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21세기 대한민국에 부활한 고대 궁예의 ‘관심법’(觀心法)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이틀 연속 '관심법(觀心法) 공세'를 펼쳤다. 박 후보는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곡동 토지 의혹'과 관련, "토론을 해 보니 어느 부분에서 거짓말을 하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표정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다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오 후보의) 표정을 보고 '이분이 갔었구나' 확신이 오는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박 후보가 궁예의 관심법을 발휘했다"고 쏘아붙였다.서울 '내곡동 토지' 논란과 관련해 오세훈 후보가 거짓말했다면 박영선 후보는 그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표정을 보니 거짓말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는 식의 공세는 김은혜 의원 지적처럼 고대 궁예의 '관심법'이나 다를 바 없다. '관심법'은 상대편의 몸가짐이나 표정을 보고 속마음을 읽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미륵을 자처한 궁예는 자신에게 신통력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며, '관심법'을 동원해 정치적 반대파를 공격했다. "딱 보니 너는 역적이다." "기침을 하다니, 네 속에 마구니가 들었구나." "그러므로 너를 처형한다."는 식이었다.비단 선거전에서뿐만 아니다. 근자에 자신들의 확증편향(確證偏向)과 세(勢)를 업고 막무가내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들의 느낌이나 확신 외에 아무런 증거나 근거 없이 상대에게 '유죄 낙인'을 찍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극렬 정치 지지 집단의 좌표 찍기성 공격이다.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나 주장, 기사가 나오면 판사와 정치인, 언론인 앞으로 우르르 몰려가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다.싫은 것과 나쁜 것은 엄연히 별개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싫은 것'이 곧 '나쁜 것'이다. 중세 마녀사냥 같은 이 야만적인 행태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예사로 벌어진다. 어렵게 민주화를 달성한 한국 사회가 '관심법'이 날뛰던 '궁예의 왕국'으로 회귀하는 모양이다.

2021-04-02 05:00:00

[사설] 백신 접종 세계 111위…국가 역량 총동원 백신 확보 나서라

코로나 백신 접종이 1개월 넘게 진행됐지만 백신 확보 차질로 지난달 31일 기준 접종률이 1.64%에 불과하다. 정부 목표인 70% 접종 시한인 9월까지 6개월밖에 안 남았지만 진행 속도가 턱없이 더디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률은 세계 평균 7.24명에 크게 못 미치는 1.62명으로 세계 111위다.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정부 목표가 틀어질 우려가 커졌다.정부는 2분기 1천150만 명에 대한 접종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200만~300만 명 맞기도 어려울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백신 확보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3월 중 들어오기로 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도입 일정이 3주 뒤로 밀렸다. 물량도 34만5천 명분에서 21만6천 명분으로 줄었다. 2분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던 얀센(600만 명분), 노바백스(2천만 명분), 모더나(2천만 명분) 백신은 공급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맞고 싶어도 백신이 부족해 제때 접종을 못하는 최악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은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국가 간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미국·유럽연합(EU)·인도 등의 자국 우선주의로 백신 물량 확보 및 수급 불안정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접종 속도가 빠른 선진국 위주로 '백신 여권' 도입이 준비되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고립될 우려까지 제기된다. 지난해 좀 더 일찍 적극적으로 백신 확보에 나서지 않았던 정부를 또다시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백신은 코로나 터널에서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다. 백신 확보는 국민 생존이 걸린 사안이자 경제 회복 열쇠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 계약한 백신이라도 제때 들여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질병관리청에만 맡겨 놓지 말고 외교와 경제 등 모든 정부 기관이 달려들고, 민간 채널과의 협력 체계까지 가동해 백신 확보에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2021-04-02 05:00:00

[사설] 농지 투기 의심받는 대구의 선출직 공직자들, 철저한 조사를

대구의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164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86명(52.4%)이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의당 대구시당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본인 또는 배우자, 부모, 자녀 등의 명의로 타 지역의 농지를 갖고 있으며 불법 소유 의심 사례도 한둘이 아니고 농지 쪼개기 매입 정황마저 있다고 하니 개탄스럽기 그지없다.정의당 대구시당에 따르면 한 지방의원은 28곳 총 2만2천여㎡ 농지를 갖고 있는데 대부분 실제로 경작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다른 지방의원은 20곳 전답 총 1만3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지분 일부를 분할 매입한 정황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방의원이 타지에 소유한 땅은 인근 지역이 지난해 혁신도시로 지정됐다는 점에서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한 기초단체장의 경우 경기도에 본인 명의의 논 1천6천여㎡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대도시인 대구의 선출직 공직자들 절대 다수의 직업이 농사가 아니라는 점은 상식이다. 하물며 이번에 드러난 대구의 선출직 공직자 86명이 보유한 총 335필지 가운데 78.2%가 경북·경남·경기·강원·충남 등 외지에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상속받았거나 주말농장용이 아니라면 이들의 농지 소유는 투기 용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이번 LH 사태에 국민들이 공분하는 이유는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할 공기업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했다는 데 있다. 선출직 공직자 역시 일반인보다 권력과 정보 취득 면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만큼 이들의 부동산 투기 역시 지탄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제출하고 농지를 거래했다면 명백한 불법 행위이다. 폭로된 내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대구의 선출직 공직자들의 농지 보유에 대한 전수 조사가 시급해 보인다. 전수 조사에서 불법 정황이 드러난 사례에 대해서는 사법 당국의 수사와 엄벌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2021-04-01 05:00:00

[사설] 선거 급하다고 ‘내 집 마련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이낙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하려는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겠다"며 "청년과 신혼 세대가 안심 대출을 받아 내 집을 장만하고 그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50년 만기 모기지대출 국가보증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서울 및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열세를 면치 못하니 이낙연 위원장이 급하긴 한 모양이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주거 문제처럼 복잡한 문제에 관한 정책을 불쑥 내놓을 건 아니다. 사회적 문제는 홀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는 4년 내내 튀어나온 못을 망치로 쳐서 반대쪽으로 흉하게 튀어나오도록 해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 튀어나온 못을 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을 뿐, 반대 쪽은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다.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임대차 3법 등 문 정부가 강화하거나 쏟아낸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았나? 집값 잡겠다며 LTV(주택담보대출 때 인정하는 자산가치 비율), DTI(금융부채 상환 능력을 소득으로 따져 대출 제한), DSR(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과도하게 잡아 집값이 안정됐나? 공공 주도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난을 해결했나? 오히려 매물 감소, 집값 폭등, 전·월세 폭등, 재산세 폭탄, 청년 영끌 투자, 내 집 마련 포기, 공공기관 부패만 낳았다. 국가가 내 집 마련을 책임지겠다고? 50년 만기 모기지대출이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50년 상환 기간 동안 재산권 행사 가부에 따른 이익과 불이익 문제는 어떻게 되나.정부·여당의 지난 4년 동안 분탕질에 국민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양도세 중과 폐지하고, 민간 아파트 공급 늘려 아파트 물건 늘리고, 실수요자들이 집 살 수 있게 대출 규제나 풀라. 나머지는 국민 각자가 알아서 한다. 정부·여당 인사들이 입만 열면 부동산값이 폭등한다.

