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일(對日) 경제 전쟁…대통령과 정부는 지피지기는 했나

우리나라 제조업 중 품질경쟁력이 우위(優位)에 있는 상품군 숫자가 일본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제조업 수출경쟁력 점검과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1천대 제조 수출 상품군 가운데 품질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제품 수가 일본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품질경쟁력 우위를 가진 상품군 숫자가 156개로 301개인 일본의 51.8%에 그쳤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 더욱 관심이 가는 대목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대상인 소재·부품·기초장비 부문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전자공업에 쓰이는 화학품, 정밀공작기계, 반도체 장비 및 부품, 기계부품, 광학기기, 정밀측정기기 등 중요 상품군에서 우리나라가 품질경쟁력은 물론 가격경쟁력에서 열위(劣位)인 반면 일본은 이들 품목에서 대부분 품질경쟁력 우위 또는 가격경쟁력 우위의 수출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7년 동안 약 7조8천억원을 들여 이들 분야에 대한 대규모 연구 개발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가마우지 경제' 구조를 깨고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함께 키우는 '펠리컨 경제'로 가겠다는 등 정부·여당에서 말의 성찬이 쏟아지고 있다. 모든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할 수 없는 일인 데도 단기간에 국내에서 1부터 100까지 다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처럼 장밋빛 목표와 청사진들이 난무한다.

하지만 소재산업 경우 개발에만 10~15년이 걸리는 게 다반사여서 그야말로 '인내의 산업'이다. 당장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데 익숙한 한국으로서는 이 분야에 진입해 성과를 내려면 장기적 안목과 철저한 전략이 중요하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지피지기(知彼知己)가 핵심인데 우리가 일본 특히 우리 자신을 얼마나 잘 아는지를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거나 상대방을 업신여기면 일본을 상대로 한 경제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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