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다시 국회 밖 투쟁 외친 자유한국당, 비판도 만만찮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동시다발 전방위적 구국 투쟁으로 문재인 정권의 좌파 폭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 집회부터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 황 대표는 대통령에게 직접 국민의 경고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4, 5월 6차례 대여 투쟁의 마지막 5월 25일 집회 이후 3개월 만에 재연될 장외 투쟁이지만 비판도 만만찮게 됐다.먼저 시기의 적절성이다. 지금은 한·일 경제 전쟁이 한창이다. 어느 때보다 여야의 힘을 모으는 게 절실하다. 일본의 경제 보복을 헤쳐나갈 지혜를 찾아도 모자랄 판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도 계속이다. 노골적인 미국의 방위비 분담 확대 압박에다 중국과 러시아의 하늘 침범 등 주변 강국은 피아(彼我) 구분 없이 우리를 옥죄는 엄중한 날들이다. 이런 우려스러운 일이 넘치고 주변 분위기는 나쁘기만 한 탓에 국민 불안은 심각하고 깊어지고 있다. 굳이 이럴 때 장외 투쟁이 과연 마땅한지 의문스럽다.방법도 문제다. 황 대표는 "장외 투쟁으로 국민 분노를 모아가고, 원내 투쟁으로 이 정권의 실정을 파헤치며, 정책 투쟁으로 새 길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특히 황 대표는 지난 7월 18일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만남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국민 감정에 호소한다"며 비판했다. 이는 지금 황 대표에게 꼭 적용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가 부족한 '별다른 대책'을 갖고 원내의 정책 투쟁으로 정부를 추궁할 생각은 않고 장외 투쟁에 나서니 황 대표 스스로 정부·여당처럼 무능함을 고백한 꼴이다.지금은 위기를 이길 정책 대안과 활동이 돋보일 때이다. 그런 만큼 황 대표와 한국당의 장외 투쟁은 진정성이 약하다. 차라리 정치 투쟁 성격이다. 올 2월 전당대회 대표 선출 이후 지속되던 황 대표의 지지율이 최근 떨어지고 한국당도 30% 밑 지지율 답보를 보면 그렇다. 이런 배경에서 장외 투쟁의 명분은 더욱 공허하다. 나라와 국민보다 당 대표와 당을 먼저 걱정한 결정인 만큼 비난받을 만하다.

2019-08-20 06:30:00

[사설] 직장 내 괴롭힘 문화, 성숙한 대응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시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상사의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 사례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정안 시행 후 대구고용노동청에 접수된 상사의 욕설과 담당 업무 외 지시 등은 16건에 불과했지만,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전국의 건수는 모두 1천743건에 이른다고 한다.칠곡경북대병원의 수간호사가 부서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을 사유로 보직해임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가 또다시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피해자인 간호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신생아집중치료실 소속 수간호사가 지난 1년 7개월 동안 상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폭언과 협박 등 갑질을 일삼아왔다는 것이다.그러나 문제를 제기한 간호사들에 대한 다른 의견도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들 역시 타 간호사들에게 또 다른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자세한 경위는 병원 측이 조사를 해보면 밝혀지겠지만, 문제는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직장 내 괴롭힘이 상사에 의한 것만이 아닌 부하 직원들이나 동료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데에 있다.이 법은 직장 내 상하 동료 직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를 악용해서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조직 내 화합과 소통을 저해하는 사례 또한 없지 않다. 위계질서만 앞세우는 경직된 조직문화가 당연한 우선적 현안이겠지만, 직장 안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업무성 스트레스나 상사의 업무 지시를 이겨내지 못하거나 왜곡하는 일 또한 좌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법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성의 문제이다. 인격적인 품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시비에 휘말릴 까닭이 없다. 직장은 생업을 위한 공간으로 직장인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그러잖아도 사회적·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이다. 직장 내 신체적·정신적 폭력과 인격적인 모욕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인 언행에 다름 아니다. 모두의 성숙한 대응이 절실한 시기이다.

2019-08-19 06:30:00

[사설] 대일(對日) 경제 전쟁…대통령과 정부는 지피지기는 했나

우리나라 제조업 중 품질경쟁력이 우위(優位)에 있는 상품군 숫자가 일본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제조업 수출경쟁력 점검과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1천대 제조 수출 상품군 가운데 품질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제품 수가 일본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품질경쟁력 우위를 가진 상품군 숫자가 156개로 301개인 일본의 51.8%에 그쳤다.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 더욱 관심이 가는 대목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대상인 소재·부품·기초장비 부문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전자공업에 쓰이는 화학품, 정밀공작기계, 반도체 장비 및 부품, 기계부품, 광학기기, 정밀측정기기 등 중요 상품군에서 우리나라가 품질경쟁력은 물론 가격경쟁력에서 열위(劣位)인 반면 일본은 이들 품목에서 대부분 품질경쟁력 우위 또는 가격경쟁력 우위의 수출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7년 동안 약 7조8천억원을 들여 이들 분야에 대한 대규모 연구 개발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가마우지 경제' 구조를 깨고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함께 키우는 '펠리컨 경제'로 가겠다는 등 정부·여당에서 말의 성찬이 쏟아지고 있다. 모든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할 수 없는 일인 데도 단기간에 국내에서 1부터 100까지 다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처럼 장밋빛 목표와 청사진들이 난무한다.하지만 소재산업 경우 개발에만 10~15년이 걸리는 게 다반사여서 그야말로 '인내의 산업'이다. 당장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데 익숙한 한국으로서는 이 분야에 진입해 성과를 내려면 장기적 안목과 철저한 전략이 중요하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지피지기(知彼知己)가 핵심인데 우리가 일본 특히 우리 자신을 얼마나 잘 아는지를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거나 상대방을 업신여기면 일본을 상대로 한 경제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2019-08-19 06:30:00

[사설] 북한 미사일 도발에 지방에서 휴가 보낸 국군통수권자

문재인 대통령의 요즘 행적을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게 한둘이 아니다. 과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최고 책임자가 맞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6일부터 18일까지의 행적이 바로 그렇다. 북한은 16일 새벽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하루 연차 휴가를 내고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에 머물고 있었다.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군통수권자가 위기관리 현장을 비운 것이다.문제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비운 것이 아니라 미사일 도발을 보고받고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발사 직후부터 문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도 자세히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양산에 그대로 머물다 18일 오후에야 청와대로 복귀했다.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일반인들처럼 휴일을 보낸 것이다.청와대의 설명은 문 대통령의 행적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고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보고를 받았으면 양산에 머물 게 아니라 청와대로 급히 돌아와 NSC를 직접 주재하고 상황 점검에 들어가야 했다.문 대통령과 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 때 7시간 동안 관저에 머물면서 사고 처리를 직접 지휘하지 않았다고 집요하게 비판하고 매도했다. 사안의 위중함을 따지자면 이번 문 대통령의 16~18일 행적은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세월호 침몰은 불행한 사고이지만 국가 안보의 문제는 아니다.북한은 지난달 25일 이후 지금까지 6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한 번도 NSC를 주재하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급기야는 미사일 도발 보고를 받고도 지방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대통령이 안보를 나 몰라라 하는 기막힌 현실이다.

