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원더 우먼 1984'
23일 개봉한 '원더 우먼 1984'(감독 패티 젠킨스)는 1984년 미국을 배경으로 여성 슈퍼 히어로가 인류를 구한다는 영웅 액션 영화다.코로나19로 초토화된 극장가에 60%가 넘는 예매율로 슈퍼 파워를 자랑하며 개봉했다. 개봉이 연기되기는 했지만 온라인 개봉을 한 '뮬란'과 같은 '꼼수' 없이 정면 돌파를 꾀한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반가운 히어로 영화다.'원더 우먼 1984'는 2017년 개봉한 '원더 우먼'의 속편. 이번에는 두 명의 빌런을 등장시키고, 전편의 사랑과 재회하는 등 색다른 원더 우먼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1984년은 미국으로서는 풍요의 시대. 전편에서 1차 대전의 전장을 누비며 인류를 구했던 다이애나(갤 가돗)는 자신의 능력을 감춘 채 박물관의 고고학자로 살아간다. 간혹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지만, 외견상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이다.그런 그녀 앞에 소원을 빌면 들어주는 보물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66년 전 사망한 연인 스티브(크리스 파인)를 살려내 행복을 느끼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 앞에 두 명의 빌런(악당)이 등장한다. 원더 우먼은 여러 모로 색다른 코믹 캐릭터였다.'놀라운 여성', 요즘으로 보면 다소 남녀차별적 요소를 가진 원더 우먼은 슈퍼맨, 배트맨 등 슈퍼 파워를 가진 '맨'들 틈바구니에서 여성적 섬세함과 우아함을 겸비한 헤로인(히어로의 여성형)이었다.중년 관객들은 빙글빙글 돌면서 원더 우먼으로 변신하던 린다 카터를 떠올릴 것이다. 깎은 듯 예쁜 얼굴에 잘록한 허리, 섹시함을 강조한 코스튬은 원더 우먼의 상징이었다. 1976년부터 4년간 방영된 미국 TV 시리즈의 모습이다.그녀가 탄생한 것은 1941년. 2차 세계대전이 확전일로에 있던 시기로 막 대공황을 이겨낸 미국이 또 다른 시련에 들어가던 어두운 시절이었다. 여성의 힘이 필요했고, 또 여성의 권익이 움트던 시대였다.'맨' 중심의 히어로 세계에 원더 우먼이 나타난 것은 당시 사회적 여건과 힘이 작용한 덕택이었다. 그녀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 코믹 작가가 아닌 심리학자였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윌리엄 마스턴은 만화의 교육적 효과를 강조하던 심리학자였다. 그는 남성 중심의 마초가 아닌 사랑과 선함을 가진 여성 영웅이 필요한 시대임을 보여주기 위해 그녀를 고안했다. 원더 우먼은 헤라 여신의 피를 이어받은 아마존 종족 여왕의 딸이다. 점토로 빚어 생명을 얻은 반신반인이었고, 헤라클레스의 힘과 아테나의 지혜,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리스 신화에서 태어난 영웅으로 완벽한 삼위일체의 캐릭터였다.'완벽함'은 캐릭터의 완성이지만 한편으로 패착이 되기도 했다. 시대에 맞춰 성격을 달리하면서 관객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유연함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래서 원더 우먼은 슈퍼맨이나 배트맨이 재탄생되면서 새로운 인기를 구가하던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눈에 띄는 빌런이 없던 것도 악재였다.그랬던 것이 2017년 이스라엘 배우 갤 가돗이 주연을 맡은 '원더 우먼'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1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하는 히어로라는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21세기형 원더 우먼의 등장을 알렸다. 그동안 히어로 영화계의 마블에게 밀렸던 DC의 야심찬 출발이었다. '원더 우먼 1984'는 히어로 영화답게 첫 장면부터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아마존 여전사들의 경기가 웅장하고 박진감 넘친다. 그러나 영화는 액션 보다 원더 우먼의 삶과 생활, 사랑에 방향성을 맞춘다.여타 히어로물이 액션 위주였다면 '원더 우먼'은 멜로가 가미된 것이 다르다. 선과 악의 승부 앞에 사랑이란 말랑함과 달콤함을 주입시킨 것이다. 전편에서 처음 느낀 스티브와의 사랑이 이번에는 시대를 넘는 애틋함으로 커졌다.매력 있고 당당한 다이애나를 동경한 동료와 욕망에 사로잡힌 사업가가 빌런으로 등장하지만 파괴력이나 긴장감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한 편이다. 대신 인간과 섞여 살아가려는 원더 우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원더 우먼 1984'는 올해 개봉된 몇 안 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하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이후 4개월 만이다. 대부분의 기대작들이 연내 극장 개봉을 포기한 가운데 만난 히어로영화라는 것이 다행스럽게 다가온다. 151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2-23 13:37:01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호프'