2021-04-01 05:00:00

[사설] ‘신용 낮으면 높은 이자’가 모순이라는 대통령의 지적 수준

문재인 대통령이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은 높은 이율을 적용하는 것이 구조적 모순"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법정 최고 이자율을 현행 24%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의 '대부업법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이자제한법' 관련 대통령령 개정안이 의결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문 대통령의 지적 수준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구조적 모순'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금융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지속됐고 앞으로도 그러할 세계 표준이다. 이는 직관적으로는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돈을 떼일 위험 수준을 반영한 돈의 '시장 가격'이란 금리의 속성이다.문 대통령의 '구조적 모순'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은 돈을 갚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신용도가 높은 사람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식 축에도 못 낀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이게 정의롭지 않다고 해서 국가가 거스르려 하면 엄청난 부작용이 생긴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게 된다. 세계 모든 국가에서 실증(實證)된 사실이다.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구조적 모순' 다음 발언은 참으로 걸작이다.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등에 내몰리지 않도록 더욱 형평성 있는 금융 구조로 개선되게 노력해 달라"고 했다. 어이없는 모순 어법이다.대통령의 지식 수준이 이러니 이 정권의 경제정책이 판판이 실패하는 것도 당연하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공상(空想)을 고집해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집값 안정의 열쇠는 공급 확대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한 25번의 헛다리 짚기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시장은 황폐화됐다. 그 직격탄은 이 정권이 보호하려고 했던 세입자들이 맞고 있다.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한탄이 왜 쏟아지겠나.

2021-04-01 05:00:00

[사설] 가덕도 공항 짓겠다 결국 김해신공항 사업 폐기한 정권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김해신공항 사업을 중단하고,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건설하는 내용의 김해신공항 계획은 5년 만에 공식 폐기됐다.작년 11월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 데 이어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김해신공항 폐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5년 동안 추진되던 국책사업이 선거 탓에 느닷없이 폐기됐다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40억 원이 넘는 세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수립비 34억3천만 원, 환경영향평가 용역비 7억3천만 원이 헛돈이 됐다.혈세 낭비 못지않게 더 심각한 문제는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치러지는 보궐선거 판세가 불리하자 민주당은 반전을 도모하려고 가덕도 신공항을 끌어들였다. 차기 대선까지 내다본 속셈도 없지 않았다. 선거에 도움만 되면 무슨 일이든 하는 집권 세력 탓에 국가 정책에 대한 믿음이 시궁창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국토교통부는 특별법에 따라 예비 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고 가덕도 신공항 사전 타당성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이 어떤 예비 타당성조사 면제 구실을 갖다 붙인다 해도 군색한 논리에 불과하다. 해상 매립 등에 따른 공사의 어려움, 막대한 공사비로 인해 가덕도 신공항이 차질 없이 건설될지도 불투명하다. 가덕도 신공항은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 평가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판정까지 받았다. 부산 시민들이 가덕도 신공항을 내세운 민주당의 불순한 의도를 꿰뚫어 본 덕분에 부산 민심은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다. 선거 승리를 노려 멀쩡한 김해신공항을 폐기하고 무리하게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인 정부·여당은 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 국가 정책 불신, 국론 분열, 혈세 낭비를 초래한 정부·여당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021-03-31 05:00:00

[사설] 졸속 탈원전 불똥 튄 영덕 외면하는 文정부의 무책임함

산업통상자원부가 29일 제67회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영덕군 천지원자력발전소 예정 구역 지정 철회를 심의 의결했다. 천지원전 건설 공식 백지화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이번 결정은 예고된 수순이어서 쓴소리를 하는 것 자체가 쇠귀에 경 읽기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원전 건설 결정 및 백지화 과정에서 영덕군과 지역민들이 받은 피해마저도 정부가 모른 척하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특히 정부가 영덕군에 이미 교부한 원전 유치 특별지원금 380억 원을 회수하기로 한 것은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전형이다. 영덕에 원전을 짓지 않게 됐으니 기지급한 인센티브를 되돌려받겠다는 것인데, 누구식 표현처럼 좀스럽고 민망스럽다. 주지하다시피 영덕은 천지원전 건설 이슈로 지난 10년 동안 많은 풍파를 겪었다. 원전 건설 찬반 양론으로 나뉜 민심 분열 후유증도 아직 남아 있다."일방적 원전 건설 취소에 따른 직·간접 경제 피해가 3조7천억 원에 이른다"는 영덕군 주장도 엄살로만 치부할 수 없다. 정부가 전 정부 기조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데 따른 피해를 기초 지자체와 지역민이 지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부 정책을 따랐을 뿐인 영덕군에 귀책 사유가 없다는 점은 상식적 판단이다. 특별지원금을 회수하지 않는 방법은 원인 제공자(정부)가 찾아야 할 몫이다.더구나 천지원전 예정 부지에 편입됐지만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10년 가까이 재산권이 묶인 땅도 전체 면적의 81.5%나 된다. 이에 대한 보상이 어떤 형태로든 있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현행법상 토지 보상이 어렵다면 해당 부지를 국책사업단지로 지정해 달라는 영덕군의 요구에 정부는 귀를 열 필요가 있다. 국민은 졸속 탈원전 정책의 총알받이가 아니다. 정부의 '법 타령'은 '해 줄 의지가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 정부가 결자해지(結者解之) 자세로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를 촉구한다.

2021-03-31 05:00:00

[사설] 스스로 ‘민주유공자예우법’ 만들어 혜택 보려 한 의원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범여권 의원 73명이 '민주유공자예우법'을 공동 발의했다가 '셀프 특혜' 비판이 거세자 30일 발의를 철회했다. 이 법안은 민주화 운동 유공자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중·고교·대학 수업료, 직업훈련·의료·양로·양육·주택 구입·임차 대부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공자예우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으나 '특혜' 논란으로 좌초된 바 있다. 학생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국회의원이 되거나 정·관계에 각종 자리를 얻은 것도 모자라 '법'을 만들어 특혜를 자녀들에게 세습까지 하려 했으니 비판에 직면하는 것은 당연하다.이 법안은 애초 발의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추진하다가 비판 여론에 좌초된 법안을 다시 발의한 것 자체가 국민을 무시한 오만한 행태다.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민주화'를 자기네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 때문에 자신들을 절대 선으로 여겨 독선에 쉽게 빠진다. 스스로 공정과 정의를 파괴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자신을 '절대 선'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더구나 운동권 출신이 많은 범여권 의원들이 '민주유공자예우법'을 추진한 것은 낯 뜨거운 '셀프 칭송'이다. 옛 중국이나 조선에서 개국이나 반정에 기여한 인물들이 스스로 공치사를 하거나 주거니 받거니 치켜올려 '공신'(功臣) 칭호를 받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스스로 공신이 되어 혜택을 누리고, 그 혜택을 세습까지 하려 들었으니 참 가관이다.우리나라 민주화는 특정인,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온 국민이 피땀으로 이룩한 성과다. 자신이 유공자이기도 한 김영환 전 국회의원은 '민주유공자예우법' 발의와 관련해 30일 "이러려고 민주화 운동 했나.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자들이 벌이는 이 위선과 후안무치를 어찌 해야 하나"라고 탄식했다. '민주유공자예우법' 발의 논란에 섰던 의원들은 이번 소동을 계기로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2021-03-31 05:00:00

