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규·이영철·강주영 작가의 ‘7월의 풍경전’
장이규, 이영철, 강주영 작가의 '7월의 풍경전'이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에서 열리고 있다.장이규 작가는 소나무, 전나무와 같은 상록수를 화면의 축으로 삼아 구성한 풍경을 선보인다. 소나무는 장 작가의 주요 소재이다. 대표적인 작품 '소나무가 있는 풍경'은 서늘한 그림자를 드리운 성하의 깊은 산세 앞에 소나무가 서 있으며, 먼 산과 한 몸을 이룬 소나무의 청명함이 극치를 이룬다.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표지 그림을 그린 화가로 유명한 이영철 작가의 작품에는 주로 연인, 보름달, 들꽃, 꽃밥 등이 등장한다. 밝고 화려한 색상과 함께 세밀한 붓 터치, 실물에 비해 작게 묘사된 인물, 단순화된 형태들이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품을 오래 감상하고 있으면 이 작가 특유의 따스함이 느껴진다.강주영 서양화가의 작품은 관람자에게 강한 에너지를 전해준다. 그의 작품은 형태 이전에 색채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강 작가는 형태보다 현란한 원색에 대한 잔상만 남을 만큼 현기증 나는 보색 대비의 공격적인 원색을 구사한다. 형형색색의 꽃과 나무, 새와 나비로 이뤄진 원색의 꽃 숲은 서로 다른 색상과 색채가 함께 혼합돼 원색의 아름다움이 배가돼 보색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선명한 아크릴물감을 사용해 원근법과 명암법, 여기에 채도와 명도의 높낮이 조절을 통해 선명한 입체적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실제 꽃에서는 보기 힘든 밝고 맑고 경쾌한 색채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선 원시적 생명력이 주는 활기를 느끼게 한다. 꽃 그림이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전해주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12일(일)까지. 053)420-8015.
2020-07-07 13:42:45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 김득신(1754-1822) ‘성하직구’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성근 울타리와 대문 위로 무성한 박 넝쿨이 뻗어 있다. 박꽃이 피었으니 여름날 저녁 무렵이겠다. 사립문 안으로 장독대가 보이고 문 앞에는 농가 삼대의 가족이 있다. 선선한 바람을 기다려 문 앞에 삿자리를 깔고 더위를 식히는 중에도 부지런한 가장은 짚신을 삼는다. 다 만든 한 짝을 옆에 두고 짝을 맞추어 가며 삼는다. 닳아 없어지는 생필품인 데다 짚이 흔한 농가에서는 다들 만들어 짚신 삼는 장면은 풍속화에 자주 나온다. 김득신의 '한여름 짚신 삼기'는 허리에 고정한 끈을 발바닥에 걸어 짚신 바닥을 엮고 있는 모습인데, 윤두서의 그림을 보면 끈을 발바닥이 아닌 엄지발가락에 걸고 있어 좀 다르다.나이든 아버지는 가장인 아들의 손끝을 유심히 보며 요령을 알려주는 듯하고, 어린 아들 또한 할아버지 어깨너머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아버지 손끝을 보고 있다. 인물의 배치와 생김새, 동작이 자연스럽다. 그 옆의 검둥이도. 가장은 아버지에게 배워 아들에게 짚신 삼기를 가르쳤을 것이다. 이 기술은 짚신과 함께 사라졌지만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3대의 삶이 이어져 오늘 우리 모습이 되었다. 막연한 조상, 옛사람, 조선 사람의 호흡이 느껴지는 듯 실감나는 것이 풍속화의 정겨움이다.이 그림을 그린 김득신은 9년 선배인 김홍도가 활짝 열어놓은 풍속화의 신세계에서 활약한 화원화풍 풍속화의 대가이다. 평지돌출로 등장한 김홍도와 달리 김득신은 화원 명문가 출신이다. 아버지 김응리와 외할아버지 한중흥, 삼촌 김응환, 동생인 김석신과 김양신, 아들인 김건종, 김수종, 김하종 등이 모두 유명한 화원이다. 가업을 대물림하는 기술직 중인 집안이 많았지만 개성 김씨처럼 실력 있는 화원을 많이 배출한 예술가 가문은 드물었다.조선시대 화원은 담채를 활용하는 기술이 탁월했다. 궁궐의 장식화나 사찰의 종교화, 여염의 민화 등은 진한 원색을 사용했지만 감상화는 대부분 수묵이나 담채였다. 검소함을 가치 있게 여긴 나라였던 조선의 화가들은 색채의 화려함을 억누른 담채화에 숙달될 수밖에 없었다. 최소치의 색채 효과인 담채는 값비싼 물감을 물을 타 연하게 사용하므로 재료 절감 효과도 있었다. 더벅머리 손자의 핑크빛이 살짝 도는 얼굴색, 상투도 없는 민머리인 할아버지의 얇아지고 옅어진 피부, 머리털이 사방으로 뻗치는 씩씩한 가장의 혈기 왕성한 피부색 등은 몇 그램의 물감만 있어도 못 나타낼 것이 없는 김득신의 노련한 담채 실력을 잘 보여준다. 보물 제1987호인 김득신의 풍속도첩(8점)에 들어있는 그림이라 따로 낙관이 없다.