'희망'은 마지막까지도 놓지 않는 불쏘시개다.온갖 불행과 불운이 몰려와도 '내일은 괜찮을거야!'라며 긍정한다. 설령 이것이 끝이고, 내일이 없다하더라도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며 자신을 추스르는 것이 사람이다.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어느 순간에도 마지막에는 하늘에서 천사 가브리엘이 내려와 자신을 안아줄 것이라 기대한다.17일 개봉한 노르웨이 영화 '호프'(감독 마리아 쇠달)는 그런 주인공을 통해 희망을 얘기하는 영화다.공연 무대감독 안야(안드레아 베인 호픽)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열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평단의 호평도 받았다.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병원에서 MRI를 찍고 결과를 기다린다. 결과는 최악이다. 폐암이 뇌로 전이된 것이다. 의사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시한부 선고를 내린다.가족들에게는 알리지 않기로 한다. 마지막까지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위경련과 메스꺼움이 몰려와도 가족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호프'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10일간 안야의 심리와 상황을 날짜순으로 그려낸 영화다. 그 열흘에는 크리스마스가 있고, 연말 불꽃놀이가 있고, 또 밝아오는 새해가 있다. 한 해의 가장 행복하고 희망에 찬 기간에 안야는 절망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그녀에게 다행인 것은 사랑하는 토마스(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있다는 것이다. 둘은 사실혼 관계로 몇 번의 결혼식을 준비하다 실패한 적이 있다. 자식은 그의 아이 셋에 그녀의 아이 셋, 모두 여섯 명. 아직 철없는 아이들이다. 퀴블러 로스의 '죽음의 5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부정'하고 '분노'하다,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타협'하며, 그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고는 '우울'하다, 결국 '수용'하는 단계다.안야 또한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해야 할 일이, 아니, 못한 일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녀 없는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미친 듯 집안 청소를 하다가, 화가 치밀어 애꿎은 토마스에게 퍼붓기도 한다. 수술을 하면 괜찮을지 수소문도 해 본다.'이 영화는 내 기억 속의 내 이야기다'라는 자막으로 시작되는 영화 '호프'는 안야의 일상을 지극히 담담하게 그려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그 어떤 판타지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인공미 없이 열흘간의 일상과 그녀의 심리적 변화에만 초점을 맞춘다. 마치 안야가 쓴 10일간의 일기장과 같은 것이다.크리스마스 파티를 마친 후 안야가 토마스와 섹스를 하다 화가 나서 오열하는 장면은 삶에 대한 애착과 절망이 뒤섞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내가 죽은 후 다른 여자 만나도 돼"라고 토마스에게 얘기하지만 그녀의 속뜻은 아니다. 그래서 다시 정정한다. "다른 여자 만나지 마!"죽음을 앞둔 초인의 의지는 소설 속에나 있는 것이다. 토마스에게 그동안 바람피운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 장면도 그렇다.(토마스) "사실, 한눈판 적이 있어. 그러나 큰 의미는 없는 것이야."(안야) "나는 남에게 키스한 것은 아이들에게 한 것이 전부야. 그렇지만 마음을 빼앗긴 적은 있어."죽음을 앞두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한다. "아이들이 6명이지만, 내 아이를 더 사랑했던 것 같아." 이런 이야기들은 평소에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안야에게 닥친 것은 절망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는 안야의 기복이 심한 심리와 감정 속에서 서서히 희망을 얘기한다. 안야의 절망에서 희망의 실타래를 건져 올려 관객에게 건네주는 것이다.거대한 로맨스와 부와 명예, 깜짝 놀랄 이벤트만이 희망의 요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희망찬 새해'도 박제된 표현일 뿐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도 마음의 울림이 없으면 연례행사일 뿐이다. 안야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시작한다.그리고 후회와 슬픔을 던져버린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비발디의 오페라 '주스티노'의 아리아처럼 말이다. '주스티노'는 사랑과 전쟁, 에로티시즘과 폭력, 유령과 모험이 뒤섞인 오페라다. 그렇지만 그 속에 흐르는 '나의 사랑하는 님 만나리'는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아리아다.