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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산불이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뷰트카운티의 파라다이스 지역에서 9일(현지시간) 차량과 주택들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4> 연중 대형 산불로 신음하는 美캘리포니아

역대 최악의 화마(火魔)가 미국 캘리포니아를 집어삼키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대형산불이 급격히 번지면서 13일(현지시간) 현재 사망자만 50명에 이르고 연락이 끊긴 주민 수가 220여 명에 달한다. 또한 산불로 인해 서울시 면적을 훌쩍 넘는 산림과 시가지를 태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진화율도 낮아 앞으로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동시다발 산불, 역대 최악의 인명 피해 남겨최근 발생한 산불은 역대 최악이라는 악명을 떨치며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캠프파이어(북부 뷰트카운티), 울시파이어(남부 말리부 주변), 힐파이어(남부 벤투라 카운티) 등 대형 산불 3개가 발화해 13일(현지시간) 현재까지 서울시 면적(605㎢)보다 넓은 881㎢ 이상의 산림과 시가지, 주택가를 태우고 확산되고 있다.인명 및 재산 피해도 상당하다. 이날 현재까지 북부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동시다발 산불로 인한 전체 사망자가 50명에 이른다. 특히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48명의 사망자를 내며 주(州) 재난 역사상 단일 산불로는 역대 최대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이로 말미암아 가옥과 건물 7천600여 채가 전소됐다. 인구 2만 7천여 명인 뷰트카운티 파라다이스 마을은 주택가와 상가 전체가 불타면서 폐허로 변했다.이번 산불로 할리우드 배우들도 큰 피해를 봤다. 영화 '300'의 주역 배우 제라드 버틀러의 집이 잿더미가 됐고 킴 카다시안이나 올랜도 블룸, 가수 레이디 가가 등도 산불 피해를 보았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워낙 넓은 지역에 산불이 번진데다 강풍 등으로 이날 현재 진화율도 30% 정도에 머물고 있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산불 피해 지역을 주요 연방 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3곳에 발화한 이번 산불을 완전히 진화하는 데 3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돼 빨라야 이달 말쯤 완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이번 산불은 아직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소방당국은 전력회사의 파손된 설비를 지목하고 있다. 끊어진 전력선에서 튄 스파크가 산불의 발화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캘리포니아, 매년 대형산불로 '몸살'미국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4천만 명가량으로 미국의 50개 주(州)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다. 또한 캘리포니아는 연중 온화한 날씨와 안정적인 경제력 등으로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은 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곳에도 골칫거리가 적잖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산불이다.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은 흔한 재난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평균 2천500여 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지만 문제는 최근 들어 산불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지난 8월 초에는 캘리포니아 멘도시노 국유림에서 산불이 발생해 2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로스앤젤레스(LA) 면적(1천149㎢)보다 넓은 1천173㎢ 규모의 산림을 태웠다. 이 산불은 주 역사상 최대 면적의 피해를 준 산불로 기록됐다. 이 산불은 심지어 국제우주정거장에서도 정밀하게 목격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지난해 12월 초에도 벤투라 카운티와 산타바바라 인근을 태운 이른바 '토머스 산불'이 맹위를 떨쳤다. 이 산불은 1천100㎢ 규모의 산림과 시가지를 태웠다. 이 불로 소방관 1명을 포함해 2명이 숨지고 가옥 1천여 채가 전소됐다. 부분적으로 탄 가옥은 1만 8천여 채였고 대피한 주민 수만 10만 명이 넘는다.주 소방당국이 집계한 자료를 분석하면 캘리포니아 산불 발생 규모나 건수 등이 점차 커지거나 증가하는 추세다. 미 기상당국은 역대 10대 산불 중 4개가 최근 5년 사이에 발화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에 따르면 1932년부터 현재까지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10개 중 9개는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 그 중 5개는 2010년 이후다. 올해에는 벌써 2차례나 발생했다.◆유독 캘리포니아에 대형 산불 잦을까?주범으로 가장 지목되는 것이 '산타아나 바람'이다. 이 바람은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부는 계절풍으로 미국 모하비 사막과 미 서부 내륙 그레이트 베이슨(대분지)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오면서 매우 건조하고 강한 돌풍 형태의 바람으로 바뀌어 태평양 해안가를 향해 몰아치는 강풍이다. 이 강풍은 산불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어 이른바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기도 한다.