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추석 연휴 극장가 기대작 미리보기…'디바' '검객' 등
추석 연휴 극장가의 라인업이 확정됐다.그동안 개봉 일정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던 영화들이 이번 추석을 마지막 숨구멍이라 여기고 개봉을 결정했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벌써 영화관에서 만났을 영화들이다. '국제수사'는 8월19일, '돌멩이'는 9월9일, '담보'는 9월10일,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도 9월 중순 개봉 계획이었다. 몇 차례 연기 끝에 추석 극장가 출발선에 나란히 섰다.9월 23일 개봉 예정이었던 '승리호'가 개봉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이번 추석 극장가는 대작보다는 중급 예산의 영화들의 잔치가 됐다. 할리우드 영화도 기대작이 거의 없는 편. 이번 추석 극장가는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 키재기가 된 것이다.◆한 주 먼저 만나는 한국영화 '디바'와 '검객'이번 주 '디바'(감독 조슬예)와 '검객'이 개봉한다. '승리호'가 빠지면서 그 자리를 꿰찬 것이다. '디바'는 여성적, '검객'은 남성적 성향의 영화다. '디바'는 배우 신민아의 첫 스릴러 도전작. 세계적인 다이빙 스타 두 명이 있다. 이변 없이 정상에 안착한 이영(신민아)과, 그 뒤를 따라 피나는 노력을 하는 수진(이유영)이다. 각자가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어느 날 이 둘이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수진이 실종된다. 그리고 곧이어 둘의 강렬한 욕망만큼 어두운 광기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23일 개봉. 84분. 15세 이상 관람가.장혁 주연의 '검객'(감독 최재훈)은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칼을 다시 잡는 무사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영화다. 배경은 광해군 폐위 후. 스스로 자취를 감춘 조선 최고의 검객 태율(장혁). 청의 무리한 요구에 백성들의 고통이 날로 더해가던 어느 날. 태율의 딸이 청나라 군사에 의해 공녀로 잡혀간다. 세상을 등진 채 조용히 살고자 했던 조선 최고의 검객은 딸을 구하기 위해 자비 없는 검을 다시 잡는다. 드라마 '추노'의 장혁이 복수에 불타는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23일 개봉.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휴먼 가족 드라마 '담보'와 '돌멩이''담보'(감독 강대규)는 인정사정 없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후배 종배(김희원)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승이 엄마가 사정하는 바람에 승이의 입양까지 책임진 사채업자. 하지만 부잣집에 간 줄 알았던 승이가 엉뚱한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둘은 승이를 데려와 돌보게 된다. 빚 때문에 맡겨진 아이는 거칠고 인정 없는 사채업자의 삶에 서서히 특별한 존재가 되어간다. 배우 성동일표 휴먼 드라마. 승이 역의 박소이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유괴된 아이로 나왔던 아역 배우. 깜찍하고 태연한 연기가 '담보'에서도 기대된다. 29일 개봉.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돌멩이'(감독 김정식)는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배우가 출연하는 휴먼 드라마다. 시골 마을에 사는 지적장애자 석구(김대명)는 8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30대 청년. 마을 잔치에서 소매치기로 오해를 받게 된 가출 소녀 은지(전채은)를 본 석구는 진짜 범인을 찾아내고 둘은 친구가 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둘의 우정을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벌어진다. 송윤아는 은지를 보호하는 쉼터 선생님으로, 김의성은 석구를 보살피는 성당 신부님으로 출연한다. 30일 개봉.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코믹 액션 '국제수사'와 코믹 스릴러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국제수사'(감독 김봉한)는 난생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글로벌 범죄에 휘말린 시골 형사의 코믹 액션물이다. 대한민국 대천경찰서 강력팀 형사 병수(곽도원)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필리핀으로 인생 첫 해외여행을 떠난다.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것도 잠시. 필리핀 거대 범죄 조직의 정체불명 킬러 패트릭(김희원)이 설계한 셋업 범죄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살인 용의자로 전락한다. 말도 몸도 따라주지 않는 필리핀에서 고향 후배와 친구들까지 끼어들어 수사는 좌충우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국제수사'는 배우 곽도원의 첫 코미디 연기 도전작. 29일 개봉.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죽지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은 죽지 않는 외계인을 죽이기 위한 코믹 스릴러. 신혼의 소희(이정현)는 하루 21시간 쉬지 않고 깨어있는 남편 만길(김성오)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알게 된다. 고교 동창인 세라(서영희)와 양선(이미도),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양동근)과 힘을 합쳐 싸운다. 만길의 정체가 지구를 차지하기 위해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임을 밝혀내고 정부요원까지 합세하면서 상황은 커져만 간다. 신정원 감독은 '시실리 2km' '차우' '점쟁이들'을 통해 독창적인 이야기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도 인류 멸망을 목표로 지구에 온 언브레이커블과 이에 맞서는 대한민국 세 명의 여고 동창 전사들의 한 판 대결이라는 놀라운 발상을 선보인다. 코믹과 스릴러, SF와 호러, 액션까지 담은 이색 영화. 29일 개봉.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추석극장가…과연 가족들이 움직일까?추석 극장가는 늘 휴먼 코믹이 대세였다. 