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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으로 참가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대만의 국민투표가 있었다. 사진은 당시 타이베이에서 '대만 독립'을 강령으로 내건 민진당의 타이베이 시장후보 야오 웬 치 지지자들이 영문으로 '타이완 타이베이'라고 쓴 종이판을 든 모습.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11> 노골화되는 '하나의 중국'

"양안(중국-대만) 문제는 누구도 간섭 마라."2019년 새해 벽두부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은 물론, 미국을 염두에 둔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시 주석은 2일 오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대만 동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발표 40주년을 맞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조국통일의 공동 분투를 추진하자"며 "대만은 중국 일부분으로 양안 동포는 같은 역사와 정체성을 가진 한 민족으로 어떤 세력도 이를 바꿀 수는 없다"고 밝혔다.특히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처음으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도 밝혔다. 중국 정부가 대만 문제 백서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대만은 중국의 일부) 원칙에 포함되는 내용이지만 시 주석이 이를 공식석상에서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의 연설은 해묵은 양안 문제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대만과 미국의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 데 대한 경고이자 견제로 볼 수 있다.중국의 이런 행보에 대만도 "중국과 대만은 근본부터가 다르다"며 맞불을 놓았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양안 통일을 압박하는 중국에 대해 중국과 대만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지난 1일 신년 담화를 통해 중국을 겨냥해 "쌍방의 생활습관과 정치제도 등이 근본적으로 상이하다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의 담화는 시 주석이 2일 중국과 대만에 관한 연설을 예고한 데 대응해 대만의 입장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은 것이다.양안 갈등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본토에서 일제를 몰아낸 국민당과 공산당이 내전을 벌였고 패한 국민당이 본토에서 쫓겨나 대만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동안은 대만이 유엔 상임이사국 자리를 지키며 국제 사회에서 정상 국가로의 지위를 지켰다. 하지만 잠룡(潛龍)이었던 중국이 국제사회로 용트림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중국은 지난 1971년 10월 UN 총회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받았고 대만을 밀어내고 UN 상임이사국 자리를 꿰찼다.중국 정부는 중국과 대만·홍콩·마카오가 분리될 수 없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은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지만 실효 지배를 하지 않는 '미(未)수복 지역'으로 보고 있다.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갖는 압도적인 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대만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 '중국과 수교하려면 대만과는 관계를 끊고 오라'고 강요하는 방식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중국과 수교하고자 1970~90년대에 이미 대만과 관계를 끊었고 우리나라 역시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는 국교를 단절했다. 이 때문에 대만의 수교국은 갈수록 줄고 있으며 그만큼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중국은 시 주석 취임 이후 대만에 대한 통일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다. 대만이 독립을 선언한다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안보 대화에서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분열되면 중국은 미국이 남북전쟁에서 그랬던 것처럼 모든 대가를 감수하고 조국 통일을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군은 최근 동중국해에서 대만 침공을 상정한 대규모 상륙 훈련을 하는 등 군사력을 통해 노골적으로 대만 압박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일 시 주석의 연설도 이 같은 방침의 연장선에 있다.대만은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중국과의 '대립과 협력'이라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그렇지만 대만이 독립국이며 '하나의 중국'을 거부하는 기본 전제는 바뀌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의 압력이 강해지면서 대만 내 독립을 요구하는 여론과 반중 감정도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대만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시위에 12만 명이 참석했다. 대만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은 지난 2016년 민진당의 주석인 차이 총통이 집권한 이후 처음이다.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올림픽에 '대만'이란 정식 명칭을 사용하는 방안을 놓고 국민 투표를 벌이기도 했다. 대만은 1984년부터 '차이니스 타이베이'란 이름으로 올림픽에 참가해 왔다. 개'폐막식이나 시상식에서는 대만의 정식 '국기'인 '청천백일기' 대신 대만올림픽 조직위원회 깃발을 사용했고 국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입장을 따른 결과다.그러나 '대만과 중국은 별개'라고 주장하는 대만 독립론자들은 이에 반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부터 올바른 이름을 사용하자는 '정명'(正名)운동을 펼쳐 국민투표에 부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급진적 변화를 거부하는 다수 유권자의 표심에 부딪혀 무산됐다. 동시에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는 대만 독립론자들을 지지기반으로 두는 집권 민진당이 참패했다. 대만 유권론자들의 표심은 '독립'보다는 '안정'을,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택했다.대만은 중국의 압박에 대한 돌파구로 미국과의 연대 강화를 선택했다. 차이 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던 지난 2016년 12월 전화로 그의 당선을 축하했다. 트럼프 정부의 참모들은 자주국으로서 대만을 인정해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 미국의 대외 전략에서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아태·안보부차관보는 지난해 10월 미국·대만 방위산업회의 연설에서 "대만군은 유사시 중국을 격퇴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대만에 방위비를 늘리라고 요구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대만에 3억 3천만 달러(약 3천800억원) 규모의 무기 수출을 승인했다. 2017년에는 13억 달러(약 1조4천865억원) 상당의 무기 수출도 승인한 바 있다.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만을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아시아지원보장법안'에 공식 서명했다. 이 법안은 중국과 대만의 현 상황을 변화시키는 행위에 반대하며 양안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평화적 해결 방안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황충옌(黃重諺)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미국이 대만에 대한 안전보장을 재천명한 것이라며 대만과 미국의 관계 증진에 대한 지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이같은 양국의 연대 강화는 점점 노골화되는 중국의 압박에 맞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대만과 패권의 야망을 품은 중국의 기세를 꺾고 세계 1위 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2019-01-03 16:03:18

불의 고리에 있는 인도네시아는 지난 9월 29일에도 술라웨이 섬에서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가 발생해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입었다.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10> 인니 순다해협 몰아친 쓰나미…비극의 굴레 '불의 고리'

인도네시아에 '쓰나미 악몽'이 재현됐다. 지난 9월 말 2천2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술라웨시 섬 쓰나미가 잊혀지기도 전인 지난 22일 또다시 쓰나미가 순다해협을 덮쳤다. 이날 오후 9시 30분쯤(현지시간) 최고 3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 순다해협 인근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에 따르면 이날 이후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 26일(현지시간) 현재 사망자만 430명, 부상자는 1천495명, 실종자가 159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인근 지역 건물 수천 채와 도로, 다리 등이 붕괴됐고, 지역 주민 1만 6천여 명이 대피했다. 사망자 수는 쓰나미 발생 직후 발표한 규모(222명)와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망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며 2차 쓰나미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불의 고리'에 포함돼 있는 인도네시아는 수시로 발생하는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 등에 비극의 역사가 멈추질 않고 있다.◆해저산사태로 인한 쓰나미이번 쓰나미는 해저산사태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순다해협은 수마트라섬과 자바섬 사이에 있는 해협으로 이곳에는 '아낙 크라카타우'라는 작은 화산섬이 자리하고 있다. 지질 전문가들은 이 화산이 4차례 분화한 게 해저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지질연구소는 지난 21일 이 화산이 2분여 간 분출하며 400m 높이의 화산재 구름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아낙 크라카타우는 현지어로 '크라카타우의 자식'이란 의미가 있는데 전신이었던 크라카타우 화산(해발 813m)이 1993년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사라진 자리에 새롭게 솟아난 섬이다. 당시 크라카타우 화산은 상공 20㎞까지 연기 기둥이 치솟았고 4천500㎞ 이상 떨어진 호주에서도 들릴 만큼 엄청난 굉음을 냈다. 이 폭발로 당시 크라카타우 섬의 2/3이 바닷속에 잠겼고 거대한 쓰나미가 일어나 3만 6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아낙 크라카타우는 폭발 이후 45년 만인 1928년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이래 매년 몇 m씩 상승, 현재는 해발 338m까지 덩치를 키웠다.상시로 분화하는 이 화산은 올해 6월부터는 더욱 활동이 활발해져 소규모 분화가 반복됐다. 특히 쓰나미 발생 당일인 22일에는 오후 5시 22분쯤 비교적 큰 분화가 일어나 정상에서 1천500m까지 연기를 뿜었고 이날 오후 9시 3분에 다시 분화했다.좀 더 구체적인 분석도 나왔다. 2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 측이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 남서쪽 경사면에서 쓰나미 발생 전 대규모 붕괴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드위코리타 카르나와티 청장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붕괴 면적이 0.64㎢에 이르며 규모 3.4의 진동을 발생시켰다. 그로부터 약 24분 뒤 주변 해안에 쓰나미가 닥쳤다"고 말했다. 이어 "화산 경사면의 붕괴가 해저산사태를 유발했고, 결과적으로 쓰나미를 일으킨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화산분화가 간접적 원인을 제공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번 쓰나마는 최고 3m 높이의 비교적 작은 해일이 발생했는데도 태양,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있는 대조기(사리)를 맞아 만조 수위가 높아진 데다 지진이 아닌 탓에 조기경보가 이뤄지지 못해 피해가 더욱 컸다.◆자연재해의 원흉 '불의 고리'이번 쓰나미는 큰 틀에서 보면 '불의 고리'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대형 사고였다. 불의 고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의 별칭으로 태평양을 둘러싼 약 4만 ㎞ 길이의 조산대를 일컫는다. 뉴질랜드에서 동남아, 일본, 알류산 열도, 북아메리카 로키산맥,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까지 이어지는 이 조산대에서는 지구 상에 발생하는 지진의 80~90%와 화산 활동의 75% 정도가 일어나고 있다. 이 조산대가 동그란 형태를 띤다고 해서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린다.불의 고리에는 대륙판과 해양판, 해양판과 해양판 사이에 섭입대(해양판이 지각 아래로 가라앉는 지역)가 있는데 이 섭입대 바로 위 대륙판을 따라서 화산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판구조론에서 지각을 덮는 여러 거대한 판 가운데 가장 큰 판인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과 인도-호주판 등과 맞물리는 경계선이어서 지각 활동이 활발하다. 지진이 발생하면 화산 속에 있는 마그마 압력은 상승하는 반면 마그마 방 주변의 지각이 헐거워져 마그마가 폭발해 화산으로 분출된다.불의 고리는 이런 지진과 화산의 위험뿐 아니라 이로 인한 지진 해일, 즉 쓰나미의 위험도 뒤따른다. 지진이나 화산 등의 영향으로 엄청난 파장이 해일을 일으키는 것이다. 근래 들어 '최악의 쓰나미'로 기록된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연안 쓰나미가 대표적이다. 당시 규모 9.1의 강진과 함께 30m 규모의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 1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22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초대형 쓰나미를 동반한 지진으로 센다이시 등 해변 도시가 초토화돼 2만여 명의 인명 피해와 3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이런 대형 자연재해는 엄청난 힘을 배출해 지각 변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수마트라 섬 쓰나미 때는 이 여파로 한반도 크기의 2배인 수마트라 섬을 남서쪽으로 36m 이동시켰으며 지구의 자전축도 다소 바꿔놓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도 지진 직후 일본의 일부 지역이 2.4m 정도 동쪽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불이 고리에 집중된 자연재해라고 해서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 특히 지진이나 쓰나미 등이 수시로 발생하는 일본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지진이나 쓰나미 발생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2016년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6의 지진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지표 내부에 응축된 힘이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런 간접 영향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18-12-27 10:08:25