2020-07-05 15:30:00
대구문학관, 한국전쟁 70주년 기획전시 '피란문단, 향촌동 꽃피우다'
한국전쟁 당시 화려한 문학의 꽃을 피웠던 당시 향촌동의 피란문단과 문학인들의 모습을 조명한 전시가 대구문학관에서 펼쳐진다.대구문학관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기획전시 '피란문단, 향촌동 꽃피우다'를 23일(화)부터 10월 3일(토)까지 대구문학관 4층 기획전시실에서 연다.전시실을 3개 구획으로 나눠 총 3부로 준비된 이번 전시에는 구상의 초토의 시, 최태응의 전후파를 포함한 11권의 대구문학관 소장자료와 당시 미국에 음악감상실 르네상스를 소개했던 음악잡지 에튀드, 신동집의 서정의 유형 등 작품 이미지 10건, 사진자료 10건, 영상자료 1건이 전시된다.1부에서는 향촌동의 골목길을 배경으로 김동리, 마해송,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 유치환 등 당시 대구로 피난 온 작가들의 모습과 글을 드로잉과 영상으로 전시한다.2부에서는 당시 문화예술인의 모임 장소였던 ▷다방 ▷음악감상실 ▷극장의 모습을 재현했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예술인들이 서로 교류하였던 당시의 다방의 모습뿐만 아니라 많은 문인들이 찾았던 음악 감상실 르네상스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극단 신협의 작품 '햄릿', '야화' 등과 피란문인들이 직접 극을 쓰고 출연한 문인극도 극장을 통해 소개한다.3부에서는 한국전쟁기 출간되었던 정훈매체 등 군의 출판물과 피란문인들의 작품을 출간했던 지역의 출판사들 및 출판물을 전시한다.이하석 대구문학관장은 "전쟁의 와중에서도 문학이 쉼 없이 꽃피어났고, 이로 인해 대구는 짧은 기간이나마 한국 문단의 중심지가 됐다"며 "문학관은 피란 문단을 되돌아보고 당시의 흔적들을 찾아 전시함으로써, 대구문학의 한 찬란했던 경험을 각별하게 되새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대구문학관은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서 제한 관람(전시실 내 5명)과 전자출입명부 작성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온라인 대구문학관'의 일환으로 전시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해 인스타그램(@modl1231) 등 대구문학관 SNS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2020-06-22 14:26:02
신라·가야·백제·고구려… 삼국시대 말 갑옷 한자리에
신라와 가야, 백제 지역에서 출토된 말 갑옷부터 고구려 고분 벽화 속 말 갑옷까지, 고대 삼국시대의 말 갑옷 18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지난 12일부터 국립경주박물관(관장 민병찬)이 열고 있는 '말, 갑옷을 입다' 특별전이다.삼국의 말 갑옷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전한 형태로 출토된 함안 마갑총 말 갑옷과 경주쪽샘지구 C10호 말 갑옷, 웅진 백제의 도읍인 공주 공산성 출토 옻칠 말 갑옷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재현품 등을 포함하면 전체 전시품은 140종에 이른다.말 갑옷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 경주 황남동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지금까지 신라, 가야, 백제 시대 말 갑옷이 전국에서 여러 점 출토됐지만 온전한 형태로 확인된 경우는 드물었다. 이후 1992년 함안 마갑총, 2009년 경주 쪽샘지구 C10호에서 완전한 형태의 말 갑옷이 출토되며 고대 삼국의 말 갑옷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계기가 됐다.전시는 총 3부로 나뉜다. 1부 '신라 귀족들의 안식처, 쪽샘지구'에선 10년간의 보존처리를 마친 쪽샘지구 C10호 출토 말 갑옷과 재현품을 전시했다. '신라의 말 갑옷'을 주제로 황남동 109호와 계림로 1호에서 출토된 말 갑옷도 각각 1934년, 1973년 발굴 이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2부 '가야·백제의 말 갑옷'에선 동아시아에서 최대 수량을 자랑하는 가야의 말 갑옷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공주 공산성에서 출토된 옻칠 말 갑옷과 함께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말 투구도 만나볼 수 있다.3부 '고구려 고분 벽화 속 중장기병'은 고구려 고분 벽화에 투영된 고대 중장기병(철기병)의 여러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영상으로도 제작해 관람객 이해를 돕는다.관람은 국립경주박물관 홈페이지(www.gyeongju.museum.go.kr)에서 온라인 예약 신청을 받는다. 현장 접수도 가능하지만 인원은 300명 안팎으로 제한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 발열 확인, 안전거리 1m 이상 유지 등 관람수칙이 있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계속된다.
