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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맛을 내는 조미료이자,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소금.하지만 소금을 많이 먹으면, 몸속 체액이 늘고 혈압이 높아진다.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공공의 적 소금, 먹어도 될까?

된장찌개는 참 맛있다.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한 술 떠서 입에 넣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혀의 미각세포가 짠맛을 감지하고 그 행복감의 신호를 뇌로 보낸다. 그렇다. 우리는 짭짤하게 간이 잘 되어있는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며 그 짠맛을 갈구한다.그런데 건강을 생각해서는 싱겁게 먹으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리고 가끔은 소금이 무슨 병을 일으킨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있고 보통 소금이 아닌 뭔가 특별한 소금이 건강에 좋다는 말도 들려온다. 옛날에는 소금이 귀해서 백색황금이라 불렸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되어 백색공포라고까지 불리는 소금. 그 소금을 둘러싼 논란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치매의 주범이 소금?어느 소금장수가 소금이 치매 예방에 좋다고 광고했다가 단속에 걸려서 재판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소금장수 이모씨가 외국 의학박사의 책을 인용해서 소금이 치매 예방, 혈압조절, 당뇨 합병증 감소에 좋다고 광고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이 광고가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된다며 기소 당하여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이씨는 억울하다며 항소했다. 대법원에서는 최종 무죄라고 2015년에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이 식품효능 전부에 대한 광고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씨는 무죄라고 판단했다.그런데 이 사건이 있은 지 3년 후에 소금이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코넬 의과대학의 아이데콜라 박사 연구팀은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이 16배나 많이 든 음식을 8주 동안 쥐에게 먹였다. 그 결과 정상 쥐보다 기억력과 관련된 뇌 부위의 혈류량이 23%나 줄었다.혈류량이 줄었다는 것은 인지 기능이 손상된 치매 증상과 비슷한 것이라고 연구원들은 설명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쥐에게 고염식이 아닌 보통 음식을 다시 먹이자 혈류량과 인지기능이 다시 좋아졌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가 2018년에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학술지에 발표되었다.이 연구결과를 보고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소금을 좀 더 많이 먹으면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지 소금을 좀 더 많이 먹어서 치매가 발생했다고 할 정도로 치매의 발생 원인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고혈압과 심혈관질환에 관련된 소금전 세계 성인 1만명을 대상으로 소금과 고혈압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가 영국의학저널에 1988년에 보고되었다. 하루 소금섭취 권장량보다 많은 6g 이상의 소금을 30년 동안 계속 먹은 사람은 수축기 혈압이 9 mmHg 정도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그러니까 소금을 너무 많이 먹으면 혈압이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다른 연구에서 하루 소금섭취 권장량보다 적은 3g 미만으로 먹은 고혈압 환자는 19~37% 정도 심혈관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이 연구는 캐나다 맥매스터 의과대학 마르틴 오도넬 교수에 의해 2011년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결과는 소금을 너무 지나치게 적게 먹어도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말해준다.또 다른 연구에서 3천명 이상의 환자에게 하루 7 그램 이하의 소금을 먹도록 하고서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심장 관련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25% 낮아졌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이 수행하여 2007년에 결과를 발표했다.위의 세 가지 연구를 종합해서 보면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의 경우에 소금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지나치게 적게 먹는 것은 해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하루 소금섭취 권장량 정도의 적당한 양의 소금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다.◆밥상 위의 백색공포초등학생 의붓딸에게 강제로 소금을 많이 먹여 살해한 양모씨가 2012년에 구속되었다. 소금 세 숟가락을 넣은 밥을 의붓딸에게 오랫동안 강제로 먹여서 소금 중독으로 죽게 만든 사건이었다.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구토와 설사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소금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음식에 이미 소금이 들어있다. 특히 김치, 국, 찌개와 같은 음식에 소금이 많이 들어있다. 이외에도 각종 반찬이나 어패류에도 소금이 들어있다. 그래서 사실 우리가 하루에 소금을 얼마나 많이 먹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많이 먹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로워서 밥상 위의 백색공포라고도 불리는 소금. 도대체 하루에 얼마 정도 먹으면 안전할까?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5g 정도의 소금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소금이 나트륨과 염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트륨 양으로는 2000mg이 하루 섭취 권장량이다.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하는 소금의 양이 9.7g으로 권장량의 2배나 된다고 하니 평소에 소금을 적게 먹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짭짤한 소금과의 전쟁여러 나라에서 소금과의 전쟁을 선포해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바이킹의 후예들이 사는 핀란드는 1970년대부터 국가가 주도하여 소금 섭취량 줄이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30년 동안 국민이 섭취하는 소금의 양이 40%나 감소했다.그러자 남성 심장병 사망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1972년에 358명에서 2012년에 89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여성 평균 혈압도 1972년에 고혈압 상태인 153/92 mmHg에서 2012년에 정상혈압인 127/79 mmHg로 떨어졌다.짭짤한 미소된장과 염장음식을 즐겨 먹던 일본 아키타현의 변화도 놀랍다. 아키타현 지자체가 1976년부터 소금 섭취량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이 1969년에 20g에서 2011년에 11.1g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뇌졸중 사망률이 인구 10만명당 1960년대에 253명에서 2009년에 156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소금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소금은 심장을 뛰게 하고 근육을 움직이도록 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세포가 건강하게 살아 움직이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소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성분이다. 그렇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건강을 위해서는 적당한 양만큼 음식을 통해서 소금을 섭취하는 생활의 지혜를 가져야 한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9-07-15 18:00:00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빅데이터로 관리 받는 내 건강

어느 날 인터넷이 사라진다면? 요즘 청소년들이야 이미 인터넷이 보편화된 세상에 태어났지만 어른들은 인터넷이 없던 시절을 살아봤다. 이제 와서 다시 인터넷이 없는 세상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마치 돌도끼를 쓰던 구석기 시대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충격으로 와 닿는다. 이처럼 인터넷이 보편화된 정보화시대를 살아왔는데 벌써 또 다른 세상 4차산업혁명시대가 시작되었다. 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빅데이터는 인터넷과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하며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데이터가 많다는 것인데 많이 쌓인다고 뭐가 달라질까? 빅데이터가 병을 예방하게 해주고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해준다니 어찌된 일인지 들여다보자. ◆의료 빅데이터에 왜 주목할까?소화불량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하면 소화불량 환자의 80%가 역류성식도염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더부룩한 유형이 많다는 결과가 나온다. CJ헬스케어는 이러한 소화불량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이용하여 위산 분비 억제제 테고프라잔을 개발했다. 테고프라잔은 현재 국내 3,5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PPI)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미국의 메디데이터는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정보를 분석해주는 기업체로서 전 세계 매출 상위 25위 안에 속하는 제약사 중에 18개사를 고객사로 모시고 있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한 환자 정보의 효율적 수집과 관리를 통해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시험에 들어가는 돈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메디데이터의 브리스 대표는 힘주어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 따르면 빅데이터 분석만으로 글로벌 제약업계는 연간 80조원의 연구개발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이처럼 벌써 의료산업계에서는 빅데이터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아서 기업체들이 발 빠르게 빅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방법을 찾아서 제품개발에 적용하고 있다.◆헬스케어 빅데이터건강과 관련된 헬스케어 데이터는 개인건강정보(HPR), 전자의무기록(EMR), 유전체 정보로 구분된다. 개인건강정보에는 혈압, 심전도, 혈당수치, 운동량 등이 해당되며, 전자의무기록은 병원에서 작성하는 인적사항, 병력, 처방정보, 처방결과 등을 말한다. 그리고 유전체 정보는 각 개인의 DNA 상의 유전정보를 가리킨다. 이와 같은 세 가지 건강관련 데이터를 통합해서 분석하면 개인의 질병과 건강을 예측할 수 있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찾는 데에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의 발달로 인해 건강한 사람도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건강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 것이 쉬워졌다. 앞으로 이러한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를 사용해서 내 건강과 관련된 데이터를 모으고 모아 건강관리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유전정보 빅데이터침을 뱉어서 편지봉투에 넣고 미국 23앤미 기업체로 보내면 일주일 안에 유전자 분석결과를 보내준다. 나의 조상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정보와 내가 걸리기 쉬운 병에 대한 확률 정보를 받아 볼 수 있다. 유전자검사 비용은 기본 정보가 99달러이고 건강정보까지 포함하면 199달러 정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3앤미가 개인 고객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파킨슨병과 같은 10가지 유전병에 대한 정보를 개인에게 제공해도 된다고 2017년에 허가했다. 병과 관련된 유전정보는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개인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사실 23앤미는 단순히 수수료를 받고 고객의 유전자분석을 해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타액 샘플 제공자의 동의를 얻어서 거대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는 23앤미 연구진과 파트너에게 제공되어 각 인종과 유전적 특성에 따른 치료제 개발 등에 이용된다.영국은 2012년 말부터 희귀 질환자와 암환자를 포함하여 10만 유전체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유전체 데이터와 의료기록을 통합하여 질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법을 연구하는 데에 이용하고자 한다.유전자 분석 전문업체인 일루미나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과 손을 잡았다고 2017년에 발표했다. 170개 암에 대해서 일루미나가 유전자를 해독해서 정보를 주면 인공지능 왓슨이 받아서 최근 연구결과와 의료정보를 분석한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결과를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하여 임상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공공 의료 빅데이터미국은 국가 안보와 개인비밀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원칙적으로 개방한다고 선언했으며, 영국은 공공데이터의 94%를 개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공공데이터 개방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개방되어 있는 공공데이터의 양이 적은 수준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의료 빅데이터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확대 개방하는 것에 대해서 정부와 전문가 단체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방안을 찾고 있다.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환자, 의사, 의료기관, 진료내역, 심사정보 등과 같은 의료 데이터를 2만 건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의료 빅데이터 전문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 빅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도 하고 있어서 최근 기업체와 연구기관에서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그리고 ICT 기반의 의료 빅데이터 공동연구 협력을 위해서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2017년에 3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의료 빅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처럼 정부와 병원 및 기업체에서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건강관리 시스템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의료 빅데이터를 질병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고 병을 예방하며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에 활용하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의료 빅데이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이제 우리는 머지않아 우뚝 솟은 마천루와 같이 잘 구축된 의료 빅데이터를 가지게 될 것이다. 정보화시대에 인터넷이 우리 보통사람들에게 큰 혜택을 주었던 것처럼 4차산업혁명시대에 빅데이터가 이런 역할을 할 것이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9-01-07 19:30:00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노벨상 vs. 이그 노벨상

