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배우, 일본회화 전문가, 아트디렉터~
이 모든 직업을 가진 여고생이 있다. 경북 의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혜원 양이다. 김 양은 아직 학생이라는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미성년자 신분이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실력은 이미 성인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경북연극제에 꾸준히 출연하는 고정 배우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일본 현지인과 막힘없이 대화할 수 있는 회화 능력까지 갖췄다. 디자인과 영상 편집 능력도 전문가 수준이라 온라인 상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한다.
김 양은 초등학교 때 처음 연극을 접했다. 이후 어린이 뮤지컬 등에서 활동하게 됐고 중학교 들어가면서 극단에 들어가게 됐다. 요즘에는 마당극, 정극, 뮤지컬 등 활동 영역을 더욱 넓혀가는 중이다.
이 시절 김 양은 온라인 상에서 무명 디자이너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미성년자 신분을 감추려고 불가피하게 인터넷에서만 활동했지만, 김 양의 실력에 반한 이들이 늘어 일감이 점점 많아졌다.

이 때문에 중학교 3학년 때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할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잠조차 잘 시간이 부족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공연을 가고 끝난 뒤 연습을 하고, 집에 와서는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이마저도 시간이 부족해 밤을 새우는 건 부지기수다.
이렇게 바쁜 상황 속에서 김 양은 일본어에 대한 공부도 이어나갔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습관적으로 일본어 뉴스와 라디오를 틀어 놓고 생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에서 주최한 '제19회 고교생 일본어 말하기대회'에서 외고 학생들을 제치고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의성여고에서도 김 양의 활동을 지원하고자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상담 교사의 지도로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잡는 중이다. 디자이너 활동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휴식 시간에는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규 수업에 일본어 과목도 채택해 심화교육이 가능하도록 지원 중이다.
올해 고3이 된 김 양은 학업에 좀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지만, 최종 목표는 일본 대학에 진학해 좋아하는 디자인을 전공하는 것이다.
김혜원 양은 "새로운 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해서 스스로 조금 더 믿음을 가지고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해보지 않은 분야는 일단 해봐야 하고 궁금한 것은 꼭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앞으로 일본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 더 넓은 곳에서 일해보고 싶은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