없이 인간을 의인화한 고양이들이 서로 자기소개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퍼포먼스를 관람하면 된다.1년에 한번 열리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 선지자 고양이가 새로운 삶을 부여받을 고양이를 선택하는 날. 바람둥이 고양이, 부자고양이 등이 자기소개에 여념이 없다.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나타나 무리와 어울리려고 하지만 거부당한다.그리고 악당 고양이가 나타나 선지자 고양이를 납치하지만 마법사 고양이가 되찾아온다. 선지자 고양이가 젤리클 고양이를 선발하려는 순간 그리자벨라가 나타나 '메모리'를 부른다. 그녀를 경계하던 고양이들은 그리자벨라를 받아들이고, 그녀는 올해 젤리클 고양이가 된다.이 스토리는 시인 T.S. 엘리엇의 우화를 따와 판타지로 재현한 것이다. 영화는 뮤지컬의 조연인 하얀 고양이 빅토리아를 주연으로 재해석했다. 낯선 곳에 온 빅토리아의 성장 스토리로 극을 가미한 것이다.'캣츠'는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직접 느끼고 접하는 재미가 있었다. 쿵쾅거리는 무대의 역동성과 현장이 주는 긴장감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했다. 거기에 객석에 준비된 터널로 고양이들이 깜짝 출현하면서 퍼포먼스의 지루함을 달래기도 했다.그러나 영화는 그런 현장성을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아니다. 단조로운 무대 대신 다양한 공간에서 촬영해 극복하려고 시도했지만, 그것 또한 뚜렷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영화는 관객을 얼마나 캐릭터에 공감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캣츠'의 고양이는 낯 설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배우에 CG를 입혀 전혀 호감가지 않은 기묘한 고양이들을 만들어낸 것이다.배우의 얼굴 아래로 몸에 CG를 입힌 털 쫄쫄이, 움직이는 꼬리와 위로 솟은 귀가 눈에 띈다. 뮤지컬의 분장과 흡사한 모습이지만, 스크린에서는 흉물스럽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마치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의 차장이 톰 행크스의 실제와 너무 닮아 혐오감을 준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른바 사람과 닮을수록 더 거부감을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이 현실화한 것이다.노래와 춤, CG의 도움을 받아 구현된 생생한 고양이털의 질감 등 최신 기술을 동원해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엇박자를 냈다. 관객이 외피의 질감보다 이야기와 캐릭터에 호감에 더 큰 공감을 한다는 사실을 놓친 것이다. 그래서 미국 개봉 후 새로 CG를 손을 봐 새 버전으로 내놓기도 했다.낯선 이질감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마지막에 가서야 익숙해지지만 '메모리'란 명곡에 몰입된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드림걸즈'의 제니퍼 허드슨과 최고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롯해 세계적인 배우들이 함께 하면서 라인업은 풍성하다. 음악과 춤은 역시 수준급이라 뮤지컬 넘버만 놓고 보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영국 명배우 주디 덴치가 늙은 선지자 고양이로 출연했다. 그녀는 1981년 뮤지컬 초연에 그리자벨라 역으로 연기할 예정이었지만, 사고로 출연하지 못했다. 그녀는 결국 85세가 되어서야 '캣츠'에 출연하게 됐다. 영국 연극의 거성 이안 맥컬린이 극장 고양이 거스로 나온다. 109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12-25 13:16:30

조금산 작가 웹툰 원작 영화 '시동'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웹툰 원작 영화 '시동'… 소시민 삶 따스히 감싸는 귀여운 영화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은 웃음과 감동이 장착된 귀여운 영화다.간결하고 깔끔한 연출에 캐릭터들도 살아 있고, 무엇보다 힘들고 지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메시지가 관객의 마음을 녹인다.10대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은 배구 선수 출신 엄마 정혜(염정아 분)의 등쌀에 가출을 한다. 서울에서 1만원으로 갈 수 있는 먼 곳, 군산에 도착한다. 터미널에서 까칠한 소녀 경주(최성은 분)에게 얻어맞고 자장면을 먹기 위해 들른 장풍반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 숙식제공으로 취직을 한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단발머리의 거구 주방장 거석(마동석)을 만나면서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한다.택일의 친구 상필(정해인 분)은 혼자 치매 할머니(고두심 분)를 모시고 살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사채업을 하는 동네 형(윤경호 분)과 일을 시작하면서 거친 세상을 만난다.'시동'은 10대인 택일과 상필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다. 반항과 폭력으로 상징되는 10대가 아니다. 현실의 벽은 너무 높고, 미래는 없고,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반항밖에 없는 그런 10대다.택일은 까칠하지만 늘 얻어터지기만 한다. 엄마의 강력한 스매싱에, 주방장 거석의 망치같은 손에, 동네 깡패들의 발길질에 당하기만 한다. 대항하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사채업자의 돈 받아내는 일을 시작한 상필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맞아 병원 신세를 진다. 권투를 배운 경주 또한 세상에 대항하지만 결국에는 맨발로 쫓겨나고, 달아나는 신세다.처음 살아보는 세상이다. 아직 시동조차 제대로 걸어보지 못한 인생이다.택일이 중고로 산 오토바이를 몰고 거리로 나온다. 아무리 애를 써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시동이 걸렸지만, 마음대로 달리지를 못한다. 연기까지 난다. 그러자 옆에 잘 달리던 배달 오토바이가 길을 방해한다. 그들을 따라가지만 결국 경찰서에 끌려간 것은 택일과 상필이다. '시동'의 오프닝 장면이다.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이 뭘 하면 구박만 받는 10대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래서 관객은 그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안타까워하며 사랑스럽게 보게 된다. 스토리에 공감하고 몰입하게 하는 것이다.여기에 다양한 인물들이 동승한다. 어른인 그들 또한 세상의 거친 파도에 힘겨워 하기는 마찬가지다. 엄마는 돈을 빌려 장사를 시작하지만 사기를 당하고, 주방장인 거석은 세상을 등지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시동'은 멋지게 부릉 부릉 살아보지 못한 우리 모두를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거친 세상이지만 영화는 밝은 채색으로 그려낸다. 웃음과 유머로 채도를 높인 것이다. 택일과 거석의 밀고 당기는 갈등도 웃음이 터지고, 택일과 경주의 티격태격하며 가까워지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처녀 시절 강력한 스매싱으로 이름 날리던 엄마와 어설픈 반항아 아들 택일의 극히(?) 현실적인 에피소드들도 재미를 준다.'시동'은 평점 9.8점을 기록하며 인기를 끈 조금산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웹툰의 간결한 문체의 대화가 영화로 옮겨오면서 군더더기 없이 통통 튄다. 특히 캐릭터들이 모두 살아서 만화의 틀을 걷어내고 나온다.거석은 단발머리에 헤어밴드까지 하고, 핑크 패션 비주얼로 웃음을 선사한다. 배우 마동석의 변신이 대체불가의 아우라를 풍겨준다. 특히 박정민은 반항기 넘치지만 속은 따뜻하고 착한 택일을 안정적으로 연기한다. 경주 역의 신인 최성은 또한 눈길을 끈다. 부모 없이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거친 10대 소녀 역을 잘 소화해낸다.'시동'의 순제작비는 90억원. 손익분기점은 240만 명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백두산'(260억원, 손익분기점 730만명), '천문'(120억원, 손익분기점 380만명)에 비해 흥행에 대한 부담이 낮은 편이다.올해 한국 영화는 '대박'과 '쪽박'으로 양분된 양상이다.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가 1천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뿐 대부분 관객 400만명 이하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 소위 500만명~8백만명의 '중박' 영화가 전무했던 것이다. '시동'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기대를 모은다.대작 영화는 아니지만 '시동'은 '사람 냄새'나는 감동과 재미로 연말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다. 러닝타임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12-18 13:31:41

