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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편견 극복, 어떻게 할까? (그래픽 참고 자료1)

[생각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편견,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끝>

독일신문 슈피겔지는 유럽의 매력적인 도시로 암스테르담과 더블린, 함부르크, 코펜하겐, 탈린을 선정했다. 이곳들이 쿨(cool)한 도시로 사랑받는 배경에는 사회적 다양성을 자본으로 여기는 열린 자세가 한몫했다. 세계적 수준의 창의성을 가진 도시로 꼽히는 런던, 파리, 샌프란시스코, 뉴욕은 무엇이 다를까? 이들 역시 글로벌 인적자원 동원력과 함께 뛰어난 관용성, 그리고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기보다 넉넉하게 포용하는 점이 뚜렷한 특징이다. '창조도시'의 저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의성 지수를 다른 신념, 다른 지향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수용하는 정도와 동일시했다. TK(대구경북)의 '잃어버린 30년', 한국사회의 경쟁력 상실과 정체의 근본원인은 어쩌면 '나와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적대시 하는 편견에 빠진 사고방식과 행동' 탓은 아닐까. ◆ "모든 사람은 달라요"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은 사람이 태어나 특정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차별과 폭력을 초래하는 사회적 편견을 극복할 실마리 역시 우리의 가정, 학교, 사회에 있는 셈이다. 류형철 박사(대구경북연구원)의 경험담이다. 미국 유학시절 초등학생 딸 아이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혹시 백인 아이들, 흑인·멕시칸들이 힘들게 하진 않아?" 딸 아이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Everybody is different!(모든 사람은 달라요)' 담임 선생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라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늘 이런 마음으로 친구들을 대하고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귀국 후 딸 아이의 생각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주변 친구들과 다르게 행동하면 곧 바로 '왕따'가 되었다. 표준말을 쓴다든지, 욕을 사용하지 않으면 금새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친구를 사귀려면 어쩔 수 없이 똑같은 말투와 행동을 함께 해야 했다. 편견이 가져오는 한국사회의 병폐를 해결하는 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규원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경쟁위주의 현 교육제도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어 편견과 갈등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분할 경쟁위주 패러다임에서 공유 협력 패러다임으로 교육의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우리'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지 범위를 확대시켜야 한다. 어쩌면 사람은 '내집단'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외집단'에 대한 수용성을 키우면서 성숙해진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편견이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근거에 기초한 감정적 태도와 제한된 경험에 기인하는 만큼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심리학과)는 "직접 접촉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해소되고,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을 수정하게 된다"면서 "접촉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동등한 지위에서 대등한 접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협동적인 상호의존 관계 속에서 친밀히게 접촉할 때 편견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학교와 사회는 구성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소수집단이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장애인고용촉진법이나 외국인 노동자 차별금지, 다문화·장애인 통합교육 등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스템과 적절한 보상체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윤종화 대구시민센터 상임이사는 "사회적 편견과 갈등을 애써 외면한다고 해서 '없는 것'이 될 수 없다. 그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위한 각종 활동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한계가 많은 만큼, 시민사회 단체가 봉사활동 등의 기회를 만들고 개인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분권개헌으로 갈등을 줄이자 "현재의 헌법은 '위에서 아래로 주어진 것'으로 온갖 미사여구가 다 들어 있지만 국민의 가슴 속에 와닿지 않아 헌법정신에 대한 공감대가 취약한 것 같습니다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 모두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차이, 제대로 된 나라 만들기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김규원 경북대 교수는 "이제는 개개인의 의견이 집약되는 절차와 과정을 거쳐 '아래로부터의 개헌'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다른 생각·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 및 포용 등에 대한 논의가 국민적 공감대 속에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이창용 대표는 "사회적 편견과 이로 인한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선진국은 이런 갈등을 해결할 힘을 갖고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그 이유는 정치권력과 경제·사회·문화권력이 중앙에 독과점되어 사회적 편견과 갈등을 해결할 소통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방으로의 분권, 지역사회로의 분권, 이웃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마을·동네로의 분권을 통해 사회적 편견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8-08-13 11:46:28

김규원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김규원 "편견은 현대사회에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이 '잘못된 것'이라고 만 해서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만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목할 점은 편견이 현대사회에서 개인 또는 사회에 '피해'나 '손해'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우리사회가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잘못된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규원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과거에는 사회적 관계망이 제한되어 있어 가족, 부락 등의 기계적 연대 속에서 정체성을 찾고 행복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나와 다른 타인과의 관계 의존성이 크게 높아진 현대사회에서, 더군다나 전 지구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글로벌 시대에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편견은 심각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의 유동성과 상호의존성, 높은 불확실성은 '차별의 대상이 된 바로 그 사람 또는 그 집단'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 언제든지 올 수 있는 만큼, '나와 다름'은 차별의 근거가 아니라 나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교육을 비롯해 우리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분할·경쟁 위주 패러다임'을 '공유협력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핀란드 교육에서 가장 인상을 받은 것 중 하나가 선행학습이 없고 오히려 지진아 위주의 교육을 한다는 것입니다. 잘 하는 학생이 못 하는 친구를 가르치는데요. 우리나라 같으면 '잘 하는 학생이 손해!'라면서 학부모들이 싫어할 것입니다.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잘 하는 학생은 친구를 가르치면서 더 잘 배우게 되고, 도움을 받은 그 친구는 또 동료와 함께 성장합니다. 모두가 '윈-윈' 하는 셈이죠." 김 교수는 핀란드의 사회과목 교육 방향에도 주목했다. 사회적 지식 습득이 목표가 아니라, 사회과목의 공동과제 수행을 통해 '나와 다른 생각'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018-08-13 11:46:09

박은영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박은영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사회를 병들게 하는 편견, 간과해선 안 된다"

