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손갤리러 이정민 개인전

이정민 작 'Oops, I did it again' (2008년) 이정민 작 'Oops, I did it again' (2008년)

굵은 붓에 물을 흠뻑 적셔 물감을 찍은 다음 화폭을 표현해 나가는 이정민의 그림은 언뜻 거친 듯 하면서도 무언가 내던지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추상화인 듯 한데 다시 보면 어떤 사물을 묘사한 것 같은 그녀의 그림은 일견 애매모호한 면도 있다. 어찌 보면 도시의 빌딩 숲을 간략하게 묘사한 것 같고, 또 어찌 보면 억눌린 내면의 세계를 붓으로 드러낸 것 같기도 하다.

우손갤러리는 21일(토)까지 여류화가 이정민(1971~2019)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정민은 우리 시대 사회문화적 현실에 대한 비전을 영상과 퍼포먼스, 설치와 회화 등 다양한 미디어로 표현해온 작가였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회화작품만 선보이고 있으며 연작 '산책-형태'를 중심으로 최근 10여 년 동안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자칫 작가의 그림에서 곧바로 인식 가능한 사물을 통해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이미지들의 상징적 의미를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그 중에는 구체적인 대상물을 유추할 수 없는 형태들이 절제된 필선으로 감각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작품들의 특징은 굳이 추상이냐 구상이냐를 따지지 않더라도 그녀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사물의 표면을 넘어 인간세계에 내재하는 관념들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정민 작업의 중요 요소인 '산책'은 사회구조 아래서 살아가는 그녀의 형식이자 방법이다. 그녀는 도시를 걸으며 지나치는 풍경 속에서 자신의 정서를 촉발하는 요소들을 발견하고 수집한다. 도심 속 쓸쓸한 공터, 공사장의 철근들, 부자연스럽게 다듬어진 조경용 나무들, 도심 변두리에 버려진 숲에서 시장에 진열된 하찮은 물건과 일상 속 사람들의 표정까지 각양의 삶의 형태가 모두 그녀의 그림의 오브제였다.

원래 동양화를 전공했던 이정민의 필법은 감정을 즉각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정제된 것이다.

생전에 그녀는 "그려지는 대상이나 정황이 본래 가진 힘과 작가의 그리는 행위, 먹과 아크릴이 완전히 섞이지 못하고 만들어내는 물질의 효과로 인해 필선을 흐트러뜨리는 물리적 현상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 무척 매력적이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이정민이 자신의 작업을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나 사물에 느끼는 공감의 여러 원인이 어디서 오는지를 고찰하고 그렇게 얻어지는 감각들을 통해 각자의 산책길에서 삶의 방향을 찾는 원리를 사유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문의 053)427-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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