영화 '백두산'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백두산, 미안해요 리키, 신비아파트 극장판

◆백두산감독 : 이해준, 김병서출연 :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천 년 간 잠들어있던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가정을 영화로 옮긴 블록버스터.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재난에 한반도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고,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추가 폭발이 예측된다. 전유경(전혜진 분)은 백두산 폭발을 연구해 온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 분)의 이론에 따른 작전을 계획하고, 전역을 앞둔 특전사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이 남과 북의 운명이 걸린 비밀 작전에 투입된다. 작전의 키를 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이병헌 분)과 접선에 성공한 인창. 하지만 준평은 속을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인창을 곤란하게 만든다. 그 사이, 백두산 마지막 폭발까지의 시간은 점점 다가온다.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의 작품이다. 128분. 12세 이상 관람가◆미안해요, 리키감독 : 켄 로치출연 : 크리스 히친, 데비 허니우드'나, 다니엘 브레이크'(2016)를 연출한 켄 로치 감독의 신작. 한 가정의 모습을 통해 영국 노동자 가족의 현실을 따뜻하게 그려낸 영화다. 아내와 남매를 둔 가장 리키(크리스 히친 분)는 안정적인 가정을 꿈꾸며 택배 회사에 취업한다. 회사는 그를 개인사업자라면서 배달용 밴을 직접 구입해야 한다고 종용한다. 일을 더 많이 하면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실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매일 14시간씩 6일을 일해도 빚은 더 늘고, 가족들과는 더 멀어진다. 아내 애비(데비 허니우드 분) 또한 마찬가지다. 남편의 밴을 사기 위해 차까지 팔고 버스로 출퇴근하지만 그녀 또한 점점 힘들어진다.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영국 소시민의 모습을 차가우면서 진실되게 그린 작품이다. 101분. 12세 이상 관람가◆신비아파트 극장판 하늘도깨비 대 요르문간드감독 : 변영규목소리 출연 : 조현정, 양정화TV 애니메이션 '신비 아파트'의 극장판 2편. 1편은 지난해 개봉해 67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하늘도깨비 대 요르문간드'는 도깨비 신비와 함께 하리와 두리 남매가 하늘마루 성을 지키기 위해, 부활한 전설의 괴수 요르문간드와 맞서는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다. 비늘을 이용해 괴물을 만드는 전설의 괴수 요르문간드와 그에 맞서는 하리와 두리 남매, 도깨비 신비와 금비의 팀플레이가 포인트다. 전편에 비해 훨씬 화려한 볼거리와 풍성한 이야기로 아이들의 모험심을 자극한다. 매년 '포켓몬'과 '짱구는 못말려' 등 일본 시리즈 애니메이션이 겨울 방학을 맞아 개봉했지만, 올해는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한국산 애니메이션이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97분. 전체 관람가

2019-12-18 13:31:17

영화 '아내를 죽였다'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아내를 죽였다', '매리', '속물들'