역사적으로 추석하면 성룡영화였다. '취권'을 비롯해 20년간 추석만 되면 성룡영화를 보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 '조폭 마누라', '가문의 영광' 등 이른바 조폭 코미디가 유행했다. 그 이후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관상' '밀정' 등 사극영화들이 추석 극장가를 휘어잡았다.전통적인 명절 흥행 성적을 본다면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가 강세. 이번 추석 극장가도 장르적으로 이런 추세에 부합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다. 가족 단위 관객이 극장을 얼마나 찾을지가 관건이다.방역 수칙에 따라 한 관당 50인 미만으로 참석하는 것은 물론 명부와 체온 체크, 마스크 착용, 취식 금지 등을 엄격히 지킨다. 시사회도 없이 개봉하거나,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간담회를 구상하기도 한다.현재 극장가는 일일 관객이 5만 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추석 개봉 영화들이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이끌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9-24 14: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정글의 법칙’, 재난의 시대, 생존법으로 돌아오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던 SBS '정글의 법칙'이 돌아왔다. 대신 '정글의 법칙'이 선택한 건 국내의 오지에서 경험하는 '재난 생존'이다. 과연 이 선택은 향후 '정글의 법칙'에 어떤 변화를 예고하는 걸까.◆재난 생존으로 돌아온 '정글의 법칙'2011년부터 방영됐던 SBS '정글의 법칙'은 2020년 6월까지 꽤 오래도록 방영됐던 장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6월부터 방송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더 오래 휴지기를 이어갈 수는 없는 법. '정글의 법칙'은 새로운 대안으로서 해외가 아닌 국내를 선택했고, '재난 생존'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더했다.박찬호-박세리, 허재-허훈, 이봉원-박미선 그리고 추성훈-청하가 각각의 팀(?)이 되어 모인 자리에서 프로그램은 갑자기 재난상황을 연출하고, 이들이 헬기를 타고 탈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재난이 예고 없이 벌어지듯, 잘 차려입고 사전모임에 왔던 이들은 그 차림 그대로 배에 태워져 무인도로 보내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주어진 구명정과 생존키트를 이용해 함께 살아남는 일이 이들에게 미션으로 주어진다.김병만은 사전에 '재난 생존'에 대한 교육을 일주일간 받고 이들 조난자(?)들과 합류했다. 그래서 그들이 생존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조언과 정보를 제공한다. 당장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바닷물이 아닌 민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내고, 그 옆자리를 파냄으로써 자연정화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김병만의 조언이 가능한 건 그가 '정글의 법칙'을 찍으며 만났던 원주민들로부터 그 방법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전 세계의 정글을 누비고, 그 오지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로부터 갖가지 생존법을 배운 데다, 이번 '재난 생존'을 위한 교육까지 마친 김병만은 사실상 생존전문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다. 언제 어디서든 먹거리를 구해내고 그 곳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집을 지었던 그가 아닌가.김병만은 양식을 하는 바다에서 많이 사용하던 대나무가 파도에 밀려들어와 해안가에 많다는 정보를 알려주고 그렇게 모은 대나무들로 잠을 잘 수 있는 간단한 집을 만든다. 또 낚시로는 물고기를 잡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하에 줄과 그물 등을 이용한 어항을 만들어 바다에 던져 놓는다. 놀랍게도 그 어항으로 거대한 바닷장어가 잡히고 때 아닌 야식 파티가 벌어진다.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출연자들의 케미가 만들어내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스포츠스타지만 이토록 털털할 수 없는 오누이 케미를 보여주는 박찬호-박세리가 있다면, 정글판 '부부의 세계'를 연출하는 이봉원-박미선 부부가 있고, 요령 피우는 아버지와 고생하는 아들의 대비로 웃음을 주는 허재-허훈 부자가 있다. 여기에 비주얼 커플로 서 있기만 해도 화보가 되는 추성훈-청하가 더해졌다. 이들 케미가 주는 웃음은 이들의 짠한 생존기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준다. '재난 생존'이라는 확실한 기획의도이자 명분이 세워졌고, 그 위에 예능으로서의 재미 또한 더해졌다.◆생존법 정보가 더해지자 생겨난 것들물론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된 것이지만, 국내 오지에서 펼쳐지는 '생존의 법칙'들은 지난 '정글의 법칙'이 보여줬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꽤 오래도록 방영되어온 장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고정적인 시청층이 있는 '정글의 법칙'이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은 초창기에 폭발했던 그 화제성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그것은 여러 가지 논란들이 터지면서 '정글의 법칙'이 상당한 방향 수정을 했기 때문이었다.초창기 '정글의 법칙'이 내세웠던 건 병만족이 가족 같은 팀을 이뤄 보여주는 생존과 공존이었다. 베어 그릴스의 '인간과 자연의 대결'이 혼자서 혹독한 자연과 싸워 생존해가는 과정을 담았다면, '정글의 법칙'은 한 사람은 부족해도 여럿이 함께 하면 해낼 수 있는 생존을 보여줬고 동시에 자연이나 원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한 공존을 모색했던 것.하지만 이런 애초 기획의도는 리얼리티 논란으로 인해 더 이상 추구할 수 없게 됐다. 거기 등장하는 원주민들과의 체험이 사실상 관광 상품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생존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의미는 상당 부분 희석되었다. '와일드 라이프'를 대리체험하고,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듯 정글을 즐기는 이야기들이 채워졌다. 