보통 50~70km/h의 엄청난 속도로 부는데 심지어 허리케인과 맞먹는 시속 130km를 넘길 때도 있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이 불길을 진화하는 데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워낙 강풍이어서 불길이 삽시간에 번지고 한 마을을 삽시간에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하고 사람들이 미처 급격히 번지는 불길을 피하지 못해 사망하기도 한다.캘리포니아의 지역적 기후 특성도 산불 발생에 한 몫 한다. 캘리포니아는 크게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가을과 겨울엔 비가 내리지만, 여름에는 비가 오지 않아 오랜 기간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다. 초목들이 말라가면서 좋은 '땔감'이 되는 것이다.특히 캘리포니아는 지난 6년간 가뭄 끝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큰비가 오면서 야생지의 초목이 울창하게 우거졌다. 그러다 올여름 무더운 날씨와 가을로 접어들며 건조해진 기후가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좋은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긴 산속 전원주택 단지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지구 온난화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뉴욕타임스(NY)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이 지역 산불의 발생률을 더욱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윌리엄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최근 몇 년 사이 캘리포니아 지역의 온도가 올라 초목들이 더 빠르게 마르고 있다. 이런 현상이 대형산불의 배후다"고 설명했다.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UCLA) 기상학자 대니얼 스웨인 교수는 "올해 여름이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었고 가을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뜨겁게 데워진 태평양 해수 온도가 강한 고기압을 형성해 샌타애나의 강도를 더욱 세게 만든다"고 지적했다.산불이 나는 직접적 이유는 끊어진 전선에서 튄 스파크나 담배꽁초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산불의 확산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2018-11-14 10:10:18

지난 2016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가 무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3> 2020 美 대선 누가 뛰나…하) 미국 대선의 독특한 승자독식 방식

미국 민주당 잠룡들이 누군가를 알아봤다면 미국의 대선 방식도 알 필요가 있다. 미국 방식은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단순히 유권자의 득표수로 따지는 우리나라의 직접선거 방식과는 판이하다. 미국은 주(州·stste)별로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와 승자 독식이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워낙 땅덩어리가 넒어 교통과 통신이 불편한 데다 직접선거를 하면 인구가 적은 주는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미국 대선은 '민주당'공화당 각각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주별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또는 코커스(당원대회)→대선 후보 추대를 위한 전당대회→대통령 선거'의 과정을 거친다. 유권자들은 대선이 있는 해의 2~6월 프라이머리나 코커스를 통해 각 당의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대의원을 뽑고, 여기에 뽑힌 대의원들은 7∼8월 열리는 전당 대회에 참석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 후보 지명전이 끝나면 각 당의 후보들은 상대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국민은 11월 첫째 월요일이 속한 주의 화요일에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는다.먼저 미국 대선은 각 당의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선출부터 시작된다.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법에는 예비선거(프라이머리)와 당원대회(코커스)가 있다. 프라이머리에서 대의원의 75%, 코커스에서 나머지 25%가 선출된다. 프라이머리는 일반 유권자들이 직접 참여해 전당 대회에 나갈 대의원을 뽑는 것이고, 코커스는 당 임원(중진, 유력자)이나 당원이 대의원을 선출하는 것이다.코커스는 아이오와 주에서 가장 먼저 열리고, 프라이머리는 뉴햄프셔 주에서 먼저 열린다. 이에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미 대선에서 상징성이 크다. 첫 결과에 따라 언론의 관심이나 선거자금 모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3월 첫째 화요일이 대세를 1차로 판가름하는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로 통한다. 이날은 가장 많은 주에서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즉, 후보 지명을 따내는 데 필요한 대의원의 절반 정도가 이날 결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민주'공화 양당의 후보를 결정짓는 날이 될 수 있다.뽑힌 대의원들은 7∼8월 열리는 전당 대회에 참석해 차기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 각 주에서 뽑힌 대의원은 제각각 당대회 개최지에 모인다. 전당 대회는 해마다 열리는 것이 아니라, 4년에 한 번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때만 모인다. 당대회에서는 대의원의 표의 과반수를 얻은 자가 그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 또 이 대회에서는 부통령 후보 지명도 이뤄지는데, 부통령은 대통령 후보에 지명된 사람이 지명한다.