◆아내를 죽였다감독:김하라출연:이시언, 안내상, 왕지혜동명의 웹툰을 영화로 옮긴 스릴러. 회사 사정으로 권고사직을 당한 정호(이시언 분). 일확천금을 꿈꾸며 도박장을 찾지만 가진 돈을 모두 잃는다. 어느 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친구와 술을 마신 후 곯아떨어진다. 다음 날 아침 별거 중이던 아내 미영(왕지혜 분)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자신의 옷에 묻은 핏자국과 피 묻은 칼을 발견한 정호는 가장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친다. 알리바이를 입증하고 싶지만 간밤의 기억이 모두 사라진 상태. 아내를 죽인 남편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정호는 어젯밤의 행적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아이들'(2011),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의 이시언이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안내상이 그를 쫓는 지구대 대원으로 출연했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매리감독:마이클 고이출연:게리 올드만, 에밀리 모티머뱃사람을 유혹하는 마녀 사이렌과 배와 비행기가 사라지는 불가사의의 버뮤다 삼각지대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 관광객을 대상으로 레저업을 하는 데이비드(게리 올드만)는 무언가에 홀린 듯 딸의 이름을 가진 매리라는 배 한 척을 사게 된다. 뱃머리에 사이렌 흉상을 한 50년 된 낡은 범선. 어딘가 미심쩍어 하는 아내 사라(에밀리 모티머)와 달리, 그는 설레는 마음을 안은 채 두 딸과 선원들을 태워 첫 항해에 나선다. 승선한 이들은 점점 기묘한 말과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매리 호에 얽힌 숨겨진 진실들이 점차 드러나면서 이 가족의 목숨을 위협하는 정체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버뮤다 삼각지대를 지나던 그들에게 놀라운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명배우 게리 올드만이 가장으로 출연한다. 85분. 15세 이상 관람가◆속물들감독:신아가, 이상철출연:유다인, 심희섭, 송재림2007년 신정아 사건 당시 미술관 불법 비자금 발견, 미술품으로 회삿돈 횡령 등 미술계 비리가 잇따라 터졌다. 이 영화는 이를 소재로 미술계의 비리를 그리고 있다. 애인 김형중(심희섭)과 동거중인 미술작가 선우정(유다인)은 동료 작가의 작품을 베끼다시피 모사한 작품을 차용미술이란 말로 포장해 팔아먹고 산다. 원작자들로부터 소송이 끊이지 않는 그녀에게 큐레이터 서진호(송재림)는 촉망받는 작가들만 참여한다는 유민 미술관 특별전을 제안하며 잠자리까지 갖는다. 이런 우정 앞에 고등학교 동창 탁소영(옥자연)이 나타난다. 소영은 우정의 양다리 비밀을 빌미로 우정의 애인을 꼬셔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세 사람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뻔뻔하고, 이기적인 네 남녀의 속물성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9-12-11 13:58:49

영화 '쥬만지:넥스트 레벨'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쥬만지:넥스트 레벨', 코믹한 장면과 뛰어난 CG… '식상한 반복' 한계도

1995년 개봉된 '쥬만지' 1편은 상상 속의 모험을 놀라운 비주얼로 보여준 영화였다.코끼리와 사자, 원숭이 등 게임 속의 동물들이 주택가에 나타나 아수라장을 만든다는 발상이 신선했고, 무엇보다 동네를 배회하는 정글 속 동물들을 CG로 그려내 엄청난 이슈를 끌어냈다.'쥬만지'의 영화화는 CG가 생명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제작 기술의 발전에도 속편 제작에는 22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2015년 배급사인 소니픽처스가 속편 제작을 발표하면서 드디어 2017년 '쥬만지:새로운 세계'가 선을 보였다.그리고 이번 주 세 번째 속편인 '쥬만지:넥스트 레벨'(감독 제이크 캐스단)이 개봉했다.2편에서 완전히 망가진 게임기 속으로 사라진 스펜서를 찾아 떠난 아이들이 미지의 세계를 탈출하기 위해 위험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3편의 줄거리다.2편의 배경이 정글에 한정됐다면 3편에서는 정글과 사막, 설산 등 새로운 지도가 추가돼 훨씬 다채로운 모험을 즐길 수 있다. 사막을 달리는 타조 떼와 오아시스 마을에서의 액션, 원숭이 떼의 습격 등 스케일이 한층 커졌다.등장인물도 할아버지 2명이 추가됐다. 스펜서의 할아버지 에디(대니 드 비토 분)와 그의 오랜 친구이자 원수지간인 마일로(대니 글러버 분)다. 전혀 게임의 규칙을 알지 못하는 두 캐릭터가 가세하면서 스토리가 풍성해졌다.1편이 아날로그 게임이라면 2편과 3편은 디지털 게임이다. 현실 세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전편과 달리 속편 들은 게임 속 판타지 세상을 펼쳐낸다. 등장인물의 목숨도 3개나 돼 죽어도 새롭게 복귀가 가능하다. 이 설정은 긴장감은 줄어들지만, 모험을 훨씬 역동적으로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실제 인물과 게임 속 캐릭터가 다른 것도 1편과 차이점이다. 1편에서 1969년 게임 속으로 사라진 소년이 1995년 성장한 모습(로빈 윌리엄스 분)으로 게임 속에 갇혀 있었지만, 2,3편은 모두 게임 속 캐릭터로 교체된다.근육질의 닥터 브레이브스톤(드웨인 존슨 분), 저질 체력의 동물학자 무스 핀바(케빈 하트), 배 뚱뚱이 지도 연구학 교수 셸리 오베론(잭 블랙 분), 무술의 달인 여전사 루비 라운드하우스(카렌 길런 분) 등이 게임 속 아바타들이다.이들 아바타가 경우에 따라 다른 인물로 바뀌면서 왁자지껄한 웃음을 주기도 한다. 드웨인 존슨이 대니 드 비토 식 따발총 말장난을 이어가고, 여전사 루비와 뚱보 셸리의 아바타가 서로 바뀌는 등 좌충우돌식 코믹한 장면들도 연출된다.'쥬만지:넥스트 레벨'은 새로운 캐릭터와 업그레이드 된 게임 세계를 통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며 만들어진 어드벤처물이다.그러나 눈요기 외에는 게임 미션이 무한 반복되다 보니 식상해진다. 보디 체인지도 웃음에 포인트를 주기에는 구식이고, 아바타와 실제 인물의 괴리도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거대한 몸매의 드웨인 존슨이 키 작은 대니 드 비토를 흉내 내는 것도 흉물스러워 보인다.'쥬만지' 시리즈는 신선하지만 또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게임 속 설정이라는 기발함이 레벨 업이 된다고 결코 새로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긴장감은 떨어지고, 볼거리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어설픈 슬랩스틱 코미디에 등장인물들의 끊임없는 말장난 등으로 그 간극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모험을 통해 주인공들이 더욱 친해진다는 메시지도 오지 체험을 하며 협동하는 TV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소재가 아닌가.그렇게 보면 성인이 되어 게임에 갇힌 주인공이 게임 속 동물을 돌려보내고 집으로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1편이 훨씬 세련되고 긴장감 넘치는 모험물이었다.'쥬만지:넥스트 레벨'은 그 오랜 세월 묵혀둔 속편의 그리움은 사라지고, 오히려 로빈 윌리엄스(2014년 사망)에 대한 그리움만 더 하게 하는 속편이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12-11 13:57:07