2019-08-19 06:30:00

[사설] 문 대통령이야말로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경제론'이 북한에 또 조롱당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경제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한 데 대해 북한은 1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두 발을 쏘아 올리고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일"이라고 조롱하는 것으로 '화답'했다.조평통의 조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을 향해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 "아래 사람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등 욕설이나 다름없는 막말을 쏟아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도 북한은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일본 경제를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겨냥해 "남조선은 맞을 짓을 하지 않는 게 현명한 처사"라며 미사일을 발사했다.이런 모욕에도 문 대통령이 또 평화경제를 들고나온 것을 보면 북한에 대한 문 대통령의 구애(求愛)는 정도를 벗어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인(私人) 간의 구애도 지나치면 '집착'이 된다. 집착은 정상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하고 결국 자신을 불행에 빠뜨린다. 문제는 대통령의 집착과 판단 착오는 대통령 자신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험으로 내몬다는 점이다. '평화경제' 구상이 바로 그런 위험성을 안고 있다.북한의 거부를 떠나 평화경제는 그 자체로 난센스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를 통해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다. 신성장동력은 거칠게 말해 첨단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의 개발과 생산 능력이다. 그러나 북한이 가진 기술이라고는 핵·미사일 기술뿐이다. 무슨 수로 신성장동력을 만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북한의 끝도 없는 금전 요구로 국민 세금만 탕진할 것이다.신성장동력의 창출 여부를 떠나 평화경제가 가능하려면 북핵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그럴 생각이 없다. 오히려 핵 능력 강화에 더 힘을 쏟으며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남한을 위협한다.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을 문 대통령은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누가 외톨이인가. 모두가 아는 사실을 혼자만 모르는 체하는 대통령이야말로 '평화경제=만능열쇠'라는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가 아닌가.

2019-08-17 06:30:00

[사설] 질 나쁜 일자리의 함정에 빠진 대구

대구에서 주 36시간 미만을 일하는 시간제 근무 취업자 수가 1년 사이 크게 늘었다. 반면 주 36시간 이상을 일하는 반듯한 일자리 취업자는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대구 취업자의 일자리 질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시간제 근로자는 늘고 풀타임 근로자가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 쪼개기가 늘고 저소득 근로자 비중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는 대구가 질 낮은 일자리의 함정에 빠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리되면 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7월 기준 대구에서 주 36시간 이상 일한 취업자 수는 95만3천 명으로 1년 전보다 6.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가 1.1%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부산(1.3%), 울산(2.3%), 대전(0.1%) 등은 늘었는데 대구는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구 다음으로 취업자 수가 많이 줄어든 인천은 3.7% 감소했다.더 나쁜 점은 같은 기간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가 도리어 늘었다는 점이다. 대구의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25만5천 명)는 16.7% 늘어 전국 평균 10.8%를 훌쩍 넘겼다. 대전(17.0%)에 이어 가장 나쁜 지표다. 서울(8.2%), 부산(9.3%), 광주(6.1%) 등 도시가 두 자릿수 밑으로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대구에서만 일자리 질이 매우 나빠진 것이다.대구가 질 나쁜 일자리의 함정에 빠진 것은 근본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을 자영업자 등 서비스업 비중이 특히 높은 대구가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인건비 상승을 견디기 어려운 자영업자나 영세 업체들은 공장을 자동화하고 일자리 쪼개기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등 경제 현장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먼저다. '경제 기초가 튼튼하다'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해서야 답이 나올 리 없다. 그렇다고 대구시로서도 정부만 쳐다보며 손 놓고 있다면 질 나쁜 일자리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표가 괜찮은 도시를 벤치마킹하든, 정부에 읍소를 하든 대구시는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한다.

2019-08-17 06:30:00

[사설] 평화경제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만들 수 있겠나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요약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며 "아직도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우리가 분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평화경제를 들고나왔다.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일본 역시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며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북한과의 평화경제로 일본을 단숨에 뛰어넘자던 종전 발언을 되풀이한 것을 넘어 평화경제의 비현실성, 허구성을 비판한 이들을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규정했다. 북한 도발과 대남 비난 와중에 뜬금없이 나온 평화경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근거 있는 비판을 대결주의적 냉전 사고로 몰아붙인 것이다.북한의 무력 도발을 문 대통령이 '우려스러운 행동'으로 가볍게 치부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큰 성과"라고 자화자찬한 것 역시 국민 생각과는 크게 동떨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며 남북 관계도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낙관론에 지나치게 빠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모든 국민이 바라는 나라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것은 일본의 경제 보복, 북한 도발, 중국·러시아의 위협 등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이달 초 평화경제를 밝힌 다음 날 북한은 "맞을 짓 말라"며 미사일을 쐈는데 이번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당사자인 북한이 호응은커녕 도발하고 조롱하는 것을 고려하면 평화경제는 헛된 꿈일 수밖에 없다. 북한 핵 폐기, 안보 강화, 경제 살리기, 국민 통합 등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드는 진정한 길이다.

2019-08-16 06:30:00

[사설] 지지부진한 '쓰레기 산' 처리, 태풍 2차 피해 대책 서둘러야

경북 의성의 '쓰레기 산'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외신 보도까지 등장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폐기물 처리 실태의 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경북은 지역이 넓고 인구가 적은 지리적·환경적 탓인지 불법 폐기물 방치 사례가 많다. 주요 시도별 올 상반기 불법 폐기물 발생량을 보더라도 경기에 이어 경북이 가장 많은데, 폐기물 처리율이 경기는 60%를 넘어선 반면 경북은 15%에 그치고 있다. 경북 지역에는 아직도 25만t에 이르는 불법 폐기물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시급한 문제는 이들 불법 폐기물이 발생시킬 태풍으로 인한 2차 피해에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여름철 태풍이 북상할 때마다 강한 바람에 폐기물이 비산먼지가 되어 흩어지면서 주변 농가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또한 많은 비가 쏟아질 경우에는 부패한 폐기물들이 땅속에 스며들어 토양을 오염시키고 침출수 문제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피해 방지 대책은 물론 정부의 관련 규정조차 없다고 한다.그러니 태풍으로 인한 불법 폐기물 피해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여름 들어 9호 태풍 레끼마가 지나갔고, 10호 태풍 크로사 역시 북상하면서 경북 지역에도 바람과 함께 적잖은 비를 뿌렸다. 더 걱정스러운 일은 다가올 가을 태풍이다. 우리나라는 통상 가을 태풍이 더 강하기 때문에 강풍과 폭우로 인한 2차 환경 피해를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근본적으로는 불법 폐기물 양산의 원인을 제거하는 일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민간이 모두 나서야 할 것이다. 나아가 처리 비용을 아껴 이윤을 보려는 악덕 폐기물 처리업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환경·행정 당국의 강도 높은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더 시급한 사안은 당장 몰아닥칠 태풍으로 인한 2차적 환경 피해와 오염을 방지하는 일이다. 폐기물의 신속한 처리와 함께 폐기물 야적장의 피해 저감 대책도 아울러 마련해야 한다.

