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예술발전소 '빛, 예술, 인간'전

손경화 작 'Every Second in Between' (2017년) 손경화 작 'Every Second in Between' (2017년)

현대미술의 한 양식인 미디어 아트는 언뜻 그 메시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어두운 실내에 양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마치 기계 부품들이 돌아가는 듯한 기하학적 무늬의 영상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고개를 돌리면 바닥에 빨강, 파랑, 노랑의 네온 형광등이 사다리처럼 설치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TV모니터에선 출렁이는 바다물결 영상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한데 그 메시지를 포착하기란…, 글쎄.

이는 대구예술발전소가 올해 3번째 글로벌 기획전으로 열고 있는 '빛, 예술, 인간'전의 일부 작품들이다.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 14명이 참가한 기획전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 아트, 디지털 아트의 신비성, 심미성, 판타지 등 매체 중심에서 벗어나 오늘날 복잡하고도 획일화된 동시대 사회문제를 다루는 방향으로 접근해 사회성과 개념성을 아우르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해외작가 8명, 국내작가 6명이 참여해 영상 사진 설치 입체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작품 이해를 위해 미술관련 책을 뒤졌더니 현대미술의 한 양식 중 '개념미술'이라는 게 있었다. 개념미술은 언어 사진 설치 등을 매체로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는 아이디어나 과정을 중요시 하며, 좁게는 기호나 문자 등 표현양식을 말하고 넓게는 퍼포먼스나 비디오 아트 같은 새로운 미술형태를 포괄한단다.

이에 비추어 '빛, 예술, 인간'전을 해부해 보았다.

손경화는 독특한 도시풍경의 파편들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대구예술발전소라는 새로운 맥락에서 재해석해 영상과 입체를 보여주고 있었으며, 이한나는 관객의 얼굴에 가면을 입힘으로써 관객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나를 끌어낼 수 있게끔 돕고자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하광석은 고정관념의 반성으로 가상에 그쳐야 할 영상 이미지가 더 있을법하게 보이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연출해 그림자들이 실재의 재현이 아니라 파생실재(시뮬라시옹)임을 알려주고 있다.

고든 마타-클락은 버려진 창고의 철재 벽면을 잘라 거대한 타원형의 구멍을 내고 바닥에는 부채꼴의 단면을 절개해 아래 강의 흐름을 노출시켰다. 이 영상은 건물의 안과 밖을 교대로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폐건물을 극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쥬느비에브 아켄은 머리에 지구본을 쓰고 바디슈트와 장갑을 끼고 환경변화의 이슈를 자연적 공간에서 진행된 퍼포먼스를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클라우디아 슈미츠는 한지를 사용해 산의 형태를 만든 후 그 위에 비디오를 투영해 비디오 이미지의 장애물로서 가능하도록 하여 영상의 빛으로 밝혀지거나 그림자로 드리워지게 했다. 이를 통해 작가는 특권과 낭비, 풍요와 비참함, 지리적'사회적 국경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니스린 부카리는 다마스쿠스에 있는 화려하지만 깨지기 쉬운 네온관을 통해 도시의 변화를 강렬하게 시각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우리에게 경제적 삶과 시간의 흐름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개념미술은 카탈로그 없이는 선뜻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도슨트이든 카탈로그이든 보조적 수단을 통해 작품 하나하나를 이해해 가는 과정은 마치 어려웠던 수학문제를 풀어나갈 때의 기분 못지않은 즐거움을 준다. 아마도 이런 게 현대미술을 관람하는 재미일까?

11월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런 이유로 작품 이해를 위해 5회의 강좌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문의 053)430-1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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