영화 '포드 V 페라리'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포드 V 페라리', '감쪽같은 그녀', '나이브스 아웃'

◆포드 V 페라리감독: 제임스 맨골드출연: 맷 데이먼, 크리스찬 베일자동차 기업 포드와 페라리가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인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자존심을 걸고 대결을 벌인 실화 바탕 영화. 1960년대 포드는 매출 감소로 위기를 맞는다. 활로를 찾기 위해 페라리와 인수합병을 추진하지만 모욕을 당하고 실패한다. 포드는 레이싱 대회에서 절대 강자인 페라리를 쳐부술 자동차를 만들 것을 지시하고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 분)를 고용한다. 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천 베일 분)를 영입한다. 포드 경영진은 제멋대로인 켄 마일스를 사사건건 간섭하지만, 두 사람은 이에 굴하지 않고 불가능을 뛰어넘기 위한 질주를 시작한다. 유명 클래식 카를 재현해 긴박감 넘치는 레이싱 장면을 스크린에 담았다. 152분. 12세 이상 관람가◆감쪽같은 그녀감독: 허인무출연: 나문희, 김수안72세 할머니 앞에 듣도 보도 못한 손녀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기막힌 동거를 그린 휴먼 드라마. 변말순(나문희 분)은 부산 공원에서 꽃을 수놓은 손수건을 팔아 살아가는 꽃청춘 할매. 어느 날 생판 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갓난아이를 업고 찾아온다. 엄마의 유골함을 내보이며 "내 이름은 공주(김수안 분)고 나이는 12살, 뒤에 있는 동생은 진주"라고 소개한다. 그렇게 공주와 진주는 말순 집에 얹혀 살게 되고, 편한 여생을 보내던 말순은 뜻하지 않은 동거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 기저귀와 분유값도 걱정이다. 과연 아이들이 가진 비밀은 무엇일까. 갑자기 찾아온 가족을 소재로 한 '과속 스캔들', '형' 등을 잇는 가족 드라마. '수상한 그녀'의 나문희와 '부산행'의 김수안의 연기 호흡이 재미를 준다. 104분. 전체관람가◆나이브스 아웃감독: 라이언 존슨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추리소설의 대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열렬한 팬이었던 감독 라이언 존슨이 시나리오까지 직접 쓴 정통 추리영화. 미스터리 스릴러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베스트셀러 작가가 85번째 생일 파티 다음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가까운 지인과 가족들만 모였던 전날 파티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 분)가 파견된다. 그리고 9명의 가족과 지인은 모두 용의자로 떠오른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등 아가사 크리스티의 영화처럼 할리우드 역대급 배우들이 총 출연한다. '할로윈'의 제이미 리 커티스를 비롯해 토니 콜레트, 크리스토퍼 플러머 등도 가세했다. 추리영화답게 캐릭터들의 성격, 무의미해 보이는 대사 한마디가 모두 의미를 담고 있어 집중력을 요한다. 130분. 12세 이상 관람가

2019-12-04 11:27:44

영화 '백두산'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겨울왕국 2' 잡을 대작 '백두산', '천문:하늘에 묻는다', '시동' 12월 개봉

'겨울왕국 2'가 1천만 관객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개봉 2주 만의 일이다. 전체 상영관의 60~70%의 점유율. 스크린 10개 중 6~7개가 '겨울왕국2'를 상영한다는 얘기다. 스크린 독점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고, 겨울왕국이 한국 극장가에 '빈집털이를 하고 있다'는 아우성도 나온다. 이에 맞설 대작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이런 가운데 12월 기대되는 대작 한국 영화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과연 겨울왕국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까.◆초유의 재난, 마지막 폭발을 막아라 '백두산'백두산 화산폭발을 소재로 한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대한민국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일어난다. 갑작스러운 재난에 한반도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고, 곧이어 남과 북 모두를 집어 삼킬 추가 폭발이 관측된다. 이 재난을 막지 못하면 한반도의 앞날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 남과 북의 운명이 걸린 비밀 작전이 시작된다.백두산 폭발을 연구해 온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 분)의 이론에 따라 작전이 계획되고, 전역을 앞둔 특전사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이 투입된다. 북한에서는 화산폭발을 막기 위한 결정적 정보를 가지고 있는 무력부 소속 리준평(이병헌 분)이 가세한다.제작비 260억 원이 투입된 대작영화다. 테러와 좀비, 화재와 질병 등 많은 재난영화가 있었지만, 백두산 화산폭발을 소재로 남과 북의 요원들이 갈등을 빚으면서도 한반도를 위해 공동전선을 펼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특히 월드 스타 이병헌과 '신과 함께'의 하정우, '부산행'의 마동석 등 흥행 파워를 갖춘 배우들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화끈한 액션맨 마동석은 '백두산'에서 지적인 지질학 교수로 나와 새로운 매력에 도전한다. 배수지는 재난에 맞서 강한 의지로 싸우는 최지영 역으로 나오고, 전혜진은 백두산 화산폭발을 막기 위한 작전을 제안하는 전유경 역으로 열연한다.한국영화 최초로 잠수교를 전면 통제해 촬영해 현장감을 높이고, 춘천에 대규모 오픈세트를 4개월에 걸쳐 제작해서 북한의 모습을 담았다.연출은 '김씨 표류기'와 '천하장사 마돈나'를 연출한 이해준 감독, 'PMC:더 벙커'와 '신과 함께' 시리즈를 촬영한 촬영감독 김병서 씨가 공동으로 맡았다. 19일 개봉◆같은 꿈을 꾸었던 왕과 신하 '천문:하늘에 묻는다'세종과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사극이다. 가장 위대한 왕 세종대왕과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 둘은 신분격차를 뛰어 넘어 조선의 과학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조선만의 하늘과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천문 의기들을 만들고, 농업이 가장 중요했던 당시 날씨와 계절의 정보를 알기 위한 기구의 발명에 매진한다.그러나 세종 24년 장영실은 자신이 만든 임금의 가마(안여)가 부실했다는 이유로 의금부에서 곤장 80대 형을 받고는 실록 어디에도 기록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천문:하늘에 묻는다'는 장영실이 의문을 남긴 채 사라진 이유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덧대 완성한 '팩션 사극'이다.'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감독이 연출했다. 허 감독은 "세종은 자신이 쓴 신하를 버린 일이 없기에 장영실이 사라지고 난 후가 궁금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는 게 이 영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명량'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로 출연하고, 한석규는 2011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두 번째로 세종 역을 맡아 묵직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드라마 '서울의 달', 영화 '넘버3' 에 출연했던 최민식과 한석규는 1999년 첩보 블록버스터 '쉬리' 이후 20년 만에 한 영화에 재회한다. 24일 또는 31일 개봉 예정◆'언제 개봉해야 하나' 치열한 눈치 싸움'백두산'과 '천문:하늘에 묻는다'에 이어 기대되는 작품이 마동석 주연의 '시동'. 반항아들이 정체불명의 주방장과 만나 진짜 세상을 맛보는 코미디로 조금산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마동석이 핑크빛 스웨터에 단발머리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이 세 작품은 개봉일을 잡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펼쳤다. 언제 '겨울왕국2'의 기세가 꺾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인 셈. 그래서 모두 12월 중하순으로 맞췄다. '시동'은 12월 18일 개봉하고, '백두산'은 18일 배급시사회를 갖고 19일 개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그러나 '천문:하늘에 묻는다'는 아직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12월 24일과 31일을 두고 저울질하는 중이다. 31일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전쟁 액션블록버스터 '미드웨이'가 개봉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개봉할 가능성이 크다. 호랑이와 여우가 득실대는 흥행판에 살얼음판을 걷는 수싸움이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12-04 11:26:30