2019-08-16 06:30:00

[사설]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판결, 인식 대전환의 길 찾을 때

대구지법이 14일 경북도의 조업정지 20일 행정 조치에 불복한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2월 기준치 이상의 폐수 70여t을 인근 하천에 배출한 데 대한 판결로, 이례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저지른 회사의 불법행위에 따른 행정 처분에 대해 소송으로 맞선 선례에 비춰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법원의 최종 판단을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회사나 지역사회의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사필귀정이다. 이는 재판부 결정의 잣대를 보면 그렇다. 재판부는 크게 두 가지를 지적했다. 먼저 "수차례 환경 관련 법규를 위반한 전력이 있음에도 위반 행위를 반복"한 사실이다. 말하자면 회사의 불법행위의 반복 즉 상습성을 따졌다. 이는 곧 환경 개선 의지 자체의 부족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계속된 불법행위와 환경 개선 의지도 없는 회사를 소송이란 방패막이 뒤에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재판부의 "중대한 공익에 대한 침해 행위는 엄중한 제재 필요"라는 지적도 새길 만하다. 사실 석포제련소가 주변 환경에 끼친 영향은 적지 않다. 생명체조차 살 수 없는 산림과 토양, 하천의 오염 증거는 쌓여 있다. 그렇지만 지난 1970년 공장 설립 이후 50년 세월 동안 숲, 땅의 위와 밑, 하늘, 물에 이르기까지 환경은 황폐화되고 침해됐지만 '중대한 공익'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그러니 '엄중한 제재 필요'라는 판단을 반기지 않을 수 없다.이번 판결은 지역사회는 물론, 석포제련소에 좋은 기회이다. 제련소로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처럼 숱한 불법행위를 자금력과 회사 주변에 포진한 '환피아'를 동원해 소송전으로 맞선 어리석음을 그만둘 적기이다. 이제라도 사태의 본질을 보고 할 일과 갈 길을 찾아야 한다. 그 출발은 환경의 '중대한 공익'을 깨닫는 인식의 대전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날을 위한 갈림길에서 지혜로운 선택과 마주하길 바란다.

2019-08-16 06:30:00

[사설] 3·1운동 100주년에 맞은 한·일 경제 전쟁과 8·15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기념식과 행사들이 열린다. 게다가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에다 한·일 경제 전쟁 속에 치르는 광복절인 만큼 국민은 어느 때보다 남다른 느낌과 함께 새 각오를 다지며 국경일을 보내게 됐다. 대구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호국의 고장이라 더욱 그럴 것이고, 이에 걸맞은 여러 기념 행사는 당연하다.경북도는 15일 오전 경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서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상징물 '염원의 발자취' 제막식을 갖는다. 또 이날 오후 대구 동구 미대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돼 '미대마을 3·1독립만세운동 기념비' 제막식을 개최한다. 앞선 14일,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 보현사에서 100년 전 동화사 지방학림 학승 9명의 만세시위를 기리며 연 행사는 9명의 시위 주도 스님 가운데 6명이 서훈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정 등을 되새긴 기회여서 평가할 만하다.대구 만세시위자 34명을 기려 지난 2009년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내 만든 '3·1운동 유공자벽'에 여성 독립운동가 9명 등 21명을 이달 말까지 더 새기는 작업도 반길 일이다. 지난 10년 동안 달라진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소홀했던 3·8 대구 만세운동을 바루는 일이라 늦었지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대구경북으로서는 이처럼 3·1운동 100주년에 맞은 올 8·15 광복절은 충분히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잊지 말아야 할 일도 있다. 이번 광복절은 한·일 경제 전쟁이 겹친 엄중한 상황에서 맞는 국경일이다. 그저 그렇게 하루 쉬는 날로 보낼 수만은 없다.한·일 경제 전쟁으로 일제 불매운동 같은 반일(反日) 움직임은 심상찮다. 민간 교류조차 얼어붙는 우려스러운 분위기가 퍼지는 즈음이다. 광복절 오늘, 경제 충돌 이후 나라에서 일어난 여러 일을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할 일도 고민할 때다. 오늘, 태극기를 다는 일까지도 포함하면 더욱 좋다.

2019-08-15 06:30:00

[사설] 총선 겨냥한 여당의 내년 예산 늘리기…미래 국민 고통 키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을 510조원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고 한다. 일부 의원은 530조원대 예산 편성을 주장했다는 소식도 있다. 올해 예산 469조원보다 적게는 40조원, 많게는 60조원 늘어난 규모다. 민주당은 경기 대응 등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예산을 퍼부어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도모하려는 속셈임을 국민은 알고 있다.기획재정부는 국가 채무 비율 증가 등을 들어 민주당 요구에 난색을 보였으나 여당 주장대로 500조원을 훌쩍 넘는 예산이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엄중한 경제 상황에 대처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예산을 통해 분명히 나타나도록 준비를 잘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이 내년 예산 편성 지침까지 준 만큼 여당 요구대로 기재부가 예산을 짤 것이다.우리 경제와 국민이 직면한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수십조원이나 늘려 편성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총선 승리를 위한 세금 퍼주기에만 혈안이란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미·중 무역 전쟁과 일본 경제 보복 여파로 기업들의 경영이 악화해 세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대폭 줄고 있다. 결국 대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하고 국민 호주머니를 더 쥐어짤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올해 국가 채무가 731조원에 이르고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 적자가 나는 처지에 국채 발행은 무리다. 경제난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사는 국민에게 더 부담을 지운다는 것은 큰 잘못이다.내년 예산을 대폭 늘려 정부·여당이 어디에 쏟아부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미 전국 17개 시·도를 돌며 예산정책협의를 해 사업 410여 개를 받아놨다. 134조원이 들어가는 이들 사업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 총선 승리를 노릴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표를 의식한 현금 살포성 예산도 크게 늘릴 것이다. 총선을 겨냥한 정부·여당의 현실을 무시한 내년 예산 증액으로 나라 살림에 주름이 가고 국민 고통이 커질까 걱정이다.