또 하나의 노벨상, 이그 노벨상이라는 것이 있다. 유럽의 노벨상을 패러디하여 미국에서 만든 것이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이다. 과학분야에서 가장 훌륭한 연구업적을 낸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다면 가장 엉뚱한 업적을 낸 사람이 이그 노벨상을 받는다. 이 상은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기발한 연구 연감(AIR)'이라는 유머과학잡지에 의해 1991년에 만들어졌다. 영어 이그노블(ignoble, 불명예스러운)과 노벨(Nobel)이라는 단어를 합성해서 해학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 상을 받으려면 "반복할 수 없거나 반복해서는 안 되는" 업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다.얼핏 보면 마치 해학적인 코미디 행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수상자를 선정하는 위원회에 진짜 노벨상 수상자도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이그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노벨상을 받는 경우도 있으니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 올해는 어떤 엉뚱한 업적으로 이그 노벨상을 받았을까? 이제 세상에서 가장 엉뚱한 과학연구 속으로 들어가 보자.◆올해 이그 노벨상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타면 신장 결석을 제거할 수 있다는 실험을 한 연구팀이 올해 의학상을 받았다. 바로 미국 미시간주립대 데이비드 바팅거 교수 연구팀이다. 어떤 환자가 디즈니월드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더니 신장 결석이 빠졌다는 이야기를 몇 년 전에 들려줬다. 그냥 웃어넘기면 될 것 같은 것을 이 연구팀은 실제로 실험해 봤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에 실리콘으로 만든 신장 모형을 태워서 진짜로 결석이 빠지는지 시험했다. 이 연구에서 롤러코스터의 앞자리보다 뒷자리에 앉았을 때에 훨씬 더 신장의 결석이 잘 빠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런 괴짜 같은 연구결과가 2016년에 미국정골의학회보에 정식 논문으로 실렸으며 올해 이그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자기 엉덩이에 직접 대장내시경을 넣어서 '셀프 대장내시경' 검사를 한 일본의 의사가 올해 의학교육상을 받았다. 일본 고마가네시 종합병원 소아과 의사인 아키라 호리우치는 앉은 자세로 모니터를 보면서 스스로 내시경을 엉덩이에 넣어 대장을 조사하는 방법을 연구해서 간단하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는 이그 노벨상 시상식장에서 우스꽝스러운 셀프 대장내시경 검사 자세를 직접 보여줘서 참석한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누구나 한 번쯤은 옷이나 물건에 얼룩이 묻었을 때 침을 발라 닦아봤을 것이다. 그런데 오래된 미술품에 침을 발라 더러운 것을 제거하려고 시도한 사람이 있다. 그 소중한 고미술품에 침을 뱉어 닦았을 것이라고 상상을 하니 너무 황당한 느낌이 든다. 파울라 우마오 포르투갈 문화재보전복원센터 연구팀이 18세기 조각품을 닦을 때에 사람의 침과 알코올 세제를 이용해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사람의 침이 더 좋은 세제라는 결론을 얻어 2013년에 발표했다. 이 공로로 화학상을 받았다.올해 이그 노벨상은 총 10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했다. 지난 9월에 미국 하버드대학교 샌더스극장에서 시행된 시상식에서 수상자는 10조 달러의 상금을 현금으로 받았다. 그런데 이 상금이 미국 달러가 아니라 화폐 가치가 거의 없는 짐바브웨 달러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몇 천 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가장 엉뚱한 역대 수상작그럼 이제 지금까지 이그 노벨상을 받은 세상에서 가장 엉뚱한 연구가 어떤 것이 있는지 들여다보자.몸의 왼쪽이 가려울 때 거울을 보면서 오른쪽을 긁으면 가려움이 사라진다는 연구를 한 독일 루베크대 연구팀이 2016년에 의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름이 없는 젖소보다 이름이 있는 젖소가 우유를 더 많이 만든다는 것을 연구한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이 2009년에 수의학상을 받았다. 또한 개에 사는 벼룩이 고양이에 사는 벼룩보다 더 높이 뛰는 것을 연구한 프랑스 툴루즈 국립수의대 카디에르게 연구팀이 2008년에 생물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자기 귀에 고양이 귀 진드기를 직접 넣고 연구한 로버트 로페즈가 1994년에 곤충학상을 받았다."다이어트 콜라에는 피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미국 보스턴 의대 데버러 앤더슨과 "다이어트 콜라에는 피임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 대만 타이베이 의대 연구팀이 2008년에 화학상을 공동수상했다. 그리고 계란 껍데기 속 칼슘을 이용해서 실온 핵융합을 성공시켰다고 주장한 프랑스의 루이 케르브란이 1993년에 물리학상을 받았다. 또한 가짜 염소다리를 달고 초원에서 염소의 삶을 체험한 토머스 트와이츠가 2016년에 생물학상을 받았다.비상시 방독면으로 사용이 가능한 브래지어를 발명한 옐레나 보드나르 연구팀이 2009년에 공중보건상을 받았다. 이것은 황당하고 우스운 발명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수상자들은 체르노빌 사고 피해자들을 치료해 준 경험을 바탕으로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일이 생겼을 때 위험한 공기의 흡입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방독면 기능을 가진 브래지어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우리나라 수상자웬만한 괴짜 연구를 해서는 받기 어려운 이그 노벨상을 받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있다. 커피잔을 들고 뒤로 걸을 때 커피액체가 어떻게 출렁이는지를 연구한 한지원씨가 2017년에 유체역학상을 받았다. 이것은 한씨가 민족사관고등학교에 다닐 때에 연구해서 논문으로 발표한 것이다. 커피를 와인잔에 담으면 4 헤르츠(Hz) 정도의 진동이 가해져서 잔잔한 물결이 발생하고 말지만 둥그런 머그잔에 담으면 밖으로 튀어 쏟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니까 컵의 모양에 따라 유체 운동이 달라지는 유체역학적인 연구를 커피잔을 가지고 한 것이다. 이 외에도 1999년에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FnC 코오롱의 권혁호씨가 환경 보호상을 수상했다.◆노벨상 vs. 이그 노벨상'살아있는 개구리를 자석을 이용해 공중부양 시키는 연구' 와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을 한층 한층 계속 떼어내어 마지막 한층만 남기는 연구' 중에 어느 것이 더 스마트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일까? 놀랍게도 이 둘 중 하나는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그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것도 한 사람이 이 두 연구를 모두 수행했다. 그가 바로 안드레 가임 교수다.네덜란드 출신의 안드레 가임 교수와 마이클 베리 교수가 살아있는 개구리를 자기 부상시키는 연구를 했는데 이 공로로 이그 노벨 물리학상을 2000년에 받았다. 이들은 강한 자장이 흐르는 작은 구멍에서 개구리가 공중에 떠서 빙빙 도는 현상을 연구하였다. 안드레 가임 교수는 10년이 지난 2010년에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을 한층 한층 떼어내어 그래핀을 만든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래핀은 차세대 꿈의 신소재로서 각광을 받으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소재다.우스꽝스럽고 황당하며 아무 데도 쓸 데 없을 것 같은 과학연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실생활에 활용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우리나라 연구환경에서는 이러한 연구를 실제로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그 노벨상을 만들어 해학적 웃음과 함께 과학적 호기심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미국의 과학연구 문화가 지금의 미국을 만드는 데에 어느 정도 기여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2-17 19:30:00