일본의 항공모함급 대형 호위함 이즈모함. 일본은 이즈모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9> 일본 항모 보유 공식화…치열해지는 동북아 군사력 경쟁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현대전의 꽃이라 불리는 '항공모함' 도입을 공식화하는 등 대대적인 방위비 증강에 나섰다.일본 내·외적으로 아베 정부의 우경화와 '보통국가화'가 이제 행동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의 군사 굴기와 함께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동북아 군사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간에 낀 우리나라로서는 불안감이 증폭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日, 75여 년 만에 다시 항모 보유18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새로운 방위력 정비지침인 '방위계획 대강'과 이에 따른 구체적 무기 조달 계획을 담은 차기 '중기방위력 정비계획(2019~2023년도)'을 정식으로 결정했다.일본 정부는 향후 5년간 방위비로 27조4천700억 엔(약 275조8천839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 2014~2018년도 방위비보다 3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이번 계획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항공모함 도입'이다. 일본의 장기 국방 전략인 '방위계획 대강'에 '함정에서의 항공기의 운용 검토'를 명기했는데 이 검토라는 것이 현재 일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이즈모(いずも)급 호위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고, 이즈모급에 탑재 가능한 함재기인 F-35B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항공모함은 단순한 공격무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항공모함은 멀리 떨어진 남의 영해에 원정작전을 하고, 남의 영토에 공격작전을 할 수 있는 지휘본부 개념의 군함이다. 일명 '떠다니는 비행장'이 불릴 정도다. '항공모함 강국' 미국의 경우 항모 한 척은 웬만한 중소국가를 초토화시킬 만큼 막강한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모함 한 척이 뜨면 구축함과 호위함, 이지스함 등 여러 군함들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공격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때문에 항공모함 도입은 지금껏 일본이 지향한 전수방위 원칙을 탈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전수방위 원칙은 1955년 자위대가 창설 이후 계속 지켜온 일본의 대표적인 방위전략으로, 외국을 공격·침략하지 않고 일본 국토와 주변에 한정해서 군사작전을 진행한다는 개념이다. 결국 항공모함 보유는 이런 전수방위의 원칙이 정책적, 실질적으로 폐기하는 상징이며 이는 유사시 적을 공격하겠다는 '보통국가'로의 변화를 꾀하려는 속셈이다.항공모함으로 개조되는 이즈모호는 갑판 길이 248m, 폭 38m, 만재배수량 2만7천 톤으로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함정 가운데 가장 큰 전투함이다. 2015년 실전 배치된 이 함정은 헬기를 최대 14대까지 탑재할 수 있으며 웬만한 경항공모함의 스펙을 능가한다. 이로 인해 항공모함으로 개조했을 경우 최신예 스텔스전투기인 F-35B(수직이착륙기) 수십 대를 실을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한다. 이즈모호가 항공모함으로 개조되면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5여 년 만에 항공모함을 다시 운용하게 된다.◆중국의 군사 굴기에 대항일본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언급하면서 지역과 국제 사회의 안보에 대해 강하게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북한에 대해서는 "중대하고 급박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8월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는 등 동북아시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방위계획 대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특히 항공모함 도입에 대해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번 조치는 태평양 등의 방공 체제를 강화하고 전투기에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조종사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헌법상 허용되는 최소한의 범위에 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전수방위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변국의 비난을 의식한 발언이다.일본의 표현대로 최근 들어 중국의 군사력 확대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다방면에서 군사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이미 2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다. 구소련이 건조 중이었던 '바랴그호'를 인수해 첫 번째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을 만든 데 이어, 순수 자체 기술로 만든 001A 함이 최근 시운항을 진행하고 있다. 001A 함은 내년 5월쯤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이에 더해 중국은 3번째 항공모함도 건조하고 있다. 새 항공모함에 대한 구체적인 스펙은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달 27일 랴오닝(遼寧) 건조 6주년 기념 기사에서 세 번째 항공모함이 건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35년까지 6척의 항공모함을 갖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중국은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하는 전단을 구축, 서태평양과 동남아시아, 인도양, 페르시아만 등을 잇는 해상 교통로를 에워싸려는 계획이다. 일본은 이런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항공모함 도입을 계획한 것으로 풀이된다.◆우리나라엔 멀고 먼 '항공모함 보유'주변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리나라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항공모함을 보유한다는 것은 어렵다. 먼저 우리나라 해군은 '연안해군'의 개념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작전지역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장거리를 기동하는 항공모함 같은 항모가 사실상 별로 필요없는 것이다. 항공모함이 없이 육지의 비행장으로도 충분히 작전지역을 커버할 수 있어서다.또한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항공모함 1척 건조비용만 5조~6조원 가량 든다. 항공모함을 보호할 호위함이나 적을 공격할 구축함 등도 받쳐줘야 한다. 유지 비용도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한해 1조원 가량이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2019년도 국방예산이 46조 6천971억원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비용이다.해군의 항공모함 확보 시도는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나 엄청난 비용 등으로 인해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우리나라는 경항공모함급에 해당하는 대형 강습상륙함을 보유하고 있다. 2005년 진수한 독도함에 이어 지난 5월 마라도함을 진수해 현재 2대의 대형 상륙함이 운용 중이다. 독도함과 마라도함은 우리 해군이 가진 함정 중 가장 큰 것으로, 각각 1만 4천500톤, 1만4천600톤의 배수량을 자랑한다.최근에는 제3의 신형 강습상륙함 사업(일명 LPX-II)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같은 대형상륙함은 유사시 개조를 통해 전투기를 이착륙시킬 수 있지만 항공모함과 비교해 작전 반경 및 능력에서 한계가 있다.이 때문에 핵잠수함 보유가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핵잠수함 보유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핵잠수함은 무한대나 다름없는 잠항능력과 소리소문없이 빠른 속도로 적 함정을 공격하고 아군 함대를 원거리에서 방어할 수 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을 탑재해 지상공격도 감행할 수 있다.핵잠수함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하나의 비대칭 공격무기다. 중국과 러시아가 핵잠수함을 운용 중이고, 일본이 디젤잠수함 18척을 운용 중인 상황에서 주변국 견제를 위해 핵잠수함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암묵적 동의와 주변국의 반발 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2018-12-20 14:52:40

