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이 힘을 모아달라'니 국민 뒤에 숨겠다는 것인가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부적절한 정도를 넘어 국가지도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일본의 보복 조치로)결국에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둔다"며 "국민도 자신감을 갖고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보복 조치가 일본의 자해(自害)가 될 것이라는 소리부터 무책임하다. 일본을 자극해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보복 조치가 일본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는 일본 내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피해의 총량과 강도에서 우리는 일본과 비교할 바가 안 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일본이 그런 계산도 하지 않고 보복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일본 자해' 발언은 일본에 씨알도 안 먹힐 소리다.

더 한심한 것은 국민더러 '힘을 모아달라'는 소리다. 사태를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놓고 국민에게 힘을 모아달라니 책임 회피도 이런 책임 회피가 없다. 국민을 전면에서 내세우고 그 뒤에 숨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국민이 힘을 어떻게 모으라는 것인가. 미국의 중재를 요청하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말처럼 '국채보상운동'과 'IMF 금 모으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나.

더욱이 적폐를 청산한다며 집요한 정치 보복과 편 가르기로 우리 사회를 갈가리 찢어놓은 장본인이 바로 문 대통령 아닌가. 국민이 하나가 돼 나서기에는 그 골이 너무 크고 깊어졌다. 그래놓고 다급해지자 '국민이 나서달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염치없는 짓이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에 "외교적 해결"을 제안하며 "양국 국민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보자"고 한 것은 분명히 진일보한 대응이다. 그러나 '경고'니 '국민이 힘을 모아달라'느니 쓸데없는 말로 제안의 '진정성'을 스스로 깎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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