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의자 가져온 게 마음 걸려" 50년 만에 되갚은 2천만원

1968년 성광고 졸업 70대 “어려운 후배들 위해 써달라” 모교 방문 양심 장학금 기탁

'양심 장학금'을 기탁한 이태훈 씨 부부(왼쪽 두 사람)는 학교의 간청에 못 이겨 사진 촬영에 응했다고 했다. 마침 학교에 들른 이종진 성광교육재단 이사장(왼쪽 세 번째)과 박운용 성광고 교장이 함께했다. 성광고 제공 '양심 장학금'을 기탁한 이태훈 씨 부부(왼쪽 두 사람)는 학교의 간청에 못 이겨 사진 촬영에 응했다고 했다. 마침 학교에 들른 이종진 성광교육재단 이사장(왼쪽 세 번째)과 박운용 성광고 교장이 함께했다. 성광고 제공

"50여 년 전 학교에 다닐 때 교실 의자 하나를 집에 갖고 왔는데, 이것이 마음의 빚으로 남아 이제야 갚으려고 왔습니다."

지난달 24일 오전 대구시 북구 성광고등학교 교장실에 70대 노부부가 찾아왔다. 왜소한 체격에 수수한 옷차림의 노인은 가방 속에서 봉투를 꺼냈다. 이들을 맞이한 교장은 봉투 속 수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무려 2천만원이었다.

5일 성광고 박운용 교장이 들려준 사연은 이렇다.

노인은 1968년 2월에 성광고(13회)를 졸업한 이태훈 씨로, 지금은 강원도 홍천 산골짜기에서 살고 있다. 그는 학창시절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방에 교실용 의자가 있어서 사연을 물었더니 학교에서 가져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교실 나무의자는 못을 치지 않고 홈을 파서 연결한 것이어서 옆으로 치면 분해가 되니 가져오기 쉽다는 말이었다.

그도 갖고 싶은 마음이 들어 친구의 '방법'대로 교실 의자 하나를 집으로 들고 온 것이 평생의 짐으로 따라다녔다.

졸업 50년 만에 모교를 찾은 이 씨는 "남의 물건을 가져온 것이 양심에 계속 걸려 이를 갚으려는 마음에서 찾아왔다"면서 "이 돈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후배를 위한 장학금으로 써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떠한 일을 했는지, 처지가 어떠한지에 대해서 설명도 없었고,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잠깐 교장실에서 환담을 하고선 이내 자리를 떴다.

다만 그는 박 교장에게 "인간은 탐심을 없애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남의 물건은 허락 없이 가지지 말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꼭 전해달라"면서 "지식 교육보다는 학생들의 마음이 변할 수 있는 교육현장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교장은 "졸업생 부부가 성금을 맡기고는 손을 잡고 교정을 걸어나가는 뒷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며 "장학금을 기탁자의 뜻이 잘 전달되도록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성광고 측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재학생과 주변에 따뜻한 마음을 실천한 학생 등 40~50명을 추천받아 '양심 장학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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