멍완저우 화웨이 CFO 체포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또다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8> '화웨이 때리기', 미·중 IT 전쟁의 서막인가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에 들어갔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라는 악재가 터지면서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다행히 멍 화웨이 CFO는 11일(현지시간) 보석이 결정돼 풀려났지만 캐나다에 머물며 법정 출석을 해야 하는 등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 범법 행위에 대한 제재를 넘어 미국의 중국 ICT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선제공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부터 손보겠다는 미국의 '빅픽처'가 깔렸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의 행위를 대대적으로 비난하면서 보복으로 중국 내 애플 스마트폰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바야흐로 미·중 IT 전쟁의 서막이 펼쳐지는 것이 아닌지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美의 잇따른 中 ICT 기업 때리기멍완저우 화웨이 CFO는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그녀의 혐의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거래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이날 체포는 미국 당국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외교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화웨이가 중국을 대표하는 ICT 기업인데다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특히 화웨이는 지난해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28%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차세대 이동통신인 5G 장비 시장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올해 2분기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그야말로 ICT 분야에서 거침없이 성장하는 회사다.미국 수사당국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고 이란과 다른 국가들에 제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화웨이가 유령업체를 내세워 이란 시장에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도 그런 수사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다만 캐나다 법원은 11일(현지시간) 멍 CFO에 대해 내년 2월 6일 법정에 출석하기까지 벤쿠버 자택에 머무는 조건으로 보석금을 받고 석방했다. 사실상 캐나다에 억류돼 있어야 하는 데다 향후 미국에 인도될 가능성도 있어 갈등이 불씨는 남아 있다.지난달 30일에는 미 법무부가 중국 푸젠진화(福建晉華) 반도체를 기술탈취 혐의로 기소했다. 푸젠진화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D램 제조·설계 관련 기술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푸젠진화는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앞서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ZTE를 손본 적이 있다. 미국은 지난해 3월 ZTE가 무역제재 대상인 이란에 수출을 진행했다는 혐의로 약 12억 달러(약 1조 3천5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지난 6월 가까스로 제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지난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65%가 하락하며 제재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봤다.◆美 "화웨이가 국가 안보 위협"미국은 오래전부터 중국의 대표 기업인 화웨이·ZTE 등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의심해왔다. 2012년 미 의회는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 장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규정했다. 도청이나 해킹 등을 통한 스파이 활동 및 통신 교란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었다.미국은 화웨이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는 의혹을 꾸준히 하고 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지령에 따라 기밀정보 수집과 같은 정치공작에 동원될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절도, 이적행위를 할 수 있다고 이 보고서는 결론을 내렸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중국 인민군 출신이고 화웨이가 비상장 기업으로 회사 경영과 관련한 핵심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은 미국의 의심을 더 키웠다.2016년 미국의 의심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건이 터졌다. 미국 내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백도어'(backdoor)가 발견된 적이 있다. 백도어는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무단으로 시스템에 접근해 메시지, 연락처, 통화기록, 위치정보 등을 알아내는 '뒷문' 통로를 일컫는다. 당시 언론 보도가 나자, 화웨이는 즉각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중국 기업의 실수이지, 중국 정부와는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그러나 논란은 계속 됐고 결국 미국 트럼프 정부는 행동에 나섰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뿐 아니라 미군이 주둔하는 우방국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따라올 4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중국 통신 장비를 쓰는 업체들에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했고 미국 1, 2위 통신사인 AT&T와 버라이즌은 화웨이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가 화웨이의 5G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이미 취했고 영국도 최소 2년 내로 핵심 4세대(4G) 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퇴출할 계획이다. 일본 또한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미·중 IT 전쟁 시작되나미국의 일련의 조치들은 중국의 '기술 굴기(倔起)'를 차단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중국은 현재 모빌리티, AI, 핀테크 등 ICT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핵심산업의 밑바탕 기술이 바로 5G 기술이고, 5G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 화웨이다. 그런 만큼 화웨이는 중국 정부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연구개발 전진기지면서도 산업기지인 것이다.이를 아는 미국이 화웨이를 때려 중국의 기술 굴기를 꺾겠다는 계산이다. 미 상무부 산업보안국(BIS)은 지난 19일 중국을 겨냥해 인공지능(AI) 및 로봇, 양자 컴퓨팅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신설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멍 CFO 체포를 두고 "미국의 이번 작전은 미·중 무역전쟁의 또 다른 전선"이라고 분석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중국과의 통상마찰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한 수로 보기도 한다. 멍 CFO를 체포한 것도 미·중 무역전쟁에서 확실한 인질을 잡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체포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침묵하는 가운데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백악관 내 경제·무역 관련 최고위층이 잇따라 이 사건을 연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미 언론들은 풀이했다.중국의 반발도 거세다. 중국 외교부는 사건이 터진 직후,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 대사를 초치(招致)해 이번 사건을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발맞춰 중국 주요 매체들은 "이번 사건은 중국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중국 법원이 애플의 아이폰 7개 기종에 대해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법원은 이날 미국 기업인 퀄컴이 애플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에서 퀄컴이 요청한 판매금지 요청을 받아들였다. 애플은 누구나 알듯이 미국의 대표적인 ICT기업 중 하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판결은 멍 CFO 체포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2018-12-12 11:37:12

프랑스 파리에서 17일(현지시간)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며 '노란 조끼' 등을 입은 시위자들이 거리를 메운 채 엘리제궁으로 향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30만명 가량이 시위에 나선 가운데 동부 알프스 산간지역인 샹베리에서는 시위를 나온 63세 여성이 당황한 여성운전자의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고, 전국에서 400명 이상이 시위 과정에서 차량에 부딪히는 등 다쳤다.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7> '노란 조끼'에 프랑스 얼룩지다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를 집어삼켰던 '노란 조끼' 시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프랑스 정부가 시위를 촉발했던 유류세 인상조치를 철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직진' 의지를 보였던 정부가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노란 조끼 시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노란 조끼 측이 정부 조치가 미흡하다며 8일 전국적인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다만 정부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강대강'(强對强) 상황이 해제되면서 시위가 진정세를 보일 실마리가 생겼다. 평온한 프랑스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노란 조끼 시위에 대해 정리해봤다.◆노란 조끼 시위의 발단'노란 조끼'(gilet jaune·질레 존)는 유류세 인하 요구 집회의 별칭으로 운전자가 사고를 대비해 차에 의무적으로 비치하는 형광 노란 조끼를 집회 참가자들이 입고 나온 데서 붙여졌다.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를 촉발한 도화선은 정부의 유류세 인상 방침이었다. 마크롱 정부는 기름값 인상을 통해 차량 운행을 억제함으로써 대기 오염을 줄인다는 배기가스 저감 정책에 따라 올해 들어 경유와 휘발유에 부과하는 세금을 각각 23%와 15% 인상했다. 내년 중 3~5% 추가 인상 방침도 밝혔다.이에 민심은 폭발했다. 특히 생업이나 생활 여건상 차량이 필수적인 대도시 외곽이나 중소 도시, 농촌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만을 공유하면서 삽시간에 전국적인 연대망을 결성했다. 트럭 운전사들과 택시 운전사들이 주축이었던 지엽적인 집회는 지난달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대대적인 시위로 커졌다. 이때 열린 1차 집회에는 30만 명 가까이 참여했다.유류세 인상은 이번 시위의 기폭제일 뿐, 밑바탕에는 그동안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추진해 온 개혁정책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취임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친(親)기업 정책을 밀어붙였다. 부자와 기업들에 대한 규제와 조세 부담을 완화해 줘야 투자가 활성화돼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반드시 개혁에 성공해 고비용'저효율로 대변되는 '프랑스병(病)'을 고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이 소신에 따라 부유세를 폐지하고,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했다. 25%까지 추락한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컸지만, 그는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서민 입장에서는 이런 개혁 정책이 부자들만의 정책으로 비쳤고 이번 시위가 '못 가진 사람들'의 쌓였던 불만이 터져 나온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예상치 못한 폭력사태로 변질들붙처럼 번지던 노란 조끼 시위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초반에 도로를 점거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던 수준의 시위가 폭력이 가세하면서 유혈 사태로 변질한 것이다.처음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졌던 지난달 17일만 해도 폭력 수위가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30만 명 가까운 시민이 참여하면서 부상자가 4백 명 넘게 발생했지만, 애초 집회 시위 구호였던 '통행 봉쇄'에 집중됐고, 갈등도 도로를 점거한 시위 참가자들과 갈 길이 막힌 운전자들 사이에서 벌어졌다.그러나 2주차인 지난달 24일부터 시위의 양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주요 통행로 등을 막아선 시위대들로 물류가 봉쇄되고 지역의 대형 창고들을 오가는 길목도 차단됐다. 시위대 사이에 '파리로 집결하자'는 구호가 내걸렸고 일부 시위대가 폭력과 방화를 일으키면서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격화됐다.폭력 행위가 극에 달한 때는 지난 주말의 3차 집회였다. 시위대가 파리로 집결하면서 폭력 행위는 한층 과격해졌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파리의 경계표인 '개선문'의 훼손이다.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과격시위대는 파리 개선문 안쪽의 마리안 조각상 얼굴 부분을 파손했다. 마리안은 프랑스 대혁명의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것이라 프랑스인들의 충격은 적지 않았다. 개선문 안 전시공간에 있던 소형 개선문 모형도 파괴됐다. 또한 개선문 외벽에도 스프레이 페인트 등으로 '마크롱 퇴진' 등의 낙서를 남기기도 했다.시위로 인해 지금까지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3차 집회였던 이달 1일 남부 마르세유에서 80세 여성이 얼굴에 최루가스탄을 맞아 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중 숨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3차 집회에서 경찰관 17명을 포함한 110여 명이 다치고 270여 명이 체포됐다.정부는 평화적인 시위를 하려는 시민 사이에 일부 극우'극좌세력이 끼어들어 폭력시위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했다.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1천∼1천500명 정도가 경찰과 맞서 싸우고 파괴하고 약탈하기 위해 극렬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노란 조끼 시위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1일 파리의 평화 집회를 폭력으로 얼룩지게 한 이들 372명을 체포했다.◆위기 직면한 마크롱 정부마크롱 정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류세 인상 방침을 고수했다. 노란 조끼 시위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시위로 프랑스 전체가 극심한 혼란을 겪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4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유류세 인상을 6개월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애초 내년 1월에 계획한 유류세의 인상을 6개월간 미룬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5일(현지시간) 마크롱 정부는 유류세 인상을 아예 철회한다고 밝혔다. 또한 부유세 부활 및 탄소세 인상 중단 검토 등 일련의 정책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이에 대해 '노란 조끼' 시위의 대변인 격인 벤자맹 코시는 한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과자 부스러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빵을 원한다"면서 "정부가 유류세 인상을 잠시 유예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올려온 유류세를 원래대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란 조끼 시위는 8일에도 이어간다고 했다. 이번 정부의 발표에도 시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피력한 것이다.이번 시위는 지금까지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마크롱 정부에 커다란 타격을 줬다. 특히 유럽의 대표적인 '스트롱맨'(강경 지도자)으로 여겨졌던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상당 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시위의 파괴력이 예상을 훨씬 넘어서며 여론의 지지를 받는 가운데 폭력시위로 얼룩진 파리 중심가의 모습은 마크롱의 바닥을 치는 낮은 지지율과 연결되면서 프랑스 정부의 대처능력 부족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앞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노란 조끼' 물결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국정 전반에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프랑스 언론들은 마크롱 정부가 소통과 유연함으로의 방향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유력지 르 몽드는 4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마크롱의) 절대권력을 내세우는 권위적인 태도는 질서 확립도 못 하는 무능함으로 바뀌었고, 오만함과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위기를 고착화했다"면서 "통치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현 국면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8-12-06 09:42:30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엘살바도르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이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미국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이날 엘살바도르에서는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약 2천 명의 4차 캐러밴이 미국을 향해 길을 나섰다.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6> 캐러밴, 미국-멕시코 국경 뒤흔들다

