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트]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재석이 만난 위대한 서민들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사람 여행, 무엇을 남겼나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 퀴즈 온 더 블럭'

길거리에서 무수히 많은 인생들을 만났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12월 3일부로 일단락을 맺었다. 내년 봄을 기약하며 겨울 휴지기에 들어간 것. 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어떤 성취를 거두었을까.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만난 사람들

인천의 어느 마을, 꽃이 만개한 꽃밭의 아름다움에 이끌린 유재석과 조세호는 그 길에서 한 어르신을 만난다. 그리고 그 어르신으로부터 마치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한 가운데 꽃밭도 있고 원두막도 있는 특이한 그 마을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들어보니 그 꽃밭은 본래 마을을 관통하는 8차선 도로 부지였다. 도로 하나가 마을들 사이에 놓여져 왕래를 끊어버릴 수 있다는 소식에 어르신과 마을 몇 분이 뭉쳐서 반대를 했고, 그 곳에 꽃을 심기 시작했다는 것. 그 작은 손길에 마을 사람들이 사비를 들여 동참했고 무려 7-8년 간이나 가꿔져 지금의 그 아름다운 꽃밭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아요. 꽃 피워주고 새싹 피워주고 내가 해준 것만큼 저 꽃송이들이 커요. 내가 물 주고 사랑 준 것만큼... 사는 게 뭐 별거 있나. 여기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참 좋아요." 어르신의 그 한 마디가 유재석과 조세호를 감탄하게 만든다.

어느 작은 마을에서 만난 이름 모를 어르신이지만 이토록 위대한 이들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넘쳐난다. 매번 어느 동네를 가든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분들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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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아팠다는 딸에게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오히려 너무나 감사함을 표하는 딸, 요양원에서 돌아가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볼 때 가장 마음 아프고 좀 더 자세히 살피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는 어느 요양사, 먹고 살기 힘들어 공부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어려서부터 생업에 뛰어들게 한 장남에 대해 지금도 미안함을 갖고 있는 백발의 엄마에게 어쩔 수 없었던 시대의 흐름 아니냐며 섭섭하거나 서운해 한 적 없다고 말하는 칠순이 다 되어가는 아들, 자식들을 위해 시멘트바닥이 패일 정도로 수십 년을 하루도 변함없이 그 곳에 서서 세탁 일을 해온 아버지...

아주 평범해 보이는 우리네 이웃 같은 사람들의 '보석 같은' 삶의 이야기가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게 빠져들고, 그 어떤 코미디보다 유쾌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힘은 바로 그 놀라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주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 퀴즈 온 더 블럭'

◆길거리 퀴즈쇼에서 진솔한 토크쇼로의 진화

처음부터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사람여행'이런 콘셉트를 제대로 추구했던 것은 아니었다. 작년 8월 처음 시작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물론 사람들과의 토크가 주된 내용이긴 했지만 어딘지 퀴즈쇼에 더 집중하는 느낌이 컸다. 100만원의 상금을 얻기 위해서 당시만 해도 다섯 문제를 연달아 맞춰야 했다. 문제를 내고 맞추는데 그만큼 이 프로그램이 초반 신경을 썼다는 의미다.

하지만 추운 겨울 길거리 토크쇼 자체가 어려워 휴지기를 갖고 봄에 다시 돌아오면서 이제 한 문제만 맞춰도 100만원의 상금을 드리는 쪽으로 룰이 바뀌었다. 즉 퀴즈 그 자체보다는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유재석과 조세호가 퀴즈쇼라는 형식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웃음의 포인트는 줄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온전히 마이크를 길거리에서 만나는 보통 서민들에게 넘기자 의외로 보석같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유재석과 조세호는 코미디언보다 더 웃기는 언변에 박장대소하기도 했고, 달달한 첫 만남과 사랑이야기에 광대가 승천하기도 했으며, 너무나 가슴 먹먹한 이야기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이 위대한 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재석과 조세호는 입보다는 귀가 되어주는 것으로 더더욱 그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던 그 길이 이제는 언제 어디서 어떤 위대한 이야기를 듣게 될까 설레는 길이 됐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그 길을 계속 걸어갔고, 차츰 그들을 알아보고, 프로그램을 알아보는 이들이 저들 스스로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꺼이 털어놨다. 프로그램은 갈수록 풍성해졌다. 길거리 퀴즈쇼가 진솔한 토크쇼가 되면서 프로그램은 제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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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과했던 사람의 위대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늘 정해진 틀에서 정해진 출연자들과 함께 예능을 만들어오던 그 방식을 탈피한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들로부터 내밀하고 진솔한 이야기까지 끄집어낸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전면에서 사람들을 만나 그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무엇보다 컸지만, 그만큼 연출자의 보이지 않는 정성이 촬영, 편집, 자막에 들어갔다.

시그니처 편집처럼 되어 있는, 유재석과 조세호가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고 또 나뭇잎을 타고 날아오르기도 하는 CG 처리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영상에 역동감을 만들어줬다. PD의 감수성 넘치는 자막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잘 정리해서 효과적으로 전해지게 만들어줬다. 또 유재석과 조세호만의 인터뷰에 더해 추가로 더 내밀한 인터뷰를 따로 붙여넣어 이야기의 심도를 높여줬다.

무엇보다 눈에 띠었던 건 어느 한 지역을 찾아가 만난 사람들의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꿰어 한 편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는 구성의 힘이었다. 예를 들어 문래동의 공장지대를 찾아가 만난 시민들의 이야기를 부제 'Don't stop me now'로 엮어내는 식이다. 한 때 IMF를 맞아 철공소들이 도산하기도 했지만 지금도 버텨내고 있는 그 지역의 공통된 분위기를 그 부제로 묶어낸 것.

이런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노력보다 이 프로그램을 완성시킨 건 결국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프로그램은 그토록 많은 위대한 서민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건 사실 어떤 사람이든 수십 년의 세월을 살아오며 저마다 드라마 몇 편씩에 해당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위대하다는 걸 증명해주었다. 이름 없이 묵묵히 제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 누구라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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