영화는 이 아리아를 통해 세상의 모든 혼돈과 절망, 슬픔과 고통을 녹여버린다. 안야를 통해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고 관객에게 얘기한다. 그것이 희망이라는 것이다.안야와 토마스 역을 맡은 두 배우는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대표 배우다. 노르웨이의 안드레아 베인 호픽은 절망에 빠진 안야를 치열하게 연기하고, 스웨덴의 명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안야 곁을 지키는 토마스를 섬세하며 안정적으로 연기한다.안드레아 베인 호픽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이야기"라면서 "한국관객들을 극장에서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얘기했다.가혹하고 혹독했던 한 해가 저무는 지금, 잔잔하게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우리를 위로하는 영화다. 125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2-18 06: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jtbc표 음악 오디션 ‘싱어게인’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와서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은 이미 나온 오디션 형식들도 다시 끄집어내 하나의 귀결점으로 묶어낼 수 있다면 새로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무명가수라는 공통의 발판 위에 선 이들'재야의 고수', '찐 무명', '홀로서기', 'OST', '오디션 최강자' 그리고 '슈가맨'까지. jtbc 은 시작을 알리며 한 명씩 참가자들이 들어오는 무대에 이렇게 다양한 인물군의 카테고리를 나눠 놓았다.언뜻 보면 이 여섯 개의 카테고리가 과연 이라는 하나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묶여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하지만 놀랍게도 은 부제로 달려 있는 '무명가수전'이라는 타이틀로 어찌 보면 제각각일 수 있는 이 다양한 인물군들을 하나로 묶어낸다.여기 무대에 서게 된 71팀은 아예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거나(재야의 고수, 찐 무명), 팀으로 활동해 자신의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았거나(홀로서기), 노래는 유명하지만 가수는 모르거나(OST, 슈가맨), 한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난 후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오디션 최강자) 이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무명가수'라는 공통의 발판 위에 설 수 있게 된다.그런데 '무명가수'라 칭하고 이름 대신 '○호가수'라고 프로그램이 이들 참가자들을 부르게 되면서 세 가지 효과가 생겨난다. 첫 번째는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가 되어 이름이나 사전 정보 같은 사항들과 상관없이 오로지 실력으로만 당락을 결정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름 없는 가수라 더욱 응원하고 지지하게 되는 정서적인 공감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 번째 효과는 '무명'이기 때문에 더더욱 궁금해지는 정체다.이 세 가지 효과가 시너지를 만들면서 은, 숨은 실력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감 또한 높아진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참가자들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부르는 저들이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더해지기 때문이다.그래서 방송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터넷에서는 '○호가수'라 불리는 참가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신상 털기'가 시작된다. 그들의 이름이 무엇이고 어떤 활동을 했는가가 네티즌들에 의해 낱낱이 밝혀진다. 어떤 이들은 그걸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다른 이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시청자 참여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하게 된 것을 은 이런 방식으로 소화해낸다. 방송이 그저 보여준 게 아니라 시청자가 참여해 찾아낸 이름은 그래서 더욱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다. 기막힌 역발상이 아닐 수 없다. 