[사설] 정책실장 경질한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롭나

문재인 대통령이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 본인 소유 서울 강남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1% 올려 논란을 일으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을 막으려고 범정부 차원의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소집한 상황에서 김 실장의 '내로남불'로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신뢰가 훼손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 인사로 보인다.김 실장은 불가피했던 사정을 내세웠지만 문제가 다분하다. 지난해 7월 부부 공동 명의의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8억5천만 원에서 9억7천만 원으로 14.1% 올려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했다. 세입자 보호 차원에서 기존 계약 갱신 시 전·월세를 5%까지만 올릴 수 있게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이틀 전이었다. 임대차법의 비현실성을 체험하면서도 자신은 쏙 빠져나가고, 대다수 국민을 전세 주기도 얻기도 어려운 혼란에 빠뜨릴 정책을 밀어붙였다.김 실장을 경질한 문 대통령 역시 부동산 문제로 의혹을 사는 처지다. 양산 사저를 둘러싼 형질 변경 논란에 딸과 처남이 부동산 거래로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실장보다 윗물인 문 대통령이 맑다고 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청와대 등잔 밑이 이 지경이니 문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 회의를 하는 게 국민 눈에는 쇼로 비칠 뿐이다.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수차례 장담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부동산 문제가 정권을 위기에 빠트렸다. 집값이 폭등한 것은 물론 부동산 문제로 국민 분노를 사는 정권 인사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책임진 청와대 정책실장들의 일탈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상징하고도 남는다.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자신은 엄청난 시세 차익을 본 장하성, '부동산은 끝났다'면서도 집값만 올려놓은 김수현,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김상조 등 정책실장 모두가 부동산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엔 문 대통령이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2021-03-30 05:00:00

[사설] 대구경북 감염병 전문병원 제대로 구축해 지역민 생명 지키자

질병관리청이 최근 감염병 전문병원 대상 권역으로 경북권을 지정함에 따라 대구경북에도 감염병 전문병원이 생길 전망이다. 경북권 지정은 호남권, 중부권, 경남권에 이어 국내 4번째다. 대구경북은 지난해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선정 당시 경남에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는데 위치상으로나, 인구 규모로 보나 대구경북을 권역으로 하는 감염병 전문병원이 생겨야 할 당위성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감염병 전문병원은 치명적 감염병 발발 시 의료 대응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의료 인프라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감염병 전문병원은 음압병상 30개를 포함한 36개 병상 규모의 독립 병동 시설을 갖추게 된다. 법정 전염병 감염 환자에 대한 진단, 치료 및 검사, 전문 인력 양성 등을 담당하는 시설이다. 감염병 전문병원 유무에 따라 법정 전염병 유행에 대한 지역의 방역 대응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기회가 열림에 따라 지역에서는 경북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유치 신청 방침을 정했다. 경북대병원은 국립대 공공 병원으로서 앞선 의료 인프라를, 계명대 동산병원은 지난해 코로나19 1차 대유행 시 거점병원 운영 경험을,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난해 심사 때 최종 본선 진출 경력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물밑 경쟁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들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서면 평가와 발표, 현장 평가 등을 벌여 오는 6월 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코로나19와 같은 치명적 전염병들이 몇 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에 대한 지역의 대응 역량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 31번 확진자가 발생하자 감염병 전문병원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지역 의료계는 모범적 대응 능력을 발휘한 바 있다. 이제 감염병 전문병원까지 생겨나면 그 역량은 더 체계화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생겨날 감염병 전문병원과 대구시의 공조를 기대한다.

2021-03-30 05:00:00

[사설] ‘한명숙 사건’ 합동 감찰, 허탕 친 수사지휘권 재탕 아닌가

'한명숙 전 총리 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수사·공판 과정에 대한 법무부·대검의 합동 감찰에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참여해 실무를 맡는다고 한다. 이에 앞서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라 '한 전 총리 위증교사 의혹'을 심의해 '무혐의·불기소' 결정을 내렸다.그러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절차적 정의를 기하라는 수사지휘권 행사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라며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같은 사건에 대한 사실상의 수사지휘권 재발동이자 문재인 정권이 '검찰 개혁'을 내세울 때 자주 언급된, 나올 때까지 파는 '별건 수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합동 감찰에 친(親)정권 성향을 여과 없이 보여준 박 담당관과 임 연구관을 투입해 실무를 맡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명숙 구하기'는 법리상 불가능하니 수사·공판 과정은 물론 '의혹'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처리 방식에 도덕적 흠집을 내려는 의도일 것이다.헛웃음이 나오는 것은 '의혹'이 '거리'가 안 됨은 임 연구관 스스로 증명했다는 점이다. 임 연구관은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 출석해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검사에게 '의혹'과 관련해 질문할 기회가 있었다. 임 연구관이 그토록 원하는 '진실'을 밝힐 절호의 기회였다.하지만 임 연구관은 그것을 스스로 차 버렸다. 수사 검사에게 질문하라고 하자 임 연구관은 "질문할 자리가 아니다"며 거절한 것이다. 이에 앞서 대검이 부부장급 6인 회의를 열어 무혐의를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표명할 기회를 줬으나 스스로 거부했다. 이런 경우를 두고 '하던 짓도 멍석 깔아주니 안 한다'고 하는데 과한 비유가 아니다.이유가 무엇일까? 수사 검사와의 '진검승부'를 겁낸 것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꼬리를 내린 임 연구관을 투입해 어떤 성과를 얻을지, 성과가 있다고 해도 과연 국민이 믿을지 모르겠다.