마지막으로 7∼8월이면 각 당의 후보 지명전은 끝이 나고 양당의 대선 후보 간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진다. 이때 전 국민은 대통령을 선거하는 사람, 즉 선거인단을 뽑게 된다. 각 당은 미리 주마다 대통령 선거인단 명부를 제출해 놓고, 유권자들은 11월 첫째 월요일이 속한 주의 화요일에 선거인단을 투표한다.대통령을 선출할 선거인단은 연방 하원의원 수 435명, 상원의원 수 100명, 워싱턴 D. C에 배정된 3명을 모두 합쳐 총 538명이 뽑힌다. 하원의원 수는 주별로 인구비례에 따라, 상원의원 수는 각 주에 2명씩 배정된다.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한 주는 캘리포니아주로 55명이다. 각 주의 하원의원 수는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10년마다 바뀐다.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절반이 넘는 270명의 선거인단의 표를 확보해야 한다.각 주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모두를 가진다. 예를 들어 2020년 대선 때 가상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트럼프가 50.1%, 모 민주당 대선후보가 49.9%를 차지해 득표율 차가 0.2%포인트밖에 나지 않더라도 트럼프가 캘리포니아주의 선거인단(55명)을 모두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게 승자독식방식이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이 많이 배정된 주에서 이기는 것이 대선 승리의 핵심이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민주당)보다 전체 득표율에서는 뒤졌지만 당선된 것도 이런 승자독식 방식 때문이었다.미국 내에서 이런 승자독식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방식을 통해 대선 후보들은 인구 수가 작은 주에서도 선거운동을 벌이고 전국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이 방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

2018-11-09 14:05:13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민주당)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맞수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3> 2020 美 대선 누가 뛰나…상) 중간선거로 본 잠룡(潛龍)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시나 '이슈 메이커'였다.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미국인들은 친(親)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로 나눠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호불호(好不好)가 확실한 인물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이는 미국 중간선거 기록으로도 여실히 나타났다. 미국 CBS 방송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가 총 1억300만 명으로, 투표율은 49%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7일 보도했다. 중간선거에서 투표자가 1억 명을 넘긴 것은 역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0여 년간 미 중간선거 투표율은 통상 40% 안팎으로, 49%에 달한 것은 1966년이 마지막이었다. 직전 중간선거인 2014년엔 36.4%에 그쳤다. 이벤트로 치자면 이번 중간선거는 역대 최고급 흥행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상원은 공화, 하원은 민주로 결판났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던 구도에서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초 공을 들였던 상원 수성을 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미국인들이 결국 어느 한 쪽의 독점을 견제하면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회권력 균형을 선택했다.이번 미국인들의 선택은 2년 뒤 치러질 미국 대선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절묘한 의회 균형이기에 2년 뒤 대선 결과를 누구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벌써 '2020 대선레이스'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중간선거를 통해 2년 뒤 나설 미국의 잠룡들의 윤곽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잠룡들, 누가 있나?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대통령 중간선거 직후인 7일(현지시간) 2020년 미국 대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데다 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제'이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행적을 보면 커다란 문제가 없는 한 전통적으로 재선에 성공해왔다.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민주당에서도 2020년 대선을 뒤집을 기회는 충분히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민주당 잠룡들 간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가장 먼저 트럼프 맞수로 꼽히는 인물은 '엘리자베스 워런'(69)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크게 앞서며 가볍게 재선에 성공했다. 워런 의원은 최근 브렛 캐버노 대법관 후보자의 성폭행 미수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 이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여성들이 워싱턴으로 가서 망가진 정부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출마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저명한 법학자로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며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했다.