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도 안 믿는 부동산 대책, 어느 국민이 신뢰하겠나

사진은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앞.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앞. 연합뉴스

공무원연금공단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구)에게 제출한 '공무원 주택 특례 연금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1천653건, 1천4억원의 주택 구입 용도 대출이 실행됐다. 지난해 전체 대출 건수 1천17건, 대출 금액 449억원에 비해 폭증했다. 올 3분기 주택 대출 신청은 개시 열흘 만에 마감될 정도였다. 집값이 폭등하자 급하게 대출을 당겨 집을 산 공무원들이 많다는 뜻이다.

연금까지 담보로 잡혀가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뜻)로 집을 사는 대열에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기업 직원들도 가세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도로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국회 국토교통위 산하 8개 공공기관의 사내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사내 대출 건수는 2천406건, 대출 금액은 66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거의 1.5배로 늘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벌써 1천449건에 456억원이 대출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는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며 '패닉바잉'(공황구매)이나 '영끌'보다는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을 기다릴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정부 부동산 대책을 믿어야 할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은 대출까지 받아 집을 앞다퉈 샀다. 공직사회에서조차 정부 대책을 신뢰하지 않고 무리해서라도 집을 장만하거나 넓히려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대책을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조차 안 믿는데 어떻게 국민이 신뢰하겠나.

문재인 정부가 23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는데도 집값이 역대 최악으로 급등한 까닭 중 하나는 정부 대책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집을 몇 채씩 갖고 있으면서 부(富)를 불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정부 대책을 믿고 따를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일부 다주택 청와대 참모들은 집을 팔라는 지시를 거부하다가 집을 포기하는 대신 자리를 그만두기까지 했다.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의 부동산 '영끌 투자'는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신뢰 붕괴는 물론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證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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