노벨상 시상식/노벨박물관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노벨물리학상과 레이저기술

그냥 부러울 때가 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럽다. 노벨상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노벨상의 계절이 오면 우리나라 과학자가 혹시 노벨상을 받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가 연신 실망으로 바뀐다. 그때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배가 아프다.얼마 전 일본 오사카에 갔을 때다. 오사카시립과학관을 둘러보다 한쪽 구석에서 눈동자가 커졌다. 과학 전시물은 다 유치하고 오래되어서 별로 새로운 것이 없다. 그런데 그곳에 노벨상을 받은 일본 과학자들의 사진과 연구가 전시되어 있었다. 일본 어린이들이 그 곳을 보며 '나도 커서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되어야지'라는 꿈을 가질 것을 생각하니 배가 아려 왔다. 이제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왜 아직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올해 노벨물리학상과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을 분석한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봤다.◆올해 노벨물리학상과 레이저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집어 본 사람은 안다. 가는 머리카락을 집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그런데 이 머리카락보다 1,000 배나 더 작은 것을 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가 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광학 집게와 고출력 레이저를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미국 벨연구소의 아서 애슈킨 박사와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닉의 제라르 무루 교수 및 캐나다 워털루대의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를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애슈킨 박사는 아주 작은 입자나 바이러스를 집을 수 있는 '광학 집게'를 개발했다. 그리고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산업분야와 의학분야에서 중요 기술로 사용되는 고출력 레이저 기술을 개발했다.우선 애슈킨 박사가 개발한 광학 집게를 살펴보자.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작은 족집게로 집어서 옮기면 된다. 그럼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박테리아 한 마리는 어떻게 옮길 수 있을까? 당연히 족집게로 집어서 옮길 수 없다. 박테리아 입장에서 보면 족집게의 가장 뾰족한 끝 위의 넓이가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축구를 할 만큼 넓다. 그러니 훨씬 더 작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더 작고 예리한 집게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애슈킨 박사는 '광학 집게'라는 놀라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바로 빛으로 집게를 만들어 박테리아를 집어서 옮기면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빛을 이용해서 세포나 작은 입자를 옮길 수 있는 광학 집게가 만들어졌다.빛을 마치 집게처럼 사용해서 물건을 집어서 옮기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정말 놀라운 발상이다. 그 원리는 이렇다. 우리는 보통 빛이 여러 파장으로 이루어진 파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빛은 파동의 성질 뿐만 아니라 입자의 성질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빛이 입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해가 쉽다. 아주 작은 물체에 빛 입자를 보내면 그 빛 입자가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면서 운동량이 조금 변하는데 이것이 그 작은 물체에 전달되어 움직이도록 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방바닥에 작은 구슬이 있는데 그 구슬을 향해서 작은 빛 입자를 보내면 빛 입자가 작은 구슬에 부딪치고 튕겨 나오면서 그 구슬이 움직인다는 말이다. 광학 집게에서 사용하는 빛은 레이저 빛인데 살아있는 세포를 가만히 붙잡아 두기도 하고 빙빙 돌도록 만들기도 한다. 최근 이런 광학 집게를 이용하여 생물학 실험과 나노기술 관련 연구가 요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다음으로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가 개발한 고출력 레이저 기술을 살펴보자.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면 종이에 불이 붙는다. 이처럼 빛을 모아서 출력을 세게 하면 종이뿐만 아니라 철판도 뚫을 수 있다. 단일 파장의 빛의 에너지를 세게 해서 만든 빛이 우리가 알고 있는 레이저다. 레이저는 많은 산업분야와 의료분야에서 중요한 기술로서 이용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고출력 레이저를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증폭 장치를 이용해서 레이저 펄스 세기를 크게 키우면 될 것 같지만 증폭 장치가 손상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이 문제를 레이다에서 쓰는 기술을 응용해서 해결했다.이들은 두 개의 격자를 이용해서 레이저 펄스를 파장의 성분에 따라 지연시켜 펄스의 시간폭을 늘렸다. 이후 증폭기로 빛의 세기를 크게 증폭시켰다. 그리고 다시 격자 두 개를 이용해서 시간폭을 압축해서 매우 세고 시간폭이 짧은 레이저 펄스를 만들었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요즘은 피코초(1조분의 1초) 레이저,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레이저, 아토초(100경분의 1초) 레이저 등이 개발되어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도 하고 다양한 재료를 아주 날카롭고 작게 절단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또한 라식과 같은 안과 수술에도 이용하고 있다.◆통계로 보는 노벨상노벨상 수상자는 20대에 박사 학위를 받고 30대 중후반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구를 시작해서 50대 초반에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연구의 정점을 찍는다고 스웨덴 노벨재단에서 발표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이루어졌다. 연구재단이 1901년부터 2017년까지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과학자 599명에 대한 전수 분석을 한 내용을 담은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최근 10년 사이에 노벨상을 받은 수상자들은 평균 37.1세에 노벨상을 받게 되는 연구를 시작해서 53.1세에 연구 정점에 도달하고 평균 67.7세에 노벨상을 받았다. 핵심 연구를 시작해서 마칠 때까지 17.1년이 걸렸고 노벨상을 받기까지는 31.2년이 걸렸다. 그리고 20세기에는 30대 중반에 연구를 시작해서 40대에 연구를 완성하고 50대에 연구성과를 인정받아서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보다 10년 정도 시간이 늦춰졌다. 전체 노벨상 수상의 평균 나이가 57세이지만 최근 10년 사이 수상자의 평균 나이는 67.7세로 올라갔다.노벨상 수상자들은 젊었을 때부터 논문을 많이 쓴 연구광들인데 평생 291.8편의 논문을 쓴다. 이 중에 노벨상 수상과 관련된 논문은 8편이며 이 논문 한 편당 인용수는 1226.2회나 된다. 특히 핵심 논문 31%는 수상자가 20~30대에 쓴 것이다.'프리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울프상과 래스커상을 받은 후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많다. 울프상을 받은 과학자 네 명 중 한 명이 노벨상을 받았고 기초의학 부문에서 래스커상을 받은 과학자의 절반이 수 년 내 노벨상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미국공학한림원에서 주는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상도 프리 노벨상에 포함된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263명으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 다음으로 영국(87명), 독일(70명), 프랑스(33명), 일본(22명) 등이다.이처럼 진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의 연구 아이디어와 연구방법 및 연구결과뿐만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면 노벨상을 받는 비결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봄에 씨를 뿌리고 열심히 키우면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하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2-12 06:30:00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올해 노벨상과 신약 개발

