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의연, 무엇이 두려워 기부금 사용 내역 공개 거부하나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부금 관련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부금 관련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기부금 유용 의혹을 받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옛 정대협)가 기부금 사용처 공개를 거부했다.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할머니께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사과드린다. 응원하고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들과 연대 단체들 모두에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나 기부금 사용 내역 공개는 "세상 어느 NGO(비정부기구)가 활동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며 거부했다. 그리고 "기업들에는 왜 (공개를) 요구하지 않는 건지 너무 가혹하다"고도 했다.

전혀 설득력이 없다. 우선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연이 이끌어 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지지하고 성원해 온 시민과 연관 단체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기부금을 제대로 썼음을 공개하면 끝나는 일이다.

다른 NGO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의연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참으로 어이없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NGO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정의연이 기부금 수입을 유용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정의연이 '공개'로 해결할 문제이지 다른 NGO 핑계를 대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

기업과의 비교는 더욱 가관이다. 기업은 활동 내역을 '낱낱이' 공개한다. 기업 활동에 변동이 있으면 증시에 공시하며, 정기적으로 회계감사보고서를 내고 세무조사도 받는다. 이게 공개가 아니면 뭔가. 기업은 정의연이 상상도 못 하는 '가혹한' 공개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상식'이다. 그런데도 기업에는 공개를 요구하지 않는다니, 알고 한 소린가 모르고 한 소린가.

정의연은 이날 기부금 사용처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국민의 요구는 이런 허황한 말잔치가 아니라 기부금 수입의 구체적 사용 내역을 밝히라는 것이다.

정의연이 공시한 2016∼2019년 기부금 수입은 49억1천606만원이고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돈은 9억2천14만원(18.7%)이다. 구린 게 없다면 그 나머지 돈의 용처를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공개를 거부하면서 "기부금 내역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소리만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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