2019-08-15 06:30:00

[사설] 굴욕적 3불(不) 약속, 북한 미사일 방어 위해 파기해야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은 한국과 미국에 새로운 위협이며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중국과의 '3불(不) 약속'을 깨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3불 약속이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제시한 것으로 'MD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군사주권의 포기였다.미사일 전문가인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 이언 윌리엄스 연구원은 12일(현지시간)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은) 비행고도가 50㎞ 미만으로 낮게 비행하기 때문에 (한국의)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려워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하기 힘들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게이 시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새로운 위협을 제압하는데 효과적인 추가적 미사일 방어 능력을 모색해야 한다"며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이런 의견은 지난달 25일 북한이 신형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을 때 드러난 우리 군의 대응 능력이 잘 입증한다. 군은 두 번째 미사일의 궤적은 추적도 못 해 일본의 정보를 받고서야 알았다. 전시라면 남한 전역은 북한 미사일이 날아오는 줄도 모른 채 초토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MD에 참여하면 이를 막을 수 있다. 미국 전체 미사일 방어망과의 연동으로 강력한 사전탐지 능력을 갖추게 되고, 요격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제고된다는 것이다.그러나 정부는 MD에 편입하지 않겠다고 한다. 대신 독자적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한가한 소리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가 구축된다 해도 그 사이에 북한이 이마저 무력화할 수 있는 신형 미사일을 또 개발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3불 약속은 안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중국이 정해주는 대로 따른 자발적 굴욕이었다. MD 참여를 떠나 한국이 주권국가임을 중국에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3불 약속은 파기해야 한다.

2019-08-15 06:30:00

[사설] 훈민정음 상주본 반환 더 늦추면 안된다

상주의 고등학생들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반환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학생들은 "훈민정음 상주본 공개 문제가 어른들만의 일이 아니다"며 이를 전 국민 운동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상주본을 둘러싼 오랜 논란 끝에 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는데도 행방조차 찾지 못한 어른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2008년 상주에서 발견되면서 '상주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판본은 세종이 직접 쓴 서문에 해설이 붙어 있어 훈민정음 해례본이라 부른다. 한글 창제의 동기와 의미는 물론 사용법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한 문화재이다. 이 때문에 같은 판본으로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간송본보다도 학술적 가치가 훨씬 높다는 평가이다.그러나 이미 대법원 판결과 원소유자의 기증 절차를 거쳐 국가 소유가 확정된 문화재가 한 개인의 터무니없는 소유권 주장으로 행방조차 묘연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세계적인 유산이 무단으로 방치되고 있는데,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시간만 끌고 있는 문화재 당국도 답답한 노릇이고, 1천억원 운운하며 소중한 문화재를 담보로 돈타령을 하고 있는 배익기 씨도 딱한 사람이다.문화재청은 배 씨를 만나 상주본 반환을 거부할 경우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통보는 했다고 한다. 그래도 배 씨는 배짱으로 일관하며 상주본의 소재지에 대해선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문제는 상주본의 보존 상태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훼손과 분실 등이 우려된다. 어떻게 보면 현재로서는 상주본이 실제 존재하는지조차도 의심스러운 지경이다.문화재청은 배 씨를 상대로 명예 회복과 적절한 보상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방법을 다 고려해서 다시 한 번 설득 작업을 벌여야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없다면 가능한 한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야 한다. 학생들이 염원하는 것처럼 상주본이 더 훼손되기 전에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국민적 관심의 대상인 문화재를 불법 부당하게 은닉하는 것을 계속 좌시한다면 더 이상 법치국가가 아니다.

2019-08-14 06:30:00

[사설] 북한 도발에 대통령은 침묵하고 청와대는 감싸는 기막힌 현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이 갈수록 태산이다. 대응이란 표현 자체가 가당치 않은 무대응이고 북한 편들기이다. 지난달 25일 이후 지금까지 북한은 5차례나 도발했지만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이 사실상 문 대통령을 겨냥해 "겁먹은 개" "밤잠까지 설치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라며 막말을 퍼부은 데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품이 후덕(厚德)해서 그런가, 필부(匹夫)의 배알도 없어서 그런가.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북한의 도발과 경멸적 담화에 대한 '해설'을 내놓았다. 핵심 관계자는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면 북미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 담화문은 통상 우리 정부가 내는 담화문과 결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침묵하는 데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서서 맞대응할 경우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이런 '해설'은 문 대통령의 침묵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늠케 한다. 북한의 도발과 경멸적 대남 언사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아 합리적이고, 단어나 문장의 통상적 의미에 집착할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의도나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아니겠나. '북한 대변인'이란 조롱을 받은 터에 문 대통령이 직접 이렇게 북한의 입장에 충실한 '해설'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침묵'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무언(無言)의 지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북한이 5차례 쏘아 올린 미사일은 우리의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해 언제라도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북한의 도발이 남한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북미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로 치부한다. 문 대통령에 국한하지 않고 남한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이기도 한 막말에 대해서는 다른 뜻이 있다고 우긴다. 이는 이 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과연 국민들이 생명과 재산 보호를 맡겨도 되느냐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2019-08-14 06:30:00

[사설] 18년 역사 인연 잇는 한·일 교사들, 미래로 가는 교류가 될 만해

일본 히로시마교직원조합 소속 교사와 학생 15명이 지난 9~12일 대구에 들렀다. 이들은 대구에서 '평화의 소녀상'과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경산 코발트 광산의 민간인 학살 현장, 경남 합천의 원폭피해자복지회관도 찾아 일본 원폭 피해 한국인의 삶도 살폈다. 식민 지배의 피해 현장과 피해자를 찾아 과거 일제의 가해 역사를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반성과 함께 한·일 양국의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다짐과 각오의 기회를 가진 셈이다.사실 이들 일본인의 대구 방문은 우연이 아니다. 이에 앞서 대구와 히로시마가 지난 1997년 자매결연 뒤 2001년부터 두 지역 역사 교사들은 한·일 양국과 두 도시 역사를 고리로 교류 협정을 맺고 18년 인연을 이어왔다. 특히 2005년과 2012년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와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이 함께 '조선통신사'와 '한국과 일본 그 사이의 역사'라는 역사 교재를 만들어 동시 출간했다. 전례 없던 일이었고, 처음 가는 동행이었다.그런 만큼 이번 방문단의 대구·경북·경남 역사 현장 둘러보기 활동은 돋보인다. 게다가 한·일 경제 전쟁으로 갈등이 깊어지고 민간 차원의 교류마저 악화되는 때에 이뤄져 더욱 그렇다. 오랜 민간 교류의 필요성은 이럴 때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두 나라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며 과거를 반성하고 서로 이해하고 과거를 딛고 일어섬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 교류의 힘이 아닐 수 없다.마침 한·일 경제 전쟁에서 일본 민간 차원에서의 한국과 연대 분위기도 없지 않다. 일본인의 자발적 정부 정책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심적 일본 지식인의 반정부 목소리에 시민이 동참하고 한국의 민간단체와 함께 '반(反)아베'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일은 그런 방증일 수 있다. 이런 한·일 연대에는 이번에 경상도의 식민 지배 역사 현장을 찾아 뒷날을 위한 교류를 다짐한 방문단도 한몫할 것이다. 한국의 대(對)일본 민간 교류의 지속도 분명 그럴 것이다.