하지만 이런 방향 전환도 '대왕조개' 논란 같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자연에서의 생존이 아니라, 마치 생존이라는 명분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가 아니냐는 비판이었다.'정글의 법칙'은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고 했던가. 코로나19로 국내로 방향을 튼 '정글의 법칙'이 그 의미로서 내세운 '재난 생존' 같은 정보성은 이 프로그램이 다시 설 수 있는 좋은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는 물론이고,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화재와 홍수 같은 재난 상황 속에서 '생존법'에 대한 정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그러니 이제 전 세계를 돌며 생존전문가가 된 김병만이 여러 상황 속에서 '생존법'을 배우거나 알려주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와 재미를 더할 수 있게 해준다.◆김병만이 생존가이드가 되길 기대하는 건사실 베어 그릴스가 '인간과 자연의 대결'에서 보여준 건 '리얼리티'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 프로그램은 특별한 생존 상황을 상정하고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일종의 가이드가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 프로그램은 그 확실한 '정보성' 때문에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정글의 법칙'이 초창기부터 해왔던 정글에서의 리얼한 생존기와 거기 더해진 예능적인 재미들만으로는 지금의 달라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떤 재미를 추구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들어가 줘야 하는 건 정보들이다. 그 정보들이 있어 재미 또한 허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다음 아이템에는 '헌터와 셰프'라는 부제가 붙었다. 김구라, 김강우, 이용진, 공승연이 출연하는 이 방송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인물은 여러 차례 SBS에서 다큐멘터리와 예능을 통해 소개되었던 자연주의 요리연구가 임지호다. 자연에서 나는 풀이나 식재료를 즉석에서 요리로 만들어내는 그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건, 그가 생존 환경 속에서도 먹거리를 어떻게 찾아내고 요리해 먹는가에 대한 남다른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정글의 법칙'은 향후 어떤 방향성을 갖게 될까. 아직 단정하긴 어렵지만 이 프로그램을 초창기에 런칭했고 지금은 책임지는 위치에 서게 된 이지원 CP가 필자에게 전한 말을 참고해 보면 생존법이라는 정보성이 향후에도 중요한 기획요소가 될 거라는 걸 예감하게 한다. 그는 어촌에서 가장 뛰어난 생존전문가는 어부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는 이제 그런 전문가들을 통해서 배우는 생존법을 프로그램에 담을 수도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처음 '정글의 법칙'이 시작될 때만 해도 김병만에게 요구된 건 말 그대로 정글에서 살아남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꽤 오래도록 정글을 체험한 그에게 기대하게 되는 건 그가 생존가이드로서 특별한 정보들을 전해주는 일이다. 그것은 김병만의 새 길을 열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정글의 법칙'이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대중문화평론가
2020-09-24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지니어스 독' '도망친 여자' '더 렌탈: 소리없는 감시자'
◆지니어스 독감독: 길 정거출연: 가브리엘 베이트먼, 조쉬 더하멜, 메간 폭스반려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 영화는 한 소년과 그의 '절친'인 개를 통해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코미디 영화다. 엄마(메간 폭스), 아빠(조시 더하멜) 그리고 강아지 헨리와 함께 사는 천재 소년 올리버(가브리엘 베이트먼)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텔레파시 장치를 발명한다. 올리버는 발명 대회에서 이 장치를 선보이지만 웃음거리만 될 뿐. 실의에 빠진 그는 헨리를 대상으로 다시 장치를 실험하게 되고, 다음 날 아침 헨리의 생각이 모두 들린다는 것을 알고 기뻐한다. 관계가 소원해진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올리버는 헨리와 힘을 합쳐 둘의 관계를 전처럼 되돌려 놓으려고 한다. '이프 온리'의 길 정거 감독 연출작. 90분. 12세 이상 관람가.◆도망친 여자감독: 홍상수출연: 김민희, 서영화, 송선미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영화.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세 명의 친구를 만나는 과정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열된다. 결혼 후 5년간 남편과 하루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다는 감희(김민희)가 세 명의 친구를 만난다. 영순(서영화)은 남편과 헤어지고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고 있고, 수영(송선미)은 돈을 모아 부모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다. 우진(송새벽)은 감희가 예전에 사랑했던 정 선생(권해효)과 결혼한 친구다. 극장에 간 감희가 우진의 남편인 영화감독 정 선생(권해효)을 잠깐 마주친다.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무심하게 반복되는 대화와 뜬금없는 상황, 갑자기 그려지는 롱 테이크 등 홍상수 감독의 팬이라면 즐겨 볼 수 있는 홍상수표 영화다. 77분. 청소년 관람불가.◆더 렌탈: 소리없는 감시자감독: 데이브 프랭코출연: 댄 스티븐스, 알리슨 브리여행지를 찾은 두 커플에게 닥친 공포를 그린 스릴러. 벤처 회사를 경영하는 찰리(댄 스티븐스)와 미셸(알리스 브리) 커플, 그리고 찰리의 친동생 조쉬(제레미 앨런 화이트)와 그의 연인 미나(세일라 밴드). 이렇게 네 사람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가 마을에 숙소를 예약한다. 