전 세계가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점차 늘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최근 세계적으로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 중 하나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이다. 이곳은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독설을 퍼부으며 강경 태세를 보이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 있다. 미국으로 진입하려는 캐러밴 행렬을 막으려는 미국 정부와 필사적으로 미국행을 시도하는 이민자들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미국-멕시코 국경 뒤흔드는 캐러밴캐러밴은 영어로 '카라반'(caravan) 즉, 우리가 흔히 아는 '캠핑을 위한 이동식 주택'(캠핑카)을 뜻한다. 하지만 많은 우리나라 언론은 기존 캠핑카와 구별하기 위해 중미 이민자 행렬을 캐러밴으로 표기하고 있다. 캐러밴은 '대상'(隊商)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과거 낙타나 말 등에 짐을 싣고 다니며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의 집단인데, 도적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모여서 다녔다. 각종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리를 이룬 캐러밴과 일맥상통하다.미국으로 가려는 중미 이민자 행렬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들은 치안의 보호를 받지 못한 탓에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강도나 살인, 납치 등 범죄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무리를 지으면 이런 범죄에서 안전할 수 있고 국경에 배치된 경찰이나 군대 등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각종 사회단체나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기도 쉽고 국경을 넘는 대가로 브로커에 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모로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다.캐러밴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데는 그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에서 출발해, 멕시코와 미국 등으로 향하는 캐러밴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 캠프촌과 멕시칼리 등에 모여 있는 캐러밴만 약 9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이렇게 되자, 미국은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이들에 대해 적대감을 표시하며 강경 대응을 하는 한편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경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invasion"이라며 이들의 행위를 '미국에 대한 침략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더니 11월 26일(현지 시간)에는 트위터에 "멕시코는 깃발을 흔드는 이주자들을 자국으로 되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중 많은 사람은 범죄자들"이라며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는 국경을 영구적으로 폐쇄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국경 폐쇄'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민 것이다.국경 지대 충돌도 격화되고 있다. 11월 25일(현지 시간)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와 접한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약 500명의 캐러밴이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으려 하자, 미 국경순찰대가 최루가스와 고무총탄을 발사해 저지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미 국경순찰대가 최루가스를 어린이들에게 사용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한때 국경지대 검문소의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가 몇 시간 뒤 해제하는 조치도 취했다.가운데 낀 멕시코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멕시코는 사실 캐러밴 행렬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멕시코 정부 내에서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도움을 주자는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이 계속 되면서 캐러밴 행렬이 움직이는 루트에 군·경을 배치해 단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한 중미 이민자들에 대한 추방 절차에 들어갔다. 멕시코 이민청은 미 국경을 불법 침범한 중미 이민자 98명을 체포해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고 지난 26일(현지시간) 밝혔다.◆이민자들, 왜 험난한 이동 택하나?최근 캐러밴 행렬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주로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 사람들이다. 이들 국가는 나라가 매우 혼란스럽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세계 1, 2위 수준의 살인율을 다툴 정도로 악명이 높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가에서 신생 갱단이 성행하면서 일반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이들 국가는 독재나 부패 정부와 반군의 활동으로 사회가 혼란한 데다 갱단까지 활개를 치면서 시민들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캐러밴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동네에서 마음 놓고 길거리를 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치안이 엉망이다.엘살바도르 연방 조사 당국에 따르면 유력 신생 갱단인 '엠에스(MS)-13'와 '바리오 18'에 소속된 단원 수는 6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일반인을 갈취하는 방식으로 연간 2천만 달러(약 224억8천만원)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반면 엘살바도르 국민 중 3분의 1은 하루 5.50달러도 벌지 못하는 빈곤에 시달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이들은 갱단에 들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정부는 사실상 갱단을 방치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정치인은 집회나 유세를 할 경우 해당 구역 갱의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다. 마우리시오 라미레즈 란다베르데 엘살바도르 치안법무부 장관은 "도저히 어디까지가 국가이고 어디부터가 갱단의 영역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더욱이 최근 들어 폭우로 인한 홍수와 가뭄이 빈번해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결국 부패한 정부의 비호를 받을 수 없는 가난, 갱단이 활개치는 동네에 살 수밖에 없는 가난, 천재지변으로 인한 큰 피해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가난이 이들을 캐러밴 행렬에 참여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캐러밴이 급증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강경한 반(反) 이민정책을 펼치며 틈틈이 캐러밴을 언급했고,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 장벽을 만들기 위한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포를 끌어낸 면도 있다. 얼마 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전에는 표심을 의식해 캐러밴에 대해 더욱 자극적인 단어를 써서 세상에 크게 알려졌다.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캐러밴을 몰랐던 중미 이민자들도 이 행렬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과 추방 조치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격이다.