"그동안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소외되고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을 지켜봤습니다. 잘 모르거나, 사실이 아닌 잘못된 정보, 문화적 차이에 따른 이해부족 등이 편견을 심화시키고 차별적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단일민족이라는 의식, 동일한 언어와 문화를 이루고 오랫동안 살아온 역사적 요인도 우리사회가 유독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박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심리학과)는 20년 이상 다문화센터, 정신과병원, 보호관찰소 등 현장에서 우리사회의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을 해왔다. 그만큼 선입견과 편견, 이에 따른 차별적 행동이 얼마나 우리사회를 불행하게 만들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지 경험했다. "보호관찰소 이전을 두고 '성범죄자들이 득실득실한 곳'이라며 주민들이 반대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보호관찰소는 수용시설이 아닙니다. 또 설사 전과자들이 오고가더라도 보호관찰소가 있는 곳에서는 더욱 주의하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더 안전하죠. 결국 주민의 반대로 체계적인 보호관찰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됐습니다." 급증하는 다문화가정도 예외는 아니라고 했다. 외국인 며느리가 자라온 사돈나라의 식습관과 문화 등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왜, 우리 아들 밥 안해주나!"고 나무라기만 하는 것이 한국의 시어머니라는 것이다. 이런 차별적(?) 행동은 선진국 며느리보다 개발도상국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정신질환이 완치됐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직장에서 겪는 편견과 차별로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봤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데도 소위 '왕따'로 인해 친구를 못 사귀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잘못된 편견과 차별을 이제 더 이상 간과해선 안 됩니다,"

2018-08-06 11:45:48

[생각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나와 다르면 '잘못된 사람'으로 여겨…심각한 사회 갈등의 뿌리

'모든 사람은 날 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써 행동하여야 한다.' 세계인권선언 1조이다. 우리가 겉으로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이 말은 사실 비현실적이다. 현실에서의 우리는 나와 같은 생각ㆍ행동ㆍ모습을 한 사람들은 '친구'로, 나와 다른 사람은 '잘못된 사람' '틀린 사람' 심지어 '없어져야 할 적'으로 간주한다. 심각한 사회갈등의 배경에는 '다름'과 '틀림'의 오해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마땅히 없어져야 할 것 같은 편견과 차별이 오히려 우리의 일상에 되어버린 현실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편견과 차별의 원인에 대해 심리학적 사회학적으로 접근해 본다. ◆ "인간은 누구나 편견을 갖는다!" 인간은 오랫동안 수렵채집을 하면서 생존에 초점을 두고 진화해 왔다.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친구인지 적인지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진화되어 왔다는 뜻이다. 미지의 낯선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간주했다. 문명을 이룬 현대사회에서도 이 진화의 결과로 이루어진 뇌의 반응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갓난아이조차 낯선 사람에 대한 극한 반응인 낯가림을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사람, 같은 언어와 비슷한 억양을 가진 사람을 즉각적으로 좋아하는 성향은 갖고 있다는 말이다, 이 마음 속 울타리가 '우리'이고 '내집단'이며, 울타리 밖 사람들은 '그들' '외집단'이 된다. 진화론적 관점 이외에 인지적인 측면에서도 편견 등은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사실 인간은 매 순간 새로운 경험을 한다. 하지만 매순간 마다 정보를 새롭게 해석하고 재해석 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 등을 활용하면 정보처리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인지부조화(개인 내 행동과 신념 사이의 인지적 불일치 상태)에 따른 자기합리화의 경우에도 이를 해결하는 심리적 장치로 편견 등을 동원한다. 또 사회적 혼란은 편견 등을 강화시키고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게 한다. 사회적 혼란 상황에서는 공포심과 불만ㆍ적의가 강해지고 이를 다른 집단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표출하면서 자기방어를 도모하기 때문이다, 희생양 이론(scapegoat theory)에 의하면, 일이 잘못될 경우 비난할 누군가를 찾아내 분노의 표적을 제공한다. 9.11테러 이후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아랍계 미국인들이 싸잡아 비난을 당하고, 일본의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이 대규모로 학살당하는 등 역사상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 "사회적 편견은 만들어진다!"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은 어떻게 보면 인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고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따라서 오랜 시간과 경험 속에 축적된 선입견과 고정관념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문제는 고정관념의 심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편견이다. 사회적 편견은 차별과 폭력이라는 잘못된 행동으로 나타나기 십상인 탓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 편견이 존재했다고 해서 유전적이나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는 뜻은 아니다. 많은 학자들은 부모의 양육 스타일과 또래집단의 영향, 사회적 편견에 대한 논의의 부재, 다양한 집단에 대한 지식과 이해 부족 등이 편견 등을 만들어 낸다고 지적한다. 언제나 편견은 있어 왔지만 시대와 사회 따라 편견에 대한 정도의 차이가 있고, 더군다나 차별과 폭력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편견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강화되고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서 편견의 특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편견은 우선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근거에 기초하고 특정 선입견에 강한 영향을 받으며, 어떤 가치 기준에 따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거나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집단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김규원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선입견과 고정관념ㆍ편견이 심한 사람이 높은 지위와 영향력을 갖게 되면 히틀러처럼 엄청난 사회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의 기본질서와 신뢰 문제를 연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선입견(preconception): 특정 대상에 대해 실제 경험하기에 앞서 갖고 있는 주관적 가치판단. 어떤 사물이나 사건, 인물 등에 대해 사전에 알게 된 지식이나 정보가 강하게 작용하여 형성되는 변화하기 어려운 평가 및 견해를 뜻한다. ▶ 고정관념(stereotype): 특정한 사회집단에 대해 생각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전형적인 그림'(월터 리프먼, 1922년). 예) 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쁘다. 유대인은 인색하다. 금발은 멍청하다. ▶ 편견(prejudice): 사물이나 현상, 인물 등에 대해 그것에 적합하지 않는 의견이나 견해를 갖는 것. 특정 범주 또는 집단에 대한 태도에서 인지적인 측면을 '고정관념', 감정적인 측면을 '편견', 행동적인 측면을 '차별'로 표현하기도 한다.

