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골프 에티켓] <17>캐디에 대한 배려

경기보조원도 동반자, 이름 불러볼까요?

골프 에티켓 2 골프 에티켓 2
골프 에티켓 1 골프 에티켓 1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구절이다. 캐디 혹은 골프경기 보조원을 '언니'로 부르는 경우를 자주 본다. '언니'는 여자들이 나이가 위인 동성을 친근감 있게 부르는 표현인 걸 생각해보면 나이 많은 남자 골퍼들이 쓰기에는 부적절하다. 그래서 이름표를 카트 내부 혹은 모자에 부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높임말과 예사말이 대화 속에 분명한 우리 말에서 호칭은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남자들 사이에서 처음 만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우선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쓰고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감정노동자인 경기 보조원을 배려하는 첫 번째는 '그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육체노동자이기도 한 이들의 수고를 십시일반 거들 수 있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먼저,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 플레이를 준비하자. 전체 경기의 흐름을 느리게 만드는 대표적인 것이 준비성 없는 동반자이며 이런 골퍼의 플레이를 이끌어야 하는 캐디는 힘이 든다. 본인의 순서가 되면 지체없이 셋업에 들어가야 된다. 자신의 차례가 되어서야 장갑을 끼고 골프공과 티를 찾는다면 그런 민폐도 없다.

둘째, 찾지 못하는 공에 대해 미련을 버리자. 사라진 공을 귀신같이 잘 찾는 캐디들도 있지만 부족한 본인 실력을 먼저 탓해야 한다. 숲으로 들어간 골프공을 찾는 시간과 노력 때문에 정작 다른 동반자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셋째, 디봇과 벙커 정리는 개인의 몫이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뒤를 따르는 팀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 수 있다. 넷째, 그린 위에서 마커를 놓고 본인 공을 집어들자. 그러면 어느 순간 다가와 흙 묻은 골프공을 닦아주며 그린의 상태나 높낮이를 알려주고 방향 제시를 하는 캐디가 있을 것이다.

스크린 골프장이 보편화 되어서 그런지 이런 작은 움직임도 불편해 하는 골퍼를 자주 만나게 된다. 모든걸 캐디에게 의지하는 것은 경기의 재미도 반감되게 함을 명심해야 된다. TV에서 프로 골퍼들이 캐디들과 팀을 이루어 경기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유심히 본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스코어는 스스로 점검하자. 초보때부터 좋은 습관을 가진다면 동반자에게 잘못된 스코어 기록으로 인한 오해를 살 염려가 없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살아온 세월의 절반을 골프를 즐겼다. 많은 동반자들, 캐디, 전세계 곳곳의 골프장을 경험했다. 그런 이후 깨달은 것은 골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충분한 연습량과 필드 경험을 통해 동반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은 물론이고 좋은 동반자가 되기 위해 지켜야할 에티켓, 함께하는 경기보조원들을 훌륭히 대할 수 있는 인격,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골프를 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이다. 어느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 좋은 골퍼가 되기 위해서 두루 갖춰야 할 역량이 많은 것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골프 한번 같이 쳐보면 그 사람의 많은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지나온 시간동안 축적한 데이터가 충분히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골프는 예로부터 친목도모의 기능뿐만 아니라 일의 연장선상인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골프를 치면서 받은 인상이 사회생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에티켓이 중요한 것이다. 부족한 실력은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으로, 동반자의 플레이에 방해되지 않는 몸짓을 습관화하고, 동반자들과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캐디들을 포함하여 주위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다면 많은 이들이 함께하고 싶은 골퍼가 될 수 있다.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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