2018-11-29 13:41:19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영국산업연맹(CBI) 연례회의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 협상 합의 이후 정치권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 메이 총리는 이날 기업에 미칠 합의안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기업인들에게 지지를 당부했다.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5> '브렉시트' 총정리 …'합의 이혼' 가능할까

'46년 만의 이혼, 아름답게 끝날까.'영국과 EU가 최근 길고 긴 협상 끝에 '브렉시트'(Brexit·Britain+Exit의 줄임말로 영국의 EU 탈퇴를 의미)에 대한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2016년 6월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약 29개월, 양측이 협상을 시작한 지 약 17개월 만에 나온 터라 전 세계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이번 합의문 초안은 14일(현지 시간) 5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영국 내각을 통과했다. 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천신만고 끝에 끌어낸 합의 초안이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EU 또한 협상 마무리를 통한 내부 논의를 시작, 25일쯤 열리는 긴급 EU 정상회담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영국과 EU의 합의문 초안이 비준을 거치면 내년 3월 영국이 EU에 가입한 지 46년 만에 '합의 이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문 공개 후 후폭풍이 거세 합의에 의한 브렉시트가 가능할지는 여전히 낙관할 수 없다.◆합의문 초안 어떤 내용 담았나585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번 초안은 영국 내각 구성원과 EU 관계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내용을 알지 못한다.다만, 언론에 공개된 일부 내용을 보면 양측이 협상 막판까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의 국경 및 시장 문제는 당분간 현재 수준의 개방성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일랜드와 영국 간의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한 '백스톱'(backst op·안전장치) 설치다. 이에 따라 북아일랜드는 현재의 EU 관세동맹을 '전부' 준수하되 영국 본토는 EU 관세동맹의 '기본사항'만 준수하는 식의 '제3의 안'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의 국경 및 시장 문제가 왜 쟁점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 옆에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로 나뉘어 있는 '아일랜드' 섬이 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이고, 아일랜드는 EU 회원국인 독립국이다. 만약 영국이 EU를 완전히 탈퇴하면 국경을 넘을 때마다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람과 물건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약을 받게 되는 일명 '하드보더'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이 때문에 당분간은 영국이 별도의 국가로 EU와 거래하지만, 북아일랜드만은 예외로 방안이 이번 초안에 담겼다.애초 영국은 이 방안을 거부했다. 이 방안대로 실행되면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가 경제적으로 사실상 나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대안으로 '체커스 계획' (Chequers plan)을 제시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전체가 EU와의 상품 교역은 지금처럼 무관세로 자유롭게 하되 인력 이동만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안전장치의 대상을 영국 전체로 확대하자는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이다.그러자 EU는 반발했다. 영국의 제안은 사실상 EU의 조건에서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제안이 수용되면 이탈리아나 체코 등 EU에 회의적이었던 회원국들이 영국과 같은 조건을 요구하면서 EU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따라서 이번 초안은 양측의 요구를 조금씩 수용한 중재안으로 볼 수 있다.또한 이번 초안에는 영국이 EU와의 새 무역협상을 체결할 때까지 현재 EU의 노동·환경 규제 등을 모두 준수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새 무역협상은 2020년 말로 설정된 전환기간 동안 이뤄지며 시간이 필요하면 추후 양측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도 있다. 전환기간이 끝날 때까지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시민은 현재와 변동 없이 거주하게 된다. EU 회원국에 거주하는 영국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소위 '이혼 합의금'이라 불리는 EU 탈퇴 재정부담금은 350억 파운드(약 51조5천억원)~390억 파운드(약 57조4천억원)로 한다는 내용도 공개됐다.◆합의 실행까지 '산 넘어 산'이번 합의는 내년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을 앞두고 영국과 EU 간의 사실상 1차 협상 국면이 마무리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EU 역사상 첫 회원국 탈퇴 사례인 브렉시트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제는 협상 국면에서 벗어나 합의 내용을 놓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 비준절차를 마무리 짓는 2단계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실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무엇보다 합의 초안은 양측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합의안'이라는 데 그 한계가 있다. 떠나는 입장인 영국과 떠나 보내는 EU는 지금까지 '윈-윈 게임'이 아닌 '제로섬 싸움'을 벌여야 했다. 떠난 후에도 더 많은 것을 누리려는 영국과, '집 단속'을 위해 징벌적 조치가 불가피했던 EU는 협상 초기부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터라 애초부터 '아름다운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어렵사리 일궈낸 합의지만 내년 3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며 극심한 혼란을 가져오는 '노 딜(No Deal)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누구 하나 만족하게 하지 못하는 방안이다 보니 영국은 물론, EU 내에서도 각각 반발이 거세다. 메이 영국 총리가 이번 초안에 대해 영국 내각의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내각 회의 하루 만인 지난 15일(현지시간) 드미니크 랍 영국 브렉시트 장관과 에스더 맥베이 노동·연금 장관 등이 합의안에 반발, 사퇴했다. 또한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합의안이 영국을 EU의 속국 상태로 둘 것"이라며 총리 불신임을 추진하고 있으며 야당인 노동당 역시 이번 합의안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EU 내에서도 반발이 만만찮다. 특히 지브롤터 문제에 대한 스페인의 반발이 큰 '암초'다.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은 지브롤터 영역에 관한 논의는 '별도의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스페인은 끊임없이 영국에 대해 반환을 주장해온 지브롤터의 미래에 관한 논의가 어떻게 다뤄질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합의문 초안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지브롤터 해협의 스페인 쪽에 속한 지브롤터는 영국이 1700년대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 때 개입해 획득한 영토로,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에 의해 영국의 주권이 공식화됐다. 영국이 지정학적 요충지로 손꼽는 지브롤터에서 1967년과 2002년에 주민투표를 한 결과, 대다수가 영국에 잔류하는 쪽을 선택한 바 있다.이런 반발에도 영국 내각과 EU는 합의문 초안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 메이 영국 총리는 21일 오후(현지시간) 이번 합의문 초안에 대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데 이어 24일 다시 재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와 영국은 오는 25일 EU 특별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협정안과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관계의 큰 틀을 정치선언으로 정식 승인할 전망이다.

2018-11-22 15:39:55

브렉시트 투표 결과.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5> '브렉시트' 총정리…영국은 왜 EU 탈퇴 선택했나

영국 내에서의 브렉시트가 이슈가 된 것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보수당이 브렉시트를 공론화하면서 현실화된 것이다. 2015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7년까지 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점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EU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영국이 내야 할 EU 분담금 부담이 커지자, 더는 EU에 남아 있는 것은 이득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2015년 영국에 할당된 EU 예산 규모는 140억7천만 유로로, EU 28개국 중 4번째로 부담률이 높았다. EU가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EU내 금융업 감독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금융강국 영국에는 부담이었다. EU는 전반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머물러 있는 반면, 영국 경제는 회복 기조를 보인 점도 한몫을 했다.시리아 및 중동 난민의 대규모 유입과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이주해오는 동유럽인들의 증가도 영국인들의 위기의식을 부추겼다. 2015년 영국으로 유입된 순이민자는 33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대로 계속 EU에 잔류한 채 이민자를 받아들일 경우, 이민자 복지지출, 내국인 고용시장 경쟁심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유럽 대륙과의 통합에 회의적인 국민 정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영국은 한때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nica)를 구가했다. 작은 섬나라지만 미국 이전에 세계를 호령한 힘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대영제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EU로 가입된 뒤 독일이나 프랑스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이 때문에 EU에서의 영국은 영국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었다.EU는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이슈가 되자, 이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영국 보수당은 2016년 6월 결국 공약대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했다. 그 결과, 찬성 51.89%, 반대 48.11%로 아슬아슬하게 브렉시트가 확정됐다.

2018-11-22 15:39:49

대형산불이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뷰트카운티의 파라다이스 지역에서 9일(현지시간) 차량과 주택들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4> 연중 대형 산불로 신음하는 美캘리포니아

