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 대통령 대구 방문에 기관단총 경호…과연 일상 경호 맞나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 칠성시장 방문 때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기관단총을 들고 경호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전두환 정권 이후 대통령 경호에 기관단총이 노출된 것은 처음이고, 문 대통령의 반대 세력이 많은 대구에서 일어난 일이라 뒷말이 많다. 청와대는 '당연한 직무 수행'이라며 별일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일상적인 경호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어서 충격적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개한 사진에는 한 남성이 외투 안쪽에 독일제 MP7 기관단총을 오른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고 있어 언제든지 쏠 수 있도록 준비한 듯해 두려움마저 준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존 힝클리 2세에게 피격당했을 때, 로버트 완코 경호원이 서류 가방에서 이스라엘제 우지 기관단총을 꺼내 대응하는 장면은 유명하다.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서류 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한국에서 경호원이 시민들에게 마치 보란 듯 기관단총을 버젓이 내놓은 것은 위협적인 행동이다.

인터넷에는 '대구 시민을 폭도로 보는가' 하고 시끄럽지만, 청와대가 대구 시민을 그렇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전례가 없을 정도로 과도한 경호를 벌인 이유만큼은 청와대가 해명해야 한다. 사전에 테러 정보가 있었는지, 돌발 상황이 일어날 여지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

문 대통령이 오랜만에 대구를 방문해 시민들과 만나고 통합신공항 등 현안 해결을 약속한 것은 보기에 좋았다. 그렇지만, 기관단총 사건으로 대통령의 방문 성과는 상당 부분 희석된 것 같다. 청와대는 대구 시민을 과도하게 경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세간의 소문을 불식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일상적인 경호'라고 변명해 봤자, 시민들이 위협감을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문제다. 청와대의 해명과 책임자 문책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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