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회관 '야정 서근섭 대나무 소리전'

서근섭 작 서근섭 작
서근섭 작가 서근섭 작가

평생을 묵향 속에서 필묵을 친구삼아 서예와 문인화에 몰두해온 야정 서근섭(75) 작가가 9일(화)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6, 7 전시실에서 '대나무 소리전'을 연다.

전시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올해 첫 기획으로 '아트 in 대구 오픈리그'전을 개최하면서 특별전 작가로 원로 서화가 서근섭 작가를 초대해 올 2월 중순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전시가 연기되면서 이번에 초대전을 열게 된 것.

대나무를 주제로 한 작품 30여 점이 소개되는 '대나무 소리전'은 대나무가 가진 생명력과 기운의 변화를 60호에서 최대 1천 호에 이르는 대작을 중심으로 선보이며, 작가가 오랜 세월 추구해온 서화(書畫)적인 문인화에 새로운 표현양식과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서근섭 작품 경향의 변곡점'을 찍는 전시회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의 22번째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시(詩)·서(書)·화(畵)의 일치를 추구하는 전통 문인화 표현양식에서 화(畵)만을 떼어 강조했고 ▷전통 재료인 한지 대신 캔버스와 두터운 광목을 사용하고 수묵 대신 아크릴 물감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6살 때부터 선고(先考)인 죽농 서동균 선생에게 채본을 받아 수업하면서 묵향과 필묵은 가업이었고 젊을 때는 서예에 몰두했고 1990년대부터 문인화에 천착해 온지 어느덧 70여년이 됐습니다."

대나무는 늘 푸르고 곧고 속이 빈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허심직절'(虛心直節)이라 불려왔고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선비의 이상과 부합되면서 문인화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온 대표적 화목이다.

작가에 따르면 수묵을 이용한 대나무 그림이 정신적·이상적·주관적 세계를 표현한다면, 이번에 선보이는 채색 대나무 그림은 물질적·현실적·객관적 세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모든 작품들은 화제(畫題)가 없고 그림만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전통 문인화에서 화제는 필수적이었으나 지금 시대에 화제를 읽고 해석할 계층도 적고 화제의 뜻으로 인해 그림을 보는 이에게 해석의 제한을 둘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림만 화폭에 넣은 겁니다. 이로 인해 그림에 대한 보는 이의 해석은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바로 '시대적 변화'이다. 그는 수묵 문인화에서 느끼지 못한 현대적인 문인화의 회화성을 강조하기 위해 색을 쓰고 형태를 탈피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대나무 그림의 회화적 미학의 핵심인 기운성과 생동감은 더해졌고 화풍 또한 서양의 추상적 회화처럼 간결성과 함축적인 아름다움이 드러나면서 강렬한 인상과 시각적 장식성이 더욱 짙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작가는 전통 문인화의 규격과 오브제의 구도에도 변화를 주어 현대적 문인화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선고의 그림을 모방했으나 1980년대 독자적 서화세계를 구축하려고 애쓰면서 고전연구도 열심히 했었죠. 1990년대부터 계명대 서예과 교수로 역임하면서 독자적인 서화세계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면서 그 결과로서 이번 '대나무 소리전'을 열게 된 것입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두고 작가로서도 한 획을 긋는 전시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은 '대나무 소리전'에서 서근섭 작가가 문인화에서 처음 시도하는 2분할된 화면구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각기 다른 채색으로 제작된 두 개의 작품을 연결해 하나처럼 보이게 한 작품은 서로 다른 느낌의 화면을 한 폭에 드러냄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이 경우에는 이어진 두 작품의 기운과 전체 구도가 일치해야 하는 등 치밀한 사전 의도 아래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전시는 20일(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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