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슬픔의 케이팝 파티-부산'을 가다

지난달 28일 부산 금정구 '금사락'에서 열린 '슬픔의 케이팝 파티' 공연 장면. 이화섭 기자 지난달 28일 부산 금정구 '금사락'에서 열린 '슬픔의 케이팝 파티' 공연 장면. 이화섭 기자

"선배, '슬케파'라고 알아요?"

일전에 식사 자리에서 뜬금없이 들었던 후배의 질문이었다. 처음 듣는 단어에 내심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후배는 '슬픔의 케이팝 파티'(슬케파)에 대해 간략하게 알려주었다. 옆에 계신 일부 선배들은 "매일신문 안에서 트렌드 최전선을 달린다는 놈이 그걸 모르고 있었냐"는 지청구는 덤이었다.

여튼, '슬케파'를 찾아보니 몇몇 언론보도 사례가 있었다. 보도에 나온 주최자 복길(필명)의 말을 인용하자면 "팬덤 문화에 기반한 K팝의 문제적 지점들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럼에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죄책감을 느끼면서 즐기는 행동)' 감성을 공유하고 있는 파티"라고 한다. 하긴 나도 방콕 클럽에서 블랙핑크의 '뚜두뚜두'가 나왔을때 반가우면서 생경스러웠던 이중적 감정을 느낀 바 있으니 주최자의 말이 이해가 갔다. 어떤 파티인지 궁금하던 와중에 가까운 부산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티켓을 예매했다.

슬케파가 열린 지난달 28일 부산 금정구 '금사락'이란 공연장은 공장이 많은 곳 안에 있었다. 70년대 디스코 파티가 열린 곳 중에 이런 창고 같은 곳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기억나며 왠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3시 토크 세션과 5시30분부터 시작되는 파티로 나눠져 열렸는데, 토크 세션에는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K-Pop을 여성뮤지션 중심으로 연표를 써 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후 5시30분부터 10시까지 장장 4시간 반동안 진행되는 파티에 사람들은 입장할 때 미리 나눠준 풍선과 함께 많은 참가자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을 들고 왔다. 제일 많이 본 응원봉이 엑소와 NCT의 응원봉이었다. DIA(다이아)의 'WooWoo'로 출발한 파티는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K-Pop 히트곡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광분을 불러냈다. 떼창은 기본이고, 포인트 안무 나오면 다 따라 추는 진풍경도 나왔다. 분위기는 클럽 같았지만 클럽에서 느껴지는 '끈적함'은 없었다. 되려 그런 끈적한 의도(?)를 갖고 오는 사람은 쫓겨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내가 알고 있던 노래였는데 중반 쯤 돼서야 '아, 그 노래'라며 무릎을 쳤을 때는 '나의 공부가 아직 부족하구나'라는 반성도 했다.

10시가 되자 임정희의 '진짜일 리 없어'가 나오면서 슬케파는 끝이 났고 나는 간만에 춤추며 노느라 뻐근해진 무릎과 허리를 끌고 공연장을 나왔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한국 가요를 많은 사람과 함께 어떤 감정을 함께 느끼며 즐기는 건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다. 혼자 슬프게 들을 게 아니라 함께 들어서 좋았던, 그래서 '파티'라 할 수 있었던 그런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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