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종교'여성 차별적 발언을 할 때마다 "역겹다"거나 "시끄럽고 끔찍하며 자극에 극도로 민감한 사기꾼"이라고 공격해왔다. 중간선거 직전 발표된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액시오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워런 의원을 비롯해 카말라 해리스(53)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등 민주당 소속 잠재 여성 후보군이 2020년 대선에 출마하면 지지율 측면에서 모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 워런 의원이 나서면 만만찮은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노익장의 '버니 샌더스'(77) 버몬트 상원의원도 대표적인 민주당 잠룡이다. 그는 이번에 압도적인 지지율로 3선에 성공했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바 있는 샌더스 의원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유세를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일찌감치 당선이 확정되는 저력을 과시했다.1941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페인트 판매원 아들로 태어난 그는 대표적인 '흙수저의 성공신화'로 꼽히며 서민과 중산층에서 큰 신임을 얻고 있다. 그는 공립대 학비 무료,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 등을 주장하며 다른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는 후보들의 최대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1% 부자에게 모든 부가 집중되고 99% 국민은 고통받는 세상을 바꾸자"는 정치적 메시지를 꾸준히 내세우고 있다.선거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75)도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힌다. 그는 중간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달 24일 오바마 전 대통령, 클린턴 전 장관 등과 함께 반(反) 트럼프 진영 최고위 유력 인사들을 겨냥한 폭발물을 받았다. 그만큼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가 대선에 나가면 여전히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광'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6선 출신에다 부통령 경력까지 지닌 정치 거물이고 1988년과 2008년 대선 때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는 등 대권에 대한 야심을 감추지 않아 왔다.캘리포니아 검찰총장 출신의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민주당 대선 주자에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해리스 상원의원을 꼽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열린 대외정책을 추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인도계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주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검찰 총장이자 미국 최초의 인도계 여성 상원 의원이다.중간선거를 앞두고 17년 만에 민주당에 재가입한 '마이클 블룸버그'(76) 전 뉴욕시장도 중도주의 정치 노선으로 트럼트 대통령의 경쟁 상대로 여겨진다. 미국 10대 부호인 그는 민주당에 2천만달러(한화로 약 224억원) 이상 기부했고,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4일 무려 자비 500만달러(한화 약 56억원)를 들여 민주당 지원 TV광고 연설을 했다. 선거 직전의 광고 연설을 놓고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을 지원하는 한편 대선 출마 가능성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정치계에서는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도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된다.정치 경력이 없는 기업인들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대권을 꿈꾸는 기업인들이 늘어난 이유다. 미국 역대 대선을 보면 대통령은 상원의원이나 주지사에서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직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을 지냈고 빌 클린턴이 대통령 전에 아칸소주 주지사를 역임했다. 조지 워커 부시도 텍사스주 주지사를 지낸 바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부동산 재벌로 경제계 거물이긴 하지만 별다른 정치 경력이 없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미국 역사에서도 대이변에 해당한다.참고로 미국 대통령 자격 조건은 만 35세 이상, 미국 내 14년 이상 거주, 미국 태생 출신이면 된다.물망에 오른 기업인으로는 최근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하워드 슐츠(64) 스타벅스 회장의 2020년 미국 대선 출마설이 제기된다. 이 밖에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 방송인이자 미디어회사 하포그룹 회장인 오프라 윈프리 등 다양하게 거론된다.

2018-11-09 14:04:59

세계 각국의 스트롱맨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우소나루 신임 브라질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해외이슈 풀이] <2> 스트롱맨 시대, 글로벌 패러다임되나?