12월 10일은 노벨상 수상식 날이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로 떠들썩했던 10월에 노벨상의 도시 스웨덴 스톡홀름에 다녀왔다.매년 노벨상 수상식과 만찬이 행해지는 스톡홀름 시청 앞을 걷다가 문득 궁금해졌다.노벨상을 받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첨단과학을 연구하는 스톡홀름 대학교와 왕립공과대학교 연구실로 찾아갔다.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엘프 요정의 빛나는 눈빛을 가진 젊은 연구원들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그들의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을 보면서 몇 십 년 후에 이들이 노벨상을 받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과 노벨화학상은 신약 개발의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들이 무엇을 연구했는지 살짝 들여다보자.◆올해 노벨생리의학상과 면역항암제(에피소드 1) 크리스마스 휴가로 찾아간 별장. 철수와 영희는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하얗게 피어난 겨울왕국 속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해가 지고 밤이 되자 산속에서 늑대가 내려왔다. 늑대 소리에 놀란 철수와 영희는 돌을 던지고 소리치다가 경찰서에 전화해서 경찰을 불렀다.경찰관이 도착해서 총을 쏘고 나서야 겨우 늑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 밝아오자 별장 현관 앞에 사냥개가 묶여있는 것이 보였다.이 사냥개는 철수와 영희의 애완견이지만 호랑이도 물리치는 녀석이다.이 이야기에서 철수와 영희는 환자, 늑대는 암세포, 경찰관은 의사이며 사냥개는 면역세포다.기존에는 암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의 처방에 따라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을 먹거나 방사선을 쬐어서 암세포를 죽였다. 이것은 마치 늑대에게 돌을 던지거나 총을 쏘는 것과 같다.그런데 호랑이도 물리치는 사냥개가 이미 별장에 있는데도 그냥 사랑스러운 애완견이라고만 생각하고 늑대를 물리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그러니까 우리 몸속에는 암세포를 공격해서 죽이는 면역세포가 이미 존재한다.항암제나 방사선을 쬐어서 암세포를 죽일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이용해서 암세포를 죽이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과학자들이 있었다.그들이 바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인공들이다.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의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일본 교토대 의대의 혼조 다스쿠 교수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그들이 무엇을 발견했기에 노벨상을 받는 것일까? 늑대가 내려오던 밤에 사냥개는 늑대를 물리치려고 발버둥을 쳤을 것이다.그런데 목에 줄이 매어 있어서 공격을 못했다. 이처럼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막는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두 과학자가 발견했다.그리고 사냥개의 목에 매인 줄을 풀어주면 늑대를 공격하는 것처럼 면역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약화시켜주면 암세포를 공격할 것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낸 것이다.그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한 노벨위원회는 두 과학자가 항암치료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원칙을 정립했다고 극찬했다.암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개발이 바로 이어졌다. 면역세포(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CTLA-4와 PD-1 단백질을 약화시켜주는 항체를 이용한 항체신약이 개발되었다.◆올해 노벨화학상과 관절염 치료제(에피소드 2) 세 개 천원에 파는 붕어빵이 담긴 하얀 종이봉투를 손에 꼬옥 쥐고 영희는 철수를 기다렸다.두터운 비닐로 겨울 찬바람을 어설프게 막아내는 수레에서 할머니는 연신 붕어빵을 구워내고 있었다. 붕어빵 틀에 반죽을 부어 구워내는 것은 여느 붕어빵집이나 같았다.그런데 할머니는 붕어빵을 구울 때마다 붕어빵 틀에 세모 또는 네모 모양의 고리를 만들어서 반죽을 부어넣어 구우셨다.그리고 구운 후 붕어빵 틀에서 꺼내실 때에도 세모 또는 네모 모양의 갈고리를 가지고 하나씩 꺼내셨다. 그래서 할머니의 붕어빵은 하나 하나 모양이 조금씩 달랐다.이 이야기에서 붕어빵 틀은 DNA의 유전자이고 세모·네모 모양의 고리는 기존 유전자에 끼워 넣은 작은 유전자 조각이다.그리고 붕어빵은 유전자를 주형 틀로 사용해서 만들어진 단백질이고 붕어빵을 꺼낼 때 쓰는 세모·네모 모양의 갈고리는 항체다.항체는 특정한 항원 물질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서 많은 물질 중에서 특정한 것만 선택해서 집어 낼 때에 항체를 사용한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쉽게 이해하는 데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올해 노벨화학상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프랜시스 아널드 교수와 미국 미주리대의 조지 스미스 교수 및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그레고리 P. 윈터 박사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노벨위원회는 이 과학자들이 개발한 기법으로 인해 더 효율적이고 정교한 효소와 항체를 만들 수 있어서 바이오연료와 의약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이들이 유전자의 무작위 돌연변이를 이용해서 유용한 효소와 항체 분자를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아널드 교수는 아주 작은 살아있는 박테리아를 생화학 공장처럼 사용해서 더 좋은 효소를 대량으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개발한 방법은 이렇다. 우선 바꾸고자 하는 효소의 유전자에 무작위 돌연변이를 시킨다. 그리고 돌연변이된 유전자들을 박테리아에 넣는다.그러면 그 박테리아는 주입된 유전자들을 사용해서 무작위로 돌연변이 효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효소들을 분석해서 가장 우수한 효소를 골라낸다.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해서 보다 더 우수한 효소를 만드는 방법이다.좀 더 쉽게 말하면 세모나 네모난 고리를 가진 붕어빵 틀에서 붕어빵을 꺼내듯이 돌연변이되어 조금씩 다른 유전자들을 이용해서 돌연변이된 여러 효소 단백질을 만든다.스미스 교수와 윈터 박사는 파지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 스미스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노벨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렇다.박테리오파지의 바이러스 캡슐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어떤 유전자 조각을 집어넣는다. 그러면 그 어떤 유전자가 나중에 캡슐단백질과 함께 발현되어 바이러스의 껍질 표면에 펩타이드로 노출된다.수많은 미지의 유전자를 이런 방식으로 바이러스 유전자에 집어넣어 발현시킨다. 그런 다음에 이미 알고 있는 단백질 펩타이드에 잘 달라붙는 항체를 넣어준다.그러면 특정 항체가 달라붙는 박테리오파지만을 뽑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서 그 단백질이 어떤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진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2-03 19:30:00

아이스크림 만들어주는 점원 로봇.(국립광주과학관)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암 수술하는 로봇을 만났다!

일본에서 아시모를 만났다. 첨단과학기술을 전시하는 도쿄의 미라이칸에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시모가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곳 직원이 축구공을 보내자 아시모가 걸어가서 축구공을 발로 찼다. 로봇 혼자 스스로 걸어가서 축구공을 차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람처럼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휴머노이드 로봇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사람처럼 혼자 걷고 행동하는 아시모를 보면서 기계장치로 생각해왔던 로봇을 다시 보게 되었다. 멀지 않아 휴머노이드 로봇이 예쁜 옷을 입고 명동 한복판을 걸어간다면 사람인지 로봇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요즘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로봇 개발에 대해 열기가 대단하다. 이제 로봇은 먼 나라의 이야기나 미래의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어느샌가 훅~ 들어와 버렸다. 암에 걸려서 국내 병원에 가면 "일반 수술과 로봇 수술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어요?"라고 묻는다. 또한 국내 치매 예방센터에서 로봇이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이러한 의료로봇이 요즘 어떤 일을 하는지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암 수술하는 로봇, 다빈치전립선암에 걸린 70대 환자 김 모 씨가 2017년 9월에 서울아산병원에서 1만 번째로 로봇수술을 받았다. 이제 대장암, 전립선암, 췌장 질환, 심장판막 질환과 같은 병에 걸리면 로봇수술로 치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로봇 수술하면 뭐가 더 좋을까? 일반 수술보다 로봇수술의 절개 부위가 작아서 환자의 회복도 빠르고 흉터도 작게 남는다. 그리고 의사 입장에서도 수술하는 부위를 3차원 영상으로 10배 확대해서 보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게 수술할 수 있다. 또한 수술과정에서 의료진의 과도한 방사선 피폭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로봇수술이 기존 일반 수술보다 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이처럼 암을 수술하는 로봇의 이름은 '다빈치(da Vinci) 수술 시스템'이다.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에서 다빈치를 개발하여 2000년에 세계 최초 수술 로봇으로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는 2005년에 도입되어 병원에서 암을 수술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이미 다빈치가 전 세계적으로 4천 대 이상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고 로봇수술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국내 수술 로봇의 약진세계 두 번째 복강경 수술 로봇인 '레보아이(Revo-i)'를 얼마 전 의료기기 전시회에서 만났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것이어서 더 멋있게 보였다. 이것은 미래컴퍼니에서 개발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2017년 8월에 받았다. 레보아이는 위에서 살펴본 다빈치 수술 로봇처럼 내시경 수술을 하는 로봇이다. 담낭이나 전립선 절제술 등과 같은 내시경 수술에 사용된다. 레보아이도 다빈치와 같은 똑같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국내외 많은 병원에서 수술 로봇으로 사용되기를 기대해 본다.최근 국내 기업이 다양한 수술 로봇을 개발하여 제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2010년에 세계최초로 인공관절 수술 로봇인 '로보닥'을 큐렉소가 개발하였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보행 재활 로봇, 환자 이동 보조 로봇, 중재기술 로봇 등을 개발하여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7개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골절접합 로봇 개발을 완료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리고 고영테크놀로지는 뇌수술 의료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국내 많은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의료용 로봇을 개발 중이어서 앞으로 등장할 로봇들이 어떤 수술을 할지 무척 기대된다.◆환자를 돌보는 의료로봇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로봇은 수술 로봇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재활을 돕는 재활 로봇도 있다. 병원이나 가정에서 환자의 건강을 돌보며 치료과정을 돕는 로봇이다. 이처럼 환자를 돌보는 의료로봇을 사용하고 있는 병원과 기관에 대한 기사가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17개의 인지 치료 게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실벗'이라는 의료로봇은 서울과 수원의 치매 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실벗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치매 예방을 위해 개발한 의료로봇이다.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에 가면 인공지능 로봇 '페퍼'가 있다. 페퍼는 환자들에게 인공지능 암센터의 안내를 하며 환자들과 게임도 한다. 또한 경희의료원에 가면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전 상담부터 진료 후 관리까지 24시간 지원하는 '챗봇'이 일하고 있다.◆쑥쑥 크는 의료로봇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의료로봇의 역사를 살펴보면 매우 짧다. 1985년에 'PUM560'이라는 산업용 로봇을 뇌수술에 사용하면서 의료로봇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최근 의료로봇을 수술뿐만 아니라 재활이나 간호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세계 40개 로봇 의료기기 업계의 2016년도 영업수익이 8조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중국 투자자문 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또한 향후 5년간 15%의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술로봇 시장은 2018년까지 540억원 규모로 연평균 45.1%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말 무서운 속도로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지금까지 로봇이라고 하면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산업용 로봇을 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병원에서 수술하고 환자를 안내하는 로봇을 볼 수 있다. 앞으로는 환자의 치료와 재활에 사용될 다양한 의료로봇들이 속속 개발되어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의료로봇이 병원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시설과 가정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언젠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가 계란 후라이와 토스트를 들고 침대로 와서 깨워주고 집 청소도 해주지 않을까?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1-28 11:39:01