2018-08-06 11:45:18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생각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오천만 국민이 오천만 목소리 내는 사회…해답은?

"요즘 한국사회는 오천만 국민이 오천만 목소리를 내는 '아우성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과거에도 다양한 이해집단과 그들 간 갈등이 존재했지만, 그땐 왜 아우성이 크게 들리지 않았을까요? 요즘은 과거보다 미디어가 발달해 목소리를 낼 기회는 훨씬 많아진 데다 언론은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어 우리 사회가 매우 시끄러운 듯 보이는 겁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갈등은 어떤 사회에서든 상수로 항상 존재했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갈등이 순화돼 나타난다"면서 "현재 온라인에서든, 현실에서든 이해집단 간 갈등이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요즘은 갈등을 순화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 정치·언론·교육 등의 분야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언론·교육 등이 올바른 모습을 갖춰야 갈등을 사회발전을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한국사회의 갈등 양상은 순기능적인 측면보다 역기능적인 측면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허 교수는 "정치는 다양한 이해 집단 사이에서 조화와 타협을 만들어내는 '타협의 예술'을 보여줘야 하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정치를 오로지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면서 "정치적 담론은 실종되고 사회의 각기 다른 이해집단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목소리를 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은 온라인에서 조회 수를 높이는 데만 열중하면서 사회적 여과장치가 아니라 개인의 목소리를 순화 없이 확대해 들려주는 '확성기'와 다름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언론이 충분한 검증이나 여과 없이 각자의 주장이나 사회적 논란에 대해 그대로 보도해버리면서 사회 갈등은 더욱 커지고 이해집단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오로지 대학 진학을 지향하는 교육을 해왔기에 개인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상식을 내면화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교육이 파행적으로 흘러오다 보니 개인은 합리적인 태도와 상식을 내면화하기보다는 자기주장을 하는 것만이 '자유'라고 여기며 무조건 자신의 주장이 옳고 자신과 견해가 맞지 않으면 틀렸다고 여기며 불만을 표출하는 게 일상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 허 교수는 "정치와 언론, 교육이 제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다양한 가치 갈등에 대해 발전적인 타협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이는 공동의 가치를 잃고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 국민들에게 갈등을 합의로 승화시키는 것을 자연스레 교육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언론은 검증·여과 기능을 충실히 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성찰해 공기로서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며 "온라인에 떠도는 소문과 논란들, 거짓 뉴스에 대해 팩트체크해 보도해야 하고, 조회 수를 끌어내기 위한 확성기 역할을 그만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8-07-30 10:11:56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

[생각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소통 통로 아닌 갈등 통로 된 SNS?

한국 사회가 혐오로 물들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온라인에서는 갈등이 한층 더 고조되는 모양새다. '익명성'을 무기로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난무하고 공격성 발언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커뮤니티와 SNS가 소통의 창구가 아닌 갈등의 창구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갈등의 순기능은 상실되고 무분별한 혐오와 분노만이 남는다는 우려로 온라인에서의 갈등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한층 더 건강한 '개방 사회'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 속 갈등이 혐오로…세대, 국적, 종교, 성별 등 다양'극혐'(극도로 혐오한다)이라는 표현은 온라인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을 대변한다. 남성은 여성을 극혐하고 그런 남성에 대해 여성들은 극혐으로 맞불을 놓는다. 여성 관련 기사에 '김치녀 극혐'(이기적인 여성이 싫다)이라는 댓글이 줄을 잇고, 남성 관련 기사에 '한남충 극혐'(벌레 같은 한국 남성이 싫다)이라는 댓글이 끊이지 않는다.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광복 이후 1970년대까지 이념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은 세대, 국적, 종교, 성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분출되고 있다. 문제는 갈등이 혐오로 번지면서 표현 수위마저 도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에 대한 기사에는 댓글로 '난민 혐오'에 가까운 공방이 벌어졌다.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서는 남성 혐오에 천주교 혐오가 더해진 성체 훼손 사건까지 발생하며 많은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앞서 워마드에서는 이용자가 호주 남자 어린이를 성폭행하겠다고 공개 선언하는가 하면, 남성 누드모델 나체 사진을 유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3일 "워마드에서 유통되는 차별·비하·모욕·반인륜적·패륜적 정보를 중심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온라인상의 차별·비하 표현은 혐오 풍토 조장을 넘어 자칫 현실범죄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익명성 기댄 무책임 발언" vs "개방사회로 가는 과정" 사람들은 확산성이 큰 온라인 공간에 익명성이라는 무기가 더해져 사회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IT가 발전하며 사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봤다. 2013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사회 갈등이 더 심각해졌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65.3%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사회 갈등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갈등이 빠르게 퍼지는 원인으로 '인터넷과 SNS를 통한 빠른 유통'(79.7%)을 지목했다. 또 상당수 응답자가 사회 갈등의 원인으로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65.6%)을 지적했다. 이에 반해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심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회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약간의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을(乙)'들이 상실된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익명성에 기대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긍정적이다"면서 "개방적인 사회로 발전하며 인그룹(in-group·구성원간에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집단)이 물 위로 올라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극단적인 표현, 강경 발언 등 부작용을 줄이고 건강한 방향으로 가려면 온라인 공간에서 표현의 장을 지금보다 더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8-07-30 10:11:42