숨기면 더 보고 싶고 찾고 싶은 심리가 만들어내는 무명가수들의 이름 찾기가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지다니. ◆벌써부터 난리 난 무명가수들벌써부터 출연한 무명가수들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우리에게는 '화분' 같은 노래로 너무나 익숙한 러브홀릭 지선, 귀여운 5기통 헬멧 댄스로 거의 국민송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던 크레용팝의 초아, 에서 독특한 음색과 음악에 대한 해석으로 박수받았던 최예근, 에 나와 모두를 그 깊은 감정표현의 세계 속에 빠뜨렸던 연어장인 이정권과 같은 이름이 알려진 가수들은 첫 회 출연으로 이 프로그램을 뜨겁게 만들었다.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김창완과 꾸러기들에서 함께 활동했던 최고령 무명가수 윤설하는 통기타 하나 둘러메고 담담하게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불러 의 진행을 맡은 이승기를 울렸고, 사고로 리세와 은비 둘을 먼저 보낸 레이디스 코드의 소정은 그 일 때문에 무대에서 웃을 수 없게 된 사정을 토로하며 임재범의 '비상'을 불러 심사위원들을 감동에 빠뜨렸다.물론 숨은 고수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짜 맛도 빠지지 않았다. '찐 무명'으로 등장해 한영애의 '여보세요'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편곡해 들려준 63호 가수 이무진이나, 박진영의 'Honey'를 마치 밀당하듯이 맛깔나게 부른 30호 가수 이승윤, 허스키한 목소리로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담담하게 부른 10호 가수 김준휘, 헤비메탈 가수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임재범의 '그대는 어디에'를 절규하듯 불러낸 29호 가수 정홍일 같은 출연자들은 벌써부터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듯한 무대를 선보였다.그런데 이렇게 다채롭고 다양한 숨은 실력자들의 무대를 돋보이게 해준 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고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주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무명'이라는 똑같은 공감대를 가진 이들은 자신이 탈락한다 하더라도 아쉬움과 더불어 통과한 이들에 대한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었다.팀 대결에서 맞붙었지만 떨어진 형님들을 생각하며 30호 가수 이승윤이 폭풍눈물을 보이고, 결국 탈락자로 지목된 정홍일을 이선희 심사위원이 '슈퍼어게인' 카드를 써 구제하는 대목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따뜻한 오디션'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jtbc표 음악 예능이 여기 다 있네은 제작진이 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 유사한 복고적인 성격이 부여되어 있다. 아예 '슈가맨'조를 구성하고 출연자가 누구일까 궁금하게 만든 후, 노래를 통해 반색하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을 포착하는 방식은 그래서 안에 작은 이 존재한다는 착시현상까지 들게 만든다.하지만 에는 그 외에도 그간 jtbc가 해온 음악예능 프로그램들의 색깔들이 겹쳐져 있다. 즉 음악 예능에 그가 누구일까 하는 추리적 요소를 넣은 건 만이 아니라 에서부터 시도됐던 것들이다. 물론 번호가 매겨진 박스 안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의 출연자들은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름만 '○호가수'라 지칭하며 가리는 것만으로 의 추리적 요소가 힘을 발휘한다.또한 이 처음에는 혼자 부르고, 다음 경연에서는 팀으로 불러 대결하는 방식으로 경쟁의 틀을 갖고 오지만 하모니를 강조하는 그 구성은 나 의 색깔을 떠올리게 만든다. 저마다 다른 색깔과 끼 그리고 장르적 바탕을 가진 가수들이 조합을 통해 어떤 음악을 선보일까 하는 기대감을 만드는 방식이다. 바로 이런 구성은 누가 이길 것인가에 집착하는 '경쟁적인 오디션'이 아니라 다음 무대는 얼마나 새롭고 멋질까를 기대하는 '따뜻한 오디션'의 특징으로 나타난다.이 관점으로 보면 은 그간 jtbc가 해온 음악예능의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해 만든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여러 차례 시도됐던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담아낸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이 서로의 좋은 유전자들을 섞어 탄생한 진화된 음악 프로그램이라고 할까.그래서 은 잘 보이지 않던 무명가수들을 '재발견'하고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더 이상 새로울 것 없고 심지어 식상하게까지 느껴지던 오디션 프로그램 또한 '재발견'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한 물 갔다 여겼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보니 신박해지는 그런 순간들을 이 프로그램은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
2020-12-18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스펙터클 전쟁 영화 '800'
