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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난시대, 대구경북은 지금]<5·끝>첨단의 옷을 입는 대구시의 재난대응체계

지난해 11월 15일 포항 지진 발생 당시 대구시는 30여분이나 늦게 재난안전문자를 전송해 구설에 올랐다. 재난 담당자가 직접 문자를 입력하고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은 뒤 보내야하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원인이었다. 이후 대구시는 재난문자방송 송출 승인권자를 대구시 재난안전실 담당자로 변경했다. 나아가 올 연말까지 재난방송 온라인시스템(EDBS)을 갖추기로 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중앙 재난방송온라인시스템과 연계해 재난 발생 즉시 지역 내 방송사업자가 재난방송을 송출ㆍ보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실시간 재난 방송 요청시간도 5분에서 10초 이내로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전국 재난관련기관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국단일통신망 제2운영센터도 추진 중이다. 2020년 3월에 수성의료지구 들어설 제2운영센터는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제1운영센터와 협력해 대구를 비롯한 남부권 재난안전통신망의 안정적인 운영과 유지관리를 맡게된다. 재난안전용 4세대 국제표준 무선통신기술인 PS-LTE는 재난발생시 지휘명령 체계를 일원화하고 재난상황 및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해 대처능력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재난감시용 고성능ㆍ고배율 폐쇄회로(CC)TV를 2021년까지 10대에서 22대로 늘릴 예정이다. 시민안전문화의식을 확산하고자 민간과 합동으로 매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하고, 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를 구성해 재난대응 민관협력방안을 협의한다. 19개 분야에 참여하는 218명의 전문가집단은 재난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단계별 재난대응 협력 및 복구활동에 참여한다.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방재 관리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시는 지난 5월 행정안전부의 빅데이터 허브사업 시범도시에 선정됨에 따라 5억원을 투입 각 행정기관과 산하기관, 민간기업의 데이터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인프라가 구축되면 각종 재난과도 연계해 행정선진화와 방재관리가 가능해진다. 대구시 빅데이터기반 관계자는 “재난 관련 자료를 빅데이터화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효율적인 방재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2018-08-02 20:00:00

대구 시민들이 느끼는 분야별 안전 또는 불안 비율. 자료 대구시 사회조사(2015)