2021-03-30 05:00:00

[사설] 박영선 “文 부동산 정책 잘했다 생각 안 해” 선거용 아니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시장이 되면) 강남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반드시 공공 주도를 고집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부동산 정책'을 펴온 정부·여당과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래 공공 주도 및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펼쳤다. 택지 개발뿐만 아니라, 전·월세 문제, 부동산 관련 대출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 갔다. 문 정부가 유난히 공공 주도 정책을 편 바탕에는 '민간 업자는 자기 이익밖에 모른다. 공공이 주도해야 공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과도한 공공 주도 정책의 결과는 참담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주요 대도시 집값과 전·월세 가격은 급등했고, 집 가진 사람들은 '세금 폭탄'을 안았다. 청년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내서 집 마련에 나서거나 아예 집 마련을 포기했다. 거기다 개발 사업 정보를 독점한 공공기관의 내부자 거래(LH 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사태까지 터졌다. 과도한 정부 주도 부동산 정책으로 '미친 집값' '미친 전·월세' '내집 마련 포기'를 초래한 데다, 내부 부패까지 키운 셈이다.민간은 선(善)도 아니고 악(惡)도 아니다. 그들은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역시 '이익 극대화'를 생각하는 소비자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오직 '탐욕'만 부리는 회사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오히려 정보와 권한을 독점한 데다 감시 기능까지 허술한 'LH'와 달리 '민간 업자'는 시장의 차가운 감시와 선택을 받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과 품질을 확보하는 데 유리할 수도 있다.민간 자본이 턱없이 부족하던 1970, 80년 개발 시대에는 공공 주도 부동산 개발이 부작용에 비해 성과가 컸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과도한 공공 주도는 합리적이지 않다. 같은 당 소속인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입장 변화'를 정부·여당은 단순히 '선거용'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비단 부동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2021-03-29 05:00:00

[사설] 주민들 결사반대 대구국가산단 LNG발전소 건설, 접는 게 맞다

25일 대구시가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안에 조성될 예정인 액화천연가스 복합화력발전소(이하 LNG발전소)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발전소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극렬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구시의회가 최근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데 이어 대구시마저 이 대열에 동참함으로써 이 사업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이 LNG발전소는 정부의 제8·9차 전력 수급 계획에 포함된 국책사업으로, 14만5천㎡ 부지에 총 1조4천억 원을 투입해 1천200㎿급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당초 2022년 5월에 착공해 2024년 12월에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은 발표 이후 표류해 왔다. 구지면 주민들은 건립반대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해 1만2천 명의 반대 서명부를 작성,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에 전달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고 여기에 경남 창녕군 대합면 주민들도 가세했다.주민들은 발전소 운영에 따른 발암 물질 배출과 땅값 하락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피해를 상쇄할 만큼의 지역 경제에 미치는 유발 효과도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의회도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이 제대로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업이 추진됐다"면서 시의원 전원 동의 아래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국책사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발목을 잡을 수 없다던 대구시도 결국 반대편에 섰다.한국남동발전 측은 LNG발전소가 청정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 시설로서 오염 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주민 불안을 끝내 불식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사업의 다른 한 열쇠를 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주민 수용성 절차를 거쳐야 부지 분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주민 반대를 무시해 가면서 강제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 주민 수용성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연해진 만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남동발전은 이제 이 사업에 대한 미련을 접고 대안을 찾는 게 맞다.

2021-03-29 05:00:00

[사설] 대구시장 선거 진영 인사 땅 투기 의혹 내사, 제대로 살펴야

대구경찰청이 대구 한 언론이 제기한 대구시장 선거 진영 참여 인사의 대구 연호공공주택지구 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해당 언론사는 최근 한 인사가 연호지구 내 땅을 지난 2016년 사들여 지번을 나눠 집을 짓고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매입가보다 2배 넘는 보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연호지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데다 과거 대구시장 선거 진영 참여 인사라니 경찰로서는 그냥 있을 수 없게 됐다.대구시장 선거 진영 참여자의 부동산 투기 진위 여부는 경찰 내사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의 몇 가지 정황에 비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살 만하다. 공교롭게도 경찰에 고발 조치된 대구 수성구청장 부인 사례처럼 이번 경찰 내사 대상자도 땅 매입 시기가 공공택지 지정 전인 2016년이었다. 또 지정 이후 공공 택지 개발에 따른 높은 보상가로 땅을 팔았다. 그러니 부통산 투기 의혹 제기는 자연스럽다. 게다가 한 사람은 현직 구청장 부인이고, 또 다른 당사자는 현 대구시장의 선거 진영에서 과거 일을 했다니 경찰로서도 그냥 넘길 사안은 아닌 셈이다.이들 두 사람 경우, 비록 공공 택지 지정 이전 땅을 사고 이후 택지 조성에 따른 매각으로 높은 값을 받아 부동산 투기 목적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위치는 일반인 시각에서는 누구보다 대구시의 도시계획이나 부동산 흐름 파악은 물론, 부동산과 관련해 좀 더 많은 정보에 접할 수 있는 인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일반인은 물론, 공익을 취재의 목적으로 하는 언론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따라서 대구경찰로서는 언론과 지역사회에서 제기되는 이런 의혹의 진상을 따져 밝히는 규명 작업은 본분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경찰은 진실을 밝혀 의혹을 제대로 풀어야 한다. 아울러 철저한 규명으로 땅 거래 당사자의 행위로 인해 괜한 세인의 오해까지 사게 될지도 모를 현직 공직자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2021-03-29 05:00:00

[사설] ‘서울’에서 입사 시험 치는 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대구로 본사를 이전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도록 직원 채용 시험을 대구가 아닌 서울에서 치러온 것은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의 본뜻을 무시한 것이어서 매우 유감스럽다. 한국부동산원의 이 같은 행태는 현재 대구로 본사를 옮겨온 공공기관 다수가 일찌감치 필기시험 제도를 바꾼 것과 비교해 봐도 문제가 있다. 이는 지역 인재 우선 채용 등 지방의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정책 전환 기조는 그저 말일 뿐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현재 대구 이전 공공기관 중 별도 채용을 진행하는 곳은 9곳으로 이 가운데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본사 이전과 함께 대구에서 공채 필기시험을 시행 중이다. 또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장학재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경우 여러 사항을 감안해 대구와 서울에서 시험을 병행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옛 한국정보화진흥원)도 대구 시험장을 우선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서울 시험장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응시생이 많은 수도권과 지역 수험생을 모두 배려하는 조치다.사정이 이런데도 한국부동산원은 '응시자가 더 많다'는 이유를 들어 수도권 필기시험장을 고집해왔다. 지역 언론 보도가 나오고 여론이 높아지자 뒤늦게 대구에서 필기시험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부동산원 구성원들의 기본 인식과 관점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서울·경기 지역과 물리적인 거리가 먼 영호남 지역 등 비수도권 수험생들의 고충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이런 방식의 시험이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공항과 대중교통 등 각종 사회 인프라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시험 한번 보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야 하는 지역 청년들의 불편과 애로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다.과거와 달리 요즘 청년 세대는 '왜 수도권 거주자에게 모든 혜택이 돌아가고 지역민은 소수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의를 제기한다. 지역에 뿌리를 내려 가는 공공기관까지 이런 식으로 제도 개선 없이 계속 눙친다면 지역사회에서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