3D 프린터로 만든 두개골 임플란트(한국생산기술연구원/인천국제기계전시회)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3D 프린터로 몸의 일부를 프린트한다!

"나도 이제 공을 던질 수 있어요!" 라고 말하며 소년이 활짝 웃었다. 손에 장애가 있어서 친구들과 공놀이를 맘대로 못했었는데 모양의 보조기구를 끼고 공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이 소년의 영상을 보면서 소년이 친구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앞으로는 좀 더 자신 있게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잔잔한 감동이 마음에 밀려왔다. 과학기술이 단순히 무언가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주는 것 이상으로 한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요즘 3D 프린팅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일반 복사기를 사용해서 문서를 복사하는 것처럼 3차원 형태를 가진 물건도 3D 프린터로 프린트할 수 있다니 참 신기한 기술이다. 복사하고 싶은 물체를 올려놓고 3D 스캐너로 스캔한 후에 3D 프린터로 프린트내면 똑 같이 생긴 복사물이 즉석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기존에 존재하는 물체를 똑같이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물체를 그려서 3D 스캐너로 3차원 입체를 가진 물체를 만들 수도 있다. 최근에는 우리 몸의 일부를 프린트해서 만드는 기술이 한창 개발되고 있다는데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몸의 일부를 만들어주는 3D 프린팅3살 중국 소녀가 수두증에 걸려서 보통 아이보다 머리가 4배나 커졌다. 이 소녀의 머리 속에 뇌척수액이 차올라 머리가 커졌는데 실명의 위험과 혈액순환 장애도 심각했다. 의료진이 소녀의 뇌척수액을 제거하고 머리뼈 전체를 3D 프린터로 만든 보형물로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하여 성공했다. 이것이 2015년에 세계 최초로 머리뼈 전체를 3D 프린터로 제조한 보형물을 이식한 수술이었다. 이와 비슷한 일이 네덜란드에서도 있었다.보통사람보다 3배나 두꺼운 두개골을 가지고 있어서 위험한 환자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의료진은 3D 프린터로 만든 두개골을 이용해 치료했다. 그리고 코가 없이 태어난 7살 어린이에게 3D 프린터로 코를 만들어준 일이 2013년 미국에서 있었다. 또한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귀를 만들었다.지금까지 의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3D 프린터로 치과 보철물, 정형외과용품, 대체 두개골, 보청기 등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미래에는 혈관조직, 심장판막, 뼈, 인체장기, 인공피부, 환자 맞춤형 기구 등 보다 다양한 우리 몸의 일부를 3D 프린터로 만들어서 환자에게 사용할 것이다.◆인체 장기도 3D 프린터로만약 심장, 간, 신장과 같은 장기를 3D 프린터로 제조할 수 있다면 장기이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을 보다 빨리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코나 손 모양 보조기구는 모양을 비슷하게 만들어 쓰면 된다. 그렇지만 심장이나 간은 모양만 비슷하다고 장기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다. 3D 프린터로 인체 장기를 프린트해서 만들 때에 모양도 비슷해야 하지만 각 장기의 고유한 생물학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몸에 이식해 넣었을 때에 제대로 작동한다. 최근 과학자들이 멋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살아있는 세포를 3D 프린터로 프린팅해서 인체 장기 모양으로 만들면 어떨까? 그러면 그 세포가 살아서 장기로서의 고유한 기능을 할 것이다. 좀 황당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실 살아있는 세포들만 모아서 3D 프린팅하기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살아있는 세포들이 잔뜩 들어있는 생체친화성 폴리머용액을 만들어서 그 용액을 3D 프린터로 프린팅해서 장기 모양으로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있는 세포는 점점 더 증식해서 진짜 세포들로 만들어진 장기로 변하고 그 동안 폴리머 물질은 점점 분해되어 없어진다. 결국 살아있는 세포들로만 이루어진 진짜 장기가 만들어져서 그 장기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최근에 미국 인공장기 전문업체인 오가노보가 사람 세포를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장기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더욱이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은 기술이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좀 더 개발되면 언젠가 실제 환자에게 3D 프린터로 만든 장기를 이식할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의료용 3D 프린팅이 급성장하는 이유세상에 3D 프린터가 등장한 것은 1984년이다. 아주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건축, 자동차, 의료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의료분야에서 3D 프린팅 기술이 급성장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왜 의료분야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바로 기존 기술로는 할 수 없었던 것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기존에 물체를 가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조, 압출, 사출 등과 같은 기술로는 복잡한 3차원 형태를 정교하게 만드는 데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3D 프린터는 매우 복잡한 3차원 형태도 척척 만들어낸다. 게다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복잡한 3차원 형태를 만들면 시간과 금전적 비용도 적게 든다.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서 소비하던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개인에게 딱 맞춘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서 사용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했다. 특히 병원에서 환자에게 사용하기 위한 제품은 환자 개인에게 딱 맞는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머리 두개골이나 귀 모양을 3D 프린터로 만들어서 환자에게 사용할 때에 그 환자 개인에게 딱 맞는 것을 맞춤형으로 만들어서 사용해야 한다.이처럼 높은 인기는 국내외 시장 전망을 보면 피부로 와 닿는다. 의료용 3D 프린팅의 세계시장은 2015년에 5,900억원에서 2021년에 1조4,200억원으로 연평균 15.4% 성장할 것으로 전문 리서치기관에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의료용 3D 프린터 시장은 2015년 87억원에서 2021년 403억원으로 연평균 29.1% 성장할 것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전망하고 있다.3D 프린터로 의료기기 제품을 만들면 환자에게 사용하기 전에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시험을 거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된다. 따라서 최근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의료기기 제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였다.최근 3D 프린터로 다양한 의료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다. 환자 개인에게 딱 맞는 맞춤형 의료기기 제품을 개발하여 사용하기 위한 기술이어서 앞으로 정형외과와 치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용으로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의료용 3D 프린터 기술은 단순히 환자의 불편한 부분을 해결해주는 것을 넘어서 삶의 질을 향상시켜 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기대된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1-21 06:30:00

선조를 진료하는 의사 허준(허준박물관).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레시피] 우리 동네 병원의 인공지능 의사