전 세계가 '스트롱맨의 전성시대'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남미의 대국 '브라질'에서 펼쳐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63)가 승리함으로써 세계 각국을 휩쓰는 '스트롱맨 돌풍'을 이어갔다.'스트롱맨'(strongman)은 사전적으로 독재자나 철권 통치자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강경 극우 보수파 지도자라는 의미로 확장돼 쓰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자국의 이익을 철저히 우선시하고, 외교적 절차와 예식에 구애받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한 직설적인 화법을 즐겨 사용하고 강한 남성성을 드러내는 국가 지도자란 점이 두드러진다.◆갈수록 확산되는 스트롱맨 돌풍이번 브라질 대선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보우소나루는 일찌감치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별칭을 얻으며 남미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지도자로 언론에서 평가한다. 그는 올해 초만 해도 사실상 브라질 정계의 아웃사이더였다. 하지만 그는 과격하고 극단적인 언행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여성을 비하하고 인종이나 동성애, 난민, 원주민을 차별하는 발언을 하는 한편 과거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을 옹호하며 독재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했다.그의 발언을 보면 "난 독재를 찬성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통해서는 국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투표를 통해서는 이 나라를 바꿀 수 없다. 내전을 통해서만 바꿀 수 있다", "고문을 찬성한다" 등 적나라한 내용이 다반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유지돼온 브라질 민주주의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스트롱맨의 탄생은 브라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세계 강대국을 비롯해 가장 안정적으로 민주주의가 정착한 유럽에서조차 스트롱맨의 탄생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한국을 둘러싼 세계 4강의 통치자가 공교롭게도 모두 스트롱맨이다.스트롱맨의 대표적인 인물은 뭐니뭐니해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기존 오바마 정부 정책에 반감이 컸던 하층 백인 노동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했던 미국의 세계주의를 포기하고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반(反) 이민정책과 인종차별, 여성 비하 등도 트럼프에게서 떠올릴 수 있는 용어들이다. 격화되는 미중무역전쟁도 미국 이익을 위해서는 갈등과 반목을 서슴지 않는 우선주의가 낳은 산물이라는 지적이다.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또한 스트롱맨의 대표 주자다. 이른바 '시황제'로 불리며 과거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를 무너뜨리고 무소불위의 권력 1인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 또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내세우며 미국을 제치고 'G1'의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들을 압박하면서 이들 국가와의 마찰도 잦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장기 집권하며 과거 소련의 위상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으며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을 줄기차게 시도하고 있다.유럽에서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대대적인 국방예산 확대를 꾀하고 EU에서의 발언권을 높이려고 하는 등 '강한 프랑스'를 표방하며 스트롱맨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등도 스트롱맨 대열에 끼고 있다,스트롱맨의 잇단 등장은 전 세계적으로 '우파 포퓰리즘' 바람과도 괘를 같이 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선명한 곳이 유럽과 남미다. 폴란드와 헝가리, 오스트리아에 이어 지난 3월 서유럽 국가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권이 탄생했다. 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에서조차 신(新)나치 운동에 뿌리를 둔 '스웨덴 민주당'이 제3당으로 원내에 진입하며 좌파 중도 성향의 사회민주당은 위협받고 있다.남미 역시 이번에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후보가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칠레, 파라과이, 콜롬비아의 집권 세력도 강경 보수진영으로 넘어가고 있다.◆약한 경제는 강력한 카리스마 원한다?세계적인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스트롱맨들의 등장은 그리 달가운 현상은 아니다. 이들은 대중에게 세계화에 대한 반감을 파고들어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결국 세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구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현상으로도 보고 있다. 이들은 자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다자간 협력체계를 흩트리고 다른 나라와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또한 강경한 난민 정책과 이민 정책 등을 통해 인권주의에 반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한반도 주변 4강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도 십분 느끼는 부분이다.그렇다면 스트롱맨이 탄생하는 배경은 뭘까. 뭐니뭐니해도 경제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는 이념보다는 실리, 민주화보다는 카리스마를 원하는 대중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각에서는 '독재를 했지만 경제를 활성화시켰다는' 박정희 향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스트롱맨이 등장한 국가들은 대체로 눈에 띄는 경제 성과를 내고 있고 장기 집권하는 경우가 많다.아베 일본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강하게 밀어붙여 일본 경제를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시켰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2016년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7.2%를 달성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집권 10년간 연평균 4.5%의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터키를 제조업 및 수출 강국으로 키워냈다. 2001년 터키의 경제성장률이 -5.7%였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반전이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서 헝가리를 조기 졸업시켰다. 미국 또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최근 들어 전무후무한 경제 호황을 이끌어내고 있다.스트롱맨들의 등장 이유를 한계에 부딪힌 서구민주주의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로 인해 오히려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1%가 부를 독점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가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 점차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독재에 대한 반감도 과거보다 희석되고 있다. 독재 국가라는 비판을 받는 중국과 러시아에서조차 대규모 피의 숙청이나 정치수용소 같은 강압적 통치는 사라지고 대중 지지를 바탕으로 한 독재를 펼치고 있다.