2019-08-14 06:30:00

[사설] 국가 운명 가를 文대통령의 광복절 대일·대북 메시지

올해 광복절은 여느 해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내외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나라가 직면한 여러 위기의 변곡점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한 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남북 관계가 경색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일본과 북한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나라 안팎이 주목하고 있다.문 대통령의 광복절 대일 메시지는 한·일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맞는 광복절이니 만큼 일본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한·일 갈등 해법을 찾으려면 문 대통령이 대일 비판에 치중하기보다는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에 무게 추를 둬야 한다. 아베 총리에게 무역 갈등을 대화로 풀자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지지자들만을 겨냥해 일본을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지 말고 수위 조절을 통해 일본에 대화에 나설 명분을 주는 게 타당하다.취임 이후 문 대통령은 2017·2018년 광복절 기념사 대부분을 대북 문제에 할애해 '평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잇달아 미사일을 발사하고 대남 비방 공세를 펴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에 나섰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마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평화 구상만 밝힌다면 대통령을 향한 국민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추구하는 평화 달성에도 북한의 도발은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북한을 향해 도발을 멈추라는 분명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3·1절, 현충일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미래가 아닌 과거를 언급해 국민 통합보다는 분열을 촉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광복절 기념사는 미래를 향한 메시지로 국민을 결집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가 한·일 무역 갈등, 북한 도발 등 국가 위기를 돌파하는 전환점이 되는 것은 물론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되기 바란다.

2019-08-13 06:30:00

[사설] 동네북된 한국, 대북정책 전면 수정해야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며 러시아가 지난 8일 또다시 우리 영공을 침범한 작금의 현실은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이 총체적 파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대화로 북한을 변화시킨다는 구상 자체가 공상이자 허구였다는 얘기다.이런 지적은 수도 없이 제기됐으나 문 대통령은 귀를 닫았다. 그 결과가 북한에 경멸당하고 미국에 외면당하며 러시아에 두 번이나 영공 침범을 당하는 국가적 수모다.북한은 10일 또다시 단거리 신형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그리고 다음 날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댄다" "새벽잠까지 설쳐댄다"며 문재인 정부를 조롱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5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했으나 지금까지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아직도 '대화'에 미련이 남았나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미국과 북한이 합작해 한국을 '패싱'할 가능성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이 보낸 친서를 '아름다운'이라고 표현하며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김정은의 불평에 "나도 좋아하지 않는다. 비용 지불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맞장구를 쳤다.이는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가능성을 넘어 한국을 뺀 미국과 북한의 '밀월'(蜜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북핵 문제 해결에서 우리의 입장은 무시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북한 대변인'이라는 조롱을 들을 만큼 '친북적'이었다. 그 결과 미국에는 한국이 진정한 동맹인지 의심을 받게 됐고 북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양해'를 얻어 미사일 도발을 하는 '행동의 자유'를 선사했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의 붕괴'다. 대북정책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2019-08-13 06:30:00

[사설] 집값 불안정 되풀이 않게 분양가 상한제 잘 다듬어야

정부가 12일 일부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내용을 발표했다. 일차적으로 대구 수성구와 서울 25개 구 등 전국 31개 투기과열지구가 적용 대상이 될 분양가 상한제는 치솟는 분양가격을 억제해 집값 안정을 도모하는 처방이다. 정부 발표대로 '실수요자 주거 안정'이 목표인 만큼 정책 효과 등 기대치를 떠나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에게는 반가운 조치다.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2007년 처음 도입했으나 사실상 사문화됐다. 당시 전국에 일괄 적용했으나 이번에는 일부 과열 지역만 적용하는 게 차이점이다. 구체적으로 상한제 적용 지역과 범위는 분양가 상승률과 청약경쟁률, 주택거래량 등을 따져 선별하고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선정한다. 대구는 수성구가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중·서구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어떻든 이번 제도 개선으로 분양가 기준으로 10% 이상, 현 시세로 치면 20~30% 정도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보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구의 아파트 분양가격은 전년 대비 13.56% 상승했다. 전국 평균인 9.66%보다 훨씬 높다. 수성구와 중구, 서구 등 일부 지역에 신규 아파트 분양이 쏠리고 분양가가 크게 오르면서 나타난 결과다.하지만 가격 안정이라는 정책 효과 못지 않게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분양가 통제로 당장 주택 공급이 줄고 재건축·재개발이 위축되는 등 수급 불안정 부분이다. 5년 이내의 새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등 풍선효과도 걱정된다. 또 상한제 선별 적용이 기대한 만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는 시민단체 주장도 있다.분양가 상한제 재도입이 '국민의 주거 안정' 등 공익에 근거한 만큼 정책을 보다 촘촘하게 다듬고 보완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제도 개선에도 꼼수 분양이나 투기 수요가 지속되는 일이 없도록 최적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19-08-13 06:30:00

[사설] 난임에 애타는 예비 부모의 꿈 이룰 지원책 마련하자

대구의 난임 인구가 해마다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사이에 40대 남성 난임 인구는 5배, 30대 남성의 난임 인구도 3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결과는 2018년 대구의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 1명도 채 안되는 0.99명으로 떨어진 최근 조사를 감안하면 심상찮다. 게다가 25~39세의 주 출산 연령 여성 인구의 감소 추세와 맞물려 대구의 우려스러운 인구 절벽 시대 도래가 더욱 빨라질 것 같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대구여성가족재단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 6천880명이던 대구 난임 인구는 지난해 8천894명으로 29% 늘었다. 그런데 여성 난임 인구는 10년 동안 6천56명에서 6천347명으로 폭이 크지 않은 반면, 남성 난임 인구는 824명에서 2천547명으로 3배 증가했다. 특히 남성의 경우, 20대(82명→102명)와 달리 30, 40대는 변화폭이 컸다. 30대 남성 난임 인구는 2008년 602명에서 2018년 1천721명으로 3배, 40대는 120명에서 680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물론 난임 인구 증가 현상은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증가세여서 2018년 전국 난임 인구는 22만 명을 넘었다. 대구 난임 인구의 전국 차지 비율은 4%에 그치지만 10년 사이 29%의 증가율과 30, 40대 남성의 가파른 증가 추세를 살피면 그냥 지켜볼 일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대구는 일자리 부족과 지역의 활력 쇠퇴로 해마다 학생과 젊은이의 탈출 행렬이 만만찮고, 인구도 감소세인 터라 이제부터라도 인구 대책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그런 인구 대책의 하나로, 대구시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난임의 원인과 난임에 따른 어려움 등의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 난임 남녀는 출산을 피하지 않고 자녀를 간절히 바라는 만큼 지자체는 정부의 난임 보험 제공이나 다양한 출산 장려 혜택처럼 걸맞은 포괄적 지원 대책을 마련, 시행할 만하다. 2세를 애타게 바라는 이들 예비 부모의 꿈 실현은 본인과 지역, 나라 모두를 위한 일이다.