역대 최악의 화마(火魔)가 미국 캘리포니아를 집어삼키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대형산불이 급격히 번지면서 13일(현지시간) 현재 사망자만 50명에 이르고 연락이 끊긴 주민 수가 220여 명에 달한다. 또한 산불로 인해 서울시 면적을 훌쩍 넘는 산림과 시가지를 태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진화율도 낮아 앞으로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동시다발 산불, 역대 최악의 인명 피해 남겨최근 발생한 산불은 역대 최악이라는 악명을 떨치며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캠프파이어(북부 뷰트카운티), 울시파이어(남부 말리부 주변), 힐파이어(남부 벤투라 카운티) 등 대형 산불 3개가 발화해 13일(현지시간) 현재까지 서울시 면적(605㎢)보다 넓은 881㎢ 이상의 산림과 시가지, 주택가를 태우고 확산되고 있다.인명 및 재산 피해도 상당하다. 이날 현재까지 북부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동시다발 산불로 인한 전체 사망자가 50명에 이른다. 특히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48명의 사망자를 내며 주(州) 재난 역사상 단일 산불로는 역대 최대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이로 말미암아 가옥과 건물 7천600여 채가 전소됐다. 인구 2만 7천여 명인 뷰트카운티 파라다이스 마을은 주택가와 상가 전체가 불타면서 폐허로 변했다.이번 산불로 할리우드 배우들도 큰 피해를 봤다. 영화 '300'의 주역 배우 제라드 버틀러의 집이 잿더미가 됐고 킴 카다시안이나 올랜도 블룸, 가수 레이디 가가 등도 산불 피해를 보았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워낙 넓은 지역에 산불이 번진데다 강풍 등으로 이날 현재 진화율도 30% 정도에 머물고 있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산불 피해 지역을 주요 연방 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3곳에 발화한 이번 산불을 완전히 진화하는 데 3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돼 빨라야 이달 말쯤 완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이번 산불은 아직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소방당국은 전력회사의 파손된 설비를 지목하고 있다. 끊어진 전력선에서 튄 스파크가 산불의 발화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캘리포니아, 매년 대형산불로 '몸살'미국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4천만 명가량으로 미국의 50개 주(州)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다. 또한 캘리포니아는 연중 온화한 날씨와 안정적인 경제력 등으로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은 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곳에도 골칫거리가 적잖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산불이다.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은 흔한 재난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평균 2천500여 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지만 문제는 최근 들어 산불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지난 8월 초에는 캘리포니아 멘도시노 국유림에서 산불이 발생해 2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로스앤젤레스(LA) 면적(1천149㎢)보다 넓은 1천173㎢ 규모의 산림을 태웠다. 이 산불은 주 역사상 최대 면적의 피해를 준 산불로 기록됐다. 이 산불은 심지어 국제우주정거장에서도 정밀하게 목격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지난해 12월 초에도 벤투라 카운티와 산타바바라 인근을 태운 이른바 '토머스 산불'이 맹위를 떨쳤다. 이 산불은 1천100㎢ 규모의 산림과 시가지를 태웠다. 이 불로 소방관 1명을 포함해 2명이 숨지고 가옥 1천여 채가 전소됐다. 부분적으로 탄 가옥은 1만 8천여 채였고 대피한 주민 수만 10만 명이 넘는다.주 소방당국이 집계한 자료를 분석하면 캘리포니아 산불 발생 규모나 건수 등이 점차 커지거나 증가하는 추세다. 미 기상당국은 역대 10대 산불 중 4개가 최근 5년 사이에 발화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에 따르면 1932년부터 현재까지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10개 중 9개는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 그 중 5개는 2010년 이후다. 올해에는 벌써 2차례나 발생했다.◆유독 캘리포니아에 대형 산불 잦을까?주범으로 가장 지목되는 것이 '산타아나 바람'이다. 이 바람은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부는 계절풍으로 미국 모하비 사막과 미 서부 내륙 그레이트 베이슨(대분지)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오면서 매우 건조하고 강한 돌풍 형태의 바람으로 바뀌어 태평양 해안가를 향해 몰아치는 강풍이다. 이 강풍은 산불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어 이른바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기도 한다.보통 50~70km/h의 엄청난 속도로 부는데 심지어 허리케인과 맞먹는 시속 130km를 넘길 때도 있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이 불길을 진화하는 데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워낙 강풍이어서 불길이 삽시간에 번지고 한 마을을 삽시간에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하고 사람들이 미처 급격히 번지는 불길을 피하지 못해 사망하기도 한다.캘리포니아의 지역적 기후 특성도 산불 발생에 한 몫 한다. 캘리포니아는 크게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가을과 겨울엔 비가 내리지만, 여름에는 비가 오지 않아 오랜 기간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다. 초목들이 말라가면서 좋은 '땔감'이 되는 것이다.특히 캘리포니아는 지난 6년간 가뭄 끝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큰비가 오면서 야생지의 초목이 울창하게 우거졌다. 그러다 올여름 무더운 날씨와 가을로 접어들며 건조해진 기후가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좋은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긴 산속 전원주택 단지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지구 온난화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뉴욕타임스(NY)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이 지역 산불의 발생률을 더욱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윌리엄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최근 몇 년 사이 캘리포니아 지역의 온도가 올라 초목들이 더 빠르게 마르고 있다. 이런 현상이 대형산불의 배후다"고 설명했다.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UCLA) 기상학자 대니얼 스웨인 교수는 "올해 여름이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었고 가을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뜨겁게 데워진 태평양 해수 온도가 강한 고기압을 형성해 샌타애나의 강도를 더욱 세게 만든다"고 지적했다.산불이 나는 직접적 이유는 끊어진 전선에서 튄 스파크나 담배꽁초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산불의 확산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2018-11-14 10:10:18

지난 2016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가 무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3> 2020 美 대선 누가 뛰나…하) 미국 대선의 독특한 승자독식 방식

미국 민주당 잠룡들이 누군가를 알아봤다면 미국의 대선 방식도 알 필요가 있다. 미국 방식은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단순히 유권자의 득표수로 따지는 우리나라의 직접선거 방식과는 판이하다. 미국은 주(州·stste)별로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와 승자 독식이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워낙 땅덩어리가 넒어 교통과 통신이 불편한 데다 직접선거를 하면 인구가 적은 주는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미국 대선은 '민주당'공화당 각각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주별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또는 코커스(당원대회)→대선 후보 추대를 위한 전당대회→대통령 선거'의 과정을 거친다. 유권자들은 대선이 있는 해의 2~6월 프라이머리나 코커스를 통해 각 당의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대의원을 뽑고, 여기에 뽑힌 대의원들은 7∼8월 열리는 전당 대회에 참석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 후보 지명전이 끝나면 각 당의 후보들은 상대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국민은 11월 첫째 월요일이 속한 주의 화요일에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는다.먼저 미국 대선은 각 당의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선출부터 시작된다.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법에는 예비선거(프라이머리)와 당원대회(코커스)가 있다. 프라이머리에서 대의원의 75%, 코커스에서 나머지 25%가 선출된다. 프라이머리는 일반 유권자들이 직접 참여해 전당 대회에 나갈 대의원을 뽑는 것이고, 코커스는 당 임원(중진, 유력자)이나 당원이 대의원을 선출하는 것이다.코커스는 아이오와 주에서 가장 먼저 열리고, 프라이머리는 뉴햄프셔 주에서 먼저 열린다. 이에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미 대선에서 상징성이 크다. 첫 결과에 따라 언론의 관심이나 선거자금 모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3월 첫째 화요일이 대세를 1차로 판가름하는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로 통한다. 이날은 가장 많은 주에서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즉, 후보 지명을 따내는 데 필요한 대의원의 절반 정도가 이날 결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민주'공화 양당의 후보를 결정짓는 날이 될 수 있다.뽑힌 대의원들은 7∼8월 열리는 전당 대회에 참석해 차기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 각 주에서 뽑힌 대의원은 제각각 당대회 개최지에 모인다. 전당 대회는 해마다 열리는 것이 아니라, 4년에 한 번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때만 모인다. 당대회에서는 대의원의 표의 과반수를 얻은 자가 그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 또 이 대회에서는 부통령 후보 지명도 이뤄지는데, 부통령은 대통령 후보에 지명된 사람이 지명한다.마지막으로 7∼8월이면 각 당의 후보 지명전은 끝이 나고 양당의 대선 후보 간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진다. 이때 전 국민은 대통령을 선거하는 사람, 즉 선거인단을 뽑게 된다. 각 당은 미리 주마다 대통령 선거인단 명부를 제출해 놓고, 유권자들은 11월 첫째 월요일이 속한 주의 화요일에 선거인단을 투표한다.대통령을 선출할 선거인단은 연방 하원의원 수 435명, 상원의원 수 100명, 워싱턴 D. C에 배정된 3명을 모두 합쳐 총 538명이 뽑힌다. 하원의원 수는 주별로 인구비례에 따라, 상원의원 수는 각 주에 2명씩 배정된다.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한 주는 캘리포니아주로 55명이다. 각 주의 하원의원 수는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10년마다 바뀐다.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절반이 넘는 270명의 선거인단의 표를 확보해야 한다.각 주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모두를 가진다. 예를 들어 2020년 대선 때 가상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트럼프가 50.1%, 모 민주당 대선후보가 49.9%를 차지해 득표율 차가 0.2%포인트밖에 나지 않더라도 트럼프가 캘리포니아주의 선거인단(55명)을 모두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게 승자독식방식이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이 많이 배정된 주에서 이기는 것이 대선 승리의 핵심이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민주당)보다 전체 득표율에서는 뒤졌지만 당선된 것도 이런 승자독식 방식 때문이었다.미국 내에서 이런 승자독식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방식을 통해 대선 후보들은 인구 수가 작은 주에서도 선거운동을 벌이고 전국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이 방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