영화 '나를 찾아줘'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나를 찾아줘, 러브앳, 허슬러

◆나를 찾아줘감독 : 김승우출연 : 이영애, 유재명, 박해준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엄마가 낯선 곳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하는 스릴러.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가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아들을 찾는 엄마로 나온다. 실종된 아들에 대한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 분). 숱하게 반복되던 거짓 제보와는 달리 생김새부터 흉터까지 똑같다는 이야기에 정연은 지체 없이 그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자신의 등장을 경계하는 듯한 경찰 홍경장(유재명 분)과 아이를 본 적도 없다는 마을 사람들. 그들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정연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모두가 진실을 은폐하는 가운데 아이를 찾으려는 엄마의 고군분투가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내년 초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된 작품이다.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러브앳감독 : 위고 젤랭출연 : 프랑수와 시빌, 조세핀 자피가슴 따뜻해지는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다른 평행 세계에 들어와 있다. 아내 올리비아(조세핀 자피 분)와 다투고 만취 상태로 잠에서 깬 라파엘(프랑수와 시빌 분). 베스트셀러 스타 작가로서의 삶은 온데간데 없고 중학교 선생님이 돼 있다. 아내 올리비아는 유명 피아니스트. 올리비아의 마음을 얻으면 평행 세계에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라파엘은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이미 올리비아 곁에는 다른 남자가 있다. 라파엘은 올리비아의 완벽한 피아노 연주를 들은 뒤 눈물을 흘리며 큰 결심을 한다. 평행 세계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와 평행선 상에 있는 또 다른 세계. '비포 선셋',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파리의 감성을 물씬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118분. 12세 이상 관람가◆허슬러감독 : 로린 스카파리아출연 : 제니퍼 로페즈, 콘스탄스 우전직 스트리퍼 여성들이 뭉쳐 돈많은 속물인 뉴욕 월스트리트 남성 고객을 상대로 돈을 빼앗는 범죄 코미디. 스트립 클럽의 고객을 유혹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쓴 2015년 뉴욕 매거진의 칼럼이 바탕이 된 영화다. 2007년 뉴욕의 한 스트립 클럽. 새로 들어온 데스티니(콘스탄스 우 분)는 어느 날 클럽 분위기를 단숨에 장악한 라모나(제니퍼 로페즈 분)를 만난다. 그녀는 데스티니에게 폴댄스와 클럽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러던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친다. 손님 대부분이 월가의 금융인이라 클럽은 큰 타격을 입는다. 라모나와 데스티니는 그들이 불법을 자행해 돈을 불리는 것을 보고 응징에 나서기로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신입 애나벨(리리 라인하트 분)와 메르세데스(케케 파머 분)를 영입한다. 110분. 청소년 관람불가

2019-11-27 13:48:53

영화 '크롤'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허리케인 뒤이어 마을 덮친 악어 떼… 재난 영화 '크롤'