2019-08-12 06:30:00

[사설] 대법 판결과 청구권 협정 조화시킬 방법 찾아야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도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 미 국무부가 징용 문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11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는 곤혹스러운 처지로 몰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문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일본 정부가 반발하자 '대법원 판결이어서 어쩔 수 없다'며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으며 지금까지 그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일본을 지지한다면 문 정부가 기존의 입장을 계속 견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미국이 이런 입장을 표명했다면 한국 대법원 판결이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전쟁 청구권 포기'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2000년대 초 과거 일본군 포로였던 미국인이 일본에 의한 '강제노역' 손해배상 소송을 냈을 때 미 국무부가 샌프란시스코 협정에서 대일 청구권은 포기했다며 원고 측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결과 원고 측은 패소했다.한일 청구권협정은 샌프란시스코 협정을 그대로 따랐다. 그런 점에서 우리 측의 대일 청구권은 해결됐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1975년 박정희 정부가, 2005년 노무현 정부가 각각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정부 보상'을 한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문 정부는 전 정부의 이런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사법절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대법원 판결 뒤에 숨을 게 아니라 대법원 판결과 청구권 협정을 조화시킬 방법을 강구하라는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청구권을 둘러싼 한일 갈등은 앞으로도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나아가 한국은 정권의 필요에 따라 조약을 마음대로 파기하는 믿지 못할 국가로 국제사회에 각인될 수 있다.

2019-08-12 06:30:00

[사설] 무역 갈등 서로 충격받은 한·일, 두 나라 '양패구상'은 안 된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말미암은 한·일 무역 갈등이 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진 와중에 두 나라의 무역 갈등으로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지난달 일본에서 1천만엔 이상 부채를 안고 도산한 기업은 802곳으로 작년 동기보다 14.2% 늘었다. 2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은 기업이 넘어졌다. 미·중 무역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확산하면서 엔화가 급등한 것이 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고 한국과의 무역 갈등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수출규제를 '오판'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 급감 및 일본 제품 불매 등에 따른 후유증도 일파만파다.한국은 상황이 더 심각해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연초 대비 각각 5%, 13% 가까이 떨어지며 세계 주요 증시 중 최악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올 들어 8% 이상 떨어졌다. 기존 악재에다 일본과의 무역 갈등까지 겹쳐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대로 추락했다.한·일 간 물고 물리는 '치킨게임'으로 양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애초 예견된 일이었다. 경제 보복전이 확산하면 양국 기업이 멍들고, 결국엔 양국 국민이 피해를 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중국 신화통신이 '양패구상'(兩敗俱傷)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마침 한·일 무역 갈등이 양국의 확전 자제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경제 보복 후 처음으로 일부 수출규제 품목의 한국 수출을 허가했다. 한국 정부도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강(强) 대 강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은 의미를 둘 만하다. 한·일 정부는 닫힌 대화의 문을 열어 강제징용 배상 판결, 위안부 문제, 수출규제 조치 등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두 나라의 무역 갈등이 전면적인 경제 전쟁으로 비화해 양패구상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가는 일은 막아야 한다.

2019-08-12 06:30:00

[사설] 문 정부 2기 개각, 비상한 각오로 위기 맞서야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내정 등 10명의 장관급 인물을 바꾸는 개각을 단행했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 대통령은 이날 장관 4명과 장관급 6명, 차관급 1명 인사로 지난 3월 8일 7명의 장관 교체 개각 이후 154일 만에 2기 개각을 완성한 셈이다. 이번 개각은 내년 총선 대비는 물론, 대통령 개혁 정책의 지속적 추진 의지를 담은 듯하다. 또 이번 개각에 대구 출신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포함돼 청문회 통과 시 대구경북 출신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안동)과 함께 2명이 돼 눈길을 끈다.무엇보다 이번 개각의 핵심적 특징은 조국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내정이다. 조 후보자는 '대통령의 남자'로 불릴 만큼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지만 야당의 집중 공격 대상이다. 조 후보자의 내정은 검찰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반영했겠지만 여론에 귀를 닫은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상징해 험난한 앞길을 예고한다. 벌써 자유한국당은 그의 내정을 두고 "야당 무시를 넘어 야당과 전쟁을 선포하는 개각"이라고 공격을 퍼붓고 있으니 걱정스럽다.내정된 10명의 장관급 가운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조 후보자를 비롯한 7명은 뜨거운 청문회를 맞게 됐다. 조 후보자는 청와대 인사 검증을 총괄하던 민정수석 재임 시절 모두 11명의 차관급 이상 공직 후보자가 낙마한 부실 검증 책임이 있어 더욱 그렇다. 또 조 후보자는 일본과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죽창가' 등을 통한 반일 여론 조성, 서울대 복직 등으로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만큼 여야는 소속 정당의 이해에 얽매이지 말고 이들 후보의 자질만큼은 철저히 검증해 반드시 걸러야 한다.야당의 집중적인 공격과 반대에도 조 후보자를 기용하는 문 대통령의 인사 결정을 보면 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장관 임용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난에다 미·중 환율 전쟁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한·일 경제 전쟁 등 나라 안팎의 사정은 그야말로 어느 때보다 위기 국면이다. 나라 운명이 달린 만큼 위기 정국을 헤쳐나갈 제2기 내각의 비상한 각오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민생 안정과 위기 극복이라는 난제를 맡을 2기 내각은 야당은 물론, 의회와의 소통을 강화해 협조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아끼지 말 것을 당부한다.

2019-08-10 06:30:00

[사설] 원전 지키기도 바쁜데 '보조금' 잡음 큰 울진군

정부의 '탈원전' 움직임 저지와 신한울원전 3, 4호기 사업 추진 활동에 사용하라고 울진군이 지급한 보조금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서 지역 현안사업을 지키는 캠페인 등 활동에 써야 할 보조금이 용도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급기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하면서 의혹을 명확하게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역사회 목소리가 높다.2017년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포함한 국가에너지전환정책을 발표하자 울진군은 군의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 수정에 반대하는 '탈원전반대범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이미 1천777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진행 중인 신한울원전 3, 4호기 건설사업을 놓고 정부가 주민 여론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바꾼 데 대해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상경투쟁 등 탈원전 반대 활동을 펼쳐왔다.이 과정에서 울진군은 지역사회에 미칠 악영향 등을 걱정해 대책위 활동을 뒷받침하는 보조금 5천여만원을 지급했다. 관련 세미나와 홍보비, 교통비, 식비 등의 명목이다. 그런데 대책위의 보조금 사용처에 대한 의문이 군의회 내부에서 조금씩 불거지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금액이 본래 용도와 달리 불분명하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부적절한 보조금 사용' 의혹을 받는 대책위는 "용도 외 사용은 애초 불가능하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주장대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울진군의회 의원 대부분이 대책위 원자력안전특별위원회(원전특위)에 소속돼 관련 활동을 이끌어왔다는 점이다. 경찰이 이달 들어 특위 소속 군의원 5명과 의회사무국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도 군의회와 대책위 활동의 연관성을 살펴보기 위함이다.경찰은 '보조금 중 상당한 규모의 금액이 개인적 용도로 쓰인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대책위는 "보조금이 체크카드로 지급되기 때문에 지출 내역과 명세서를 확인해보면 쉽게 해결될 문제"라며 모든 의혹이 빨리 풀리기를 바라고 있다. 수사 당국은 국민 혈세가 엉뚱한 곳에 쓰이지는 않았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만에 하나 잘못이 드러난다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19-08-10 06:30:00