2018-11-09 14:05:13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민주당)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맞수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3> 2020 美 대선 누가 뛰나…상) 중간선거로 본 잠룡(潛龍)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시나 '이슈 메이커'였다.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미국인들은 친(親)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로 나눠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호불호(好不好)가 확실한 인물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이는 미국 중간선거 기록으로도 여실히 나타났다. 미국 CBS 방송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가 총 1억300만 명으로, 투표율은 49%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7일 보도했다. 중간선거에서 투표자가 1억 명을 넘긴 것은 역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0여 년간 미 중간선거 투표율은 통상 40% 안팎으로, 49%에 달한 것은 1966년이 마지막이었다. 직전 중간선거인 2014년엔 36.4%에 그쳤다. 이벤트로 치자면 이번 중간선거는 역대 최고급 흥행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상원은 공화, 하원은 민주로 결판났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던 구도에서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초 공을 들였던 상원 수성을 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미국인들이 결국 어느 한 쪽의 독점을 견제하면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회권력 균형을 선택했다.이번 미국인들의 선택은 2년 뒤 치러질 미국 대선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절묘한 의회 균형이기에 2년 뒤 대선 결과를 누구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벌써 '2020 대선레이스'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중간선거를 통해 2년 뒤 나설 미국의 잠룡들의 윤곽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잠룡들, 누가 있나?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대통령 중간선거 직후인 7일(현지시간) 2020년 미국 대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데다 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제'이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행적을 보면 커다란 문제가 없는 한 전통적으로 재선에 성공해왔다.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민주당에서도 2020년 대선을 뒤집을 기회는 충분히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민주당 잠룡들 간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가장 먼저 트럼프 맞수로 꼽히는 인물은 '엘리자베스 워런'(69)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크게 앞서며 가볍게 재선에 성공했다. 워런 의원은 최근 브렛 캐버노 대법관 후보자의 성폭행 미수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 이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여성들이 워싱턴으로 가서 망가진 정부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출마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저명한 법학자로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며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했다.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종교'여성 차별적 발언을 할 때마다 "역겹다"거나 "시끄럽고 끔찍하며 자극에 극도로 민감한 사기꾼"이라고 공격해왔다. 중간선거 직전 발표된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액시오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워런 의원을 비롯해 카말라 해리스(53)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등 민주당 소속 잠재 여성 후보군이 2020년 대선에 출마하면 지지율 측면에서 모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 워런 의원이 나서면 만만찮은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노익장의 '버니 샌더스'(77) 버몬트 상원의원도 대표적인 민주당 잠룡이다. 그는 이번에 압도적인 지지율로 3선에 성공했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바 있는 샌더스 의원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유세를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일찌감치 당선이 확정되는 저력을 과시했다.1941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페인트 판매원 아들로 태어난 그는 대표적인 '흙수저의 성공신화'로 꼽히며 서민과 중산층에서 큰 신임을 얻고 있다. 그는 공립대 학비 무료,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 등을 주장하며 다른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는 후보들의 최대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1% 부자에게 모든 부가 집중되고 99% 국민은 고통받는 세상을 바꾸자"는 정치적 메시지를 꾸준히 내세우고 있다.선거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75)도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힌다. 그는 중간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달 24일 오바마 전 대통령, 클린턴 전 장관 등과 함께 반(反) 트럼프 진영 최고위 유력 인사들을 겨냥한 폭발물을 받았다. 그만큼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가 대선에 나가면 여전히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광'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6선 출신에다 부통령 경력까지 지닌 정치 거물이고 1988년과 2008년 대선 때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는 등 대권에 대한 야심을 감추지 않아 왔다.캘리포니아 검찰총장 출신의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민주당 대선 주자에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해리스 상원의원을 꼽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열린 대외정책을 추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인도계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주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검찰 총장이자 미국 최초의 인도계 여성 상원 의원이다.중간선거를 앞두고 17년 만에 민주당에 재가입한 '마이클 블룸버그'(76) 전 뉴욕시장도 중도주의 정치 노선으로 트럼트 대통령의 경쟁 상대로 여겨진다. 미국 10대 부호인 그는 민주당에 2천만달러(한화로 약 224억원) 이상 기부했고,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4일 무려 자비 500만달러(한화 약 56억원)를 들여 민주당 지원 TV광고 연설을 했다. 선거 직전의 광고 연설을 놓고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을 지원하는 한편 대선 출마 가능성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정치계에서는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도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된다.정치 경력이 없는 기업인들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대권을 꿈꾸는 기업인들이 늘어난 이유다. 미국 역대 대선을 보면 대통령은 상원의원이나 주지사에서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직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을 지냈고 빌 클린턴이 대통령 전에 아칸소주 주지사를 역임했다. 조지 워커 부시도 텍사스주 주지사를 지낸 바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부동산 재벌로 경제계 거물이긴 하지만 별다른 정치 경력이 없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미국 역사에서도 대이변에 해당한다.참고로 미국 대통령 자격 조건은 만 35세 이상, 미국 내 14년 이상 거주, 미국 태생 출신이면 된다.물망에 오른 기업인으로는 최근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하워드 슐츠(64) 스타벅스 회장의 2020년 미국 대선 출마설이 제기된다. 이 밖에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 방송인이자 미디어회사 하포그룹 회장인 오프라 윈프리 등 다양하게 거론된다.

2018-11-09 14:04:59

세계 각국의 스트롱맨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우소나루 신임 브라질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해외이슈 풀이] <2> 스트롱맨 시대, 글로벌 패러다임되나?

전 세계가 '스트롱맨의 전성시대'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남미의 대국 '브라질'에서 펼쳐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63)가 승리함으로써 세계 각국을 휩쓰는 '스트롱맨 돌풍'을 이어갔다.'스트롱맨'(strongman)은 사전적으로 독재자나 철권 통치자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강경 극우 보수파 지도자라는 의미로 확장돼 쓰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자국의 이익을 철저히 우선시하고, 외교적 절차와 예식에 구애받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한 직설적인 화법을 즐겨 사용하고 강한 남성성을 드러내는 국가 지도자란 점이 두드러진다.◆갈수록 확산되는 스트롱맨 돌풍이번 브라질 대선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보우소나루는 일찌감치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별칭을 얻으며 남미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지도자로 언론에서 평가한다. 그는 올해 초만 해도 사실상 브라질 정계의 아웃사이더였다. 하지만 그는 과격하고 극단적인 언행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여성을 비하하고 인종이나 동성애, 난민, 원주민을 차별하는 발언을 하는 한편 과거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을 옹호하며 독재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했다.그의 발언을 보면 "난 독재를 찬성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통해서는 국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투표를 통해서는 이 나라를 바꿀 수 없다. 내전을 통해서만 바꿀 수 있다", "고문을 찬성한다" 등 적나라한 내용이 다반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유지돼온 브라질 민주주의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스트롱맨의 탄생은 브라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세계 강대국을 비롯해 가장 안정적으로 민주주의가 정착한 유럽에서조차 스트롱맨의 탄생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한국을 둘러싼 세계 4강의 통치자가 공교롭게도 모두 스트롱맨이다.스트롱맨의 대표적인 인물은 뭐니뭐니해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기존 오바마 정부 정책에 반감이 컸던 하층 백인 노동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했던 미국의 세계주의를 포기하고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반(反) 이민정책과 인종차별, 여성 비하 등도 트럼프에게서 떠올릴 수 있는 용어들이다. 격화되는 미중무역전쟁도 미국 이익을 위해서는 갈등과 반목을 서슴지 않는 우선주의가 낳은 산물이라는 지적이다.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또한 스트롱맨의 대표 주자다. 이른바 '시황제'로 불리며 과거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를 무너뜨리고 무소불위의 권력 1인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 또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내세우며 미국을 제치고 'G1'의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들을 압박하면서 이들 국가와의 마찰도 잦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장기 집권하며 과거 소련의 위상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으며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을 줄기차게 시도하고 있다.유럽에서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대대적인 국방예산 확대를 꾀하고 EU에서의 발언권을 높이려고 하는 등 '강한 프랑스'를 표방하며 스트롱맨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등도 스트롱맨 대열에 끼고 있다,스트롱맨의 잇단 등장은 전 세계적으로 '우파 포퓰리즘' 바람과도 괘를 같이 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선명한 곳이 유럽과 남미다. 폴란드와 헝가리, 오스트리아에 이어 지난 3월 서유럽 국가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권이 탄생했다. 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에서조차 신(新)나치 운동에 뿌리를 둔 '스웨덴 민주당'이 제3당으로 원내에 진입하며 좌파 중도 성향의 사회민주당은 위협받고 있다.남미 역시 이번에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후보가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칠레, 파라과이, 콜롬비아의 집권 세력도 강경 보수진영으로 넘어가고 있다.◆약한 경제는 강력한 카리스마 원한다?세계적인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스트롱맨들의 등장은 그리 달가운 현상은 아니다. 이들은 대중에게 세계화에 대한 반감을 파고들어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결국 세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구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현상으로도 보고 있다. 이들은 자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다자간 협력체계를 흩트리고 다른 나라와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또한 강경한 난민 정책과 이민 정책 등을 통해 인권주의에 반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한반도 주변 4강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도 십분 느끼는 부분이다.그렇다면 스트롱맨이 탄생하는 배경은 뭘까. 뭐니뭐니해도 경제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는 이념보다는 실리, 민주화보다는 카리스마를 원하는 대중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각에서는 '독재를 했지만 경제를 활성화시켰다는' 박정희 향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스트롱맨이 등장한 국가들은 대체로 눈에 띄는 경제 성과를 내고 있고 장기 집권하는 경우가 많다.아베 일본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강하게 밀어붙여 일본 경제를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시켰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2016년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7.2%를 달성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집권 10년간 연평균 4.5%의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터키를 제조업 및 수출 강국으로 키워냈다. 2001년 터키의 경제성장률이 -5.7%였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반전이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서 헝가리를 조기 졸업시켰다. 미국 또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최근 들어 전무후무한 경제 호황을 이끌어내고 있다.스트롱맨들의 등장 이유를 한계에 부딪힌 서구민주주의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로 인해 오히려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1%가 부를 독점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가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 점차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독재에 대한 반감도 과거보다 희석되고 있다. 독재 국가라는 비판을 받는 중국과 러시아에서조차 대규모 피의 숙청이나 정치수용소 같은 강압적 통치는 사라지고 대중 지지를 바탕으로 한 독재를 펼치고 있다.