장흔성 경상북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생각이 다른 사람과잘 지내기)경상북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장흔성

"다문화가정은 선주민보다 한층 낮은 지위에 있을 때만 도와줘야 한다는 시혜적 인식에서는 문제 해결이 안됩니다. 선주민과 이주민이 주인과 손님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이 될 때 함께 상생할 수 있습니다." 장흔성 경상북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같이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는 경제적 우열보다는 각자가 갖고 있는 긍정성이 인정되고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장 센터장은 국제결혼이 자연스러운 이민선진국과는 달리 관 주도적인 국제결혼의 형태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의 시초가 됐다고 설명했다. 장 센터장은 "자연스러운 국제결혼이 아니다. 농촌 총각 등 나이 많은 남성들이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 여성들과 지자체의 중개비용 지원 등을 통해 결혼했다"면서 "이주여성의 한국어 소통능력 한계도 선주민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편견의 고착화가 이뤄졌다"고 했다. 장 센터장은 "수천년 동안 한민족'한핏줄을 자부심으로 삼아 온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대의 격에 부합되는 접촉과 교류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을 외면했다"면서 "저출산'고령화시대에 이주민과 함께 공존하지 않으면 선주민의 안녕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식전환을 위해 이주민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인식개선 교육이 전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식을 바꾸고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장 센터장은 "인식 개선은 단기적 효과보다는 장기적 감수성을 높여야 하므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문화가정 구성원이 사회복지 비용을 소비하는 대상에서 벗어나 생산성이 높은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개별 역량 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 센터장은 다문화가정 자녀의 이중언어 교육은 글로벌 인재양성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문화가정 구성원이 한국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돕기 위한 사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장 센터장은 "경북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자체 직접 예산을 투입해 유아기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시'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도민의 다문화 감수성 함양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이주민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긍정적 기여도를 높이는 등 선주민이 이주민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07-23 14:50:03

경상북도는 다문화인식개선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사진은 경북도 다문화노래자랑 모습. 경북도 제공

(생각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차별이 아니라 차이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하다.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으로 보는 일부 시각도 존재한다. 다문화가정 자녀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갈등을 가져올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이주민 편견 여전다문화 이주여성은 대구경북을 제2의 고향으로 삼거나 '코리아 드림'을 안고 입국했지만 여전히 억울한 대우를 받고 차별을 겪는 일이 많다. 특히 경북도에는 다문화가정이 많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결혼이민자는 2013년 1만1천856명, 2014년 1만2천620명, 2015년 1만3천45명, 2016년 1만2천986명, 2017년 1만3천640명으로 증가중이다. 1990년대 이후 국제결혼이 늘면서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자녀도 급증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자녀는 2013년 1만1천574명, 2014년 1만2천578명, 2015년 1만2천712명, 2016년 1만1천775명, 2017년 1만1천755명으로 집계됐다. 중국인 출신 A(42'경산) 씨는 "학부모들이나 동네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 한다고 하면 의아해 한다. 다문화가족 아이들은 공부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가끔 '아이가 한국말을 잘 하느냐'고 물으면 정말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필리핀 출신 B(44'구미) 씨도 "아이가 학교 갈 때 새 옷을 입고 가거나 학용품을 사면 친구들이 '너희 집에 돈 있어'라고 자꾸 물어서 속상해 한다"면서 "내 친구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니 무료급식 통지서를 받아왔다고 했다. 다문화가정은 가난하다는 인식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C(28'구미) 씨는 최근 마트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는 과정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금액이 많이 나와서 반품하려고 했는데 점원이 짜증을 낸 것이다. C씨는 "한국말이 서툴다보니 점원이 바쁘니까 뒤로 나가서 정리해서 다시 오라고 해서 부끄럽고 속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편견 극복해야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은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다문화가정 학생이 성인이 돼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차별 등의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이미 군대에 간 다문화가정 출신 자녀들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가 노동력을 필요로 해서 초청한 사람이다. 그들이 없으면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다문화가정과 그 자녀들은 더 이상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경북도 관계자는 "국민들이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각국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초보적이고 기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문화가정도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미취학 아동들과 초등학생 등 미래 세대들이 다문화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을 미리 막기 위한 인식개선 교육을 어릴 때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규식 경북도 여성가족정책관은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드는 초고령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주민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다문화'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8-07-23 14:47:46

대구시의회 개원 첫 날인 2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의원 5명이 자유한국당 대구시의원들의 상임위원장 '독점'에 반발하며 전반기 의장단 투표에 보이콧을 선언, 파행을 겪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정치, 그 가능성의 예술'을 보고 싶다