[사설] 靑, 바쁜 기업인들 툭하면 호출해 무엇을 얻겠다는 건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어제 국내 5대 그룹 경영진과 회동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내리자 김 실장이 직접 5대 그룹 경영진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회동이 성사됐다. 청와대가 주최한 5대 그룹 회동이 지난달 23일 이후 16일 만에 다시 이뤄진 것을 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기업인들을 청와대가 툭하면 호출해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 이후 기업인들을 동원한 회의·행사를 자주 갖고 있다. 반(反)기업 정책에 열을 올리며 기업인들을 옥죈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기업인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일 정부 간 다툼으로 애꿎게 위기에 처한 기업인들을 들러리 세우면서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 등 기업인들을 앞세운 회의·행사들이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정작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기업인들이 궁금해하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정부 뒷받침은 허술하다. 일본 수출규제 관련 설명회에서 기업인들은 "우리가 수입해 온 일본 제품이 수출규제에 해당하느냐"를 물었지만 정부 관계자는 "가장 정확한 건 일본 수출업자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 수출 업체도 모르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규제 품목인지 알 수 있느냐"는 물음엔 "그럼 일단 (수입) 신청을 해보고 결과를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기업인들은 실소를 터뜨렸고, 국민은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다.일본 수출규제 조치는 정경(政經) 분리, 두 갈래 전략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게 순리다. 한·일 간 또는 다자 간 외교로 풀어야 할 사안인 데도 기업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는 문제 해결은커녕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한·일 정부 간 정치 문제로 촉발된 사태로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는 기업인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라 가라며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들러리를 세우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2019-08-09 06:30:00

[사설] 빨간불 켜진 경북 3대 문화권 사업, 엄정 평가해 과감히 쳐내야

경북도의 유교·가야·신라 3대 문화권 사업에 대한 적자 우려가 제기되면서 경북도가 긴급 점검과 사업 활성화 활동에 나섰다. 2010~2021년까지 43개 사업에 1조9천688억원이 들어가는 이들 사업 가운데 일부 완료 시설은 이미 운영난에 빠지는 등 자칫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서다. 경북도가 이달부터 앞으로 3년간 진행할 이런 활동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문제는 최고 2천억원까지 드는 시설이지만 특화와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만만찮다는 사실이다. 현재 완료 16개, 마무리 단계 26개, 설계 준비 중 1개인데 벌써 적자가 현실이 됐다. 지난해 문을 연 청도 신화랑 풍류마을은 첫해만 3억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지난 2017년 영업에 나선 성주 가야산역사신화주제관 수입도 운영비 2억7천만원을 훨씬 밑돌았다. 지난 2월 개장한 영천 한의마을은 연간 2억원, 향후 5년간 14억원의 누적 적자 평가를 받았다. 5개 사업이 몰린 안동도 매년 운영비만 64억원으로 추정됐다.이처럼 사업장마다 막대한 운영비 적자 공포는 공통적이다. 이는 시·군마다 방문객을 유치할 알찬 내용과 충분한 경쟁력 확보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미 완공된 일부 시설의 적자 운영에 비춰 나머지 시설도 적자 행진으로 밑빠진 독처럼 세금으로 메우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가뜩이나 경제난과 어려운 나라 살림 속에 늘어나는 재정 수요와 세수 부족 현상까지 겹치고 예산 확보도 어려울 전망인 터라 이들 시설의 적자 운영은 발등의 불과 같다.그런 만큼 경북도는 이번에 철저한 분석과 점검 활동을 통해 필요할 경우 시설의 축소나 조정, 정리 등 과감한 조치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사업별 경영 평가를 엄정하게 하고 그에 따른 혜택과 불이익을 분명히 하여 아까운 세금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도록 미리 제대로 살피길 바란다. 자칫 그대로 두었다가 두고두고 애물단지의 걱정거리를 만드는 어리석음은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2019-08-09 06:30:00

[사설] 지금 수준의 환경 의식으로는 '쓰레기 위기' 피할 수 없다

최근 대구시내 일부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그 파장이 민간처리장 등으로 번지는 등 '음식물쓰레기 대란'에 직면하자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민 여론이 높다. 여기에다 각종 폐기물을 지역 곳곳에 방치한 '쓰레기산' 사태까지 겹쳐 지역사회의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1995년 '쓰레기 종량제' 도입 등 관련 정책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 모두가 환경 의식을 더 고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최근 불거진 음식물쓰레기 위기는 상리처리장 보수공사가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근본 배경은 상리처리장의 고질적 문제점인 시스템 오류다. 가동 7년째를 맞은 상리처리장은 성능 미달로 하루 처리 목표인 300t에 크게 미치지 못해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특허공법의 최신 시설은커녕 툭하면 가동을 멈추거나 악취 민원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 이 때문에 민간처리장 등에서 월 2천t 이상의 물량을 대신 맡는 등 비정상적인 운영이 지속돼 왔다.게다가 최근 상리처리장 보수공사로 인한 민간처리장 위탁 물량이 급증해 결국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음식물쓰레기 대란 위기에 놓인 것이다. 대구시가 공공하수처리장에 음폐수 처리를 맡기기로 결정하면서 가까스로 위기는 넘겼으나 쓰레기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과 시설 보완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다.반복되는 음폐수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 협조가 절실하다. 여름철 음식물쓰레기의 80%를 음폐수가 차지해 평소 65%보다 훨씬 높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내놓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쓰레기 배출에 대한 시민 의식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때가 됐다. 생활쓰레기도 시민 홍보를 강화해 철저히 분리수거하거나 줄여나가는 등 인식 전환이 급하다. 지금처럼 종량제 봉투에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까지 마구잡이로 버리는 현실이라면 환경 위기는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19-08-09 06:30:00

[사설]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집권 세력의 위기 대처 능력

대한민국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 안보, 외교 등 어느 하나 잘 돌아가는 구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의 경제 보복 등 숱한 악재로 경제는 20년 전 외환 위기, 10년 전 금융 위기에 버금가는 위기에 빠졌다. 우리를 향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네 강대국과 북한의 끝없는 도발로 안보·외교는 구멍이 뚫렸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 나라가 어디로 갈지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한·일 갈등, 미·중 분쟁 등 엄중한 현실보다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집권 세력의 위기 대처 능력 부재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정부, 더불어민주당 등 집권 세력은 미증유의 위기를 헤쳐나갈 지혜와 능력을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일본 경제를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발언이다. 대통령 발언에 국민 대다수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발언을 대통령이 하도록 방치한 것을 보면 청와대의 국정 운영 시스템이 망가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경제 위기가 가중하는데도 청와대와 정부가 낙관론만 펴는 것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더욱이 '경제 위기설'은 일본이 의도한 것이고, 이를 언론이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집권 세력이 판단한다는 데엔 어안이 벙벙하다. 청와대와 정부가 언론과 외부 탓을 하면서 낙관론에만 빠져 있어서는 위기 극복은커녕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위기는 닥쳐올 수 있다. 문제는 나라를 책임진 집권 세력이 위기를 돌파할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 여부다. 집권 세력은 위기를 타개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위기론을 일축하고 감정적 수사(修辭)로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래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국민 대다수가 위기를 절실히 인식하는데도 집권 세력이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엉뚱한 길로만 간다면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국민만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2019-08-08 06:30:00