2021-03-27 05:00:00

[사설] 또 10조 빚 추경, 미래 세대는 안중에 없나

선거운동이 시작되던 25일 국회가 20조7천억원에 이르는 '코로나 맞춤형 피해 지원 대책'(4차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지원 규모를 당초 정부안 19조5천억 원에서 1조2천억 원을 늘렸다. 이 중 9조9천억 원이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된다. 정부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가며 추경 배정안을 의결했다.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은 29일부터,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30일부터 풀릴 예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돈 살포를 서둘렀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현미경 검증'하지 않았다.올해 본예산으로 인한 정부 지출만 558조 원에 달하는데 이번 추경으로 정부 총지출이 572조9천억 원으로 늘게 됐다. 지난해 이미 965조9천억 원에 이른 나랏빚도 10조 원이 더 늘어 1천조 원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가뜩이나 올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본예산으로만 75조4천억 원 적자였다. 이번 추경으로 89조6천억 원에 이르는 적자가 예상된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47.3%에서 48.2%로 수직 상승한다.문재인 정부 들어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채무의 질 또한 악화하는 것이 문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1 대한민국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채 중 적자성 채무가 약 604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적자성 채무란 세금으로 갚아야 할 채무다. 2016년 359조9천억 원이던 적자성 채무가 올해 603조8천억 원으로 68% 급증했다. 국민의 혈세로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 그만큼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코로나가 잦아드는 시점에 '국민 위로금'을 거론했다. 정부가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 비율이 OECD 국가에 비해 아직 양호하다며 국채 발행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추경을 되풀이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물론 국채 비율의 절대 수준은 OECD 국가에 비해 높지 않다. 그러나 부채 증가 속도가 최상위권이라는 사실은 묵과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비기축통화국의 채무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도 간과한다. 미래 세대에 나랏빚을 떠넘기지만 경제활동인구는 저출산 여파로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금 주저 없이 빚을 내지만 이 정권 이후 벌어질 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 현 정부다.

2021-03-27 05:00:00

[사설] 북한 미사일 도발 감추려 한 군, 이것도 선거 때문인가

우리 군이 북한의 25일 탄도미사일 도발을 인정하기까지 무려 네 시간이 걸렸다. 미사일은 궤도 특성상 순항미사일인지 탄도미사일인지 발사 즉시 구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늑장 인정은 군사적 견지에서는 이해 불가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것으로 다음 달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악영향 차단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유력하게 거론된다.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각은 오전 7시 6분경과 25분경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7시 9분에 이 사실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그 후 16분이 지난 7시 25분에서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공지했다. 그러나 '미상(未詳)의 발사체'라고 했을 뿐이다. 그 뒤에도 군은 탄도미사일임을 감추려 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탄도미사일 2발이라고 했고 미국 CNN도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같은 내용으로 보도했지만 국방부는 "발사체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고만 했다.군은 청와대 안전보장회의(NSC)에서 '미사일'이라고 한 뒤에야 '탄도미사일'임을 인정했다. 탄도미사일임을 감추려다 일본과 미국의 발표와 언론 보도로 어쩔 수 없이 시인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 21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도 가만히 있다가 외신이 보도하자 24일 뒤늦게 인정한 사실은 그런 의심에 '합리적'이란 수식어를 붙여 준다.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정부가 독단적으로 비밀에 부치려 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상황이었으면 우리 국민은 미사일이 날아오는 줄도 모른 채 당했을 것이다. 미국 폭스뉴스의 보도대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SLBM은 발사 장소와 시간의 탐지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국민은 안보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권리가 있다. 군은 이달에만 두 번이나 이를 뭉개 버렸다. '국민의 군대'가 아닌 '문재인 정권의 군대'로 타락했다는 비판이 결코 과하지 않다.

2021-03-26 05:00:00

[사설] 文대통령 백신 접종 ‘주사기 바꿔치기’ 논란, 무엇을 뜻하나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영상이 공개된 후 '주사기 바꿔치기' 의혹이 인터넷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문 대통령이 맞은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AZ)가 아닌 다른 백신 혹은 영양액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신을 '현직 의사'라고 밝힌 사람까지 "접종 장면이 일반적이지 않다"며 댓글로 의혹에 동참했다. 이에 방역 당국은 해명 자료를 내며 부인했고, 경찰은 관련 글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이 참담한 상황이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그럴 리도 없지만, 문 대통령이 실제로는 다른 백신을 접종하면서 국민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것처럼 보이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일말의 의문조차 없도록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주사기 바꿔치기' 주장은 그만큼 유치하고 어리석다. 외국인들이 이 남세스러운 논란을 알까 두렵다. 그럼에도 이 참담한 주장이 널리 퍼지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문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2017년 5월 11일,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오찬을 함께한 후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사진이 전국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사진 속 유일한 여성인 조현옥 인사수석을 제외한 남성 참모들은 모두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맨 차림이었다. 젊고, 산뜻하고, 정직하고, 근면 성실한 인상을 주는 사진이었다. 국민들은 이 모습이 문 정부의 실체이고 국정 철학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즈음 문 정부의 지지율은 80% 안팎이었다.하지만 문 정부는 '흰 셔츠에 넥타이'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소통 정부'가 되겠다고 호언했지만 부정과 무능을 '쇼'로 분칠했고, 국민들로부터 '쇼통 정부'로 불리게 됐다. 집권 초기에 문 대통령이 백신을 맞는 상황이 있었다면 국민 반응이 오늘 같았을까?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허위'는 존재한다. 하지만 '허위'가 힘을 얻고 널리 퍼지는 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주사기 바꿔치기' 논란은 문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허위' 글을 내사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반성해야 한다.

2021-03-26 05:00:00

[사설] 부동산 투기로 부를 축적해 온 고위공직자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현황은 '부동산 공화국' 치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부동산 불패'라는 그릇된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나라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5차례에 이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무위에 그쳤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부동산 투기 근절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을 수단으로 서민이 상상하기 어려운 부를 단기간에 축적한 고위공직자들의 행태에 국민의 좌절감이 크다.행정부 고위공무원 759명 중 51%인 388명이 본인과 가족 명의의 토지 재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19.5%인 148명이나 됐다. 국회의원 6명 중 1명꼴인 49명이 다주택자였고, 3주택 의원도 4명이나 됐다. 3기 신도시 인근 부동산을 매입한 의원이 3명이었다.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은 주택임대사업자 뺨치는 주택·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공직자들의 신도시·개발지역 땅 투기 의혹도 다수 포착됐다.공개 대상자의 80%가 지난해 재산이 늘어 평균 증가액이 1억3천만 원에 달했다. 그 전해 증가액 8천600만 원보다 껑충 뛰었다. 부동산·주식 급등 덕분이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고통을 겪는 서민들 사정과는 천양지차다. 더욱이 재산신고에 부동산 현재 시세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재산 증가액은 신고가의 몇 배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25차례나 쏟아내고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투기를 뿌리 뽑겠다고 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들은 이를 비웃으며 부동산으로 재산 증식을 했다. 땅은커녕 내 집 한 칸 없는 서민들로서는 허탈하고 울분이 터지는 일이다.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사례들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정부·여당은 모든 정책·입법 수단을 동원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들의 투기를 차단하고 엄벌해야 한다. 공직사회 스스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해 더는 국민에게 실망을 주지 말아야 한다.