정치 관련 레토릭(rhetoric'미사여구) 중 하나인 '가능성의 예술'은 정치가 다양한 이해관계를 통제하고 조화시킨다는 관점이다. 프로이센을 강대국으로 키워낸 19세기 독일 정치가 비스마르크는 불굴의 의지와 용기가 있으면 정치적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썼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정치라는 견해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에서는 이 말이 종종 엉뚱한 상황에 등장한다. 정치판에선 어떠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합리화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초점은 '가능성'이란 단어에만 맞춰지고 '예술'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그 가능성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때가 잦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말 출범했어야 할 후반기 국회는 원 구성 협상에만 40일 넘게 걸렸고, 6'13 지방선거로 출범한 새 지방정부'의회는 출발선에서부터 삐걱대고 있다. 가능성의 예술을 보고 싶어하는 유권자들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화주의 정신17일은 제70주년 제헌절이다. 제1조 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적시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하지만 여야가 지난 10일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 가까스로 합의하지 못했다면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 없이 경축식이 치러질 뻔했다. 제헌절 행사가 국회의장 없이 진행된 사례는 15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앞둔 1998년에 있었다. 의장단 선출 방식을 놓고 여야가 대립, 원 구성을 하지 못했고 직전 국회의장인 김수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경축사를 했다. 15대 후반기 박준규 의장은 그해 8월 3일에야 선출됐다. 20년이 지났지만 국회 공백 사태는 전반기와 후반기, 2년 주기로 되풀이되고 있다. 이유도 거의 똑같다.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단을 놓고 서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정당 간 밥그릇 싸움에다 정국 현안을 둘러싼 힘겨루기 과정에서 원 구성이 협상 수단으로 전락하는 탓이다. 이런 구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형식적으로는 군주제도 전제주의 국가도 아닌 만큼 민주공화국이라고 강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헌법정신이 추구하는 바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국어사전에 '두 사람 이상이 공동 화합하여 정무(政務)를 시행하는 일'로 풀이된 '공화'(共和)는 공적 가치가 핵심이다. 그러나 올바른 도리에 따라 공공을 위해 봉사하기는커녕 시대착오적인 계파 정치로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혈안이 된 정치권은 유권자의 심판을 받기 마련이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화주의가 결여되면 민주주의도 제대로 설 수 없다"며 "다수결에서 반영되지 못하는 소수자, 약자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이 담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리당략보다 공공선을 위해 경쟁해야 우리 사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거대한 정치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구경북(TK) 역시 시대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6'13 지방선거에선 민심 변화가 뚜렷하게 확인되면서 역대 지방선거 사상 가장 많은 진보 계열 정당 소속 지방의원이 탄생했다. 이는 지역사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 반길 만한 일이다. 공화주의는 다양한 세력이 공공선을 두고 경쟁할 때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이야말로 지방의회가 견제와 균형의 외형적 틀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특정정당 독점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아직 갈 길은 요원하다. 광역'기초 가릴 것 없이 대구경북 대부분 지방의회 의장단, 상임위원장 자리를 자유한국당이 '힘의 논리'로 독식하다시피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통해 "대구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의석이 과반인 수성구의회는 최초로 민주당 소속 의장이 탄생했고 협치를 통해 원활하게 원 구성을 마무리한 반면 대다수 지방의회는 의장단을 한국당이 독점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유권자 민의를 무시한 처사이자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혼란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 수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다당제 속에서도 옛 악습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당론이란 미명(美名) 아래 협의를 거부하고, 관행이란 핑계 뒤에 숨어 짬짜미하는 짓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혜정 대구시의회 부의장(재선)은 이와 관련해 "관행에서 탈피해 새로운 생각으로 나아가겠다"며 "당의 입장을 떠나 오로지 시민 중심으로 현안들을 판단하겠다"고 다짐했다. ◆관용과 토론 문화 정착 시급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인 볼테르는 "당신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권리는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지켜내겠다"는 명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다른 생각을 말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관용이야말로 나와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일 줄 모르는 우리 정치권이 유념해야 할 가치다.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불렀다. 토론이 사라진 조직에서, 상명하달에만 익숙한 풍토에서 창의성이 발현되기는 어렵다. 특히 대구경북처럼 유교문화가 뿌리깊게 남아있는 지역에서는 같은 당 소속이라 하더라도 선수(選數), 나이 등에 따라 발언권이 은연중에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사회에서든 토론이 중요한 까닭은 쟁점을 분명히 밝히고 더 나은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을 통해 정치'정책 조정력이 길러지면 사회 전체에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막을 수 있다. 김영철 대구시 2030비전위원회 공동위원장(계명대 교수)은 "보수적이고 혈연'지연'학연을 중히 여기는 대구경북은 위계(位階)에 따른 폐해가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에도 만연하다"며 "토론 과정에서 차이를 인정하고 새로운 합의를 모색하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8-07-17 05:00:00

서성교 정치평론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경쟁과 협치의 지방자치

민선 7기 지방자치가 새롭게 출범했다. 다행스럽게도 6.13 선거에서 대구경북은 정치 독점 구조가 깨졌다. 완전 경쟁 수준은 아니지만 견제와 경쟁의 토대는 마련됐다. 그동안 독점의 폐해는 컸다. 무능한 정치에 지역 발전은 후퇴했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수십년째 전국 꼴찌다. 청년실업률은 물론이고 일반 실업률도 전국에서 제일 높다. 미래 발전 비전은 고사하고 변변한 기업 하나 유치하지 못했다. 경북은 구미와 포항 덕분에 먹고 살았지만 그것도 과거 이야기가 되었다. 선거 민심은 과거 심판과 미래 희망이다. 지방정부든 의회든 이 뜻을 잘 새겨야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한 다층적인 협치에 나설 때다. 우선 대구와 경북이 협력하여 그랜드 비전을 짜야 한다. 세계화 이후 광역도시간 경쟁은 첨예화되고 있다. 일본은 광역권 행정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지자체들도 상호 협력하여 지역 특성화에 성공하고 있다. 중앙 정부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 지역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지방 정부와 의회간 협치도 필요하다. 거수기에 불과했던 의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제왕적 단체장에 대한 견제, 정책의 투명성'민주성 제고를 위한 균형의 힘을 키워야 한다. 창의적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한다. 주민 참여를 통한 민관 협치(private public partnership)도 확대해야 한다. 지방 의회 내 여야 간 경쟁과 협치도 중요하다. 정당 간의 경쟁, 의원들 간의 개인적 경쟁도 이뤄져야 한다. 혁신에는 '창조적 소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안전, 교통, 환경, 교육, 주택 문제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협치란 단순히 정당간에 자리 나눠먹기가 아니다. 책임을 공유하고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것이다. 권위와 독점의 시대는 끝났다. 경쟁을 통한 창조적 도전, 협치를 통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서성교 정치평론가'바른정책연구원 원장

