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 판결과 청구권 협정 조화시킬 방법 찾아야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도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 미 국무부가 징용 문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11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는 곤혹스러운 처지로 몰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문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일본 정부가 반발하자 '대법원 판결이어서 어쩔 수 없다'며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으며 지금까지 그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일본을 지지한다면 문 정부가 기존의 입장을 계속 견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이런 입장을 표명했다면 한국 대법원 판결이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전쟁 청구권 포기'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2000년대 초 과거 일본군 포로였던 미국인이 일본에 의한 '강제노역' 손해배상 소송을 냈을 때 미 국무부가 샌프란시스코 협정에서 대일 청구권은 포기했다며 원고 측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결과 원고 측은 패소했다.

한일 청구권협정은 샌프란시스코 협정을 그대로 따랐다. 그런 점에서 우리 측의 대일 청구권은 해결됐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1975년 박정희 정부가, 2005년 노무현 정부가 각각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정부 보상'을 한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문 정부는 전 정부의 이런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사법절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대법원 판결 뒤에 숨을 게 아니라 대법원 판결과 청구권 협정을 조화시킬 방법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청구권을 둘러싼 한일 갈등은 앞으로도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나아가 한국은 정권의 필요에 따라 조약을 마음대로 파기하는 믿지 못할 국가로 국제사회에 각인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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