[대재난 시대, 대구경북은 지금] <5·끝>시민과 지자체가 함께 만드는 안전한 도시

2003년 2월 대구 시민들에게 깊은 정신적 외상을 남긴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당시 기관차에 열쇠를 꽂고 홀로 피신한 전동차 기관사에게 피해를 키웠다는 맹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대구지하철참사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의 생각은 달랐다. 시민대책위는 사고가 커진 원인으로 '방염처리 부실에 따른 유독가스 방출'을 제시하고, 모든 전동차의 운행 중단과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당시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 간사를 지낸 정현수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참사 이후 대구 지하철 객차의 방염 수준은 높아졌지만 시민대책위의 발언과 주장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었다"며 "15년이 지났지만 재난 대응 분야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늘 주변만 맴돈다"고 아쉬워했다. ◆시민사회 목소리 담지 못하는 재난 정책 재난은 예측이 어렵다. 따라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이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난에 모두 대비할 수 없다. 시민 스스로 재난에 대비하고 행정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는'안전 거버넌스'가 보다 효과적인 이유다. 시민이 참여하는 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대구시는 2013년 7월 안전문화운동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시장과 시민 대표가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이 협의회는 사회안전, 생활안전 등 5개 분과에 시민단체에서 위촉한 31명을 두고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 통합방위협의회 등 민간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대구의 안전 관련 위원회는 12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같은 안전 관련 단체들은 태생적으로 '관 주도'라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최종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시민이 참여하는 위원회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안전관리민관협의회 위원으로 참여 중인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재난대응 민관협의체의 구성 면면을 살펴보면 시민 주도의 조직이 없다"면서 "재난 대응에 있어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무기력증과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 팽배 재난 예방과 대응 문제에 시민 참여가 활발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두려움'과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재난은 피할 수 없으며 극복하기 어렵다는 '두려움'은 재난 발생 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감정은 재난 발생 시 시민들이 자구책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 배정환 한서대 교수와 조성 충남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시민들은 재난 상황에서 무기력을 학습하고, 행정당국에 는 불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민의 목소리가 조직화되지 못하고, 행정기관은 민간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누가 구해주면 모르겠지만 아니라면 죽어야겠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의견을 뭐하러 내겠나' 등 부정적이고 무기력한 시민 인식은 지역사회의 재난 대응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재난 대응과 관련된 시민조직을 법과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시내 8개 구ㆍ군에는 각종 재난에 대비하고자 '지역자율방재단'이 조직돼 있다. 활동 인원도 2천380명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 조직이다. 이들은 재난관리부서와 협업해 자연재난의 예방 및 복구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지역자율방재단을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 자연재해대책법과 각 구ㆍ군 조례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자율방재단을 직접 지원할 근거가 될 자율방재단법은 무관심 속에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관련 법령이 미비하다 보니 예산 지원에 한계가 있고, 조직 자체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피드백'을 원한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행정기관에게서 재난 예방과 대응의 주도권을 가져오길 원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대신 재난 경험 당사자인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기관에 쏟아낸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현수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삶의 터전에서 발생하는 여러 재난에 대해 시민사회가 문제제기를 했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밝히는 행정기관의 피드백이 시급하다"고 했다. 시민사회의 부름과 행정기관의 응답이 원활해질 방법으로는 '재난 유형별 민간단체 설립'이 과제로 꼽힌다. 최용준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일본은 재난 유형별로 민간단체를 별도로 둬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행정기관이 정보공유를 하고 해당 단체는 임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행동한다"며 "우리나라도 재난 유형별 민간단체를 설립해 불명확한 재난 임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의 신뢰를 얻을 '감성적 배려'를 강화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승협 교육시설재난공제회 영남권지부장은 "낡은 주택이나 오래된 아파트 등 안전취약계층에 보급되는 화재경보감지기를 일률적으로 보급하면 '재난취약계층'이라는 낙인을 우려한 시민들이 오히려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시민의 안전 감수성까지 배려하는 재난 정책이 수립돼야 행정당국에 대한 불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18-08-02 14:42:29

지난 10일 일본 도쿄의 재해 방지 체험 학습시설인 소나 에리어 도쿄에서 방문객들이 재해지를 재현한 세트장에서 태블릿 PC로 방재 퀴즈를 풀고 있다. 홍준헌 기자

[대재난시대 대구경북은 지금]<4>일본 '소나 에리어 도쿄' 재해방지 체험학습 해 보니

"지금 막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여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침착하게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10일 오후 일본 도쿄 린카이 광역방재공원 소나 에리어 도쿄.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가 요동을 쳤다. 도쿄의 한 고층건물 10층 영화관에서 1층으로 내려가던 상황이다. '규모 7.3, 최대 진도 7(한국 기준 규모 12)'의 수도 직하 지진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건물에서 탈출하니 도쿄 시내는 정전으로 암흑천지였고, 건물 여러곳이 기울거나 부서져 있었다. 대피소를 찾는 동안 "얼마간이나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경주와 포항에서 국내 최대 규모 지진이 한 차례씩 휩쓸고 간 경험이 있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린카이 광역방재공원은 2010년 7월 수도권 대규모 지진에 대비해 시민들이 대피, 탈출하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재난에 대비해 헬기 착륙장과 병원도 들어서 있다. 이곳에 자리잡은 '소나 에리어 도쿄'(Sona Area Tokyo)'는 시민들이 재해 예방 체험을 하도록 무료로 개방된 공간이다. 대구에 조성된 시민안전테마파크와 비슷하지만, 생존 능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 곳에서는 재난 발생 후 72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키워 주는게 목적이다. 연 평균 방문객도 27만여 명에 이른다. 체험은 엘리베이터에서 지진을 겪고 재해지 세트장 곳곳을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입장할때 받은 태블릿PC로 방재퀴즈도 풀 수 있다. 방재 퀴즈는 재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답을 고르도록 돼 있다. 차를 운전가다 지진이 나면 차 키를 꽂아두고 대피해야 하고, 깨진 유리나 간판이 떨어질 수 있는 건물에서 멀리 떨어져야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피난소에서 지켜야 할 기본 예의와 비닐봉투로 깁스를 대신할 삼각건 만들기, 전화망이 끊겼을 때 가족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전언다이얼(국번없이 171) 등도 배울 수 있다. 간이 화장실 설치법과 적합한 비상식량, 재해배낭 만들기 등 유용한 정보도 많다. 지진으로 헤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는 과정을 담은 애니메이션은 재난의 아픔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소나 에리어 도쿄 관계자는 "대형 재해 때 부상이 크지 않은 시민은 정부 도움을 받을 때까지 72시간 동안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이를 위한 생존 능력과 지식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2018-07-26 13:56:00