2018-07-17 05:00:00

천선영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벌어지는 성 대결이 혼인율 감소, 이혼율 증가, 가족 해체, 저출생으로 이어지는 등 국가적 위기상황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북대 제공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천선영 경북대 교수 인터뷰

천선영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10여 년 동안 학교에서 젠더 강의를 하고 있다. 젠더가 전공이 아닌 그가 젠더 강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젠더 이슈를 둘러싼 남성과 여성의 생각 격차가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믿고 있기 때문. "우리 인생사 전반에 특히 연애, 결혼, 출산과 육아 등의 과정에 있어 성과 젠더 문제가 얼마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성 대결은 혼인율 감소, 이혼율 증가, 가족 해체, 저출산(천 교수는 저출생이라고 표현했다)으로 이어지는 등 국가적인 위기상황을 야기시킬 수 있어요. 앞으로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가 막대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 됩니다." 천 교수는 "상황이 이런데도 그동안 역대 정권들은 하나같이 출산장려금처럼 돈으로 막을 궁리만 해왔다"며 "보다 근본적으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124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저출산 타개 정책을 펼쳤지만 약효가 전혀 없고, 심지어 올해 출생아 수가 30만명대에 머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기사를 읽었어요." 그는 예견된 결과라고 했다. 그래서 성별 젠더인식 격차 해소 노력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성세대는 차치하더라도 젊은층의 성과 젠더 문제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는 교육에서 찾아야지요. 현재 대부분 대학에 여성학 관련 학과는 물론 강의가 거의 사라졌어요.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지요. 이처럼 젠더에 무지한 대학을 바꿔야 합니다." 천 교수는 "젠더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대학이 젠더수업을 많이 개설하고 젠더 관련 교육프로그램 확충, 젠더연구소 설립 등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국가적 관심도 필요하다"며 "남녀의 젠더 의식 격차를 줄이는 길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앞당긴다"고 강조했다.

2018-07-10 05:00:00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여성단체 시위대가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남혐 vs 여혐, 젠더 대결

#대구 A중학교 체육시간. 이날 수업은 줄넘기를 5분 이상 하는 것. 대부분의 학생은 5분도 되기 전에 멈췄지만 유일하게 한 여학생만 살아남았다. 이 여학생은 6분이 넘게 뛰었다. 체육 선생님은 숨을 헐떡이며 그 여학생을 쳐다보는 남학생들을 향해 "여자가 어떻게 남자보다 더 잘하냐"라고 했다. 이 여학생은 체육선생님의 이 한 마디에 기분이 상했다고 했다.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B중학교 체육시간에서는 100m 달리기 시합이 있었다. 체육 선생님은 신체적 약자인 여학생들을 고려해 남학생들보다 조금 앞에서 출발하도록 했다. 남학생 중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한 한 학생이 선생님의 지시에 반발했다. 학생은 "나보다 더 키가 큰 여학생도 많은데, 성별로 출발 위치를 나누는 것은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의 두 중학교 체육시간의 헤프닝은 최근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여혐·남혐으로 대변되는 최근 우리 사회의 성대결이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젠더 이슈를 둘러싸고 남성과 여성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처럼 '남녀 갈등'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등 사회문제화된 적은 극히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홍익대 누드크로키 수업 나체 사진 유출사건과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 성추행 의혹사건에서 파생된 논란으로 '성 대결'이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일베, 워마드 등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촉발되던 성전(性戰)은 오프라인으로까지 나왔을 정도다. 여혐·남혐 대결이 왜 벌어지고 있으며, 어떤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거리로 나온 혐오, 남혐 vs 여혐지난달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의 반라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마스크와 선글라스, 가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벗은 몸에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또 '내 의지로 보인 가슴 왜 삭제하나', '현대판 코르셋에서 내 몸을 해방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여성의 반라 사진을 삭제하는 페이스북의 규정을 규탄하기 위해 상의를 벗은 채 거리에 나선 것이다. 5월에도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의 피해자가 남성이라 경찰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보는 여성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한 포털사이트 카페 여성회원 1만2천여명이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대규모 시위를 통해 "동일 범죄를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 판결, 워마드는 압수수색이지만 소라넷은 17년 방관"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올 초 서울 홍대입구역에서는 여성단체와 남성단체 회원 간 설전이 벌어졌다. 한 여성단체 회원 60여명이 홍대걷고싶은거리 여행무대에서 제천 여성 학살사건에서 네티즌들이 제천 여성 피해자들을 비하하는 게시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며 이들에 대한 처벌과 소방당국의 현장 상황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가졌다. 이에 남성단체 한 회원이 이날 여성단체 집회를 반대하기 위해 1인시위를 벌이면서 경찰을 긴장케 한 것이다. ◆남자는 되고 왜 우린 안되나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한 20대 여성 김현지(가명) 씨를 만났다. 그는 "남자는 웃통을 벗으면 상남자 대접을 받는데, 왜 여자는 항상 가려야 하는가? 2000년대 들어 여성을 소비하는 콘텐츠가 넘쳐나기 시작하면서 편견이 더 심화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웃통을 한 번 벗어던진 적이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 열린 탈코르셋 시위 등에 참가하면서다. 그는 "외모 평가, 외모로 인한 차별 등 성적 대상화가 여성에게 더 심하게 작동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며 "이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탈코르셋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도 대한민국 사회의 양성평등 지수는 세계적으로 떨어진다. 이런 구조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현대사회에 있어 모순덩어리"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 사회의 성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7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 격차지수는 0.650점으로 총 144개국 중 118위였다. 에티오피아(115위), 튀니지(117위)보다 뒤졌다. 성 격차지수는 매년 각국의 경제·정치 등 4개 분야, 14개 지표에서 성별 격차를 측정한 수치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양성평등을 이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남성이 역차별받는 시대취업준비생인 최모(31) 씨는 "넷페미들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남성에게서 찾는다. 양보 없이 뭐든 더 내놓으라는 식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남성의 병역 의무나 취업 때 군 가산점 폐지 등 요즘은 남성이 오히려 역차별받는 사회"라고 반박했다. 그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공공주차장 어디를 가더라도 '여성전용' 딱지가 붙어 있는 곳이 많다. 건물이나 빌딩에도 곳곳이 여성전용 공간이다. 또 여성가족부라는 부처는 있는데, 왜 남성가족부는 없는가. 여성들이 밖으로는 평등을 외치면서 안으로는 약자 운운하며 배려를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꾸준한 대화와 교육이 절실하다전문가들은 남녀 갈등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에 기댈 게 아니라, 문화와 인식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교육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대학에서 여성학을 다루는 학과가 계속 사라지고 있다. 지역에는 계명대 외에는 여성학과가 있는 대학이 없다"며 "요즘 사회과학책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페미니즘을 다룬 책인데, 대학에선 페미니즘 관련 교양과목은 돈이 안 된다며 없애고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남녀 간 인식 전환이 가장 절실한 과제다. 대학교육을 활성화시키고 대화의 장을 많이 만들어줄 때 인식 전환이 이뤄진다"고 제안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혼여성 지원제도, 육아와 양육을 위한 지원금 등 관련 법과 제도는 거의 다 있다. 따라서 법과 제도를 고쳐서가 아니라 여전히 성차별을 합리화하는 사회문화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언론과 교육의 중요성이 그래서 필요하다. 아울러 인식의 확장을 통해 남성과 여성은 대결상대가 아니라 공존해야 하는 존재라는 점을 자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07-10 05:00:00