2021-03-26 05:00:00

[사설] 대구시는 지역 건설업체에 더 과감한 인센티브 부여해야

대구시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지역 주택건설업체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지역 건설업체들이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공사로 선정되면 용적률을 23%까지 더 주는 현행 방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단계 때부터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대구시는 지역 건설업체의 설계자 참여 비율이 50%를 넘을 경우, 그동안 별도로 진행하던 교통·건축·경관 심의를 '원스톱'으로 처리해 주기로 했다.대구의 주택건설 시장이 역외 기업 잔치판이 된 지 오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의 이런 지원책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통계를 봐도 지난 2014년 이후 7년간 대구에서는 총 14만6천 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됐는데 이 가운데 지역 업체 참여율은 17%에 불과하다. 외지 업체들이 무려 83%나 가져간 셈인데 이에 따른 지역 자본 역외 유출 등 부작용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외지 건설업체들은 협력 업체는 물론이고 속칭 함바집마저 외지에서 불러들이고 자금 창구인 주거래은행도 대부분 시중은행이다. 지역 건설업체와 비교할 때 외지 업체들의 지역 경제 기여 및 환원은 원천적으로 미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4년 이후 외지 업체들이 지역 건설 시장에서 수주한 사업비 규모가 총 50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수년간 활성화 기조였던 지역 주택건설 시장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 해악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한때 '건설 명가 도시 대구'를 이끌었던 지역 유명 건설업체들의 입지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구지역 건설업체들의 시공 능력 합계는 부산의 3분의 1 수준을 간신히 넘는 것은 물론이고 광주·전남·전북에도 많이 뒤진다. 이처럼 건설 시장이 지역 자본 역외 유출 창구가 되고 있는데도 그동안 대구 공직사회는 공정거래법 위반 시비 등을 두려워하며 몸 사리기에 급급했다. 현행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구시가 보다 더 과감한 지역 업체 인센티브 및 지원 방안을 발굴해 시행하기를 주문한다.

2021-03-25 05:00:00

[사설] 의혹덩어리 포항 옥명공원 폐기물 증설 사업

경북 포항의 한 산업폐기물(산폐물) 매립 시설 운영사가 옥명공원에 추진 중인 수조 원에 이를 산폐물 매립장 증설 사업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포항시는 옥명공원에 산폐물 매립이 가능한 부지로의 도시계획 변경 계획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번복하는 등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포항시를 믿지 못한 주민 350명이 힘을 모아 공원에서 산폐물이 처리되는 일을 막기 위해 공익 감사 청구에 나선 일은 마땅하다.무엇보다 의혹의 핵심은 포항시의 행정 번복이다. 지난 2004년 포항시의회는 한 산폐물 운영사가 기존 산폐물 매립장의 폐기물을 인근 옥명공원 지하로 옮기고 기존 매립장을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한 포항시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포항시는 공원에 산폐물 매립이 되도록 도시계획 변경 계획이 아예 없다고 못 박았다. 나아가 포항시는 이미 공원 부지 내 업체가 매입한 부지까지 되사서 공원 조성 계획을 세우겠다고 확답했다.이런 포항시가 철강공단 내 유일한 녹지 공간인 옥명공원에 산폐물 매립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면서 종전 약속을 뭉갰다. 여기에다 포항시는 업체가 매입한 부지의 재매입을 통한 공원 조성 약속도 팽개쳤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포항시가 산폐물 매립이 가능하도록 한 옥명공원에는 국·공유지도 상당수 포함된 사실이 밝혀져 의혹은 더 커지게 됐다. 결국 포항시가 국·공유지까지 산폐물 매립에 쓰일 수 있도록 업체를 앞장서 도운 꼴이다. 누굴 위한 행정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게다가 도시계획 변경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묻는 일에도 소홀했다. 산폐물이 매립될 공원 주변 5만 명 주민과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고통에 대한 배려 부족과 무관심 등 포항시 행정은 공익 감사 청구만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체에 비해 50만 시민을 위한 포항시의 행정은 너무 초라하다. 사법 당국도 나서 지금껏 제기된 여러 의혹의 진실을 밝혀야 할 때다.

2021-03-25 05:00:00

[사설] 국내 확진자 10만 명, 위기 극복에 조금 더 힘을 모을 때

국내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9월 1일 누적 확진자 2만 명을 넘긴 이후 약 7개월 만에 5배로 늘어난 것이다. 누적 확진자 3만 명을 기록한 지난해 11월 20일 시점과 그 후 3차 유행에 따른 확진자 증가 속도를 비교하면 그 추세가 얼마나 급한지를 알 수 있다. 현재 백신 접종(24일 기준 70만5천110명) 상황과 하루 2만4천여 명의 접종 속도에 변화가 없다면 방역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최근 대구경북 확진자 발생과 방역 상황도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23일 기준 대구 17명, 경북 12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대부분 목욕탕·사우나 등 다중이용시설과 공장, 음식점 등 집단감염이 원인이다.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서 시민 긴장감이 이전보다 느슨해진 것도 확산 억제에 걸림돌이다.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피로감에다 방역 조치 완화로 경계 의식이 다소 옅어진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확진자 수 10만 명이 말해주듯 지금은 경계의 고삐를 다시 바짝 당길 필요가 있다.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거나 방역에 차질을 빚는 것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체계적인 방역으로 코로나를 잘 억제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마저 최근 코로나가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가장 강력한 봉쇄에 들어간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3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단계적인 봉쇄 완화 논의를 중단하고 4월 18일까지 기존 봉쇄 조치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특히 부활절이 포함된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국민 모두가 집에서 머무는 '완전 봉쇄'를 발표했다. 코로나 확산 사태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국민 모두 몸과 정신적으로 어려운 때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와 방역 당국, 국민의 합심과 협력만이 지금의 위기를 넘기는 열쇠다.

2021-03-25 05:00:00

[사설] 文 대통령 AZ 백신 접종, 그러나 집단면역까지 갈 길 멀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어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했다. 이날은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AZ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첫날로, 문 대통령은 65세 이상 국내 1호 접종자가 됐다.문 대통령의 AZ 백신 공개 접종은 의미가 있다. 국가 지도자의 AZ 백신 접종은 이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백신 접종 전반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치다. 고령층에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할 임상 자료가 부족해 논란 끝에 접종이 보류됐던 AZ 백신은 효능을 뒷받침할 해외 연구가 나와 고령층 접종이 결정됐다. 최근엔 혈전 형성 논란이 생기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기도 했다.대통령의 AZ 백신 접종과는 별개로 백신 접종 진척 상황은 지지부진해 우려가 크다. 지난 20일까지 인구의 1.32%인 67만6천900명에게 접종해 하루 평균 2만4천300명꼴에 그쳤다. 이 속도대로 인구의 70%가 맞아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8년 가까이 걸린다는 예측도 나온다.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백신이 부족한 탓에 접종에 속도가 나지 않는 데다 확보한 백신 태반이 논란을 빚은 AZ 백신이어서 접종 동의율이 낮은 것도 한 원인이다.집단면역 형성이야말로 코로나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올 2분기 1천150만 명에게 접종하는 것이 정부 목표이지만 확보한 백신은 805만 명분에 그쳐 추가로 345만 명분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제때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그동안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말고 백신 확보에 총력을 쏟기 바란다. 국민 안전에 필수적인 백신 확보가 늦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다른 백신들도 충분히 확보해 AZ 백신 하나에 목을 매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끝내야 한다. 백신 안전성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이상반응 등 백신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하고 정확히 알리는 것도 필수적이다. 백신 불안을 해소하는 데 필요하다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백신 접종 솔선수범도 속도를 내야 한다.