한때 우리나라에도 국책영화라는 것이 있었다.국군의 애국혼과 인민군의 비열함이 주된 플롯인 1970년대 전쟁영화들이다. '증언'(1973), '낙동강은 흐르는가'(1976) 등 정부가 거액의 제작비를 들이고 군인과 군 장비까지 동원해 제작된 스펙터클한 전쟁영화들이다. 국민에게 반공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선전용 오락영화였다.50년 뒤, 21세기 첨단 IT 시대에 중국 '국뽕영화'를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모름지기 신문의 영화 지면이란 것이 좋은 영화를 소개해 독자들의 교양 있는 문화생활의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하지만, 오늘은 중국 '국뽕영화'의 그 적나라한 현장으로 여러분을 모신다.참고로 '국뽕'이란 국가와 마약인 히로뽕의 합성어로 국가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대놓고 찬양하는 문화콘텐츠를 일컫는 신조어다.지난 10일 개봉된 2020년 중국영화 '800'(감독 관호). 제목부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파르타 전사 300인을 그린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300'을 연상시킨다. 1937년 일본군 2만 명에 대항해 싸운 중국군 800인의 용맹함을 칭송한 전쟁영화다.1937년 10월 말 중일전쟁 초기 상하이. 일본군에게 거듭된 패배로 퇴각하던 중국혁명군 524연대는 상하이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들의 숫자는 800명. 강력한 화력의 일본군에 맞서 사흘 밤낮 격전을 펼친다. 급기야 일본군은 격전지 건물을 폭파할 계획을 세우고, 남은 400여 명의 병사들이 목숨 건 탈출을 감행한다.'800'은 제작기간 10년에 제작비가 1천2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올해 8월 중국에서 개봉해 4천900억 원의 입장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의 대성공을 거뒀다. 2시간 29분의 긴 러닝타임에 화려한 그래픽, 처절한 전투장면 등 만듦새는 나쁘지 않은 영화다.이 영화는 피아가 맞붙는 여느 전투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바로 관객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전투의 무대는 '사행창고'라고 부르는 일종의 5층 물류창고 건물이다. 쑤저우 강을 사이에 둔 건너편이 바로 공동국제조계지. 이곳은 여전히 환락의 공간이다. 테라스에서 노래를 부르고, 폭죽을 터트리고, 경극을 공연하는 자유지역이다. 네온 불이 번쩍이는 화려함과 죽음에 맞서는 800 용사의 극과 극, 강 하나를 두고 천국과 지옥이 나뉜 전장인 것이다.'800'의 가장 흥미로운 설정이자 '국뽕 만발'의 장치다. 천국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관전한다. 심지어 일본군과 중국혁명군의 승부를 예측하는 도박까지 한다. 그러나 800인의 사투를 목격하면서 안타까워 하다가 기부금을 걷고, 귀중품을 내놓고, 전화선을 놓기 위해 목숨까지 던진다. 이들의 행동변화는 장엄한 음악과 함께 오글거림의 극치를 보여준다.거기에 800 용사들의 면면도 신파의 극점까지 치닫는다. 죽음이 두려워 벌벌 떨던 병사가 관우처럼 큰 칼을 들고 대항하거나, 냉소적인 병사가 갑자기 애국의 화신이 된다. 강 건너 꼬마의 경례에 부대원이 모두 일어서 답하는, 50년 전 한국 국책영화에나 있을 법한 미장센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배우들의 목소리는 연극처럼 크고 과장되고, 비장함은 우람하며, 대사는 철저히 중화사상과 애국으로 점철된다. 연기와 연출, 설정과 표현 등 모든 영화적 장치가 '국뽕'으로 치닫는 영화다.중국 국기를 게양하는 장면은 영화의 애국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그러다 보니 특히나 비현실적인 신파성으로 치닫는다. 강 건너 한 소녀가 일본 저격병의 총격을 무릅쓰고 청천백일기를 온 몸에 감고 강을 건넌다. 한밤중에도 눈에 잘 띄는 흰 옷을 입었지만, 저격병은 맞추지 못한다. 이 국기는 이튿날 건물 옥상에 게양되고, 전 부대원이 도열해서 경례를 한다. 이때만 일본군의 집중포화는 없다. 곧이어 일본군 비행기가 등장한다. 총격으로 국기가 넘어지자 수십 명이 총에 맞아 죽으면서 국기를 세운다. 주인공의 소총을 맞은 비행기는 퇴각한다.이런 만화적 설정을 천연덕스럽게 화면으로 옮겨내는 뻔뻔함은 중국영화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뜬금없이 경극의 초패왕이 적진을 달리고, 총격이 쏟아지는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백마는 주제의 상징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색해진다.역사적으로 이 전투에 참가한 병력은 452명. 전투가 시작되기 전 800여 명이라고 한다. 6일 동안의 전투에서 중국 군인의 사상자는 47명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일본군은 200명이 넘었다고 한다.거액의 제작비가 들어서 전투 장면은 나름 볼만하다. 그러나 긴장감을 주는 것은 초반 30분 정도. 영화의 타이틀이 20분 경과 후에 나오니 첫날 전투 이후는 지루한 신파의 연속이다.'800'은 과대 포장된 중국 '국뽕영화'의 현실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는 영화다. 돈을 들여 치장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유아적인 단계임을 확인하게 한다. 한편으로 이런 수준인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가. 149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2-11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레벨16' '조제'
