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구미산단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

21일 새벽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반도체 제조업체 KEC에서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실란'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근로자 7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안 그래도 산업단지 내 위험물 취급 사고가 빈번한 구미에서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또다시 터지다 보니 시민들은 불안해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이번 사고는 트리클로로실란 교체 과정에서 용기가 넘어지면서 밸브가 파손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인재(人災)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업주가 시설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작업자들도 주의를 기울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다. 소방서 구조대가 출동해 긴급 방제 작업을 하고 직원 병원 이송도 신속히 이뤄져 인명 피해가 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구미시의 대응에는 허점이 있었다. 구미시는 사고 발생 후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시민들에게 '안전안내문자'를 보냈다. 여름철이라 창문을 열고 잠자는 시민들이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었는데 경보음조차 울리지 않는 안내문자를 먼저 보낸 뒤, 방제가 완료된 이후에야 '긴급재난문자'를 보내는 실수를 저질렀다. 당직 근무자 업무 미숙으로 안전안내문자와 긴급재난문자의 순서를 바꿔 발송했다는 구미시의 해명은 너무나 궁색하게 들린다.

구미에서는 5명이 숨지고 주민 3천 명이 대피한 2012년 불산 유출 사고를 비롯해 이후 10여 건의 크고 작은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위험물질 취급 업체가 많은 구미국가산단의 특성상 유사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구미시가 아직 야간 재난상황실조차 운영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는 한 번 발생했다 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를 부를 수 있다. 업체는 유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위험시설물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구미시도 이참에 화학물질 사고 대응 체계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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