2021-03-24 05:00:00

[사설] 선거 승리 위해 ‘2차 가해’도 서슴지 않는 정부 여당 인사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페이스북에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고 썼다. 또 "뉴욕의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을 용산공원의 숲속 어느 의자에 매 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 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임종석 청와대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왜 치러지는지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선거 코앞에 '2차 가해' 비판까지 감수하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불러낸 것은 '선거 전략'일 것이다. 여론조사로 보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야당에 크게 열세다. 그럼에도 여당은 낮은 투표율과 막강한 조직력, 극렬 지지층 결집으로 역전을 노린다.4·7 재보궐 선거는 평일에 치러진다. 투표일이 임시 공휴일인 총선이나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통상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이 우세한 쪽이 유리하고, 투표율이 높으면 민심에 부합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평가한다.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조직과 적극 지지층이 주로 투표장에 나왔음을 의미하고,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중도층까지 참여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조직 선거가 될 경우 현역 국회의원 지역위원장과 현직 구청장(서울 전체 25명 중 24명이 여당 소속)이 많은 여당이 유리하다. 임 특보의 이번 글은 조직력 우위에 문재인 정부 극렬 지지층을 더하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4·7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 선거는 여당 소속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치러진다. 양심이 있다면 여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여당은 당헌까지 바꿔 가며 후보를 냈다. 그것도 모자라 '가해자인 박원순 시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극렬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한다. 현 정부·여당 인사들은 입만 열면 인권과 여성을 외친다. 하지만 선거에 이길 수만 있다면 2차 가해도 서슴지 않는 것이 이들의 실체다.

2021-03-24 05:00:00

[사설] 합동 감찰 지시한 박범계, 진정 무엇을 노리는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대검의 무혐의 결정에 문재인 정권 측 법리(法吏)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반발을 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절차적 정의를 기하라는 수사지휘권 행사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라며 법무부·대검의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의혹'의 조사를 맡았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SNS를 통해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 한 전 총리 뇌물 수수 사건 수사팀 검사가 출석한 사실에 대해 "너무 노골적 진행"이라고 비판했다.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의 '무혐의' 결정을 위한 '짜고 치기' 아니냐는 것이다.박 장관은 대검이 지난 5일 '대검 연구관 6인 회의'를 통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자 임 연구관의 의견을 들어 다시 심의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그래서 열린 것이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다. 여기에 임 연구관이 출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것이 절차적 정의가 아니고 무엇인가?합동 감찰은 더 문제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 꼴이다. 대검 회의 결과를 못 믿겠다면 김종민 변호사의 비판대로 기자들과 공개 간담회를 열어 대검의 결정이 왜 잘못됐는지 반박하거나 대검 회의록 전체를 공개하면 된다. 이미 대검은 법무부가 요청하면 회의록 전체 또는 일부를 제출하겠다고 밝혀 놓은 상태다.임 연구관의 행태는 더 이해가 안 간다. 대검 회의에서 수사팀 검사에게 질문할 기회가 주어졌으나 거부했다고 한다. '위증교사'를 입증할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린 것이다. 이에 앞서 대검이 부부장급 6인 회의에서 무혐의를 결정할 때도 의견 표명 기회를 거부했다고 조남관 대검 차장이 전한 바 있다. 자신이 있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놓고 SNS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조 대검 차장에게 역사가 책임을 물을 것"이라느니, 위증교사 여부에 대해 본인은 물론 서로 엇갈린 진술을 하는 사기꾼들을 향해 "너무도 죄송해 고통스럽다"느니 엉뚱한 소리를 한다. 이들이 이토록 '집착'하는 것이 진정 무엇을 노려서인가.

2021-03-24 05:00:00

[사설] 잇따른 범죄 혐의 울진군의회 의장에 봐주기식 징계 안 된다

울진군의회가 24일 임시회를 열고 이세진 의장(뇌물 수수 혐의 구속)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임시회에 쏠린 관심은 예사롭지 않다. 명색이 군의회 의장이라는 사람이 업자로부터 1억 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중대 사안에 대한 군의회의 자정 능력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2015년 의장직에 있을 당시 절도 사건으로 의원직을 사퇴하는 등 지역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킨 전력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울진군의회는 부의장을 뺀 군의원 6명으로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이 의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가능한 징계안은 제명, 출석 정지, 공개 사과, 권고 등 네 가지인데 24일 임시회에서 뚜껑을 열어 봐야 알겠지만 군의회 안팎에서는 최종 확정 판결 전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최고 징계 수위인 제명은 하기 어렵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못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이 의장이 받고 있는 범죄 혐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골재 채취 업자로부터 15차례에 걸쳐 총 1억2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발부됐는데도 군의회가 '최종 확정 판결 전' '무죄 추정 원칙' 운운해 가며 김 빼기에 나선다면 안일하기 짝이 없는 상황 인식이다. 게다가 이 의장은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울산의 한 식당에서 소나무 분재를 훔친 혐의로 입건돼 전국적 망신살을 샀으며 의원직을 사퇴한 전력까지 있지 않은가.절도 행각 때문에 물러난 인사가 군의원에 다시 당선되고 의장까지 오르는 것 자체가 요지경이다. 이러니 지방자치 출범 30년이 지났음에도 지방의회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 것 아닌가. 이 의장의 경우 개전의 여지조차 없다. 군의회가 혹여나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다면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울진군 지역 이미지는 다시 한번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고 그에 따른 유권자들의 분노 또한 커질 것이다.

