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임위원장 자리 싹쓸이한 여당, 커지는 의회 독재 우려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화를 하고 았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화를 하고 았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이 결국 깨지고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하고 말았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교섭단체별로 배분하지 않고 여당이 독점하는 일이 1985년 제12대 국회 이후 35년 만에 벌어지고 만 것이다. 국민들의 준엄한 요구이자 명령인 협치는 21대 국회 들어서도 역시나 소 귀에 경 읽기였다.

국회는 민주화 이후 30여 년 동안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야에 배분해 왔는데, 21대 국회 들어 이런 운영상의 대원칙이 무너져 버린 것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가장 큰 책임은 집권 여당에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여·야가 전·후반기로 나눠 갖자는 통합당의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뜻을 밀어붙였다. 심지어 민주당은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가져가자는 제안까지 내놓았다고 한다. 입법부 조직 구성을 대통령 선거와 연계시키자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 야당의 자존심을 일부러 자극하려는 의도를 갖지 않고서야 이런 제안을 할 수는 없다.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점에 대해서는 책임 정치의 구현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지금 민주당이 하는 행동을 보면 슈퍼 여당의 폭주 우려가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현재의 의석 분포와 국회 운영과 관련된 여러 법률 및 제도를 감안할 때 상임위를 독점한 여당의 일방 통행을 막을 뾰족한 수단과 방법이 야당에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협치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데 벌써부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통합당이 반대하면 법률을 바꿔서라도 공수처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말한 것은 거대 여당의 폭주 전주곡으로 들린다. 원 구성 협상 결렬 직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야당 역할을 포기 않겠다"고 했지만 정부 및 거대 여당의 독주를 어떻게 막을지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보지 않겠다는 여당의 오만과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야당을 보는 국민들의 스트레스와 한숨만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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