인공지능 심포지엄에 초청을 받았다.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로서의 일을 한 지 1년이 되는 날을 기념하여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인공지능 심포지엄을 2018년 4월에 열었다. 필자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의료기술과 만나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인공지능 심포지엄에서 강연하였다.이처럼 인공지능이나 4차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되었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유전정보, 정밀의료 등과 같은 핵심 기술들을 앞세워 기존의 기술들을 빠르게 연결하여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사실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인공지능 의사가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의사의 진료는 얼마나 믿을 만할까? 인공지능 의사가 사람 의사를 대체할까? 인공지능 의사가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까? 등등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의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의사 왓슨의학 전문자료 1,500만 쪽을 공부해서 다 외웠고 의학학술지도 300종이나 읽었다. 그리고 2012년 3월부터 미국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에서 레지던트로 일했다. 이후 MD앤더슨에서 훈련받으며 실력을 키워서 드디어 의사가 되었다. 이것은 어느 젊은 의사의 경험담이 아니라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가 의사가 되기 위해 지나온 과정이다.2016년 12월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를 길병원에서 오픈하면서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로서의 일을 시작했다.그런데 왓슨은 어떻게 암을 진단할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환자의 성별과 나이를 입력하고 혈액검사, 조직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과 같은 검사결과를 입력한 후에 'Ask Waston'을 클릭한다. 그러면 왓슨이 열심히 분석해서 '강력추천', '추천', '비추천'의 세 가지 치료법을 제시한다. 평균 8초 만에 왓슨은 치료법을 제시한다. 그렇지만 최종 치료법의 결정은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을 참고하여 사람 의사가 내린다.이미 전 세계 90개 이상의 병원에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건양대병원, 조선대병원, 부산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5년 내에 미국에 있는 병원의 절반 이상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2017년 발표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수가 미국에서만 140개가 넘는다고 하니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다.◆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실력암에 걸리면 어느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잘 하고 치료를 잘 해줄 수 있는지 주변에 물어보고 찾아보게 된다. 인공지능 의사인 왓슨은 다른 의사 선생님들과 비교해서 실력이 얼마나 될까? 2014년에 미국 종양학회에서 전문의와 왓슨의 암진단 결과를 비교했는데 자궁경부암 100%, 대장암 98%, 직장암 96%가 일치한 것으로 발표했다. 또한 인도 마니팔 병원에서 1,000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왓슨이 진료했는데 사람 의사와 일치하는 결정이 80%나 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외국에서 인공지능 왓슨과 사람 의사의 암 진단 일치율은 높다.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우리나라에 맨 처음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이 2017년 12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진료 결과에 대해 공개했다. 2016년 12월 처음 도입되어 2017년 11월까지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로서 일을 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총 557명의 환자가 왓슨을 이용해서 진단을 받았다. 이 중 대장암 환자 118명에 대해서 왓슨이 '강력추천'으로 제시한 치료법과 사람 의사가 제시한 치료법의 일치율은 55.9%였다. 그리고 왓슨이 '강력추천'한 것뿐만 아니라 '추천'한 것까지 포함하여 사람 의사의 판단과 일치하는 비율을 보면 대장암(결장)이 78.8%, 대장암(직장)이 77.8%, 위암이 72.7% 등으로 나타났다.똑같은 인공지능 왓슨을 사용했는데 왜 외국보다 국내에서 사람 의사와의 일치율이 낮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같은 종류의 암이라 하더라도 인종이나 생활환경에 따라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왓슨이 미국에서 개발되어서 외국 환자들에게 더 적합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환자에 적합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하기 위한 후속 개발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1호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1호 인공지능 의사'가 세상에 등장했다는 기사가 2018년 보도되었다. 바로 위에서 몇 년 전에 개발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살펴봤는데 '1호 인공지능 의사'가 등장했다고 하니 좀 의아한 생각이 든다. 그 내막을 좀 살펴보면 이렇다. 인공지능 의사 왓슨은 인공지능 의사가 맞지만 독자적으로 진료해서 진단서를 발급하지는 못한다. 왓슨이 환자 정보를 분석해서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일을 하지만 결정은 사람 의사가 하기 때문에 사람 의사를 보조하는 일을 한다.그러나 이번에 등장한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는 사람 의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진단서도 발급한다. 이 인공지능 의사는 미국 아이디엑스 기업이 안과용 인공지능 의료기기로 개발한 '아이디엑스-디알(IDx-DR)'이다.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18년 판매 허가를 받았다.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는 당뇨 망막병증을 진단한다. 개발회사인 아이디엑스의 설명에 따르면 진단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환자의 안구 사진을 촬영하고 망막 이미지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입력해서 인공지능이 기존 환자 자료와 비교해서 당뇨 망막병증을 진단한다. 양성으로 판단되면 안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요청하고 음성으로 판단되면 12개월 후 재검사 받을 것을 안내한다. 환자의 망막 영상을 분석해서 진단결과를 내 놓는 데에 1분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는 2017년 미국에서 900명의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시험에서 87.4%의 정확도로 당뇨 망막변증 환자를 구분했다고 한다.국내에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처음으로 도입한 길병원은 2016년 12월~2017년 12월 사이에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인공지능 왓슨의 도입으로 인해서 의사 진단과 치료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했다고 대답한 사람이 224명 중에 204명으로 91%나 되었다. 그리고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진료에 대해서 환자 51명 중 48명(94%)이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 의사에 대한 호응 속에 앞으로 더 다양한 질병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에 인공지능이 사용될 것이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1-14 07:00:00

컴퓨터 시스템과 인간의 뇌가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매트릭스 시스템. 영화 매트릭스 캡처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레시피] 환자 뇌와 연결된 로봇팔

키아누 리브스가 슬로우 모션으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는 장면이 멋있었던 영화, 매트릭스. 이 영화는 1999년에 개봉되어 전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지배하는 2199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매트릭스 프로그램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1999년에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 평생 가상현실 속에 갇혀서 인공지능의 통제를 받으며 산다. 일부 사람들이 이런 현실을 깨닫고 진정한 현실 세계에서 인공지능과 맞서 싸우는 스토리다. 그들은 자신의 뇌에 광케이블을 꽂아서 가상세계인 매트릭스 속으로 침투하며 자기 뇌 세포에 매트릭스의 여러 데이터를 입력한다. 이 영화처럼 우리 뇌에 광케이블을 꽂아서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을까? 이런 말도 안되는 것 같은 기술을 실제로 개발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그리고 진짜 만들었다. 그들이 어떤 것을 만들고 있는지 개발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로봇팔을 가진 장애인 환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척수가 손상된 환자인 나단 코프랜드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이때 오바마 대통령이 악수한 나단의 손은 보통 사람의 손이 아니라 나단의 뇌와 연결된 로봇팔이었다. 이 일이 2016년 10월에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에서 열린 백악관 프런티어스 컨퍼런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단의 로봇 팔과 악수한 후에 진짜 사람과 악수하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사실 나단은 12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 되었다. 그런데 피츠버그대학교 신경생물학과 앤드류 슈워츠 교수 연구팀의 도움으로 로봇팔을 갖게 되었다. 이 연구팀은 나단의 뇌에 작은 칩을 이식해서 뇌의 신호를 읽어서 컴퓨터로 보낸 후 신호분석을 거쳐서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했다. 이렇게 나단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로봇팔을 갖게 되어서 혼자서 로봇 손으로 물건도 잡을 수 있게 되었다.◆뇌-컴퓨터 연결환자의 뇌와 로봇팔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뇌와 컴퓨터를 먼저 연결해야 된다. 그런 다음에 컴퓨터를 통해서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제어한다. 이처럼 사람의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기술은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마음-기계 인터페이스(Mind-Machine Interface) 등으로 불리며 세계 여러 연구팀에서 개발 중에 있다.사실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기는 무척 어렵다. 신경과학, 의학, 컴퓨터공학, 로봇공학, 재료공학 등 많은 분야가 유기적으로 손잡고 협력해야 개발이 가능한 분야다. 우선 뇌의 신호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뇌세포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뇌의 신호를 읽기 위한 마이크로 전극도 만들어야 하고 뇌신호를 전자신호로 바꿔서 컴퓨터로 보내야 한다. 그리고 컴퓨터로 들어온 신호를 분석하여 해석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이후 로봇팔을 컴퓨터와 연결하여 뇌신호 분석결과에 따라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하는 공학적 기술도 필요하다. 이처럼 최첨단과학의 핵심기술들이 집결하여 만들어가는 연구분야다.◆뇌에 심겨진 작은 칩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로봇팔을 움직이려면 먼저 뇌신호를 측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뇌신호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비침습형과 침습형으로 구분된다. 비침습형 방법은 머리 피부 표면에 전극을 붙여서 뇌 신호를 읽는 방법이다. 그리고 침습형 방법은 뇌수술을 해서 머리뼈에 구멍을 뚫고 전극을 뇌에 직접 꽂아서 뇌 신호를 읽는 방법이다. 비침습형 방법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방법이지만 측정되는 뇌신호가 너무 약하고 잡음이 심하다. 그래서 환자의 뇌의 신호를 읽어서 로봇팔을 움직이는 연구에서는 뇌에 직접 작은 마이크로칩을 심어서 뇌신호를 읽는 침습형 방법을 사용한다. 이 침습형 방법은 1998년에 미국 에모리대학교의 필립 케네디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되었다. 필립 케네디 교수 연구팀이 목 밑으로 마비된 뇌졸중 환자의 머리뼈에 구멍을 뚫고 작은 칩을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뇌-기계 연결 프로젝트사람의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를 비롯한 세계 여러 연구팀에서 진행되고 있다. 피츠버그대학교의 앤드류 슈워츠 교수 연구팀은 2008년에 원숭이의 뇌에 작은 칩을 꽂아서 로봇팔을 움직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실제 환자의 뇌와 로봇팔을 연결하는 연구를 진행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팀은 전신이 마비되어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는 환자의 뇌에 작은 칩을 삽입한 후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을 2012년에 성공했다. 그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여서 로봇손에 잡고 있던 초콜렛을 자기 입으로 가져가서 먹는 감동적인 순간이 영상으로 촬영되어 2012년에 보도되었다. 이 환자는 무려 16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스스로 초콜렛을 입으로 가져와서 먹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연구가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도 진행되었다. 작은 96개의 전극을 마비 환자의 뇌에 삽입한 후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하여 음료수를 마시는 것을 2012년에 브라운대학교 연구팀도 성공했다.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발행하는 테크놀로지 리뷰에 세상을 바꿔놓을 10대 혁신 기술을 2017년 3월에 발표했다. 이 10대 기술 중 하나로서 '마비 역전기술(Reversing Paralysis)'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마비 환자의 뇌에 작은 칩을 삽입하여 뇌의 신호를 손과 발에 직접 전달해서 움직이는 뇌-기계 연결 기술이다. 이러한 뇌-기계 연결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마비환자나 장애를 가진 사람이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로봇팔을 가지고 장애를 극복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1-07 07:00:00

