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합리한 법 규정과 무책임 행정이 부른 스크린 골프장 참사

17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서 발생한 스크린 골프장 방화 사건은 일찌감치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번 사건은 건축 허가 요건만 따져 소음 등 인근 주민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건축법의 맹점이 발단이다. 또 주거지역 가까이에 스크린 골프장 등 체육시설이 들어설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무사안일한 행정이 빚은 불상사라는 점에서 행정기관도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의 골프장 건물은 지난 2012년 체육시설(골프연습장)로 건축 허가가 났다.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곳에 4층 규모의 체육시설이 들어서고 소음 문제가 커지자 인근 주민들은 수년간 계속해 민원을 제기했다. 불을 지르다 화상을 입고 숨진 주민의 집과 골프연습장 건물과의 간격은 불과 1m에 불과했다. 하지만 근린상업지역의 체육시설 허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당국과 업주 측이 소음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결국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밤 늦은 시간까지 인접한 주택가에 소음과 진동이 지속된다면 그 스트레스나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남구청은 이를 방관해오다 불과 사건 발생 한 달 전에 계도에 나서면서 골프장 내부에 소음을 낮추는 천을 덧대도록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애초 건축을 허가할 당시 문제점을 예상해 소음방지 시설을 갖추도록 행정력을 쓰지 않고 그냥 넘긴 것이 근본 원인이다. 무엇보다 주민 갈등을 키우다 못해 사람 목숨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당국이 깊이 반성할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법 제도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빨리 고쳐야 한다. 행정 당국도 뒷짐만 진 채 갈등과 분쟁을 키우는 행정이 아니라 문제점 해소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문제 해결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주민 갈등과 분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소극적인 행정은 무책임한 행정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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