[대재난시대, 대구경북은 지금]<4>방재 강국 일본도 당했다…한국은 더 암울

지난 5~7일 인구 500만명이 살고 있는 일본 서남부 지역에 연평균 강수량 25%인 1천㎜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일부 지역은 7월 한달 평년 강수량보다 두 배나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다. 사흘간 내린 폭우로 사망자는 200여명에 이른다. 일본 언론은 1982년 299명이 사망한 나가사키(長崎) 수해 이후 최악의 폭우 피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적인'방재(防災) 강국'으로 꼽히던 일본은 왜 폭우에 속수무책이었을까.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와 함께 경직된 대응 체계, 정부의 태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번 폭우는 일본과 유사한 재난대응체계를 갖춘 우리나라도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나친 방재 지침 의존과 느슨했던 정부 대응 일본은 사흘동안 내린 기록적인 폭우 앞에 속절없이 당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방재 지침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이 꼽힌다. 일본은 그동안 체계적인 재난 대비 지침으로 각종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했지만 이번만큼은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 5일 일본 서남부 지역에 폭우가 내릴 것으로 보고 '대우(大雨) 특별경보'를 단계적으로 발령했다. 그러나 대피 안내는 지방자치단체가 맡다보니 실제 대피로 이어지진 못했다. 재난 피해 예상 가구중 1%만 실제로 대피한 것으로 나타난 것. 집에 머무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거나 대피 지시를 무시한 이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기상청의 방재 기상정보와 지자체의 대피 정보 간에 협조 체제가 미흡했던 탓이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일본의 인구 특성 상 빠른 대피가 어려웠던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폭우에 따른 사망자 10명 중 7명은 60세 이상 노인들이었다. 특히 사망 원인 중 가장 많은 건 다름아닌 '산사태였다.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노인들이 산사태로 밀어닥치는 토사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응도 태만했다. 일본 정부는 폭우 피해를 입은 후에야 뒤늦게 자위대와 경찰 등 8만여명을 동원해 수해 복구에 나섰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폭우 피해가 한창인 시기에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 핵심 간부들은 초선 의원과 교류모임을 가져 빈축을 샀고, 정부는 비가 그친 8일에야 비상재해대책본부를 설치했다. 폭우 뒤에 몰아닥친 폭염도 재난 복구를 방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폭우가 지나간 뒤 일본은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의 경우 낮 최고기온이 41.1℃까지 치솟기도 했다. 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더위처럼 극한으로 치닫는 기후 현상들은 최근 가속화된 기후변화 현상 중 하나"라며 "정부와 지자체 모두 현실로 다가온 기후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비슷한 재난대응체계, 한국은 지자체 역량 취약 전문가들은 한국의 상황이 더욱 암울하다고 지적한다. 2014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해외 주요국의 국가재난관리체계와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본정부의 재난대응체계와 유사한 구조로 돼 있다. 그러나 일본 지자체의 재난 대응 역량은 한국보다 체계적이고 강하며, 지방과 중앙과의 연계도 비교적 잘 이뤄져 있다. 지난해 5월 6박 7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의 지진, 쓰나미 태풍 등 재난대응을 살피고 온 최병식 경주시 재난안전과장은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등 큰 재난을 겪으면서 관련 정책도 상당히 많이 진화했다"라며 "대형재난 발생 후에는 기념관이나 체험관 등을 건설하는 등 기록 보전 분야도 아주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일본처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다면 대응 지침조차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더욱 큰 화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국 지자체의 방재 예산이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아 초기대응을 효과적으로 수행 못하는 점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재난 발생시 중앙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비용의 80%를 지원하도록 하는 현재의 방재 시스템은 지방정부의 방재 예산을 후순위로 밀리게 하는 구조적 한계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자연재해 복구비 현황을 보면 전체 복구액 6조8천661억원 가운데 국비가 3조9천609억원(57.7%)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지방비(1조6천683억원)와 자력복구비(1조2천369억원)는 각각 24.3%와 18%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은 "오사카 등 주요 대도시는 폭우를 일시 저장하는 시설인 지하댐이 마련할 정도로 우리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방재 대책에 쏟고 있다. 일본은 이번 처럼 침수 피해를 계기로 굉장히 많은 돈을 들여서 또다른 침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대구경북이 일본 수준으로 안전 기준을 높이려면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데 대한 지역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07-26 13:55:55

