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도권 규제 풀어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지방은 죽으란 말인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수도권 규제를 풀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돼 우려가 크다. 구미와 경기 용인·이천, 충북 청주가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일부에서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 시도가 노골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 클러스터가 수도권으로 가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주 제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비수도권 시·도지사들과 수도권 규제 완화 대응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수도권 규제를 풀려는 움직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결집하고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서를 내기로 뜻을 모았다.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수도권 비대화를 막는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물량 공급이란 명목으로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무력화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삼성전자 평택 고덕산업단지, LG전자 평택 진위산업단지 등이 이런 방식으로 조성됐으며 한시적 시행령 개정을 통해 LG필립스 LCD 파주공장이 들어선 바 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가 유명무실한 까닭에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커진 것은 물론 지방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의 39%, 읍면동의 43%가 30년 후 소멸 위기에 처한 것도 수도권 규제 완화 탓이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정부가 이번에도 특별물량 공급 카드를 꺼내 들어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으로 가도록 한다면 지방은 앉아서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금과옥조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정부에서 수도권 규제를 풀어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에 들어서게 하는 것은 지방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는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지방의 숨통을 죄는 일이자 지방 소멸을 앞당기는 잘못된 처사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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