완벽해 보이는 집에서 네 사람은 불쾌하고 낯선 시선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적한 저택이라는 공간적 배경으로 네 사람이 각각 겪는 불가사의한 일들을 통해 극적 긴장감을 높여가는 스릴러 영화다. 범죄영화 '나우 유 씨 미'의 주연인 데이브 프랭코가 연출을 맡았고,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댄 스티븐스, '스크림 4G'의 알리슨 브리 등이 가세했다. 88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09-17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교훈은 사라지고 논란만 커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디즈니의 '뮬란'(감독 니키 카로)이 드디어 17일 개봉했다.흉노족이 만리장성을 넘어 중국을 침략하자 화 가문의 뮬란이 남장을 하고 황제를 지킨다는 애니메이션 '뮬란'(1998)이 2억 달러의 제작비로 실사화됐다. 그러나 원작의 재미와 미덕은 사라지고 한 편의 중국 무협영화가 되어 돌아왔다. 실사화가 아닌 중국 현지화가 되어버린 것이다.'뮬란'의 큰 줄거리는 애니메이션과 같다. 흉노족 보리 칸(제이슨 스콧 리)이 황제(이연걸)를 죽이기 위해 중국을 쳐들어온다. 시골 마을의 뮬란(유역비)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 화 조우(티지 마) 대신 남장을 하고 훈련소에 간다. 혹독한 훈련을 받은 뮬란은 보리 칸과 전투에서 승리하지만 여자임을 밝혀 부대에서 쫓겨난다. 그러나 황제를 죽이려는 음모를 알고 탕 장군(견자단)을 설득해 결국 황제를 지켜낸다.'뮬란'은 유역비를 비롯해 이연걸, 견자단, 공리 등 중국권 배우들이 영어로 대사를 하는 영화다.큰 줄거리는 같지만 캐릭터와 스토리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먼저 용 무슈와 귀뚜라미가 사라졌다. 무슈는 뮬란을 지키기 위해 조상들이 파견한 호위용. 말만 많아 도움이 안 되지만 뮬란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캐릭터다.대신 봉황과 마녀 시아니앙(공리)이 추가 됐다. 시아니앙은 뮬란의 적이지만, 같은 여자로서 뮬란의 정체성을 지키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봉황은 뮬란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등장한다. 또 뮬란과 샹 장군의 러브 라인도 사라졌고, 뮬란이 노래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뮤지컬적인 장점들도 없앴다.이 같은 변화는 '뮬란'을 진부하고 평면적인 영화로 흐르게 한다. 재미를 주는 깨알 같은 요소들이 사라지고 뮬란의 1인 활극으로 치달아 버리는 것이다.특히 뮬란의 영웅성이 부각되면서 원작에서 뮬란이 건져 낸 의미가 퇴색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원래 뮬란은 연약한 시골 소녀다. 그러나 내면은 강해 가문을 지키고, 결국 나라까지 구하는 여성이다.그러나 실사 뮬란은 이미 '기'를 알고 무예에 통달한 소녀다. 오히려 '기'를 숨기려 한다. 남성 중심의 군대 조직에서 여성으로 극복하는 뮬란이 아니라, 이미 남성성을 뛰어 넘는 캐릭터로 다만 여성을 숨기는 마치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 같은 존재다.이 같은 설정은 뮬란의 고난과 극복의 과정을 단지 형식적인 겉치레로 만들어버린다. 이미 신비로운 힘이 부여된 여성인 것이다. 디즈니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인고의 노력 끝에 결실을 얻는 주인공의 미덕은 땅에 떨어졌다. 같은 여성인 마녀 시아니앙의 존재도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진부하다.결국 무슈와 조상의 음덕, 뮬란의 노력으로 당당히 가문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선 원작 뮬란의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사라지고, 혼자 날뛰는 1인 활극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2억 달러를 들인 중국 무협 활극으로 말이다.'뮬란'은 지난 11일 중국에서 개봉했다. 개봉 첫 주말 2천32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중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얼마 전 개봉한 '테넷'의 첫 주말 기록인 2천980만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 디즈니가 중국 당국과 시나리오를 상의하고, 중국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공을 들인 것에 비하면 참혹한 결과다.'뮬란'은 원래 3월 개봉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7, 8월로 연기됐다가, 결국 9월에 개봉했다. 거기에 북미와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온라인으로 개봉했다. 제작비는 고사하고 관객 동원도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었다.'뮬란'은 이미 지난해 홍콩 민주화시위 때 유역비가 자신의 SNS에 시위를 진압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보이콧 운동이 시작됐다. 거기에 지난 11일 중국 개봉 후 엔드 크레딧에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투르판 공안국에 감사를 전한다"는 내용이 올라간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트루판 공안국은 위구르족 강제 수용소를 관리하는 기관이다.급기야 미국 의회가 나서 디즈니에 중국 공산당과의 협력에 대해 해명을 하라는 질의서를 보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실사 '뮬란'은 디즈니에게 '재앙'이 되고 있다. '뮬란'의 제작 수난기가 오히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해지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디즈니가 아무래도 큰 '헛발질'을 한 것 같다.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9-17 14: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앨리스’…SF 판타지가 인물에 더 집중한 까닭