'2018 국가안전대진단'이 시작된 지난 2월 5일 오후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련상가 A동 소방기계실에서 대구시설공단 재난안전팀과 시민점검단이 옥내 소방용 펌프 작동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매일신문DB.

[대재난시대 대구경북은 지금] <3>재난예방활동 현장을 가다

18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여관. 북부소방서 김경열 조사팀장이 객실 구석구석을 살폈다. 더운 날씨에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눈빛만은 날카로웠다. 김 팀장이 객실 창문을 열자 바깥쪽에 알루미늄 섀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섀시에는 한 두뼘 정도의 창문이 나 있었지만 바깥으로 45도 정도만 열려 도저히 탈출이 불가능해 보였다. 김 팀장은 "불이 났을 때 2, 3층의 경우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면 목숨을 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막혀 있으면 안전지대를 눈앞에 두고도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의 위험은 생활 주변 곳곳에 잠복해 있다. 다양한 재난 위험 요소들을 사전에 파악해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 실제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시민들의 안전 의식과 책임감은 재난의 위험을 낮추는 가장 큰 요소다. ◆화재안전특별조사 따라가보니…탈출구 막히거나 화재경보기 고장 다수 소방 및 건축공무원, 전기 및 가스안전 민간전문가 등 3~5명으로 구성된 화재안전특별조사팀과 함께 다중이용시설을 돌아봤다. 화재안전특별조사팀은 35개반으로 꾸려져 이달부터 내년 말까지 대구시내 취약시설 2만여곳을 점검한다. 이날 조사팀은 오래된 공단지역 맞은편에 자리잡은 3층 건물의 안팎을 꼼꼼하게 들여다 봤다. 이 건물 1층에는 식당 및 마트, 세탁소 등이 들어서 있고 2,3층은 여관으로 객실 20개를 갖추고 있다. 소방 담당인 김경열 팀장은 소화시설 및 경보·피난장치 등을 점검하고 화재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가연성 블라인드나 벽지 사용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구청 직원 이모 씨도 건축물 대장을 바탕으로 불법 증ㆍ개축 및 용도 준수 여부 등을 살폈다. 이 씨는 "1975년에 지어진 건물이라 건축물 대장만 있고 도면이 없다. 일단 대장상 기재된 면적이나 건물용도 등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스·전기안전 담당자 역시 건물주가 계약전력을 준수하고 있고 액화천연가스(LPG)통 보관함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기록을 남겼다. 건물주이자 여관 업주 변모(58) 씨는 여관을 공단 근로자들을 위한 달셋방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변 씨는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요즘 강화된 안전기준에는 미달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매출이 많이 나오면 대응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점검 끝에 지적 사항도 속출했다. 건물 외벽에 새로 설치한 통유리형 섀시는 대피를 방해했고, 화재경보 보조경종도 부서져 있었다. 3층 비상구는 건물 밖에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객실 내에 피난안내도와 휴대용 비상조명등이 없는 점도 문제였다. 층별로 갖출 것을 권고하는 완강기도 전혀 없었다. 업주 변 씨는 "방염인증이 없는 실크벽지가 화재시 유독가스를 뿜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알았다. 소방점검에서 이렇게 상세히 살펴보고 유의사항을 알려준 건 처음"이라며 "지적 받은 부분들은 전체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 날 점검 결과에 따라 건물주에게는 20일간의 자진 개선기간이 주어졌다. 이후에도 일정기간 개선이 없을 경우 행정명령 및 이행부담금 부과로 이어진다.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지적 사항 1천건 웃돌아 안전취약지역은 다중이용시설과 공동주택에 집중돼 있다. 대구시가 지난 2~4월 공공 및 민간시설 1만1천62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가안전대진단에서 1천10건의 지적 사항이 쏟아졌다. 특히 전통시장 및 대형숙박업소 등 다중이용시설분야에서 375건으로 가장 많은 지적이 나왔다. 지붕철골 부식이나 천장 균열, 소화전 불량 및 문어발식 콘센트 설치가 대부분이었다. 이어 공동주택 및 대형건축물에서도 소화전 앞 물건 적치, 옥상방수 불량, 외벽균열 및 철근노출 등 246건의 지적이 제기됐다. 요양병원이나 찜질방, 중소병원 등에서도 화재 취약 요소로 109건이 지적됐다. 