2020-06-19 06:30:00
'대구예술 희망프로젝트'로 대구 문화예술 다시 꽃 피운다
대구시가 올 하반기 '대구예술 희망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지역 예술인 중심의 문화예술행사를 추진하며,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예술인 복지사업을 확대하는 등 지역 문화예술계 살리기에 나선다.올해 예정돼있던 지역 문화 행사는 코로나19로 당초 계획을 전면 수정해 하반기에 집중 편성된다. 대구오페라축제(8~10월), 대구뮤지컬페스티벌(10, 11월), 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10, 11월), 대구음악제(9월) 등 굵직한 음악 축제들은 8월에서 11월까지 이어진다.7~8월에는 대구관악축제(7월), 포크페스티벌(8월), 유네스코 창의도시 하우스 콘서트(7~10월) 등 대중적이고 친숙한 음악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에게 위로를 건넨다.축제 속 공연은 생활 속 거리두기 기조를 유지하며 온·오프라인 공연을 병행할 계획이다. 뮤지컬페스티벌·오페라축제·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 등은 방역 지침을 준수해 실내 공연 위주로 진행되며, 포크페스티벌은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예정돼있다. 아울러 국내외 예술인 초청을 최소화하고 지역 예술인 참여 기회를 확대해 지역 예술인에게 힘을 실어줄 방침이다.전시의 경우 해외작가 초청교류전을 연기하는 대신 지역 청장년 작가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고 지역작가 작품 구입도 추진한다. 대구미술관은 대구 지역 작가가 참여하는 '새로운 연대전'을 6월16일~9월13일 1전시실에서 사전 예약 관람으로 진행한다. 온라인 전시로는 '희망 드로잉프로젝트'가 6월 중순부터 7월까지 대구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펼쳐진다.아울러 시는 정부에서 마련한 예술인 복지사업인 '예술인 파견지원사업'과 '공연예술분야 창작지원 사업'을 유치해 6월부터 대구문화재단 공모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지역 기업·단체(10개소)와 예술인을 매칭해 협업을 유도하는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은 파견 예술인 50명을 선발해 1인당 월 120~14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한다. 공연예술분야 창작지원금으로 총 70개 단체에 4억5천여만원을 지원해 공연예술 창작 활동과 공연예술 특성화극장 지원에 나선다. 이밖에도 대구예술인지원센터를 통해 지역 예술인의 '예술인활동증명'을 장려해 보다 많은 지역 예술인들이 정부의 예술인 복지사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대구예술 희망프로젝트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예술인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고,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이 힐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0-06-09 15:04:20
'각양각색 10인전' 대구예술발전소, 20일 재개관
