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장르만 코미디’, 지금 개그맨들은 어떻게 버텨내고 있나

‘장르만 코미디’가 그려보는 공개코미디 이후의 세계

JTBC '장르만 코미디' 중 '장르만 연예인'. JTBC 제공 JTBC '장르만 코미디' 중 '장르만 연예인'. JTBC 제공

공교롭게도 KBS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는 시점에 맞춰 시작한 JTBC '장르만 코미디'는 의도치 않게 어깨가 무거워졌다. 공개코미디 시대가 저물고 있는 상황에 맞춰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하게 했기 때문이다. 과연 '장르만 코미디'는 어떤 실험들을 하고 있을까.

◆'장르만 코미디', 장르 실험으로 시작했지만

KBS '개그콘서트'가 21년 만에 폐지됐다. 사실 폐지되기 몇 년 전부터 공개코미디는 점점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었다. 시청률이 뚝뚝 떨어졌고, 화제성도 사라졌다. 공채로 뽑힌 개그맨들의 이탈도 일어났다. '개그콘서트'는 개그맨들의 눈물 속에 마지막 무대를 마쳤지만, 그것은 그리 갑작스러운 일만은 아니었다.

마침 JTBC에서 시작한 '장르만 코미디'는 과거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수민 PD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애초 '개그콘서트'의 폐지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어쩌다 시기가 그렇게 맞아 떨어졌을 뿐. '장르만 코미디'는 제목에 담긴 것처럼 공개코미디가 아닌 새로운 코미디 형식이 필요하다는 걸 기치로 내세우고 다양한 코미디 실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장르만 코미디'는 다양한 장르를 코미디로 끌어오는 퓨전 실험을 했다. JTBC '부부의 세계'를 패러디한 '쀼의 세계'가 콩트 코미디를 실험했다면, '끝보소(끝까지 보면 소름 돋는 이야기)'는 스릴러를, 2312년에서 타임리프한 아이돌의 이야기를 다룬 '억G&조G'는 SF 코미디를 실험했다. 또 '찰리의 콘텐츠 거래소'는 과거 '웃음충전소'에서 했던 '타짱' 같은 개인기를 소재로 코미디로 엮었고, '개그콘서트'의 폐지로 일자리를 잃은 개그맨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르만 연예인'은 다큐적 상황을 코미디로 재해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르만 코미디'의 장르 실험은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코미디로 보면 아직은 웃음의 요소에서 그 함량이 부족했고, 그렇다고 새로운 형식(이를테면 드라마나 다큐)이 그 자체로 색다른 웃음을 뽑아낼 정도로 완성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청률은 1%대(닐슨 코리아)를 전전했고 심지어 0%대까지 떨어졌지만 간신히 1%대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그맨들의 새로운 설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그 취지에 공감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개그맨들이 살아남기 위한 노력들은 진심으로 느껴지지만 아직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면서 '장르만 코미디'는 다소 현실적인(?) 선택으로 우회했다. 그것은 최근 코미디 영역을 위협하던 유튜브를 오히려 끌어안는 것이었다.

◆어째서 개그맨들과 유튜브의 콜라보였을까

'장르만 코미디'에서는 '너튜브 고등학교'라는 코너를 세워 마치 '아는 형님'의 교실 같은 세트에서 유튜브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구독자와 조회수를 올리는 비결을 가르치는 내용을 코미디로 풀었다. '개그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인기를 끌었던 강유미가 선생님으로 등장해 갖가지 자극적인 제목이나 썸네일로 구독자수를 늘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코너에는 눈에 띄는 게 유명한 유튜버를 패러디하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개그맨 장기영은 민머리 분장을 하고 최근 '가짜사나이'를 기획해 유명해진 '피지컬 갤러리'의 이른바 '빡빡이 아저씨'로 불리는 김계란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 개그맨이 스타 유튜버를 흉내내는 이 상황은 지금의 달라진 매체환경과 그로 인한 위상의 역전을 잘 보여준다.