2016년 12월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윤씨와 그녀의 지인들. (왼쪽부터 김미경씨, 이범주씨, 손종남씨, 사윤수씨, 김주권씨, 전국진 씨)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잘 지내기] 촛불 VS 태극기

하나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동일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일까, 한국인은 생각과 태도가 서로 비슷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주거지역과 나이, 직업과 학력, 취미 등이 제각각임에도 한 핏줄, 한 민족이라는 관념 아래 나와 다른 생각, 낯선 행동을 좀처럼 용인하지 않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이 올해 상반기에 조사, 발표한 설문('글로벌서베이: 분열된 세상')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사회 관용도는 조사대상 27개국 중 26위였다. '사회적 배경, 문화, 사고방식 등이 다른 사람을 당신은 얼마나 관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20%만이 '매우 관용적'이라고 답했다. 27개국 평균(4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관용도 꼴찌는 헝가리(16%), 1위는 캐나다(74%)였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한국사회를 분열시키는 가장 큰 갈등 요인으로 '정치적 견해차'(61%)를 꼽았다. 또 한국인의 35%는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정치적 관점이 다른 집단'을 지목했다. 이는 조사대상 27개국 중 불신도 1위에 해당한다. 열린 자세와 소박한 삶으로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행복을 위한 10가지 지혜를 강조한다. 그 중 첫 번째 말씀은 '자신의 삶을 살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살게 내버려두라.' 이고, 아홉 번째 말씀은 '남을 개종시키려 하지 말고 남의 신념을 존중하라.' 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말씀이다.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우리사회는 좀처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못한다. 불인정을 넘어 불신하고 혐오하며, 심지어 악(惡)으로 규정한다. 매일신문은 창간 72주년을 맞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기' 기획 시리즈를 7회에 걸쳐 펼친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 남성 혐오와 여성 혐오, 지역감정과 정치관점차이,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 소통의 대명사 SNS가 오히려 편견과 단절의 담을 쌓는 현상을 짚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 시리즈 첫 번째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집회에 열심히 참가했던 사람과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만나 그들 각자가 말하는 '정의'와 '애국'을 들었다. ◇ 촛불집회에 열심히 참가한 사윤수씨 사윤수(54)씨는 2016년 말부터 동지섣달 엄동설한 내내 대구와 제주도, 광화문에서 열리는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 꼬박꼬박 참여했다. 그녀는 "나는 애초부터 박근혜 정권에 대해 진정성과 신뢰를 느끼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후 국민을 기만하고 나라를 상식 이하로 추락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집권 후 때마다 의상을 바꿔 입었고, 원고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말 한마디 소신 있게 할 줄 모르며 질문과 소통을 경계했다. 구시대 왕조의식에 젖은 권위와 국민을 외면하는 아둔함, 균형감각과 유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정권 유지를 위한 남북관계 악용, 역사의식조차 없이 한일위안부 협상 합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국정원 비리, 국립대학교 진보성향 총장 임용거부, 세월호 사고 때 보여준 비정상적인 언행, 최순실 폐단 등등 실책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은 가족사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나약한 존재로 애초에 행정수반으로서는 부적격자였다."고 말한다. 그녀는 촛불집회에 열심히 참여했지만 그 이유가 자신이 진보주의자라거나 남다른 애국자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이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그러니 촛불 집회를 단순히 진보의 반란이나 당파 싸움 쯤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그것은 성숙한 국민들이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고발하고 나라의 기본을 바로 세우려는 열망의 상징이었다. 촛불집회에는 어린 아이나 청소년 자녀를 둔 가족 단위 참여도 많았는데 부모들은 자식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현장에서 학습시키고, 심신이 건강한 국가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컸다." 사윤수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대해서 "그들도 그럴 권리가 있다. 그러나 군주를 맹신하고 존경했다할지라도 실책이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교육 이념에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런 판단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태극기 집회는 비상식적이고 비자발성도 관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녀는 문재인 정부의 장점으로 '소통과 신뢰'를 들었다. "소통이 되고 있다는 건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그리고 신뢰감을 준다. 올해 남북관계의 엄청난 발전도 대통령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한국의 보수라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경우가 드물다. 과거 기득권층은 친일로 부역하고, 병역을 대부분 기피했으며, 반공을 앞세워 약자를 탄압하고, 탈세를 일삼아 부를 축적했다. 현재 보수는 성장을 앞세운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옹호하며 분배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녀는 "재벌을 상대로 노동권을 주장하면서도 자기보다 약자인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민주노총은 진보가 아니다. 공동체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추구한다면 보수든 진보든 무의미하다." 며 '약자의 말이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말에 귀 기울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의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미국 학자 하워드 진의 말을 인용하며 민주노총이 보여주고 있는 작금의 태도를 비판했다. 사윤수씨는 "우리 사회는 이당저당, 좌파우파로 끊임없이 분별하고 대립한다. 