대구예술발전소가 올해 첫 기획전으로 독창적인 색을 꽃피운 이 시대의 여성 작가를 재조명하는 '각․색'(각각의 색)전을 20일(수)부터 8월 9일(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2층 전시실에서 선보인다.이번 전시는 회화의 중요한 조형요소이자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인식되는 요소인 '색'을 매개삼아 작품을 하는 작가들이 모였다. 김미경, 신소연, 윤종주, 박정현, 유주희, 원선금, 정희경, 소영란, 정은주, 서지현 등 10명의 여성작가가 회화와 설치작품 90여 점을 통해 작품세계를 보여준다.김미경은 자연, 생명체에 대한 사유를 통해 생명의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재현과 비재현이 공존된 형식으로 표현한다. 자연의 질서와 그 축소판인 인간의 삶, 이성과 감성의 관계성을 표현하고자 한다.신소연의 작업은 존재 유(有), 무(無)의 변화를 색(色)과의 관계적 사유로 통찰했다. 색은 물질화되어 펼쳐지는 실체가 있는 모든 현상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항상 다른 것에 의지하여 생겨나거나 소멸되는 성질의 것으로 보았다.윤종주의 작품은 2010년부터 시작된 '시간을 머금다'의 연작이다. 미묘한 색을 머금은 두 개의 유기체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해마다 좀 더 단단해지고 견고한 하나의 유기체로 변화와 진화를 거듭한다.유주희의 작품 '반복-사유의 흔적'은 작가의 정신성에 반복적 행위성을 더하여 작가가 의도하고자 하는 바와 우연성의 효과가 하나가 되면서 서로에게 응집되거나 확산되는 이미지를 나타낸다. 이러한 색과 이미지의 관계는 시각적인 충돌과 진동을 만들어 물성의 우연적 색상혼합으로 만들어진 흔적이 시각화된다.이번 전시에서는 연주자가 작품을 통해 받은 영감을 표현하고 연주하는 방식의 솔리스트 연주도 진행된다. 전시장에서 펼쳐지는 클래식·국악 솔리스트들의 연주는 전시 기간 중 5회 진행된다.임상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은 "작가들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역할의 틀과 제한된 환경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끊임없이 독자적인 창작세계를 구축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과 삶, 현살과 이상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녹아있는 여성작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개인 관람 신청을 통한 사전 예약제를 실시한다. 개인 관람 신청은 대구예술발전소 홈페이지 내 온라인 신청 또는 전화 접수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매주 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단위로 10명씩 관람 인원을 제한해 1일 9회 총 90명까지 신청 받는다.아울러 대구예술발전소 유튜브에서도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솔리스트 연주 일정(날짜/ 공연/ 연주자 순)5월 29일(금)/ 첼로 연주/ 박승원6월 12일(금)/ 아코디언 연주/ 홍기쁨6월 26일(금)/ 가야금 연주/ 민정민7월 10일(금)/ 바이올린 연주/ 김소정7월 24일(금)/ 해금 연주/ 오나래
2020-05-18 14:27:50
대구예술발전소 10기 입주작가 프리뷰전 'Let me introduce myself'
대구예술발전소가 20일 재개관을 맞아 대구예술발전소 10기 입주작가 프리뷰전 'Let me introduce myself'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6월 14일(일)까지 온라인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재개관에 앞서 온라인을 통해 먼저 공개된 이번 프리뷰전은 올해 초 대구예술발전소 10기 국내 입주작가로 선정된 18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자리로 전시기간 동안 영상, 설치, 회화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시각분야에 강은혜, 김박현정, 김온, 손지영, 윤제원, 이샛별, 이신아, 이은재, 장철원, 최진연, 공연분야에 아트컴퍼니 도아이도, 이다솜, 다원분야에 정찬희, 임현정 작가가 참여한다.아울러 대구예술발전소 1층 로비에서는 입주작가의 협업 작품 'savepoint가 설치돼 1년 내내 만나볼 수 있다. 스팽글 기둥으로 제작된 기념비 형식의 설치물에는 올 한 해 동안 변화하는 대구예술발전소의 풍경이 비춰져 반영되고 누적될 예정이다.이곳을 거쳐 가는 예술가와 방문하는 시민들, 자라나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 기원들이 모여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열어가는 지점이 되는 장소이자 오브제가 되기를 기대하는 입주작가들의 바람을 담았다.