◆미드나이트 스카이감독: 조지 클루니출연: 조지 클루니, 펠리시티 존슨 원인 불명의 재앙으로 종말을 맞이한 지구, 북극에 남겨진 과학자가 탐사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 지구와 연락이 끊긴 우주 비행사와 짧은 교신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SF 어드벤처 영화. 머나먼 행성 K-23에서 2년 간의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는 에테르호의 우주비행사 설리(펄리시티 존스). 지구와 3주째 교신을 시도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한편 북극에서 근무하던 오거스틴(조지 클루니)은 에테르호에게 지구에 종말이 닥쳤다는 경고를 주고자 한다. 북극과 우주라는 장엄한 공간 속에 남겨진 두 사람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미국 소설가 릴리 브룩스돌턴의 데뷔 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영화화했다. 배우 조지 클루니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레벨 16감독:다니쉬카 에스터하지출연:케이티 더글러스, 셀리나 마틴 여학생만으로 구성된 한 기숙사학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공포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어린 시절부터 여성의 덕목을 강요받으며 자란 비비안(케이티 더글러스)은 레벨 16단계로 올라간다. 이 단계만 끝내면 곧 좋은 가정으로 입양된다. 어린 시절에 불결하다는 명목으로 벌을 받았지만 비비안은 여성의 덕목과 규율을 지키는 생활을 삶의 목표로 여기며 시설 생활에 익숙해져간다. 그러나 16단계에선 고자질과 체벌이 일어나고, 그 어떤 교육도 받지 못하며 그녀들의 행동 일거수일투족은 CCTV를 통해 감시를 받는다. 이 소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억압을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왜 청결을 강요받아야 할까. 한 여성이 불합리와 폭력을 딛고 자신을 찾는 영화다.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조제감독:김종관출연:한지민, 남주혁 2003년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17년 만에 한국 버전으로 제작한 리메이크 영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집, 그곳에서 책을 읽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짓고 살고 있는 조제(한지민)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영석(남주혁). 몸이 불편해 외출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조제는 혼자 집을 나섰던 날, 우연히 영석을 만나게 된다. 그는 책을 통해 세상을 접하고 다양한 상상을 하는 조제의 매력에 빠져들고, 사랑인지 호기심인지 모를 특별한 감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의 감정이 설레면서도 불안감을 느끼는 조제는 영석을 밀어낸다. 그러나 굳게 닫혀 있던 조제의 세계는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고, 그의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한다.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12-11 06: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며느라기’, 며느리가 겪는 일상 속 먼지 차별
본래 '며느라기'는 수신지 작가의 웹툰으로도 이미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결혼 후 며느리가 시월드에서 겪는 갖가지 불평등한 상황들을 담담하지만 신랄하게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최근 카카오TV에서 20분 남짓 숏폼 드라마로 제작돼 큰 공감을 얻고 있다.◆막장과는 너무나 다른 '며느라기'의 시월드흔히 '시월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시어머니가 김치로 싸대기를 올리고, "감히 어디서" 혹은 "니까짓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닐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막장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시월드 속 시댁 식구들은 과연 인간일까 싶을 정도로 그려지곤 한다.이른바 '뒷목 잡는 드라마',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생긴 건, 상당 부분 몰상식한 시월드의 세계가 보는 이들의 분통을 터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욕을 하면서도 그런 몰상식한 시월드의 몰락을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리지 못한다.