'겨울왕국2'의 광풍 속에 찾아온 한 편의 재난 영화 '크롤'(감독 알렉산드르 아야). 가을의 끝자락에 뜬금없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 영화 재미가 쏠쏠하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내놓은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올해 내가 가장 좋아한 영화"라는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재난 영화의 공식 하나.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재난이다.'크롤'의 재난은 두 가지다. 시속 250km의 초대형 허리케인과 악어의 조합이다. 집을 날려버릴 정도의 초대형 재난이 마을을 덮치고 여기에 최상위 포식자인 악어떼가 나타나 주인공을 공격한다. 이 설정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 2009년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미국 남동부에 큰 피해를 입혔는데 이때 침수된 마을에 악어떼가 나타나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사건이다. 강력한 허리케인이 플로리다를 강타한다. 헤일리(카야 스코델라리오 분)는 대피 명령을 무시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 아버지 집을 찾아간다. 모든 사람이 대피한 유령 같은 마을. 심한 부상을 입고 쓰러진 아버지를 발견하고 빠져나오려는 순간. 점차 불어난 홍수에 집안에 갇히고, 그 물 속에는 거대한 악어가 도사리고 있다. 허리케인과 악어는 모두 극도의 공포를 주는 대상이다. 영화는 영리하게 둘을 엮어 극한의 구석으로 몰아간다. 재난 영화의 공식 둘. 피할 수 없는 공포다. '크롤'의 상황은 최악이다. 아버지는 다쳤고, 전화는 불통이고, 물은 시시각각으로 불어난다. 악어의 밥이 되거나 익사하거나 둘 중 하나. 그것이 리얼타임으로 진행된다. 모두가 대피한 마을. 거친 바람과 폭우로 구조대원도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거기에 부녀가 갇힌 곳은 지하실. 물이 불어나면서 밑에는 악어가 득실댄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극한의 공간이 되어간다. 영화는 지루할 틈 없이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어렵게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난관이 주인공을 덮치는 식이다. 그래서 관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조여오는 공감각적인 공포를 체험하게 된다.재난 영화의 공식 셋. 주인공은 약한 존재, 여자면 더 좋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버지를 구하려 고군분투하는 딸이다. 그녀의 강점은 수영선수라는 점. 그러나 그것 또한 지하실의 한계에 부딪친다. 기대어야 할 아버지는 부상을 입고, 오히려 딸의 발목을 잡는 신세. 영화는 부녀의 애증관계를 스토리에 녹여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하기도 한다.헤일리역의 배우 카야 스코델라리오의 매력이 돋보인다. 연약하지만 한계상황에서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와 '캐리비안의 해적: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 출연한 배우다. '크롤'은 스피디한 전개와 쌓여가는 서스펜스로 재난영화의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거대한 재난 앞에 약한 존재라는 상투적인 공식에서 한 단계 더 내려가 스릴러적인 재미까지 선사한다. 긴장의 끈을 최고치로 당기며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감독 알렉산드르 아야는 유지태 주연 '거울속으로'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미러'(2008)를 연출한 감독이다.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작품은 '피라냐'(2010)이다. 공포영화의 대가인 샘 레이미 감독이 '크롤'의 제작자다. 그는 "극 안에서 차곡차곡 긴장감을 쌓아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재주가 탁월하다"고 아야 감독을 평가했다.'크롤'은 로튼토마토 신선도 94%를 기록했고, 제작비 6배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역대 악어 스릴러 1위를 차지했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11-27 13:43:30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 2'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겨울왕국 열풍 시즌 2, 더욱 풍성한 서사구조로 돌아온 '겨울왕국 2' 리뷰

또 다시 '겨울왕국' 열풍이 시작됐다.'겨울왕국 2'는 개봉 전 이미 사전 예매 11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급 흥행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개봉한 '겨울왕국'은 국내에서 1천29만명을 모으며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1천만명 영화에 합류했다. 영화에 삽입된 '렛 잇 고'는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치면서 총 12억7천만달러(한화 약 1조 4천억원)의 수입을 거뒀다.21일 개봉한 '겨울왕국 2'는 이를 뛰어넘는 새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왕국의 비주얼과 신화적인 내러티브 구성, 뮤지컬의 매혹을 한껏 뽐내는 음악, 모두가 공감할 선한 메시지까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고 누가 말했나. '겨울왕국 2'는 전편에 비해 훨씬 다채롭고, 경이로우며 매혹적인 애니메이션이다.5년 만에 돌아온 '겨울왕국 2'는 평화로운 아렌델 왕국의 여왕 엘사만 들을 수 있는 신비한 소리로 시작된다. 안개에 쌓인 숲의 비밀, 그 진실을 찾기 위해 엘사와 안나, 크리스토프와 올라프, 스벤이 위험한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엘사의 마법의 힘과 아렌델 왕국을 둘러싼 어두운 과거도 드러나기 시작한다.'겨울왕국'이 매력적인 것은 마법적 요소와 우정과 사랑이란 메시지, 거기에 눈과 얼음의 미장센이다. 2편은 이런 요소들을 더욱 화려하고, 스펙터클하게 키웠다.가장 드러나는 것은 서사구조가 훨씬 풍성해졌다는 것이다. 아렌델 왕국의 흑역사와 함께 엘사가 가진 마법의 열쇠가 드디어 밝혀진다. 엘사의 캐릭터 자체가 이미 신화적이었지만, 2편은 그 신화 탄생을 더욱 확장된 세계관으로 풀어낸다.특히 이번에는 물과 불, 바람과 땅의 정령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모험담에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가세했다. 불의 정령은 큰 눈의 도마뱀이고, 바람도 형체는 없지만 낙엽의 움직임으로 감정을 나타낸다. 바다를 건너기 위해 맞서는 엘사와 대립하던 말은 물의 정령. 물로 얼음으로 변하면서 신비로운 색감으로 관객을 매혹시키는 캐릭터다.1편이 눈과 얼음의 투명하고 차가운 이미지였다면 이번에는 단풍의 붉고 노란 색감이 더해지면서 가을의 아름다운 톤까지 더해졌다. 여기에 전편에 없던 물이 가세하면서 더욱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사한다.이번엔 엘사와 안나의 사랑, 크리스토퍼와 스벤의 우정과 함께 '변화'와 '성장'이 주요 메시지다. 이런 전략은 세월의 흐름을 영리하게 타면서 진일보한 것이다. 전편에서 자아와 대결했던 엘사는 2편에서 여왕으로서 왕국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성숙된 이미지로 재탄생한다.그녀가 거대한 파도에 맞서 싸우는 모습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시련과 역경을 동화적으로 상징화한 것이다. 야생마처럼 거친 물의 정령을 다스리고, 마침내 머리를 풀고, 흰 드레스와 장식으로 변모할 때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다.이런 메시지는 모두 올라프의 따발총 대사에서 촉발된다. 끊임없이 무의미한 말 속에 의미 있는 경구를 섞어 뱉어내는데, 올라프의 행실(?)로 보아 거부감 없이 녹아든다.그렇다면 과연 '렛 잇 고'(Let it go)가 없는 OST는 어떨까. 1편에서 5곡이던 것이 크게 늘어났다. '렛 잇 고' 신드롬의 주역인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와 로버트 로페즈가 새롭게 작사·작곡한 7곡을 비롯해 음악감독 크리스토퍼 벡이 작곡한 음악, 엔딩 크레딧에 수록된 3곡 등 총 46곡이 쓰였다. 거의 뮤지컬 수준이다.영화를 보면서도 이건 뮤지컬을 염두에 둔 전략임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크리스토퍼가 안나를 그리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판에 박은 뮤지컬의 미장센이다.엘사의 테마곡은 '숨겨진 세상'(Into The Unknown)과 '쇼 유어셀프'(Show Yourself). 뮤지컬처럼 반복되다보니 금방 중독된다. 다만 결과적으로 '렛 잇 고'의 파괴력에는 미치지 못한다.'겨울왕국 2'는 다채로운 마법적 장치를 실제처럼 느끼게끔 다양한 포맷으로 상영한다. 눈과 바람, 낙엽의 향기와 물방울 등을 4DX로, 큰 스크린의 IMAX, 입체 3D 등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런 라인업은 N차 관람을 이어가는 재관람객을 위한 전략이다.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비주얼과 평면적 연애담이 주류였다. 그러나 '겨울왕국 2'를 보면 디즈니 왕국이 갖춘 저력이 생각보다 치밀하고, 창의적이고, 그래서 가공할 정도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소름끼치게.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11-21 15:23:21