2020-05-17 17:00:03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화가 모름, ‘회혼례도’첩 중 헌수
다섯 장면으로 그린 결혼 60주년 기념의 '회혼례도(回婚禮圖)' 중 세 번째 그림인 '헌수(獻壽)'이다. 헌수는 부모님께 음식을 높이 쌓은 성대한 고임 상을 바치고 장남부터 차례로 가족과 친척, 하객들이 술잔을 올리고 절을 하며 축수(祝壽)하는 의식이다. 헌수는 자손들이 부모의 장수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의례이자 잔치인 회혼례의 목적인 부모님의 건강과 평안을 직접 기원 드리는 중요한 절차였다. 그래서 송시열, 이재 등 예학자들은 회혼례에서 혼례를 재현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속된 행위이며 실제로 유식지가(有識之家)에서는 헌수만 하는데 이것이 옳다고 했다.혼례식을 마치고 중앙에 나란히 앉아 각자 큰 상을 받은 노부부 앞에 남녀유별의 당시 법도에 따라 오른쪽에는 남성 자손과 친지들이, 왼쪽에는 여성 자손과 친지들이 각자 독상을 앞에 두고 두 줄로 마주해 앉아 있다. 앞줄은 머리와 갓에 꽃을 꽂은 직계 자손인데 남자 쪽 9명은 생김새와 머리모양, 옷 색깔 등을 보면 아들이 5명, 손자 2명, 증손자 2명으로 추측된다. 노부부 옆에 상을 받기에는 아직 어린 아이 둘이 있어 증손자는 4명인 것 같다. 왼쪽 앞줄의 7명은 며느리와 딸일 것이다. 맏아들과 맏며느리가 헌수 자리로 나와 첫 번째로 잔을 올리는 장면을 그렸다. 대청 아래로 구경꾼들이 모여들고 있는 참이다.'회혼례도'가 좀 낯선 것은 감상화가 아니라 궁중행사화를 모방해 그려진 기록을 위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원래 이러한 행사화, 기록화는 세자의 책봉이나 가례, 왕이나 대비, 왕대비의 생일 등 궁중에서 이루어지는 왕가의 의례에 참여한 관원들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했던 그림이다. 사가(士家)에서 행사화를 남기는 일은 드물었다.'헌수'의 기와지붕과 기둥, 벽과 마룻바닥, 병풍과 자리 등을 보면 자를 이용해 직선을 그리는 계화(界畵) 양식이고 농담으로 음영을 넣어 입체감을 주었다. 화원들이 궁궐 전각을 배경으로 각종 행사를 그림으로 기록했던 수법이다. 행사 장면을 정면에서 약간 비낀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부감시로 잡아 건물과 인물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시야를 극대화했고 평행사선 투시도법으로 건물을 그려 공간을 설정했다. 인물은 역원근법과 중요도에 따른 주대종소(主大從小)법을 혼합하면서 앞에서 바라보듯 그렸다. 도화서 화원들의 오랜 경험이 축적된 시(視) 방식이자 묘사법이었다. 인물을 그린 풍속화 솜씨도 뛰어나며 원색의 화사한 채색이 잔치 분위기를 잘 전해준다. 크지 않은 화첩그림이지만 대단한 세도가문이 아니었다면 도화서 출신 화가의 솜씨를 빌려 이런 위세품을 남기려는 발상과 실천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3대 수연(壽宴)으로 회갑연, 회혼연, 회방연(回榜宴)이 있었다. 회혼연은 적어도 75세 이상, 과거 합격의 방이 붙은 60주년인 회방연은 대략 90세는 되어야 가능했다. 만약 과거가 있다 하더라도 오늘날이라면 회혼연이 더 열기 어려운 잔치일 것 같다. 오월 가정의 달, 모든 부부께서 해로하시기를..... 미술사 연구자
2020-05-17 06: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