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준비, 독서] 고교생들에게 권하는 책-인문·사회와 과학 분야

우주, 인류, 문화, 역사에 대한 지식 습득 기회
분량이 부담되더라도 한번 도전해 볼만
필요한 부분 골라 읽기, TV 도움받기도 요령

베스트셀러 서적들이 진열된 대구 시내 한 서점 모습. 독서는 지식을 쌓고, 깊고 넓은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데도 우용한 도구다. 매일신문 DB 베스트셀러 서적들이 진열된 대구 시내 한 서점 모습. 독서는 지식을 쌓고, 깊고 넓은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데도 우용한 도구다. 매일신문 DB

좋은 건 안다. 하지만 꾸준히 하긴 쉽지 않다. 독서 얘기다. 영상 매체에 익숙한 고교생들에겐 책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습관이 돼 있지 않다면 계속 읽기도 힘들다. 더구나 이번에 소개하려는 인문·사회, 과학 분야 책에는 딱딱하거나 어려운 내용도 포함돼 있다. 책 두께에 미리 질려버릴지도 모른다.

책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다. TV 프로그램 '요즘책방:책 읽어드립니다' 등 영상 매체의 도움을 빌리는 것도 괜찮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게 좋지만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부담은 잠시 벗자. 궁금한 부분만 찾아 읽어도 좋다. 익숙해지면 읽기, 이해 능력도 는다. 낯설고 긴 수능시험 지문도 좀 더 빨리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표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표지

◆그리스 로마 신화(이윤기 지음)·신화 속으로 떠나는 언어 여행(아이작 아시모프)

이 신화는 서양 문화예술의 고전이자 뿌리다. 오늘날까지 수많은 예술, 문학 작품으로 다양하게 변주된 얘기다. 신과 인간, 영웅과 괴물들이 어울려 그려낸 대서사시다. 이윤기는 서구가 아니라 우리의 안목에서 이 신화를 간결하게 풀어낸다. 신화 유적지와 박물관 등을 직접 찾아 찍은 사진도 인상적이다.

우리 일상 속 언어와 표현, 상상력, 상징은 세월을 넘어 옛 신화와 맞닿아 있다. '신화 속으로 떠나는 언어 여행'은 언어의 의미와 유래, 그 뒷얘기들까지 담았다. '박학다식'한 아시모프답게 책 속엔 지식이 가득하다. 가령 코스모스(Cosmos)만 해도 옛 그리스인은 '정연한 배열'이란 의미로 썼는데 지금 영어에선 '우주, 질서, 조화'란 뜻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표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표지

◆코스모스(칼 세이건 지음)·호킹의 빅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스티븐 호킹 지음)

'코스모스'는 같은 이름의 13부작 과학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유명한 건 알지만 두께 탓에 엄두가 안 날지도 모른다. 주제도 우주와 별, 지구, 인간에 대한 것이니 가볍진 않다. 그래도 생각보단 쉽게 읽힌다. 세이건의 문장은 감각적이고 매끄럽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스치듯 지나간다 해도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이 책이 주는 여운은 작지 않다.

우주의 비밀를 탐구하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2018년 '우주로 돌아갔다'. 이 책은 호킹의 유작. '신은 존재하는가'부터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까지 그의 지혜와 철학이 녹아 있다.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서문을 쓴 것도 독특하다. 그는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년 작)에서 호킹 박사 역할을 한 적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표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표지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지음)·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고전이 된 '이기적 유전자' 역시 쉽진 않다. 하지만 간결한 문체와 생생한 비유로 유전자 단위에서 진화를 잘 설명한다. 글 전개도 논리적이고 명쾌하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과 울림을 던진다. 그가 '문화적 유전자(모방)'라고 제시한 개념 '밈(Meme)'은 요즘 인터넷에서 인기다. 유행하는 행동이나 양식, 또는 그 이미지를 뜻하는 말로 자주 쓴다.

또 두꺼운 책이다. '총, 균, 쇠'를 다 읽기 부담스럽다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이라도 읽어보자. 여기선 인류의 발전 양상이 다른 게 환경의 차이 탓이라고 한다. 많은 분량이 그 주장을 논증하는 데 쓰였다. 백인 우월주의에서 벗어난 생각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발전의 요소를 다양한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 탓에 '균'에 자꾸 눈이 간다.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표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표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토드 부크홀츠 지음)·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

인류만 진화하는 게 아니다. 그에 따라 사회, 문화도 진화한다. 경제학도 그렇다. 부크홀츠는 대표적 경제학자들의 생애와 경제이론·사상을 재치 있게 풀어냈다. 애덤 스미스부터 카를 마르크스, 앨프리드 마셜, '경제학의 구세주'라 불리는 케인스 등 경제학 전체 흐름을 짚는다. 경제학이 어렵다지만 교과서같은 책들보다는 쉽게 쓰였다.

경제 문제를 입에 올리긴 쉽잖다. 복잡한 지식, 이론이 난무한다. 장하준은 경제 지식이 부족한, 평범한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이 책의 효과적 활용법은 차례를 본 뒤 읽고 싶은 부분을 골라내 읽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 경제학적 원칙을 배우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독자들이 관심 있는 문제들에 그 원칙을 적용해 설명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제임스 롬의 '알렉산드로스, 제국의 눈물' 표지 제임스 롬의 '알렉산드로스, 제국의 눈물' 표지

◆알렉산드로스, 제국의 눈물(제임스 롬 지음)·한국고대전쟁사(임용한 지음)

세계 역사를 뒤흔든 영웅이 32살에 갑자기 눈을 감았다. 거대 제국 마케도니아는 공식적 후계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 알렉산드로스는 '가장 강한 자에게'란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버렸다. 위대한 왕의 죽음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의 지배권을 두고 벌어진 권력 투쟁을 그렸다. 그 결과는 알렉산드로스가 꿈꾸던 세계국가가 아니라 다극화된 세계였다.

우리 고대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전쟁, 전략, 전술 분야는 더하다. 임용한은 우리 역사와 서양·중국 전쟁사 지식에다 상상력, 현지 답사 경험을 버무려 우리 고대 전쟁사를 생생하고 풍부하게 그려냈다. 2권 '사상 최대의 전쟁'에선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 얘기를 다룬다. 당시 전황과 고구려의 승리 요인 등 다각적, 입체적 분석이 돋보인다.

이영채, 한홍구의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표지 이영채, 한홍구의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표지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이영채, 한홍구 지음)·임정로드 4000㎞(김종훈 등 지음)

고대사 못지 않게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있다. 이영채와 한홍구는 일본 우익의 뿌리가 메이지 유신 이후 폭력적 제국주의에 있으며, 그들의 얘기가 우리 극우 세력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얘기한다. 또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해온 이들과 친일 문제의 관련성을 짚는다. 그리고 일본 내 양심세력과의 연대를 강조한다.

'임정로드 4000㎞'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순례길 가이드북이다. 임시정부 26년 역사를 한 페이지씩 넘기며 확인할 수 있다. 쉽고 재미있게 우리 독립운동 역사의 현장을 찾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QR코드로 첨부한 실시간 웹 지도, 정확한 주소와 간략한 약도, 가는 방법까지 담겼다. 이 길을 걷는 건 치열했던 우리 역사를 기억하기에 좋은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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