인류의 불행은 그 소모적인 분별 때문에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인식 아래 큰 틀에서 연대하고 이해와 포용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지구 공동체의 평화에 동참하고 각자의 삶도 구원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한국인을 넘어 전 인류 상호간 협력과 이해를 당부했다. ◇태극기 집회 참가 문승훈 씨 문승훈(38) 씨는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1년 4개월 동안 토요일마다 대한애국당과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가 공동주관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 대구, 부산, 천안 등 지역을 가리지 않았으며 참여 횟수는 대략 60회다. 그는 태극기집회 참가 이유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국민께 알리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박근혜 대통령 구명은 '박근혜 개인'의 명예회복을 넘어 무너진 대한민국의 법치를 바로 세우고, 정의와 진실을 밝히는 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씨는 "박 대통령 탄핵 당시 한 언론사에서 소유주 불명의 태블릿 PC를 들고 나와 그것이 최서원(최순실)씨의 것이며, 그것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연설문을 일반인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확인되지 않은 온갖 루머가 쏟아져 나왔다. 그뿐인가?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굿판을 벌였다, 성형시술을 했다, 밀회를 가졌다. 최순실이 전투기 사업에 관여했다, 정유라가 박근혜 대통령 딸이다 등등 하나같이 국민들의 감성적 분노를 자극하는 이야기로, 마치 대통령이 최서원(최순실)씨의 꼭두각시인 것처럼 각인시켰다. 국민들은 이에 분노했고, 너도나도 탄핵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소문들 중 어떤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고 주장했다. 그는 가짜촛불과 편향된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농단'이라는 헌법에도 없는 희한한 죄명을 뒤집어 씌웠다고 비판했다. "대체 국정농단의 법적 정의가 무엇인가? 처벌규정은 어떻게 되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는가? 아니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면서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실망하고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언론과 거짓촛불세력에 선동당하고 이용당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사람들 숫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 참가 문승훈 씨 문승훈(38) 씨는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1년 4개월 동안 토요일마다 대한애국당과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가 공동주관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 대구, 부산, 천안 등 지역을 가리지 않았으며 참여 횟수는 대략 60회다. 그는 태극기집회 참가 이유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국민께 알리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박근혜 대통령 구명은 '박근혜 개인'의 명예회복을 넘어 무너진 대한민국의 법치를 바로 세우고, 정의와 진실을 밝히는 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씨는 "박 대통령 탄핵 당시 한 언론사에서 소유주 불명의 태블릿 PC를 들고 나와 그것이 최서원(최순실)씨의 것이며, 그것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연설문을 일반인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확인되지 않은 온갖 루머가 쏟아져 나왔다. 그뿐인가?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굿판을 벌였다, 성형시술을 했다, 밀회를 가졌다. 최순실이 전투기 사업에 관여했다, 정유라가 박근혜 대통령 딸이다 등등. 하나같이 국민들의 감성적 분노를 자극하는 이야기로, 마치 대통령이 최서원(최순실)씨의 꼭두각시인 것처럼 각인시켰다. 국민들은 이에 분노했고, 너도나도 탄핵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소문들 중 어떤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고 지적했다. 그는 가짜촛불과 편향된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농단'이라는 헌법에도 없는 희한한 죄명을 뒤집어 씌웠다고 비판했다. "대체 국정농단의 법적 정의가 무엇인가? 처벌규정은 어떻게 되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는가? 아니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면서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실망하고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언론과 거짓촛불세력에 선동당하고 이용당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사람들 숫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문승훈 씨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정책을 서두르다보니까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실업문제, 자영업자문제, 경제와 교육문제 등 한둘이 아니다" 며 "문재인 정부는 이미지 정치에 몰두하며 오직 보여주기식 쇼만 잘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대립은 이제 좌우의 대립을 넘어 진실과 거짓의 싸움이 되었다. 좌파든 우파든 개인의 행복과 정의로운 국가를 염원한다는 점은 같지 않은가? 자신의 이념을 떠나 단 한번이라도 마음의 문을 열고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를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태극기 집회에 한 번 와 보는 것도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태극기 집회를 이끌고 있는 대한애국당 조원진 공동 대표는 "대한민국 보수우파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들고 저항한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이며 그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3월 1일 태극기 집회에는 무려 500만 명의 애국 국민이 참가했고, 2018년 6월 현재도 매주 수차례의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누적인원으로 따지면 2천만명이 넘는다. 태극기 집회는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세력이 될 것이고 핵심변수가 될 것이다" 며 "태극기 집회는 촛불처럼 연애인과 민주노총, 학생 같은 조직동원이 아니라 순수 자발적이고 서민의 애환이 닮긴 진정한 국민혁명이고 투쟁이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다수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고, 불법을 저지른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통치행위와 같이 국정 수행을 한 것이다. 깨끗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혼신이 힘을 다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2018-07-0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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