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뉴스 오브 더 월드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한 장면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한 장면

톰 행크스 주연의 '뉴스 오브 더 월드'(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야만의 시대에 휴머니즘을 역설하는 감동적이고 우아한 서부영화다.

1870년, 남북전쟁이 끝난 지 5년 후 텍사스. 대위로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제퍼슨 카슨 키드(톰 행크스)는 시골을 돌아다니며 신문과 잡지에 난 뉴스를 읽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그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로 웃음과 삶의 활력을 주는 '뉴스맨'인 것이다.

어느 날 길을 가다 피습당한 마차에서 혼자 살아남은 소녀 조해나(헬레나 젱겔)를 만난다. 조해나는 어릴 때 인디언의 습격으로 부모가 사망하고, 인디언에 의해 길러진 독일계 금발 소녀였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고 키오와 인디언 말만 하는 소녀를 떠안은 키드는 먼 친척에게 데려다 주기 위해 자신의 마차에 태운다. 그리고 수백 마일의 긴 여정을 함께 하면서 서서히 인간적으로 가까워진다.

이 영화는 톰 행크스가 출연한 첫 서부영화다. 그는 '스플래시'(1984), '빅'(1988) 등 가벼운 코믹영화에서부터 액션, 전쟁, 스릴러, SF, 스포츠 등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를 섭렵했지만, 50년 연기생활 중 서부영화는 처음이다. 그만큼 서부영화는 그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다.

서부영화는 존 웨인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같은 터프 가이에게 어울리는 장르다. 무법과 살인, 생존을 위한 야만이 가득한 그 시대에 톰 행크스가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였다.

그는 어떤 장르의 영화든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져야 할 따뜻한 휴머니즘과 인간으로서의 책임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얘기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포레스트 검프'(1994)가 대표적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1992)와 같은 수정주의 웨스턴이 등장하면서 서부영화의 통속적인 영웅놀이는 막을 내린다. 그 이후 서부영화는 약자, 특히 여성과 인디언에 대한 다른 시선이 담기면서 휴머니즘 넘치는 수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폴레트 자일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원작 소설은 10살에 인디언에 끌려가 그들에게 길러진 아돌프 콘의 실존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한 장면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한 장면

영화는 둘이 겪는 고난의 여정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믿음에 대한 로드무비다. 키드와 조해나는 둘 다 상처받고 버려진 존재다. 키드는 전쟁에 참전해 원하지 않은 살인을 저질렀고, 아내마저 병으로 잃어버린 외로운 영혼이다. 아내의 무덤조차 찾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조해나 또한 부모를 잃고, 낯선 문화에서 길러진 이방인이다. 인디언이 말살되면서 이제 두 번째 양부모와도 비극적 이별을 한 어린 여자애다.

문화와 언어, 인종과 성별, 나이마저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 마차를 타고 한 곳을 향해 가는 여정. 쉽지 않은 동행이다. 영화는 마치 지구 반대편처럼 아득한 격차 속에서 서서히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웨스턴답게 악인과 격투도 있다. 조해나를 노린 악당 세 명의 추격과 이를 조해나의 기지로 격퇴하는 장면은 짧지만, 스릴 있고 박력 있다.

흥미로운 것은 뉴스라는 설정이다. 그 힘든 시기에도 신문이 발행되지만, 모든 사람들이 신문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맹률도 상당히 높았던 때다. 그럼에도 뉴스는 현실을 이해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희망의 메신저다.

키드는 그런 희망에 불을 지피는 휴머니스트다. 동네 주민들을 착취하며 자기에게 유리한 신문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인종차별주의자와 대척점에 서면서 위기를 맞기도 한다. 이 악인은 15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존재하는 반인간적 천민 자본가와 차별주의자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한 장면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한 장면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서부영화의 화려한 총격전과 액션을 원하는 관객과는 맞지 않겠다. 액션 스릴러 '본 슈프리머시'(2004) 등 세 편의 본 시리즈를 감독한 폴 그린그래스를 기대했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웨스턴의 거침과 그 속에서도 보듬고 피워나가야 하는 인간애를 담은 야생화 같은 영화다. 톰 행크스의 외유내강의 신념과 지성이 특히나 잘 담긴 '톰 행크스표 영화'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조해나 역을 맡은 헬레나 젱겔이다. 2008년 독일에서 태어난 13살 아역배우로 영어를 못하지만, 버려진 것에 분노하는 조해나 역을 대사가 아닌 눈빛으로 잘 연기한다. 조해나는 복잡다단한 캐릭터로 앞으로 눈여겨 볼 배우다. 118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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