우리도 이제 SF 드라마의 시대가 열리는가. SBS가 '더 킹: 영원의 군주'에 이어 '앨리스'를 통해 평행세계를 우리네 드라마의 소재로 가져왔다. 하지만 '더 킹'의 실패에서 알 수 있듯이 결코 쉽지 않은 이 소재를 '앨리스'는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까.◆시간여행과 평행세계가 겹쳐진 '앨리스'의 세계관아마도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는 두 달 전 같은 채널, 같은 시간대에 방영됐던 김은숙 작가의 '더 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가 꽤 신경 쓰였을 듯싶다. 그것은 '앨리스'도 '더 킹'처럼 '평행세계'라는 낯선 소재를 다루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더 킹'은 김은숙 작가에 이민호, 김고은 같은 쟁쟁한 배우 라인업까지 갖추고도 그 기대감에 비해 좋은 평가를 얻진 못했다.시작부터 터진 왜색 논란에 너무 과한 PPL로 불거진 상업성 논란, 게다가 백마 탄 왕자 캐릭터의 등장이 상기시킨 퇴행한 듯한 멜로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평행세계'라는 우리네 드라마에서 좀체 다뤄지지 않았던 SF 판타지의 세계관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었다.'앨리스'는 그래서인지 시작부터 조심스러웠다. 이 작품의 소개 어디에도 '평행세계'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 그렇다. 대신 드라마는 '시간여행'을 내세웠다. '죽음으로 인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 남녀가 시간과 차원의 한계를 넘어 마법처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2050년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미래에서 그 앨리스라는 시스템을 만든 과학자 윤태이(김희선)가 그의 연인 유민혁(곽시양)과 1992년으로 오게 된 이야기로 드라마는 문을 연다.그들이 1992년이라는 과거로 가게 된 건 종말을 담은 예언서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곳에서 자신이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된 윤태이는 앨리스로 돌아오지 않고 과거에 남아 박선영이라는 이름으로 아이 박진겸(주원)을 낳아 성장시킨다. 슈퍼문이 떴던 어느 날 앨리스에서 날아온 드론을 피해 달아나다 박선영은 살해되지만, 이후 그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 부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 형사가 된 박진겸은 박선영과 똑같이 생긴 괴짜 교수 윤태이를 만나게 된다.이 부분에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평행세계라는 장르적 틀과 겹쳐지게 된다. 시간여행이라고 하면 미래에서 온 인물이 과거를 바꾸게 되면 미래도 바뀌어야 하는 논리적 틀을 갖고 있지만, '앨리스'는 여기에 평행세계의 틀을 더해 과거인과 미래인 사이를 분리시켜 놓는다. 그래서 미래에서 죽은 딸을 그리워하던 엄마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와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대신 엄마 행세를 하는 사건 같은 게 가능해진다. 즉 '앨리스'는 과거인과 미래인의 평행세계라는 다소 복잡한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래서 엄마의 유품에서 찾은 시간여행을 하게 해주는 '타임카드'를 통해 우연히 10년 전으로 가게 된 박진겸은 미래인이지만 미래로 돌아가지 않은 박선영과 과거인 윤태이가 동시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결코 쉽지 않은 세계관, 하지만 명쾌한 감정선과거와 미래가 겹쳐져 있고 그래서 같은 인물이지만 과거인과 미래인이 동시간대에 등장한다. 애초 미래인들은 앨리스라는 시스템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고객들이었지만, 이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과거로 들어온 미래인들의 어떤 세력이 존재하고, 이들의 음모를 막으려는 과거인들의 연합(아마도 박진겸을 중심으로 생겨날)이 조금씩 모습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똑같은 얼굴을 갖고 있는 과거인과 미래인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이 세계관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하지만 '앨리스'는 복잡한 세계관을 애써 설명하려 하기보다는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어차피 시청자들이 시간여행이나 평행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양자역학이나 슈레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런 과거인과 미래인이 공존하고 부딪치게 되는 세계가 있다는 걸 가상으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의 룰에 맞춰 인물들이 겪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어가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인 방식이다.박진겸이 태중에 있을 때 시간여행에 따른 방사능의 여파로 무감정증을 갖고 있다는 건 그럼에도 어머니 박선영과의 애틋한 모자관계의 감정선을 더욱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박선영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조금씩 나아지게 된 박진겸은 살해당한 박선영 앞에서 오열하고, 성장해 다시 눈앞에 나타난 윤태이를 엄마라 착각하며 눈물 속에 포옹한다.'앨리스'는 평행세계 같은 SF 판타지적 설정을 가져오면서 오히려 신파에 가까울 정도로 박진겸의 감정선에 집중한다. 그래서 그는 엄마의 죽음에 대한 깊은 상처와 그로 인해 갖게 되는 복수심을 드러내고, 다시 나타난 윤태이가 엄마와는 다른 존재라는 걸 알게 되면서 차츰 모자관계가 아닌 썸을 타기 시작한 연인관계의 감정을 이끌어낸다. 저 세계는 복잡하지만 인물의 감정선은 너무 쉽게 드러날 정도로 명확하다. 그래서 박진겸이 하는 수사와 행동들은 SF 판타지의 그 알쏭달쏭한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추리가 아니라, 죽은 엄마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윤태이에 대한 보호본능 같은 감정에 의해 촉발된다.◆20대, 30대, 40대의 김희선을 보는 흥미로움평행세계에 대한 복잡함을 애써 설명하는 걸 내려놓고 대신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관계와 감정에 집중한 건 의도적인 전략이다. 그걸 잘 설명하고 있는 건 '앨리스'를 '휴먼SF'라는 지칭으로 설명하고 있는 기획의도에 들어있다. 기획의도에는 '시간여행을 막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대결'과 동시에 '시간여행으로 인해 헤어져야 했지만, 시간여행으로 인해 다시 만난 남녀의 놀라운 이야기'가 이 드라마가 그리려는 두 축이라는 걸 분명히 드러낸다. 