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손발 묶어 정권 비리 수사 막으려고 하나

법무부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2곳을 포함한 전국 검찰청의 41개 직접 수사 부서를 올 연말까지 폐지할 방침이다. 또 중요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단계별로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법무부의 '검찰 직제 개편안 및 사무 보고 규칙 개정안'은 황당할 뿐 아니라 우려되는 사항이 많다.

우선 절차부터 잘못됐다. 법무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한 후 나흘 뒤에야 직제 개편안을 대검에 통보했다. 검찰 행정 관련 사안에 대해 대검과 협의하는 관례를 법무부가 어긴 것이다. 국가의 부패 대응 능력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법무부가 대검과 협의도 없이 독단으로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직접 수사 축소는 수사권 조정 법안에 포함돼 국회에서 논의 중인데 법률 통과 전에 하위 시행령 개정으로 '우회 입법'을 시도하는 것도 문제다.

검찰 안팎에서 "사실상 부정부패 수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라는 격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막아 권력형 범죄에 대해 검찰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방안이 시행되면 '조국 사태'와 같은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민생 피해와 직결된 금융 및 식의약품 범죄 등에 대한 수사력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 범죄를 전담해 온 공공수사부가 폐지되면 선거 범죄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펀드 및 사학 비리 수사를 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3·4부가 폐지되면 앞으로 혐의 규명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정권은 검찰이 충견일 때는 칭찬을 하다가 자기편을 수사하자 반(反)개혁 세력으로 지목하고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법무부 방안은 문 대통령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정권 수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의 수족을 잘라 무력화하려는 발상이 놀랍고 무섭다. 임기 후반기에 터져 나올 정권 비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저지하려는 시도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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