소화기 압력이 부족하거나 유도등 설치가 제대로 돼 있지 않고 화재 확산을 막아주는'도어클로저'가 고장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체육시설 및 공공도서관 등 생활여가 분야에서도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거나 건물이 노후화되는 등 106건의 지적이 나왔다. 대구시 안전관리과 관계자는 "대형 사고 직후 점검임에도 안전무시 관행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소방도로에 불법주차하거나 LPG통이 보호시설 없이 설치된 경우, 소화전 등 소방시설 앞에 물건을 쌓아놓는 경우 등이 흔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올 연말까지 12억원을 투입해 스프링클러 설치가 시급한 대구정신병원과 노후전기시설로 인한 문제가 잦은 동부도서관의 시설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또 보수가 필요한 시설 40곳에 대해 재난안전특별교부세 74억7천만원을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전 점검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건물 소유주가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구경북연구원 최용준 박사는"우리나라는 백화점이나 영화관 등 대형건물을 제외하면 방재 계획이 미비한 곳들이 거의 대부분"이라며 "건물주 스스로가 시민들의 안전과 자신의 재산을 지키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관리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18-07-19 22:00:00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재난안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하려면 청소년 의용소방대나 어린이 소방동요대회 등 성인이 되기 전부터 안전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보다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지난 5월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에서 열린 '어린이 큰잔치'에서 소화기 체험을 하는 어린이들 모습. 매일신문DB

[대재난시대, 대구경북은 지금] <2>시민사회 역량 강화로 재난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도심의 재난안전 수준을 높이려면 시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팽창하는 도심에서 예상치 못하게 벌어지는 재난을 행정당국이 모두 대비하기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의 동참을 끌어내려면 재난을 관리하고자 구축한 안전정보를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공개해야한다.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는 재난방재 의사결정체계도 필요하다. 이른바 '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은 민간단체와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는 '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를 조직, 시민사회의 역량을 안전 공동체 조성에 투입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역안전지수를 분석, 공개하는 것도 이 같은 거버넌스 구축의 기초 작업이다. 안전 선진국인 캐나다는 2009년부터 공공분야는 물론, 개인, 학계, 시민사회, 기업 등이 참여하는 안전 거버넌스인 'DRR(Canada's Platform for Disaster Risk Reduction)'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재난 대비용 과학기술을 연구하고, 지역 방재를 위한 주민참여 네트워크 활동도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의용소방대와 자율방재단 등이 대표적인 시민 참여 수단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도 서문시장을 비롯해 지역 주요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자율소방대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의용소방대 등 행정기관이 주도하는 시민 참여는 추진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실제 각 지역에서 운영하는 자율방재단 등 시민 조직은 대부분 자녀 학비를 장학금으로 주는 등 적극적인 보상책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자율방재단을 꾸려 몇 번 순찰을 돈다고 안전한 사회가 되진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안전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청소년 의용소방대나 어린이 소방동요대회 등 성인이 되기 전부터 안전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보다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2018-07-12 21:00:00