그래서 미래인과 과거인의 대결을 담은 액션과, 남녀 간의 만남과 헤어짐을 담은 멜로 혹은 가족드라마적 이야기가 드라마의 대부분으로 채워진다.일단 세계관의 복잡함을 내려놓고 나면 윤태이라는 인물이 40대 박선영, 30대 괴짜 교수, 20대 학생으로 시간을 뛰어넘어 등장하는 대목이 흥미로움을 준다. 박진겸이 엄마 박선영과 괴짜 교수 윤태이 그리고 학생 윤태이를 시간을 넘나들며 만나면서 느끼는 놀라움은 바로 그 시선을 따라가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똑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평행세계라는 다소 장르화된 세계관 설정이 주는 묘미 중 하나가 바로 같은 인물이 같은 시공간에서 이토록 다르게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흥미로움이기 때문이다.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20대에서 30대 그리고 40대의 인물을 넘나들며 연기하는 김희선에 상당 부분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 40대에는 엄마 역할로 주원과 모자 관계를 연기해야 하고, 30대에는 교수로서 주원과 연인 느낌의 연기를 해야 한다. 심지어 20대 대학생의 풋풋한 모습까지. 과거 연기자라기보다는 스타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렸던 김희선을 떠올려보면 '앨리스'라는 작품이 그에게 얼마나 배우로서의 큰 도전인가를 실감하게 된다.물론 평행세계라는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새로운 SF 소재를 도전한다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낯선 시도를 지금의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려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앨리스'는 낯선 세계관 자체의 흥미로움보다는 그 안에서 인물들이 겪는 익숙한 감정선을 선택함으로써 이 눈높이를 맞추려 하고 있다. 다소 안전한 선택이 결과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대중문화평론가
2020-09-17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에이바' 여성 킬러물?…고뇌와 상처 이기려는 인간의 몸부림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에이바'(감독 테이트 테일러)는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이 치명적인 킬러로 출연한 액션 스릴러다.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공항에 한 남자를 마중 간다. 검은색 정장에 금발 커트머리. 한적한 길에 차를 세우고 뒷자리에 옮겨 앉는다. 남자는 그녀의 뇌쇄적인 공격에 모든 경계를 푼다. 그녀가 묻는다. "무슨 나쁜 짓을 했나요?". 대답이 없자 그녀는 방아쇠를 당긴다.이런 행동은 킬러로서 금기된 행동이다. 조직의 지시는 깔끔한 마무리다. 그래서 그녀는 조직의 눈밖에 나고 만다.뤽 베송 감독의 '니키타'(1990)를 비롯해 연약한 여성을 살인 무기로 등장시킨 영화는 시대를 넘어 인기를 끌고 있다. 화려한 외모의 여성 배우가 펼치는 고난도 액션,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킬러의 세계를 평정한 그녀들의 활약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다.'아토믹 블론드'(2017), '레드 스페로'(2018), '안나'(2019) 등 최근 영화에서도 샤를리즈 테론과 제니퍼 로렌스, 사샤 로스 등이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며 여성판 '존 윅'을 꿈꾸었다.에이바(제시카 채스테인) 또한 100% 임무수행력을 보여주는 킬러다. 프랑스에서 임무수행을 마친 에이바는 어머니(지나 데이비스)가 입원했다는 소식에 수십 년 만에 고향인 보스턴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독보적인 킬러 세계와 달리 고향은 그녀에게 상처만 덧나게 한다. 어머니는 잔소리만 늘어놓고, 여동생과 갈등은 더 심해졌다. 거기에 옛 남자 친구 마이클(커먼)은 여동생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혼란한 마음을 추스르며 다음 암살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다. 그러나 임무를 마친 순간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채 돌아온다. 조직 보스인 사이먼(콜린 패럴)은 이를 계기로 그녀를 처치할 계획을 세운다.'에이바'는 제시카 채스테인의 연기와 액션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영화다. 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날렵하면서도 묵직한 액션을 보여준다. 착 가라앉은 말투와 날카로운 눈빛, 타격감 넘치는 액션, 거기에 빨간 드레스를 휘날리며 벌이는 총격전까지 카리스마 넘친다.그러나 '에이바'는 기존 여성 킬러 영화들과 약간 결을 달리한다. 인간적 고뇌와 상처를 이겨내려는 몸부림이 주된 플롯이기 때문이다. 에이바는 천재성을 가진 아이였다. 그러나 불우한 환경은 그녀를 최악으로 몰고 간다. 알코올 중독에 교도소까지 다녀오면서 인생은 엉망진창이 된다. 결국 군입대를 하게 되고 특수요원으로 발탁되어 급기야 킬러로 양성된다.'에이바'는 그런 주인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을 그린 영화다. 어긋난 과거는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다. 동생과 결혼할 남자친구는 다시 도박에 빠져 있다. 가족을 지켜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녀 또한 죽음의 사신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온다. 이제 그녀는 결정해야 된다. 이 모든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에이바'는 여성 킬러의 활극을 홍보 포인트로 잡고 있다. 그러나 여성판 '존 윅'이 아닌 인간적 고뇌와 상처에 허덕이는 외로운 한 킬러의 이야기로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제시카 채스테인의 연기가 더욱 돋보인다. 동생과 가까워진 옛 남자친구에 대한 회한과 안타까움, 망가진 자신에 대한 절망감, 동생에 대한 연민, 그렇지만 이를 이겨내야 하는 독한 면모까지 잘 연기한다.테이트 테일러는 배우로 시작해 연출로 재능을 찾아낸 감독이다.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흑인차별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린 '헬프'(2011)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영화로 이듬해 3명의 여배우를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제시카 채스테인의 매력을 액션에만 한정시키기보다 드라마로 더욱 확장시키고 싶은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에이바'는 존 말코비치, 콜린 패럴, 지나 데이비스 등 나름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한때 여성 히어로물 '롱키스 굿나잇'(1996)으로 인기를 끌었던 지나 데이비스의 노년 모습을 볼 수 있다. 존 말코비치는 아버지처럼 마지막까지 에이바를 지켜주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상관 듀크역을 맡아 호연한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9-10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기기기괴 성형수' '뉴 뮤턴트' '아무도 없다'
