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큐레이터 노유진의 음식이야기] 푸르른 시금치처럼

시금치 시금치

"이제 끝났어요" 저 멀리 수화기 건너 들려오는 아들의 목소리는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아... 다행이다. 아들~ 전역을 축하해"

2018년 5월 해병대에 입대했던 아들이 약 20개월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전역을 했다. 요즘 군대는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아들을 군에 보낸 엄마의 가슴 한쪽에는 늘 일렁이는 파도가 사는 것만 같다. 평소에 관심이 없던 뉴스에 신경이 곤두서고 일기예보에 더 민감해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괜스레 미안해지곤 했으니...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시간도 계절의 변화와 함께 종료되었고 아들은 집으로 무탈하게 돌아왔다. 아들의 전역 후 첫 집밥을 어떤 메뉴로 정하면 좋을까 싶어서 무작정 재래시장을 찾았다.

한창 제철인 파릇파릇한 시금치가 한 무더기씩 담아져 판매되고 있었다. 아들의 전역기념으로 시금치로 저녁밥상을 차리기로 했다. 달짝한 겨울 무 한칼 썰어 넣고 재래된장 술술 풀어서 끓여 먹는 시금칫국은 이맘때가 최고로 맛있다. 9월 중순에서 11월 하순경 파종되어 늦가을부터 판매되기 시작하는 겨울 시금치는 추위에 견디는 능력이 강하고 짙은 녹색을 띤다. 그래서 비타민과 미네랄이 봄이나 여름에 나온 것보다 2배 더 풍부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굳건히 자란 노지의 시금치가 더 맛있는 이유다.

시금치국 시금치국

 

시금치는 전 세계적으로 애용되고 있는 영양 만점의 녹황색 채소로 수분과 비타민, 무기질 등을 다량 함유한 식품이다. 시금치에 많이 들어 있는 엽산은 뇌 기능을 개선하여 치매 위험을 감소시켜주며 기형아 출생 위험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므로 노인과 가임기 여성 및 임산부에게 권장 할 만한 식품이다. 흔히 시금치의 붉은색 뿌리는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뿌리의 붉은색에는 요산을 분해하여 배출시키는 구리와 망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버리지 말고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시금치는 주로 데쳐서 무침용 또는 국거리용으로 요리에 활용하는데 이때 시금치 내에 들어 있는 유용한 영양성분의 섭취율을 높일 방법으로 조리하는 것이 좋다. 가령 비타민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서 시금치나물을 무칠 때는 참기름, 들기름, 깨소금을 함께 넣는 방법이 있고, 비타민C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량의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뚜껑을 열어 살짝 데치고 재빨리 흐르는 물에 씻는 것이 좋다.

시금치무침 시금치무침

섭취 시 주의할 점은 시금치에 다량 들어 있는 옥살산(수산)은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하여 신장결석 또는 방광 결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미 결석이 있는 사람은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고 베이컨이나 햄과 같은 육가공품과 함께 섭취 시 발암물질의 생성 가능성도 보고된 바가 있음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수산은 수용성 성분으로 물에 데치면 어느 정도는 제거가 되므로 시금치는 가급적 데쳐서 먹고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서 가다랑어포, 뱅어포처럼 칼슘이 풍부한 식품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종종 식품과 그 이야기를 찾아 쓰다 보면 식자재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통해서 인생에 대해 배울 때가 있다. 이번 글에 소개한 시금치도 그렇다. 겨울철 새파란 잎사귀의 채소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인내의 시간이었다.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 씨를 뿌리고 한겨울에 수확해 그 달콤한 인내의 맛을 제공하는 시금치처럼 참고 견디다 보면 우리도 달콤한 성과의 열매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어려움의 시간을 잘 참아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이 겨울 들녘에 꿋꿋하게 돋아나온 시금치를 닮은 것 같아서 뜨끈한 시금칫국에 말로 못한 마음을 담았다. "그간 애썼다. 토닥토닥"

 

노유진 푸드스토리텔러 youjini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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