2021-03-23 05:00:00

[사설] 누가 이 나라를 부패·성추행으로 손가락질받게 만들었나

미국 국무부가 공식 발간할 예정인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한국 공직자 부패와 성추행 사례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인권 문제가 주로 지적됐으나 이번 보고서에는 문재인 정권 인사들의 부정부패와 성추행이 언급됐다는 것이다. 민주화·산업화를 동시에 성취한 나라로 격찬을 받았던 이 나라가 어쩌다 부패·성추행으로 손가락질을 받게 됐는지 참담하다.'부패' 부문에 이름이 거론된 인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홍걸 무소속 의원 등 문 정권 사람들이다. 보고서는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씨, 그리고 그 가족과 연관된 이들에 대한 부패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의 부패 혐의는 2년 연속 보고서에 담겼다. 이런 조 전 장관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마음의 빚' 운운했다. 보고서는 윤 의원에 대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했고, 김 의원에 대해서는 후보자 등록을 하며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당에서 제명됐다고 적시했다.보고서는 '성추행' 부문에서 한국에서 성추행이 중요한 사회문제가 됐고, 고위 공직자를 포함해 수많은 성추행 혐의가 보도됐다고 지적하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나란히 거론했다. 두 사람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한국 제1·제2 도시 시장이 성추행을 저질러 838억원을 들여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는데도 여성가족부 장관은 '성인지 집단 학습비'라고 했다. 외국인들이 뭐라고 할지 생각하면 낯을 들기조차 어렵다.부패 척결을 앞세운 문 정권에 국민 기대가 컸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 시대에 인권 신장도 기대했다. 그러나 정권 인사들의 끊이지 않는 부패에 LH 땅 투기 의혹까지 터졌다. 시장들의 성추행을 집권 세력은 비호하기에 급급했다. 문 대통령과 정권이 적폐로 몰아 공격한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되레 더 못한 수준으로 나라가 굴러떨어졌다. 세계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나라, 이마저도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한 모습인가.

2021-03-23 05:00:00

[사설] ‘대선 후보 적합도’ 윤석열 1위 독주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교통방송(tbs) 의뢰로 19∼20일 전국 성인 1천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3.1%포인트)'를 한 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39.1%, 이재명 경기지사 21.7%,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11.9%로 나타났다. 지난주 조사보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더 올랐다.윤 전 총장은 직업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를 염두에 두고 자기 분야에서 치밀하게 움직인 사람도 아니고, 신망이 두터운 기성 정치인이 후계자로 낙점한 인물도 아니다. 그럼에도 여야 잠룡들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고 독주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답이 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은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여서 스스로 커 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인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은 스스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손을 치켜든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문재인 정권에 의해 정치의 길로 내몰렸고, 문 정권의 폭정과 실정, 불공정에 분노한 국민에 의해 지도자로 추대되고 있다.문재인 정부는 공정, 정의, 상식의 깃발을 들고 입성했다. '촛불 정신'을 외치며 전 정권과 정적의 티끌까지 가차 없이 처단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공정, 정의, 상식과는 전혀 먼 행보를 보였다. 수사와 재판이 지지부진해 아직 실체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을 뿐 '거악 혐의'가 짙은 사건도 많다. 문 정부는 폭정으로 국민의 심성을 피폐하게 했고, 실정으로 국민을 실직과 가난으로 내몰았다. '어느 편이냐?'를 따져 정의, 공정의 잣대를 달리했다. 국민들은 여기에 분노했고, 그 걷잡을 수 없는 분노의 열기가 윤석열이라는 '돋보기'를 통해 하나로 모여 불길이 된 것이다.이 불길이 더 크게 번질지, 잦아들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문 정부의 폭정과 실정, 위선, 남 탓, 이중 잣대가 계속되는 한 불길은 더 거세질 거라는 점이다. 지금도 정부 여당은 '윤석열 현상'에 기름을 들이붓고 있다.

2021-03-23 05:00:00

[사설] 한명숙 위증 강요 무혐의, 사기꾼 말만 믿은 당연한 결과

문재인 정권의 '한명숙 구하기'가 무위로 끝났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면서 한 전 총리 뇌물 수수 모해 위증 교사 의혹을 '사실'로 만들려 했으나, 대검찰청 부장·고검장들은 무혐의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박 법무부 장관은 사기꾼의 말만 믿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책임을 져야 한다. 기소를 고집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도 마찬가지다.이들 3인이 일으킨 '소동'은 지난해 4월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준 고 한만호 씨의 감방 동료가 '수사 검사가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라고 강요했다'는 진정서를 낸 것이 출발점이다. 당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은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한 전 총리) 인생을 무참하게 짓밟았다"고 단정했다.이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사실 여부를 조사해 무혐의 결정을 했고, 대검 역시 연구관 6인의 의견을 종합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증거 부족이다. 진정서를 낸 한 씨 감방 동료가 검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위증 교사가 있었다"고 했다가 이후에는 번복했고, 다른 감방 동료들도 언론에서 정반대로 말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한 부장과 임 연구관은 "합리적 의사결정이 아니었다"고 반발하며 고집을 꺾지 않았고,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명숙 뇌물죄'는 증거가 명백해 뒤집을 수 없으니 검찰 수사 결과에 도덕적 흠집을 내겠다는 것 아니겠나. 그렇게 하면 다른 방향에서 재심의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다.이런 계산이 대검의 결정으로 무산되자 책임 회피에 급급해한다. 박 장관은 "제가 중시한 것은 (결정) 과정이었다"고 했다. 지휘권 발동이 '기소'로 몰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소리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임 연구관은 한 술 더 떴다. 종잡을 수 없는 진술을 한 사기꾼들에게 "너무 미안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2021-03-22 05:00:00

[사설] 여권 투기 의혹 속출에도 국민·전 정부 탓 하는 文 정권

3기 신도시와 인접 지역에서 투기가 의심되는 토지 거래를 한 지방자치단체 개발 업무 담당 공무원, 지방 공기업 직원 23명이 수사 의뢰됐다. 청와대에서도 형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인 대통령경호처 과장의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본인·가족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명이나 되고, 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은 배우자의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까지 여권 인사들의 투기 의혹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온다.여권 인사들의 투기 의혹 확산 못지않게 국민을 화나게 하는 것은 정권의 책임 회피와 사태를 모면하려는 꼼수 동원이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LH 투기 의혹과 관련,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위에는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아직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 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양산 사저 의혹, 문 대통령 딸·처남의 부동산 거래 시세 차익 의혹, 민주당 의원들의 투기 의혹은 하나도 안 보인다는 말인가. 책임 통감은커녕 '바닥'을 들먹이며 국민에게 화살을 돌린 이 전 대표의 행위는 혹세무민이다.민주당은 투기 방지책이라며 전 공직자 재산등록을 들고나왔다. 공직자 150만 명, 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하면 6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에 대한 검증이 가능할지도 의문이거니와 모든 공직자를 잠재적 투기 세력으로 몬다는 점에서 문제가 다분하다. 민주당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부랴부랴 꺼낸 것은 여권 인사들의 투기 의혹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림수다.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은 문 정부에서 발생했는데도 문 대통령은 촛불을 들먹이며 '적폐'로 몰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토지공사·주택공사를 통합해 LH를 만든 이명박 정부 탓을 했다. 잘못은 정권이 저질러 놓고 국민과 전·전전 정부 탓으로 몰고 가는 문 정권의 작태에 국민은 이골이 났다. 그런데도 문 정권은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적반하장을 정권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할 모양이다.

2021-03-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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