매일신문DB

[대재난시대, 대구경북은 지금] <2>대구 도심은 얼마나 안전한가

도시인들은 피가 심장을 거쳐 온 몸으로 순환하듯 도시 중심부로 모였다가 흩어진다. 거주하는 사람(상주인구)보다 낮 시간대 들어오는 사람(주간인구)이 많은 지역을 '도시의 심장부', 즉 도심(都心)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주간인구지수(주간인구/상주인구)가 165.79%에 달하는 대구 중구가 대표적이다. 심장 질환이 생명 유지에 치명적이듯 도심에 발생한 재난은 그 도시의 명운을 가르기도 한다. 물자와 사람이 모여드는 도심에서 대형 재난이 일어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도심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보다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사회적 재난에 유독 취약한 대구 도심 지난 2016년 11월 30일 오전 2시 4분, 대구 서문시장 4지구 남서편에서 검붉은 연기가 치솟았다. 화마(火魔)는 좁은 상가에 겹겹이 쌓인 의류와 원단 등을 먹어치우며 거침없이 확대됐고, 무려 58시간 동안 꺼지지 않고 버텼다. 이 불로 서문시장 4지구 679개의 상가점포가 모두 탔고, 재산피해는 469억여 원에 달했다. 김홍관 서문시장 4지구 재건축위원장은 "오전 3시쯤 연락을 받고 뛰어갔더니 모든 게 불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면서 "2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각 상가는 소화기를 매주 점검하고, 전기 코드도 퇴근할 때는 모두 뽑을 정도로 트라우마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유동인구나 상가가 많은 대구 도심은 자연재난보다는 화재나 교통사고, 강력 범죄 및 생활안전 등 이른바 '사회적 재난'에 취약하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6년 발표한 지역안전지수에 따르면 중구는 화재 분야에서 대구 8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았다. 중구에는 2012~2016년 인구 1만 명 당 평균 12.2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는 가장 화재가 적었던 수성구(4.20건)보다 3배 가량 많은 수치다. 교통사고와 범죄, 생활안전 등도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안전지수가 떨어진다. 중구는 화재, 교통사고, 강력범죄, 생활안전 등 4개 분야에서 모두 5등급에 그쳤고, 동구와 서구, 남구 역시 3, 4등급에 머물렀다. 반면 부도심에 가까운 수성구, 달서구, 달성군은 대부분 1, 2등급 수준이었다. 이는 도심으로 갈수록 노인·여성·청소년 등 사회적 재난 취약 계층이 많은데다 음식·주점업, 전통시장 등 취약시설이 밀집한 탓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대구에 사는 재난약자는 중구가 2천530명으로 가장 많았고, 남구(2천333명), 동구(2천217명), 서구(2천34명) 등의 순이었다. 반면 부도심인 달성군(1천810명)과 달서구(1천761명) 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재난 취약시설인 음식·주점업 종사자도 중구가 1천379명으로 가장 많았고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감소했다. 양광석 대구시 사회재난과장은 "도심은 대형 건물과 다중이용시설이 많은데다 거주자 평균연령도 높아 사회적 재난이 자주 일어나고,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며 "행정당국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비상통로 점검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취약 부분을 보완해야한다"고 말했다. ◆ 취약 지점에 정밀하게 접근해야 대형 재난은 다중이용시설에서 주로 발생하고, 피해자는 노인이나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도심 한복판의 복합상가에서 불이 나 37명이 다치고 29명이 숨졌다. 특히 사망자 29명 중 23명은 여성이었다. 올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에도 사망자 46명 중 대부분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노인들이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재난에 취약한 도심은 '재난약자'와 '취약시설 밀집'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 세심하게 대응해야한다고 조언한다. 도시 전체를 포괄하는 안전대책을 중심으로 재난약자와 취약시설에 대한 맞춤형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도심에서 발생한 재난은 대규모 피해를 동반한다는 점을 고려해 재난 분야별로 주요 피해 대상과 지역을 평가·분석하고, 유효적절한 대책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난 대응에 대한 정책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한다. 재난의 단계는 대체로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재난 대응과 복구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수립해왔다. 그러나 보다 효율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되려면 예방과 대비를 체계화한 '관리'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용준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재난방재는 재난 취약 시설 및 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구축해 재난을 관리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재난 유형과 피해 예상 계층 별로 각각 다른 관리 시스템을 적용해야 재난 발생 시 최적화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아직도 재난 방재 시스템 구축을 경제적인 시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인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타당성 조사 등에도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18-07-12 21:00:00