영화 '아이리시맨'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아이리시맨, 프란치스코:맨 오브 히스 워드,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아이리시맨감독 : 마틴 스콜세지출연 :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등 명배우가 출연한 범죄 영화. 미국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인 노동 운동가 지미 호파의 실종 사건을 그리고 있다. 마피아 살인청부업자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 분)의 시선으로 범죄 조직과 얽히고설킨 정치, 노동조합의 관계를 그려낸다. 1950년대 포장육 트럭기사였던 프랭크 시런은 물품을 빼돌려 지역의 갱들에게 팔다가 회사에 적발된다. 프랭크는 조사를 받지만 갱들의 이름을 함구하면서 갱 두목 러셀(조 페시 분)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그와 일을 하기 시작한다. 찰스 브랜튼의 논픽션 'I Heard You Paint Houses'를 원작으로 했다. 알 파치노가 국제트럭운전자조합의 수장 지미 호파 역을 맡았다. 209분. 청소년관람불가◆프란치스코 교황:맨 오브 히스 워드감독 : 빔 벤더스출연 : 프란치스코 교황교황청 의뢰를 받아 뉴저먼 시네마의 대표 빔 벤더스(74)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남아메리카 출신으로, 또 예수회 회원으로서는 최초의 교황이 된 프란치스코의 초상이다. 화려한 바티칸궁을 마다하고, 고급 리무진 대신 소형 승용차에 올라 손 인사를 해서 세계의 친구가 된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까이서 들여다보았다. 전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빈곤 퇴치와 평화, 환경문제' 등 전 지구적인 문제는 물론 우리 삶의 방향에 대한 다양한 전 세계 친구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로드 무비다. 많은 인터뷰 장면이 삽입되어 전 세계에 전파되는 교황의 역할과 메시지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가난한 자를 섬기기 위한 가난한 교회를 역설하는 현대 천주교의 수장으로서의 교황의 입장을 전면에 드러낸다. 96분. 전체관람가◆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감독 : 이성한출연 : 김재철, 윤찬영, 손상연5천명의 거리의 아이들을 구해낸 실화를 담은 베스트셀러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 '바람'으로 주목을 받은 이성한 감독의 8년만의 신작이다. 학교와 가정에서 소외된 지근, 용주, 현정, 수연 네 아이들은 외줄타기를 하듯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의 곁에는 낮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거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사 민재(김재철 분)가 있다. 민재는 예전에 지켜주지 못했던 아이들에 대한 아픔 때문에 더욱 학생들에게 필사적으로 다가간다. 원작을 읽고 영화에 대한 영감을 얻은 이성한 감독은 실제 미스타니 오사무 선생님을 만나 진심이 담긴 편지로 영화 제작에 대한 허락을 구했다고 한다. 10대 아이들을 실제 그 나이의 또래 배우들이 연기했다.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9-11-21 14:56:51

영화 '엔젤 해즈 폴른'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엔젤 해즈 폴른, 좀비랜드:더블 탭, 윤희에게