보스턴 과학박물관 '과학적 이해의 모델' 그림.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뇌파로 채팅하기

"우리 뭐 먹을까?" 라고 친구에게 말했는데 둘이 동시에 "라면~"이라고 했다면 '찌찌뽕'이라 외친다. 옛날로 치면 '텔레파시가 통했네'라는 말이다. 옆 사람에게 내 입으로 말을 해서 내가 하고 싶은 뜻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리에서 옆 사람 머리로 바로 전달하는 방법을 텔레파시라고 부른다.우리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와이파이를 잡아서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열어 본다. 이때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 중에 떠도는 전파를 잡아서 정보를 전송받아 보는 것이다. 이처럼 내 머리 속의 생각을 바로 옆의 친구 머리 속으로 바로 보낼 수는 없을까? 지금까지는 소설이나 영화처럼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다. 그런데 실제로 머리 속의 생각을 읽어서 글자로 적고 저장하며 심지어 다른 사람의 머리로 바로 보내는 기술이 개발 중에 있다. 정말 이것이 가능할 것인지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페이스북 '브레인 타이핑 기술' 개발최근 페이스북이 머리 속의 생각을 글자로 바꿔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휴대폰으로 채팅할 때에 내가 손가락으로 글자를 타이핑하지 않아도 내 머리 속의 생각을 읽어서 글자가 자동으로 내 휴대폰 채팅 창에 글자로 입력이 되어 전송될 것이다. 이 기술의 핵심에 뇌파가 있다.페이스북은 우리 뇌의 뇌파 신호를 측정해서 그것을 분석한 후 글자로 타이핑해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미션을 가지고 60명으로 구성된 '빌딩8'이라는 연구그룹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사람 뇌의 언어중추를 해독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글자를 쓰는 '브레인 타이핑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1분에 100단어를 쓰는 속도로 글자를 타이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목표다.◆마비 환자의 생각을 글자로'사람의 생각을 글자로 타이핑한다니 과연 진짜 될까?' 라는 생각마저 드는 신기한 기술이다. 이미 2012년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팀이 뇌파신호를 글자로 바꿔주는 '아이브레인(iBrain)' 장치를 개발했다. 이것은 마비환자가 뇌파를 이용해서 글자를 타이핑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전신마비 환자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글자로 바꿔서 다른 사람과 편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놀라운 것이다.이처럼 뇌파를 측정해서 생각만으로 글자를 타이핑하는 기술을 처음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개발했지만 최근에 페이스북 기업체가 뛰어들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뉴스는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몇 년 후에는 정말 이 기술이 개발 완료되어서 쓰일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머리띠나 헤드셋을 쓰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가락도 움직이지 않고 그냥 생각만 하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에 글자가 타이핑되어 입력되고 그것이 상대방도 볼 수 있게 전송될 것이다.◆생각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기술한 사람의 뇌의 생각을 읽고 저장해서 다른 사람에게 그 생각을 전송해서 심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기술을 실제로 개발하겠다고 나선 과학자가 이미 10년 전에 나왔다. 그냥 허풍 떨며 큰소리 친 정도가 아니고 지난 10년 동안 진짜 이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신경기술설계센터의 시어도어 버거 교수가 바로 그 과학자다. 그는 10년 전에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부터 300억원이 넘는 연구자금을 지원 받아 기억을 담당하는 '인공해마'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우리 뇌에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역할을 '해마'라는 뇌의 부위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 해마를 인공칩으로 바꿔서 넣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인공칩에 기억을 저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연구팀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해마가 손상된 쥐의 뇌에 인공해마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칩을 삽입해서 장기기억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아직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어서 사람의 뇌에 실제 사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를 지켜봐야 한다.◆뉴럴링크의 도전최근에 사람의 생각을 저장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회사가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며 '뉴럴링크 코퍼레이션'(Neuralink Corp)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2016년에 만들었다. 이 회사는 사람의 뇌에 작은 칩을 삽입해서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실시간으로 읽고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 회사는 작은 칩을 통해서 사람의 생각을 읽고 저장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뇌로 기억을 보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어떤 기계장치에 광케이블을 꽂아 데이터를 읽고 다운 받아 컴퓨터에 저장한 후에 다른 기계장치로 그 데이터를 보내서 저장하는 일은 우리 생활 속에 흔히 있는 일이다. 이처럼 기계장치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데이터의 저장과 이송을 사람의 뇌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정말 실현될 수 있을까? 앞으로 뉴럴링크 회사가 어떤 놀라운 개발 결과를 내놓을지 무척 궁금해진다.지나가다 원수같이 미운 사람을 보면 욕이 불쑥 머리 속에서 튀어나온다. 물론 입 밖으로 욕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은 눈치채지 못하고 웃으며 인사하고 지나친다. 그런데 생각을 읽어서 바로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기술이 개발되면 우리의 숨기고 싶은 생각은 어떻게 숨길 수 있을까? 전신마비 환자나 장애인을 위해서 뇌의 생각을 글자로 바꿔서 전달해주는 기술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의 생각을 해킹하거나 무작위로 전송됨으로 인해 발생되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인권에 대한 문제도 함께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0-31 11:21:54

보스턴 과학박물관에 있는 인체모형.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뇌의 생각을 읽는 기계