[대재난 시대, 대구경북은 지금] 재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비한다

집적된 재난 관련 데이터는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재난 대응 정책을 마련하는데 큰 힘이된다. 대구시와 구·군이 도입한 '안전사고 사망자 수 감축 목표관리제'와 '지역안전진단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안전사고 사망자 수 감축 목표관리제는 행정안전부의 지역안전지수를 바탕으로 지자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취약 분야의 안전을 강화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대구시는 2015년부터 화재, 교통사고, 자살, 감염병 등 취약하거나 행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망자 수를 매년 전년 대비 18.1%씩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안전진단 시스템(safeindex.go.kr)은 개선 목표와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는데 활용한다. 시스템은 지역안전지수와 이를 산출하는 데 쓰이는 ▷위해(실제로 발생한 사고) 지표 ▷취약(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원인) 지표 ▷경감(재해를 낮춰주는 구조·구급대원, 의료기관 수 등) 지표 등을 분석해 취약 지표는 낮추고 경감 지표는 확대하는 체계다.  실제로 2015년 교통사고 분야 5등급을 받은 대구 중구는 지역 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인구 1만명 당 0.994명으로, 0.4~0.7명 수준인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다.  재난약자( 2천530명)와 기초생활수급자(474명), 의료보장사업장 수(765개), 자동차 등록대수(7천300대) 등도 타 지역보다 1.2~2배 가량 웃돌았다.   이에 따라 중구청은 노인과 어린이 등 재난약자를 대상으로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과 안전교육을 활성화하고, 경찰과 협조해 음주단속을 강화했다. 재난을 수치화하고 원인을 분석하면서 정책적으로 대비할 여건을 갖춘 것이다. 심재균 대구시 안전정책관은 "연구용역 결과와 재난 전문가의 제안 등을 받아들여 더 나은 정책을 만들고 펼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18-07-06 05:00:00