최근 방영된 '찰리의 콘텐츠 거래소'에서는 아예 도티가 게스트로 출연해 '유튜버 특집'으로 꾸려졌다. '너튜브 고등학교'의 실제 버전처럼 꾸며진 이 코너에서는 애초 콘텐츠를 김준호(찰리)에게 팔기 위해 개인기를 선보이곤 했던 출연자들이 김준호에는 관심도 없고 대신 도티와의 합방만을 희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목할 것은 이미 꽤 많은 개그맨들이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이 코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기 등장한 '낄낄상회'는 스님과 목사 캐릭터로 유명한 채널로 개그맨 장윤석과 임종혁이 운영하는 채널이고, '오인분' 역시 개그맨 안시우, 이수한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또 피규어가 춤을 추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유튜브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억G&조G'의 이상훈 피규어 콘텐츠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다. 즉 '장르만 코미디'가 유튜브와의 콜라보를 다양한 코너에서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된 건 최근 개그맨들이 실제로 유튜버로 상당 부분 옮겨간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JTBC '장르만 코미디' 중 '찰리와 콘텐츠 거래소'. JTBC 제공 JTBC '장르만 코미디' 중 '찰리와 콘텐츠 거래소'. JTBC 제공

◆유튜브로 자리를 옮겨가는 개그맨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개그맨 특집'을 했을 때 성공한 개그맨 유튜버로 출연한 엔조이커플 손민수, 임라라의 사례는 개그맨들에게 유튜브가 어떤 공간으로 다가오는가를 잘 보여준 바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공개 무대 개그에서 빛을 보지 못했고 그래서 대안으로서 유튜브 '엔조이커플'을 2017년에 시작했다. 현재는 구독자가 180만 명이지만 이들의 성공은 2년 전 그 유명한 '엘리베이터에서의 방귀 몰카'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 몰카가 엄청난 화제가 되면서 일약 스타 유튜버가 되었던 것이었다.

엔조이커플만이 아니라 개그맨에서 유튜버로 전향해 성공한 이들은 적지 않다. 현재 개그맨 출신 유튜버로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개그맨 장다운과 한으뜸이 운영하는 '흔한남매'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현재 200만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들은 과거 SBS '웃찾사' 13기 공채 개그맨으로 시작했지만 빛을 보진 못했다. 겨우겨우 '흔한 남매'라는 코너가 주목을 받게 되었을 때 '웃찾사'가 폐지되게 됐던 것. 결국 대안으로 그들은 유튜버가 되었고 차근차근 노력해 성공할 수 있었다.

사실 이미 '웃찾사'가 폐지될 때부터 공개코미디는 조금씩 꺾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추락에는 유튜브가 웃음을 찾는 이들의 대안적 공간으로 등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사라져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선택한 개그맨들은 그 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 '장르만 코미디'가 유튜브와의 콜라보를 이토록 전방위적으로 시도하게 된 데는 유튜브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개그맨들이 '가짜 연예인'으로 땀과 눈물을 쏟는 건

최근 '장르만 코미디'에서 '장르만 연예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갈수록 좁아지는 입지에 대안으로 유튜브를 내세우고, 최근 화제가 된 '가짜사나이'를 패러디한 '가짜연예인'을 시도했다. '가짜사나이'에서 화제가 됐던 이근 대위를 초빙해 외딴 섬에서 특훈을 받는 과정을 담아낸 것. 물론 웃음의 포인트를 넣기 위해 개그맨들의 인터뷰를 삽입해 놓았지만, 그 방송분은 웃음기 하나 없는 실제 훈련이었다.

워낙 '가짜사나이'와 이근 대위가 최근 화제가 되어서인지 '장르만 코미디'에서 '가짜 연예인'은 유독 주목받는 코너가 되었다. 유튜브에도 개설되어 1천7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끌어 모았다. 물론 이것이 개그맨들이 공개코미디 이후 새롭게 찾은 길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유튜브 시대를 맞아 설자리를 잃게 된 개그맨들이 유튜브라는 새로운 무대를 실험하고 있고, 그것은 땀과 눈물을 쏟아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는 점이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개그맨들은 현재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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