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미스터트롯' 신드롬은 예견된 것이었다

비지상파 최고시청률 기록한 ‘미스터 트롯’…힘의 원천은
옛것에 새로움을 더한 뉴트로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

미스터트롯 스틸컷. TV조선 제공 미스터트롯 스틸컷. TV조선 제공

TV조선 '미스터트롯'이 결국 일을 냈다. 비지상파로서는 역대 최고 시청률인 25.7%를 기록한 것. 하지만 이런 성공은 이미 '미스트롯'의 대박 이후 '미스터트롯'을 후속 프로그램으로 하겠다했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무엇이 이런 예견된 신드롬을 만들었을까.

◆비지상파 최고시청률 경신한 '미스터트롯'

TV조선 '미스터트롯'이 첫 회 시청률부터 무려 12.5%(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즉 '미스터트롯'은 '미스트롯'이 첫 회에 거둔 5.8%의 두 배를 간단히 넘겨버렸던 것. 그리고 5회 만에 25.7%를 기록함으로써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JTBC '스카이캐슬'의 23.7%를 추월해버렸다. 이제 절반을 지나왔을뿐이라는 점에서 '미스터트롯'의 이 놀라운 기록은 향후 자체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뒤로 갈수록 몰입도와 화제성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청률은 지금의 방송환경에서 주요 지표라 말하긴 어렵다. 본방 시청보다는 '선택적 시청'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스터트롯'의 시청률이 중요한 지표가 되는 건, TV조선이라는 채널의 특성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보수적인 시청층을 갖고 있는 TV조선으로서는 본방 시청이 타 방송사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충성도 높은 본방 고정 시청층이 존재한다는 의미기 때문에 본방 시청률이 정점에 오른다는 건 TV조선으로서는 더 큰 의미를 갖기 마련이다.

한 프로그램의 성공은 그 채널의 다른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미스터트롯'의 성공으로 여기 출연했다 탈락한 트로트 신동들인 홍잠언, 임도형이 출연한 '아내의 맛' 역시 8.8%의 높은 시청률을 가져갔다. 게다가 '미스터트롯'은 거의 일주일 내내 베스트 편집 등으로 재방송을 내보내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실제로 설 명절에 방영됐던 '미스터트롯'의 재방, 삼방은 모두 6%대를 기록했다. 연령대가 높은 고정 시청층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고 또 보고 했다는 이야기다. '미스터트롯' 열풍은 그래서 단지 프로그램 하나의 성공에 머물지 않는다. 트로트 오디션이라는 장르의 선점효과가 있고, 이를 통해 배출된 가수들을 통한 다양한 방송이나 사업 등의 연계까지 가능하다. 이미 '미스트롯'이 했던 것처럼.

미스터트롯 스틸컷. TV조선 제공 미스터트롯 스틸컷. TV조선 제공

◆'미스트롯'의 후광효과에 실력자들이 모여드니

'미스터트롯' 신드롬의 시작은 '미스트롯'의 후광효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작년 상반기 트로트열풍을 몰고 온 '미스트롯'은 '송가인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 학습효과는 '미스터트롯'에 숨은 트로트 고수들이 모여들게 한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인재들이 모여 드는가에 달려 있다는 걸 우리는 이미 여타의 오디션을 통해 알고 있다. Mnet '슈퍼스타K'가 시즌2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서서히 열기가 식고 결국 2016년을 마지막으로 종영하게 된 것도 결국은 인재 풀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SBS 'K팝스타'가 국내 3대 기획사를 심사위원석에 앉히면서 인재들이 분산되었고 그렇게 인재들이 빠져나가자 '슈퍼스타K'는 보다 자극적인 편집을 통해 욕을 먹으면서도 시청률을 가져가든가 아니면 소소한 성취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던 것.

'미스터트롯'은 다양한 실력에 끼까지 겸비한 인재들을 대거 출연시키면서 유소년부, 신동부, 타장르부, 아이돌부, 대학생부, 직장인부, 대디부 등등으로 나눠 그 부에 맞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구사했다. 예를 들어 유소년부의 홍잠언이나 정동원 같은 아이들이 등장할 때는 귀여움과 그것을 뛰어넘는 반전의 어른스러운 노래 실력을 통한 스토리를 구사하고, 신동부의 트로트 신동으로 불렸던 출연자들은 울산 이미자 김희재, 리틀 남진 김수찬, 대구 조영남 이찬원 같은 닉네임을 더해 대결구도에 맛을 높였다. 또 현역부의 임영웅이나 영탁, 장민호 같은 출연자들은 프로가수들이 정통 트로트의 맛을 선사한다면, 타 장르부의 고딩 파바로티로 유명한 김호중이나 록커 Y2K의 고재근 같은 인물들은 트로트의 퓨전이 주는 묘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태권무를 하며 트로트를 부르는 나태주나 마술과 트로트를 접목한 김민형, 남녀 듀엣을 홀로 소화하는 한이재 같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정통 트로트에서부터 쇼에 이르는 버라이어티한 면면들이 다양한 출연자들에 의해 가능해지면서 프로그램은 특별한 조미료 없이도 날개를 달았다.

미스터트롯 방송화면 캡처 미스터트롯 방송화면 캡처

◆오팔세대부터 젊은 세대까지

최근 신 소비층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른바 '오팔세대'의 부상 역시 '미스터트롯' 열풍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오팔세대는 1955년에서 63년까지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기존의 노년층과는 달리 자신을 위한 삶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신 중년'으로 불리는 이들을 말한다. 남다른 소비력을 가진 세대로서 업계에서도 주목하는 이들에게 트로트라는 다소 그간 소외되어왔던 분야를 문화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미스트롯'이나 '미스터트롯' 같은 프로그램이 준 카타르시스는 남달랐다고 볼 수 있다. '미스터트롯'에 대한 정서적인 공감대는 그래서 더 단단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작부터 오팔세대 같은 단단한 팬덤을 기본 바탕으로 깔아놓고 시작한 '미스터트롯'은 그 위에 젊은 세대들도 유입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더하는 것만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오디션의 특성 상 젊은 출연자들이 무대에 올라 보여주는 저마다의 놀라운 무대들은 그래서 나이든 세대들에게는 트로트에 대한 자부심을 자극하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만들어주었다. 높은 시청률과 함께 인터넷을 바탕으로 하는 화제성도 가장 높은 프로그램으로 지목된 건, 이 프로그램이 어느덧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시청층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상파나 케이블, 종합 편성 채널 등 올드미디어가 되어버린 방송사들의 고민이 전통적인 지표로서의 시청률을 가져가면서도 새로운 지표로 떠오르고 있는 인터넷 화제성을 동시에 끌어오는 것이라고 할 때, '미스터트롯'의 성취는 의미심장한 면이 있다. 즉 오팔세대 같은 중장년 이상의 세대들을 공략함으로써 기본 시청률을 가져가면서 동시에 젊은 세대들도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것이 지금의 과도기적 상황에 하나의 답으로서 제시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뉴트로'라는 트렌드에서 읽히고 있는 것처럼, 옛것을 가져와 현재적 관점을 넣어 세련되게 재해석하는 콘텐츠들의 성공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미스터트롯'이 공식처럼 보여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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