◆엔젤 해즈 폴른감독 : 릭 로만 워출연 : 제라드 버틀러, 모건 프리먼, 닉 놀테'백악관 최후의 날'(원제 올림푸스 해즈 폴른 2013), '런던 해즈 폴른'(2016)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 백악관 공격과 런던 테러 속에서 미국 대통령을 구한 비밀 경호국 요원 배닝(제라드 버틀러 분)이 이번에는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의 테러범으로 몰려 쫓기는 이야기다. 대통령을 구한 천사 같은 경호원의 몰락이다. 결국 배닝은 누명을 벗고 대통령을 진짜 테러범의 위협 속에서 구해낸다. 그 과정에 액션이 이 영화의 포인트. 쉴 새 없는 총격 장면이 관객을 속 후련하게 한다. 배닝은 가공할 위력의 포탄과 총탄 속에서도 살아남아 결국 수호천사의 역할을 다 한다. 명 배우 닉 놀테가 배닝의 아버지로 나오고, 그 동안 하원의장과 부통령 역할을 맡았던 모건 프리먼이 이번에는 대통령으로 나온다.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좀비랜드:더블 탭감독 : 루벤 플레셔출연 :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엠마 스톤좀비를 경쾌하게 비틀어 인기를 끈 '좀비랜드'(2009)의 후속 이야기를 그렸다. 좀비로 세상이 망한지 10년. 여전히 꿋꿋하게 살아남은 네 명의 주인공은 밖은 좀비들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백악관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 분)와 위치타(엠마 스톤 분)는 결혼 문제로 갈등을 빚고, 리틀록(아비게일 브리슬린 분)은 아버지처럼 사사건건 잔소리하는 탤러해시(우디 해럴슨 분)에게 질린다. 여기 백악관에 새로운 인물 매디슨(조이 도이치 분)이 발을 들여놓는다. B급 감성의 유쾌한 좀비물이다. '더블 탭'(확인 사살)은 좀비는 두 번 죽여야 안심할 수 있다는 규칙. 세월이 흘러 좀비도 더 강력해졌다. 여기에 맞서 전편과 마찬가지로 총이나 각종 무기를 동원해 좀비들을 죽인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윤희에게감독 : 임대형출연 :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딸을 키우는 윤희(김희애 분)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편지를 몰래 읽어 본 딸 새봄(김소혜 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엄마에게 여행을 제안한다. 새하얀 눈으로 쌓인 곳,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다. 윤희는 비밀스러운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이 뛴다. 새봄과 함께 도착한 윤희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그 곳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다. 이와이 슌지 '러브레터'의 공간이 첫 사랑의 안타까운 공간으로 다시 다가온다. 영화는 모녀가 함께 떠나는 일본여행의 로드무비 형식을 띤다. 첫사랑 이야기지만, 동시에 읽어버린 진짜 나를 찾아가는 감성 영화다. 신인 김태형 감독은 "사랑은 나이와 국경, 성별 등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2019-11-13 13:45:16

영화 '블랙 머니'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국내 금융위기 실화 바탕 범죄극 '블랙 머니'

영화 '블랙 머니'(감독 정지영)를 보면 현실 고발의 묵직함과 이를 경쾌하게 풀어낸 솜씨가 역시 거장 정지영 감독 작품답다.'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의 패기 넘치던 정 감독의 연출력은 73세가 됐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고, 더 세련된 일면까지 보여줘 반갑기만 하다. '부러진 화살'(2011), '남영동 1985'(2012) 등 사회 고발형 문제작을 연출한 그가 이번에 초점을 맞춘 것은 금융 범죄 실화극이다.거침없는 검사 양민혁(조진웅 분). 그는 자신이 조사하던 뺑소니 사고 피의자가 자살하면서 남긴 문자메시지 하나로 벼랑 끝에 내몰린다. 검사한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피의자 주변을 파헤치던 중 그녀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중요한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그녀가 금융감독원에 보낸 의문의 팩스 5장. 이로 자산가치 7조원의 은행이 1조 7천억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기사건을 따라간다. 그리고 금융감독원과 대형 로펌, 해외 펀드회사가 뒤얽힌 거대한 금융비리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블랙 머니'는 불법 거래로 벌어들인 검은 돈을 말한다. 대한은행을 헐값에 외국에 팔아 남긴 금은 돈은 다 어디로 갈 것인가. 영화는 이 실체를 따라가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익마저 내팽개치는 파렴치한 관료들과 검찰, 금융계에 실체를 여지없이 보여준다.이 영화는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1조3천800억원에 인수하면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12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면서 4조6천600억원의 차익금과 배당금을 챙긴다. 이때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만들어 헐값에 인수해서 되팔았다는 '먹튀' 논란이 일었다.문제적 시선은 묵직하다. 그러나 톤과 컬러는 경쾌하다. 어려운 경제 용어는 쉽게 풀어내고, 사회적인 문제는 뉴스 영상을 활용하고, 복잡한 관계도는 화이트보드로 대신한다. 이 부분은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얼마나 정교하게 시나리오작업을 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특히 캐릭터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우선 양민혁 검사는 거침없이 막나가는 바람에 '막프로'라는 별명의 소유자. 그러나 경제와 금융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선배와 부장 검사에게 돌직구를 날리고, 친한 선배인 인권변호사에게 묻고, 기자들에게도 자문을 구한다.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관객도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게 된다. 설명을 위한 억지 장면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고 영리하다.양민혁과 함께 중요한 캐릭터가 국제 통상전문 변호사인 김나리(이하늬 분). 그녀는 경제전문가이자 야심이 있는 인물이다. 소위 모피아(재무부 출신 인사를 뜻하는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와 끈이 연결돼 있다. 그래서 둘의 관계가 진행되면서 사건의 어두운 이면까지 드러나게 된다.'블랙 머니'는 성추행 검사로 낙인찍힌 주인공이 거대한 금융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수사를 시작한 주인공이 사건을 파헤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주제의식을 따르다보면 놓칠 수 있는 것이 영화적 재미다. '블랙 머니'는 가볍고 경쾌한 유머까지 담아 오락영화로 손색이 없다. 거기에 실화를 모티브로 하면서도 스릴러적인 긴장감도 건져 올린다. 전 총리 역의 이경영, 검찰총장 역의 이성민, 국내 최대 로펌의 대표에 문성근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망라돼 이야기를 풍성하면서 극적으로 만들어낸다.특히 조진웅의 연기가 극의 흐름을 유연하게 살려낸다. 양민혁은 불법 감청을 하는 데다 고위 인사들의 파티장에도 거침없이 난입한다. 영장도 없이 긴급 체포하고, 전 총리며 공영방송사 사장 등에게도 주저하지 않고서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조진웅은 이런 양민혁을 따스하면서 정의감 넘치는 인물로 연기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무거운 영화가 아니라 재미있는 영화이길 바란다"는 정지영 감독의 의도는 여실히 잘 나타난다. 과거의 이야기지만, 여전히 그 고통은 국민이 안아야 한다는 묵직한 목소리 또한 잘 담겨 있다. '블랙 머니'는 알맹이와 틀이 조화롭게 꽉 찬 영화다.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19-11-13 13: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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