2018-10-31 11:50:27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지난 3월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연합뉴스

[해외이슈 풀이] <1> 세계 떠들썩하게 한 '카슈끄지 살해사건' 총정리

지난 10월 2일 오후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50대 한 남성이 등장한다. 그는 영사관 안으로 들어간 뒤 자취를 감추었다. 얼마 뒤 그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고 이 사건은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다.이 남성은 '중동의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로 현재까지 '암살설'이 유력하다. 더욱 충격을 주는 것은 암살의 배후에 사우디 왕실이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점이다.이 사건은 언론의 자유가 철저하게 막혀 있는 중독 국가의 치부를 드러냄과 동시에 중동을 둘러싼 국제관계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카슈끄지는 누구인가?카슈끄지는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에서 태어났다. 사우디에서 초중등 교육을 마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중동으로 돌아가 아프가니스탄, 알제리, 쿠웨이트, 수단 등에서 해외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그는 세계적인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을 두 차례 인터뷰하면서 중동은 물론, 미국 등 서방 세계에도 이름을 알렸다.그는 사우디 영어 신문 '아랍 뉴스' 부편집장을 지냈고 이후 미국 유력신문인 '워싱턴 포스트'(WP)에 칼럼을 기고하는가 하면 사우디 신문 '알와탄' 편집 주간을 역임하는 등 중동 언론인의 대표주자로서의 커리어를 탄탄하게 다졌다.평소 사우디 왕실의 독재 정치에 반감이 컸던 그는 지난해 9월 사우디를 떠나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본격적으로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이 금지되어 있고 이를 어길 시 사형에 처할 수 있음에도 그는 사우디 왕실과 날을 세웠다. 이 같은 카슈끄지의 비판적인 어조를 참지 못한 사우디 왕실이 이번 암살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이와 관련해 카슈끄지가 살해되기 전, WP에 기고한 마지막 칼럼도 관심거리다. 카슈끄지는 살해 직전, '아랍 세계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제목의 마지막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을 보면 아랍세계 자유에 대한 그의 갈망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 칼럼에서 국제 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 발표를 인용해 아랍권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국가는 튀니지 한곳에 불과하다면서 아랍인들이 무(無) 정보, 또는 잘못된 정보 속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아랍국가에서 언론의 자유가 어떻게 침해받는지를 설명하며 국제사회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그 결과 기자들이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집트, 예멘과 함께 사우디를 지목해 기자들에게 언론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꺼리는 국가로 꼽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랍세계가 외부세력에 맞서기 위한 용도가 아닌 내부 권력투쟁을 위한 도구로서 '철의 장막'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살해사건 재구성…진실은?이번 살해사건은 수사를 진행한 터키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카슈끄지가 살해되기 전, 터키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하면서 터키 당국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특히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슈끄지의 죽음이 우발적인 결과가 아니라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그가 공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직접적인 살인모의는 지난 9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카슈끄지는 올해 초 만난 터키인 하티제 젠기즈와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전처와 이혼 확인서류를 떼고자 이날 오전에 주(駐)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 총영사관은 카슈끄지에게 서류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나중에 찾으러 오라고 안내했다. 이후 사우디 총영사관 직원들이 서둘러 본국을 방문하는 등 움직임이 포착됐으며, 작전 준비작업이 실제로 진행됐다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밝혔다.터키 수사 결과에서는 사우디 총영사관 팀이 전날 이스탄불 인근을 답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영사관에서 보낸 팀이 벨그라드숲과 얄로바시에서 사전 답사 임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터키에 따르면 '암살조' 15명이 10월 1, 2일 이틀에 걸쳐 3그룹으로 나눠 이스탄불에 모였고 2일 총영사관으로 집결했다.이들은 카슈끄지가 도착하기에 앞서 감시카메라의 하드드라이브를 제거했으며, 이날 오전 카슈끄지에게 전화를 걸어 방문 일정을 잡았고 오후 총영사관에 도착한 카슈끄지는 그 이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밖에서 카슈끄지를 기다리던 약혼녀는 그가 계속 나타나지 않자, 오후 늦게 터키 당국에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안에 억류된 것 같다"며 연락 두절 사실을 알렸다. 이를 통해 터키 당국은 수사를 시작했다.수사를 진행한 터키 당국은 사우디총영사관저 정원에서 카슈끄지의 시신 일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카슈끄지의 시신 일부가 영사관에서 500m가량 떨어진 영사관저 정원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카슈끄지의 시신은 절단돼 있었고 얼굴 부분은 손상된 상태였다. 터키 언론은 카슈끄지가 고문을 받다 끔찍하게 살해된 것으로 보도했다.사우디 검찰 또한 카슈끄지가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으며 지금까지 용의자로 지목되는 자국인 18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총영사관 안에서 카슈끄지가 만난 용의자들과 대화를 하다가 주먹다짐으로 이어졌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터키의 암살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터키 언론은 터키 경찰이 카슈끄지 시신의 일부가 깊이 25m가량의 사우디 총영사관저 우물에 유기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수색하려 했으나 사우디 정부가 수색을 거부했다는 보도를 봤을 때 암살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사우디 정부는 처음에는 카슈끄지 실종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우발적 살해 사건으로 태도를 뒤집은 바 있다. 