그런데 이런 막장드라마 속 시월드는 현실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점에서 오히려 현실을 은폐한다. 그런 막장드라마를 보며 시어머니들은 말한다. 세상에 요즘도 저런 시어머니가 있냐고. 그렇게 과장되어 괴물화된 시월드는 그래서 그것이 허구라는 걸 오히려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지금은 과거와 달라졌고, 그런 시월드는 막장드라마 속에서나 존재한다고 치부하게 만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시대는 바뀌었고 그래서 시월드도 사라졌을까.수신지 작가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며느라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시월드는 그런 막장드라마 속 과장된 세계가 아니라, 너무나 평온한 듯 당연하게 보이는 일상 속에 먼지처럼 스며있는 차별 속에 있다고 말한다. '며느라기'의 민사린(박하선)의 남편 무구영(권율)이나 그의 부모인 무남천(김종구)과 박기동(문희경), 그리고 그의 형 무구일(조완기) 또 여동생 무미영(최윤라)은 누구 하나 드러내놓고 '몰상식한' 말들을 꺼내놓는 그런 인물들은 아니다.예를 들어 시어머니 박기동의 생신상을 며느리 민사린이 차려주면 너무 기뻐하실 것 같다고 말하는 시누이 무미영은 그런 요구를 하면서도 "일하느라 바쁜데 아무래도 어렵겠죠?"하고 되묻는다. 또 시댁에 생신상을 차려주기 위해 전날 찾아온 며느리에게 시부모들은 꽤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인다.하지만 그 평온한 듯한 세계 속에서 민사린은 왠지 모를 불편함과 언짢음을 느낀다. 시댁 식구들이 모두 앉아 TV를 보고 있을 때 혼자 과일을 깎아 내오고, 모두가 잠든 새벽에 혼자 일어나 시어머니 생신상을 차리는 민사린은 그걸로 점수를 딸 거라고 착각하지만 그런 잘 보이려는 행동들이 변화시키는 건 없다는 걸 드라마는 보여준다.설거지 하는 동안 깎아 내놓은 과일을 다 먹고는 남은 거라도 먹으라며 "너랑 나랑 한 개씩 먹어치우자"고 말하는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는 드디어 깨닫는다. 시월드에서 자신은 그런 거나 '먹어치우는'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을. ◆너무 담담해 공포감을 주는 시월드의 당연한 생각들이 드라마가 놀라운 건 이런 며느리(혹은 예비 며느리)가 받는 이러한 취급이 시월드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공기처럼 퍼져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자친구네 저녁 초대를 받아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는 회사 동료가 밥 먹고 나서 설거지는 자신이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모습에 다른 동료가 "너 가사도우미 면접 보러 가니?"하고 던지는 일침은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든다.민사린 스스로도 시어머니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생신상을 차려주며 시댁에서의 갖가지 독박 노동을 감수했던 것처럼, 며느리의 그런 노심초사는 사회가 여성들에게 당연한 듯 부과하고 있는 것들이다.심지어 친정엄마조차 자신의 딸이 사부인에게 잘 보이는 것이 자신의 면을 살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부인 생신상은 잘 차려 드렸니? 네가 잘못하면 다 엄마 흉 되는 거 알지? 우리 사린이야 말 안 해도 잘 하겠지만 예의 바르게 공손히 잘 하고 출근 잘 해라.'시부모에게 잘 하는 며느리를 이른바 '착한 며느리'라고 부르며 그 차별적인 독박 노동을 강요하는 건 시어머니만이 아니고 친정엄마도 심지어 남편도 마찬가지다. '며느라기'가 2회에 보여준 착한 며느리를 포기한 무구영의 형수 정혜린(백은혜)이 명절에 시댁에서 그 실상을 대놓고 팩폭하는 장면은 '착한 며느리'라는 허상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끄집어낸다."그러니까 정리해보면 구일 씨는 피곤하니까 들어가서 자고, 아버님과 작은 아버님은 술 드시고, 구영 씨와 미영 씨는 데이트하러 나가고, 차례 음식은 어머니 혼자 준비하시고… 다들 너무 했다. 그리고 저는 며느리니까 당연히 어머님이랑 같이 음식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 맞죠?"'착하다'는 말 한 마디로 며느리들에게(자발적인 시어머니도 포함해) 모든 노동을 떠안게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현실에 대한 질타가 거기 담겨 있다.그런데 결혼하기 전 그 일을 겪었던 무구영이 민사린을 만나러 가며 하는 생각은 너무 담담하고 당연하다는 뉘앙스로 오히려 공포스럽게 다가온다.'엄마 조금만 기다리세요. 결혼하면 사린이는 다를 거예요. 사린이는 착하니까.'무구영의 이 생각 속에는 엄마와 며느리의 노동을 '착하다'는 의미로 당연하게 내면화하고 있어 그 부조리함을 깨닫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남편이 이럴진대 세상은 오죽할까. ◆20분이라는 숏폼이어서 강력해진 메시지'며느라기'는 카카오TV에서 매회 20분 남짓의 숏폼 드라마로 방영된다. 