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 비리 대충 넘어가면 누가 ‘감사’ 신뢰하나

경북경찰청이 최근 경상북도 감사관실과 안동시 도시건설국, 안동시 A 전 국장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올해 초 자신의 땅과 친·인척 소유의 땅 주변에 주민 숙원 사업을 추진해 부당한 이득을 봤다가 징계받은 안동시 고위공무원을 도청 감사관실이 고발하지 않고 봐주기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공무원 비리·부패 행위와 관련해 철저한 감사는 물론 명확히 후속 처리를 해야 할 감사관실이 절차를 어기고 흐지부지하다 수사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사태의 발단인 안동시 A 전 국장은 재임 중 본인과 친·인척 소유의 땅 주변에 1억3천만원 규모의 예산이 드는 주민 숙원 사업을 추진해 땅값 상승 등의 비리 의혹을 샀다. 이에 경북도 감사관실이 지난 1월 감사를 벌여 문제점을 확인하고 감사 결과에 따라 A 국장에 대해 3개월 감봉 처분의 경징계를 했다. 징계와 함께 A 국장은 지난 6월 말 퇴직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 고발 지침상 각급 행정기관의 장은 직무에 관한 부당한 이득과 관련된 범죄에 해당하면 고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도 경북도는 규정을 어기고 A 국장을 고발하지 않았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고발하지 않았을 경우 그 사유를 기록해 관리해야 한다.

만약 고위공무원이 혈세를 끌어다 사리사욕을 채운 문제점을 감사관실이 확인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에다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면 누가 감사실을 존중하고 신뢰하겠나. 감사관실은 이번 사안에 대해 "문제 제기에 따라 적극 감사에 나섰고, 무분별한 고발이 자칫 권한 남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공직자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도 적당히 징계하고 넘어가는 게 맞다는 소리인가. 아무리 감사 역할 수행을 강조하더라도 규정을 무시한 채 고발 없이 넘어간 것은 잘못이다. 이런 식의 감사 조치가 계속될 경우 공직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경찰은 특히 A 전 국장의 비위 사실에서부터 안동시의 주민 숙원 사업 시행 과정의 문제점, 경북도 감사관실의 징계 절차나 수위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더는 한솥밥 먹은 처지라고 마냥 제 식구 감싸기를 할 때가 아니다. 추상같은 감사 본연의 직무를 다시 한번 성찰하고 추락한 신뢰를 빨리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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