[사설] 여당의 지적 수준 보여준 '일본 경제 패망론'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여당의 대응이 갈수록 황당함을 더하고 있다. 지난 4일 한일 청구권협정 재검토를 입에 올리더니 6일에는 급기야 '일본 경제 패망론'까지 들고 나왔다. "일본 경제는 망하기 직전의 허약한 경제"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을 찍어 통화량을 늘리지 않는다면 일본 경제는 즉시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초(超)현실적' 발언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배일(排日) 선동에 몰입하다 보니 이제 현실감까지 상실한 채 정신적 교란 상태에 빠진 것인가.일본 경제 규모는 세계 3위이다. 약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대로 패망할 경제가 아니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지금까지 일본 경제의 '위기'를 경고하는 진단은 있었지만 망한다는 분석이나 예측은 없었다. '일본 경제 패망론'의 근거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일본은 민주당의 주장에 빙긋이 웃을 것이다.지난 4월까지 일본의 경상수지는 5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개인과 기업이 보유한 해외 자산은 1천조엔에 달하고 부채를 뺀 순자산은 350조엔으로 세계 최대이다. 국가 부채가 많다고 하지만 90% 이상이 내국인 보유분이어서 대외 불안정성은 매우 낮다. 대졸자 취업률은 98%(2018년 기준)로 사실상 완전고용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21명이나 되는 사실이 보여주듯 탄탄한 기초 과학기술력이다.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런 경제가 어떻게 '망하기 직전의 허약한 경제'인가. '남북경협으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경제론'만큼이나 황당한 소리다. 이런 식으로는 일본을 따라잡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도 못 끈다. 상대를 정확하게 알아야 정확한 대책이 나올 게 아닌가. 일본을 제대로 알아도 우리 실력으로는 당장에는 안 되는 것들이 숱하다.'일본 경제 패망론'이 기여한 것도 있다. 여당의 지력(知力)이 얼마나 저열(低劣)한지를 보여준 것이다.

2019-08-08 06:30:00

[사설] 경제 보복에도 민간 교류는 필요하고 이어가야

일본의 경제 보복 도발 이후 한·일 교류의 계속 여부를 둘러싼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지금까지 나타난 현상은 3가지로 갈라지고 있다. 높아지는 일제 불매운동처럼 즉각적인 교류 중단이나 취소, 또는 잠정 보류나 연기, 계획된 교류의 실행으로 나눠지고 있다. 그러나 6일 정부와 여당이 일본지역 여행을 제한하거나 규제를 하는 방향의 정책 움직임을 밝히고 나서는 바람에 한·일 교류 여건이 더욱 나빠질 분위기여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한·일 교류를 둘러싼 고민과 변화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오랜 교류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공공 분야와 민간 차원을 구분하지 않고 갈수록 교류 여건은 악화되는 흐름이다. 게다가 정부와 여당 차원의 대일(對日) 강경 기조까지 맞물려 더욱 그렇다. 공사(公私) 분야 가릴 것 없이 교류를 꺼리고 주저하여 위축되는 분위기이다. 그동안 일본의 경제 보복과 한·일 갈등 속에도 교류의 인연을 잇던 대구경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두 나라 간 민간 교류 중단은 바람직하지 않다. 7일 한국여행업협회에서 민간 관광 교류를 통한 방문이 중요하다며 정부를 비판한 까닭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와 여당의 정치경제적 대응과 달리 민간 차원 교류는 이어가야 한다. 특히 미래 세대 관련 분야 교류가 영향을 받아서는 더욱 곤란하다. 학생과 젊은이 사이의 교류는 단순히 오늘에만 국한되지 않고 장래와도 연결되는 일이다. 이들의 만남은 오늘의 갈등과 문제에 대한 경험과 이해, 소통을 통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하는 밑거름이 될 투자이다.이제라도 민간, 특히 학생·젊은이 교류부터 취소나 중단, 보류 또는 연기 결정 대신 당초 계획처럼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 교류의 경우 대구경북만큼은 관(官)에서 앞장서 영향을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 민간 자율에 맡기고 간섭하지 않기를 거듭 촉구한다. 일부 정파적인 이해에 매몰된 세력과 떨어져 대구경북 지역민 모두 분별있는 행동과 지혜로운 꾀로 길을 찾을 때다.

2019-08-08 06:30:00

[사설] 일본 경제 보복 대응 불매운동, 지금처럼은 아니다

일본의 경제 보복 도발로 시작된 일제 불매운동이 번지고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물건 안 사기를 넘어 여행 가지 않기, 한·일 교류의 중단이나 연기, 일본 수입 원료 포함 물건조차 사지 말자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아예 '일본' 또는 '일'이란 글자가 들어간 가게나 음식점도 꺼리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여서 걱정스럽다.문제는 이런 일로 빚어질 후유증이다. 정부 차원에서 경제 보복 극복을 위한 여러 대책들이 마련되는 모습과 달리, 민간 차원에서 벌어지는 이런 현상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 자영업 초밥집 등 불매운동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영업 활동마저 불매운동 파도에 휩쓸려 벌써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는 이웃 주민들의 하소연이 나오는 현실은 바로 그런 증거이다.선량한 이들의 피해와 고통은 또 다른 후유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침체된 사회 분위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아울러 애꿎은 피해자들의 정부에 대한 비판적 감정 대응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는 경제 보복 극복에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할 터에 되레 국민적 반감만 조성하고 분열마저 부추기는 악순환이 될 것이 틀림없다. 누구에게도 결코 도움되지 않는 결과이자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정치적 계산을 노린 일부 정당과 정치인, 그들과 연결 고리를 가진 관련 단체와 기관 등에서 쏟아내는 선동적 언동에 휩쓸리지 않고 국민만큼은 분별있게 행동할 때다. 오로지 정파적인 이해득실에 민감한 그들과 멀어져야 한다. 불매 대상은 한정할 필요가 있다. 민간 차원에서의 대응에 지나친 감정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계획된 여러 민간 교류 역시 멈추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한국은 2만5천 명의 등록 일본인 등 250만 명 외국인이 함께 숨 쉬는 공유의 공간이다. 일본의 편협된 보복과 달리, 이제부터라도 남다른 대응으로 차원 높은 포용적 저력을 드러낼 좋은 기회로 삼을 만하다. 지금처럼은 아니다.

2019-08-0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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