◆기기괴괴 성형수감독: 조경훈목소리 출연: 문남숙, 장민혁오성대 작가의 웹툰 '기기괴괴' 에피소드 중 '성형수'를 원작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성형 수술을 하지 않고 얼굴을 담그기만 해도 성형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화장을 하듯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기적의 물 성형수. 물과 성형수를 4:1 비율로 섞은 후 20분간 얼굴을 담그면 근육과 살의 성질이 완전히 변해 미모를 얻을 수 있다. 외모로 인해 끔찍한 일을 겪은 예지는 어느 날 이 믿기 힘든 성형수를 구한다. 얼굴과 전신, 말 그대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고 유명인이 된다. 그러나 새로운 외모와 삶을 지키고 싶었던 예지는 지켜야 할 선을 넘고 만다. 외모지상주의와 성형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한 작품이다. 85분. 15세 이상 관람가.◆뉴 뮤턴트감독: 조쉬 분출연: 메이지 윌리엄스, 안야 테일러 조이코로나19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10일 개봉된 마블 코믹스의 돌연변이 영화. 비밀 시설에 수용된 십대 돌연변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며 끔찍한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십대의 돌연변이 레인(메이지 윌리엄스)과 일리야나(안야 테일러 조이), 샘(찰리 히튼), 로베르토(헨리 자가)는 비밀 시설에 수용되어 심리 상태를 감시 받는다. 이들이 사회에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닥터 레예스(앨리스 브라가)는 이들에게 돌연변이 능력을 통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자 애쓴다. 어느 날, 대재앙이 덮친 마을에서 혼자 살아남은 대니(블루 헌트)가 이곳에 들어오며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십대 돌연변이들은 믿기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94분. 15세 이상 관람가.◆아무도 없다감독: 존 하이암스출연: 줄스 윌콕스, 마크 멘차카탈출할 수 없는 숲에서 자신을 납치한 살인마와 목숨 걸고 싸우는 공포 스릴러. 남편을 잃고 실의에 빠진 제시카(줄스 윌콕스)는 고향을 떠나 북쪽으로 향한다. 가족들의 걱정이 불편한 그녀는 부재중 전화를 무시한 채 새로운 삶을 기대하며 운전을 계속한다. 운전 중 앞차의 수상한 행동으로 대형 트럭과 사고가 날 뻔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피한다. 그러나 휴게소 화장실부터 숙소 주차장까지 조용히 자신의 뒤를 쫓는 낯선 이의 존재를 느낀다. 그리고 절대 혼자 빠져 나올 수 없는 숲으로 납치된다. 살인마의 표적이 된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도망가기보다 살인마의 뒤를 쫓아야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2020년 미국 매머드 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화제를 모았다. 98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09-10 14: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장르만 코미디’, 지금 개그맨들은 어떻게 버텨내고 있나
공교롭게도 KBS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는 시점에 맞춰 시작한 JTBC '장르만 코미디'는 의도치 않게 어깨가 무거워졌다. 공개코미디 시대가 저물고 있는 상황에 맞춰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하게 했기 때문이다. 과연 '장르만 코미디'는 어떤 실험들을 하고 있을까.◆'장르만 코미디', 장르 실험으로 시작했지만KBS '개그콘서트'가 21년 만에 폐지됐다. 사실 폐지되기 몇 년 전부터 공개코미디는 점점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었다. 시청률이 뚝뚝 떨어졌고, 화제성도 사라졌다. 공채로 뽑힌 개그맨들의 이탈도 일어났다. '개그콘서트'는 개그맨들의 눈물 속에 마지막 무대를 마쳤지만, 그것은 그리 갑작스러운 일만은 아니었다.마침 JTBC에서 시작한 '장르만 코미디'는 과거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수민 PD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애초 '개그콘서트'의 폐지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어쩌다 시기가 그렇게 맞아 떨어졌을 뿐. '장르만 코미디'는 제목에 담긴 것처럼 공개코미디가 아닌 새로운 코미디 형식이 필요하다는 걸 기치로 내세우고 다양한 코미디 실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장르만 코미디'는 다양한 장르를 코미디로 끌어오는 퓨전 실험을 했다. JTBC '부부의 세계'를 패러디한 '쀼의 세계'가 콩트 코미디를 실험했다면, '끝보소(끝까지 보면 소름 돋는 이야기)'는 스릴러를, 2312년에서 타임리프한 아이돌의 이야기를 다룬 '억G&조G'는 SF 코미디를 실험했다. 또 '찰리의 콘텐츠 거래소'는 과거 '웃음충전소'에서 했던 '타짱' 같은 개인기를 소재로 코미디로 엮었고, '개그콘서트'의 폐지로 일자리를 잃은 개그맨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르만 연예인'은 다큐적 상황을 코미디로 재해석했다.