그런데 이 짧은 형식이 아니었다면 '며느라기'가 갖고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사건들 속에 숨겨진 디테일한 먼지 차별의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을까 싶다.그것은 우리의 머릿속에 잠재적으로 그려져 있는 1시간에서 심지어 1시간 반에 이르는 드라마의 분량은,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로 애초부터 채우기 어려운 면이 있어서다. 사실 '며느라기'의 지극히 소소하고 심지어 그런 먼지 차별에 익숙해져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둔감하게 여길 수 있는 내용은 1시간 남짓의 드라마로는 효과적일 수 없다. 억지로 늘인다면 다소 느슨한 드라마가 될 것이고, 몰입도도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20분 남짓의 숏폼으로 만들어지면서 '며느라기'는 군더더기 없이 채워진 드라마가 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장면 하나하나가 불필요한 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라마는 압축미를 보여준다.본래 이런 압축미는 '며느라기'의 원작 웹툰이 가졌던 덕목이기도 하다. 한 컷 한 컷 속에 압축적으로 담아낸 대사들과 민사린의 담담하게 시작해 불편해지는 표정들이 효과를 만들어냈던 것도, 짧지만 많은 여백들을 남겨둬 오히려 독자들이 나머지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게 해줘서였다.마찬가지로 드라마화된 '며느라기'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똑같은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것은 미세먼지처럼 잘 보이지 않아 차별인지조차 잘 인지하지 못했던 며느리들의 저마다 경험치가, 작품이 구현해낸 그 일상 속에서 오히려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생겨난 일이다.'며느라기'는 그런 점에서 드라마의 다양한 형식이 어째서 필요한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다양한 형식의 틀로 봐야 드디어 더 제대로 보이는 세계가 존재한다. 지배적인 장편 드라마들의 세계 속에서 소외되는 소재들이 있다. 가부장제 틀의 관점이 당연시됨으로써 소외되는 며느리들의 세계가 존재하듯이.
2020-12-11 06:30:00
미스트롯2, 121인 프로필 전격공개…아역배우 출신부터 머슬퀸까지
'제 2의 송가인은 누구가 될까'.'미스트롯2'가 공식 홈페이지에 최종 합격 112팀, 121인의 참가자 프로필을 전격 공개했다.오는 17일 밤 10시 처음 방송되는 TV조선의 원조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2'는 대한민국 트로트 열풍을 이끈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에 이어 세 번째로 진행되는 '신개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특히 지난 3월 종영한 '미스터트롯'은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의 스타를 배출하고 시청률 35.7%를 기록하는 등 종편 역사를 뒤엎는 최고의 시청률 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던 바 있다.'미스트롯2'은 첫방송을 앞두고 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자 전원의 프로필을 공개했다. 공개된 참가자 명단에는 아침마당 5연승 주인공 진달래 등 기존 트로트 가수 외에 아역탤런트 출신 배우 이재은과 '미달이' 김성은, 탤런트 오승은과 방송인 강예빈, 박슬기 등의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띈다. 또 23년차 가수인 스페이스 A 김현정, 씨야 김연지, 나비, 영지, 송하예, 허찬미, 은가은, 걸그룹 CLC 멤버 손, 전 모모랜드 멤버 태하 등 기성 가수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슈퍼주니어 성민의 아내이자 뮤지컬 배우 출신 김사은도 명단 공개와 동시에 화제가 됐다. 지난 '미스트롯1′에 도전했다 탈락한 장하온, 김소유, 공소원, 김은빈 등이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고 머슬퀸 최설화도 트로트 가수로 변신을 예고했다. 전 클레오 멤버 채은정은 필라테스 강사라는 직업으로 명단에 올랐고, 트로트 신동 전유진 김수빈 등 이름이 알려진 출연진 외에도 다양한 신인들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일 전망이다.참가자 명단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이 사람이 나온다고?", "이 사람이 우승후보", "17일이 기다려진다" 등의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미스트롯2 제작진은 "이번 시즌에는 유독 넘치는 개성, 끼와 실력, 그리고 외모까지 두루 갖춘 참가자가 많아 최종 엔트리를 선발하기 힘들었다"며 "멤버들의 다채로운 이미지만큼이나 각양각색 끼와 흥의 대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니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2020-12-07 14: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