태풍 차바 피해

[대재난 시대, 대구경북은 지금] <1>대구 얼마나 안전한가

재난은 늘 우리 삶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예상하기 어렵고 늘 반복되며, 일단 발생하면 깊은 생채기를 남긴다. 다만 재난은 충분한 예측과 예방을 통해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지금껏 지방정부의 대응은 대부분 '사후약방문'에 그쳤다. 재난 후 피해 복구보다는 위험요소를 미리 탐지해 예방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주변에 도사리는 위험요소를 확인하고 적절한 대응책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5회에 걸쳐 살펴본다. 그동안 대구는 유독 '인재(人災)'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95년 도시철도 1호선 상인역 건설현장 폭발 사고를 비롯해 2003년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화재 참사, 2005년 서문시장 2지구 화재 전소, 2016년 서문시장 4지구 화재 전소 등 굵직한 재난 참사로 수백여명의 사상자가 나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입었다. 최근에는 경주와 포항에서 잇따른 지진 여파로 대구경북민들에게 깊은 정신적 외상을 남겼다. 그럼에도 대구는 여전히 '재난도시'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도심 곳곳에 재난 위험 요소가 도사리는 데도 예방보다는 피해 최소화와 복구에 재난 정책 초점이 맞춰져서다. 예방부터 수습까지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구시 지역안전지수는 평균 3등급, 구·군 지역마다 재난 특색 달라 행정안전부는 경찰청과 소방청,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사건사고 통계를 제공받아 매년 한 차례씩 7개 분야(화재, 교통사고, 자연재해, 범죄,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에 걸쳐 지역안전지수를 산출해 5단계 등급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대구시는 지역안전지수 7개 분야에서 보통 수준인 평균 3등급을 받았다. 전국 8개 특별·광역시와 비교하면 대구는 교통사고(7위)와 자살(5위), 감염병(8위)가 취약했고, 화재(3위)와 자연재해(2위), 범죄(3위), 생활안전(2위) 분야는 평균 이상을 보였다. 구·군별로도 안전 위험도의 차이가 뚜렷했다. 유동인구나 상가가 많은 도심일수록 화재와 교통사고, 강력 범죄 등 사회적 재난에 취약했다. 반면 부도심 지역은 교통사고율이 높거나, 곳에 따라 자살율이 높았다. 실제로 도심인 중구는 지난해 화재 분야에서 대구 8개 기초단체 중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았다. 발생 사고와 피해자 수, 화재 취약 요인이 많지만 위기 대응 능력이 못 미쳤던 것. 인구 1만 명을 기준으로 중구에선 화재 사망자 0.124명, 화재 발생 건수 11.677건으로 타 지역보다 피해가 유독 많았다. 화재 취약 업종인 음식점·주점업의 종사자는 1천379명으로 평균 300명 수준인 타 구·군을 크게 웃돌았다. 노인·여성·청소년 등 재난 약자도 대구에서 가장 많은 2천530명을 기록했다. 반면 도농복합지역인 달성군은 화재 피해나 취약점이 다른 지역보다 적었다. 인구 1만명 당 병상 수는 106.45개로 가장 적었지만, 위기 대응 능력을 가늠하는 재정 자립도가 66.2%로 가장 높았다. 대구시 안전정책관실 관계자는 "지수 등급보다는 등급 산출에 쓰인 사건사고 건수를 보면 각 지역별 재난 경향이 보인다. 이에 따라 지자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사후약방문', 외국에선 수십년 걸쳐 예방책 다듬어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긴밀하게 대응할 주체는 지방정부와 민간이다. 그간 지방정부는 재난 세부정책이 없고,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예방보다 수습에 매달려 왔다. 이런 대응책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친 채 관료나 전문가들의 책상머리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담당 공무원들의 잦은 자리 이동과 전문성 부족으로 정책이 이어지지 않고 관행적인 대책 마련에 그치는 점도 문제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나 밀양 요양병원 화재 참사 등 특정 재난이 발생하면 사후대책을 마련하는 건 가능해도,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참사를 미리 살필 혜안은 없다는 뜻이다. 대구시의 한 재난관련 담당 공무원은 "감염병, 자살 등 보건,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사회적 재난은 구·군청 담당 공무원의 힘으로는 예방 대책을 찾기 어렵다"면서 "재난 전문적 공무원이 적다보니 매뉴얼에 없는 드문 재난에는 속수무책"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달리, 자연재해나 사회적재난이 잦은 미국과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자 역할을 하는 가운데 민간 기업과 봉사단체, 일반 시민들까지도 재난 대비 교육 및 복구 과정에 일사불란하게 참여해 재난에 대응하는 점이 특징이다. 최용준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경주, 포항 지진 때 주유소와 공장, 가스 저장소 등 위험물 저장시설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고 그 바로 주변에 대피소가 있는 모습을 봤다. 재난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증거"라며 "지역안전지수를 확대해 지역 특색에 따른 맞춤형 재난체계를 구축하고, 외국처럼 다양한 재난의 정보와 대응법을 평소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8-07-0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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