하지만 아직까지 '장르만 코미디'의 장르 실험은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코미디로 보면 아직은 웃음의 요소에서 그 함량이 부족했고, 그렇다고 새로운 형식(이를테면 드라마나 다큐)이 그 자체로 색다른 웃음을 뽑아낼 정도로 완성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청률은 1%대(닐슨 코리아)를 전전했고 심지어 0%대까지 떨어졌지만 간신히 1%대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개그맨들의 새로운 설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그 취지에 공감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개그맨들이 살아남기 위한 노력들은 진심으로 느껴지지만 아직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면서 '장르만 코미디'는 다소 현실적인(?) 선택으로 우회했다. 그것은 최근 코미디 영역을 위협하던 유튜브를 오히려 끌어안는 것이었다.◆어째서 개그맨들과 유튜브의 콜라보였을까'장르만 코미디'에서는 '너튜브 고등학교'라는 코너를 세워 마치 '아는 형님'의 교실 같은 세트에서 유튜브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구독자와 조회수를 올리는 비결을 가르치는 내용을 코미디로 풀었다. '개그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인기를 끌었던 강유미가 선생님으로 등장해 갖가지 자극적인 제목이나 썸네일로 구독자수를 늘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코너에는 눈에 띄는 게 유명한 유튜버를 패러디하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개그맨 장기영은 민머리 분장을 하고 최근 '가짜사나이'를 기획해 유명해진 '피지컬 갤러리'의 이른바 '빡빡이 아저씨'로 불리는 김계란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 개그맨이 스타 유튜버를 흉내내는 이 상황은 지금의 달라진 매체환경과 그로 인한 위상의 역전을 잘 보여준다.최근 방영된 '찰리의 콘텐츠 거래소'에서는 아예 도티가 게스트로 출연해 '유튜버 특집'으로 꾸려졌다. '너튜브 고등학교'의 실제 버전처럼 꾸며진 이 코너에서는 애초 콘텐츠를 김준호(찰리)에게 팔기 위해 개인기를 선보이곤 했던 출연자들이 김준호에는 관심도 없고 대신 도티와의 합방만을 희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목할 것은 이미 꽤 많은 개그맨들이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이 코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기 등장한 '낄낄상회'는 스님과 목사 캐릭터로 유명한 채널로 개그맨 장윤석과 임종혁이 운영하는 채널이고, '오인분' 역시 개그맨 안시우, 이수한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또 피규어가 춤을 추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유튜브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억G&조G'의 이상훈 피규어 콘텐츠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다. 즉 '장르만 코미디'가 유튜브와의 콜라보를 다양한 코너에서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된 건 최근 개그맨들이 실제로 유튜버로 상당 부분 옮겨간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유튜브로 자리를 옮겨가는 개그맨들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개그맨 특집'을 했을 때 성공한 개그맨 유튜버로 출연한 엔조이커플 손민수, 임라라의 사례는 개그맨들에게 유튜브가 어떤 공간으로 다가오는가를 잘 보여준 바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공개 무대 개그에서 빛을 보지 못했고 그래서 대안으로서 유튜브 '엔조이커플'을 2017년에 시작했다. 현재는 구독자가 180만 명이지만 이들의 성공은 2년 전 그 유명한 '엘리베이터에서의 방귀 몰카'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 몰카가 엄청난 화제가 되면서 일약 스타 유튜버가 되었던 것이었다.엔조이커플만이 아니라 개그맨에서 유튜버로 전향해 성공한 이들은 적지 않다. 현재 개그맨 출신 유튜버로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개그맨 장다운과 한으뜸이 운영하는 '흔한남매'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현재 200만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들은 과거 SBS '웃찾사' 13기 공채 개그맨으로 시작했지만 빛을 보진 못했다. 겨우겨우 '흔한 남매'라는 코너가 주목을 받게 되었을 때 '웃찾사'가 폐지되게 됐던 것. 결국 대안으로 그들은 유튜버가 되었고 차근차근 노력해 성공할 수 있었다.사실 이미 '웃찾사'가 폐지될 때부터 공개코미디는 조금씩 꺾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추락에는 유튜브가 웃음을 찾는 이들의 대안적 공간으로 등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사라져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선택한 개그맨들은 그 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 '장르만 코미디'가 유튜브와의 콜라보를 이토록 전방위적으로 시도하게 된 데는 유튜브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몸부림이 아니었을까.◆개그맨들이 '가짜 연예인'으로 땀과 눈물을 쏟는 건최근 '장르만 코미디'에서 '장르만 연예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갈수록 좁아지는 입지에 대안으로 유튜브를 내세우고, 최근 화제가 된 '가짜사나이'를 패러디한 '가짜연예인'을 시도했다. '가짜사나이'에서 화제가 됐던 이근 대위를 초빙해 외딴 섬에서 특훈을 받는 과정을 담아낸 것. 물론 웃음의 포인트를 넣기 위해 개그맨들의 인터뷰를 삽입해 놓았지만, 그 방송분은 웃음기 하나 없는 실제 훈련이었다.워낙 '가짜사나이'와 이근 대위가 최근 화제가 되어서인지 '장르만 코미디'에서 '가짜 연예인'은 유독 주목받는 코너가 되었다. 유튜브에도 개설되어 1천7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끌어 모았다. 물론 이것이 개그맨들이 공개코미디 이후 새롭게 찾은 길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유튜브 시대를 맞아 설자리를 잃게 된 개그맨들이 유튜브라는 새로운 무대를 실험하고 있고, 그것은 땀과 눈물을 쏟아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는 점이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개그맨들은 현재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2020-09-10 14: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