우리는 또 하나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바로 우리 몸 속에 있지만 여전히 신비 속에 감춰진 뇌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첨단과학이 발달하면서 뇌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뇌 속을 들여다보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뇌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금씩 엿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내 머리 속뿐만 아니라 남의 머리 속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하니 더욱 흥미로운 기술임에 틀림없다. 요즘 뇌과학자들이 우리 뇌 속을 어떻게 들여다보는지 살짝 살펴보자.◆누군가 내 머리 속을 보고 있다이건 악몽이다. 누군가가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악몽인데 심지어 내 머리 속을 계속 보고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무서운 악몽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이미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홍콩에서 발행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018년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항저우 중흥전자를 포함한 12개의 공장이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뇌파를 읽는 장치를 사용했다. 그 회사의 근로자들이 출근해서 머리에 쓰는 작업모에 뇌파를 읽는 전극을 넣어서 근로자가 작업을 하거나 쉬는 동안에도 뇌파를 실시간으로 읽어서 컴퓨터에 저장하고 분석했다고 한다.왜 이런 일을 했을까? 회사의 입장은 근로자들이 일하는 동안 뇌파를 측정해서 직원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지와 분노나 즐거움을 느끼는 지를 측정해서 분석한 후 적절한 작업 흐름과 업무량을 조정하는 데 쓰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가전략망 저장성 전력공사는 이 장치를 도입한 후 지난 4년 동안 3천220억원 이상의 이익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외신들과 인권단체에서는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문제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근로자의 작업모에 전극을 붙여서 일하는 동안에 뇌파를 측정하는 장치는 뇌파 신호가 매우 약하고 잡음이 섞여 들어가서 그 신호를 분석해서 정확하게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실제로 근로자의 생각이나 감정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이미 다른 사람의 뇌 속을 들여다보고자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뇌의 생각을 읽는 기계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바로 옆에 있어도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혹시 우리 뇌의 생각을 읽어내는 기계가 있을까?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어떻게 뇌에 대해서 연구할까? 실시간으로 뇌 속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을까? 이러한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사실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면 내 머리 속을 훤히 보여주는 기계들이 있다. 바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들인데 이 장비로 뇌를 찍으면 뇌 영상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굳이 내 머리 뼈를 들어내지 않고도 뇌 속의 혈관이나 조직을 선명하게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의료영상장비를 사용해서 뇌 속에 종양이 있는지 또는 뇌혈관의 어느 부분이 막히거나 파열되었는지 등을 조사할 수 있다. 또한 이런 대형 영상장비를 사용해서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어 있는 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보거나 생각을 할 때에 달라지는 뇌의 특정 부위의 활성도도 조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뇌 영상을 촬영하는 데에는 수 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빨리 변하는 것을 촬영할 수 없고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뇌 속을 볼 수 있는 다른 장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 중에 뇌파 측정기는 뇌파를 측정하는 데에 수 밀리초 정도로 아주 빨리 측정할 수 있어서 실시간으로 연속적으로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기계여서 많은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뇌파 측정기뇌파 측정기는 머리 피부에 전극을 붙여서 뇌파를 읽으면 되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측정하는 뇌파의 신호는 너무 작다. 수술을 통해서 두개골 뼈를 들어내고 뇌의 표면인 피질에 전극을 붙여서 뇌파를 측정하면 1밀리볼트(mV) 정도 된다. 그런데 머리 피부에 붙인 전극을 통해서 뇌파를 측정하면 뇌파가 0.1 밀리볼트(mV) 정도로 크게 줄어든다. 바로 머리뼈가 뇌파 신호를 크게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약한 뇌파 신호를 그대로 사용하기는 어려워서 앰프를 통해서 신호를 증폭한 다음에 분석한다. 앰프를 통해서 전압을 약 10만배까지도 증폭할 수 있다. 따라서 신호는 작지만 안전한 머리 피부에 전극을 붙여서 뇌파를 측정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이처럼 뇌파를 측정해서 뇌 손상, 뇌전증, 치매 등의 질병 진단에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의학적인 이용 외에도 동물이나 사람의 행동과 뇌의 활동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뇌에 흐르는 전기와 뇌파뇌파(Brainwave)는 뇌전도(Electroencephalography, EEG)라고도 불리는데 우리 몸의 신경계에서 뇌신경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주 미세한 전기의 흐름이다. 뇌에 전기가 흐른다고? 맞다. 전기가 흐른다. 사실 우리 몸의 구석구석으로 신경을 타고 전기신호가 실시간으로 계속 흐르고 있다. 마치 컴퓨터 본체의 뚜껑을 열어보면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자회로 기판의 선들을 따라서 미세한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몸에도 몸의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각종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을 타고 미세한 전기가 흐르고 있다. 온몸의 각 부위에서부터 신호들이 모여서 최종 집결하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 뇌다. 우리 뇌는 발 끝에서 머리 끝까지 각종 장기와 피부에서 수집한 신호들을 받아서 분석하고 명령을 내린다. 마치 슈퍼컴퓨터가 각종 데이터를 받아서 분석한 후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말이다.뇌에 전기가 흐른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역사를 살펴보면 영국 의사인 리처드 캐튼이 1875년에 토끼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하다가 뇌에서 전기가 흐른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이후 1924년에 독일 예나 대학교의 한스 베르거가 환자의 두개골 피하에 백금전극을 넣어서 뇌파를 읽는 뇌전도(EEG)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한스 베르거에 의해서 사람의 뇌파가 처음으로 측정되었다.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뇌파를 읽고 분석해서 뇌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내는 연구에 뛰어들었다.뇌종양이나 뇌혈관질환을 검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의료영상장비를 비롯하여 뇌파를 측정하는 기계와 같이 우리 뇌 속을 들여다보는 기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장비들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0-24 05:00:00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김영호의 글로컬 과학토크] 질병을 치료하는 뇌파 게임

게임은 참 재밌다. 그냥 재밌다. 중국의 장기와 유럽의 체스를 비롯하여 신라시대 주령구처럼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게임을 즐겨왔다. 요즘은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삼차원 영상의 화려한 게임을 즐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혼자 즐기거나 몇 사람이 모여서 즐기는 정도의 게임 수준을 넘어서 'e스포츠'라고 하는 조직화된 문화로 자리잡았다. 이뿐만 아니라 뇌파 게임을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게임을 즐기는 뇌파 게임 속으로 들어가보자.◆e스포츠 대회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 e스포츠 실태조사에 의하면 일반인 1200명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 취미로 e스포츠를 즐긴다고 대답한 사람이 45%나 된다. 또한 OGN e스타디움, 아프리카TV, 넥슨아레나 등의 관련 업계에 따르면 e스포츠 경기현장을 찾은 사람이 2016년에 16만 명에서 2017년에는 21만 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2018년 7월에 제주도에서 '2018 서귀포 e스포츠 한마당 대회'가 열렸다. '리그오브레전드', '던전앤파이터', '클래스로얄', '피파온라인4', '스타크래프트', '온라인장기' 등 6개 종목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들에게 '제10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 본선에 참가할 수 있는 특전도 주어졌다. 이처럼 혼자나 몇 사람이 모여서 즐기는 게임에서 스포츠 경기처럼 대회로 진행되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또한 이 대회에서 제주도에 있는 기업체가 개발한 뇌파 게임을 체험하는 코너도 마련되었다. 게임을 할 때 컴퓨터 마우스나 조이스틱을 손으로 움직여서 조작하는데 뇌파 게임은 말 그대로 뇌파를 사용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뇌파 게임에는 손으로 잡고 조작하는 마우스나 조이스틱 등이 필요 없다. 뇌파를 읽는 헤어밴드를 하고서 집중해서 생각하면 모니터 화면 속 게임이 진행된다.◆뇌파로 게임하기뇌파를 이용한 게임은 국내외에서 이미 십여년 전부터 개발되어 오고 있다. ㈜락싸의 자동차 경주 게임과 활쏘기 게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볼링핀 쓰러뜨리기 게임, 이스라엘 인터랙티브 인스티튜트의 마인드볼 게임 등이 10년 전에 개발된 뇌파 게임이다. 또한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원에서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뇌파 게임을 2010년에 개발했다. 이러한 뇌파 게임은 머리에 헤드셋을 쓰고 생각만으로 게임을 한다.그리고 2016년에는 세계최초로 스위스 취리히에서 '사이배슬론(Cybathlon)'이라는 사이보그 올림픽 경기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뇌로 제어하여 달리기 시합을 하는 종목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장애인 선수가 머리에 뇌파를 읽는 장치를 착용하고 앉아서 컴퓨터 화면 속 선수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경기다. 즉 생각만으로 화면 속 선수를 달리게 하고 장애물을 피하도록 점프하게 하는 식이다.이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뇌파로 생각하는 대로 게임을 하는 것도 신기한데 최근에는 뇌파와 연결된 가상현실(VR) 게임도 개발되었다. 세계 최초로 생각만으로 조작하는 가상현실 게임을 미국 보스턴에 있는 뉴러블 기업에서 2017년에 개발했다. 이 게임은 가상현실 속에서 로봇과 전투를 벌이는 내용인데 다른 가상현실 게임처럼 컨트롤러가 없이 단지 생각만으로 제어해서 게임을 한다.◆질병 치료하는 뇌파 게임뇌파 신호를 읽어서 게임을 즐기는 기술은 단지 재미를 위한 게임에만 머무르지 않고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뇌파 게임은 뇌의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치매와 같은 뇌질환자에게 도움이 되며 우울증 치료 등에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ADHD) 아이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이에 대한 연구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을 가진 아이는 공부를 할 때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것을 하는 주의력이 결핍된 증상을 보인다. 그리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왔다갔다하며 충동적이며 과잉행동을 한다. 미국정신의학협회(APA)에 따르면 어린이 중 5% 정도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의하면 미국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을 가진 어린이가 6백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에 어린이와 성인 모두를 포함해서 5만8천명 정도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으로 진료를 받았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했다.이러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을 뇌파 게임으로 치료하기 위한 연구가 핀란드 정신의학센터에서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뇌파를 이용한 게임을 통해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을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어서 아직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장담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이 발전하여 뇌파 게임을 통해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다면 많은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뇌파로 게임을 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세상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지금까지 몸의 장애가 있어서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이러한 뇌파를 이용한 첨단 기술 덕분에 하나 둘 점점 더 가능한 것으로 바뀌고 있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0-18 14: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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