앞으로 최종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날지 귀추가 주목되지만 결과가 어떤 식으로 매듭되든 간에 당분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터키의 노림수는?이번 살해사건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데는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건이 한 언론인의 죽음에 대한 진실 공방을 넘어 사우디와 얽히고설킨 각국의 이해관계까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수사를 맡고 있는 터키는 수년간 사우디와 미묘한 경쟁 관계에 있다. 더욱이 그동안 카타르 고립, 시리아 내전 등 굵직한 이슈마다 뚜렷한 견해차를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터키는 이번 사건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사우디를 궁지로 몰아넣고 개혁 이미지로 포장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겠다는 셈법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번 사건을 브리핑하고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힌 데에는 이런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평이다.또한 터키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미국과의 화해를 시도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중동 언론들은 터키 정부가 이번 사건 관련 정보를 언론에 끊임없이 흘려 세계적인 이슈화에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를 압박하고 물밑에선 사우디 왕실 및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는 중동국가 중 오랫동안 친미 성향의 국가로 정평이 나있다.카슈끄지 고문 상황이 담긴 녹취록이나 살인 용의자 신상 정보, 입국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터키 내 친정부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녹취록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난 직후 공개됐다. 터키 정부가 이번 사건의 파문을 최소화하려는 사우디와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카드로 녹취록을 활용했다는 주장이다.여기서 터키와 미국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터키는 최근 들어 미국과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과 이란 제재 불참, 관세 보복, 시리아 해법 이견 등으로 미국과 반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터키산 물품에 관세를 추가로 부가하는 등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터키는 리라화가 폭등하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그러나 최근 터키가 2년간 감금됐던 앤드루 브런슨 미국 목사를 석방했고 곧 미국 정부가 터키에 부과했던 경제 제재를 해제할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 등 해빙 무드로 점차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터키 정부가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터키와 미국이 이번 사건을 놓고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이번 사건에 미국 정부는 애매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자칫 터키의 수사 발표를 옹호할 경우,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의 든든한 우방인 사우디와의 관계에 금이 갈 것이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터키의 수사 발표를 부정하면 세계적인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있는 등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카슈끄지 암살설'을 놓고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23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을 "역사상 최악의 은폐 사건"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사건을 은폐하려 한 배후세력이 있다며 강경 대응도 예고했다.실제 미 국무부는 이날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연루된 사우디인 21명의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일 카슈끄지가 돌연 실종된 지 꼬박 3주 만에 나온 트럼프 행정부의 첫 처벌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은폐'배후설까지 제기하며 조금씩 입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사망했다"는 사우디 검찰 발표에 대해 "신뢰한다"고 밝히는 등 사우디 왕실과 정부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중동지역의 전반적인 문제로 치부했다. 그는 "이란 등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시민들을 상대로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한 일을 볼 수 있다"며 "사우디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한번 둘러봐라. 그곳(중동)은 끔찍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사우디는 우리의 가장 좋은 동맹"이라며 이번 사건이 사우디 정부 및 왕실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뜻을 재차 내비쳤다.그렇지만 미국 입장에서 사우디 왕실에 의한 암살이 기정사실화됐을 경우 어떤 태도 변화를 보일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이와 관련,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오만 등 아랍권 핵심국들은 사우디 검찰의 발표에 "진실을 파헤치려는 훌륭한 열정과 노력을 보였다"며 사우디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보내고 있다. 반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일관성과 신뢰가 부족하다"며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

2018-10-25 10: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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