2018-10-31 11:50:27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지난 3월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1> 세계 떠들썩하게 한 '카슈끄지 살해사건' 총정리

지난 10월 2일 오후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50대 한 남성이 등장한다. 그는 영사관 안으로 들어간 뒤 자취를 감추었다. 얼마 뒤 그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고 이 사건은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다.이 남성은 '중동의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로 현재까지 '암살설'이 유력하다. 더욱 충격을 주는 것은 암살의 배후에 사우디 왕실이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점이다.이 사건은 언론의 자유가 철저하게 막혀 있는 중독 국가의 치부를 드러냄과 동시에 중동을 둘러싼 국제관계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카슈끄지는 누구인가?카슈끄지는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에서 태어났다. 사우디에서 초중등 교육을 마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중동으로 돌아가 아프가니스탄, 알제리, 쿠웨이트, 수단 등에서 해외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그는 세계적인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을 두 차례 인터뷰하면서 중동은 물론, 미국 등 서방 세계에도 이름을 알렸다.그는 사우디 영어 신문 '아랍 뉴스' 부편집장을 지냈고 이후 미국 유력신문인 '워싱턴 포스트'(WP)에 칼럼을 기고하는가 하면 사우디 신문 '알와탄' 편집 주간을 역임하는 등 중동 언론인의 대표주자로서의 커리어를 탄탄하게 다졌다.평소 사우디 왕실의 독재 정치에 반감이 컸던 그는 지난해 9월 사우디를 떠나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본격적으로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이 금지되어 있고 이를 어길 시 사형에 처할 수 있음에도 그는 사우디 왕실과 날을 세웠다. 이 같은 카슈끄지의 비판적인 어조를 참지 못한 사우디 왕실이 이번 암살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이와 관련해 카슈끄지가 살해되기 전, WP에 기고한 마지막 칼럼도 관심거리다. 카슈끄지는 살해 직전, '아랍 세계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제목의 마지막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을 보면 아랍세계 자유에 대한 그의 갈망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 칼럼에서 국제 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 발표를 인용해 아랍권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국가는 튀니지 한곳에 불과하다면서 아랍인들이 무(無) 정보, 또는 잘못된 정보 속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아랍국가에서 언론의 자유가 어떻게 침해받는지를 설명하며 국제사회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그 결과 기자들이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집트, 예멘과 함께 사우디를 지목해 기자들에게 언론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꺼리는 국가로 꼽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랍세계가 외부세력에 맞서기 위한 용도가 아닌 내부 권력투쟁을 위한 도구로서 '철의 장막'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살해사건 재구성…진실은?이번 살해사건은 수사를 진행한 터키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카슈끄지가 살해되기 전, 터키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하면서 터키 당국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특히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슈끄지의 죽음이 우발적인 결과가 아니라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그가 공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직접적인 살인모의는 지난 9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카슈끄지는 올해 초 만난 터키인 하티제 젠기즈와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전처와 이혼 확인서류를 떼고자 이날 오전에 주(駐)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 총영사관은 카슈끄지에게 서류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나중에 찾으러 오라고 안내했다. 이후 사우디 총영사관 직원들이 서둘러 본국을 방문하는 등 움직임이 포착됐으며, 작전 준비작업이 실제로 진행됐다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밝혔다.터키 수사 결과에서는 사우디 총영사관 팀이 전날 이스탄불 인근을 답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영사관에서 보낸 팀이 벨그라드숲과 얄로바시에서 사전 답사 임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터키에 따르면 '암살조' 15명이 10월 1, 2일 이틀에 걸쳐 3그룹으로 나눠 이스탄불에 모였고 2일 총영사관으로 집결했다.이들은 카슈끄지가 도착하기에 앞서 감시카메라의 하드드라이브를 제거했으며, 이날 오전 카슈끄지에게 전화를 걸어 방문 일정을 잡았고 오후 총영사관에 도착한 카슈끄지는 그 이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밖에서 카슈끄지를 기다리던 약혼녀는 그가 계속 나타나지 않자, 오후 늦게 터키 당국에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안에 억류된 것 같다"며 연락 두절 사실을 알렸다. 이를 통해 터키 당국은 수사를 시작했다.수사를 진행한 터키 당국은 사우디총영사관저 정원에서 카슈끄지의 시신 일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카슈끄지의 시신 일부가 영사관에서 500m가량 떨어진 영사관저 정원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카슈끄지의 시신은 절단돼 있었고 얼굴 부분은 손상된 상태였다. 터키 언론은 카슈끄지가 고문을 받다 끔찍하게 살해된 것으로 보도했다.사우디 검찰 또한 카슈끄지가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으며 지금까지 용의자로 지목되는 자국인 18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총영사관 안에서 카슈끄지가 만난 용의자들과 대화를 하다가 주먹다짐으로 이어졌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터키의 암살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터키 언론은 터키 경찰이 카슈끄지 시신의 일부가 깊이 25m가량의 사우디 총영사관저 우물에 유기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수색하려 했으나 사우디 정부가 수색을 거부했다는 보도를 봤을 때 암살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사우디 정부는 처음에는 카슈끄지 실종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우발적 살해 사건으로 태도를 뒤집은 바 있다. 앞으로 최종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날지 귀추가 주목되지만 결과가 어떤 식으로 매듭되든 간에 당분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터키의 노림수는?이번 살해사건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데는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건이 한 언론인의 죽음에 대한 진실 공방을 넘어 사우디와 얽히고설킨 각국의 이해관계까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수사를 맡고 있는 터키는 수년간 사우디와 미묘한 경쟁 관계에 있다. 더욱이 그동안 카타르 고립, 시리아 내전 등 굵직한 이슈마다 뚜렷한 견해차를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터키는 이번 사건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사우디를 궁지로 몰아넣고 개혁 이미지로 포장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겠다는 셈법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번 사건을 브리핑하고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힌 데에는 이런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평이다.또한 터키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미국과의 화해를 시도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중동 언론들은 터키 정부가 이번 사건 관련 정보를 언론에 끊임없이 흘려 세계적인 이슈화에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를 압박하고 물밑에선 사우디 왕실 및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는 중동국가 중 오랫동안 친미 성향의 국가로 정평이 나있다.카슈끄지 고문 상황이 담긴 녹취록이나 살인 용의자 신상 정보, 입국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터키 내 친정부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녹취록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난 직후 공개됐다. 터키 정부가 이번 사건의 파문을 최소화하려는 사우디와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카드로 녹취록을 활용했다는 주장이다.여기서 터키와 미국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터키는 최근 들어 미국과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과 이란 제재 불참, 관세 보복, 시리아 해법 이견 등으로 미국과 반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터키산 물품에 관세를 추가로 부가하는 등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터키는 리라화가 폭등하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그러나 최근 터키가 2년간 감금됐던 앤드루 브런슨 미국 목사를 석방했고 곧 미국 정부가 터키에 부과했던 경제 제재를 해제할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 등 해빙 무드로 점차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터키 정부가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터키와 미국이 이번 사건을 놓고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이번 사건에 미국 정부는 애매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자칫 터키의 수사 발표를 옹호할 경우,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의 든든한 우방인 사우디와의 관계에 금이 갈 것이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터키의 수사 발표를 부정하면 세계적인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있는 등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카슈끄지 암살설'을 놓고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23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을 "역사상 최악의 은폐 사건"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사건을 은폐하려 한 배후세력이 있다며 강경 대응도 예고했다.실제 미 국무부는 이날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연루된 사우디인 21명의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일 카슈끄지가 돌연 실종된 지 꼬박 3주 만에 나온 트럼프 행정부의 첫 처벌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은폐'배후설까지 제기하며 조금씩 입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사망했다"는 사우디 검찰 발표에 대해 "신뢰한다"고 밝히는 등 사우디 왕실과 정부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중동지역의 전반적인 문제로 치부했다. 그는 "이란 등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시민들을 상대로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한 일을 볼 수 있다"며 "사우디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한번 둘러봐라. 그곳(중동)은 끔찍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사우디는 우리의 가장 좋은 동맹"이라며 이번 사건이 사우디 정부 및 왕실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뜻을 재차 내비쳤다.그렇지만 미국 입장에서 사우디 왕실에 의한 암살이 기정사실화됐을 경우 어떤 태도 변화를 보일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이와 관련,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오만 등 아랍권 핵심국들은 사우디 검찰의 발표에 "진실을 파헤치려는 훌륭한 열정과 노력을 보였다"며 사우디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보내고 있다. 반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일관성과 신뢰가 부족하다"며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

2018-10-25 10: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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