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경제를 더 이상 파탄 난 이데올로기의 실험장 삼지 말라

이론은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지적 가공물이다. 하지만 인간은 현실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아무리 훌륭하고 정교한 이론이라도 현실과 맞지 않을 개연성은 언제나 있다. 따라서 어떤 이론이든 수정·보완·폐기에 개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론은 공허한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국가지도자는 특히 이를 경계해야 한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집착은 국가와 국민을 이데올로기의 실험용 쥐로 만드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집착은 참으로 위험하다. 문 대통령은 2일 신년사에서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는 길은 반드시 나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민경제가 어떻게 되든 파탄 난 이데올로기를 고수하겠다는 아집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입안 당시부터 비현실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거시경제학의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난센스"라 했고, 미국 레이건 행정부 감세정책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아서 래퍼 전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그렇게 멍청한 이론은 처음 들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인 'J노믹스'의 설계자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해오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퇴했다.

이런 비판이 옳았음은 경제지표가 말해준다. 성장, 소득, 고용, 양극화 해소 모두 놓쳤다. 세금으로 땜질한 것 말고는 해놓은 게 없다. 이렇게 망가진 경제를 다시 회복시키려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전제는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검증된 방법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한다. 이데올로기 도박에 국민경제를 판돈으로 걸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제발 소득주도성장의 처참한 결과를 직시하고 현실로 되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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